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슬2021-11-28 22:33:23
1996년과 2021년 사이의 간극
<세 친구> 영화 리뷰
영화 세 친구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리고 각자의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세 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각자 갖고 있는 취미도 가정환경도 다르기에 나는 이들에게서 당시의 어떤 사회 이미지를 볼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 셋은 영화 내내 서로의 이름을 잘 부르지 않는다. 분명 각자 이름이 있을텐데도 많이 언급하지도 않을 뿐더러 엔딩크레딧에서도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기재됐기 때문이다.
무소속인 친구는 그림을, 삼겹은 먹는 것과 비디오 감상을, 섬세는 미용 기술을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들이 각자 갖고 있는 모습이 당장 생산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집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소외되고 그렇게 점차 정상성에서 벗어나 변방으로 내몰린다.
96년 작품인 이 영화는 당시 여성이 남성에게 성적인 대상으로 소비되고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 성희롱에 노출되는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그러나 이 명칭은 당시 제대로 된 이름으로 명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사회가 얼마나 약자들의 존재와 현실에 대해 무지했는지를 보여준다. 25년이 지난 지금은 그 문제와 심각성을 어느정도 인지했으나 아직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문제인식과 해결과정이 얼마나 더디게 성장하는지를 꼬집어볼 수 있었다.
90년대 후반 평범한 세 남성을 통해 당시 사회의 부조리와 병폐를 봄으로써 2021년인 오늘날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안고 있는 문제들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그 화두를 던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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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나라에서 더럽게 얽혀 버린 두 남자
넷플릭스 <수리남> 포스터
수리남 (Narco-Saints, 2022)
편성 : 넷플릭스, 6부작·완결 │ 장르 : 한국, 범죄·드라마
연출 : 윤종빈 │ 극본 : 윤종빈, 권성휘
출연 : 하정우(인구), 황정민(요환), 박해수(창호), 조우진(기태), 유연석(데이빗) 외
시청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넷플릭스 <수리남> 스틸컷
홍어 팔러 간 남자 VS 마약 팔러 간 남자
‘수리남’은 남아메리카에 있는 인구 60만의 작은 나라다. 한국에서 카센터와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살던 가장 ‘인구’는 수리남에 돈을 벌러 갔다. 배를 타던 친구가 그러는데 수리남에는 홍어가 지천으로 깔렸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홍어 삼합을 없어서 못 먹는데 수리남에서는 수요가 없어 그냥 버려진다니, 거기에 가서 홍어를 만지면 큰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겁도 없지. 인구는 그렇게 돈의 냄새를 맡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나라 수리남으로 향한다.
거기에서 인구는 목사 ‘전요환’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같은 한국인이자 수리남에 오래 뿌리내린 듯한 그를 믿고 의지하며 지내던 어느 날. 한국으로 홍어를 실어 보내던 인구의 배에서 코카인이 발견되어 영문도 모른 채 구금이 되고 만다. 이때도 생각나는 사람은 역시 전요환 목사뿐. 그러나 해결해보겠다던 그에게선 연락이 없고 엉뚱한 사람이 인구를 찾아온다. 그는 국정원 요원 ‘창호’. 창호는 당신을 이렇게 만든 것이 그 목사이며, 사실은 목사가 아니라 수리남 최고 마약왕임을 설명한다.
사연인 고로, 국정원은 오래전부터 이 마약사범 전요환을 검거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꾸리던 중이었으나, 수리남은 범죄인 인도조약이 없어 전요환을 체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인구가 전요환을 유인해줄 미끼로 낙점된 것이었는데, 잘못한 것도 없이 남의 나라 감옥에서 썩게 생긴 인구에게 선택지가 있을 리 만무. 결국 인구는 국정원의 제안을 수락하게 된다.
넷플릭스 <수리남> 스틸컷
원래 실화가 더 드라마 같다지요
홍어와 코카인과 국정원이라니. 이 뜬금없는 막장 범죄 소설 같은 이야기는 놀랍게도, 모두 실화다. 실제 수리남에서 목사 행세를 하며 코카인을 팔던 ‘조봉행’의 일화를 모티브로 했는데, 우연히 조봉행의 일화를 알게 된 배우 하정우가 윤종빈 감독에게 영화화를 제안했고, 그러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된 것이라고. 이 비현실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에 놀라기는 이르다. 드라마보다는 영화에 가까운 고퀄리티 촬영 스케일과 배우 라인업은 더 놀라우니. 인구 역에 하정우, 사기꾼 조봉행 역에 황정민, 국정원 요원 역에는 박해수에다, 조연으로는 무려 조우진 유연석이 있다. 때문인지 6화라는 이야기가 참 짧게 느껴졌다.
