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1-04-11 14:53:45
외로움이 곧 공포
<나는 전설이다> ⭐⭐⭐
원래 짧게 보다가 잠을 청할 생각으로 볼 영화였지만, 다 보고 부족한 잠을 자게 만든 영화 <나는 전설이다>다. 등장인물도 적고, 깔끔한 배경 설명으로 단순하게 느껴지는 스토리 덕분에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이 홀로 도시에서 지내며 가진 고독감과 외로움을 보여주며 살아남기 위한 절실함과 처절함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확장판도 있다고 하니 다음에 꼭 봐야겠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는 전설이다> 네이버 스틸컷
고독
네빌(윌 스미스)은 뉴욕에서 유일한 면역자로 공기 중으로 감염되는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혼자 뉴욕 도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서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말동무, 셰퍼드 '샘'과 함께 뉴욕에서 생존자들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는 그의 고독함과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익스트림 롱샷으로 거대한 뉴욕 건물들 사이로 혼자 서 있는 네빌의 모습을 비춘다든지 자신이 자주 가는 상가에 외롭지 않도록 마네킹을 세워두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은 그가 가진 외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또한, 사슴을 잡기 위해 나선 그 앞에 사자 가족을 보이게 함으로써 동물들도 가족들과 함께 있으나 인간인 네빌만이 혼자라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비교하여 표현한다.
나비
영화에서 나비는 꽤 자주 등장한다. 영화에서 도시를 조사하는 과정 중 벽에 부착된 포스터 그림과 샘 곁에 맴도는 나비, 플래시백(flash back)으로 알려주는 과거 회상에서 네빌의 아들 말리(윌로우 스미스)가 손으로 나비 모양을 표현하며 나비를 언급하는 대사, 후반부에 안나 목에 있는 나비 문신, 대장으로 추측되는 좀비가 유리를 부시는 장면에서 갈라지는 유리 금이 나비 모양이기도 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나비가 등장하는 것일까. 나비는 밤에 활동하지 않는다. <나는 전설이다> 속 좀비와 다른 점이다. 그리고 주로 나비는 화려한 무늬 패턴과 날아다니는 곤충이기에 희망과 평화와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곤충이다. 따라서, 영화 속 나비의 상징을 통해 네빌이 활약하는 희생정신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희생이요 평화를 위한 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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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한국 영화계 3대 거짓말 중 하나
이창동 감독 “시나리오 다 썼다”
이창동 감독은 작품의 텀이 긴 과작 감독으로 유명한데요.
그런 감독님이 무려 2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요?
이번주 씨네뉴스 같이 보아요.
이창동 감독 신작 2작품 준비 중
이창동 감독이 다음 작품에 관해 입을 열었습니다. 요미울 신문 인터뷰에 따르면 “다음 작품에 관해서는 지금 시나리오를 쓰는 중입니다. 언제 촬영에 들어갈지는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가급적 내년 상반기에는 촬영에 들어가길 희망합니다.”라고 전했으며 이어 전주국제영화제 기자 간담회에서 “어느 것을 먼저 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결정하기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칸영화제 1.5억 피소
제77회 칸 국제 영화제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출신 모델인 사와 폰티이스카는 레드카펫에서 경호원이 자신을 제지한 일로 칸 영화제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폰티아스카는 경호원에게 난폭하게 제지당했다고 주장했으며, 이 일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었고 자신의 평판도 실추됐다며 영화제 측에서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경호원은 소녀시대 윤아를 경호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추가 재촬영 돌입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5의 다섯 번째 영화이자 캡틴 아메리카 실사영화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가 내부테스트에서 부정적인 점수를 받은 후 개봉일이 2025년 2월로 연기되었습니다. 세 가지 주요 시퀀스가 편집되며 광범위한 재촬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 작품은 드라마에서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등극한 샘 윌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고 합니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2주 연속 1위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개봉 2주 차 주말 3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 모으며 100만 관객을 넘겼습니다. 지난 5월 29일 강동원 주연의 <설계자> 개봉 후 이틀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줬으나 주말에 1위 자리 탈환에 성공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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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여왕으로써의 무거운 책임감을 다큐멘터리로 풀어내다!
영국의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논란의 중심인물이기도 했다. 대중매체에 공개되는 영국 여왕 가문의 모습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다가가기 어렵고 엘리자베스 2세 역시 성격이 까칠하다. 하지만 영국 여왕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은 항상 따라왔다. 영국의 여러 고위 관료들이나 중요 인물에게 훈장을 서사하고(이 훈장들은 몇 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그녀가 쓴 왕관 역시도 그만큼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영 연방 국가들의 수장으로써 순방을 다녀오면서 많은 업적도 이뤄냈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에서 돋보이는 건 대한민국의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회장인 이건희와 만나고 여러 반도체 시설들을 순방했는데 영국 뉴스에도 보도되었다. 이게 바로 삼성전자의 저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의 자식들이 스캔들에 휘말리고 사건의 주목 인물이 되면서 엘리자베스 2세의 삶의 고단함이 스멀스멀 다가오기 시작한다. 또한 영국 왕실 가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평생 먹고 노는 사람들이라며 부정적인 대답도 내놓았는데 버킹엄 궁전도 화재로 대부분을 잃었고 영국 국민들에게 밉상이 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자신의 아들도 공군에 보내고 자신도 전장에서 영국 군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는데 엘리자베스 2세의 공이 컸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영국 왕실 가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영국인들에게 신뢰가 잃어가고 부조리의 대상으로 지목되었다. 영국의 코미디언들은 영국 왕실 상황을 패러디하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파시즘이나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단체 운동에 의해 비판의 대상도 되었다. 여기서 고난은 끝이 나지 않는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가 온갖 사치를 누리면서도 어떤 국민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인식된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그저 영국 왕실 가문으로써 대중매체에 공개되어 파파라치들에게 타깃이 되었던 불쌍한 이들이지만 한편으로는 고급스러운 호화 궁전에 살면서 모든 걸 누린 사람들이다. 엘리자베스 2세의 일대기를 챕터식으로 나뉘면서 관객들에게 영국 왕실의 숨은 이야기들을 과감하게 풀어낸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나왔지만 영화 곳곳에 나오는 영국 여왕을 찬양하는 팝 음악과 더불어 영국 여왕에게 몰려든 영국인들을 벌집에 모여든 꿀벌들로 묘사하고 영국 여왕의 포스와 영국 국민들에게 말하는 메세지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왔다.
