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롬2021-04-11 14:53:45
외로움이 곧 공포
<나는 전설이다> ⭐⭐⭐
원래 짧게 보다가 잠을 청할 생각으로 볼 영화였지만, 다 보고 부족한 잠을 자게 만든 영화 <나는 전설이다>다. 등장인물도 적고, 깔끔한 배경 설명으로 단순하게 느껴지는 스토리 덕분에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이 홀로 도시에서 지내며 가진 고독감과 외로움을 보여주며 살아남기 위한 절실함과 처절함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확장판도 있다고 하니 다음에 꼭 봐야겠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는 전설이다> 네이버 스틸컷
고독
네빌(윌 스미스)은 뉴욕에서 유일한 면역자로 공기 중으로 감염되는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혼자 뉴욕 도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로서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말동무, 셰퍼드 '샘'과 함께 뉴욕에서 생존자들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는 그의 고독함과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익스트림 롱샷으로 거대한 뉴욕 건물들 사이로 혼자 서 있는 네빌의 모습을 비춘다든지 자신이 자주 가는 상가에 외롭지 않도록 마네킹을 세워두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은 그가 가진 외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또한, 사슴을 잡기 위해 나선 그 앞에 사자 가족을 보이게 함으로써 동물들도 가족들과 함께 있으나 인간인 네빌만이 혼자라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비교하여 표현한다.
나비
영화에서 나비는 꽤 자주 등장한다. 영화에서 도시를 조사하는 과정 중 벽에 부착된 포스터 그림과 샘 곁에 맴도는 나비, 플래시백(flash back)으로 알려주는 과거 회상에서 네빌의 아들 말리(윌로우 스미스)가 손으로 나비 모양을 표현하며 나비를 언급하는 대사, 후반부에 안나 목에 있는 나비 문신, 대장으로 추측되는 좀비가 유리를 부시는 장면에서 갈라지는 유리 금이 나비 모양이기도 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나비가 등장하는 것일까. 나비는 밤에 활동하지 않는다. <나는 전설이다> 속 좀비와 다른 점이다. 그리고 주로 나비는 화려한 무늬 패턴과 날아다니는 곤충이기에 희망과 평화와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는 곤충이다. 따라서, 영화 속 나비의 상징을 통해 네빌이 활약하는 희생정신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희생이요 평화를 위한 투쟁이라고 볼 수 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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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전한 버전의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모두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을 발현시켜 세상을 구하는데 힘을 쓴다.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혼란을 겪게 된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을 견뎌야 하고, 자신의 능력이 정확히 어디까지이고 어떤 것까지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혹시나 그것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능력 때문에 가까운 사람이 다치거나 떠날 수 있다는 두려움도 같이 느낀다.
어쩌면 이런 영웅의 서사는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찾은 사람은 그 사람대로 자신의 능력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찾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찾지 못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이런 고민과 불안감을 통해 각자는 자신들이 있어야 할 위치를 어느 정도는 찾게 되고 그 안에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런 개개인의 능력이 발휘된다는 것은 세상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 자신이 각자의 위치에서 작은 영웅이 되어 어느 정도는 세상의 성장과 안정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DC나 마블 코믹스에서 만들어가는 영웅 이야기는 선이 악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기본이 되지만 그 안에는 각 캐릭터들의 고민과 방황이 담겨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저 악당을 이기는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같이 그리는 경우가 많다. 마블의 경우는 개개인의 서사를 먼저 독립적인 영화로 만들어 간 후에 여러 영웅을 같이 등장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를 해나갔다면 DC는 개별 캐릭터의 서사를 먼저 보여주지 않고 바로 같이 등장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2017년에 개봉했던 <저스티스 리그>는 어찌 보면 너무 갑작스럽게 많은 영웅을 등장시켜 관객들에게 감정을 몰입할 시간을 주지 않는 영화였다.
기존 코믹스의 팬이 아니라면 슈퍼맨(헨리 카빌)과 배트맨(벤 애플렉)을 제외하면 다른 캐릭터의 특성과 그들의 고민, 그리고 그들이 가진 능력을 모두 한꺼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영화의 전개가 급작스러운 느낌이 있었고 원더우먼(갤 가돗), 플래시(에즈라 밀러), 사이보그(레이 피셔), 아쿠아 맨(제이슨 모모아) 캐릭터의 행동과 특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게다가 감독 잭 스나이더가 딸의 사망으로 갑자기 하차하게 되면서 조스 웨던 감독이 마무리했는데,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가 개봉되고 말았다.
이번에 잭 스나이더가 전권을 받아 다시 구성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각 캐릭터의 서사가 일부 보강되었다. 특히 플래시의 가족사와 그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추가되었고, 사이보그에 대한 서사와 그의 고민도 포함되었다. 4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그렇게 캐릭터의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이전 버전에 비해 좀 더 감정적인 동요를 끌어낸다. 또한 스나이더가 가진 특유의 슬로모션 액션이나 좀 더 디테일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묘사를 통해 보는 관객에게 보는 재미도 확실히 느끼게 한다. 영화의 분위기도 더 어둡고 진중하게 구성되어 어정쩡한 유머도 많이 줄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영웅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영웅들의 특별한 능력이 발휘되는 액션 장면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고민과 성장담을 보면서 결국 같은 세상의 존재라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허황되게 보이는 영웅의 이야기 속에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이야기가 포함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스나이더 감독 버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사이보그에 관한 것이다. 그는 한때 잘 나가는 미식축구 유망주였지만 차량 사고로 중상을 입는다. 그때 마침 외계 물체에 대한 연구를 하던 과학자 아버지의 노력으로 로봇의 몸을 다시 삶을 얻게 된다. 그는 그 자신을 보며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아버지를 원망한다.