더불어 이 이야기는 두 주인공이 ‘돈’을 대하는 각기 다른 태도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재미 요소가 있었다. 평범한 우리 눈에는 수리남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먼 나라 땅이다. 그런데 인구도 요환도 모두 돈을 벌러 수리남에 갔다. 전요환은 그 곳에서 코카인이라는 돈을 보았고, 인구 역시 홍어를 팔아 큰 마진을 남기겠다며 수리남으로 향했더랬다. 둘은 어찌 보면 비슷한 유형이다. 그런데 참 묘하다. 전요환도 인구도 돈을 좇는 건 매한가지인데, 우리는 왜 전요환은 욕하면서 보고, 인구는 이해하면서 보았을까. 그 이유는 평범한 우리가 돈을 대하는 태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넷플릭스 <수리남> 스틸컷
먹고사니즘 또는 종교
누구나 ‘돈’에 일찍 눈을 뜨는 계기가 있다. 인구는 어린 시절 가난했다. 밤낮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과로사하고, 두 동생과 세상에 남겨졌을 때. 어린 인구의 가치관은 이미 정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굶어 죽지 않아야겠다는 것. 그러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 소년가장이었던 인구는 동생들을 먹여 살리려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어른이 되어서는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 된다. 그 시절 아버지들이 오로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랬듯, 낮에는 카센터를, 밤에는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인구는 버티고 또 버틴다. 그러니까 인구에게 돈이란, 가난을 벗고 온 가족이 등 따습게 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 평범한 우리들이 돈을 좇는 대표적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제 아무리 인구가 아가씨 나오는 유흥업소를 운영한들 욕하지 않는다. 그게 다, 평범한 먹고사니즘이란 걸 이해하니까.
전요환, 실존 인물로는 조봉행. 나는 그 인간도 무척이나 가난했을 거라 본다. 가난이 엄청난 콤플렉스였기에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 점은 인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기에 그는 뭔가 역겹다. 단지 부도덕한 업종으로 돈을 벌어서가 아니다. 돈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우리와’ 달라서다. 그는 우선 처자식이 없었다. 사랑하는 누군가와 행복하게 그 돈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는 돈 자체를 숭배하는 사람. 돈으로 권력을 사고, 돈에 방해되는 인간은 죽이고, 무덤에도 다 못 가져갈 돈을 벌고 또 벌어 자신의 우월감을 채우는 인간. 그러고 보니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애초에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돈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넷플릭스 <수리남> 스틸컷
돈방석 위에 앉아도 외롭다면
아무리 돈을 많이 가지게 된들 그 행복을 나눌 사람이 없는 텅 빈 삶은 무의미하다. 결국 돈이란 건‘쓰기 위해’서 의미 있기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쓸 수 있어’ 의미 있는 게 아닐까. 같은 이유로 드라마의 마지막, 인구가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카센터를 운영하던 그 모습이 내게는 참 인상적이었다. 홍어로 떼돈을 벌 수도 있었고, 수리남 마약왕의 오른팔이 되어 더 큰 돈을 만질 수도 있었지만 그는 한국에 돌아와 결국 평범한 삶을 택했다. 수리남에서 파란만장한 일화를 겪고 깨달은 것이다. 아무리 돈에 둘러싸여 있어도 결국 외롭게 살고 싶지 않다는걸. 훗날 카센터에 찾아온 국정원 요원 ‘창호’가 큰돈을 벌어줄 유흥업소를 선물로 주겠다고 했을 때도 인구는 그래서 거절했을 것이다. 평범하고 안온하게 가족들과 투닥거리며 사는 게, 돈방석 위에 살다가 끝내 체포되어 감옥에서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삶보다 훨씬 가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수리남으로 점프해 마약과 살인과 중상모략이 판을 치는 이야기를 듣다 텔레비전을 끄니, 문득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그런 끔찍한 일들에 연루되지 않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일까. 내가 사는 이 세상은 오늘도 아주 평화롭고 고요하다. 돈은 적지만 외롭지 않고, 돈을 많이 벌고 싶지만 그걸 함께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 누구도 믿지 못하고 돈만을 쌓던 전요환이 불쌍하다면, 그는 나를 비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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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보통 가족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보통이 아니다. 이 가족도, 이 영화도, 그리고 감독도. 소위 우리나라 중상류층 가족의 민낯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을 극대화한 한 <보통의 가족>은 스토리만 보면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수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럴 듯하다. 하지만 자신에게 쌓인 고정관념을 벗어던지듯 감독은 보란 듯이 날 선 사회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사랑의 변화 과정을 유려하게 보여줬던 감독은 가족의 변화 과정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보통 가족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걸 하나씩 소개하는 것처럼.