엘리자베스 2세의 다사다난한 일대기를 다큐멘터리로 풀어내고 풍자하기도 하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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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극' 하면 음악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
아이돌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의 노래 'UNFORGIVEN'을 아시나요? 이 노래는 유명한 서부 영화 음악을 샘플링하여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면 노랫말과 비트 아래에 익숙한 멜로디가 깔려 있음을 눈치챌 수 있죠. 강렬한 휘파람 소리로 시작하는 원곡은 한 번 들으면 모두가 알만한 영화 <석양의 무법자>의 영화음악입니다.
원곡을 만든 이탈리아의 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는 설령 영화는 알지 못해도 모두 한 번쯤 들어보았을 영화음악을 셀 수 없이 많이 만들어 내며, '영화음악의 창시자'라고 칭송받은 위대한 음악가입니다. 그리고 영화에 숨결을 불어 넣는 음악을 만들었던 그가, 이제 영화가 되었습니다.
"오, 이 음악은!", "앗, 이건?"하며 놀라는 사이에 15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마치 15분처럼 훌쩍 흐릅니다. 영화를 사랑한다면, 영화음악을 사랑한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입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의 돌비 프리미어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2023년 7월 5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The Glance of Music, Ennio
의사를 꿈꾸던 어린 엔니오 모리꼬네는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권유로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트럼펫을 연주하며 순수음악을 만들다가 우연히 영화음악의 세계에 발을 들였죠. 탄탄한 음악적 재능과 노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을 거침없이 시도한 그는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영화음악가로 거듭났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에는 감미롭고 아름다운 선율도 많지만, 소음으로 들릴 법한 음향도 자주 등장하는데요. 당시는 신경에 거슬리는 음향을 음악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엔니오 모리꼬네는 뛰어난 음악성으로 고정관념을 뒤집는 매력적인 음악을 만들어 냈죠. 그야말로 천재적인 음악가인 셈입니다. 의사를 꿈꿨던 엔니오 모리꼬네를 음악의 길로 인도한 그의 아버지의 선구안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위대한 음악가 한 명을 만나지 못할 뻔했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도전과 개성을 꼽을 수 있을 만큼, 엔니오 모리꼬네는 오리지널리티가 뛰어난 음악가였습니다. 그러나 영화음악가로서 그는 감독에 따라, 영화에 따라 음악의 색을 바꿀 줄 아는 카멜레온 같은 음악가이기도 했죠.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에는 생전 그와 함께 작업했던 유명한 영화감독들이 줄지어 등장해 각각의 케미스트리를 뽐내는데요. 서부극, 치정, 스릴러, 로맨스까지 각양각색 장르의 향연 속에서도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한결같이 그 영화의 한 끗이 되어줍니다. 그래서인지 그와 함께 작업한 영화계 인사들은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에 출연해 하나같이 엔니오 모리꼬네가 만든 음악을 흥얼거리며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영화를 완성하는 한 끗을 찾았는데, 저라도 기쁘지 않을 수 없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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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그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온전한 주제를 가진 음악을 만들어 냈던 엔니오 모리꼬네. 폭력적인 장면에 강렬한 음악을 더하기보다는 완전히 다른 관점의 음악을 갖다 붙이는 식이었습니다. 영화가 단순한 시청각 자료를 넘어 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그의 음악이 촉매제가 되어준 셈이죠. 장면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능력은 영화음악가로서 엔니오 모리꼬네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엔니오 모리꼬네와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음악이 삽입된 영화를 번갈아 보여주며 그의 음악 인생을 톺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요. 삽입된 자료들이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하나의 ‘영화’로 느껴졌던 건 단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덕분이었습니다. 과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 없이 그 모든 영화가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마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겁니다. 그의 음악이 빠진 영화는 말 그대로 푸티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게 돼버리니까요. 서부극 세대가 아닌 저도 '서부극' 하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과 함께 말을 타며 총을 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곤 했던 이유, 그것이 바로 영화음악의 힘이었습니다.
