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2022-02-15 22:17:42
루는 죽지 않았어!
영화 리뷰,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하시모토 나오키 / 일본 / 2022 / 126분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 루가 봄과 함께 떠났다 사야카는 처음 겪는 이별이 낯설기만 하다 오래전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 후세와 함께 헤어진 이들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려 하는데… 그곳에서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재일 한국인 2세인 작가 이주인 시즈카(본명 조충래)의 동명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아쿠타가와상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대중소설 작가에게 수여하는 가장 높은 상이기도 한 나오키상 수상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단행본 소설이다. 하시모토 나오키 감독은 소설을 처음 접하고, 영화화하기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마음을 아리게 만들기에 변함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루는 죽지 않았어-
영화는 난생처음 상실과 이별을 경험하게 된 8살 소녀 사야카(니이츠 치세)와 오래전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 후세(오이다 요시)의 만남을 10년 후 사야카의 내레이션(아리무라 카스미)을 통해 들려준다. 소중한 관계의 상실과 이별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야카가 맞이하는 이별은 작별인사 기회조차 주지 않는 어린이에겐 너무 어려운 경험의 연속이다. 이렇게까지 잔인한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하기엔 영화는 슬프고 우울한 분위기보다는 왠지 모르게 살랑한 봄의 여행길 같다.
좁은 문을 통해 강아지 루를 따라 들어간 벽으로 둘러싸인 들판은, 말 그대로 둘만의 공간이었다. 유일한 친구인 루만이 함께하는 공간은 그 어디보다 외롭지 않고 벽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가장 자유로운 공간처럼 느껴진다. 벽 너머로 수평선까지 보이는 듯한 바다조차 맑은 하늘에 푸르게 반사되지만 사야카 혼자 다시 들판에 갔을 때는 벽의 헤드룸을 좁혀 하나도 특별할 것이 없는 일반 공터로 만들어버린다. 그만큼 세상을 다르게 느끼게 해주는 존재에 대해 보여준 덕에 사야카의 상실감의 폭은 더욱 크게 와닿는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첫 장면이다. 첫 장면이 강렬한만큼 후반부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사야카가 느끼게 된 소외의 너무 짧은 전사나 스토리 전개의 속도, 카메라를 바라보는 듯한 사야카의 시선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적어도 루와 사야카의 관계는 의심할 수 없는 꾸밈없는 관계였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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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점을 잃어버린 리부트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음모를 접한다. 초현실적인 공포스러운 존재부터 시작해서 정부나 기업이 어떤 음모로 세상에 나쁜 짓을 한다는 식의 여러 가지 떠도는 이야기들을 접한다. 그런 이야기는 일단 흥미롭고 재미있다. 우리는 어떤 일 이면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확한 증거나 자료가 있지 않으면 그 이야기의 빈 곳을 채워 넣으려 노력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이야기를 채우기 위해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음모다. 작은 추정으로 시작한 그 이야기는 조금씩 세밀해지면서 음모론으로 점점 발전한다. 사람들은 이런 음모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 소설을 좋아한다. 무서운 공포 이야기보다는 조금 더 사회의 어두운 면을 꿰뚫어 본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거리를 던져준다는 점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 요소가 된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라쿤시티>는 좀비물과 음모론을 뒤섞어 만든 액션 스릴러다. 주인공 클레어(카야 스코델라리오)와 크리스(로비 아멜) 자매는 부모를 사고로 잃은 후 라쿤 시티의 고아원에 맡겨진다. 제약 회사인 엄브렐라가 깊이 개입하여 관리되는 라쿤 시티에서 자란 자매는 함께 지내다가 클레어가 그곳을 이탈해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어 따로 생활한다. 영화는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 클레어가 다시 라쿤 시티로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공포 액션 게임을 다시 리부트 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라쿤시티>
클레어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는 다른 시선을 가졌던 인물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의심이 많은 인물이고, 진실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오빠인 크리스조차 클레어를 완전히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에 가장 소외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다시 어린 시절 아픔이 있는 도시로 돌아간다는 것은 고아원에서 경험했던 미스터리를 확인하러 가는 것이기도 하고 자신의 오빠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도 있다. 그저 외면하고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엄브렐라라는 거대한 제약 회사가 운영했던 라쿤 시티의 음모는 그를 더욱더 빠르게 그곳으로 끌어들인다.
