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2021-11-10 18:11:16
숨을 쉬지 않고 수영하는 수영선수의 이야기
노브레싱
- 줄거리
어릴 적 수영선수로서 서로가 라이벌이었던 원일과 우상.
어느 날 수영 천재로 불리던 원일이 갑자기 수영을 그만두고 사라진다.
우상은 최고의 수영선수로 자라 수영계의 일인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우상은 예기치 못한 사 건으로 태극 마크를 벗게 되고, 명문 체고 수영부에 가게 된다.
원일은 재학 중이던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고, 명문 체고 수영부로 편입하게 된다.
우상은 유일하게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원일이 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오자 눈에 거슬리기도 하고 한심하게 느껴진다.
원일은 친구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고, 수영을 하는 일을 피하려 한다.
수영부에서 훈련을 갔을 때 다른 수영부와 수영 시합을 하게 되고, 원일은 자신의 수영실력을 보여주게 된다.
수영 부원인 정동은 부상이 있었지만 노력해서 대회에 나가게 된다.
이를 아니꼽게 본 선배가 정동을 때리며 정동의 부상 사실을 밝히기 전에 알아서 그만두라고 협박하게 된다.
정동은 수영을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가게 된다.
정동이 나간 후, 선배의 막말에 원일은 화를 참지 못하고 선배를 폭행한다.
폭행 사건으로 인해서 원일은 학교에서 쫓겨나게 된다.
우상은 원일에게 수영 대회 신청서를 가져다주게 된다.
우상과 원일은 각자 자리에서 훈련을 받으며 수영 대회를 준비하게 되고, 수영 대회에서 나란히 1,2등을 하게 된다.
1,2등을 차지한 원일과 우상은 국가대표가 된다.
- 기억에 남는 부분
원일은 수영만을 바라보고, 결국에는 수영을 하다가 자신과 엄마를 두고 세상을 떠난 아빠에게 분노를 가지고 있었다.
우상은 학교를 나오게 된 원일에게 원일의 아빠의 마지막 대회의 인터뷰를 찾아서 보여주게 된다.
인터뷰에는 원일이 생각지 못한 아빠의 생각과 말들이 담겨있었고, 아빠에 대한 오해가 풀린 원일은 아빠의 납골당을 찾아가게 된다.
납골당 안에 있던 아빠의 수영모에는 "호흡을 멈추고 물살을 가른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위해!!"라고 적혀있었고 원일은 이를 보고 오열을 하게 된다.
원일이 아빠의 진심을 알고 나서 우는 장면에서 사실은 원일이 아빠를 진심으로 미워했던 게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모를 보고 우는 원일의 모습은 아빠와의 오해가 풀린 아들보다는 아빠가 너무 그리웠던 아들의 눈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아빠가 수영을 하면서 '노브 레싱'이라는 영법을 사용했었는데
*노브레싱: 수영 전문용어로서 ‘호흡을 멈추고 물살을 가르는 영법’을 일컫는다.
젖산 에너지 시스템에 의존해 역영하는 방법으로,
경기 처음 또는 최후에 전속력을 내고자 할 때 사용한다.
원일도 노브레싱을 연습해 수영 대회에서 노브레싱을 사용하게 된다.
노브레싱을 사용하는 것으로 원일이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다.
- 명대사
" 두려움보다는 간절함이, 간절함보다는 소중함이, 소중함보다는 즐거움이
그 즐거움을 찾을 때 그때 비로소 완성되는 거야
너의 노브레싱. "
파노라마_테디 에디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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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운 <비상선언>, 그래도 좋았던 건...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린 현실에서 수많은 재난을 봐왔다. 그 재난을 경험하고 살아난 생존자들도 있고, 반대로 희생당한 사람들도 무척 많다. 그것을 화면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자신이 그곳에 있지 않았다는 안도감과 우연히 그 자리에 있어서 그 악몽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함께 마음에 자리 잡는다. 그렇게 재난상황은 사람들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본능을 끌어올린다.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생존에 대한 본능은 사회에 보여주는 가면을 치워버리고 진짜 얼굴을 드러내게 한다. 따뜻한 얼굴, 차가운 얼굴, 무심한 얼굴 등 다양한 얼굴은 진정한 세상의 모습을 수면으로 끌어올린다.
그렇게 드러난 얼굴은 생존만을 바라보게 만든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안전을 좀 더 바라보게 만들고 필요한 경우, 보다 나은 안전을 위해 시위를 하기도 한다. 반면에 정치인들은 그 재난의 상황을 이용해 정치적인 생명을 연장하려고 한다. 공무원인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인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고위 관계자들은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치인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른다. 그것이 옳고 그른지보다는 일단 자신의 조직 내에서 안정적인 결정에 따르려고 한다. 그리고 그 재난 상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장 생존할 기회를 찾게 만든다. 이 가혹한 상황은 모두를 몰아붙인다.
비행기 속 테러와 재난을 함께 다루는 영화 <비상선언>
영화 <비상선언>은 테러와 재난 상황 속 인물들과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외부의 인물들의 얼굴을 담는다. 이 상황을 시작한 건, 테러범인 진석(임시완)이다. 그는 미리 SNS에 비행기 테러를 하겠다는 영상을 올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는 비행기의 표를 구매해 탑승한다. 그의 목적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남대문을 불태운 테러나 대구 지하철 참사의 테러범이 했던 것처럼 사회를 향한 분노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정작 테러를 한 진석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즐기려는 목적이 아니다. 단순히 비행기를 탄 모두를 죽이는 것이 그가 유일하게 바라는 것이다. 영화 속 어디에도 그가 다른 사람이 차례로 죽는 것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단지 그는 치사량 높은 바이러스 하나로 자신이 가진 분노를 표출하고 그 자신도 그 분노에 의해 먼저 현장을 떠난다.