이제껏 영화를 감상하면서 영화음악을 너무 등한시한 건 아닌가 많이 반성했습니다. 영화의 3요소는 분명 내러티브, 영상, 그리고 음향인데 말이에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영화에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1960년대만 해도 질 낮은 음악이라고 평가받던 영화음악을 이러한 경지로 끌어올린 것 역시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남겼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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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는 음악과 함께 흘러가는 한 사람의 인생사를 그리는 작품입니다. 누군가의 인생만큼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어디 있을까요? 세상에는 특별하지 않은 인생은 없기에 인생을 고스란히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는 특별한 영화적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그 자체로 참 재밌게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삶을 관전하면서 양가적인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는 누가 뭐래도 천재였습니다. 피아노를 두드리지 않고도 책상에 앉아 종이와 연필만으로 머릿속 악상을 음악으로 그려 낼 줄 아는 사람이었죠. '저런 사람이 바로 천재구나. 나는 절대 천재가 될 수 없겠다.' 범주는 다르지만,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허탈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엔니오 모리꼬네의 삶에는 배울 점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정규 앨범이 덜 팔린다고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음악적 아이디어를 실험할 좋은 기회로 여기는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일상에서도 새로운 음악적 영감을 발굴해 내는 창의적인 음악인이었고, 영화음악도 곡 자체로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마인드로 음악을 만드는 자긍심 있는 영화음악가이기도 했죠.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허탈함을 허물어 버리는 위대한 창작가를 향한 존경심이 피어올랐습니다. '재능', '천재'라는 단어가 오히려 그를 가두는 족쇄처럼 느껴졌다면, 그가 얼마나 위대한 인물이었는지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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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 속에 녹여낸 주제들은 서두에서 소개했듯이 오늘날에도 수많은 음악가가 그들만의 버전으로 재창조하고 있습니다. 극 중에는 그의 음악을 두고 "Reference constantly"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정말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창작자로서 받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요?
많은 사람이 베토벤, 모차르트에 견주는 희대의 천재라고 칭송하는데도 신인 감독들과 작업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진정한 '마에스트로', 엔니오 모리꼬네. 영화를 보는 동안 경험했던 전율의 순간들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이번 주엔 나 홀로 '엔니오 모리꼬네 영화 주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Summary
전 세계가 사랑하는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그가 직접 들려주는 명작 탄생 비하인드. 그리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이야기하는 그에 대한 모든 것.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엔니오 모리꼬네, 클린트 이스트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한스 짐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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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헤어질 결심(2021)> 리뷰
이름은 언제나 존재 다음에 온다. 마찬가지로 관계에 있어 마음이란 최초에 발생하는 무엇이고, 행위는 눈 먼 채 마음을 따라가며, 이성은 한참 후 자신의 행동을 해부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명명한다(설령 그것이 그릇된 이름이라 할지라도). 그런데 이 영화, 제목이 이상하다. ‘헤어질 결심’이라니. 어떠한 감정을 사그라뜨리기 위해 헤어지는 것이라면 그저 갈라서면 될 일인데, 물리적으로 멀어진 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받아들이면 될 터인데, 이 영화는 헤어지는 행위에조차 ‘결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감정과 행동이 진행되는 순서를 역행하겠다는 선언 이면에 가득한 건 망설임이다. 그러하니 영화 속 주인공의 이별이 쉬울 리가 없다.
<헤어질 결심>을 바라보는 데에는 참으로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쟝센에 집중할 수도 있을 테고, 그의 전작에서부터 이번 작품에서까지 이어지는 인물들의 모호하고도 비극적인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터다. 또한 21세기 한국 사회만이 담아낼 수 있는 현상을 파고들 수도 있을 것이며 히치콕의 영화를 끌어오는 방법도, 탕웨이와 박해일이라는 배우에 대해 집중해 보는 방법 또한 있겠다. 하지만 난 송서래(탕웨이)와 장해준(박해일)의 관계에 집중해 보고 싶다. 오랜만에 영화로 찾아온 박찬욱 감독이 꺼내든 ‘멜로’라는 장르를 아끼고 싶진 않으니까.
서래와 해준
<헤어질 결심>은 담당 형사와 피의자로 만난 남녀에게서 출발한다. 특별하지 않은 설정이지만, 이 이야기는두 사람이 품은 믿음으로 인해 레이어가 여럿 추가되며 현실만큼 복잡해진다. 나는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데에서 오는 자부심. 누가 뭐라 해도 꺾이지 않는 신념을 지닌 사람의 품위. 서래와 해준에겐 환경이 그들을 공격하더라도 척추를 꼿꼿이 세우고 세상의 모진 풍파를 이겨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서래는 어느 여름 해골 같은 몰골로 불법 입국한 중국인으로, 한국에서 녹록치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삶에 풍파가 더해지는 데에 크게 일조한 사람은 서래의 한국인 남편 기도수다. 이 남자는 서래를 학대하고,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것처럼 그의 몸에 이니셜(KDS)을 새겨두기까지 했다. 하지만 서래는 자신의 처지가 곤란하기 그지없어 그를 떠날 수 없는 신세다. 이렇듯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래는 간병 업체에서 ‘에이스’로 통하고, 자신보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 동물들까지 살뜰히 보살피며, 무엇보다도 언제나 단정한 차림새를 유지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서래가 보여주는 특유의 기품은 그의 과거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독립군 참전자인 송서래의 외조부가 일러주었다는 가문의 땅, 호미산으로부터.
해준 역시 서래와 비슷하다. 고지식할만큼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는 그는 어떤 피의자를 만날 때에도 무죄추정원칙을 고수한다. 미결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책상 앞에 붙여두고 사건에 관련된 사소한 숫자마저 머릿속에 오래오래 보관하는 이 남자는 원리원칙에 충실하고 정중한 형사로, 서래의 말마따나 ‘현대인’ 치고 품위가 넘친다. 이러한 평가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유효한데, 후배 수완(고경표)은 다른 형사들과 다르게 끝까지 사건을 물고 늘어지는 해준을 존경해 부산으로 전근을 왔을 정도이다. 그가 불의 앞에서 늘 달려나갈 수 있었던 힘은 자신의 원칙에 있다. 그런데 이것이 무너진다.