자신을 괴물이라고 생각하며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사이보그의 서사는 지금의 성장기의 청소년이나 사고를 겪고 후유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받을 만하다. 영화에서 사이보그가 마음을 고쳐먹는 과정 자체는 조금 두리뭉실 하지만 그의 마음 가짐 변화나 그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보면서 그를 응원하는 마음은 생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비하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실제 모습을 감추고 세상 밖에서도 최대한 조심하며 자신의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사이보그 캐릭터의 변화를 본다면 그가 당당히 자신의 몸을 드러낼 때 응원하는 마음이 들게 된다.
영화 속 플래시의 캐릭터에도 이런 서사가 일부 보강되었다. 어머니의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인 아버지를 면회하는 플래시의 모습 그리고 현실에서 그가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얻으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아버지 앞에서의 모습과 대조된다. 아버지 앞에서는 긍정적으로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실수를 연발하고 허풍을 쏟아낸다. 어쩌면 그의 속사포 같은 말투와 유머는 자신의 어두움을 가리려고 하는 노력일 것이다. 영화 속에서 유머를 내뱉는 캐릭터는 플래시뿐이다. 이전 버전에서는 그 모습이 잘 조화되지 않고 이상하게 보였지만 이번 스나이더 버전에서는 그의 유머가 그런대로 심각한 분위기 안에 잘 녹아들었다. 그의 유머로 관객을 웃기려는 의도보다는 그의 캐릭터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맨과 배트맨은 대표적인 영웅 캐릭터이고 해당 그룹의 리더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의 서사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실 특별히 달라진 부분은 없다. 단 배트맨의 경우, 이전 버전에 비해서 좀 더 리더로서의 품격은 더 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영화 속 그가 마음 깊이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대상인 슈퍼맨에 대한 감정은 전작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2016)에서 보아왔던 것처럼 질투심과 더 강력한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심에 기원한다. 이제 나이가 들고 힘이 떨어진 배트맨은 일반적인 중년들이 느낄만한 그 감정을 이겨내려 애쓰고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저스티스 리그 팀을 구성하는데 힘을 더 쏟았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슈퍼맨의 힘은 너무 강력하다. 그래서 이 시리즈 안에서 그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 안에서도 그는 세상을 구할 마지막 존재로 묘사된다. 그래서 이전 버전에서 그가 등장했을 때, 클라이맥스의 긴장감은 급격히 사라지고 상황이 급 마무리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영화 자체가 시시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스나이더 감독 버전은 후반 클라이맥스 전투를 일부 보강하여 다른 구성을 보여준다. 플래시의 역할을 좀 달리 하면서 슈퍼맨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고 좀 더 팀업에 가까운 형태로 빌런을 물리치는 구성을 보인다. 그래서 끝까지 영화의 긴장감이 유지된다. 스나이더 감독의 연출에 들어가는 특유의 타격감과 슬로 모션이 보강되며 마지막 액션 장면이 클라이맥스다워졌다.
빌런 스테픈 울프의 서사도 보강되었다. 그가 왜 마더 박스를 얻으려고 하는지 목적이 보다 뚜렷해지고, 그의 과거사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었고, 외모적으로 은색의 비늘 같이 보이는 것들을 추가함으로써 좀 더 강력하고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도록 디자인을 바꾸었다. 이전 버전이 컴퓨터 CG라는 느낌이 강했고 비이성적인 캐릭터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스나이더 감독 버전에서는 좀 더 자연스럽고 자신의 행동의 이유를 보여주는 빌런으로 바뀌었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의 화면비는 일반 극장 비율에 비해 양 옆에 잘려있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습이다. 좀 더 많은 장면을 살려 구성하기 위함이었는데,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고 OTT나 VOD 서비스만으로 만 제공하게 한 것이 화면 비율의 문제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정키 XL이 음악 감독을 맡아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음악에 이어지는 음악들을 구성했는데 이 부분도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데 좋은 영향을 주었다.
