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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2021-08-1778 views
[프리 가이] 짧은 후기
파랑달
개봉한 지는 일주일이 되었지만, 오늘 보게 된 [프리 가이]입니다.
게임 속 NPC였던 주인공 '가이'는 절대 말을 걸어서는 안 되는 선글라스 낀 사람,
그것도 자신의 완벽한 이상형인 '몰로토프걸'을 통해 프로그래밍에 불과한 권태로운 일상을 인식하고 자유의지를 갖게 됩니다.
그러다가 실은 나와 이 세상이 현실이 아니라 게임 속 시스템에 불과하단 사실을 알게 됩니다.
반복되는 일상과 정체성의 발견, 굳이 쓰지 않아도 아실만한 여러 영화가 떠오릅니다.
특히 중후반부의 바닷가 신이나 단독 스트리밍 시퀀스들은 <트루먼 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름없는 자들에게 윤리적 고민을 던지고 선한 행동이 어떻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가를 낙관하는 영화입니다.
결론을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감상은 다를 수 있겠습니다.
트루먼 쇼의 해피엔딩은 인간이 현실 밖으로 나가 자유를 찾는 쪽이지만,
애초에 인간이 아닌 존재인 AI를 인격체로 상정할 때 나타날 존재론적 문제를
인간의 플레이와 접속으로 구동되는 상업 게임으로 구현한 서사에서 매듭지으려면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해야겠죠.
그렇지 못했다면 프리 가이의 엔딩은 실은 트루먼 쇼의 시작으로 돌아가는 결론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깊은 주제의식으로 넘어가고 싶지 않은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선악의 구분이 납작하고 단순합니다. 캐릭터의 사용 문법 또한 전통적입니다.
선한 데다가 피해를 받고, 결국 세상을 지키는 백인 주인공들과,
누가 봐도 악하고 이윤중심적이며 대세에 부역하는 유색인종(주로 아시안과 퍼시픽 아일랜더였던)의 명확한 대비는
감독의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눈에 띄기 마련입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서사적 이음새가 단단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재미가 없는 영화는 아닙니다.
무언가를 들어낼 때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서브 컬쳐, 특히 게임문화의 디테일한 면을 끌어와 종사자와 소비자의 공감을 자아냅니다.
게임 사의 업무 일상과 IP 분쟁, 스트리밍 플랫폼 등을 코믹하게 잘 풀어냅니다.
이 영화에서 현실감을 바라고 보지는 않으니, 상상력을 마음껏 활용해 캐릭터와 배경을 사용합니다.
후반부에 사용한 레퍼런스들을 보고 참 비싼 카메오들이다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제작사인 20세기 스튜디오도 디즈니 소유가 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수긍했습니다.
따라올 수 없는 규모가 된 미키 마우스의 위력이란.
라이언 레이놀즈가 맡은 비슷한 수많은 캐릭터가 머릿속에 지나갑니다.
개인적으로는 배우의 캐릭터 소비가 이제 최대치에 근접한 것 같은데, 헐리우드는 또 생각이 다른가 봅니다.
킬링 이브의 빌라넬 역을 맡았던 조디 코머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둘 사이의 나이 차가 거의 스무 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