잘나가는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그의 두 번째 아내인 플로리스트 지수(수현), 자상한 대학병원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와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이자 NGO 활동가, 치매 걸린 시어머니의 간병까지 도맡아 하는 연경(김희애)이 저녁 식사 자리를 함께한다. 한 배에서 나왔어도 성격이 전혀 다른 형제는 물론, 자신보다 어린 형님(?)을 모시는 것 자체가 싫은 연경과 그런 동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지수 사이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진다. 이들은 보통의 가족처럼 겉과 속이 다른 채로 평온하게 저녁을 즐긴다. 하지만 두 부부는 자녀들의 범죄 장면이 담긴 CCTV를 뉴스에서 보게 된 이후 점점 삶의 나락을 경험한다.
<보통의 가족>은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가면을 쓸 뿐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작품을 허진호 감독이 맡은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라고 답한 바 있다. 감독의 초기작을 본 이들이라면 그가 꾸준히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탐구해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초기작인 <봄날은 간다> <행복> 등만 봐도 그렇게 변하다는 사랑을 주제로 이 감정에 빠진 순간과 이후 무던해진 순간 속 인물의 다름을 확실히 보여준다. 마치 사랑의 유예기간이 끝나면 사람은 본색을 드러낸다는 것처럼, 두 영화의 인물들은 결국 후회를 할지언정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4명의 인물 또한 보통의 가면을 쓰지만, 결국 후반부 추악한 본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변호사, 의사, NGO 활동가 등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따른 가면을 쓴 인물들은 그에 따른 부와 명예, 그리고 권위를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마주한 자식들의 범죄는 이들의 삶에 위기로 작용한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고, 자식을 위해 이성을 잃는 등 겉으로는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한 듯 보이지만, 결국 이들은 자신들이 쌓아놓은 명성에 큰 타격이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보통의 가족>의 원작 소설 <더 디너>는 이탈리아, 미국, 네덜란드에서 무려 세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다. 허진호 감독은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원작의 내용을 오롯이 가져오면서도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문제를 가져오며 차별화를 꾀한다. 학군, 학폭, 입시 경쟁, 부를 통한 사회 양극화까지 다룬 감독은 관객의 자연스러운 공감을 이끌어낸다. 특히 범죄 사건과 이를 무마하려는 두 부부의 모습은 자식 가진 부모라면 충분히 이해 가면서도 이들의 도덕적 해이에 관해서는 반대의 입장을 갖게 되는 등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가치관과 위치에 따라 달리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 사건은 스크린 안과 밖 사람들의 두통을 유발한다.
감독은 이 딜레마를 계속해서 관객에게 전하는데, 네 명의 인물을 바꿔가면서 ‘당신이라면 범죄를 저지른 자식들을 어떻게 하겠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마치 빈틈만 보이면 연신 잽을 날리는 것처럼, 감독이 던진 이 질문은 중반부를 지날수록 그 강도가 세지며, 결국 관객은 카운터 펀치를 맞는다.
그 동력은 아귀가 딱딱 맞는 감독의 밀도 높은 연출력에 기인한다. 장면마다 은유와 복선을 심어 놓은 감독의 치밀함은 왜 이제야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세공력이 대단하다. 초반 재벌 2세가 벌인 교통사고가 후반부 이 가족과 충격적인 결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 구조는 관객 입장에서 흥미로운 동시에 충격 그 자체다. 부감숏과 창밖에서 인물들을 보여주는 카메라 워킹을 통해 이들의 행태를 더욱 객관적으로 보려는 의도적 연출과 현악기를 활용해 부모들의 불안한 심리를 보여주는 장면 또한 인상 깊다. 간간히 블랙코미디가 짙은 유머를 집어넣으며 이들을 희화화하는 부분도 잊지 않는다. 물론, 극한 결말로 가기 위한 포석이 자칫 인위적으로 보이는 건 옥에 티지만, 영화 전체 완성도를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영화처럼 빈틈이 없다. 각기 다른 이중성의 면모를 연기로 승화시키는 네 배우의 내공은 대단하다. 전반부와 후반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격한 감정을 토해내는 김희애, 장동건, 움찔하는 감정을 부여잡고 이성적 판단으로 이 상황을 보려는 설경구, 가장 늦게 가족에 합류해 이 가족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 관객의 눈을 대신하는 수현의 연기는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리며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총 3번의 저녁 식사가 나오는데, 횟수가 거듭될수록 무너지고, 야비하고, 자기합리화에 이견 다툼을 벌이는 모습은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하며 인물들의 추악한 민낯도 비춘다.
