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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2021-03-16 00:00:00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코엔 형제 작품. 다시 봤다. 다시 보고 또 놀랐다. 먼저, 영화 제목을 아무렇게나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코엔 형제가 'no country for old men'이라는 제목을 붙였을 때, 영화 내용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번에 알았다.

 

예이츠의 시 가운데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라는 시에서 가져온 구절로 원래는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이다. 예이츠의 시를 읽어보자.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The young (저것은 노인의 나라가 아니다.)

 

In one another's arms, birds in the trees (팔짱 낀 젊은이들, 나무 위 새들,)

 

-- Those dying generations -- at their song, (노래하고 있는 저 죽어가는 세대)

 

The salmon-falls, the mackerel-crowded seas, (연어 폭포, 고등어 우글대는 바다)

 

Fish, flesh, or fowl, commend all summer long (물고기, 짐승, 새들이 여름 내내)

 

Whatever is begotten, born, and dies. (잉태되고 태어나 죽는 모든 것을 찬양한다.)

 

Caught in that sensual music all neglect (모두가 관능의 음악에 사로잡혀)

 

Monuments of unaging intellect. (늙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엔 관심이 없다.)

 

An aged man is but a paltry thing, (늙은이란 하찮은 것)

 

A tattered coat upon a stick, unless (막대기에 걸친 누더기일 뿐이리라)

 

Soul clap its hands and sing, and louder sing (육신의 옷이 너덜너덜 해지는 것을)

 

For every tatter in its mortal dress, (영혼이 좋아 손뼉치고 크게 노래하지 않는다면)

 

Nor is there singing school but studying (영혼의 장엄한 기념비를 배우지 않는다면)

 

Monuments of its own magnificence; (노래를 배울 곳은 아무 데도 없다.)

 

And therefore I have sailed the seas and come (그래서 나는 바다를 항해하여 왔다)

 

To the holy city of Byzantium. (거룩한 도시 비잔티움으로.)

 

O sages standing in God's holy fire (아 벽의 황금 모자이크 그림 속에 있는 듯)

 

As in the gold mosaic of a wall, (신의 거룩한 불 속에 서 있는 성현들이시여,)

 

Come from the holy fire, perne in a gyre, (그 성화에서 원을 그리며 내려오셔서)

 

And be the singing-masters of my soul. (내 영혼의 노래 스승이 되어 주시라.)

 

Consume my heart away; sick with desire (내 심장을 다 태워버려 주시라, 욕정에 병들고)

 

And fastened to a dying animal (죽어갈 동물성에 매어)

 

It knows not what it is; and gather me (제 자신을 알지 못하는 그 심장을 -그리고 나를 거두어 주시라)

 

Into the artifice of eternity. (영원히 죽지 않은 예술품 안으로.)

 

Once out of nature I shall never take (자연을 벗어나기만 하면 나는 다시는)

 

My bodily form from any natural thing, (어떤 자연물에서도 내 육신을 취하지 않으련다.)

 

But such a form as Grecian goldsmiths make (대신 그리스의 금 세공인들이 망치질한 금과)

 

Of hammered gold and gold enamelling (황금 유약을 발라 만든 형체를 취하여)

 

To keep a drowsy Emperor awake; (졸고 있는 황제를 깨우련다.)

 

Or set upon a golden bough to sing (아니면 황금 가지 위에 앉아)

 

To lords and ladies of Byzantium (비잔티움의 귀족과 부인들에게 노래해주련다)

 

Of what is past, or passing, or to come. (지나간 것과 지나가는 것들, 그리고 다가올 것에 대해.)

 

 

 

따라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아니라,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겠다. 어느쪽이든, 이 영화를 상징하는데 있어 기가 막히게 들어 맞는다.

 

원작 소설을 쓴 코맥 맥카시는 미국 작가로 하드보일드한 액션 스릴러 소설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 역시 '액션 스릴러'까지는 아닐지 모르지만, 매우 하드보일드한 것만은 틀림없다.