비행기 내부에서는 벌어진 테러의 중심에 다양한 인물이 포진된다. 부기장 현수(김남길), 스튜어디스 희진(김소진)과 과거 비행기 조종사였던 재혁(이병헌)이 진석을 막기 위해 애쓴다. 그들은 테러범인 진석을 막으려 최선을 다하지만 그가 이미 퍼뜨린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승객들은 하나둘씩 감염되기 시작하고 어떤 해결책도 가지고 있지 못한 그들에겐 불안이라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진다. 그와 중에 스튜어디스들과 조종사들은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쓴다. 비행기 내부의 사람들은 대부분은 지시에 따라 안정을 취하고 있지만 그 사이에서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안전을 위해 사람들을 구분 짓기를 원한다. 영화 중반 이후엔 바이러스 증상 발현자들과 무증상자를 따로 나누게 되고 이는 그 안에서 작은 계급을 만든다. 짧은 시간에 형성된 작은 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화는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비행기 외부에서는 형사 인호(송강호)가 테러리스트인 진석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정부 관계자들도 상황실을 만들어 이 상황에 대처하려고 한다. 가장 열심히 뛰는 건 아내가 비행기에 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인호다. 그는 필사적으로 진석의 행적을 수사해 그 상황을 해결할 단서를 찾으려고 한다. 반면에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와 청와대 관계자 태수(박해준)는 관련 관리자들을 모아 대책회의를 하고 그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의견 충돌이 있고, 대통령을 비롯한 윗선의 결정을 기다리는 측면에서 그들의 논의와 결정은 무척 늦은 감이 있다. 피해자 가족이기도 한 개인은 필사적으로 그 상황을 타계하려 노력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 관계자들은 늘 한 발 느리게 다음 해결책을 제시한다. 어떤 경우엔 다음 결정을 못하고 지지부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테러 장르로 시작해 중반까지 이어지는 압도적인 긴장감
지난 수요일 개봉한 영화 <비상선언>은 관객 사이에서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고 있다. 영화의 구성 자체가 이렇게 호불호가 나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테러 장르라고 볼 수 있다. 테러리스트가 등장하고 그가 하와이행 비행기에 생화학 테러를 벌인다. 그리고 그가 퍼트린 바이러스가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한다. 한 명으로 시작했던 감염자는 금방 그 숫자를 늘려간다. 그렇게 비행기 안이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과정이 영화 중반까지 담긴다. 중반까지 진행되는 테러 장르는 꽤 훌륭하게 영상에 담겼다. 실제와 똑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비행기 세트를 실제로 돌리면서 촬영된 비행 시퀀스는 굉장한 현실감을 주고 긴박감을 더해준다. 여기에 동기를 드러내지 않고 테러를 벌이는 빌런 진석은 영화에 엄청난 긴장감을 선사한다. 또한 지상에서 진석의 뒤를 쫓는 인호의 추적극도 굉장히 빠르고 박진감 있게 담겨있다.
이렇게 무사히 전반부를 마친 영화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재난 장르로 방향을 튼다. 재난 장르에는 빌런이 사라지고 피해자들과 지상의 가족 그리고 공무원들이 화면을 채운다. 그러니까 목적 자체가 테러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비행기 안의 사람들이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중점적으로 비추기 시작한다. 피해자 중의 중심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재혁이 전면에 등장하게 되고, 그의 과거 이야기도 덧붙여진다. 그렇게 신파 코드를 덧붙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인 메시지도 포함되면서 중반까지 응축해왔던 긴장감을 풀리게 만든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시간과 사람들의 행동들도 조금은 인위적으로 압축해놓았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점에서 영화 <비상선언>의 후반부는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후반부에 던지는 사회적인 메시지 자체는 명확하다. 우리가 지금도 겪고 있는 바이러스라는 특수한 상황 앞에서 여론은 급격하게 갈라진다. 그 안에서 여러 의견들을 보고 자신이 어떤 것을 따를지 결정하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것이 더 옳은 것인지 단번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 속에 피해자들이 탄 비행기의 착륙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 두 가지 의견 중 어떤 것이 더 옳은가라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피해자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한 편으로는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같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반인의 의견이 갈리더라도 정부는 피해자를 최대한 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정치적인 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결정을 한다. 그들의 비겁한 모습 또한 영화 후반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쉽지만 평가절하되서는 안 될 이야기
영화 <비상선언>은 동일한 재난 상황이 벌어질 때 우리 사회의 단면을 무척 잘 캐치하여 담았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재난을 통해 겪어온 일이다. 더 과거로 가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다양한 한국 내 재난을 떠올릴 수도 있다. 특별한 테러 동기도 찾기 어려운 테러범 진석도 우리 사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에 가득 차 있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대구 지하철 테러 같은 끔찍한 범죄를 일으켰도 남대문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뿐이다. 그런 점들이 바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영화는 테러 장르로 시작해 재난 장르로 마무리가 된다. 비록 후반부 아쉬운 점들은 있지만 이 영화가 평가절하될 만큼 엉망은 아니다. 하이재킹 테러 장르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긴장감을 영화에 담았고 후반부에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 신파적인 장면들 역시 포함되어 있지만 생각보다 그 강도가 세지는 않다. 비록 압축적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간의 비약과 너무 딱 맞게 떨어지는 설정들이 들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영화에는 피해자와 그들을 돕는 사람들이 있고, 무책임한 정부 관계자도 있기만 그 상황과 결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관료도 있다. 거기에 피해자 가족들의 모습도 같이 보여주면서 다각도로 영화의 상황을 볼 수 있게 구성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는 임시완이다. 테러범 진석 역할을 맡고 있는데 평범하지만 분노를 깊숙이 숨기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척 좋은 인상을 가진 그가 사람들에게 무심하게 죽었으면 좋겠다고 내뱉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송강호나 전도연, 이병헌 같은 탑 배우들도 이 영화 안에서 혼자 따로 놀지 않고 적절하게 잘 맞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은 과거 <연애의 목적>, <연애의 온도> 같은 관계에 대한 영화를 탁월하게 연출했었고, <관상>, <더킹>, 같은 사회고발과 관련한 영화도 완성도 있게 연출한 경험이 있다. 이번 <비상선언>에는 실감 나는 비행기 테러 이야기와 함께 현실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을 적절하게 이야기에 녹여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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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비상선언>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구독하여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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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타인
스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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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 영화가 나왔을 때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건 '우리는 저런 게임 해도 광고나 게임초대 밖에 안 온다'는 후기다. 나도 그럴 것 같다.\
월식이 일어나던 날, 호수이자 바다인 영랑호에서 불장난(사실 얼음낚시이지만)을 하다 주먹다짐을 했던 어린이들은 약 40년 뒤, 또 다시 월식이 일어나는 날 석호와 예진의 집들이에서 새로운 불장난을 한다.
