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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2025-07-1123 views
[천하제일 로맨스 영화 대회] 로맨스 영화의 최고는 <시네마 천국>!
뜬구름


최근에 <시네마 천국>이 되어서 보러 갔는데요, 확실히 예전보다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잘려나간 키스신으로만 구성된 필름으로 토토와 알프레도의 절절한 사랑, 그리고 남겨진 사랑의 흔적에 감동하는 어른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니 이건 정말 로맨스 영화더라고요. 토토가 성장하며 만난 사랑, 그리고 그들과의 이별에서 특히 느꼈는데요, 그때 알프레도가 꺼낸 사랑 이야기. 공주를 100일간 기다리던 남자 이야기에서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미리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기다림과 절심함도 결실을 맺지 못한 채 마무리된다는 걸요.
<시네마 천국>이 천하제일 로맨스 영화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토토는 고향이 세상의 전부라고 느끼며 살아갔습니다. 물론 그렇게 계속 살 수도 있지만 알프레도의 설득으로 더 큰 세계를 향해가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죠. 자연스럽게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마무리되고 심지어 가족마저 소원해집니다. 그런데 도시에서 더 넓은 세계를 만나고 아무리 다른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사랑을 할 수 없었습니다. 작고 우스운 사랑이더라도 사랑인데, 한번 내다버린 사랑은 영영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후회가 쌓이고 방황은 커져갑니다. 어디에서도 사랑을 하지 못하는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고향에서 내보낸 알프레도의 사망 소식이었습니다.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인데요. 그는 사랑이 뭔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 평생을 한 자리에서 영사만 하던 그가 평생의 시간만큼 마주한 것은 영화 속 세계였습니다. 가난하고 죽음이 가까웠던 여기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았고, 그만큼 큰 세계에 대한 열망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그 열망을 어린 친구 토토에게 전하기 위해 남겨두었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더 행복해질 길을 알고, 그 길을 보내줄 수 있는 모습이 너무 멋졌습니다.
최고의 명장면은 역시나 엔딩씬입니다. 토토가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을 돌려보며 눈물을 훔치는 유명한 장면이죠. 이때 극장의 모든 사람들이 토토의 표정에 맞추어 떠나가라 하늘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토토는 마지막 모습이 차가웠던 알프레도의 사랑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려나간 무수한 키스신들처럼, 자신의 사랑과 추억들이 좌절되더라도 마음 속에 영영 남을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여기서 저는 100일간 공주를 기다린 남자 이야기의 의미를 수정해봅니다. 그 이야기는 '사랑은 언젠가 끝이 난다'라는 뜻보다 '사랑에는 때가 있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요. 이 이야기처럼 결과에 상관 없이 후회 없이 사랑을 만끽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