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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ong2021-07-28 16:06:17

당신은 어떤 기억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싶나요?

<원더풀 라이프

버스에 탔다. 창가에 기댔다. 눈을 감았다. 바람이 들어오는 곳이면 좋겠어. 창문을 활짝 열었다. 왼쪽 귀의 에어팟이 떨어져 바람에 날아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눈을 떴다. 문을 닫았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니 마스크를 낀 사람들 얼굴이 보였다. 북적북적 시끄러웠다. 다시 눈을 감았다. 대충 눈 감다 보면 시간가겠지. 어제 6시간도 못 잤다. 눈을 감았던 이유는 버스에 있는 동안 잠에 들고 싶어서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장면 몇 가지가 있지만 애써 외면했다. 다 강박 때문이야. 이건 내 의지가 아닌데 뭐. 에어팟에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가사 때문에 듣는 게 아니다. 나는 오늘도 주변과 나와의 소리를 차단했다. 어차피 연락 올 사람도 많이 없을 거고 온다 해도 할 말이 없을걸. 휴대폰을 끈다고 해도 별 차이는 없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일하는 곳에 도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스크 한 채로 하품을 크게 했다. 몸을 다시 의자에 기댔다. 눈 감으면 시간 일찍 갈거야.

 

그리고 머지않아 알게 됐다. 눈을 감은 의미 같은 건 단 1도 없다는 걸. 잠을 많이 못 잔 이유는 하나였다. 어젯밤도 지나간 일을 생각하느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짐이 무색하게 난 똑같은 생각을 반복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오늘이 됐다.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생각을 애써 외면하기로 했지만 오늘은 설명할 수 없는 기분에 하루가 복잡하다. 난 요즘 왠지 모르게 사람들에게 할 말이 없었다. 친구 당연히 있고 엄마 아빠와도 잘 지내지만 어쩐지 쓸쓸한 기분이었다. 우울한 건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상이 즐겁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도 그냥 지울까. 나와 타인을 비교할 필요 단 1가지도 없다는 거 알고 있다. 그럼에도 왠지 모를 자격지심에 마음이 답답해진다. 문득 돌아갈 순 없을까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다. 버스 창가에는 사람들과 건물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내가 일하는 곳은 한 때 자주 가던 근처였고 아직도 하나하나 기억에 생생하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생각은 어쩔 수 없었다. 외면했던 것들을 하나둘씩 머리 안에서 펼쳐봤다. 그래. 그때 재밌었지. 어느 순간부터 기억하기 싫었던 것들이 무덤덤해졌다. 단순히 무심해지지만은 않았다. 난 이 덕에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를 함께 보낸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 했는데 말이지.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지났다.

 

 

<원더풀 라이프>는 선택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장르는 판타지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난 후의 세계를 소재로 삼았다. 영화는 처음부터 이승과 저승사이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여준다. 이 인물들은 방금 죽은 이들에게 당신이 살아오며 겪었던 기억 중 단 한가지를 갖고 떠난다면 무얼 선택할지에 대해 묻는다. 방문객들은 하나둘씩 대답한다. 어떤 할머니는 오빠와 구두를 신고 춤추던 기억이라고 답하고, 한 소녀는 친구들과 디즈니랜드에서 신나게 놀았던 경험을 답한다. 누구는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렇게 쉽게 답하는 사람만 있지 않았다. 어떤 아저씨는 자기의 삶을 생각조차도 하기 싫다고도 답하고, 반골기질이 심한 남자 하나는 왜 내가 대답해야 하죠?라고 반문한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할머니는 바깥 창문을 멀뚱멀뚱하게 쳐다보기만 한다. 이렇게 답변이 갈리는 이유는 사실 당연한거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사연도 각기 다르니까. 영화의 전체적인 플롯은 사람들이 선택한 사연에 대해 조명하는 것이 8할 이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연을 비춰주는 것도 아니다. 나는 영화의 줄거리를 무슨 사연을 선택했는지, 또 왜 골랐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이유가 죽은 사람들이 어떤 추억을 갖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영화의 플롯에서 중요성을 덜 둔 부분은 하나 더 있다. 인물의 내적 갈등이다. 물론 이 부분도 나름 중요하지만 전체 이야기에서 나머지 부분에 비해 러닝타임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 않기 때문에 영화가 우선을 둔 지점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이 지점을 골랐는가'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는 그 사람이 어떤 인물인가와도 닮아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난 이 영화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감독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에게 넌 어떤 기억을 고를거야? 그걸 왜 선택했어?라고 물었다. 내 머릿속에는 한가지 기억이 생각났다.

