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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탑건의 F1버전, 여기에 스피드가 좀 더 가미된
  • 한물 간 드라이버인 소니 헤이스는 어떤 팀에도 속하지 않고 레이싱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는 남자다. 데이토나 레이스든 택시 운전이든 운전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는 듯하다. 한 때 F1경기도 했던 것 같지만 그는 어딘가 제멋대로인 것 같으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것 같기도 하다. 고집 세고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것은 종목만 다를 뿐 탑건의 매버릭을 보는 것 같다. 이런 캐릭터들은 세상이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싸의 성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일종의 먼치킨 영웅물을 보는 경험을 하게 한다. 참 클리셰가 많은 인물 설정인데 이 인물이 식상하지 않고 매력이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 클리셰 설정값에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매력 이 영화는 많은 클리셰를 포함하고 있다. 갑자기 등장해 조직 사회를 흔들어 놓고, 그를 시기질투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모두 그를 사랑하게 되는 마성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런 그를 보며 경쟁상대는 자극을 받고 그를 의식하다가 결국 그마저도 마성의 캐릭터에 빠져버린다는 그런 설정. 여기저기서 많이 본 설정값인데 이번 영화는 꽤나 그 설정이 인물에게 많이 묻어났다. 배우가 그런 클리셰를 잘 소화했다는 뜻이다. 비단 주연 배우인 브래드 피트의 얼굴이 미남이기 때문일까. 하짖만 그런 기준으로는 캐릭터의 매력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소니 헤이스는 산전 수전 다 겪은 사람으로 나온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있어 캐릭터가 살아온 삶을 설명하는 사전 설명들이 꽤나 관객들이 이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꽤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소니 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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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로 내던져진 다섯 명의 T.T
  • ‘T.T’는 우는 얼굴을 나타내는 이모티콘이자, 인천여상을 갓 졸업한 다섯 친구들을 칭한 표현이다. 1) 사회로 내던져진 다섯 명의 티티(여상 친구들) 2) 사회로 내던져진 다섯 명의 애환과 비애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주인공들은 인천여상을 갓 졸업한 스무 살로, 모두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사회에 뛰어든다. 학생과 사회인 그 경계에 위치한 이들의 현재와 미래는 극도로 불확실하게 그려진다. 고양이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속 고양이 ‘티티’는 중심 소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계속해서 떠넘겨지는 존재다. 티티는 처음에 지영이 데리고 왔지만, 혜주와 태희를 거쳐 결국 비류와 온조에게 맡겨진다. 이처럼 떠돌이 신세인 티티의 모습은 다섯 친구들의 삶과 겹쳐 보인다. 최악의 가정형편에서 실직을 경험한 지영,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는 태희, 대졸사원에게 밀리는 혜주, 악세사리 노점상 비류와 온조까지. 정재은 감독은 IMF 직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주변으로 밀려났던 여성들, 그중에서도 삶의 기반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정처 없이 떠돌 수밖에 없었던 젊은 여성들의 애환을 고양이라는 존재에 투영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한다. 인천과 서울 영화에서 ‘인천’과 ‘서울’은 강렬하게 대비된다. 인천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공간은 하나같이 낙후된 느낌을 주는 풍경들 뿐이다. 영화의 첫 시작을 알리는 부두부터 수많은 공장, 무너져가는 판자촌, 황량한 놀이시설.. 인천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은 대부분 힘겹게 살아가거나, 혹은 외국인 노동자들로 등장한다. 반면 서울은 늦은 밤에도 화려한 불빛이 꺼지지 않고, 수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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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대부> 분석: 가문 내 마이클의 지위 변화에 따른 영화 속 미장센의 변화