영화에는 다른 인물들도 등장한다. 경찰서 신입인 레온(애번 조지아)과 베테랑 형사 질 발렌타인(해나 존 케이먼), 웨스커(톰 호퍼) 등이 크리스와 함께 경찰 팀으로 등장한다. 사실 이 인물들은 모두 1996년부터 출시되고 있는 게임인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물들이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게임 [레지던트 이블]은 공포물과 음모론으로 이야기 뼈대를 만들고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특성을 결합시켜 만들어진 인기 시리즈다. 당연히 각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레온, 질, 크리스, 클레어는 꽤 인기가 많은 캐릭터들이고 이번 영화에서 모두 등장하여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준다.
캡콤에서 제작된 이 게임 시리즈는 최근까지도 각종 게임기의 콘텐츠로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좀비물이 좀 더 대중화된 인기를 끌면서 액션과 미스터리를 함께 즐기려는 게이머들은 계속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2002년에 개봉했던 <레지던트 이블> 은 원작 게임의 분위기를 적절히 살리고 앨리스(밀라 요보비치)라는 새로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 영화였다. 게임 원작의 첫 번째 영화였던 1편은 게임의 팬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게임을 접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1편의 성공으로 시리즈는 6편까지 이어졌고 앨리스를 중심으로 하는 시리즈는 막을 내렸다.
마지막 시리즈인 <레지던트 이블:파멸의 날>이 2017년에 개봉한 이후, 여전히 게임 시리즈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 게임 시리즈의 영화화가 계속되는 것은 이 시리즈를 영화적으로 즐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영화화가 게임 속 주인공들을 주변 인물화 시켰다면 이번 리부트 작품은 게임의 주인공들을 실제 영화의 주인공으로 택했다. 또한 영상의 분위기와 음악을 게임과 거의 비슷하게 넣어 좀 더 원작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원작 게임을 잘 살렸지만, 기존 영화 시리즈에 비해 아쉬운 완성도
음모의 단서를 찾아가는 클레어를 중심으로 각기 흩어져 있는 인물들의 서사를 각각 보여주면서 이들이 결국 한 곳에 모이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화는 이전 영화 시리즈에 비해 액션의 양을 대폭 줄이고, 미스터리와 공포 효과를 좀 더 극대화시켰다. 이 부분도 사실은 좀 더 원작 게임의 분위기에 맞추기 위함으로 보인다. 과장된 액션보다는 보다 현실적이고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액션 장면들이 화면에 그려진다.
이렇게 원작 게임의 분위기에 거의 맞추려는 노력은 이 영화 시리즈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없애버렸다. 화려한 볼거리인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사라졌고, 한꺼번에 모두 등장하는 중심인물들은 각자가 가진 서사를 보여주긴 하지만 이들이 어떤 인물인지 알기도 전에 죽음을 맞거나 제대로 묘사되지 못한다. 또한 영화가 숨기고 있는 엄브렐라의 미스터리도 이미 모든 관객들이 알고 있는 뻔한 내용이기 때문에 음모론으로는 영화적 긴장감을 지속시키기는 어렵다. 게임에 등장하는 좀비 괴물이나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괴생명체들은 게임에 등장하는 보스의 모습을 그대로 화면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들과 벌이는 대결이나 액션 장면은 너무 밋밋하고 단순해서 무척 대단한 외모를 그저 보여주기용으로만 소비하고 만다.
영화에서 클레어 역할을 맡고 있는 배우 카야 스코델라리오는 이전 시리즈인 밀라 요보비치에 이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을 맡았다. 그는 직전 작품인 <크롤>에서 악어와 대결을 벌리고,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서도 좋은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레지던트 이블:라쿤 시티>에서 그는 액션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그렇다고 엄브렐라의 음모를 완벽하게 파헤치지도 못한다. 그만큼 그의 연기가 빛날 수 있는 장면도 전혀 없다. 그 외에 다른 인물들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인물이 없다.