사랑과 미련과 그 밖의 모든 것들
멜로 영화이니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을 먼저 해 보자. 두 사람은 언제 사랑에 빠졌을까? 영화는 답하지 않는다. <헤어질 결심>은 서래와 해준이 서로를 사랑하게 된 시점에 대해, 감독과 배우와 관객의 해석이 모두 다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해준의 말마따나 서로가 같은 부류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에 마음이 서서히 물들었던 것일 수도 있지만, 사소한 단서조차 놓치지 않는 형사 해준이 ‘중국인이라 한국어가 서툰’ 서래의 의도가 변질되지 않도록 더욱 애써 유심히 살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꾸만 시선을 주어야만 했던 정황 속에서 자연스레 자라난 것일 수도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은 한 걸음 뒤의 시선과 녹음을 통해 상대방에게 몇 박자씩 늦게 도착하곤 했으므로. 정확한 것은 없다. 늘 그렇지만,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서 분명한 것은 없으니. 어느 순간 돌이켜보니 사랑에 빠진 자신만 남는다는 그 단일한 결과만 제외한다면.
그런데 신기한 건, 둘 사이에서 주도권이 서래에게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계층의 최약자인 서래 말이다. 서래는 당장의 생존이 절실한 사람이었고, 덕택에 그는 사랑을 온전히 감각할 여유가 부족했다. 이는 서래보다 해준이 먼저 사랑을 자각한 계기가 됐다. 사랑 앞에서는 형사와 피의자라는 권력 관계가 순식간에 허물어진다. 기실, 형사인 해준은 본질적으로 사건이 발생한 후 뒤쫓아 가는 쪽이지, 먼저 사건을 일으키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그에겐 대단히 비겁한 측면도 있다. 아내 정안(이정현)에게 기도수 사건을 다르게 바꿔 전달하는 것처럼. 사실은 일찌감치 끝난 관계에 무의미한 인공호흡기만 달 뿐 해준은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 해파리처럼 모든 일을 밀어낼 줄 모른다. 그는 모든 것을 떠맡는다. 공평하게 모든 것을 신경쓰고자 한다는 건, 사실 그 무엇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걸 모른다는 듯.
해준이 이런 남자라는 사실은 서래에게 독이었을까, 약이었을까?
서래는 자신을 걱정하는 다정한 남자에게 묻는다. 자신은 왜 당신 같이 품위있는 남자를 만날 수 없을지에 대해. 답은 자명하다. 그에겐 양지바른 한국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미산은 그의 핏줄이 가진 땅이라는데 서래는 어떤 소유권도 주장할 수 없다. 정당성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서래는 고소공포증까지 있는 외국인이자, 저 자신의 고국에 돌아가면 무기징역수가 되는 젊은 여성이다. 전문직에 해당하는 간호사 자격증을 가졌음에도 하루하루 독거노인을 돌보는 불안정한 일을 할 수밖에 없고,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제 뜻을 명확히 전달할 길이 없다. 서래는 상황을 깨뜨리고자, 운명을 거스르고자 노력하나 도돌이표처럼 돌아온다. 남편에겐 가축취급을 당하는 트로피 와이프로, 거듭하여.
그러나, 두 사람은 사랑 앞에서 변화한다.
회피하던 해준은 행동한다. 서래가 부탁하지 않아도 요리하고, 중국어를 몰래 공부하고, 우산을 씌워주며, 무엇보다도 서래를 고스란히 눈에 담는다. 죽음보다도 더 끔찍하게 여기는 감옥생활을 각오할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홍산오 사건처럼, 해준은 서래 앞에서 몇 번이고 자신의 원칙을 깨뜨린다. 해준 자신이 죽음보다도 더 치욕적으로 여기는 행동을 반복한다. 그렇기에 내가 언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전했느냐고 따지는 해준의 말은 공허하다. 사건 수사를 위한 결정적 증거를 깊은 바다에 버리라는 말은 너무나도 명백한 고백이었으니까.
반면 해준을 만나기 위해 이포에 간 서래는 그와 헤어지겠다고 결심한다. 부산에서처럼 사건의 주동자가 되지 않고 한 발짝 뒤에서 해준을 바라본다. 언젠가 그에게 닿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스마트 워치에 자신의 말을 녹음한다. 그런데 서래는 먼 발치에서 깨닫는다. 자신이 사랑한 남자가 원칙을 잃어 더 이상 올곧게 달려나갈 수 없다는 것을. 결국 서래는 해준과 같은 방식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말을 녹음할 수 없는 환경에서 중국어로 말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아무도 찾을 수 없도록 한다. 모든 사건을 품고 있는 스스로를 깊은 물 아래에 묻음으로써 사건을 무마한다. 서래는 그 누구보다도 세상의 우스꽝스러운 단면을 아는 사람이다. 어떤 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입증할 수 없다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과 같다는 것을 안다. 서래 그 자신이 살아있는 증거이기도 했다. 한국은 서래에게 외조부의 땅을 돌려주지 않았으며, 중국에서의 서래를 기억하지 못했고, 기도수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 않았나. 그렇기에 그는 거침없이 해변에 스스로를 가두는, 무자비한 선택을 한다.
서래의 선택으로 인해 해준이라는 인간에겐 그저 긴긴 미련만이 남는다.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말을 한 번도 한 적 없는 이 남자는 앞으로 영원히 서래를 헤아리며 살아야 한다. 서래와 헤어진 후 셈했던 402일. 그가 없어 편히 잠들지 못했던 402일은 이제 수도없이 많아질 것이다.
