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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2023-02-2613 views

이터널 선샤인 속 기억과 사랑

투사우즌

연구원

 

겨울이 오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제게는 <이터널 선샤인>이 그런 작품인데요.

비선형적인 내러티브 구성과 복잡한 연출로

처음 봤을 때는 조금 난해하게 느껴졌지만,

다시 관람할 때마다 새로운 감정선을

발견했던 작품입니다!

사랑, 권태, 이별 그리고 기억에 대한

<이터널 선샤인>의 접근은 어떨까요?

한밤에 떠오른 두 번째 잡생각 시작해 보겠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뜨거웠던 사랑의 감정도 어느 순간에는

차갑게 식어갈 수 있는 것이죠.

톡톡 튀며 유독 빛이 나는 성격도 눈에 거슬리고,

진중하며 솔직한 감정 표현도 지루해지겠죠.

우린 이런 감정적 변화를 '권태'라고 부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권태의 늪에 빠지고,

너무나 소중했던 사람과의 이별을 결심합니다.

 

사람 들어온 자리는 몰라도,

나간 자리는 안다고 그러던가요?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은 흔적을 남깁니다.

장소에, 시간에, 색감과 음악 그리고 단어에까지.

기억 속 그 사람의 흔적들은 우릴 힘들게 하죠.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그 기억을 온전하게

지울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작품입니다!

 

'조엘'은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게 됩니다.

가까운 과거로부터 첫 만남의 순간까지.

자신의 기억 속을 방황하는 조엘은 너무나 쉽게

클레멘타인이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제발 그만해주세요."라고 외쳐보기도,

열심히 기억의 파편 속으로 숨어보기도 하지만...

늘어나는 공백은 다시 채울 수 없습니다.

잠에서 깨면 약간의 두통과 공허함만이 남겠죠.

작품에서 말하는 망각이란 그렇습니다.

영원한 햇살이라기에는 너무나 시린 아픔만 남죠.

 

뮤지컬 <헤드윅>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억할 수 없어도 영혼 속에 서린 슬픔'은

평생 반쪽을 찾고 헤매는 사랑의 고통입니다.

기억이 지워진 조엘과 클레멘타인도 비슷하네요.

그들은 우연히 그리고 동시에 운명적으로,

몬탁의 해변에서 다시금 만나게 됩니다.

사라진 흔적의 공허함이 서로를 불렀고,

그들은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은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

즉 서로가 연인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상처가 되는 말로 끝이 나다니요?

둘은 분명 서로를 사랑합니다. "그렇지만..."

다시금 권태를 느끼고 힘들어지겠죠.

이때 "괜찮아요"라는 작은 용기가

두 사람을 웃음짓게 만듭니다.

 

두 번째의 만남은 다른 결말일까요?

미래의 상상은 관객의 몫입니다.

"그렇지만, 뭐 어때요?"

 

<이터널 선샤인>은 참 재밌는 작품입니다.

시간선을 오가는 복잡한 내러티브 구조와

창의적이면서 조금은 무섭기까지 한

미셸 공드리 감독의 연출이 특히나 인상적이죠.

하지만 역시 '기억과 사랑'에 대한 작품의

톤 앤 매너가 너무나 인상적입니다.

기억의 흔적은 겨울바람처럼 찬 고통을 줍니다.

하지만 망각의 시간도 서린 공허함을 남기죠.

아플 것을 기꺼이 받아들인 흠 없는 마음속에

마침내 영원한 햇살이 비쳤다고 느낀 건

비단 저 뿐일까요?

어쩌면 그게 진짜 사랑의 감정일 수도 있겠습니다.

가장 슬프면서도 로맨틱한 엔딩이네요.

 

한 줄 평

"그렇지만, 괜찮을 거야"

 

평점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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