영화 속 좀비의 모습은 기존 모습과 다소 달라졌다. 어눌하게나마 언어를 구사하고, 아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만약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과거 영화 시리즈처럼 액션이 보강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 만약 다음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모든 인물을 중심에 서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물들에 집중하여 서사를 풀어간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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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미란에게 제 41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작품, <정직한 후보>
"코미디 영화여서 노미네이트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사을 주세요." 지난 제 41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라미란의 수상 첫마디였다. 여우주연상을 탈 만큼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라미란은 혼신의 코미디 연기를 해냈고, 작품 역시 재밌게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영화 정직한 후보 시놉시스영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이다. 2014년에 개봉해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주상숙은 국민들 앞에서는 서민의 일꾼을 자처하는 둘도 없이 청렴하고 믿음직한 국회의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서민을 자신의 일꾼으로 여기며 4선 당선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옵션이 아닌 필수로 여기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거짓말을 잃어버렸다는 스토리라인은 ‘만약 내가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면?’이라는 아찔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장유정 감독은 “거짓말쟁이 국회의원이 거짓말을 전혀 못하게 되었다는 설정 자체가 아주 재미있었다. 거짓말을 잃어버린 사람이 과연 어떤 이야기까지 쏟아낼 것인가라는 부분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 원치 않게 갖게 된 ‘진실의 주둥이’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주상숙’의 촌철살인 팩트 폭격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주는 웃음뿐만 아니라 답답한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을 선사하며 복잡한 세상 거짓없이 속 편하게 볼 수 있는 새로운 코미디 영화이다.
사건에 심각하게 몰입하지 않아도 됐던 가벼운 정치 영화정치 영화하면 굉장히 무겁고 느와르 분위기의 엄숙하고 비리가 가득한 그런 류의 작품이라고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 <정직한 후보>는 굉장히 가벼운 정치 콤디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씁쓸한 웃음을 남기는 블랙코미디가 아니라 정말 대놓고 웃기는 코미디 작품이었다.
거짓말을 통해 쌓아올린 정치인의 명예를 적당히 풍자하고 정치 선거판을 희화화하면서도 그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은 하지 않도록 그 선을 잘 지킨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리를 저지른 주상숙에 대해 실제 정치인들의 비리가 폭로됐을 때처럼 실망과 분노의 감정이 들기보다는 뭔가 애처롭고, 당황스러운 감정이 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진짜 정치인의 속내는 어떨까?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진짜 정치인의 속내는 어떨까?' 였다. 극 중 주상숙은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비리도 저지르고, 거래도 하며 거짓말을 일삼고 있었지만 거짓말을 못하게 되며 자신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날 때에 '부자 동네'라는 단어를 말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자신의 선거구를 부자 동네로 만들겠다는 목표는 진심이었다.
그래서 현실 정치인들의 공약과 그들이 하는 말 중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국민을 대표하지만 결국 어떤 국민도 대표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과연 그들에게 진심을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미지가 그렇다고 해서 정말 진심 하나도 없이 국회의원 노릇을 할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판타지이긴 하지만 현재 내 지역구의원도 어디까지가 현실화 가능한 공약이고, 진심인지 알고 싶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려면 코미디 전략이 필요할 수도
대부분의 정치 영화들이나 드라마 작품들을 보면 굉장히 소재를 무겁게 다루면서 비리의 실상을 보여주며 흑막을 밝혀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와 가해자를 이분법으로 그려낸다. 이러한 영화 제박 문법을 통해서 관객들은 대부분 희생자의 피해에 동조하며 그들에게 감정이입이 이뤄지게 된다. 그래서 가해자로 설정되는 정치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현실과 맞물려 더욱 안좋아지기 마련이다. 이미지의 타락은 정치인이 국민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이어지고 이는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영화 <정직한 후보>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나 스스로 국회의원이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혀 동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직업군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내 지역구 의원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현실 정치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필자는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방법은 함께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전략이 잘 먹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존재의 의미 마저 희화화 시키지 않는다는 범주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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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삼식이 삼촌의 계획에 없는데
말만 하면 모든 걸 다 해결해주는 삼식이 삼촌도 이건 예상치 못했을 거다. '드라마 신인배우' 송강호 주연작이기에 '무빙'에 이어 시청자들을 단번에 끌어모을 것이라 기대했을 텐데, 생각보다 파급력이 크진 않았다.
디즈니+ '삼식이 삼촌'은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데뷔 이래 줄곧 스크린으로 관객들과 만났던 송강호가 처음으로 드라마, 그리고 OTT로 넘어온 데다가, '동주', '거미집' 등 각본을 맡았던 신연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변요한, 이규형, 유재명, 진기주, 서현우 같은 쟁쟁한 배우 라인업까지 구축했으니 기대감이 큰 건 당연한 일이었다.
