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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2024-07-2930 views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

밀롱

연구원

그렇게 영화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으면서

그 흔한 시사회 한 번 가본 적 없던 나다

헤헤

 

그런 내가 이번에 좋은 기회로!

인생 첫 영화 시사회에 다녀왔다

 

보고 온 영화는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B급 며느리>로 신선한 바람을

가져왔던 선호빈 감독과

축구덕후 나바루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고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은

프로축구팀 FC안양과

그 서포터즈인 RED의 일대기를 다룬다

 

영화는 안양LG치타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LG치타스는 연고지인 안양에서

전성기를 보내며 이영표, 최용수, 신의손 등

스타 플레이어를 여럿 배출한 팀이다

그런데 2004년, 치타스는 돌연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다

물론 안양 시민의 동의도 환영도

부재한 결정이었다

이 충격적인 이전으로 인해

치타스의 서포터즈이던 RED는

한순간에 응원 팀을 잃게 된다

 

당시 그들의 마음을

대체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RED는 다양한 방법으로 항의도,

반항도 해봤지만 이미 결정된 사안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렇게 팀 없는 서포터즈로서 9년

RED는 그대로 무력하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의 힘으로 새 팀을

창단하자 마음 먹었다

온갖 고난 끝에 단 몇 표 차이로

안양 시민 축구팀이 창단된다

(글에서는 중략된 이 과정은

물론 복잡하고 답답하고

억울하고 쉽지 않았다)

 

2013년, RED는 새로운 팀

FC안양과 함께 걷게 됐다

다른 축구팀 서포터즈들은

이렇게 말한다

RED 걔네 참 특이하다고

그렇게 선수들한테 욕 안하고

구박 안하는 애들 처음본다고

이는 RED도 스스로 인정하는 바다​

RED는 그들의 팀에게 승리를

갈구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었으면 된거라고

승리가 어쨌고 패배가 어쨌고 하지 않는다고

다른 팀에 있다 온 선수도

처음에 RED의 응원을 겪고나면

당황하기도 한다고 한다

 

RED의 누군가는

자신들이 선수들의 마지막 비빌 언덕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팀이 없어져봤던, 함께 웃음과 울음을

공유할 대상이 사라져봤던 서러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들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수카바티'는

산스크리트어로 '극락'이라는 뜻이다

안양이라는 지명 또한

극락이라는 뜻을 지닌다

수카바티는 RED의 구호이기도 하다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수카바티! 가자!'라는 리드미컬한 응원구호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머리 속에 맴돈다

 

이 영화는 단순 축구 영화가 아니다

RED라는 이름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다

그렇기에 축구 그 자체에 대한 것보다

팀을 응원하는 한 서포터즈의 이야기,

그 서포터즈를 이루는 개개인의 이야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위의 사진은 RED의 일원 중 한 명의 결혼식이다

슬로건에서도 보이듯 사진의 하객은

모두 RED의 동지들이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은

이렇게 자신의 팀을 사랑하는

열정적인 서포터들의 성장과 연대를,

그리고 RED의 역사를 담고 있다

 

 

감독인 나바루는 고향 안양의

곳곳을 기록하기 위해 한 포도밭에 갔다

내려오는 길에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가본 곳엔 축구장을 메운 RED가 있었다

(참고로 FC안양의 시그니처 컬러인

보라색은 안양 특산물인 포도의 색과 같다)

순수하게 뜨거운 사랑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뜨겁다 못해

녹아내리게 하기 충분하다

 

RED를 더욱 붉게 만들어주는 것은

빨갛게 타오르는 이 홍염이다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홍염의 빛과 소리, 연기는

RED와 그들의 팀을 뜨겁게 만든다

그들을 더욱 끈끈하게 만든다

영화 내내에 RED 이외에도

다른 팀 서포터즈도 다수 등장한다

(와중에 전북현대 서포터즈도

나오셔서 반가웠음ㅎㅎ)

그들은 RED의 홍염에 위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연고지 이전 이후 RED는 팀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안양의 팀을 만들겠다는

결의가 담긴 현수막을 타 구단 서포터즈에게

연락해 전국 곳곳의 경기장에 걸었다

사실 라이벌이 되기도 하는 타 서포터즈의

현수막을 자기 홈 구장에 걸어준다는 것은

(잘은 모르지만서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RED의 열정과 결의에

구단 생성을 위한 홍보에 힘을 실어주는

타 서포터즈의 모습은 놀랍기도, 존경스럽기도 했다

이게 스포츠맨쉽일까...

스포츠를 사랑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구나 생각했다

 

영화가 끝날 때쯤 나는 이미

RED의 열정과 의지에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살면서 한 번이라도 저렇게 순수하고 뜨겁게

무언가를 사랑했던 적이 있나?

아니, 무언가를 그렇게 응원해본 적은 있나?

누군가는 그들을 바보라고, 훌리건이라고

단정할지도 모르지만 내 눈에 그들은

그저 순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을 패배자로 한정 짓지 않고

끝내 무기력과 패배감과 싸우며

승리를 쟁취한 RED

그 누가 그들을 손가락질 하랴

영화가 끝난 후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유니폼을 입고 온 이들이 적지 않았다

아마 RED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소식에

안양에서부터 달려왔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RED 그 자체일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축구의 ㅊ도 모르고 FC안양의 존재도

이 영화로 알게 됐던 나조차

뻐렁참을 느꼈는데...

장본인인 그들은 얼마나 가슴 뛰고

행복하고 벅찬 시간이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은

RED에게 바치는 헌정 영화이기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런 다큐멘터리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장르가 장르인 만큼 영상미나

연기력, 배우를 감상할 순 없었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만의 섬세한 연출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다음에 또 다큐멘터리 영화를

접하게 되더라도 거부감 없이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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