 

줄거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텍사스의 사막 근처에 살고 있는 주인공 모스는 사냥을 나갔다가 우연히 마약 거래 현장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돈가방을 발견한다. 그리고 냉혹한 살인자 안톤 쉬거에게 쫓긴다.

 

돈가방을 갖고 도망다니는 주인공, 그를 쫓는 살인마 안톤 쉬거, 두 사람을 추적하는 지역보안관. 여기서 '노인'은 지역 보안관 에드를 말한다. 삼대를 이어 지역 보안관으로 일하고 있는 에드는 노련한 경찰이지만, 무차별, 무자비한 살육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옛날을 그리워한다.

 

영화 제목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영화 끝부분에 에드와 다른 보안관이 나누는 대화에서 드러난다. 품위와 존경의 시대가 사라진 지금의 사회에서는 노인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이다.

 

 

 

코엔 형제의 작품이 독특하면서도 매력을 끄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개성 있고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보여주는 때로 엉성하면서도 예상하지 못하는 대사는, 웃음과 함께 소름이 끼치게 만든다.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칼슨 웰즈를 보자. 그는 최근에 HBO의 미니시리즈 '참 형사(트루 디텍티브)'에도 주연으로 등장한 배우인 우디 해럴슨인데, 여기에서는 겉멋든 킬러로 등장한다.

 

살인마 안톤 쉬거를 처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등장해서 뭔가 멋진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그는 짧은 시간에 무수한 대사를 늘어 놓지만 결국 안톤 쉬거에게 맥없이 죽고 만다.

 

또한 주인공 모스 역시, 거의 살인마를 따돌리고 한숨 놓기 직전에 어처구니 없게도 멕시칸 갱에게 당한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는 바로, 장모 때문이다. 살인마 안톤 쉬거 역시 자신이 목표로 삼은 모스의 아내 칼라를 찾아가 죽이고, 교통사고를 당한다. 죽지는 않았지만 부러진 뼈를 감싸고 사라진다.

 

결국,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죽거나 사라지는데, 보안관 에드 역시 퇴직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님을 깨닫게 되면서, 노인은 입을 닫는다. 즉, 돈과 마약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노인의 지혜는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보안관 에드(토미 리 존스)의 목소리로 나레이션이 나온다. 그는 총이 필요 없던 과거의 보안관 선배들 이름을 나열한다. 그때가 그래도 인간적인 시대였다고 회상한다. 지금은 미치광이의 시대라고 말하며. 그리고 곧바로 안톤 쉬거가 보안관에게 붙잡혀 경찰차에 태워지고, 수갑을 찬 채 보안관 사무실에 앉아 있는 모습이 나온다. 전화로 보고를 끝낸 보안관을 목졸라 죽이는 안톤 쉬거. 그의 두 팔목에 수갑에 긁힌 핏자국이 선명하고, 발버둥친 보안관의 발쪽으로 어지러운 흔적이 가득하다. 보안관 차를 훔쳐타고 나온 안톤 쉬거는 앞서가던 자동차를 세우고, 운전자를 살해한다. 그의 살인에 동기가 있을까.

 

 

 

텍사스주 테럴 카운티의 사막에서 사냥을 하던 모스는 우연히 갱들이 서로 죽고 죽인 현장을 발견한다. 다섯 대의 트럭과 주위에 널브러진 채 죽어 있는 사람들. 그는 한 트럭에서 가득 찬 마약을 발견한다. 아마도 마약 거래를 하던 자들이 서로 총질을 해서 모두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이다. 모스는 분명 근처에 생존자가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주변을 둘러보다 나무 아래 죽은 사람을 발견한다. 그 옆에는 가방이 있고, 그 가방 안에 2백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

 

모스는 돈가방을 갖고 집으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트럭에서 죽어가던 사람이 물을 달라던 말을 기억하며 내키지 않지만, 물통을 가지고 다시 현장으로 간다. 한밤중, 물을 달라던 멕시코인은 이미 죽었고, 모스는 다시 돌아가려하지만, 갱단의 일행이 도착하고, 모스는 쫓기게 된다.