'삼식이 삼촌'은 전쟁 직후 혼란의 시기였던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 배경으로, 원대한 꿈을 꾸는 '삼식이 삼촌' 박두칠(송강호)과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청년 김산(변요한)이 함께 꿈을 이뤄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격동기 속에 살아가는 캐릭터들의 흥망성쇠에 초점을 맞췄다.
다른 작품에 비해 호흡이 매우 느린 편이긴 하나, '삼식이 삼촌' 초반부는 꽤나 매력적인 구석을 갖췄다. 삼시세끼를 배불리 먹는 게 소망이었던 박두칠의 과거 및 현재를 디테일하게 표현해 흡인력을 높였고, 삼식이 삼촌의 '장관님'이자 국가 경제 살리기 하나만 바라봤던 김산 또한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인물의 개성이 강렬해서인지 우호와 경계 사이를 줄타기하는 듯한 케미도 인상적이었다.
흥미진진한 서사들도 담겨있다. 3.15 부정 선거를 앞두고 자유당과 민주당 그리고 혁신당 간 진흙탕 싸움이라던지 올브라이트 재단 출신 군인들을 부추겨 정한민(서현우) 등 쿠데타를 모의하는 스토리로 담았다. 또 안요섭(주진우), 안기철(오승훈) 부자를 중심으로 이득만 따지는 청우회의 욕망과 빅픽처까지 보여준다.
하지만 회차가 진행될수록 '삼식이 삼촌'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는커녕 중도이탈하는 시청자들만 늘어났다. 빌드업하면서 나아가지 못하고 무한 반복만 이어져서다. 한 회당 러닝타임이 40분대이나 플래시백을 지나치게 남발해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방해물이 되었다.
이는 전반적인 내용을 너무 길게 늘여놓은 탓도 있을 것이다. '무빙'과 동일하게 16부작으로 제작됐으나, 앞서 설명한 것처럼 도돌이표처럼 같은 장면만 되풀이하는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지루함만 가중됐다. 전체 회차를 절반으로 줄였더라면 몰입하기 더욱 쉬웠을 것이다.
끝까지 드라마를 완주한 시청자들이 버틸 수 있었던 아무래도 배우들의 연기 파티였을 것이다. 송강호는 더 이상 평하기 입 아플 정도로 강력한 존재감을 발산했고, 송강호화 합을 맞춘 변요한 또한 김산 캐릭터에 감정이입하게 만들 만큼 연기력을 뽐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모여있는 '삼식이 삼촌'에서 눈에 띄었던 인물을 한 명 더 꼽자면 강성민을 연기한 이규형이다. 강성민의 잔인한 외면과 불안한 내면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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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출하고 싶은 이들
삶에서 답이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현재의 모습. 그 모습을 바꾸려고 이리저리 시도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경우가 많다. 내 노력과 별개로 사회 시스템이나 제도 때문에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경제적인 상황이나 가족 문제가 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그런 순간들에서 더 나아갈 해결책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그게 되지 않는다면, 주변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시도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런 순간이 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모든 걸 버리고 떠나고 싶어 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은 쉽지 않다.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도 생긴다. 하지만 진정한 탈출은 단순히 물리적인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신적인 해방과 더 나은 삶을 향한 강한 의지와 결단을 포함한다.
영화 <탈주>의 배경과 주요 인물
영화 <탈주>의 규남(이제훈) 이야기는 북한의 병사 이야기다. 10년의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 그의 모습에서 왜 그가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가야 하는지가 먼저 제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고 규남의 서사가 드러나면서 그가 꼭 탈출해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북한이라는 사회의 벽, 그 안에서의 억압된 생활은 그에게 자유를 향한 강한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규남에게는 남은 가족이 없다. 제대 후 무언가 뚜렷하게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 그리고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좀 더 자유롭게 무언가 도전해볼 수 있는 남한으로 가려고 한다. 영화는 규남의 탈출 과정을 통해 그의 내면의 갈등과 고통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규남을 쫓는 현상(구교환)의 이야기도 무척 인상적이다. 그는 높은 사회 지도층의 가족으로 보이지만, 동성애자로 보이는 그의 삶은 북한에서 더욱 억압적이다. 그는 유학 후 북한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의 추격은 단순히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억압된 삶을 반영하는 듯하다.