<보통의 가족>이 그리려는 건 가면 속 가려진 인간의 본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살다 결국 부와 명예를 가진 기성세대가 자신이 이룬 것들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부조리함 또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 중 하나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부모라면 자식들에게 어떤 걸 전해야 할까? 일단 네 인물처럼만 안 하면 될 것 같다.사진제공: 하이브미디어코프
평점: 3.5 /5.0
한줄평: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한국 가족 군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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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영화적 상상력에 담긴 한국 사회의 못난 민낯
Summary
예진은 20대의 외모를 지녔지만 실제 나이는 70대 중반이다. 원폭 피해를 당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후유증으로 ‘늙지 않는 병’을 앓고 있는 예진을 비롯한 피해자들은 ‘영생인’으로 불리며, 사회적 차별을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예진은 모델 일을 하며 당당하게 사회에 나와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고자 하고 가상의 일본 방송국 ‘메이지TV’는 그런 예진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다. (출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Cast
감독: 김상훈
출연: 강서하, 안주영
유한한 인생을 타고난 인간으로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삶과 죽음, 영생과 불멸, 전생과 환생을 소재로 하는 작품은 저를 한 방에 녹 다운시키는 필살기 소재입니다. 인간의 유한함 그 이상을 이야기하는 영화적 상상력이 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영생인>이라는 제목에도 끌리지 않을 수 없었던 거겠지요. '영생과 관련된 영화' 하면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열연한 <인 타임>이라는 작품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인 타임>에서는 부자일수록 영생을 누리는 세상을 그렸는데, 한국 감독은 '영생'을 소재로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 <영생인>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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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인>은 페이크 다큐멘터리입니다. 일본 방송의 한 다큐멘터리 팀이 한국에서 모델로 일하고 있는 '예진' 씨를 취재하러 한국에 찾아왔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하죠. 영화는 정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일본 방송의 양식을 그대로 구현합니다. 일본어 자막도 달려있고, 내레이션도 모두 일본어입니다. 처음엔 놀랍도록 진지한 이 고증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샌가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그것이 알고 싶다' 에피소드 한 편을 볼 때처럼, 이야기에 푹 빠져든 저 자신을 발견했죠.
평범한 청년처럼 보이는 '예진'은 사실 '영생인'입니다. 얼굴은 20대지만, 실제로는 1945년에 태어나 나이가 70세를 훌쩍 넘었습니다. 영생인은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한국인 임산부에게서 태어난 간접피폭자, 즉 돌연변이였습니다. '예진'과 같은 사람들의 특징은 일반 사람보다 성장 및 노화 속도가 지극히 느리다는 것. 아직 죽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영생인'이라는 별명이 붙었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영생인들은 '비정상적인' 자신들을 향한 눈초리를 견디며, 괴물, 흡혈귀라고 혐오 당하는 일상을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일본 다큐멘터리 팀이 취재하는 '예진'은 차별과 핍박에 맞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영생인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취재하면 할수록 '예진'은 동정과 연민을 일부러 자아내는 듯한데요. 숨겨진 비밀이 있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을 따라 흘러가는 영화는 그녀의 동생이 등장하며 절정에 치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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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극의 후반부에서 '예진'은 사실 불쌍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영생인이 아니라 영생인 집단의 꼭대기에서 정부의 지원금을 가로채고 다른 영생인들을 억압해 온 악독한 리더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예진'은 비난의 시선을 보내는 다큐멘터리 팀을 향해 모두가 편견인 줄 알았던 영생인의 진실, 흡혈귀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영생인들을 폭력과 억압으로 제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속사정을 토해냅니다.
이 지점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는 <영생인>은 객관적 진실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극 중 다큐멘터리 PD는 사회에서 배척되어 공동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예진'과 영생인 집단을 좌지우지하는 악독한 리더로서의 '예진', 그리고 그것이 흡혈귀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하는 '예진'을 모두 편집 없이 방송에 담기로 합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객관적 진실인지 감히 단정할 수 없다면서 말이죠.
이런저런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때로 저게 과연 진짜 진실일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픽션 영화와 달리 현실을 사실적으로 포착하는 리얼리즘 장르입니다. 그렇기에 관객은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전적으로 사실이라 믿기 쉽습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야말로 사람들의 믿음을 발판 삼아 진실을 교묘하게 조작하기 용이한 장르입니다. 여러 이해관계자로부터 다양한 사실을 포착해 종합했다고 해서 그게 진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을 종합한 사람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애초에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진실을 완전히 알고 이해하는 게 가능할까요? 과연, 진실이라는 건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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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인>은 '영생'을 소재로 한국 사회의 다양한 고질병들을 꼬집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이상성, 정상성만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의 통념 같은 것들이죠. 자신과 다르다면 아예 부정해 버리는 것이 속 편하다는 듯, 괜히 지지했다가 사회적 고립을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듯, 사람들은 영생인을 모질게 괴롭힙니다. 하물며 영생인이 괴물일지 모른다는 이유로 정부는 영생인을 40년이 넘도록 산속 어귀 수용소에 가둬둡니다.