40년 지기 친구들과 그 아내들이 휴대폰으로 오는 모든 알림들을 공유하는 게임.
이 영화는 낯선 게임의 형식을 빌려 내부의 클리셰들, 너무 흔한 가정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배신과 타자성 보다는 오히려 풍자에 가깝다.
더 바랄 것도 없을 정도로 완벽해 보이는 석호-예진 부부. 그들의 공부 잘하고 착한 딸.
유방 성형외과 의사인 석호는 자상하고 가정적이며, 정신과 의사 예진은 딸에게 엄격한 엄마다.
대학생 때 혼전임신으로 낳은 딸인 만큼 딸이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예진의 아버지도 의사인 걸로 보아, 처음부터 석호가 결혼을 승낙받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석호는 예진 몰래 투자한 속초 리조트에 사기를 당한다. 정신과 의사인 예진은 성형을 정신적 문제라고 인식하고, 성형외과 의사인 석호는 정신과 의사를 꿀 빤다고 여긴다. 하지만 예진은 가슴 성형수술을 예약했고, 석호는 정신과 치료 6개월차다.
한국 영화, 아니 한국 가정의 클리셰들을 몽땅 모아둔 것 같은 태수-수현 부부를 들여다 보자.
고시 뒷바라지 해서 변호사 만들어 놓았더니 이제는 식모 취급하는, 보통 성격 아닌 어머니를 모시고 살지만 "우리 엄마 그런 사람 아니야!"를 외치는, 아내 모르게 다른 여자와 야한 사진을 나누는 태수. 친구 아내의 옷차림을 보고 "너무 꽉 끼는 거 아니야?"라며 평가질까지.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살면서 자존감이란 자존감은 뉘집 개나 준 듯한 수현.
문학반 수업을 들으며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레파토리는 제법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문학반 다니는 사람에게 예진을 험담하는 것도 낮은 자존감에서 온다. 자기 자신이 없으면 남이 기준이 되니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음주운전 후 수현 대신 태수가 자수을 하면서 죄책감까지 가중된다. 죄책감과 자존감은 디커플링.
거기다 슬쩍슬쩍 몰래 술도 마신다. 알콜중독과 자존감은 커플링.
준모-세경 부부를 보자. 준모는 부잣집에 맨몸으로 장가간 남자의 전형이다. 사업병에 걸려 온갖 사업을 벌이고, 망하고, 그리고 또 하고.
뒤에서 호박씨 까면서 앞에서는 천하에 둘도 없는 사랑꾼인 척. 사업장의 어린 알바생과 바람피우는 것까지 완벽하다.
그러면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늘 무시받는, 사업이라도 해서 '사장님' 소리를 들어야만 자존감을 올릴 수 있는 한없이 약한 존재.
한편 세경은 여기서 가장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세경은 말한다. "결혼할 생각 없었어요. 저 인간이 하자고 하자고 해서"
마지막으로 애인 '민서'를 데리고 오겠다고 했지만 몸이 아프다며 혼자 온 영배.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고(사싱 잘리고), 친구들끼리의 골프 약속에도 소외된다. 40년지기 친구에게도 사실 애인은 민서가 아니라 '민수'임을 비밀에 부친다.
게임은 점점 과열되고, 그만 두자고 하는 사람과 한번 폭로되면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다.
서로를 속이고, 속였다는 것이 발각되는 걸 관음하는 것이 관객의 역할이다.
게임-스릴로 흥분되는 순간은 잠깐이다. 그 이후는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 보는 관음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폰은 그 자체로 메타포다. 마치 타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화려한 생활을 관음하며 그 뒤에 어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불행이 있을 것이라 상상하는 것,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만을 기다리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이 왔을 때, 완전무결하지 않은 타인에 대한 비난은 너무도 쉽다.
그렇기에 기존 포스터에서 차용하지 않는 방식인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기'는 마치 "너, 나 보고 있었지?"라고 말하는 듯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훔쳐보고 있는 걸 다 안다는 듯 여유로운 미소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동성애자.