누군가는 굳이 개봉이 이미 완료된 영화를 다시 구성하여 감독판을 내는 것이 필요하냐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전 버전에 비해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매우 뛰어난 완성도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단지 영화의 전반적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이 원하는 분위기로 바꾸었고, 스나이더 감독이 가지고 있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보강했을 뿐이다. 그리고 영화 전체 액션 장면의 스타일도 본인 고유의 스타일로 바꾸었다. 그래서 이전 버전에 비해서 좀 더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로 보인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구성하고 싶어 한다. 2017년에 스나이더 감독이 마무리하지 못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다시 세상에 보여줄 기회가 있다는 것은 감독에게도 그리고 관객에게도 좋은 것이다. 이전 버전이 누가 만든 지 알 수 없게 구성된 혼종 영화였다면 이번 감독판은 스나이더 감독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오리지널 작품이다. 그러니까 관객들은 감독이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온전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4시간의 러닝 타임이 보는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마지막 파트인 에필로그의 내용은 조금 줄여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개봉과 흥행이라는 압박을 어느 정도 덜고 만든 이 새로운 버전은 아주 특별하지는 않지만 꽤 많은 관객들이 좋아하는 버전으로 남을 것 같다. 영화는 후속 편을 기약하며 끝나지만 새로운 시리즈가 이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잭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리뷰>
https://youtu.be/7g8vNBl7b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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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그댈 속일지라도
*스포일러 있음*
포스터부터 오리엔탈리즘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배경, 설정, BGM, 전개와 결말까지... 굉장히 '동양'스럽다. 뻔하디 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환상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디즈니답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어떤 애니메이션이든지 동양의 가족으로 넘어오면 무조건 희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간다. 라야의 아버지인 벤자 족장은 딸을 살리는 대신 자신을 희생하고, 시수의 남매들은 시수를 대신해 희생하고, 나마리는 어머니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순응한다. 부모든 자식이든 형제든 어느 한 쪽은 희생하는 캐릭터가 존재한다.
같은 '가족'을 다루더라도 [엔칸토]나 [코코]에서는 그들의 단합과 화합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개개인의 역량과 감정 때문에 갈등이 생기지만, 그래도 우린 가족이라는 식이다. 가족단위를 개인의 집합으로 보느냐, 공동체의 일환으로 보느냐, 등등의 차이는 물론 있겠지만 '이제는 이런 틀을 깰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이게 별것 아닌 듯해도, 은근히 이야기를 만들 때 제약을 가하게 되고 그러면 이야기에 점점 차별성이 사라지게 된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배경이 현대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려 해도, 뿌리 깊게 박힌 인식들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어린 소녀가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성장해서 세상을 구한다는 도입부 역시 그다지 특색 있는 편은 아니다. 판타지 액션 소년만화에서 흔히 봐왔던 설정이다.
솔직히 나는 이런 계기가 좀 싫다. 어린아이가 자신의 순수한 의지나 목표 때문이 아닌, 책임감이나 의무감 때문에 움직이게 된다는 것 자체가 괴롭다. '네가 마지막 희망이야!'라는 식의 무거운 짐을 아이에게 짊어지게 하는 것 자체가 싫달까...
그럼에도 한 가지 좋았던 점을 뽑아보라고 한다면 라야의 아군이 뻔한 듯, 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일 경우에는 함께하는 '파트너'를 지정할 뿐, '팀'을 만들지는 않는다. [겨울왕국], [주토피아], [모아나], [라푼젤]... '팀'을 구성해서 함께 모험을 떠난다는 것은 보통 소년만화의 주된 흐름이다. 마법 소녀 물에는 팀을 꾸리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보통 모험을 한다기보단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사건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편이다.
그러나 라야는 다섯 대륙의 사람들을 모두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데 성공했고, 그들은 서로를 믿고 힘을 모아 화합하기에 이른다.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힘을 합친다는 전개는 뻔하지만, 여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모였다는 것만은 굉장히 신선한 듯하다. 내가 다른 영화에서 그런 걸 못 찾았을 수도 있고.
안 좋은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 같지만 사실 보는 내내 재미는 있었다. 영상미도 있었고, 오히려 뻔한 스토리라서 부담없이 봤다고 해야할까? 기억에 남는 명작이라고 할 순 없어도, 볼만한 영화인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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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말란이 다시 인류에게 보내는 서늘한 경고
가족 여행
신난다! 가족 여행이야! 언제 어디를 가든 여행은 늘 설레다. 귀여운 꼬마 웬. 한적한 별장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말에 즐거운 기분이다. 노래 볼륨 크게 키우고 이동하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을 이동하는 세 사람. 여행지에 도착했다. 짐을 꺼내고 어디서 뭘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복잡한 고민은 어른 둘이서 해도 큰 문제는 없잖아? 팔랑팔랑 뛰어 어딘가로 향하는 웬. 별건 아니다. 별장 앞에 어떤 풀숲이다. 혼자 놀고 있는데 떡대 큰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안녕!” “안녕하세요!”
성격은 좋아 보인다. 처음 보는 아저씨와 대화하는 웬. 서로 이름을 말한다. 저는 웬이에요. 난 레너드야. 사람 없는 한적한 동네였기 때문에 웬의 입장에서 이 손님이 낯설다. 왜 여기에 오셨어요? “사실 인류를 구해야 할 과제가 있거든” 갑자기 차분한 전원일기에서 sf로 장르가 바뀌고 있다. 뭔 소리지? 웬이 레너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난 너희 가족을 만나러 왔어. 너희 가족은 이제 숭고한 결정을 해야 하거든.” 느낌이 안 좋다. 어린 나이지만 이 사람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런 느낌이 현실로 이뤄지듯 웬의 시야에서 어떤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사람들은 무기를 갖고 있다. 설마? 이거 우리 가족을 해치려고 오는 건가? 쿵쿵 다가오는 사람들의 발소리를 듣자마자 웬은 달린다. “아빠! 아빠!” 그런 웬을 보는 레너드. 레너드의 속셈은 간단했다. “웬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을 죽여 인류를 살려야 한다”라는 것이다.