  • 가문 내 마이클의 지위 변화에 따른 영화 속 Mise-en-Scene의 변화 Godfather는 마피아 조직의 두목인 돈 코를레오네 가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돈이 솔로초와 타탈리아 가문에 의해 저격당하자, 본격적으로 전개가 이루어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화 속 갈등과 사건이 벌어지며 마이클이 암흑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다. 영화는 마이클이 마피아의 세계로 어떻게 점점 스며들고 마침내 코를레오네 가문의 두목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강조하듯 영화의 미쟝센(Mise-en-Scene)은 마이클이 집안 사업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 때와 조직원의 일원이 되어 행동할 때가 다르게 나타난다. 첫 번째 변화: 마이클의 외적인 모습 첫 번째 변화로 마이클의 외적인 모습 즉, 의상과 머리 모양이다. 그가 조직의 일에 관여할수록 그의 외적인 모습은 변화한다. 집안 사업에 관여하지 않을 때 마이클은 편안하고 일상적인 옷을 입고 등장하며 머리도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꾸미지 않은 듯 격식을 차리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마이클이 조직원의 일원으로서 집안 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하자 그는 편안한 옷이 아닌 짙은 색의 정장을 착용하며 머리도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머리가 아닌 헤어 제품을 사용하여 앞머리를 올리고 머리를 정리한 것만 같은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그의 외적인 변화와 지위 변화의 연관성은 그가 솔로초와 매클러스키를 살해할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다른 조직원들처럼 정장 차림으로 둘을 저격한 것은 그가 둘을 살해함으로써 진정한 마피아 조직원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인상적인 점은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나타나는 마이클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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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와 스릴보다 억지와 불쾌함이 남는다면
  • 무언가 내가 굉장히 즐거운 걸 보고 느낀다고 생각되지만 그 이면엔 과연 그 감정이 진심인지 의심된다. 나의 행동은 항상 자유의지에 기인해 작동될 거라 믿지만 그 자유의지마저 무언가의 속임과 꾀임에 넘어간 건 아닐까. 어두컴컴한 동굴을 탐험하던 중 길을 잃었다 좌절하던 찰나 저 멀리 보이는 빛은 실체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희망이다. 출구로의 빛이 아니었다면 희망이라 생각했던 내 감정은 진심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도 내 마음대로 한 것이라 단정할 수 있는가. 어두운 영화관 속 단 하나의 빛으로 관객의 눈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영화는 애초에 속임의 예술이다. 활동사진과 필름의 탄생으로 시작된 눈속임은 별개의 사진들을 연속되는 영상처럼 관객의 눈을 속인다. 중요한 건 영화란 관객을 속여서 만든 예술품이지, 예술을 속이며 만드는 공산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제아무리 영화가 속임의 예술이라 한들, 결국 예술이라는 건 설득과 공유의 창작이지 투자와 산업을 위한 꾀임과 눈속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 <쥬라기 월드 - 새로운 시대>는 내가 지금 굉장히 재밌는 걸 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끔 만드는 영화라 생각된다. 새 발의 피를 쥐어짜서라도 자아내려는 긴장감과 수준 높지 않은 유머는 영화관 속 사람의 기분과 뇌를 속인다. 근거와 이유를 알 수 없는 소재들로 무언가 메시지를 받은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무언가 굉장히 재밌고, 의미 있는 작품을 봤다고 스스로 속이게끔 한다. 우선 작품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공룡들의 디자인은 꽤 인상적이다. 돌연변이 공룡의 비주얼은 공포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있어 효율적으로 작동하리만큼 충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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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지 에드가 존스의 영민한 본능
  • <천국의 깃발 아래(Under the Banner of Heaven)>(2022, FX) <가재가 노래하는 곳(Where the Crawdads Sing>(2022, 올리비아 뉴먼) <프레시(Fresh)>(2022, 미미 케이브) * 위 작품들의 핵심 전개 포함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펜데믹 속에서 스타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연기에 관심을 두었던 그는 십 대 때 에 캐스팅 되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HBO와 Fox, 연극 무대를 오가며 커리어를 쌓았다. 세상이 그를 주목하게 된 계기는, hulu 시리즈 <노멀 피플>. 상대역 폴 메스칼이 이후 <로스트 도터>나 <애프터썬> 등에 출연하며 인디/아트 필름 씬의 사랑을 받은 반면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메이저 방송사에 조금 더 머무르게 되었는데, 선택한 서사와 캐릭터에 어쩐지 겹치는 데가 있었다. 이 글에서는 그 특정한 작품들과, 에드가 존스의 영리한 연기가 빛을 더한 인물들을 다룬다. <프레시>의 노아로 그를 처음 만났다. 특유의 솔직한 유쾌함, 단호함과 확실함이 인상적이었다. 현대적인 이미지와 능숙하고 몰입력이 뛰어난 퍼포먼스로 그를 기억했다. 다음번 스크린에서 만났을 때 에드가 존스는 몇십 년 전 분장을 하고 있었다. 한 작품에서는 살인 사건의 피해자, 다른 작품에서는 용의자였으나, 오히려 비슷한 위치에 있었다. 폐쇄적인 집단에서 대놓고 혹은 암묵적으로 낙인찍힌 여성들이었다. 60년대 작은 시골 마을, 숲 속 습지대 근처의 집에서 홀로 자란 카야는 마을 사람들에게 평생 따돌림을 당했고,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다.(<가재가 노래하는 곳>) 80년대 유타 주, 이름있는 모르몬교도 가문의 막내아들과 결혼한 브렌다는 남편의 형제들에게 살해당한다.(<천국의 깃발 아래>) 현대 미국 어딘가, 우연히 만난 멋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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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시선과 판단을 배제하다
