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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2023-02-2318 views
영화 다음 소희 후기
헤즈윅즈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를 들끓게 만드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있었다. 지난 2017년 제주에서 벌어진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2021년에 있었던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 등. 사고가 벌어진 이후로 줄곧 지적되어오던 문제가 있었다. 바로 이제 성인이 되지도 않은 고등학생들을 위험한 산업 현장으로 내몰은 현장실습제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많은 분노를 하고, 문제가 해결되기를 빌었지만 여전히 그렇지 못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주리 감독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회문제를 소재로 삼은건 의외라고 할 수 있다. [도희야]에서는 사람들에게 잘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들이려 했던 그녀이기 때문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문제를 굳이 소재로 삼은 데에는 다른 의도가 있었다. 바로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고발이다. 그런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기 위해선 영화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화는 두 캐릭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 명은 현장실습생 소희,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소희의 자살을 조사하는 경찰 유진이다. 그리고 영화의 전개는 이 두 캐릭터를 중첩시키지 않는다. 소희를 퇴장시킨 다음, 유진을 본격적으로 영화의 서사 속에 등장시킨다. 보통 고통을 받는 캐릭터가 있으면, 그를 구해주려는 캐릭터가 있는 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유진은 구원자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유진은 소희를 구원해 줄 수 없다. 이미 그녀는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이 지점부터 영화는 이 문제를 단순한 징벌로 해결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경찰이 나서서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엔딩으로 이 영화를 마무리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대신 이 문제를 파헤치면서 끝도 없는 굴레에 갇혀버린 유진을 조명하면서 막을 내린다. 이 굴레에 갇힌 캐릭터는 유진뿐만이 아니다. 그 이전에 등장한 소희도 마찬가지다. 현장실습으로 인한 어려움을 이곳저곳에 호소하며 도움을 받으려 하지만, 그 누구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진 못한다. 업체에서는 실적으로 그녀를 압박하고, 학교에서는 버티라고 압박이 들어온다. 학교와 직장, 그 모두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이 끊임없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직감하며 안타까운 선택을 한다. 그렇게 영화는 그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혼란스러운 유진과 소희를 조명하며 막을 내린다. 굴레에 갇힌 두 캐릭터를 통해서 비추어지는 것은, 이들을 그 속으로 몰아넣는 시스템이다. 영화는 이것을 고발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보여주는 결과는 단 한 가지다. 삶이 끊어진 소희다. 그 이외의 것은 언제 그러했냐는 듯이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 견고함이 소희의 안타까운 선택에 대한 책임을 단순히 가해자 한두 명에게 전가할 수 없음을 느끼게 만든다. 그렇게 영화는 우리가 진정으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시사하며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