어지러이 얽힌 산과 바다
자, 이젠 시놉시스에서 눈을 돌려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상징을 이야기 해 보자. 영화에선 자연물인 산과 바다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을지로에서 태어났으면서 바다가 좋다고 하는 해준, 산을 가슴에 품고 바다를 건너온, 저가 돌보는 노인들에게 산해경을 읽어주는 서래. 두 사람에게 부여된 속성은 정안의 원전과 맞지 않는 힘이다.
서래와 해준 두 사람은 모두 산보다 바다를 선택하고, 공자의 말(智者樂水 仁者樂山)을 인용하며 스스로를 어진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데 공자의 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논어는 공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움직이고, 어진 사람은 고요하다." 그러하므로 더더욱, 나는 해준이 산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바다에 이끌리는 산이었고, 붕괴될지언정 침몰하지 않는 남자다.
다만 이러한 두 사람의 속성이 대단히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서래가 읽는 산해경 신화 속 이정표가 무의미하듯, 산과 바다의 경계는 영화 속에서 자주 흐려진다. 마치 산과 바다의 뿌리가 같기라도 한 것 마냥. 뚜렷한 상징으로 환원되는 장면은 차라리 해준의 집에서 서래가 샛노란 옷을 입고 있었던 씬과, 호미산에서 서래가 산에서 광원 자체가 된다는 점이지 않을까. 서래에게 해준의 존재가 잠시나마 구원이었듯, 해준의 삶에 있어 서래는 단 한 순간일지라도 분명한 빛이었다. 하지만 그런 서래가 바다에 잠긴다. 모래산이 무너지고, 바다의 깊은 구멍을 메운다. 서래의 소망은 충족되었다. 그는 해준의 미결 사건이 된다. 해준은 이제 떠오르는 태양 없는 바다, 안개만이 자욱한 해변을 영원히 걸어야 한다. 헤매는 자는 목소리를 높여 운다. 하지만 잃어버린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붕괴 이전으로의 회귀는 불가능하다. 어쩌면 서래가 바랐던 것은 이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벽에 내 사진 붙여놓고, 잠도 못 자고 오로지 내 생각만 해요, 영원히 결핍된 상태로 살아줘요, 당신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조각이 언제나 나이길 바라요.
서래와 해준의 관계에만 집중하여 후기를 적었지만, <헤어질 결심>엔 현대 한국인이기에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나는 이 영화가 오로지 2022년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현재성'이라는 시간적 속성이 어쩔 수 없이 희미해지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내가 이 영화를 개봉한 해에, 이 나라에서 감상할 수 있었음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이토록 끊임없이 지각하고, 미끄러지고, 실패하는 사랑을 매끄럽게 스크린에 담아낸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획득하기 전 상실되는 사랑이란 파란색도, 초록색도 아닌 푸른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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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만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중함에 대한 시간의 역설이 멜로와 가족애를 모두 잡았다.
<러브레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돌아보면 꽤 많은 일본 영화를 봤었는데, 그중 단연 많이 보는 장르라면 멜로나 가족 장르가 되겠다. 특히 국적을 불문하고 2010년 이후 작품들보다 2000년대 초중반에 나온 작품들이 유난히 마음에 드는데, 특유의 투박한 감성과 어딘지 낡아 보이는 장면들이 가장 마음에 드는 매력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포인트가 많다. 국내에서 리메이크된 작품이기도 하고, 포스터 자체가 워낙 눈에 익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왠진 한 번 봤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동안 꽤 많은 영화를 봤지만, 리뷰를 쓸 만큼 마음에 드는 작품은 찾질 못했다. 와중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만나게 됐고, 새벽녘에 맥주 한 캔과 함께 조용히 빠져들었다. 몇 번이나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속에 꽤 깊은 공허함과 동시에 따뜻함이 남는 매력 있는 영화였다.
일본 영화가 가진 청록색의 청량함은 유난히 푸르게 느껴진다. 주위 배경과 이질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게 신기할 다름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오프닝은 영화의 배경을 알리듯 가볍게 끊는다. 청량한 배경과 긴 여백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의미심장한 장면을 던짐으로써 관객에게 호기심을 끌어낸다. 대부분의 일본 영화들이 그러던데, 특유의 클리셰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시놉시스와 다르게 꽤나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분위기는 산뜻하게 이끌어간다. 마치 '불행한 일 같은 건 있지만, 괜찮아!'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진중한 현실의 사건을 가볍게 풀어낸다는 점에서부터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게만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다.
'남편과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난 아이오 미오(다케우치 유코 분), 어느 날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고 돌아오게 된다' 소재 자체만 두고 보았을 때는 사실 치트키에 가까운 수준이다.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는 주제임과 동시에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조금 보태 이런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재미없게 만들 수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다. 앞서 말했듯 꽤나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 가벼운 도입부를 가지고 있는데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 이별했다는 사실을 전제로 두고 시작하기 때문에 알게 모를 밀당이 영화 전반적으로 흐른다. 관객에 마음을 아릿하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하다가도 동시에 허탈하게 웃을 수 있도록 놓아주기도 한다. 동시에 비의 계절이 되면 돌아오는 엄마라는 사실 자체가 연출적으로 낭만적이다. 비의 계절, 그러니까 계절 상 장마가 끝나버리면 떠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관객에게 인지시킨다. 때문에, 관객은 결말로 달려가면서 끝까지 오묘한 긴장감을 놓칠 수가 없다.