평범하더라도 다수는 힘을 갖고, 부러워할 법한 능력(영생)을 갖추고 있더라도 소수는 쉽게 배척당합니다.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엄연한 존재하는 사람들을 쉽게 지워버리는 다수의 횡포는 우리 사회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매년 퀴어 축제가 개최될 때마다 바로 앞에 서있는 성소수자의 얼굴에 대고 혐오 발언을 퍼붓는 우리 사회의 모습처럼요.
그 밖에도 <영생인>에는 한국의 사회 문제들이 속속 숨어있습니다. 공론화는 되지만 언제나 제자리걸음인 각종 인권 문제, 저임금 일자리를 벗어나기 어려운 조선족의 노동 실태, 고작 1.5평 남짓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한국만의 주거 형태인 고시원의 빈곤 문제까지. 또 일본 사람의 관점에서 보는 한국인 피폭 피해자의 모습을 그리고 있기에, 뿌리 깊은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절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영생인>은 이러한 사회 문제들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창조한 '영생인'이라는 집단과 엮어 자연스럽게 수면 위로 끄집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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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상해도 괜찮'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걸맞은 영화입니다. 만화 작가 출신 감독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매 장면이 더 흥미로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언젠가 영화관에서 이 작품을 다시 볼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영생'을 소재로 하는 색다른 시선을 담아낸 이 작품에 관해 더 많은 분과 함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Schedule in BIFAN2023.06.30(금) CGV소풍 4관 16:302023.07.04(화) CGV소풍 11관 17:002023.07.06(목) CGV소풍 5관 13:30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간 : 06월 29일 - 07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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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레틱(Heretic, 2025)>, 종교는 거들 뿐인 밀실 탈출 스릴러
A24에서 또 한 번 강렬한 공포 영화를 내놓았다. <유전>, <미드소마>, <톡 투 미>와 같은 특유의 신선한 호러 감각이 이번엔 종교를 만났다. 외딴 집을 찾은 신앙심 깊은 두 소녀의 믿음이 흔들리는 이야기, <헤레틱>이다. *필자는 지난 3월 27일, 씨네렙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를 통해 <헤레틱>을 미리 만날 수 있었다.
'헤레틱'은 영어로 '이단'이라는 뜻이고, 바로 내일(2일)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 기본 정보
제목: 헤레틱 (2024)
감독: 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
출연: 소피 대처, 클로이 이스트, 휴 그랜트
장르: 공포, 스릴러
러닝타임: 111분
국내 개봉일: 2025년 4월 2일
제작/배급: A24
줄거리: 어느 눈 오는 날, 몰몬 선교사 자매인 반스(소피 대처)와 팩스턴(클로이 이스트)는 전도를 위해 한 남성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 집 주인 리드(휴 그랜트)는 이들을 호의적으로 맞이하며 날씨가 궂으니 잠깐 안으로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다. 규칙상, 여성이 있어야 집에 들어갈 수 있지만 '아내가 있다'는 말에 두 자매는 의심 없이 문을 넘는다. 하지만 아내는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고, 남자의 대화는 점차 묘하게 불편한 질문들로 이어지는데... 자신들이 이 집에 꼼짝없이 갇혔다는 것을 깨달은 두 자매는 탈출을 감행한다.
1. 믿음과 의심 사이의 긴장감
최근 공포 영화는 점프 스케어보다 서스펜스와 심리적 긴장감으로 관객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헤레틱>도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낯선 남자의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긴장감을 점진적으로 쌓아올린다. 그리고 이야기의 핵심에는 '종교'라는 소재가 있다. "신이 존재한다면 무섭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섭다"는 역설적인 명제를 중심에 두고, 영화는 관객을 믿음과 의심 사이 긴장으로 이끈다. 궤변 같으면서도 논리적인 시험 속에서, 관객은 주인공들과 함께 끊임없이 무엇을 믿어야 할지 시험대에 놓인다.