믿지 못하는 이유
영화에서 핵심으로 작동하는 문장은 예고에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내 가족을 희생시킬 것인가, 인류를 구할 것이다”다. 이 질문은 굉장히 자극적이다. 만약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묻는다면 답이 쉬울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공리주의에서 타고 내려오는 인류의 고전적 떡밥이 영화에서 구현된 셈이다. 영화는 이 딜레마를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어떻게? '불신'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적으로 내세웠다. 왜 불신하게 됐을까? 영화에서 배경이 되는 가장 기본적인 세팅이 있다. 이게 시놉시스에서 구체적으로 언급이 되어 있지 않아서 뭐라고 쓸 수는 없다. 대략적으로 써보자면, 이 웬 가족은 약간 특별한 가족이다. 가족 구성원이 살짝 다른 것이다. 이 다르다는 특성은 영화에서 핵심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인과관계를 갖는다.
바로 이 가족 구성원의 배치는 불신이라는 핵심으로 닿을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사회를 들여다보면, 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있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뭐 PC주의다 뭐다 해서 이 사람들을 인위적으로 뛰운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혐오 내지는 혐오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영화는 두 이야기(가족의 탄생, 레너드 일행과의 인질극)를 축으로 끌고 줄거리를 이끈다. 이 가족이 왜 세상에게 이럴 수밖에 없는가? 의 배경을, 또 두 가지 이야기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괜히 세상이 망해가는 이야기와 가족의 탄생을 병치시킨 것이 아니다.
이들이 소수자이기 때문에 갖고 있는 불신이라는 키워드는 영화에서 굉장히 흥미롭다. 영화에서 왜 딜레마가 일어날까? 상대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믿지 못하는 이유’에 따라 주인공(들)이 설정해 놓은 장치들이 있다. 뭐 동양인 딸을 입양했다던가, 차에 뭔가가 있다던가 하는 것들이 이야기에서 중요하게 작동한다. 이 장치들이 매 번 다르고, 왜 구비했는지도 사실감이 있게 제시했기 때문에 글쓴이는 영화가 흥미로웠다. ‘아, 감독이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이 도구들을 영화에 넣었구나’ 싶은 것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인류와 가족 중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불신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전개한다는 생각에 빨려 들어갔다.
현재 그리고 미래
영화에서 제시한 불신을 과거 그리고 현재에 어떻게 적용시키는가에 대해서도 흥미로웠다. 우선 영화의 현재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종말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종말을 어떻게 다루는가? 의 답은 간단하다. 주인공 일행이 이걸 믿지 않으면 그의 반작용으로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샤말란은 이 현재 세태에 대해서 '단순히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가 비극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라고 규정지었다. 이는 우리 현대 사회에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를 인과관계로 설정했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영화가 되지 않았다고 느낀다. 과연 이 영화에서 제시하는 재앙들이 어느 날 갑자기 뚝딱 일어났던 걸까? 아닐 것이다. 이미 레너드와 같은 사람들이 계층을 가릴 것 없이 경고했던 것이다. 또 이런 일들이 전부 다 별개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살짝 이루어져 있다. 물질론적 사회구성이론이 세상에 한 트럭인 것이 이 근거로 볼 수 있다. 영화는 이런 것들이 서로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항변하는 듯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이 역설을 중심으로, 좁은 공간을 설정한 후 강강강의 템포로 전개하는 영화의 서사가 강력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영화의 목표와 목적이 정해진 것이다.
이런 시대상을 반영하는 방식은 전작을 생각나게 한다. 바로 <올드>다. 이 <올드>와 <똑똑똑>이 세상을 구현하는 방식은 유사한 듯 보인다. 먼저 좁은 공간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어느 해안 <올드>, 한적한 별장 <똑똑똑>이 공간적인 비슷하다. 또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담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공리주의를 비판하는 <올드>, 경고와 불신을 소재로 담은 <똑똑똑>이 그렇다. 또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점에서 시간을 소재로 다룬 <올드>와 인과관계를 소재로 담은 <똑똑똑>이 유사하다. 물론 이 둘은 안 좋은 지점까지도 닮은 듯하다. 그러나 이 유사하다는 특징은 인간을 바라봤던 샤말란의 관점이 느껴진다는 점, 그러니까 감독이 샤말란을 어떻게 현재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절대 그냥 넘어갈만한 세팅은 아닌 듯하다.
좀 심했어
그러나 이렇게 사회비판적인 코드를 '샤말란스럽게' 잘 소화한 듯 하지만 이 영화의 불호 포인트는 명확할 듯싶다. 우선 첫 번째, 영화 템포가 너무 강강강의 템포를 가졌다는 점이다. 이 빠른 템포에 비해서 영화의 키워드가 주인공들의 특수한 세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어떤 분에게는 영화를 부정적으로 보기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전작 <올드>는 주인공들에게 병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여러 커플이 나오기 때문에 샤말란이 품고 있을 다층적인 관점을 품을 수 있다. 넓은 영화라고 보기는 좀 어렵기 때문에 이 영화의 이야기 방식이 지루하고 기가 빨린다고 느끼기 쉬울 것 같다. 또 주인공들의 선택(들)이 합리적이었는가? 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도 있다. 영화의 후반부에 박력이 갑자기 풀리기 때문이다.