 

생각난 기억은 나에게 했던 다짐이었다. 강박때문인지 자의인지 내가 지쳤을때마다 이 때를 떠올리며 버텼던 그런 기억들이었다. 어느 순간 내 기준이란게 없고 내 행동이 타인의 것들을 따라한다는 것을 알았을때 난 나에게 말했다. 난 더 좋은 사람이어야 해. 이런 후회를 또 반복하기는 싫어. 난 변해야 해. 이렇게 스스로에게 했던 혼잣말이었다. 난 영화를 보면서 이것들을 생각했다. 내가 저 세계에 가서 고른다면 이 경험을 고를 것이다. 이게 내가 나 자신에게 잘했다고 칭찬할만한 첫번째 순간이기 때문이다.  또 더 나아가 난 이미 하루하루를 이 세상에 들어온 사람같이 보내고 있었다. 다른 좋은 기억들도 물론 감사하지만 나에게 했던 약속이 일상을 버티는 힘이 되어준다. 다시 말하면 이 두가지가 곧 나였고 이 기억들에 기대며 살고 있다. 이렇게 고레에다 히로카츠 감독은 영화를 통해 청자들이 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하는 추억을 떠올리고 싶었을 것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기억은 보통 전환점이 된다. 이건 내가 그랬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넓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지점도 마찬가지다. 애초부터 감독은 우리에게 메세지를 주는것이 아니었다. 질문을 하는거다. 넌 왜 이런 하루를 살고 있나요. 그 의도에 담겨있는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요. 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영화에서 인물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지 않고 단순히 어떤 것을 선택했는지만 보여주는것이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목적지로 둔 지향점 같은 건 없다. 좋은 사람들과 울고 웃으며 어울려 사는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정말 바쁘게 살다보면 중요한걸 놓친다. 나는 누구고 어떤 사람이며 왜 이런일을 시작했는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난 이 영화덕에 내가 잊고 살던 것이 무엇인지 두번 세번 생각해봤다. 나에게 영원히 남길 기억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것이 나를 설명한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어렵지 않았다. 이 영화 리뷰를 통해서 내 지인들과 대화하고 싶어서다. 또 뭔가 나눠 묘한 위로를 주고 싶었다. 이게 내가 세상을 떠나지 않아도 몇가지의 기억만으로도 일상을 살 수 있던 바탕으며 내가 만든 나의 기준이었다. 난 이 영화덕에 이를 돌아봤다. 목적지가 없는 작품은 이렇게 우리의 삶을 반추하게 도와준다. 난 이런 예술이 가진 힘을 이 영화 덕에 한번 더 체감했다.

 

그래서 나는 더 이 기억들을 갖고 살거라고 생각했다. 후회와 미련때문에 몇일이 괴롭더라도 나는 앞으로 나가기 위해 앞발에 온 힘을 다하는 사람이다. 아쉽다. 내가 무너졌던 시간들 때문에 내가 더 행복할 수 있던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내가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무덤덤했던 기억 때문이라니 말 그대로 원더풀 라이프인 셈이다. 다시 한번 나에게 다짐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사람들과 공감하기 위해서다. 또 많은 것들을 나누기 위함이다. 이 좋은 영화덕에 다시 상기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작성자 . udong

출처 . https://brunch.co.kr/@ddria5978uufm/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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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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