자존감이 낮은 이가 SNS에서 화려한 삶을 거짓으로 꾸미듯이ㅡ물론 자존감도 높고 화려한 사람도 있겠다만은ㅡ세경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친구들에게도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사회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영배와 보통 수준의 자존감을 가진 세경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물들은 결핍 그 자체다.
인정받고 싶지만 능력이 없는 준모, 책임감 없지만 책임감 있는 척 해야 하는 태수, 아내에게 금전적으로 달리는 석호, 자신을 잃어버린 수현, 성(性)적으로 억압된 예진.
예진의 억압된 성은 희한한 방향으로 가지를 친다. 첫째가 딸 소영에게 보이는 반응이 그렇다. 스무 살이 넘은 딸의 연애사를 일일이 간섭하며, 딸의 가방을 뒤져 기어이 콘돔을 찾아낸다.
딸이 만나는 남자를 격렬하게 거부하며 딸에게 순결을 강요한다. 둘째로는 유방 성형외과 의사인 남편으로 말미암은 신체 컴플렉스다.
성형은 정신적 문제임을 인지하지만, 결국 가슴 수술을 감행하려 한다. 그것이 자신의 여성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앞의 두 가지 요소는 자신의 삶과 몸을 완전히 부정한다.
마지막으로 준모와의 관계다.
<인셉션>에서처럼 세경이 빼 놓은 반지가 테이블 위에서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그 순간 관객들은 이 모든 일이 가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영화 끄트머리에서는 게임을 아예 하지 않았다는 설정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돌아가는 차 안, 준모는 예진에게 온 문자를 확인한다. '자기랑 있고 싶었어'
하필이면 준모일까. 남편은 의사고 태수는 변호사, 준모는 사업병 걸린 백수다. 그럼에도 준모를 선택한 것은, 억압된 욕망의 육화 그 자체가 아닐까.
계산 없이 몸만 생각할 수 있는 상대.
마지막까지 관객의 관음 욕망을 채워준다. 이로서 가상이라고 여겨졌던 1시간 50분을 진짠가, 가짠가 헷갈리게 한다. 하지만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진짜라는 것을. 그리고 진짜라고 믿고 싶은 건 아닐까.
태수의 말처럼 누구나 '공적인 삶, 개인의 삶, 비밀의 삶이라는 세 가지 삶'을 살고 있음이 영화의 주제일 수도 있겠다.
그리하여 옆에 있는 타인들을 속이며 '완벽한 타인'들로부터 결핍을 채워가는, 그것은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다.
영랑호에서의 불장난으로 시작된 이 영화는 한강이 보이는 서울 고급 아파트에서의 불장난으로, 친구 아내와의 불장난으로ㅡ불장난이라 순화하고 싶지는 않지만ㅡ 끝난다.
어쩌면 '완벽한 타인'이라는 제목은 40년지기 친구도, 가족도 아닌 자신의 결핍을 채워주는 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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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2월의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영화 <언차티드>의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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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언차티드>(NEW)
▶<언차티드>가 새롭게 2월 3주차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월 18일~20일) 관객 수 25만 234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6만 5112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으로 오랫동안 국내 박스오피스를 지켰던 '톰 홀랜드' 배우 주연의 차기작품입니다.
'스파이더맨'을 능가하는 새로운 액션연기로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인데요.
영화 <언차티드>는 세상을 바꿀 미지의 트레져를 제일 먼저 찾아야 하는 미션을 받은 '네이선'(톰 홀랜드 분)이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위험천만한 새로운 도전과 선택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물입니다.
2위. <극장판 주술회전0>(▲9)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극장판 주술회전0>입니다.
주말동안 (18일~20일) 주말 관객 수 9만 400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14만 9843명입니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주술회전0>의 개봉 이후 초반 흥행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평일 에는 영화 <언차티드>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었는데요. 그만큼 할리우드의 대작과 견줄만큼의 흥행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해 국내 극장가에 파란을 일으켰던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처럼 흥행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극장판 주술회전0>은 일본의 총 18부작의 연재 만화로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생기는 저주와 그것을 없애는 주술사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작의 만화는 일본 현지에서 일본 코믹북 판매량 1위, 시리즈 누계 6000만부 판매를 돌파한 엄청난 인기 만화인만큼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만화입니다.
3위. <해적: 도깨비 깃발>(▼1)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해적: 도깨비 깃발>입니다.
같은 기간(18~20일)동안 주말 관객 수 3만 2775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127만 5109명입니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은 누적 관객 수 120만명을 돌파하며 서서히 박스오피스 순위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주에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나이트메어 앨리>,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피그>등 유명 기대작들이 개봉 예정인만큼 박스오피스 상위권 유지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 예상되네요.
▶씨네픽의 이번 주 88회 예측 이벤트는 2월 3주 차 박스오피스 스코어(관객 수)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영화 <언차티드> 박스오피스 스코어 결과는 어땠는지 다같이 확인해보도록 할게요!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영화 <언차티드>의 실제 관람객 연령과 성별에 따른 관람추이를 살펴보도록 할게요!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실제 연령별/성별 관람추이를 참고하시면 30대의 남성 관객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제88회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언차티드>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한 주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언차티드>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건 30대 남성(280,031명)과 20대 남성층(279,592명)이었습니다. 또한 <언차티드>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15%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언차티드>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과 우승 상금을 수상한 분에게 모두 축하와 감사의 말씀 전해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 89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나일 강의 죽음>(▼3)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나일 강의 죽음>입니다.