 

모스의 운명은 여기서 갈린다. 범죄 현장에서 돈가방을 발견한 것은 행운일지 모르나, 그는 범죄자가 아니었고, 사람이 그냥 죽는 걸 지켜보지 못하는 선량한 사람이었다. 그가 물을 가지고 현장에 가지 않았다면, 그는 그냥 부자로 살았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고.

 

자기 운명을 결정하는 건 결국 자신의 의지이며, 그 선택에 따라 다시 운명이 갈리는 아이러니는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죽을 고비를 넘긴 모스는 돈가방을 들고 도망하고, 아내는 오데사로 보낸다. 범죄 현장에 차를 두고 도망했기 때문에 이미 그의 정체는 드러났고, 돈을 찾기 위해 범죄조직에서 자기 뒤를 쫓아 올 거라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안톤 쉬거는 사막의 주유소 매점에 들르고, 매점 주인과 신경전을 벌인다. 이 장면에서 매점 주인은 자신도 예측할 수 없는 운명에 맞닥뜨린다. 살인마 안톤 쉬거는 차를 뺐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싸이코패스인데, 매점 주인과의 동전 내기에서 매점 주인의 선택이 맞자 아무렇지 않은 듯 그냥 매점을 나간다. 이건 그 나름의 원칙이 있다는 뜻이다. 

 

안톤 쉬거는 두 남자를 만나 범행 현장에 도착하고, 돈가방 안에 들어 있는 추적기를 찾을 수 있는 송신기를 받는다. 그리고 두 남자를 살해한다. 양복을 입고 추적 송신기를 들고 나타난 두 남자를 미루어 짐작하면, 마약범죄조직을 체포하기 위한 위장 거래를 하던 경찰 수사관 또는 마약단속국(DEA), FBI 요원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돈가방을 지닌 채 죽은 사람은 경찰이거나 FBI 요원 또는 그들과 함께 일하는 비밀요원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안톤 쉬거는 모스의 트레일러 집을 찾아가고 그곳을 샅샅이 살펴본다. 트레일러 관리실에 가서 모스의 행방을 묻지만, 관리실 아주머니는 절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때 안톤 쉬거는 말 없이 사무실을 나간다. 그의 행동은 언듯 이해하기 어렵지만, 기싸움에서 살짝 밀리는 느낌이다.

 

 

 

안톤 쉬거가 트레일러에서 나가고 뒤 이어 보안관들이 트레일러를 찾아온다. 보안관은 아무 단서를 찾지 못하지만, 안톤 쉬거는 집안에 있던 우편물에서 모스의 처가집 전화번호를 찾아내 확인한다.

 

모스는 텍사스주와 멕시코의 경계인 '델 리오'에 도착해 허름한 모텔인 델 리오 레갈 모텔 138호에 묵는다. 방의 환풍구에 돈가방을 숨기고,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다른 모텔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돌아와 138호 맞은편 37호실을 하나 더 빌린다.

 

안톤 쉬거는 멕시코로 가는 길에 '델 리오 레갈 모텔'을 지나다 수신기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모텔에 모스가 있다는 걸 확신한다. 모스는 37호에서 환풍기에 올려 놓은 돈가방을 끌어당기고, 안톤 쉬거는 총과 산소탱크를 들고 맨발로 138호를 찾아간다. 두 사람의 대결은 조용하면서도 긴장감 높은 장면으로 이어진다.

 

138호를 급습한 안톤 쉬거는 그 방에서 세 명의 멕시코인을 발견하고 살해한다. 멕시코인들은 마약 범죄조직원들이고, 이들이 쉽게 모스의 행방을 알 수 있었던 건 돈가방에 든 송신기를 찾을 수 있는 수신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칼슨 웰스의 등장은 하드보일드한 영화에 약간의 유머를 넣으려는 코엔 형제의 의도로 보인다. 멕시코 마약조직은 안톤 쉬거를 제거하려고 살인청부업자 칼슨 웰스를 고용한다. 

