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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2021-07-29 03:21:08

편협에 구애받지 않는 아름다운 그녀들의 동행

<우리, 둘> 영화 리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이을 뜨거운 사랑 이야기가 개봉한다는 소식은 폭염에 지친 몸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필리포 메네게티 감독의 데뷔작 <우리, 둘>은 등장과 함께 46회 세자르영화제에서 총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데뷔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후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출품되면서 영화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다. 영화계의 이목이 집중된 화제작 <우리, 둘>에 대한 소식은 확인하기 위해 용산 아이파크몰을 찾았다. 

노년 은퇴 계획을 구상하며 한 껏 즐거워하는 니나(바바라 수코바)와 마도(마틴 슈발리에). 로마에서 여생을 보내기 전 마도는 가족들에게 니나와의 연애 사실을 밝히기로 결심한다. 생일날 마음속 깊이 묻혀있던 진실을 고백하려 노력하는 마도. 하지만 끝내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하진 못한다. 자신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마도에게 서운함을 느낀 니나는 결국 심한 말을 하기에 이른다. 그날 밤 알 수 없는 이유로 병원에 실려간 마도, 다행히 생명에 이상은 없었지만 뇌졸중 판정을 받고 말을 잃은 채 집으로 돌아온다. 아픈 어머니를 위해 가족이 고용한 가정부로 사랑하는 연인에게 다가갈 수 없던 니나는 조급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마도의 집 문을 열어젖히고 만다.

“일반적이지 않다”, <우리, 둘>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숨바꼭질을 하던 중 사라진 친구를 찾던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까마귀 소리, 대칭의 구도에 대한 집착은 예감을 확신으로 만들어갔다. 첫 데뷔작부터 필리포 메네게티 감독은 일반적임을 거부하며, 미래 거장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두 노년 여성의 사랑이란 독특한 설정의 <우리, 둘>은 일련의 사건으로 자신을 찾아가며 서서히 완성되는 전형적인 영화의 문법과 거리를 둔다. 이 영화에서 니나와 마도는 이미 완성된 인물들로 등장한다. 동성애자로서 확고한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가지만 온전한 사랑을 위해 사회의 편견이란 최후의 벽을 넘어 인정받기 위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회는 편견으로 가득했고 결국 그들은 진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몸이 불편한 마도를 대신해 투쟁의 최전선에 선 니나는 사랑을 위해 잔인한 일면을 보이기도 하며, 영화는 뜨거움과 서늘함 사이를 오간다. 극적인 온도차를 표현하기 위해 색채와 사운드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효과적으로 장르의 변화를 도모한다. 특히 색채를 활용한 인물의 감정 변화에선 감독의 독특한 재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 둘>을 관람한 후 쉽게 인상에서 지워지지 않는 색채를 집어보고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후의 내용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어 영화를 관람 후 읽어보길 추천한다. 

어떤 색에도 쉽게 물들 수 있는 색, 마도의 하양

이야기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두 소녀는 각각 검은색과 하얀색 옷을 입고 있다.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검은색이 명백한 니나의 색이라면 하양은 마도의 색이다. 마도는 환경에 쉽게 변화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확고한 정체성을 지닌 니나와 반대로 마도는 결혼을 하고 아이들까지 낳았다. 이후 집을 팔기로 결정했다가 아들로 인해 번복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상황에 따라 어느 쪽으로든 변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인다. 특정색과 혼합되는 순간 본연의 색을 잃어버리는 하양의 특성을 통해 마도의 성격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불안과 열정 사이, 검정과 빨강의 니나

독특하게도 니나는 변함없는 검정과 불꽃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빨강, 두 가지 색으로 표현되고 있다. 확고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니나는 주변의 어떤 영향에도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는 까마귀의 모습을 통해 근거 없이 동성애를 불행이라 폄하하는 사회의 시선에 니나가 불안을 느끼게 만드는 장치로도 활용된다. 불안을 느끼는 니나는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하얀(마도) 담배를 검정(니나)이란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고 싶어 하는 그녀의 조바심을 드려내는 듯하다. 갑작스러운 마도의 병이 니나의 조바심을 폭발시키고 얼마 남지 않는 순간이나마 화려하게 보내기 위해 그녀는 정열적인 붉은 옷을 입고 연인의 앞에 서기에 이른다. 이는 타들어가는 순간 돌이킬 순 없지만 짧은 순간이나마 누구보다 화려하게 빛나고 싶은 니나의 열정을 표현한다. 

 

 

작성자 . 이정원

출처 . https://brunch.co.kr/@nukcha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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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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