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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2025-07-1129 views
[천하제일 로맨스 영화 대회] 내가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 <러브레터>
CHANI


인간의 희로애락이 모두 들어있으면서도 현실과 낭만 사이를 드나들 수 있는 장르. 그것이 로맨스 장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보편적이지만,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동시에 개인적이며,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모습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예기치 않은 편지처럼 찾아오는 영화가 있다. 바로 이와이 슌지의 대표작 <러브레터>이다.
<러브레터>는 와타나베 히로코와 두 명의 후지이 이츠키 사이에서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훗카이도 오타루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회고’의 방식으로 전개된다. 기억 속 존재를 떠올리고 그와의 이야기를 회상할 때면 풋풋하고 순수한 추억에 웃음 짓다가도, 문뜩 되새기는 부재의 사실은 허전함과 그리움을 남긴다. 이러한 감정들은 영화 속 배경지인 훗카이도의 눈 덮인 설경과 어울린다.
이 영화의 주요 키워드는 사랑과 죽음이다. 영화 속 인물들의 삶에는 죽음이 가까이 있다. 주변 인물의 죽음을 경험하거나, 본인이 그런 위기에 빠지는 경우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라는 격언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실제로 이 영화는 죽음이라는 필연성을 통해 삶과 사랑의 소중함을 그려낸다.
<러브레터>의 명장면은 누구나 알만한 그 장면이다. 눈 덮인 언덕에서 뛰어가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빨간 옷의 여인. 너무 유명해진 대사라 의미가 퇴색되긴 했지만, 영화의 전체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매우 감동적인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잘 지내냐는 질문으로 끝내고, 잘 지낸다는 대답으로 시작한다. 사랑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이 영화에서 1인 2역을 맡은 ‘나카야마 미호’는 대단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외모와 나이가 비슷한 두 캐릭터는 그녀의 연기를 통해 완전히 다른 인물로 인식된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작년 12월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그녀가 연기한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는 여전히 남아있다. 사랑의 풋풋함과 이별의 쓸쓸함을 잘 표현해준 그녀와 눈이 내리면 문득 떠오를 <러브레터>를 추억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