  • 하마구치 류스케의 작품은 때때로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어떠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의 내면이 어떠한 지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령 <아사코>에서는 야외에서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사코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흔들리는 아사코의 시점 쇼트를 통해 재난 이후 어느 정도 회복된 일상에서도 사건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워낼 수는 없음을 보여주고,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는 아내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지 2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가후쿠가 차 안에서 아내가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며 대사를 연습하는 모습을 통해 사건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그의 일상과 습관을 보여주며, 미사키와 가후쿠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들이 서로 자신이 가진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하마구치의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역시 영화 전체에서 주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작은 산골 마을에 도시의 자본가들이 오며 글램핑장 설립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들과 도시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영화는 글램핑장 설립 문제를 둘러싼 사람들의 갈등과 대립 자체보다는 도시에서 내려온 외지인들에 대해 마을 주민들이 어떤 태도와 반응을 보이는지, 각 상황에 대해 인물들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고, 해당 사건이 일상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에 주목한다. 내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인간 중심적인 시각과 판단을 방지하려는, 혹은 부정하려는 듯한 영화의 태도를 볼 수 있는 지점들이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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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디에도 속하지 않던 남자, 팀이 되다
  •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가는 걸까. 보통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에 몰입하며 살아간다. 방향이라는 건 때론 본능 같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선택의 결과로 만들어진다. 그렇게 선택한 길은 시간이 지나며 삶의 일부가 되고, 결국엔 우리의 색깔이 된다. 불확실성 속에서 확실성을 만들어내는 삶의 묘함이 있다. 영화 의 주인공 소니(브래드 피트)는 한때 주목받던 신인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고로 삶의 방향이 바뀌고, 그는 세상과도, 팀과도 멀어졌다. 중년이 된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레이싱뿐이다. 초반부, 그는 다시 레이스에 나서지만, 어딘지 불안정하고 확신 없는 눈빛이 인상적이다. 그 안엔 과거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충돌하는 긴장이 숨어 있다. [첫 번째 감정] 소니의 자유분방함 소니는 단단히 풀려 있는 사람이다. 레이스 트랙 위에서도, 일상에서도 그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려 한다. 우승을 해도 트로피에 연연하지 않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조용히 빠져나간다. 그의 몸짓은 자유롭고, 말투는 장난스럽고, 눈빛은 어딘가 덤덤하다. 그는 늘 스스로를 통제하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 자유로움에는 무엇인가가 빠져 있는 듯한 공허함이 스며 있다. 오랜 친구 루벤(하비에르 바르뎀)이 운영하는 F1 팀에 그를 초대했을 때, 소니는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망설임 속에는 오래된 외로움이 섞여 있다. 거절처럼 보이는 태도 속에, 사실은 다시 소속되고 싶다는 열망이 조용히 숨 쉬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쩌면 자유롭고 싶었던 게 아니라, 떠나야만 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친구의 도움요청을 외면하지 못한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는 다시 F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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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 메스칼의 액체적 슬픔