영화는 북한을 하나의 장애물로 다루지만, 그 장애물은 사실 남한에도 존재한다. 남한은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빈부 격차와 사회 제도의 벽이 꽤나 크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 유학이나 이민을 선택하는 이유도 이러한 사회적 한계 때문이다. 결국 북한을 탈출하든, 남한을 탈출하든, 그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떠나려는 모습은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보인다.
북한과 남한의 사회적 한계
규남의 탈출 이야기는 북한의 극단적인 억압을 상징하지만, 남한 사회에도 존재하는 여러 한계를 떠올리게 한다.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평등, 젊은이들이 겪는 취업난과 주거 문제 등은 모두 그들의 꿈을 제한하는 요소들이다. 탈출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그저 더 나은 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이지만, 이는 가끔 절망적이기도 하다.
결국 개인의 선택은 주변 환경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더 자유롭게 자신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게 된다. 만약 그것이 한국 안에서 가능하다면, 탈출하려 하지 않겠지만, 현재의 한국 사회는 그런 가능성을 점점 줄이고 있는 듯하다. 나라를 탈출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영화 <탈주> 속 인물들의 갈등
규남의 처절한 탈주 장면들을 보면서 우리는 사회적 억압과 개인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싸움을 본다. 그의 탈출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와 희망을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싸운다.
규남을 쫓는 현상 역시 자신의 내면의 갈등을 끌어안고 있다. 그의 추격은 단순히 명령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도망칠 수 없는 억압을 상징한다. 그의 이야기는 규남의 탈출과는 또 다른 형태의 투쟁을 보여준다.
영화의 사회적 메시지
<탈주>는 단순히 북한에서의 탈출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이는 더 나은 삶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인 갈망과 자유를 위한 투쟁을 담고 있다. 규남과 현상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억압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그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을 이해하게 된다.
영화 <탈주>는 북한이라는 극단적인 억압 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메시지는 남한을 포함한 모든 사회에 적용될 수 있다. 자유와 억압,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현재까지 이 영화는 한국에서 73만의 관객이 찾았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추격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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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링타임 영화 더킹
영화 더킹을 아시나요?!
킬링타임 영화로 추천하고 싶어
가지고 왔어요~
조인성과 정우성 류준열까지
비주얼과 연기력이 좋아 보는 맛이 있는
영화 더킹 리뷰 시작해 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드라마, 스릴러, 느와르, 블랙, 코미디, 액션, 시대극, 정치, 피카레스크
감독 / 각본 : 한재림
출연진 :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김의성, 김아중
개봉일 : 2017년 01월 18일
평점 : 8.39
스트리밍 : NETFLIX, Wavve
기획 의도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검사 태수는
우여곡절 끝에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을 만나
핵심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 하게 된다.
정권이 교체되는 중요한 시기,
새로운 판을 짜며 기회를 노리던 이들 앞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치는데.
여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며
몇몇 실제 정치인들의 언급과 풍자 역시 과감하게 보여주는 뻔한 내용일 뻔했지만
화려한 영상과 내레이션을 통해 영상 전달을 잘했다.
아직도 많은 대한민국의 부패한 검사들의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영화 더킹이 소환되곤 한다.
후기 및 결말
영화 더킹 결말을 살펴보자면
승승장구하던 박태수(조인성)은
한강식(정우성)에게 크게 배신당하고 친구인 최두일(류준열)도 잃게 되며
지난 과거에 대한 후회를 하게 된다.
모든 걸 잃고 나서야 깨우친 박태수는
한강식을 잡기 위해 장인과 아내(김아중)의 도움을 받아
정치를 하기로 결심한다.
장인어른의 야당의 핵심 인사를 소개해 주며
검찰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검찰 개혁과 불우한 가정환경의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말의 동정 표를 휩쓸게 되며
태수가 당선이 되었는지 알 수 없게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열린 결말로 끝난 영화 더킹은
마지막에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집어넣은 게 아닐까 싶다.
투표의 중요성. 왜 우리가 투표를 해야 하는지!