새까맣게 태운 빵과 풋내기 부자, 귀여운 음악, 배우 특유의 말투, 쉬어가는 듯 보여주는 여백의 장면들까지 이러한 조합들이 의외의 밸런스를 유지한다. 지나치게 무겁게 만들지 않고 영화 내내 적당한 균형감을 유지해준다. 영화 전체적인 소재를 잊게 만들 만큼 연출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꽤나 쓸쓸해 보일 법한 연출도 여러 번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때문에 관객은 슬쩍 웃음 짓다가도 눈밑이 천천히 시큰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마, 누군가의 빈자리라는 점을 현실에 빗대어 연출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도 빈자리가 영원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상기해주고 싶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연출가의 밀당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영화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연출이나 대사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초반에 비의 계절을 바라보는 부자와 동시에 우연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비디오 테이프의 미오의 장면은 연출가의 섬세함이 극대화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함께하는 것 같지만, 함께 있는 것이 아닌 묵직하면서도 서글픈 연출이 마음을 여러 번 울린다. 이처럼, 관객의 감정을 끌어당기기 위해 여러 도구들을 동시에 사용하는데 방금처럼 장면 연출 외에도 대사, 주인공의 모습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을 영화로 불러일으킨다. 관객은 여러 번 영화 속으로 들어가 여러 주인공들을 교차해가며 동기화되어가는 감정을 느낀다. 다른 영화들보다, 이 영화에 유난히 눈물을 많이 흘렸던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을 것 같다. 너무 동요하지도 않는 적당한 감정선이 우리에겐 더 애틋하게 느껴져서가 아닐까.
모든 것이 우연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개연성이나 접점을 찾아보기에는 어려운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뻔할지도 모르는 결말을 향해서 달려간다는 점에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헌신과 순수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이해가지 않을 수도 있으며, 개성 없는 캐릭터성과 상투적인 흐름에 흥미를 잃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나, 이 모든 것을 뒤집을 만큼 감성적인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신파극 감싸주기'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메시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이 영화가 다르게 보이지도 않을까 싶다. 영화는 무작정 관객을 붙잡고 '어서 울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화는 생각보다 관객에게 사건의 흐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기승전결의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지루할 수 있겠지만 영화의 스토리가 되어줘야 하는 일련의 과정조차 지루하다고 느낀다면, 볼만한 영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일련의 과정들을 따라가면서 재미있다고 느꼈던 점은 스토리의 순서가 생각보다 이래저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교차적이라는 점이었다. 현재에서 과거를 떠올려, 다시 과거로 회상되어가는 연출은 뭐랄까 남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는 기분이랄까. 둘의 첫 만남부터, 연애를 하게 된 시점과 행복했던 기억까지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스토리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푹 빠져들게 된다. 문득, 첫사랑이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지점들이 많았었다. 이러한 연출의 허점은 스토리에만 너무 집중하다 보니 교차점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려 관객에게 혼란의 불편함을 심어주는 실수들이 있는데,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겪어보지 못했다. 아마, 인물이 인물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3자의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친숙하게 느껴져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당신 물건이 그대로 있어'라는 대사가 나온다. 대사를 통해 영화는 이별에 대해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물건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 사람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된다. 이별이 되었든 사별이 되었든 흔적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과거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마지막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른다. 떠나야 하는 때를 알고, 슬픔에 잠기기보다 떠난 후의 삶을 대비하기 위해 애쓰는 미오의 모습은 모든 것을 그대로 남겨둔 아이오 타쿠미(나카무라 시도)와의 모습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하나, 마지막에 서로의 각별한 추억을 떠올려 똑같은 행동으로 마지막을 보내는 모습에서 이별에 대하는 방식은 반대였지만 그 마음만큼은 같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돌아온 아내와 유난 떨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억을 잃었다는 설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유난 떨지 않아서 더욱 진정성이 느껴지는 연출이었다. 돌아온 아내와 밥을 해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행복해 보였지만 동시에, 그만큼 이별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걸 느끼게 만드는 슬픈 장면이기도 했다.