  •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All of Us Strangers)>(2023, 앤드류 헤이) <애프터썬(Aftersun)>(2022, 샬롯 웰스) 약간의 <로스트 도터(Lost Daughter)>(2021, 매기 질렌할) * 위 작품들의 장면과 결말 포함 “Such a sad face.이토록 슬픈 얼굴이라니.”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 폴 메스칼의 캐릭터, 해리의 외모에 대한 감상이 담긴 클레어 포이의 대사다. 단순하면서도, 그 낯에 참으로 들어맞는 표현이라고 느꼈다. 슬픈 얼굴을 지닌 배우는 드물지 않고 말하자면 앤드류 스캇도 슬픈 마스크에 속하나, 폴 메스칼의 슬픔은 인물의 피부를 녹이고 분해하는 종류의 것이어서 마음을 유독 어지럽힌다. 앤드류 스캇의 슬픔이 고집스럽게 내향적으로 모여 있다면 폴 메스칼의 슬픔은 무방비하게 넘실대며 (영화가 해리 주위에 가끔 드리우는 빛처럼) 새어나온다. ‘가슴에 매듭이 묶여 있는’ 애덤과 밀려나고 희미해짐을 느끼는 해리 역에 두 배우를 각각 캐스팅한 것은 당연하게도 탁월했다. 스크린에서 목격한 그는 흔히 웃거나 장난을 걸었고 심지어는 유쾌한 달음박질도 했는데, 어째서인지 대개 슬퍼 보였다. ‘디폴트로 우울을 탑재한 마스크의 소유자’-라는 폴 메스칼의 첫인상을 남긴 인물은 놀랍게도 <노멀 피플>의 코넬이 아니었다. <로스트 도터>, 기계적이지 않은 친절을 입고 레다에게 말을 거는 윌의 존재감은 다코타 존슨이나 올리버 잭슨-코헨 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달리 특별했다. 윌의 그늘에 이렇다할 미스터리가 내포된 것은 아니었다. 니나와의 어페어, 딱 그 만치의 낙담과 여지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럼에도 폴 메스칼은, ‘저리도 해맑은데 이상하게 우울한 낯의 소년’으로, 약간의 의문과 함께 기억에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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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과 사랑의 빛
  • 여름과 사랑의 빛 <녹색 광선>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 중 하나인 에릭 로메르의 대표작이다. 1990년 국내 개봉 이후 예술 독립 영화관에서 꾸준히 상영되고 있다. <녹색 광선>은 여름 휴가 동안 사랑을 찾아 나서는 ‘델핀’의 이야기다. 여행지에서 운명을 만난다는 낭만은 어느 시대에나 통한다. 특히 배경이 아름다운 휴양지라면 더욱 그렇다. 한 달여 간의 휴가 동안 파리 근교를 떠도는 델핀을 따라 펼쳐지는 유럽의 여름 풍경은 아름답다. 작열하는 햇빛은 눈부시고, 여름을 머금은 나무는 푸르르다. 그러나 델핀은 우울하다. 그녀는 때때로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트린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됐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녀는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원하지만, 누구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가 그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델핀은 혼자가 싫지만 가벼운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 친구들은 그녀에게 노력하지 않는 거라고 비난하거나 그녀 탓으로 돌린다. 혹은 그녀가 마음을 닫았다고 단정 짓는다. 델핀은 그들의 말에 흔들린다. 정말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델핀은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휴양지를 옮기며 사람들을 만난다. 델핀은 사람들에게 친절해지려 애써보지만 쉽지 않다. 사람들은 그녀를 자신들만의 이성 체계 안에서만 판단하려 한다. 동물에게서 연민을 느끼고 식물을 친구처럼 여기는 그녀는 그들과 섞이지 못한다. 그녀 자신의 ‘다름’만을 확인할 뿐이다. 그들에게 친절해지기 위해 그녀는 스스로 혼자가 된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세상이 주는 행운의 기운을 믿기 때문이다. 운세에 따르면 녹색은 올해 그녀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다. 행운은 때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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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자가 산 자를 또 살릴 때.
  • 이 글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긴 한데 이것도 재개봉이니까 봐줍시다. 글을 퍼가실 때는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세요. 단 5분이다. 무려 대학 졸업 작품으로 [쉰들러 리스트]를 제출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이 감독의 작품을, 수십 년이 지나고 난 뒤에 감상해도 전율로 몸서리치게 만들기 충분한 시간. 그러나 이 시간은 영화의 화려함을 강조하는 허세의 시간이 아니다. 자신의 죽음을 담보로 행하는 작전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병사들의 얼굴. 들리지도 않게 입 안에서 쉽게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기도. 지휘관조차 손을 떨며 맞이해야 하는 불과 몇 분 후의 두려움들을 비춘다. 군인들의 어깨에 고요하게 내려앉은 공포를 전쟁의 참혹함이라는 실체로 바꾸어 보여주는 이 5분은 폭발적이다 못해 폭력적이기까지 하며. 이를 그저 지켜봐야 하는 관객인 나마저도 그 처절함과 처참함에 온몸이 떨려온다. 그렇다. 이 작품은 이미 초반 5분 만에 영화 역사 길이 남을 만큼 기강을 확실히 잡긴 했다. 그러나 전쟁영화라는 장르에 속하는 것 치고는 사실 전투씬 자체가 차지하는 시간적인 비중은 그다지 크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왕좌에 앉아 영원히 군림할 제왕이 되어버린 데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나는 감독의 그 탁월한 선택에 경이와 감사를 함께 표한다. 그는 전쟁이 가진 비참함을 전시하지 않았다. 그가 해석한 전쟁에서는 죽음이나 승리, 비장함 등을 과대포장하지 않았다. 상부의 명령은 언제나 부조리하거나 모순적이고. 그로 인해 전쟁의 실질적인 피해자는 언제나 병사들이 된다. 그리고 그들의 최후는 해변에서 널브러져 죽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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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퀴어>, 사랑은 죽어야 끝난다