영화 더킹은 킬링타임으로
정말 매력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심심할 때 한 번씩 보기 좋은 영화 더킹 추천드립니다
한줄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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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킹 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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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처스 라운지> | 학교에 비친 사회를 보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도난 사건이 빈번한 학교에 부임한 신임 교사 ‘카를라’(레오니 베네쉬). 그녀는 이민자 출신 학생이 범인으로 몰리자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교무실에서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린다. 노트북 카메라를 켜 둔 채 지갑을 옷에 두고 수업에 들어갔다 온 사이, 돈을 가져간 사람의 블라우스가 카메라에 찍힌 것.
카를라는 범인을 찾으러 나서고, 이내 용의자를 발견한다. 학교 직원 '쿤'(에바 로에보)'이 문제의 블라우스를 입은 것. 이에 학교는 쿤의 출근을 금지하고, 쿤의 아들이자 카를라의 학생인 '오스카'(레오나르드 슈테트니쉬)는 카를라에게 적개심을 품기 시작한다. 그 이후, 카를라는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큰 시련을 마주한다.
학교와 교사를 빌려 사회를 이야기하다
<티처스 라운지>는 '독일영화상'에서 최고의 영화상, 감독상, 시나리오상, 여우주연상 등 5관왕을 달성한 영화다. 화려한 수상경력과 교무실이라는 의미의 제목을 조합하면 이 작품의 소재를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교권이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갈등을 통해 교권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도 그렇다. 카를라는 어떻게든 교내 도난 사건을 해결하려 든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불똥이 튄다. 편견과 선입견, 오해가 겹치면서 학부모는 교사를 비난한다. 학교와 교사는 권위를 내세워 비난을 막으려 한다. 학생들도 교내 언론 같은 스피커를 활용해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게 학교는, 특히 교무실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마치 최근 한국의 교실을 들여다보는 듯한 광경이 스크린 위에 펼쳐진다.
이 광경은 최근에 개봉한 영화 한 편을 연상시킨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두 작품은 우연히도 비슷한 사회적 갈등을 다룬다. 교내에서 발생한 사건을 두고 학생, 학부모, 교사의 관점이 엇갈리는 파국을 다룬다. 단순히 교권의 추락만 지적하는 게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질적인 원인, 사회 전체의 책임을 지적하는 점도 공통점이다.
단,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장르의 차이다. 괴물이 비극 섞인 판타지를 지향한다면, 티처스 라운지는 강렬한 스릴러로 나아간다. 이 차이는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두 작품의 끝도 상이하게 만든다. 그 덕분에 <티처스 라운지>는 <괴물>과 공유한 여러 공통점에서 불구하고, 차별화된 톤과 메시지로 관객을 휘어잡는다.
<괴물>을 닮았다
<티처스 라운지>와 <괴물>의 가장 큰 공통점은 교권 이슈를 불쏘시개로 쓴다는 점이다. 두 작품은 교권 이슈를 활용해 더 시급한 문제를 지적한다. 소통의 단절이다. 방식은 다르다. <괴물>은 관객을 현혹하는 방식을 택했다. 학부모, 교사의 시점에서 사건의 편린만 먼저 보여준 후에 학생의 관점에서 진상을 보여줬다. 학부모나 교사에게 동조한 관객 스스로가 편견과 선입견에 빠져 있었음을 자각하도록 만들면서 문제점을 체감시켰다.
반면에 <티처스 라운지>는 소통이 단절된 상황 속에 관객을 던져 놓는다. 핵심은 모두들 눈을 가린 채로 코끼리를 만지기 바쁘다는 것. 모든 주인공은 각자의 사실만 믿는다. 카를라는 블라우스의 문양에만 꽂혀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카를라의 인터뷰 중 입맛에 맞는 대목만 기사화한다. 학부모들은 카를라의 변명을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갈등의 시발점인 카를라가 뒤늦게 진실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나 여의치 않다.
결국 <티처스 라운지>는 철저히 학교 내의 이야기만 다루는 것 같지만, 실상은 사회 전체를 다룬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관용의 부재, 그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견과 선입견의 존재. 이들이 교권 자체의 하락보다도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에 정확히 부합하는 작품인 셈이다.