주말동안 주말 관객 수 2만 9866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20만 4764명을 기록했습니다.
전작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흥행(86만명)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스코어인데요. 아직 시간은 더 남아있지만 최총 스코어는 30만명쯤에서 그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5위. <킹메이커>(▼2)
▶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설경구, 이선균 주연의 <킹메이커>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만 1402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75만 195명을 기록했습니다.
영화 <킹메이커> 또한 이번 주 할리우드 기대작들이 개봉함에 따라 박스오피스 상위권 유지는 힘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종 스코어는 80만명쯤에서 끝나지 않을까 예상이 되는데요. 과연 이번 주 박스오피스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북미박스오피스 1위. <언차티드(Uncharted)>
▶ 북미 박스오피스 1위 또한 <언차티드>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18~20일) 북미기준 $44,155,000 (한화 약 528억)의 엄청난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이로써 배우 '톰 홀랜드'는 북미박스오피스 3위에 오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나란히 북미박스오피스 1위와 3위의 작품의 주연배우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인기가 식지 않은 시점에서 이제는 할리우드의 엄청난 티켓파워를 보유한 '톰 홀랜드'의 <언차티드>의 흥행행보가 기대됩니다.
북미박스오피스 2위. <도그(Dog)>
▶ 북미 박스오피스 2위는 채닝 테이텀 주연의 영화 <Dog>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18~20일) 북미기준 $15,135,000 (한화 약 180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영화 <Dog>는 채닝 테이텀이 주연 배우이자 제작은 물론 공동 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입니다.
'룰루'라는 군견을 죽은 조련사의 장례식에 제 날짜에 맞춰 데려가라는 임무를 받은 육군 레인저 대원과의 여행을 담은 로드무비 형식의 장르인데요. 영화는 참전의 후유증으로 PTSD를 겪는 주인공과 그의 곁을 동반하는 군견과의 우정과 코미디, 드라마를 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국내는 개봉일 미예정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10> (2022년 2월 18일 ~ 2022년 2월 20일)
1. <언차티드> 4415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2. <도그> 1513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3.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720만 달러 (누적 7억 7014만 달러)
4. <나일 강의 죽음> 625만 달러 (누적 2498만 달러)
5. <잭에스 포에버> 524만 달러 (누적 4678만 달러)
6. <매리 미> 368만 달러 (누적 1680만 달러)
7. <씽2게더> 284만 달러 (누적 1억 4735만 달러)
8. <스크림> 195만 달러 (누적 7701만 달러)
9. <블랙라이트> 177만 달러 (누적 707만 달러)
10. <커스드> 172만 달러 (박스오피스 첫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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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씨네픽은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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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마침내 돌아온 영웅들
1. '슈퍼맨(헨리 카빌)'의 비명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진다. 지구의 모두가 슬픔에 잠긴 사이 '배트맨(벤 에플렉)'과 '원더우먼(갤 가돗)'은 앞으로 닥쳐올 위기를 직감한다. 지구의 수호자가 죽었음을, 자신을 저지할 최후의 보루가 사라졌음을 깨닫고 행성을 파괴할 무기 '마더 박스'를 차지하기 위해 지구를 침공할 '스테픈울프(키어런 하인즈)'와 그 흑막인 '다크사이드(레이 포터)'의 존재를 눈치챈 것이다. 이에 그들은 슈퍼맨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의 유지를 지켜내기 위해 새로운 영웅인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과 '사이보그(레이 피셔)', '플래시(에즈라 밀러)'를 찾아 나선다.
팬들의 큰 기대 속에 마침내 공개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에 대해 영화 리뷰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의 평론가들은 다음과 같은 총평을 내렸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감독의 비전에 맞게 확장되는 거대한 장면들로 제목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며, 이 영화가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한 팬들을 만족시킨다(Zack Snyder's Justice League lives up to its title with a sprawling cut that expands to fit the director's vision -- and should satisfy the fans who willed it into existence)."
평가대로 팬들이 만족할 장면, 확장된 거대한 장면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잭 스나이더 특유의 슬로 모션에 담긴 각 히어로의 능력과 역할을 최대한으로 부각하는 액션, <맨 오브 스틸>과 <배트맨 대 슈퍼맨>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Junkie XL의 음악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1.33 대 1의 화면비율을 통해 전달되는 감독 특유의 다크한 영상에는 수많은 스펙터클과 상징들이 빼곡하다. 기존에 <어벤져스> 속 히어로들의 코스튬만 바꾼 듯 보였던 등장인물들도 커진 분량 안에서 각각의 개성과 매력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다. 새롭게 디자인된 빌런들 역시 거대한 위압감을 선사하며 선과 악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유지한다.
2. 그렇다면 이 환상적인 볼거리들, 거대한 컷들이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비전은 과연 무엇일까? 이 답을 찾기 위해서는 잠시 시선을 전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 영화가 슈퍼맨이 둠즈데이에게 찔려 사망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의 결말로부터 곧장 이어지는 만큼, <배트맨 대 슈퍼맨>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를 이해할 때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가 갖는 진짜 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로 시작한다. 가장 사랑하는 친구 파트로클로스를 잃은 아킬레우스는 그 분노를 거름 삼아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를 죽인다. 그의 시체를 전차로 끌고 다니며 모욕한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자신의 막사를 찾아온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를 만난 그는 변한다. 프리아모스의 용기와 부성애에 감명받은 그는 역시 아들을 사지에 내보낸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다. 이에 아킬레우스는 그리스와 트로이의 휴전을 제안하고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주며, '일리아스'는 헥토르의 장례식으로 끝난다.