또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동하는 몇 가지 반전이 있다. 그중 하나는 집단의 구성이다. 영화에서 거의 주인공격인 집단이 후반부즈음에 밝혀진다. 이 집단이 구성되는 이유가 샤말란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때려 박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를 제시하는 방식도 위에서 서술했던 '박력이 약해지는 이유'기도 했지만 글쓴이는 더 나아가 이 암시가 굳이 필요한지도 의문점이 있다. 영화에서 중요하게 작동하는 서스펜스 중 하나는 주인공들이 '일반인'이라는 점이다. 이 사람들은 전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금 일어나는 상황이 뭔지 감 잡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인물들이 벌이는 어떤 행동들이 더 잔혹하게 느껴진다. 이걸 이야기의 긴장감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 자체가 영화에서 충분히 하고 싶은 말을 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하는 방식과 내용까지 아쉬운 단점이 되는 것이다. 아니 초중반부까지 '이 사람들이 과연 어떤 인간인가'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 그러니까 일반인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상상하게 만들었던 힘으로 영화가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런데 이를 후반부에서 다 너무 설명하고 넘어가니까 주인공의 입장 빼고 영화가 무뎌졌을 것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또한 이 인물구성이 이루어진 계기를 생각해 보면 좀 살짝 작위적인 느낌이 있다. 이 사람들이 크고 작게 행동하는 근거들이 힘이 떨어진다. 게다가 네 명 중 한 사람의 가장 또렷한 히스토리는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기능적으로 끼워 맞췄다는 느낌이 좀 있다. 이는 후반부가 될수록 좀 이질감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레슬러
영화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캐스팅 둘이 있다. 바로 레너드 역을 맡은 데이브 바티스타와 레드먼드 역을 맡은 루퍼트 그린트다. 데이브 바티스타는 MCU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 출연하며 나름의 인지도를 높였다. 또 이를 바탕으로 작년 <나이브즈 아웃 : 글라스 어니언>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치를 잘 살리듯 바티스타는 영화를 끌고 가는 원 톱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이끈다. 영화에서 '안타까움'에 대한 감정적인 리액션이 좀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바티스타의 공이 크다. 그러나 후반부에 가면 갈수록 살짝 질리기는 한다. 뭐 관객 분들이 보는 데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또 '해리포터' 시리즈의 론 위즐리 역이었던 루퍼트 그린트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론 위즐리' 생각이 잘 안 났다. 그렇게 좋은 연기를 보여준 두 사람과는 다르게 주인공 둘은 연기가 많이 아쉽다. 한 인물은 감정연기를 하는데 거의 똑같은 표정으로 매번 같은 억양을 보여준다. 레너드 일행이 나올 때는 몰입되지만 주인공 가족이 나올 때 루즈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또 세 주인공 중 하나는 영화에서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는데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연기에 힘이 없었다. 이러다 보니 주인공들이 별로 기억에 안 남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 샤말란 영화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깜짝 카메오가 있다. 솔직히 좀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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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넷플릭스 공개예정 신작추천
2021년 7월 넷플릭스 신작영화!
넷플릭스 7월 볼만한 신작영화 추천5편!
킹덤: 아신전
런닝타임: 1시간 33분
7월23일 공개
장르: 호러, 스릴러
감독: 김성훈
출연: 전지현, 박병은, 김시아
비극과 배신이 삶을 덮치고 기이하고 불길한 뭔가를 발견한다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여인, 오직 복수를 꿈꾸며 살아온 그녀가 짙은 어둠을 마주하는데...
킹덤의 스페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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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스톰
런닝타임: 1시간 49분
7월21일 공개
장르: SF, 스릴러
감독: 딘 데블린
출연: 제라드 버틀러, 짐 스터게스, 애비 코니시
위성 시스템으로 기후를 통제할 수 있게 된 인류
하지만 이 재난 예방 시스템이 갑자기 오류를 일으킨다면?
일찍이 본 적 없는 대재앙을 막기 위해 한 과학자가 시간과의 사투를 벌인다
예고편 보러가기▼
어트랙션
런닝타임: 2시간 12분
7월16일 공개
장르: SF, 액션
감독: 표도르 본다르추크
출연: 이리나 스타르셴바움, 올레크 멘시코프, 알렉산드르 페트로프
예기치 못한 사고로 모스크바 한복판에 추락한 외계 우주선
현장에 남겨진 비행 물체에 접근한 율리아는 휴머노이드 하콘과 조우한다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며 하콘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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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워커
런닝타임: 2시간 16분
7월16일 공개
장르: SF, 드라마
감독: 드미트리 키셀레프
출연: 예브게니 미로노프, 콘스탄틴 하벤스키, 블라디미르 일린
우주 탐사 경쟁이 한창이던 냉전시대
소련이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다
성고의 기쁨도 잠시, 비행사들에게 일촉즉발의 위기가 닥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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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우린 사랑하고 있을까
런닝타임: 1시간 39분
7월16일 공개
장르: 로맨스, 코미디
감독: 저우난
출연: 안젤라베이비, 리훙치, 황보쥔
아름다운 동료 시민을 짝사랑하는 남자
포상휴가로 떠난 핀란드에서 그녀가 사고를 당해 일시적 기억상실에 걸린다
그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딱 하루만 유효한 데이트를 시작하는데...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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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뿌리는 여성을 휘감아 자라나고,
인도보리수는 독특한 일생을 보낸다.