영화 전체적으로 메시지가 굉장히 잘 드러나는 편인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지금'에 대해서 수없이 강조한다. 지나간 시간에 후회되고, 다가올 미래가 두렵더라도 지금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하기를 이야기한다. 스토리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을 통해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로 현재 소중한 것들에 대한 것들을 강조하는 셈이다. 기억을 잃은 아내를 설정함으로써 다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는 것으로 과거를 그리워하기만 하는 주인공과는 정반대인 면도 메시지 그 자체와 닮아있다. 영화에서야 이별의 기한을 재설정함으로써 주인공의 삶을 대입해 볼 수 있겠지만, 우리에게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거리가 있지 않으니까 지금을 온 마음을 다하길. 인형을 거꾸로 매달아놓음으로써 지금의 시간을 조금 더 늦추고 싶은 아이 아이오 유우지(다케이 아카시 분)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현실에서 흘러가는 삶도 중요한 남편 아이오 타쿠미의 삶을 모두 가지고 있는 당신, 당신에게 주어진 지금을 살고 흘러간 시간에 대해 후회하기보다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벽녘에 맥주와 함께 봤던 걸 후회할 정도로 먹먹한 영화였다. 꽤나 당황스러운 전개, 아이러니한 결말을 가지고 있지만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멋대로 단정 짓고 싶다. 소재에 관련해서 소위 말하는 치트키에 가깝지만, 영화가 2005년작임을 생각해본다면 치트키의 시초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결말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할 얘기는 아니지만, 해피엔딩은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 정도로 괜찮았고, 마음이 크게 가는 영화였다. 일본 영화들은 본 이후로도 마음속에 꽤 오래 남기 때문에 한 번 보고 나면 다음 영화까지 보는데 꽤 긴 기한이 필요한 편이다. 그럼에도 보고 싶어 지는 이유는 이런 작품들을 꾸준히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가슴 먹먹한, 너무나 아름다운, 그냥 괜히 따듯해지는 기분이 드는, 첫사랑이 문득 떠오르는 ... 많은 수식어가 떠오르는 영화였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행복을 주었던 故다케우치 유코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 출처 : <いま、会いにゆきます>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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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용주의 스승과 이상주의 제자의 이야기
삶은 배움의 연속이다. 유치원을 시작으로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가서는 초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폭넓은 지식을 습득해 나간다. 그렇게 알게 되는 지식은 개인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준다. 다양한 종류의 책과 이론들을 배워나가면서 사람마다 흥미를 가지게 되는 것은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배워 나간다는 것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의 선택지를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던 조금씩 앞으로 나가다 보면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를 어느 순간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알게 되는 순간에 또다시 향후의 방향성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놓인다. 그래서 무언가를 평생 배워나간다는 것은 자신의 선택지를 계속 늘려가는 것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배움의 한가운데에서 누구나 인생의 스승을 하나쯤은 만난다. 그것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물이나 동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스승과 깊은 관계를 맺기도 하고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그것을 관찰하면서 무언가를 배우기도 한다. 그렇게 스승을 삼을 무언가를 만난다는 것은 지금까지 배워왔던 그 배움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과정이라고 할 수 있고 또 새로운 시각을 알 수 있게 되는 기회가 된다. 만약 그 스승 또한 사람이라면 스승도 제자를 만나 다른 시각을 보게 된다. 제자가 가진 새로운 관점의 질문들과 패기, 열정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그것에도 무언가 다른 것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스승과 제자는 서로 한 뱡향으로 배움을 전달한다기보다 서로 상호 작용하며 각자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가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자산어보>는 흑산도 유배지에서 생활하는 정약전(설경구)과 흑산도에서 물고기로 생계를 이어가는 창대(변요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약전은 그의 동생인 정약종, 정약용(류승용)과 함께 그 당시 실학과 같이 들어왔던 천주교의 교인이 되었는데 이후 정조의 뒤를 이어 순조가 왕위에 올랐을 때 시작된 신유박해로 인해 흑산도로 유배를 가게 된다. 반면 창대는 흑산도에서 나고 자란 인물로 틈틈이 혼자 여러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탐구하는 청년이다. 그는 배움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점점 난이도 높은 책을 읽음으로써 향후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길 원하는 인물이다. 영화 초반 이 두 인물은 서로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데 정약전에게 창대는 그저 섬에서 일하는 젊은이로, 창대에게 정약전은 조정에 반하고 성리학을 욕보인 죄인으로만 보인다.
영화 속 정약전과 창대의 만남은 실용주의자와 이상주의자의 만남같이 보이기도 한다. 유배 전까지 다양한 정치활동을 해왔던 정약전은 이미 성리학의 이상적인 길을 가려고 노력한 여러 가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여러 가지 정치적 경험을 한 이후, 그가 흑산도에서 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적이고 학문적인 탐구보다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이나 활동에 관심을 더 기울인다. 그래서 그는 다른 곳으로 유배 갔던 정약용이 올바른 정치에 대한 글을 무수히 써나갈 때, 좀 더 실용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에 대한 글을 썼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다 생물들에 대해 정리한 자산어보(玆山魚譜)다. 그는 성리학만이 진리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반면 창대는 글을 읽고 배우면서 성리학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의 길을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창대는 책과는 다르게 하찮게 보이는 백성을 위한 서적을 만드는 것처럼 다른 접근을 하는 정약전이 못마땅하다. 성리학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 생각하는 창대에게 정약전은 그저 잘못된 길을 가는 정치인으로 보일 뿐이다.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을 이어주는 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배움에 대한 열망이다. 정약전은 다양한 바다 생물들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그것에 대한 책을 써 널리 알리고자 한다. 그 작업을 하는 데에는 창대가 가진 바다 생물에 대한 지식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창대는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어려운 책에 대해 배우고자 한다. 이렇게 어려운 책을 읽는 데에는 그것을 쉽고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에겐 박학다식하고 경험이 많은 정약전의 지식이 필요하다. 그 지식에 대한 배움은 자신의 학문을 발전시키고 성리학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는 생각과는 다르게 조금씩 가까워지게 된다. 이들이 가진 배움의 열망은 그들이 상대방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의 색안경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에게 보이는 지식과 인간적인 면들을 온전히 바라보게 만든다.
창대는 정약전에게 여러 책에 대해 배워 나가며 자신 만의 지식을 쌓아간다. 그러면서 그는 성리학에서 내세우는 것을 바탕으로 좋은 정치를 실제로 행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영화 속에서 창대는 양반인 아버지(김의성)의 혼외 자식이다. 하위 계층인 그에겐 관직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과거 시험 조차 볼 수가 없어 계속 공부를 해나가서 자신의 배움을 아버지가 알게 되면 시험의 기회가 주어져 관직에의 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런 마음을 가진 창대가 보기에 그저 앉아서 쓸데없어 보이는 책을 쓰고 있는 정약전이 답답하기만 하다. 반대로 창대를 바라보는 정약전의 마음엔 성리학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그런 정약전의 노력은 빛을 발하지 못한다.
