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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2023-02-2814 views
영화 바빌론 후기
투사우즌
우리에게 <위플래쉬>, <라라랜드>로 알려진
'데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영화 <바빌론>은
'할리우드 영화인'을 위한 일종의 헌사와 같다.
눈물겨운 열연을 펼쳐보았던 배우들과
단 한순간의 빛과 찰나의 소리를 담아내는 스탭들까지.
영화의 역사를 알고 영화를 제작한 사람들 나아가,
영화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작품은 큰 울림을 준다.
먼저 작중 오마주 되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이야기를 짧게 다뤄보자.
고전의 자리에 이름을 올린 <사랑은 비를 타고>는 영화 역사의 한 축을 다루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무성 영화가 유성 영화로 바뀌기 시작하던 시절,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던 배우들, 감독들 그리고 제작진들의 이야기가 그 중심이다.
굳이 따져본다면, <사랑은 비를 타고>는 변화에 적응한 승리자들의 이야기다.
이때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영화 <바빌론>의 메인 소재는 그 시절을 살아가는 영화인들의 모습이다.
어쩌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라진 이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 <사랑은 비를 타고>를 감상하고 본 작품을 보면,
훨씬 재밌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하면서도 자극적인 유명인들의 파티 장면으로 본 작품은 시작한다.
야심 넘치는 꿈을 꾸는 웨이터 '매니'와 무명 배우 '넬리'는 말 그대로
초대받지 않은 파티의 이방인이며 할리우드의 끝자락에 서있다.
그러나 그들은 작은 기회에 악착같이 버텨 자잘한 성공을 쟁취해 내고,
마침내 밑바닥에서 드높은 정상으로의 발전을 이뤄낸다.
기회의 시기, 화려한 영광의 제국에 그들은 발을 뻗게 된다.
* 제국의 그늘에서는 사람들이 촬영 중 사망하고,
문란하며 자극적인 파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MGM 등 당대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사들은
스타 시스템을 필두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잭'은 무명 영화의 제국, 최고의 스타 자리에 서있다.
영화의 흥행을 결정하고 배우와 스탭들을 조율할 수 있는
그 막대한 스타의 영향력은 황홀한 석양의 입맞춤처럼 빛나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대와 함께 저물어가기 시작한다.
* 해 질 녘 혹은 이른 새벽에 만날 수 있는 매직아워의 빛은
야외 촬영을 이어가는 감독에게 축복과도 같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유성 영화의 시대가 시작하면서 영화 산업 현장도 변화했다.
자극적으로 폭발하는 에너지로 승부를 보던 넬리는
정적이면서도 절제된 음향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매력을 잃어간다.
표정 및 행동 연기에서 목소리적 연기가 더해지기 시작한 잭은
결혼 생활은 물론 연기 활동에서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
"거대하고 위대한 미래" 속에 그들의 자리는 없는 듯 보인다.
* "사랑해, 사랑해, 정말로 사랑해"처럼 우스운 대본과 함께
영광을 누리던 스타들은 점점 사라지게 된다.
* 한편 앞서 나온 그 우스운 대사가 실제 현실에서
진득하면서도 울림있는 표현으로 재현되는 것은
예상하기 어려웠던 카타르시스를 준다.
잭과 넬리는 사라졌지만 새로운 스타들은 꾸준히 등장했다.
여전히 죽는 스탭들이 생겼고, 비현실적일 정도로 문란한 지점도 남았다.
<사랑은 비를 타고>를 보는 매니의 눈에는 진한 슬픔이 느껴진다.
유성 영화와 함께 사라진 영광과 추억에 대한 아쉬움이.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스크린 속에서 그들은 영원한 위대함의 일부다.
<열차의 도착>, <움직이는 말>, <달세계 여행> 그리고 <아바타>에 이르기까지.
RGB라는 단순한 빛의 조합이 만든 위대한 예술의 역사가 그렇게 이어진다.
* 마지막 몽타주 시퀀스는 말 그대로
영화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찬사였다.
평점 : 9
★★★★☆
한 줄 평
"사라진 이들의 영광을 영원히 노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