새똥에 들어 있는 씨앗이 다른 나무에 떨어지고, 공중에 뿌리가 솟아나와 바닥까지 자라난다.
숙주였던 나무는 가지로 휘감아 죽이고 이 신성한 나무는 홀로 선다.
<신성한 나무의 씨앗> 오프닝 中
<신성한 나무의 씨앗> 메인 포스터는 굉장히 특이하다. 영화 타이틀이 인물을 강조하는 프레임을 넘어 다른 텍스트의 자리까지 침범하고 있다. 히잡을 쓴 여성의 눈을 가린 안대는 배경과 동일한 색깔을 띠며 마치 한 몸인 것처럼 동화되어 있다. 경직되어 있는 듯한 여성은 채도가 높은 배경과 대조되는 회색빛 무채색으로 온통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을 둘러싼 것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신성한 나무, 인도보리수
위에서 아래로 하강하는 총알의 모습으로 영화 오프닝이 시작된다. 손에서 책상으로 흩뿌려지는 총알들은 마치 씨앗의 모습과도 같다. 무력을 상징하는 총알은 대상 모를 개개인의 믿음을 낳는다. 그 직후 어두운 복도에서 충성을 맹세하는 이만의 모습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이 영화의 극이 어떻게 진행될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승진을 약속 받은 이만은 동시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의 총을 하사받고, 이는 더 높은 지위와 커다란 권력은 무력을 동반하기 마련임을 드러낸다. 공과 사가 명확하게 분리되어 평화가 지켜져야 할 가정 내에 총이 들어옴으로써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가족 사이에 벌어질 것임을 암시하며 관객의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한다.
인도보리수는 인간에게 발견되어 학명을 지니게 된 나무, 그런 단순한 생물의 개념을 넘어 ‘신’이 깨달음을 얻은 나무이자 인도 문화와 종교 내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하나의 표상으로 인식된다는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름 모를 나무는 자신으로부터 자라난 가지에게 죽임 당하고 삼켜지면서 '인도보리수'의 존재가 완성된다. 그 결과물은 보기만 해도 탐스러운 열매이다. 누구에게나 찬양 받는 신성함, 올곧음, 강직함을 맛본다.
그들의 종교란 그렇다. 여성을 짓밟고 무참히 자라난, 무결하고 고결한 신성을 만끽한다. 신은 말했다. 늘 약자를 보듬어야 하고 서로 사랑하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타이른다. 하지만 인간은 나약하기 짝이 없다. 이해관계에 얽혀 본인이 스스로 만든 신념에 갇혀 살아간다. 누군가는 본인을 희생해가며 상대방을 위하지만 누군가는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며 욕망을 채우고 만다. 그러나, 적어도 여성들은 각자의 뚜렷한 입장 속에서 옳고 그름을 아우르는 상식선을 지키며 돕고 도움을 받는다. 가족의 기둥인 엄마이자 현실에 안주하며 다른 이를 쉽게 비난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이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고 비합리적인 현실에 눈을 뜨는 복합적인 캐릭터, '나즈메'를 신과 같은 모습으로 연출하는 장면이 극중 딱 두 번 나온다. 두 장면은 첫 번째로 발발된 갈등 상황에서 비슷한 타이밍에 나오는데, 아주 대조적으로 드러난다.
나즈메는 딸 '레즈반'의 친구 '사다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국가의 통치에 반발하는 폭동 세력으로 인식하고 딸에게 가까워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이는 그저 나즈메 스스로 만든 불안감에서 비롯된 상황에 갇혀 자신의 손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딸 레즈반까지 컨트롤하는 것 뿐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판단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그러나 교정을 걷고 있던 사다프가 우연히 시위대에 휩쓸리는 바람에 큰 부상을 입고 급하게 레즈반의 집에 온다. 나즈메는 사다프의 모습을 확인하고 별 말 없이 그의 눈에 박힌 산탄총 탄환을 아주 조심스럽게 뺀다. 이 장면은 매우 성스럽게 연출되었고, 거의 직후에 동일한 사운드와 연출이 나즈메가 이만의 면도를 해주는 장면에도 나온다. 하지만 나즈메는 피에 물든 탄환을 물에 흘려 보내고 신경질적으로 손을 닦는다. 남성의 폭력에 의해 여성에게 박힌 탄환들은 외면하고, 오로지 본인이 창조한 스트레스만 받으며 맘편히 자라난 남성은 여성 손에 의해 조심히 다뤄지고 깔끔하게 마감되고 있기에 국가적 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후반부에 둘째 딸 '사나'가 아빠 '이만'을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 스피커로 가장 좋았던 시절의 가족들 목소리를 들려주는 장면에서 이만은 분노에 휩싸여 스스로 그 스피커들을 망가뜨린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잔상까지 자신의 손으로 없애버린 것이다. 어리석은 감정에 휩싸여 그가 직접 궁지로 몰아 넣었던 아내와 딸들이 살아 돌아오고, 자신이 그렇게도 끔찍하게 아꼈던 총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흙에서 나온 손, 그리고 옆에 남겨진 총. 폭력을 양분삼아 여성을 희생하며 자라났던 나무의 최후였다.
