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연출 :
영상미 :
연기 :
OST :
스토리 :

영화평 작성하기0/100

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 Community
  • 영화게시판

수다2025-08-1055 views

[천하제일 애니메이션 영화 대회] 현실을 범람한 무의식, <파프리카>

옹심

연구원

◆ 작품 소개

  <파프리카>는  <퍼펙트 블루>, <천년 여우>, <도쿄 갓 파더> 등을 제작한 제페니메이션의 거장 곤 사토시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과 생생한 디테일의 작화가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수작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어쩌면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방법으로 무의식과 현실 사이 경계의 일그러짐을 기묘하면서도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정신과 의사 '치바 아츠코'와 그의 또 다른 자아 '파프리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꿈과 현실의 교란을 그린다. 파프리카는 일명 '꿈 탐정'으로, 다른 사람의 꿈으로 들어가 그의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는 기계 장치 'DC 미니'를 통해 꿈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러나 어느 날 개발 중이던 DC 미니가 도난 당하면서, 제어되지 않는 무의식에 의해 치바의 주변 인물들이 하나 둘 피해를 입기 시작한다.
 이렇듯 꿈을 통해 다른 이들을 도우려는 이와 그것을 지배하려는 이 사이 갈등을 다루면서 영화는 '꿈'이라는 주제를 다채롭고 끈기있게 끌고 나간다.


◆ 영화 속 가장 좋아하는 장면

 <파프리카>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단연 꿈이 현실을 떠밀고 들어와 현실을 잠식해버리는 장면일 것이다. 현실을 범람한 무의식.
 냉장고, TV, 의자, 장난감은 생명을 얻은 듯 활기차게 거리를 행진하고, 사람들의 얼굴은 전자기기의 모니터가 되어버리는가 하면, 이 혼란의 퍼레이드에서 모든 이(것)들이 내뱉는 비문들은 해석의 가능성아 전혀 보이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시적이다. 현실의 논리나 이성이 전혀 통하지 않는 무의식이 범람한 광경을 보며 관객들은 그 기묘함에 두려워 하는 동시에 그 자유로움에 매혹을 느낀다.

 무의식은 영화 속에서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현실을 잠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빠르게 회전하는 현대 사회에서 꿈이라는 무의식은 모두의 머리 속에 자리하고 있기 마련이니까. 그 무의식은 머리 속에만 머물러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행동이나 생각이 되어 현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 않나.


◆ 영화 속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파프리카>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파프리카 아닌 또 다른 이를 꼽을 수 있을까? 붉은 파프리카 빛의 머리칼을 하고서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무의식 속이라는 것을 단 한시라도 잊지 않는 듯, 물리 법칙 따위는 전혀 통하지 않는 세계에서 자유로이 하늘을 날고, 모니터 속으로 뛰어드는 파프리카! 마치 영화 촬영장 속 배우처럼 타인의 꿈으로 흘러 들어가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탐험하는 파프리카는 꿈에서 해답을 찾기도, 현재의 절망에 대한 희망을 찾기도 하면서 미래와 또 다른 하루를 지켜낸다.



◆ 이 영화가 천하제일 애니메이션 영화인 이유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이자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소재는 단연 'DC미니' 라는 기계 장치다. 영화 속 인물들은 이 기기를 통해 자신의 꿈을 녹화하고 또 그것을 모니터를 통해 재생할 수 있다. 동시에 영화를 보는 관객인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그들의 '꿈'을 본다. 개인의 무의식 속 꿈을 공유한다는 것. 타인의 꿈을 경험한다는 것.  <파프리카>는 꿈이라는 무의식 속 현상을 스크린 속에 옮겨 놓음으로써 그것을 공유하고 경험한다는 이상한 감각을 준다.

 영화 속에서 파프리카는 DC 미니를 통해 자유로이 꿈과 현실을 넘나든다. 그는 모니터, 창, 스크린을 오가면서 현실에서 무의식으로, 무의식에서 현실로 이동한다. 관객은 모니터, 또는 스크린을 통해 그것을 보면서 어쩌면 나도 이곳에서 저곳으로, 단숨에 뛰어넘을 수도 있겠다는 꿈을 꾸게 된다. 영화 속 토키타의 대사를 빌려, 한 편의 "죽여주는 꿈"을 꾸게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때문인지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잠이 들고 싶었다. 영화가 지루한 탓에 졸린 것은 아니었으니 다시 말하자면 단순히 잠이 아니라, 잠에 들음으로써 꿈을 꾸고 싶었다고 하는 것이 더 옳겠다.

 <파프리카>는 무의식과 현실 사이 경계에 집중하면서, 둘 중 어느 세계도 긍정하지 않는다. 그것에 대한 고민은 우리의 몫이다. 과연 내가 속한 세계는 어떤가? 어쩌면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곳 현실과 내 머리 속 무의식은 완전히 분리된 세계가 아닐지도 모른다.

  • 1
  • 200
  • 13.1K
  • 123
  • 10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