'일리아스'의 흐름을 <배트맨 대 슈퍼맨>은 정확히 따른다. 고담시의 수많은 범죄자와 맞서 싸우다가 가장 친한 친구인 로빈을 잃은 배트맨. 그는 어느 날 하늘에서 나타나 도시를 파괴하는 슈퍼맨을 보며 그동안 쌓아온 분노를 폭발시킨다. 이에 그는 슈퍼맨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그의 발목에 줄을 묶어 온갖 고통을 준 끝에 그를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단지 죽여야 할 대상으로 보던 슈퍼맨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목격한 그는 먼저 세상을 떠난 자신의 부모님을 떠올리며 슈퍼맨과 휴전하고, 더 큰 위험인 둠즈데이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전투에서 사망한 슈퍼맨의 장례식에서 저스티스 리그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3. 약간의 순서만 바뀐 채 일리아스의 서사를 반복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나면 <배트맨 대 슈퍼맨>이 <저스티스 리그>를 위해 남긴 두 개의 주춧돌을 알아볼 수 있다. 하나는 <배트맨 대 슈퍼맨>이 사실상 분노에 가득 찼던 배트맨이 아킬레우스처럼 인간성을 되찾아 가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배트맨의 대적자였던 슈퍼맨은 헥토르와 프리아모스가 보여줬던 것처럼 사랑, 희생, 용기와 같은 고결한 인간성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슈퍼맨의 죽음을 계기로 배트맨이 저스티스 리그를 만든다는 결론은 곧 인간다움을 잃게 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는 단독 영화에서 언제나 사랑의 힘을 강조했던 원더우먼이 배트맨과 함께 하기로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로 돌아와 보자. 새로운 <저스티스 리그>가 기존 버전으로부터 가장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세 명의 히어로, 아쿠아맨, 플래시, 사이보그의 서사가 보충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전작부터 만들어 온 큰 그림이 온전해진 결정적인 이유다. 왜냐하면 세 히어로는 비록 정도는 다를지언정 전작에서의 배트맨처럼 제각기 분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아쿠아맨은 자신을 버리고, 신경을 쓰지 않은 어머니이자, 아틀란티스의 왕 아틀라나에게 분노해 아틀란티스의 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억울하게 쓴 누명을 풀기 위해 범죄학을 공부하는 플래시는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그에게 크게 실망한다. 사이보그 역시 일하느라 바빠서 자신의 미식축구 경기에 오지 않고, 어머니와 자신의 교통사고도 막지 못한, 심지어 자신을 끔찍한 기계와 결합시킨 아버지를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은 배트맨과 원더우먼을 만나며 그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간다. 분노와 실망감을 떨쳐내고 슈퍼맨이 상징하는 인간에 대한 희망, 그리고 그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아틀란티스가 스테픈 울프에게 공격당한 후 아틀란티스인들의 간청으로부터 그들의 절실함을 느낀 아쿠아맨은 슈퍼맨의 유지를 받들겠다던 배트맨을 떠올리고, 어미니의 오지창과 함께 그에게 합류한다. 플래시는 화만 유발하던 "너만의 미래를 만들어라"라는 아버지의 말로부터 세상을 구할 기회를 잡는다. 사이보그는 아버지의 희생을 눈앞에서 목격하며 그의 사랑을 깨닫고, 그가 기대대로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한 영웅의 길을 걷는다. 이처럼 새로운 <저스티스 리그>는 <배트맨 대 슈퍼맨>의 결말로부터 곧장 이어지면서 전작의 서사를 계승함과 동시에 더욱 확장시킨다.
4. 그렇기에 잭 스나이더의 촬영본 중 4분의 1 가량만 활용된 조스 웨던 감독의 기존 <저스티스 리그>에서 각각의 플롯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영화의 짜임새가 부족해 보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가족사로 인해 중간에 하차했던 2017년의 <저스티스 리그>는 각 히어로의 서사가 부족하고, 6명의 히어로가 하나의 팀으로 묶이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으며, 슈퍼맨의 부활을 비롯해 중요한 에피소드들이 짜임새 있게 구성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에 5명의 히어로가 슈퍼맨을 바라보며 인간에 대한 분노와 실망, 그로 인한 비인간적인 면모로부터 벗어나는 서사로 연결된 이번 작품은 다르다. 그들만의 힘으로는 지구와 모든 인간을 말살하겠다는 스테판 울프를 막을 수 없었던 이유, 그들이 인간의 고결함과 희망의 상징인 슈퍼맨을 되살려야겠다고 결심한 계기, 히어로인 슈퍼맨보다 한 인간인 클라크 켄트를 잊지 않았던 로이스 레인이 부활한 그를 설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전개 등은 큰 그림 안에서 물 흐르듯 유려하게 이어진다.
이처럼 '일리아스'와 <배트맨 대 슈퍼맨>의 이야기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반복, 변형하는 각 인물의 서사와 플롯이 제자리를 찾아 가자 잭 스나이더의 비전은 화려한 액션과 Junkie XL의 웅장한 사운드트랙과 더불어 큰 전율을 선사한다. 이에 더해 로이스 레인을 잃고 분노로 타락해 지구를 파괴한 슈퍼맨에 맞서 조커를 비롯한 빌런과도 손잡은 배트맨이 등장하는 에필로그는 반복, 변형, 확장되던 히어로들의 이야기가 전복될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케 하며 취소된 속편에 대한 아쉬움과 일말의 희망을 동시에 자아낸다.