  • <퀴어>, 사랑은 죽어야 끝난다 퀴어 영화의 핵심에는 주로 성 정체성에 대한 탐문이 있었다. 특별한 계기를 통해 그간 눈치채지 못했거나 애써 감춰왔던 성 정체성의 발현을 감지하는 장면은 퀴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들의 정당한 클리셰처럼 형상화되곤 했다. 또한, 성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퀴어로서의 정체성을 만천하에 드러낼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개인적 고뇌의 시간을 담아내는 장면이, 주인공에 대한 관객의 감정이입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거의 필수적으로 제시되곤 했다. 그런데 <퀴어>에는 그런 장면들이 없다. 영화의 첫 대사가 “너 퀴어 아니지?”라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 <퀴어>의 세계는 마치 퀴어가 아닌 사람이 더 이상하고 낯설게 여겨지는 특별한 시공간처럼 세공되어 있다. 이 독특하고도 뻔뻔한 이질감이 퀴어를 상대로 갖기 마련인 반사적인 편견과 차별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퀴어를 바라보는 어떤 특별한 정동, 예컨대 연민과 혐오 따위의 일차원적 감정 상태를 무화시킨다. 퀴어이기에 부득이 감수해야 하는 사회적 불편과 차별이 전무한 것처럼 그려지는 <퀴어>에서 성 정체성은 오직 사랑의 가능성을 점쳐보는 일종의 판별기 정도로 축소된다. 퀴어면 가능하고, 퀴어가 아니면 불가능한 세계. 마치 여기서 사랑은 퀴어에게만 허락된 신성하고도 속된 특권처럼 비친다. 퀴어는 사랑할 수 있지만 퀴어가 아닌 사람은 사랑할 수 없다는 전제. 그러나 문제는 그 전제가 그들만의 전제라는 점이다. 단숨에 중년의 주인공 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청년 유진은 퀴어가 아님에도 사랑을 나눈다. 그것이 정신적 교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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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여성, 침묵을 끝내다
  •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이란의 평범한 한 가족을 내세워 신권 정치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가부장적 아버지 이만이 아내와 두 딸에게 휘두르는 억압과 폭력은 이란 사회의 권위주의적 정치 구조를 상징한다. 이만은 이란 정부의 얼굴을, 그에 맞서거나 타협하는 가족 구성원들은 각기 다른 이란 국민들의 양상을 대변한다. 이 가족은 이란 사회를 압축해놓은 작은 세계다. 그리고 동시에 신권 정치가 일상 깊숙이 스며들 수 있다는 사실까지 분명히 보여준다. 이만 – 가부장으로 상징되는 권력, 신권정치의 은유 초반의 이만은 양심과 권력 사이에서 흔들린다. 정부의 사형 명령 앞에서 주저하던 그의 손에 권력이 쥐어지자 또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승진과 함께 지급받은 총 한 자루가 사라진 일로 그는 가족을 의심하고, 딸과 아내를 강압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한다. 그가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권력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인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극이 끝날 무렵 우리는 이만을 통해 이란 정부의 얼굴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그는 점점 자국민, 특히 여성과 청년을 폭력으로 억누르려는 국가 권력의 전형으로 변모한다. 사다프 - 억압받는 이란의 현실 이야기의 전환점은 레즈반의 친구 사다프가 시위에 휘말려 산탄총에 맞는 사건이다. 2022년 이란에서 일어난 마흐사 아미니 사망 사건과 그에 따른 히잡 시위를 떠올리게 한다. 국가는 진실을 은폐하고, 젊은 세대는 분노한다. TV 뉴스는 사건을 왜곡하지만, SNS 영상으로 시위의 실상을 목격한 레즈반과 사나는 각성한다.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진실을 기록하고, SNS를 통해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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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상 속에 목을 내건 그 밤이여
  • 이 글은 영화 <씨너스: 죄인들>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마이클 B.조던, 마일스 케이턴, 잭 오코넬 환상적인 밤이었다. 노인이 된 새미(마일스 케이턴)는 그날 밤을 잊지 못할 최고의 날로 기억한다. 그 밤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씨너스 : 죄인들>(이하 <씨너스>)은 <블랙팬서>를 연출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신작이다. 북미에서는 이미 흥행에 성공했으며, 국내에서도 여러 입소문을 타고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장르의 콜라주 <씨너스>의 초반부는 서부극과 유사하다. 시카고에서 큰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온 스모크와 스택. 그들은 술집을 운영하고자 조카 새미와 함께 술집에서 일할 사람들을 구하러 다닌다. 이 과정에선 여러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코미디를 곁들인 드라마 장르로도 느껴진다. 