*여성, 삶, 자유!
영화에서 보통 가로 화면과 세로 화면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기 마련인데, <신성한 나무의 씨앗>에서는 가로로 진행되는 스토리의 주춧돌로서 세로 화면이 활용된다. 이례적으로 두 가지의 구도가 동일한 목적을 위해 사용된 것이다. 더 나아가, 세로 화면으로 드러나는 상황들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편집 덕분에 관객의 의식이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세로 화면은 다큐멘터리에서 주로 활용되는 자료화면 그 자체이기에, 사실전달이 주 역할임은 변하지 않으나 극에서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은 위치를 유지하는 독특한 연출 방식이 돋보인다. '사나'는 그러한 세로 화면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극중 스토리에 녹여내는 주요 인물이다.
(왼쪽부터) 나즈메, 레즈반, 사나
중후반부의 극을 극도의 긴장 상태에 몰아넣은 '총'의 행방. 나는 오히려 사나가 총을 가지고 있어서 속이 시원했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듯 사나는 엄마아빠가 바라보는 어린아이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항상 인스타그램 릴스를 확인하고, 언니인 레즈반에게 DM을 보내고, 헤드셋을 끼고 노래를 듣는 등 바깥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모습이 강조되며 어린이 취급을 받지만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있었다. 아빠는 옳지 않고 모든 걸 맘대로 하고 엄마는 항상 져준다. 설령 사나에게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물리적인 폭행을 가하지 않았더라도, 간접적인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영향을 끝도 없이 받고 성장해왔으리라 예상된다. 가족간에 존재했던 그 모든 문제의 무게감을 오롯이 받아내다가, 히잡 시위를 이끌어낸 여성들처럼 타파하려고 일어선 것이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외압을 두려워 하지 않고 행동한 사람들을 결국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만. 개인정보가 만천하에 드러나서 두려워하는 그의 옆에 우연히 정차한 운전자는 히잡을 안 쓴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지극히 평범한 현대 여성의 모습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굉장히 임팩트 있는 균열을 만드는 역할로서 활용된다. 이만은 순간적으로 화가 나 창문을 열지만 결국 아무것도 못한다. 악은 선을 마주하면 두려워하고 움츠러든다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던 거 같다. 가장 차분하지만 극적인 연출, 그야말로 영화다운 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극영화의 도구를 잘 빌려온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바라보는 국가 체제의 문제점을 가정 스릴러의 소재를 빌려 굉장히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잘못에 저항하면 처벌 받는다는 영화 이후의 결과를 알고 있기에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한 배우들과 대부분이 실내인 제한된 장소에서 촬영하는 상황 속에서도 이렇게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정신력과 사명감에 존경을 표한다. 극에서는 주요 사건의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기 위해 히잡 시위에 대한 결과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실제 히잡 시위는 여성들에게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다만, 히잡에 대한 선택권과 자유도가 확연히 늘어났으나 아직까지도 국가적으로 시행되는 여성 복장규정과 처벌은 굳건하다고 한다. 감독과 배우의 용기라는 씨앗으로 말미암아, 이란에 자유의 나무가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낸다.
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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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주 최신개봉영화
12월 2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2월 2주 개봉영화 5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 2021
기다려온 마블시리즈!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정체가 탄로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움을 받던 중 뜻하지 않게 멀티버스가 열리게 되고,
이를 통해 닥터 옥토퍼스 등 각기 다른 차원의 숙적들이 나타나며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되는 이야기인데요
이번 '스파이더맨 : 노웨이 홈'은 MCU 페이즈 4의 핵심인 멀티버스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은 물론,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에 등장한 '닥터 옥토퍼스'와 '그린 고블린',
그리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일렉트로' 등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들이 총출동한다고 알려져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오랜시간 마블 시리즈를 기다려온 관객들이 폭발적인 반응!
첫번째 추천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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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와 크리스마스 요정 Jul Pa Kutoppen , Christmas at Cattle Hill , 2020
온 가족이 함께 보는 크리스마스 영화
영화 '라라와 크리스마스 요정'은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 당찬 소녀 '라라'가
요정과 함께 아빠를 위한 깜짝 선물을 준비하면서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배우는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 입니다.
"라라와 크리스마스 요정"은 전 세계를 강타한 애니메이션 흥행작 '마이펫의 이중생활'과
노래하는 요정들의 뮤직 어드벤처 '트롤' 제작진이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노르웨이의 전통적인 농장을 배경으로 이국적인 북유럽의 크리스마스 감성과 색다른 재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의 진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를 담은
두번째 추천영화 "라라와 크리스마스 요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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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를 판 남자 The Man Who Sold His Skin , 2020
자유, 돈, 명예를 드립니다! 당신의 피부를 팔겠습니까?
