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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2025-08-1024 views
[천하제일 애니메이션 영화 대회] 팀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포비


[천하제일 애니메이션 챌린지]를 보고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단연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같지만, 꿈 같은 하루를 담은 이 영화는 내게 매번 특별한 설렘을 주는 영화다.
유치원 때, 처음 이 작품을 봤던 나는, 화면 한가운데 달빛을 배경으로 언덕 끝에 선 '잭 스켈링턴'을 보고 나는 많이 놀랐다. 하지만 어쩐지 점점 그 캐릭터에 시선이 갔고 항상 생각났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는 까맣게 비어 있고, 길쭉한 팔다리에 하얀 뼈와 검정 줄무늬 정장이 몸과 하나처럼 붙어 있는 모습. 그 단순하고 미니멀한 디자인 안에, 귀엽고도 고딕적인 모든 매력이 담겨 있었다.
할로윈 마을의 ‘호박왕’이자 모두가 따르는 인기 스타. 그는 누구보다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 매년 반복되는 할로윈 준비 속에서 지쳐 있고 공허한 존재였다. 그러다 우연히 크리스마스 마을을 발견한 순간, 잭은 사라졌던 열정을 되찾고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듯 새로운 세계로 직진한다. 이 충동적이고도 추진력 있는 모습이, 어린 내가 봐도 참 좋았다.
하지만, 그의 크리스마스 계획은 완전히 실패로 끝난다. 인형 대신 괴물이 들어 있는 선물, 강아지 대신 구렁이가 들어 있는 상자…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런데도 잭은 그 실패를 부끄러워 숨기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망친 일을 바로잡으려 하고, 그 과정에서 잃었던 정체성과 열정을 되찾는다. 그 순간에서 나는 잭이 단순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아니라, 소중한 가치를 지닌 하나의 주체로 느껴졌다. 인기와 능력을 갖췄지만 속은 허전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나섰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본래의 자신을 인정하는 이야기. 그게 어렸을 때의 나에게는 너무나 멋진 성장담으로 느껴졌다.
영화의 다양한 인물들도 눈에 가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잭이다. 잭의 매력은 비단 서사에만 있는 게 아니다. 팀 버튼 특유의 ‘버턴풍’이 만들어낸 분위기와 어두운 그림자와 강렬한 색 대비, 기괴함과 귀여움이 공존하는 비주얼, 이 모든 것이 잭에게 완벽히 녹아 있다. 큰 키와 긴 팔다리가 만드는 동작 하나하나가 뮤지컬 장면처럼 경쾌하고 우아하며 웃을 땐 장난꾸러기처럼 보이다가, 진지한 순간에는 고딕 소설의 주인공처럼 보이는 표정 변화도 강렬하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은 팀 버튼이 원안을 만들고 헨리 셀릭이 감독했지만, 캐릭터의 성격과 비주얼은 팀 버튼의 손길이 짙게 배어 있다. 그는 세심한 캐릭터 설정으로 유명한데, 잭 역시 그러하다. 영화 속 잭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주면서도, 늘 적극적이고 주저함 없는 매력을 유지한다. 이건 팀 버튼 영화 속에서도 드물게 모두에게 사랑받는 리더의 모습이다.
영화는 단순히 예쁘거나 귀여운 동화가 아니라,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고딕 호러 뮤지컬이고, 동시에 할로윈과 크리스마스라는 전혀 다른 색깔의 세계를 한 화면에 담아낸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보고 나면 잭의 긴 다리와 환한 웃음, 그리고 실패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그 고집스러운 열정, 그리고 흑백이 만든 황홀한 비주얼이 오래 남는다. 이 영화를 즐기는 시기는 언제든지 상관없다. 할로윈이든 크리스마스든 상관없이, 잭을 만나고 그 세계로 가고 싶다면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