그러나 중간중간 벌어지는 오컬트적 사건들을 통해 이 영화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며, 실제로 중후반부 술집에서는 여러 장르가 뒤섞여 기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는 마치 여러 재료를 사용해 하나의 화면을 구성하는 콜라주 기법과 유사하다. 서부극, 음악, 액션, 오컬트, 사랑 등의 개성 있는 장르들을 하나로 어울러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다. 최근의 영화들에서 장르 구분이 모호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자칫하다가 밋밋해질 수 있는 장르의 융합을 <씨너스>에서는 되려 시너지 효과를 낼 만큼 잘 활용하였다. 규칙을 활용한 서스펜스 히치콕을 통해 유명해진 ‘서스펜스’란 관객과 인물 사이의 정보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씨너스>의 중반부, 인종차별주의자 부부의 집에 낯선 이가 찾아온다. 몸에 화상을 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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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기를 위반하는 '낙오자 연대'
  •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모든 혁명가가 감옥에 갇힌 사회에서는 감옥에서 가장 날카로운 사유가 피어오른다. 이 영화에서 감옥에 갇힌 음악가들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합창하는 것처럼. ‘샤라비’는 음악이 금지된 사회다. 완전한 금지는 아니다. 모든 곰은 단 하나의 음으로만 연주할 수 있다. ‘도’ 이외의 음계를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곰은 모두 경찰에 체포된다. 다른 음계는 모두 반역이다. 당연히 감옥은 미어터질 것이다. 그러나 ‘반란 분자’들이 한데 모인 곳에서는 종종 통치자의 의지를 거스르는 사건이 발생하고는 한다. 법과 경찰력을 주요 통치 수단으로 하는 권위주의 체제의 모순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의도치 않게 모든 불순분자가 모여 무슨 꿍꿍이를 벌일지 모를 장을 제공한다는 데 말이다. 곰 어네스트와 쥐 셀레스틴은 절친한 친구 사이다. 이들은 어네스트가 거리에서 연주하고 받은 돈으로 생계를 해결하는데, 셀레스틴이 실수로 어네스트의 바이올린을 망가뜨리고 만다. 어네스트의 고향 샤라비에 있는 바이올린 장인만이 망가진 바이올린을 고칠 수 있다. 그래서 두 동물은 샤라비로 향한다. 그러나 샤라비는 어네스트의 기억과 많이 달라진 상태다. 음악을 자유롭게 즐기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음악하는 자들을 모두 체포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네스트는 이내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자신이 가정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샤라비에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다. ‘현실을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어제까지는 음악을 즐겼더라도, 오늘부터 법이 음악을 금지한다면 음악을 멈춰야만 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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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한 고통과 비극, 그 속에 남겨진 사랑을 건져올리며
  • * 이 리뷰는 영화 <그을린 사랑>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을린 사랑>은 쌍둥이 남매에게 도착한 편지 한 통으로 시작한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나왈 마르완. 쌍둥이 시몬과 잔느의 어머니다. 나왈 마르완이 최근 유명을 달리하며 쌍둥이에게 유서를 남긴 것이다. 유서에는 자신의 시신을 엎어달라, 비석에 비문도 새기지 말라는 충격적인 부탁이 단호하지만 간결한 어투로 쓰여있다. 나왈은 쌍둥이에게 한 가지 부탁을 더 남긴다. 두 통의 편지를 주인에게 전해주라는 것. 한 통의 편지는 쌍둥이의 형이자 오빠, 또 다른 한 통은 쌍둥이의 아버지에게 남긴 것이다. 쌍둥이는 어머니로부터 생전에 자신들에게 이부형제가 있다는 사실은 물론,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도 듣지 못했기에 이 부탁을 다소 황당하게 여길 수 밖에 없다. 공증인은 쌍둥이가 어머니의 유언대로 편지를 전달하고 나면 제대로 장례를 치러도 된다는 이야기를 마저 전해준다. 시몬은 분노한다. 시몬은 나왈의 유언을 따르지 않고 남들처럼 장례도 치르고 비석도 새길 것이라 하지만, 잔느는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주고자 한다. 그렇게 잔느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어머니의 편지와 여권을 받아, 어머니가 살았던 고향으로 떠난다. 어머니가 아닌 나왈 마르완을 찾아 쌍둥이를 낳고 기른 어머니의 이름은 나왈 마르완. 쌍둥이는 어머니의 이름을 알고 평생을 함께 살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다. 잔느는 어머니 나왈 마르완의 고향에 도착해 어머니가 남긴 흔적들을 차츰 찾아간다. 영화는 잔느의 발걸음과 오래 전 나왈의 발걸음을 교차하여 보여주며,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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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을 되감기 하고 싶은 사람들