영화 ‘피부를 판 남자’는 악마 같은 예술가에게 자신의 피부를 팔아
자유, 돈, 명예를 얻지만 ‘살아있는 예술품’으로 평생 전시되는 샘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아트 스릴러 영화입니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2관왕을 석권한 ‘피부를 판 남자’는
세계적인 예술가 빔 델보예가 한 남자의 등 피부에 타투를 작업해 미술관에서 살아있는 예술품으로 전시하고
사후에는 그의 피부를 액자에 보관하는 조건으로 계약한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는데요
특히 전 세계의 사랑을 독차지한 전설적인 모델이자 배우 모니카 벨루치의 귀환과 함께
첫 장편 데뷔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오리종티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한 배우 야흐야 마하이니의 출연으로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람보다 상품의 이동이 자유로운 시대의 모순을 꼬집은 작품
세번째 추천영화 "피부를 판 남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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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스네일스 La casa del caracol , The House of Snails , 2021
산드라 가르시아의 완성도 높은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
영화 '하우스 오브 스네일스'는 소설 작가 안토니오 프리에토가 다음 소설의 영감을 얻기 위해
방문한 말라가 산맥의 작은 마을 킨타나르에서 마을 사람들의 충격적인 전설의 비밀을 알게 되고
전설보다 더 잔혹한 현실을 깨닫게 되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입니다.
환승’과 ‘엘 레푸히오’를 제작한 스페인의 주목받는 여성감독 마카레나 아스토르가가 감독을 맡고
트윈 머더스 : 살인코드’, ‘낫 디 엔드’에 출연했던 하비에르 레이,
‘더 리벤지’, ‘브라 이야기’, ‘텐 아이템 오어 레스’, ‘카르멘’ 등으로 알려진 스페인의 유명 여배우 파즈 베가가 주인공을 맡아 영화를 완성시킵니다.
현실과 상상 사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네번째 추천영화 "하우스 오브 스네일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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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리스 Endless , 2020
산드라 가르시아의 완성도 높은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
영화 "엔드리스"는 교통사고로 연인의 곁을 떠나게 된 청년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진정한 이별에 대해 깨닫는 순간을 그린 하이틴 로맨스 판타지 영화입니다.
교통사고로 ‘크리스’는 죽게 되는데 영혼은 떠나지 못하고 세상에 남게됩니다.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영혼들을 도와주는 ‘조던’은 ‘라일리’를 그리워하며 곁에 맴도는 ‘크리스’에게
“절대적인 법칙. 죽은 자와 산 자는 대화할 수 없다”라고 경고하지만
‘크리스’와 ‘라일리’는 서로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죠.
삶과 죽음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
다섯번째 추천영화 "엔드리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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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vs 콩」 리뷰ㅣ너무 재밌어서 가슴으로 울었습니다ㅣ스포약간ㅣ영화리뷰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프랭크 대러본트, 데이비드 캘러햄 외
출연진: 에런 테일러존슨, 엘리자베스 올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와타나베 켄,
샐리 호킨스 외
촬영 기간: 2013년 3월 18일 ~ 2013년 6월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4년 5월 15일. 미국 2014년 5월 8일
음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러닝 타임: 123분
제작비: 1억 6,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200,676,069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29,076,069 (최종)
한국 총 관객수: 709,734명 (최종)
2. "콩:스컬 아일랜드(2017)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장르: 모험, 판타지
감독: 조던 복트-로버츠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데릭 코널리, 존 개틴스, 댄 길로이
출연진: 톰 히들스턴,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존 굿맨, 존 C. 라일리 외
촬영 기간: 2015년 10월 19일 ~ 2016년 3월 18일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7년 3월 8일, 미국 2017년 3월 10일
음악: 헨리 잭맨
러닝 타임: 118분
제작비: 1억 8,5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68,052,812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66,152,812 (최종)
한국 총 관객수: 1,689,717명 (최종)3.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2019)
감독: 마이클 도허티
제작: 메리 패런트, 알렉스 가르시아, 토머스 툴, 존 자시니, 브라이언 로저스
각본: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원안: 맥스 보런스틴,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토호(도호) 영화사
장르: 모험, 액션, SF
출연진: 밀리 바비 브라운, 카일 챈들러 외
촬영 기간: 2017년 6월 19일 ~2017년 9월 27일
개봉일자: 미국 2019년 5월 31일. 대한민국 2019년 5월 29일
음악: 베어 맥크레리
주제곡: 일본 [ALEXANDROS] - Pray
러닝 타임: 132분
제작비: 1억 7,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09,432,609
월드 박스오피스: $384,232,609
한국 총 관객수: 359,041명 (2019년 7월 4일 기준)
#고질라vs콩 #고질라_대_킹콩 #고질라vs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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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모비우스> 안티 히어로 예고편
비행?, 음파 감지 ?, 엄청난 힘과 스피드까지 ? 보는 순간 #모비우스 의 능력에 압도 당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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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 설경의 비밀> 티저 예고편
2023 추석, 말빨로 퇴마하는 가짜 퇴마사가 온다! (feat. 강동원)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9월 개봉 확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