물론 영화가 처음부터 이 철학적 긴장감만으로 공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궂은 날씨에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외딴집, 그 안에 두 젊은 여성이 중년 남성과 함께 있다는 상황만으로 관객은 익숙한 불안을 감지한다. 이 상황 속에선 성별에 따른 물리적 힘의 위계가 힘의 비대칭을 만든다. 이는 남성이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끔찍한 일을 겪을 수도 있다는 본능적인 불안을 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여성, 그리고 관객이 처음으로 의심하는 것은 바로 남성의 정체이다. 중년 남성 리드가 정말로 겉모습처럼 선한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곧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문제이다. 제작진은 의도적으로 이 역할에 ‘노팅 힐’로 유명한 휴 그랜트를 캐스팅했다. 그는 젠틀하고 따뜻한 미소의 리드를 연기하며, 두 여성이 기꺼이 스스로 낯선 남자의 집 안으로 향하게 만든다. 물론 그들이 의심 없이 안으로 들어간 결정적인 이유는 리드가 ‘집 안에 아내가 있다’고 안심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리드는 부인이 낯을 가린다며 계속해서 그녀의 등장을 지연시킨다. 리드라는 인물에 대해 신뢰를 거둘지에 대한 판단은 영화 초반부를 지탱하는 핵심이다.
두 자매는 이러한 의심 속에서도 그들의 본래 목적대로 리드에게 전도를 하려 한다. 하지만 대화의 주도권은 점차 리드에게 넘어간다. 그는 점점 종교적 신념을 정면으로 겨누기 시작하고, 미묘하게 불편한 이야기를 꺼낸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리드는 계속해서 두 여성의 신념을 흔든다. 그리고 두 여성은 점점 그가 만들어낸 심리 게임의 룰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이 모든 과정을 따라가는 관객 역시 자연스럽게 리드의 질문에 동참하게 되고, 함께 시험을 받는 듯한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이처럼 <헤레틱>은 단순히 종교적 메시지를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실존적인 위협에 기반한 상황을 통해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를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믿음에 관한 심리 게임을 풀어나간다. 영화에서 긴장과 불안을 조성하는 방식은 매우 치밀하며,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이 설계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2. 치밀한 설계
영화는 상당히 치밀히 짜여져 있다. 결말에서 치밀한 설계는 단순히 장르의 플롯을 넘어서 주제의식으로 발현된다. 동시에 관객으로서 이 치밀함 덕분에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즐거움도 준다. 먼저 캐릭터의 균형이 잘 맞춰졌다고 생각했다. 팩스터와 반스는 모두 독실한 몰몬교 신자이다. 그들은 속옷마저 교회가 규정한 의상을 입고, 교회의 공동체에 기반하여 생활한다. 반스는 현실감이 없이 순진한 전형적인 신자처럼 보인다. 반면, 팩스터는 상대적으로 눈치가 빠르고 현실 감각이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팩스터는 리드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반박할 수 있는 논리적 인물이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 덕분에 일방적으로 리드에 의해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닌, 맞서는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고 탈출의 가능성을 상기시킨다.
또한 인물들이 상당히 실행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의심이 거두어진 순간에 망설임 없이 행동한다. ‘저건 믿으면 안 될 거 같은데’하는 답답함이 들 때쯤, 타이밍 좋게 인물들도 움직여준달까. 그런데 그 순간마다 절묘하게 새로운 변수나 불가항력적 상황이 또 던져진다. 결국 그들이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치밀하게 설계한 덕분에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빈틈 없다고 느낀 부분은 대사이다. 감독들의 전작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소리를 내면 죽는다'는 설정 아래 대사를 최소화하며 긴장을 유도했다면, <헤레틱>은 그 정반대 지점에서 대사로만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감독들 역시 이런 극적인 대비를 하나의 창작 실험으로 삼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대사는 '말맛'이 살아있는 그 자체로 즉흥적인 재미를 주는 것은 아니다. 대신 모든 대사가 계산된 구조 안에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인상이다. 예를 들어, 초반부 리드가 반스에게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말하자 반스는 ‘스파이더맨’이 말한 것이라고 받아친다. 리드는 이를 ‘볼테르’가 말한 것이라 정정한다. 처음 이 장면에서 이 대사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흘러갔기 때문에, 자그마한 유머라고 생각하고 웃고 넘겼다. 그러나 이후 영화가 반복적으로 원형과 복제, 신념의 계승과 변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앞선 대사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대화를 통해 서서히 분위기를 조이고, 이후 그 대사들이 퍼즐처럼 맞물려 돌아올 때 강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심지어 음악마저 아무 의미 없이 삽입되지 않고 있다. 이런 지점들이 감상 이후 곱씹을수록 서늘함을 안겨준다.
3. 총평
<헤레틱>은 스릴러 장르 특유의 긴장감을 정교하게 설계한 작품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오직 대화만으로 긴장을 구축하는 연출이 인상 깊었고, 이야기 자체도 흡입력이 있어 몰입하며 감상할 수 있었다.