  • 대니와 마이클 필리포 감독들은 이제 신뢰할 수 있는 공포영화 감독이 된 것 같다. 전 작품인 <톡투미>에 이어 <브링허백>으로 2연타를 치며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호러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신선한 공포의 비쥬얼을 놓치지 않으면서 샐리 호킨스의 연기력에 도움을 받은 서정적인 감성 한스푼을 얹고 가는 공포영화, <브링허백>이다. <브링허백> 줄거리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 이복남매 파이퍼와 앤디. 두 사람은 오빠 앤디가 성인이 될 때까지 3개월간 위탁모 로라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로라는 첫만남부터 시각장애가 있는 파이퍼를 극별히 아끼는데, 앤디는 묘하게 자신을 배척하는 듯한 그녀가 불편하다. 게다가 마치 유령처럼 그녀의 집안을 돌아다니는 올리라는 소년의 존재 역시 수상하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파이퍼는 자신에게 온 마음을 표현하는 로라에게 마치 엄마가 생긴 듯한 애정을 느끼고, 두 남매의 사이에는 조금씩 간극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장마가 시작되자 로라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의식을 행하고자 한다. 그것은 죽은 딸의 영혼을 파이퍼의 몸에 되돌리는 것. 사실 로라에게는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던 딸이 있었고, 자신의 딸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딸의 영혼을 옮겨줄 매개자(올리)와 딸과 닮은 아이(파이퍼)가 필요했기에 그녀는 15년차 사회복지사이자 위탁모 일을 하며 오랫동안 자신의 딸과 같은 또래의, 시각장애가 있는 아이를 기다려왔던 것. 로라의 의식이 준비되어갈 때쯤 앤디는 로라가 사촌이라고 말했던 '올리'가 실종된 소년 '코너'라는 것을 알아채고 로라로부터 파이퍼를 구하고자 한다. *여기서부터 <브링허백>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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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판 우화,
  • * 더 촘촘해진 스토리 분명 ‘사람’ 모습의 주인공으로 ‘사람’ 이야기를 하는 내용인데도 옛 우화와도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동화 같은 그래픽 덕분일까, 아니면 스토리의 독특한 진행 형식도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자자'의 터무니 없는 사업 계획의 자본, 일명 ‘갭’을 대줄 만한 사람을 찾아 나가는 게 작품의 주요 사건이다. 한 명 한 명 만날 때마다 성공과 실패를 넘나들고, 초기 계획은 계속해서 수정되며, 마지막 한 사람에게 50%가 갈 정도로 엉터리가 되어버린 계획표가 챕터의 끝과 시작에 나올 때마다 얼핏 웃음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작정하고 우스운 행실을 일삼는 건 아니다. 실제 사업가와 종교적인 사명감을 지니고 있는 수녀의 모습 그대로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진지함 속에 코미디가 심겨 있다. 현대 사업가의 보편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동시에 종교인의 이상적인 덕망을 담으면서도, 묘하게 뚝딱이는 헐렁한 모습들이 웨스 앤더슨의 새로운 동화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준다. * 더 정갈해진 미장센 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는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4:3 비율의 꽉 찬 미장센에 화려함까지 더해져, 간혹 카메라 무빙까지 화려하게 겹치는 장면에서는 다소 어지러울 정도였으나, 이번 <페니키안 스킴>은 보다 깔끔한 진행에 미장센의 완벽함이 더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소품과 그래픽에 웨스 앤더슨의 색깔이 담겨 있지만 여느 작품에서나 흔하게 적용될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니라 오직 <페니키안 스킴>을 위해 만들어지고 존재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특히 하나의 샷으로 구성되는 오프닝 크레딧 씬은 언제나의 웨스 앤더슨 만큼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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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1 더 무비 | 가장 상업적으로 빚어낸 질주의 낭만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때 주목받는 유망주였지만 끔찍한 사고로 F1®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은퇴해야만 했던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 그 후 30년이 지나도록 온갖 레이싱 대회를 섭렵하며 트랙을 떠나지 않았던 소니를 그의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루벤 세르반테스'(하비에르 바르뎀)이 찾아온다. 신생 F1팀이자 최하위 팀인 APXGP의 구단주인 루벤은 소니에게 그가 이루지 못한 꿈, F1 드라이버 자리를 제안한다. F1에 복귀한 소니에게는 남은 9번의 그랑프리에서 한 번은 우승해야 한다는 임무 주어진다. 그러지 못하면 루벤은 팀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 소니는 어떻게든 팀의 전력을 끌어올려서 승리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천재적인 신이자 팀 동료인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와 거듭 갈등을 빚는다. 타 팀으로 이적할 생각으로 가득한 그는 소니의 전략에 협조하지 않고, 그렇게 루벤과 소니의 도박은 실패할 위기에 처한다. 돈과 낭만 사이에서 최근 OTT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스포츠 중계권 경쟁전이 치열하다. OTT 입장에서는 중간 광고를 도입하고, 고정 시청자층의 이탈 우려도 적으며, 매년 안정적으로 수급할 콘텐츠 중 스포츠만큼 적절한 대상이 없기 때문. 