5. 물론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에는 엄연히 한계가 있다. 우선 상술했듯이 전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에 미리 관람하지 않은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2017년에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를 보지 않은 관객의 입장에서도 어떤 장면이 편집되었고, 어떠한 내용이 달라졌는지를 비교하는 재미가 하나 줄어든다.
슬로 모션이 남발되는 경향은 호불호가 갈릴 여지를 남기고, 개그 씬처럼 흐름을 끊는 장면들이 있다 보니 총 6개의 에피소드와 한 개의 에필로그로 구성된 4시간 2분의 분량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플래시가 아이리스 웨스트를 구하고, 사이보그가 자신의 능력을 하나씩 시험해보는 것과 같이 영화 전개에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장면들도 리듬을 잡아먹는다. 또한 배트맨의 악몽, 빌런들의 집합인 인저스티스 리그를 만들려는 렉스 루터의 음모, 새로운 캐릭터인 마션 맨헌터의 등장 등은 DC 영화와 코믹스 팬들이 아니라면 흥미를 느끼기 어려운 사족처럼 보일 수 있다.
6. 한편 영화 외적으로도 주목할 지점이 있다. 사실 제작 도중에 교체된 감독의 촬영본으로 완전히 재편집한 영화가 공개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DVD나 블루레이를 출시할 때 감독판 혹은 확장판을 공개하는 것과는 또 다른 경우다. 이는 소비자인 팬덤의 강력한 요청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며, 앞으로의 반응에 따라 소비자와 제작자의 역학 구도가 뒤바뀌는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수 있다.
특히 스티븐 스필버그, 크리스토퍼 놀란과 같은 스타 감독이 아니라면 편집권이 제한되어 감독의 구상이 온전히 발현되기 힘든 할리우드 시스템에 균열이 가해진 사례라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영화 팬들에게 상업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단지 트렌드를 쫓는 것 대신 다양한 색깔을 지닌 감독들의 비전이 온전히 빛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심어주는 것이다. 그 결과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몇몇 두드러진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탕자로서 수많은 팬들에게 축제나 다름없는 귀환을 알린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고대하던 잭 스나이더와 DC의 명예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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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최근 지지부진한 마블은 <더 마블스>로 위기를 면할 수 있을까요? <더 마블스>의 예매율이 34%를 돌파하면서 예매율 1위에 올라섰는데요. 12년만에 4k 리마스터링으로 돌아온 <만추>와 <곤지암>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의 독특한 신작까지 같이 만나보아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The Hunger Games: The Ballad of Songbirds and Snakes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모험, SF, 스릴러 | 미국 | 157분
감독: 프란시스 로렌스
출연: 레이첼 지글러, 비올라 데이빗, 피터 딘클리지 등
개봉: 2023.11.15
배급: ㈜누리픽쳐스
시놉시스
반란의 불씨를 잠재우기 위해 시작된 잔인한 서바이벌 헝거게임. 헝거게임 10회를 맞아 ‘멘토제’가 도입되고 ‘스노우’는 12구역의 소녀 ‘루시 그레이’의 멘토가 된다. 그는 몰락한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루시 그레이’를 헝거게임에서 우승 시키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2023년 11월, 게임을 지배하라!
CINE PICK!
수잔 콜린스 작가의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 <헝거게임>을 바탕으로 한 영화 <헝거게임: 더 파이널> 이후 8년만에 개봉하는 헝거 게임 실사영화 시리즈 영화로, 2015년까지 4편의 헝거 게임 실사영화 시리즈 작품이 총합 14억 5천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한 전적이 있습니다.
프레디의 피자가게
Five Nights at Freddy's
ⓒ 네이버영화
개요: 공포, 스릴러 | 미국 | 109분
감독: 엠마 타미
출연: 조쉬 허처슨, 엘리자베스 라일, 캣 코너 스털링 등
개봉: 2023.11.15
배급: 유니버셜픽쳐스
시놉시스
“환상적이고 즐거움이 넘치는 프레디의 피자가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80년대에 아이들이 실종되고 폐업한지 오래된 프레디의 피자가게 그곳의 야간 경비 알바를 하게 된 ‘마이크'는 캄캄한 어둠만이 존재하는 줄 알았던 피자가게에서 살아 움직이는 피자가게 마스코트 '프레디와 친구들’을 목격한다. 어딘가 기괴하고 섬뜩한 프레디와 친구들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CINE PICK!
인기 호러게임 Five Nights at Freddy’s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실사화 영화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북미에서 매우 낮은 평론가 평점에도 불구하고, 높은 관람객 점수와 팬덤의 규모에 힘입어 2,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무려 개봉 주말에만 1억 3천만 달러의 수익을 얻어 제작비대비 약 6배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어른 김장하
A Man Who Heals the City
ⓒ 네이버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한국 | 105분
감독: 김현지
출연: 김장하, 김주완 등
개봉: 2023.11.15
배급: (주)시네마달
시놉시스
"어른은 없고 꼰대만 가득한 시대,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경남 진주의 어느 한약방, 그곳에는 60년 동안 한약방을 지킨 한약사 김장하 선생이 있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도 인터뷰 한 번 하지 않고 많은 이들을 도우면서도 자신의 옷 한 벌 허투루 사지 않는 사람. 11월, 좋은 어른을 기다리는 당신에게 김장하의 이야기가 찾아갑니다.