다만, 극의 대부분이 대사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일부 장면에서는 다소 과하게 설명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리드라는 인물의 특성상 몇몇 장면은 마치 신학 강의를 듣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대사의 길이나 논리적 구성이 그러한 인상을 더욱 강화한다. 다시 보면 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할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해 이 ‘강의 장면’들 때문에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게다가 리드가 주도하는 그 ‘강의’가 실제로는 힘의 위계와 물리적 위협 위에서 작동한다는 점은, 그의 논리에 대한 신뢰를 흔든다. 앞서 언급한 실존적 위협은 장르적으로는 훌륭한 장치지만, 영화가 내세우는 주제적 메시지(믿음과 확신에 대한 탐구)와는 결이 어긋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인물들이 마주하는 상황은 믿음에 대한 철학적 시험이라기보다는, 살기 위한 몸부림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지점 때문에 미묘한 뉘앙스만 주던 초반부에서 다소 노골적인 중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영화의 매력이 한풀 꺾인다. 결말 또한 만족스럽다고 하긴 어렵다. 여러 버전의 결말을 놓고 고민하다 최종적으로 덧붙인 듯한 인상을 준다. 믿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해답을 끝내 찾지 못한 채, 결국 캐릭터가 가진 ‘선(善)’의 속성에 기대어 마무리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믿음을 의심하는 리드가 실은 누구보다 믿음을 갈구하는 인물처럼 마무리되는 아이러니도 다소 예측 가능한 부분이다.
배우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휴 그랜트는 로맨틱 코미디의 상징과도 같던 자신의 이미지를 이번 작품에서 기민하게 비틀었다. 그가 완전히 다른 역할로 변신한 것은 아닌, 기존의 친근하고 젠틀한 이미지를 미묘하게 왜곡해 섬뜩한 설득력을 만들어낸 점이 인상 깊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당신이 알고 있던 '로맨틱한 휴 그랜트'의 잔상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팩스턴을 연기한 소피 대처는 어딘가 낯익은 인상이다 싶었는데, 제나 오르테가와 안야 테일러 조이를 반씩 섞은 것 같다. 실제로 과거 몰몬교 신자였다고 하는데, 그런 배경이 캐릭터의 미묘한 디테일을 풍부하게 만든 것 같다. 최근 개봉한 <컴패니언>에서도 색다른 연기를 보여줬는데, 배우에 관심이 생겼다면 해당 작품도 꼭 보기를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컴패니언>에서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반스를 연기한 클로이 이스트는 <파벨만스>에서도 얼굴을 비췄던 배우다. 그녀 역시 몰몬교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흥미롭게도 "다른 삶을 살았으면 자매 선교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소피 대처와 클로이 이스트 모두 2000년생으로 비교적 어린 배우들이다. 실제 나이와 캐릭터가 잘 맞아떨어지며, 두 사람의 호흡도 매우 자연스럽다. 전반적으로 캐스팅이 탁월하게 어우러졌다는 인상을 준다.
아무튼, 재밌게 감상했다. 필자는 종교에 큰 관심이 없어 처음엔 관람을 망설였지만, 막상 보고 나니 종교적 맥락보다는 심리 스릴러로서의 완성도와 장르적 매력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종교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한정된 공간과 인물 간의 긴장감이 주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반대로 말하면, 종교에 대해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아쉬울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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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뿌리에서도 혁명은 자란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에 대한 단상.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관객이 목격하기를 원한다. 더 나아가 관객이 상영관 바깥에서도 생각하기를 원한다. 우리가 새로운 세대를 어떻게 길러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연대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제목이 가리키는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맨 땅에서 싹을 틔우지 않고 땅 속으로 뿌리부터 내리는 개체이다. 흙을 단단히 쥐고 나서, 다른 나무의 기둥을 타고 올라가며 자라나고 결국 먼저 존재하던 나무는 죽게 된다. 관객에게 이러한 제목의 의미를 먼저 알려 주는 이유 또한 연대해야 한다는 호소에 가깝다는 것을, 영화를 보는 동안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현관문 안쪽, 즉 가족 안에서 피어나는 갈등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동시에 주인공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거리 위 시위대와 그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을 관객도 함께 보게 만든다. 실제 푸티지를 보여주면 관객은 이야기에 몰입하던 것을 강제로 멈추고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불편, 심지어 어떤 관객들은 일부러 피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한 이유는 이러한 구조적, 물리적 폭력이 실제로 존재함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목도하기 두려울 정도로 가혹한 실제 폭력, 권력에 부역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던 가족의 도덕적 딜레마를 함께 담아낸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서스펜스와 함께 아주 선명하고도 통쾌한 엔딩을 선보이면서 관객을 영화 바깥으로 내보낸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삶과 정치가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 미래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멈출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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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케이트 블란쳇 #톺아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미국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배우 중의 한 명인
'케이트 블란쳇'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게요.