<괴물>과는 다른 학교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티처스 라운지>와 <괴물>의 공통점은 생각보다 눈에 잘 안 띈다. 포장 방법이 퍽 다르기 때문.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학교를 활용하는 방법에서 비롯된다. <괴물>에서 학교는 여러 배경 중 하나에 불과했다. 또 문제가 발생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을 어루만지는 공간이기도 했다. 일례로 미나토는 교장 선생에게 트롬본을 배우면서 위안을 찾았다.
<티처스 라운지>는 정반대다. 철저히 학교 안에서의 상황만 다룬다. 학교 내부를 보여주는 방식도 억압적이다. 1.31:1의 좁은 화면 비율을 활용해 학교를 꽤 폐쇄적인 공간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살렸다. 이에 더해 학부모, 교사, 학생의 시점을 교차한 <괴물>과 달리 <티처스 라운지>는 카를라에게만 집중한다. 그녀는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의 중심에 있고, 관객은 그녀의 시점에서 모든 사건을 본다.
그 덕분에 <티처스 라운지>는 스릴러 영화의 재미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 학생들은 서로 주먹을 휘두르고, 교사에게 욕을 한다. 교사들은 해결법을 두고 서로에게 고함을 질러댄다. 간담회에 참석한 부모들은 법적조치를 들먹이며 교사를 비난한다. 오해와 편견이 쌓이는 서스펜스, 갈등이 일제히 분출되는 폭발력은 좁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한층 강렬해진다. 여기에 신경을 자극하는 음악까지 더해지면 교내 갈등은 한 층 첨예해진다.
다른 학교, 다른 결론
스릴러의 미덕에 충실한 결과 <티처스 라운지>의 결론 역시 <괴물>에 비해 더 날카롭다. 사회적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비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 예를 들어 영화는 정체성 정치의 부작용을 자연스럽게 지적한다. 폴란드 출신이라는 카를라의 개인적 배경을 꼬투리잡거나, 교사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가는 교내 언론의 행태는 단순히 학교 내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학교의 도난 사건 대응 역시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학교를 일종의 감옥으로 묘사하면서 학교의 역할에 대해 다시 질문하기 때문. 학교는 학칙을 어겼다고 의심되는 학생을 처벌하고, 통제하고, 다른 피의자를 찾아내기 위해 학생들이 서로를 감시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교정, 감시, 처벌은 감옥의 생리와 다를 게 없다. 학교의 존재의의와 목적에 대해 다시금 고찰하게 만드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티처스 라운지>가 <괴물>과 전혀 다른 결로 마무리되는 이유다. 두 작품은 모두 '교권의 위기' 혹은 '소통과 관용의 부재'처럼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괴물>은 그 끝을 비극적인 판타지로 마무리했다. 이상적인 사회를 구현하기를 바라는 한 줌의 기대와 희망을 품어 관객에게 날려 보냈다. 반면에 <티처스 라운지>는 더 직접적이고 명확한 대안을 제시한다. 전자가 시라면, 후자는 에세이에 가깝다.
큐브에 새겨진 결론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티처스 라운지>의 결론은 카를라가 오스카에게 건넨 큐브에 담겨 있다. 학교는 오스카에게 강제 전학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그는 학교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한 채 교실에 계속 남아 있는다. 동료 교사들이 경찰을 부를지 고민하는 사이 카를라는 오스카 옆 책상에 앉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담임교사로서 그의 옆을 지킨다.
그러자 오스카는 카를라가 건넸던 큐브를 조용히 맞추기 시작한다. 오스카와 갈등을 빚기 시작할 때 그녀는 큐브를 건넸다. 알고리즘에 맞춰 순서대로 풀어내야 하는 큐브처럼 다른 문제들도 원칙을 따를 때만 풀 수 있다는 말과 함께. 그들 사이에 숱한 오해와 편견이 쌓인다 해도, 차분하게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나란히 앉은 카를라와 오스카의 모습에서 그들이 99분 간 이어진 갈등의 탈출구를 마침내 찾은 듯 보이는 이유다.
물론 카를라는 이상적인 교사가 아니다. 학칙을 어겼고, 섣부른 추측으로 일을 키웠다. 하지만 그녀는 실수를 인정했고, 마지막까지 교사로서의 원칙을 지켰으며, 의무를 다했다. <티처스 라운지>를 단순한 스릴러 영화로 취급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측과 선동이 난무하고 신뢰를 찾기 힘든 사회라면 더욱 그렇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학교가 이렇게 폭발적인 공간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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