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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2022-09-0415 views
<원더풀 라이프> 후기
옐
영화가 끝나고 나서 바로 내가 살던 일상이 이어지지 않고 너무나 익숙하던 내 삶을 돌아보게 될 때가 있다. 짧다면 짧은, 두 시간이 되지 않는 영상이 내가 2n년 동안 살아온 삶에 아주 조금의 영향을 줄 때가 있다. 그때의 감정이 신기해서 자꾸만 영화를 찾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선물하는 영화를 오랜만에 만났다.
삶은 때때로, 어쩌면 자주 허무해진다. 자기계발서나 몇몇 영상을 보면 내 인생의 주연은 나라는 말들을 하곤 하는데, 주연으로서 내가 내 삶을 살아가면서 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잔잔하게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지 못해 버거울 때도 있다. 삶이 끝나는 순간이 왔을 때까지 내가 세상에 있었다는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못했을까봐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우리들에게 이 영화는 삶을 돌아보는 또 다른 시선을 선물해준다. 내가 누군가에게 행복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그 사람이 자신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서 딱 한 가지만 고른 행복한 순간 속에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흔히 말하는 ‘성공’에 가깝지 못한 인생을 살아서 내 흔적이 세상에 남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더라도 누군가의 기억 속엔 행복한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며 나는 늘 비슷한 모양인 것 같았던 달도 누군가의 시선엔 유난히 예쁜 달이듯이, 내 삶과 내가 살아오면서 남긴 흔적들 역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비춰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근에 무언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사소하지만 소중한 추억들을 잊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는데,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사소한 일상이 나의 언어로 쓰여 있는 내 일기장도 어쩌면 소중한 순간을 찾는 게 어려워 자신의 삶을 담은 비디오를 보던 사람들에게 비디오가 하던 역할과 비슷한 것을 나에게 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포레스트 검프>를 보고 몇 년에 한 번씩 찾아 보면, 볼 때마다 감상이 달라질 것 같다는 점에서 정말 ‘인생 영화’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내겐 원더풀라이프도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직 긴 인생을 산 것은 아니기에, 돌아볼 기억과 추억이 더 많아지고 소중한 이들이 더 많아졌을 때 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았다. 내 소중한 순간이 일기장에 남아있듯이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했던 생각과 감상들이 이 영화에 남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추억을 담은 영상을 보며 그때의 감정을 다시 한 번 느꼈던 사람들처럼 나도 이 영화를 볼 때마다 이 영화를 처음 만났을 때의 나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