'케이트 블란쳇'은 호주 출신의 배우로
출연하는 작품마다 거의 모든 작품이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는
명실상부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배우 중의 한 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도 수많은 영화팬들이 있는 배우 '케이트 블란쳇'
#톺아보기 시작하겠습니다!
1. 프로필(Profile)
이름 : 캐서린 엘리스 블란쳇
(Catherine Elise Blanchett)
출생 :1969년 5월 14일
국적 : 호주
직업 : 배우
2.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데뷔과정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케이트 블란쳇은 호주의 국립극예술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시드니 극단에 입단한 후에는 티모시 달리의 <카프카가 춤춘다(1993)>의 신부 '펠리스 바우어' 역으로
시드니 연극비평계의 신인상을 수상했다고 하네요. 그 후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텔레비전에도 출연하면서 <파라다이스 로드(1997)>로 영화에 공식 데뷔하게 됩니다.
영화 <파라다이스 로드> 중 케이트 블란쳇(우)
3. '케이트 블란쳇'의 주요 필모작
- 1999년 작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1세 역
출연진 : 케이트 블란쳇, 제프리 러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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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작.
엘리자베스 여왕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까지 완벽하게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을 볼 수 있다"
- 2005년 작 <에비에이터>, 캐서린 역
출연진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블란쳇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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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하워드'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지는 배우 '캐서린'역으로
우아하고 고풍스런 분위기로 독보적인 표정와 아우라의 케이트 블란쳇을 볼 수 있다”
- 2009년 작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데이지 역
출연진 :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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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젋어지는 '벤자민'의 연인 '데이지'역으로 벤자민은 날마다 젊어지고
데이지는 점점 늙어가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는 데이지의 얼굴과 표정과 말투를 자연스럽고 훌륭하게 표현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를 볼 수 있다."
- 2013년 작 <블루 재스민>, 재스민 역
출연진 : 케이트 블란쳇, 알렉 볼드윈, 샐리 호킨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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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포함한 다수의 여우주연상 수상작.
뉴욕 1%의 재력의 '재스민' 역으로 부와 사랑을 모두 가지게 됐지만 하루 아침에 인생이 산산조작 나는 재스민. 브레이크가 없는 세심하고 정밀한 감정연기를 볼 수 있는 '케이트 블란쳇'의
배우 인생 최고의 연기를 볼 수 있다!"
- 2016년 작 <캐롤>, 캐롤 역
출연진 :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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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직원 '테레즈'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캐롤'역으로
케이트 블란쳇의 최고의 사랑 연기, 로맨스 연기를 볼 수 있다.
한번 보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케이트 블란쳇 눈빛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
- 2017년 작 <토르: 라그나로크>, 헬라 역
출연진 :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케이트 블란쳇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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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여신 '헬라'역으로 케이트 블란쳇을 마블 히어로 무비에서 볼 수 있다.
케이트 블란쳇의 액션과 무시무시한 비주얼을 볼 수 있다"
- 2020년 작 <어디갔어, 버나뎃>, 버나뎃 역
출연진 : 케이트 블란쳇, 빌리 크루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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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맥아더 상'을 수상한 천재 건축가이자, 사회성 제로인 '버나넷'역으로
뭐가 우스꽝스럽고 코믹하지만 마냥 우스운 것은 아닌 영화.
극 중 버나넷을 완벽하게 표현해낸 케이트 블란쳇의 까칠하지만 사랑스러운
또한 코믹한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
- 2022년 작 <나이트메어 앨리>, 릴리스 역
출연진 : 브래들리 쿠퍼, 케이트 블란쳇, 토니 콜렛, 루니 마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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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야심찬 유랑극단의 단원인 '스탠턴'의 위험한 욕망을 꿰뚫어보는 심리학자 '릴리스'역으로
미스터리하고 수수께끼같은 인물이다. 케이트 블란쳇의 다소 어둡고 썸뜩한 연기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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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배우 '케이트 블란쳇' #톺아보기 시간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케이트 블란쳇'이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 중 좋은 작품들이 너무나 많아서
작품들을 고르기가 너무 힘들었는데요.
여러분들께서 좋아하시는 작품들이 리스트에 없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
그럼 오늘도 씨네랩이 준비한 #톺아보기 콘텐츠에 재밌게 보시길 바라며!
씨네랩은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녕~~
P.S 혹시 #톺아보기 배우로 추천하고 싶거나 관심있으신 배우들이 있으면
주저말고 편안하게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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