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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렉션2021-08-0254 views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 다큐멘터리(국내편)

파랑달

연구원

내가 본 것을 남들도 봤으면 좋겠다.

우리는 찍어 놓은 필름에 담긴(혹은 디지털로 녹화된) 스크린 속 영상을 볼 뿐인데,

그 현상 안에는 누군가의 해석이 담겨있죠.

'보는' 것과 '보여주는' 것이 다르듯, 다큐멘터리는 현장 속 내가 본 것을 내 눈과 머리를 통해 관객에게 보여주는 예술입니다.

재구성된 현실은 사실과 달리 시각과 주체, 메시지가 들어갑니다.

직접적이든, 추상적이든 우리는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것을 보며 또 다른 해석을 하게 됩니다.

설득과 표현, 해석으로 만들어가는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여기에 있죠.

 

※ 소개된 작품들은 가나다 순으로 배치했습니다.

 

1.

2019년에 개봉한 강상우 감독의 [김군]입니다.

카메라는 5.18 민중항쟁의 왜곡을 일삼는 이들의 시선에서 가상의 존재 '김군'을 찾아갑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은 그저 몇 마디로 내뱉으면 그만이지만 그 안의 진실을 찾는 과정은 지난하기만 합니다.

결국 '김군'으로 지목된 1980년 광주의 한 시민을 발견하며 우리는 그때로 돌아가 지금의 그들을 만납니다.

5.18을 겪지 않은 세대가 바라보는 5.18의 역사는 영화 속 서사가 되어 과거가 아닌 현재가 됩니다.

 

2.

2020년 개봉한 박윤진 감독의 [내언니전지현과 나]입니다.

우리에게 고향은 어디일까요. 누군가는 푸르른 들녘과 끝없는 바닷가가 떠오르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데스크톱 모니터 안 rpg게임의 판타지세계일 수 있겠죠.

넥슨이 만든 2000년대 도트 그래픽 게임 '일렌시아'는 극소수의 유저와 제작사의 방치로 '망겜'이 됩니다.

이제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된 게임과 그때의 시간을 되짚다 보면,

지금의 세대가 찾고자 하는 희미한 희망 언저리에 도달할 수 있게 됩니다.

 

3.

2021년 4월에 개봉한 주현숙 감독의 [당신의 사월]입니다.

7년이 지났고, 여전히 진실을 찾는 과정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감독은 피해자를 주목하던 시선을 조심스럽게 돌려 세월호를 기억하는 우리들에게 마이크를 넘깁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의 삶과 가치관, 그리고 한국의 역사를 바꿔 온 흔적들을 돌아보며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여전히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알려줍니다.

 

4.

이길보라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반짝이는 박수소리]입니다.

청각장애인 부모로부터 태어난 청인 자녀, CODA라는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다큐멘터리로 담았습니다.

들리지 않는 세상을 적응해야 했던 이들과 그것이 익숙했던 이들이 들어야 했던 세상은,

누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답이 아닌 자신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세상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부모님이 처음 만났던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진솔하고 평범한 한 가정의 삶을 바라보며

비장애인 관객이 놓치고, 외면했던 어떤 지점에 존재하는, 누구보다 반짝이는 한 가족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5.

2017년 국내 개봉한 정윤석 감독의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입니다.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가사로 근현대 한국 사회를 조준한 밴드 밤섬해적단은 어느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습니다. 

자유와 저항, 광기와 유희가 뒤엉킨 영화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이자 여전한 숙제인 레드 콤플렉스를 정면으로 들이받습니다.

경직된 권위주의 사이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전위적인 퍼포먼스는 자극에서 끝나지 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를 도려냅니다.

우리에게 북한은 이제 어떤 존재가 된 것일까요.

아니면 그냥 과거의 어떤 존재 이후로 사회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해석을 미뤄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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