스승은 제자에게 다양한 지식을 알려주지만 그것을 활용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결국 제자의 몫이다. 그것에 대해 스승이 어떤 의견과 방향을 말할 수는 있겠지만 제자는 그 의견을 모두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 정약전의 지식과 혜안에 감탄하며 책을 배우던 창대는 스승으로 삼은 정약전의 총명함에 완전히 빠져든다. 하지만 한참을 그에게 책을 배운 이후 그가 선택한 삶은 스승 정약전이 원하던 방향은 아니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 둘은 서로 아주 먼 관계였다가 조금씩 가까워져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가, 이내 결국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영화 속에는 크게 위기상황이 있지는 않지만 이 스승과 제자가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는 그 상황 자체가 두 사람에게 닥쳐오는 가장 큰 위기이자 또 다른 배움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보는 관객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영화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유배시절 쓴 자산어보의 서문에 적힌 내용을 바탕으로 상상을 가미해 구성한 영화다. 서문에 등장하는 창대는 물고기에 대하여 박학다식하다고 적혀있고 자산어보를 완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 둘이 실제로 스승과 제자 관계였는지 그리고 각자 어떤 길을 가게 되었는지는 상상의 영역이다. 흑백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흑산도(黑山島)의 모습을 아주 정갈하고 깨끗하게 담는다. 마치 그 당시의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영화에는 흑과 백으로 구성되어 빛바랜 앨범을 꺼내어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흑백으로 촬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비추는 흑산도 주변의 모습이나 고기를 손질하는 모습을 비추는 카메라는 생동감과 에너지가 넘친다.
자산어보가 흑산어보가 아닌 이유는 창대라는 인물의 의견이 영향을 주었다고 실제 자산어보의 서문에 적혀있다. 흑(黑)은 검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지만 어둡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검다는 뜻을 가지면서 부정적 의미가 없는 또 다른 글자인 자(玆)를 가져와 자산어보라는 이름으로 책을 완성하였다. 이렇게 책의 제목까지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을 보면 정약전이라는 인물은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일 줄 아는 학자였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 전반에 걸쳐 보이는 정약전의 모습은 일반인들의 삶과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들 또한 왕이나 관직에 있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이런 생각을 가진 정약전이 만인이 평등하고 모두가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정약전이 최하층 계급인 창대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 최대한 그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의 됨됨이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정약전의 열린 생각은 가거댁(이정은)과의 관계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가거댁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의 수발을 드는 가거댁을 최대한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양반이지만 집의 청소를 하려고 한다거나 최대한 빚을 지지 않으려고 돈을 건네는 등의 행위가 그것이다. 또한 관련하여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가거댁과 창대가 이야기하는 장면인데, 그때 가거댁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씨만 중하고 밭은 귀한 줄 모른다”. 실제 농사에서 좋은 씨앗 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던 중 가거댁이 한 말이다. 여기에는 그 당시 아이를 낳는 여자는 홀대받고 씨를 뿌리는 남자들만 대우를 받는 그 시대 상을 비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거댁의 말을 들은 정약전은 그에 대해 특별히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 당시 하찮게 취급받던 여인의 말에도 반발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그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영화적 설정일지라도 그런 정약전의 열린 모습은 보는 관객들을 감동시킨다.
영화 <자산어보>는 정약전과 창대, 즉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로 보인다. 스승은 제자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가르쳐주고, 제자가 품고 있는 이상향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그가 제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준 것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있다. 이번이 첫 사극 연기인 설경구는 열린 생각을 가진 정약용처럼 보이고, 변요한은 그가 가진 퉁명스럽지만 총명한 이미지로 청년 창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영화의 이야기에 허구가 다수 섞여있다 할지라도 이 영화가 담은 내용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감정과 지식을 담고 있다.
영화는 정약전과 가까웠던 정약용이 서로 주고받았던 시를 배우의 목소리를 빌어 들려주는데, 그 목소리를 듣는 동안 관객들에게 그 시의 한자를 그대로 화면에 보여준다. 그 한자로 된 시의 구절들을 실제로 모든 관객이 이해하며 읽지는 못하겠지만 그렇게 화면으로 제시되는 한시는 실제로 감정을 담아 그 한시를 읽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것은 흑백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움 화면과 함께 하나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그런 한시와 어우러진 이 영화는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를 담은 수묵화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자산어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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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힘드시다구요? 나보다 더할까ㅠㅠ[영화리뷰/결말포함]
#매즈미켈슨#조난영화#영화추천
이 영화는 조난 영화이며 '매즈 미켈슨'의 주연의 영화입니다. 전성기를 맞은 중년 배우 '매즈 미켈슨'의 내면 연기가 100만 점인 영화입니다
이 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시청하시기 바랍니다구독?부탁드려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영화'아틱'
네이버별점 8.91#무비워크#영화추천#영화#재미있는영화#영화리뷰#최신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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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해적 : 도깨비 깃발> 30초 예고편
자칭 고려 제일검인 의적단 두목 '무치'와 바다를 평정한 해적선의 주인 '해랑'. 한 배에 운명을 함께하게 된 이들이지만 산과 바다,
태생부터 상극으로 사사건건 부딪히며 바람 잘 날 없는 항해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왜구선을 소탕하던 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의 보물이 어딘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해적 인생에 다시없을 최대 규모의 보물을 찾아 위험천만한 모험에 나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라진 보물을 노리는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으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역적 ‘부흥수’(권상우) 또한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드는데...!
해적과 의적, 그리고 역적
사라진 보물! 찾는 자가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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