CINE PICK!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습니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꽃이 핍니다." 대한민국의 한약사인 김장하의 다큐멘터리로 더 나은 우리가 되고 싶게 만드는 진짜 어른을 만나는 휴먼 다큐멘터리입니다.
세일즈 걸
The Sales Girl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몽골 | 124분
감독: 셍게도르지 잔치브로도르지
출연: 오이도브잠츠 엔크투울. 바야르체체그 바야르자르갈 등
개봉: 2023.11.15
배급: 대성필름
시놉시스
갓 스무 살 소녀 ‘사룰’,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세상에 눈을 뜨다!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버거워하던 ‘사룰’은 별로 친하지도 않은 과 동기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성인용품 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난생처음 본 19금의 세계에서 허우적대던 그녀는 사장님과 함께 일하게 되고 속을 알 수 없는 독특한 사장님 ‘카티야’는 업무시간 외에도 ‘사룰’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진정한 어른들의 세계를 알려주기 시작하는데 …
CINE PICK!
주인공 사룰이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겪어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아는 듯한 카티야에게 흥미를 느끼며 두 사람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영화로 예상치 못한 곳에 등장하는 귀여운 연출과 음악이 관객들을 사로잡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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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 손발 노동의 숭고함
[각본/감독: 이란희 | 출연: 이봉하, 김아석, 신운섭, 김정연, 이승주, 서광택, 황정용, 이승원, 박재형, 복운석 | 제작: 작업장 ‘봄’ | 배급: ㈜인디스토리 | 러닝타임: 81분 | 극장개봉: 2021년 10월 21일]
<파마><결혼전야><천막> 등에서 우리가 마주한 사회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섬세하게 담아온 이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 <휴가>는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3관왕을 수상한 수작이다. <휴가>에서 주목할 점은 손에서 시작해 손에서 끝나는 영화라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가구를 만들었을 해고노동자 재복의 두터운 손은 거리의 행인들에게 농성용 전단을 나눠주고 있다. 익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알아 달라며 내미는 그의 손은 난생 처음으로 깊은 모멸을 견디어야 하는 괴로운 손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재복’의 손은 농성장의 동료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이는 야무진 손으로 이어진다.
열악한 천막에서 발생하는 자잘한 문제들도 ‘재복’의 손을 거치면 금세 해결된다. ‘재복’의 손은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 하지만 수십 년간 성실히 일해온 회사로부터 한 마디 통보도 없이 정리해고를 당하자 부당한 처우에 저항하기 위해 ‘재복’의 손은 밥벌이를 위한 노동을 멈추고 기약 없는 투쟁에 나서게 됐다. 그러던 ‘재복’은 1882 일 간의 농성 중 열흘 간의 휴가를 갖게 되고, 잊고 있던 노동의 즐거움을 다시 찾는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에서 ‘재복’의 손은 분주하다. 막힌 싱크대를 뚫고, 먼지 쌓인 선풍기를 씻어야 하고, 밀린 이불 빨래 등 집안 구석구석 청소한다. 변변찮게 끼니를 때우는 딸들에게 농성장에서 갈고 닦은 음식 솜씨를 발휘해 든든한 집밥도 차려준다. 잠깐의 휴가에서 큰딸의 대학 예치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재복’은 그곳의 어린 동료 ‘준영’에게 도시락을 권하고, 손수 작성한 산재 신청서도 전한다.
재복의 손은 주저하듯 어눌하고 느린 말투와는 다르게 누구보다 야무지고 요령까지 있어서 묵묵히 많은 일들을 해낸다. 이렇듯 손으로 밥을 짓고, 가구를 만들고,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해내는 노동자의 손은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하게 노동의 가치와 연대의 의미를 보여준다. <휴가>는 대사로 다 전할 수 없는 노동의 숭고함과 ‘재복’의 가족과 동료를 아끼는 마음을 손을 통해 전한다. 이는 언어로 규정지어지는 한계를 넘어서 오히려 관객 저마다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밀도를 조밀하고 풍성하게 확장시키며 영화적 경험을 풍성하게 이끈다. 그리고 손으로 하는 노동은 가장 원초적이지만 그렇기에 몸의 쓰임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노동의 숭고함 역시 확연히 드러난다.
최근 유력한 야권의 대선주자는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그러나 <휴가>는 손짓과 발짓을 사용해 자신의 밥줄과 공동체를 책임지는 노동의 숭고함을 과장 없이 담담한 화법으로 드러낸다. ‘재복’이 잊고 있던 것은 노동의 즐거움이지만 우리 사회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인간 노동의 가치를 잊고 있고, 회복하려는 노력에도 게을렀다. ‘재복’의 손은 말을 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러닝타임 81 분 내내 단 한 순간도 등장하지 않은 음악의 부재 역시 영화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과 인물들의 감정에 대해 규정짓고, 강요하지 않기 위한 사려 깊은 선택으로 보인다. <휴가>는 이렇듯 부재를 통해 더 많은 것을 관객에게 말을 거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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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켓이 가지고 있던 '한(恨)'이 표출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Rabbitgumi 입니다!
오랜만에 리뷰를 업로드 합니다.
지난 주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의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이미 많은 리뷰어와 관객들이 좋은 평가를 하고 있죠.
다양한 관점의 리뷰도 이미 보셨을 거에요.
저는 영화의 완성도 보다는 로켓이 가지고 있었던 감정과 그가 겪었던 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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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종이의 집: 파트 5> 공개 예정 예고편
[1부 2021년 9월, 2부 2021년 12월, 넷플릭스 공개]
이제는 전투 그 이상이다. 전쟁이다! 레지스탕스가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