스포츠 입장에서도 게임을 비롯한 경쟁자에 맞서서 새로운 팬을 유입시키기에는 OTT만큼 확장력과 접근성이 좋은 수단이 없다. 이에 여러 스포츠 종목 중계권이 케이블 방송사로부터 OTT로 속속 넘어가고 있다. 다만 스포츠와 OTT의 밀월은 스포츠만의 가치를 위협다는 비판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4,785. That's How Much It Costs to Be a Sports Fan Now'라는 뉴욕타임스 칼럼에 따르면 미국인 한 명당 주요 스포츠 경기 시청에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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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은 나아간다 새로운 세계로
  •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8년 후, 영국은 고립되었고 그것들은 진화했다. 영화 제목 그대로 23년만에 관객을 찾아온 <28일 후>의 속편 <28년 후>는 보다 방대해진 스케일과 서사로 극장을 찾아오게 되었다. (감독이 다른 <28주 후>는 해당 글에서 배제)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감염자 커뮤니티이다. 통칭 '알파' 라고 불리는 대장 감염자를 필두로 그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고 침입자들을 사냥하며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공고히 한다. 이들이 주로 경계하는 것은 비감염자 커뮤니티인 '홀리 아일랜드 연합'으로 이들은 밀물과 썰물을 이용해 본토를 넘나들며 물자를 확보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어떻게 보면 늘 비감염자의 일방적인 생존기로 그려지던 대다수의 좀비물과 달리 <28년 후>는 위와 같이 두 세력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이며 세계관을 이끈다. 아픈 어머니와 다수의 사냥 경험이 있는 아버지를 둔 소년 '스파이크'는 분노 바이러스 사태 이후의 세대이다. 영화 중 침몰한 감시선 해병 '에리크'와의 대화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는 핸드폰도 필러도 택배의 존재도 모른다. 그가 익혀야 하는 것은 오로지 감염자는 심장과 머리를 쏘아야만 죽는다는 것, 그리고 알파를 상대하지 말 것이 전부이다. <28년 후>의 세계관은 섬나라인 영국을 유럽연합으로부터 격리시켜 전세계적인 팬데믹을 막고자함을 그 배경으로 한다.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수렵과 채집을 익히는 반면 바로 옆나라에서는 여전히 택배를 배달하고 현대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한정된 곳에만 찾아온 멸망에 이질적인 기분이 드는 것도 잠시 12살 소년 스파이크에는 과업이 존재하기에 도리어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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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오 | 픽사라서 평가절하될 우주 탐험기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부모님을 모두 사고로 잃고 고모 '올가'(조 샐다나)에게 맡겨진 소년 '엘리오'(요나스 키브레브). 고모에게서도, 학교에서도, 잠깐 맡겨진 캠프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엘리오는 차라리 외계인이 자신을 데려가 주기를 바라기 시작한다. 어느 날, 사고를 친 후 올가 사무실에서 고모를 기다리던 엘리오는 우연히 외계인과 연락이 닿는다. 보이저호에 실린 황금 접시를 본 외계인들이 지구로 보낸 통신이 올가가 근무하는 공군 기지에 도착한 것. 이에 엘리오는 지구 대표를 자칭하며 외계인들의 모임인 '커뮤니버스'로 소환된다. 엘리오는 마음을 나눌 친구 '글로든'(레미 에드걸리)을 만나 꿈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이내 그의 앞에는 우주를 위험에 빠뜨릴 위기가 닥친다. ‘픽사다움'의 두 얼굴 "픽사답다" 혹은 "픽사가 픽사했다." 지난 30여 년간 픽사가 제작한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평가할 때 통용된 대표적인 찬사다. 애니메이션 영화인데도 유별나게 성인 관객을 울리는 데 특화된 픽사 고유의 미덕을 담아낸 표현이기도 하다. 픽사의 첫 장편 영화인 <토이 스토리>부터 가장 최근의 10억 달러 돌파 작품인 <인사이드 아웃 2>에 이르기까지 '픽사다움'은 순간순간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유지됐다. '픽사다움'에는 몇 가지 원동력이 있다. 사소한 일상에서 대부분의 아이가 보편적으로 느끼고 겪는 감정과 경험을 발견하는 관찰력. 누구나 한 번쯤은 머릿속으로 그려봤을 법한 그림과 보편적인 경험을 하나로 엮는 상상력. 익숙한 감정을 시류에 맞는 현대적인 소재와 관점으로 풀어내면 창의력. 이 모든 것을 스크린 위의 현실로 불러올 수 있는 기술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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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메인 예고편
    • 결혼은 비즈니스지만...💍 사랑은 하고 싶어💝 사랑과 결혼에 대한 가장 솔직한 선택 [패스트 라이브즈] #셀린송 감독 작품 #머티리얼리스트 #8월8일메가박스대개봉 #다코타존슨 #크리스에반스 #페드로파스칼
    • 영화 <발레리나> 메인 예고편
    • 복수의 서막이 새롭게 열린다🔥 존 윅 유니버스 #발레리나 메인 예고편 공개🩰 #영화_발레리나 #2025년8월6일극장개봉 #존윅_유니버스 #아나데아르마스 #키아누리브스 #안젤리카휴스턴 #가브리엘번 #랜스레드딕 #노만리더스 #이안맥쉐인 #정두홍 #최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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