 

레갈 모텔에서 도망한 모스는 이글 패스 호텔 213호에 묵는데, 이때 카운터를 보는 사람에게, 자기를 찾는 사람이 있으면 미리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잠을 자려고 누운 모스는 돈가방을 살펴보다 송신기를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을 쫓는 살인자가 매우 가까이 있다는 걸 직감한다.

 

모스와 안톤 쉬거는 여기서 처음 만나 서로에게 총을 쏜다. 둘 다 만만찮은 상대였고, 둘 다 총상을 입는다. 총상을 입은 안톤 쉬거는 사라지고, 모스는 피를 흘리며 멕시코 국경을 걸어서 넘는다. 다리 중간에서 돈가방을 다리 아래로 떨어뜨리고, 무사히 국경을 지나 멕시코로 들어가는 모스. 이제 악몽은 끝난 걸까.

 

다리에 총을 맞은 안톤 쉬거는 약국 앞에 주차한 차에 불을 지르고, 약국에서 필요한 약을 훔쳐 나온다. 그는 총상이 심했지만,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스스로 상처를 치료하고 꿰맨다. 그는 확실히 보통사람과는 다른 인간이다.  

 

 

 

그 사이, 병원에 입원한 모스를 찾아온 사람은 칼슨 웰스. 겨우 3시간만에 모스를 찾았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시간, 보안관 에드는 모스의 아내 칼라 진을 오데사에서 만난다. 칼슨 웰스는 국경 다리에서 모스가 던진 돈가방을 발견하지만, 호텔로 쫓아온 안톤 쉬거에게 당한다. 안톤 쉬거가 칼슨 웰스를 죽인 직후, 모스와 전화 통화를 하고, 서로 두고 보자고 벼른다.

 

안톤 쉬거는 모스가 병원에 있다는 것도 알지만 찾아가지 않고, 그의 아내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모스는 병원에서 나와 다시 미국 쪽으로 국경을 넘은 다음, 돈가방을 찾아 아내에게 전화한다. 엘 파소의 데저트 샌즈 모텔로 오라고. 엘 파소 역시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도시다.

 

멕시코 마약조직은 모스의 장모에게서 정보를 얻고, 모스의 아내 칼라 진은 보안관에게 남편 모스의 행방을 알려주고, 안톤 쉬거는 모스를 쫓는다. 이들은 모두 엘 파소에서 맞닥뜨린다. 보안관이 엘 파소의 데저트 샌즈 모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총격전이 벌어진 뒤였고, 모스는 죽어 있었다. 

 

모스의 장례를 치르고 곧 이어 칼라 진의 어머니도 암으로 사망한다.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집에 돌아온 칼라 진은 집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안톤 쉬거를 만난다. 안톤 쉬거는 이번에도 동전을 던져 정하라고 칼라 진에게 말한다. 칼라 진의 집에서 나온 안톤 쉬거는 무심한 상태로 운전하다 다른 차와 부닥치고, 부상을 입고 사라진다.

 

보안관 에드는 퇴직하고, 아내와 차를 마시며 아내에게 꿈 이야기를 한다. 꿈에서 아버지를 봤고, 아버지는 춥고 어두운 오솔길을 앞질러 가시면서, 횃불을 들고 있었노라고 한다. 자신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안톤 쉬거가 살해한 사람은 모두 열두 명이다. 이 가운데 두 명은 살해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도로에서 만난 닭장차 운전수와 마지막 장면의 칼라 진이 그렇다. 하지만 이들 역시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멕시코 국경과 맞닿아 있는 테럴 카운티에서 시작해 델 리오, 오데사, 엘 파소로 삼각형으로 이어지는 도시와 연결된다.

 

보안관 에드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 지역은 과거와는 너무 달라졌고, 사람들이 돈과 마약으로 타락했으며, 도덕과 상식이 사라진 현실이 개탄스럽다. 늙어가는 에드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느끼고 은퇴한다. 삶은 사막처럼 건조하고 메마르며, 불투명해서 행복한 삶이란 마치 파랑새를 찾는 것처럼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작성자 . 백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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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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