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3-17 01:16:15
[#톺아보기] 손예진 배우 출연작 파헤쳐 보기!!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아내가 결혼했다>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현재 방영 중인 '서른, 아홉'에서
차미조를 연기한 '손예진' 배우를 톺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배우 손예진은 데뷔와 동시에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르며 충무로의 대표 배우가 됐습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배우 손예진을 "2000년대 한국 영화가 낳은 압도적 대형 톱스타"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배우 손예진은 데뷔 이후 거의 매년 작품을 찍으며 본업에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배우는 팬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이야기하며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로맨스, 코믹, 스릴러 등 장르를 불문하고 뛰어난 소화력을 보여주는
배우 손예진!
그럼 지금부터 배우 손예진 #톺아보기 시작하겠습니다!
이름 | 손예진 (孫藝珍)
출생 | 1982년 1월 11일
소속사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데뷔 | CF '꽃을 든 남자' (1999)
별명 | 소예진, 예진핸드, 존예진 등
배우 '손예진' 데뷔 과정
배우 손예진은 연기를 통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
중학교 때부터 배우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 첫 주연을 맡았고,
시청률이 30%가 넘으면서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그리고 손예진 배우의 빼놓을 수 없는 '포카리스웨트' 광고도 2001년에 찍었는데요.
역대 모델 중 최초로 2년 연속 재계약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 모두 꾸준한 연기 활동을 하면서
연기력도 인정받고, 다양한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배우 '손예진'의 대표작
클래식
지혜/주희 역
우연히 엄마의 젊은 시절 편지와 일기장을 발견한 지혜.
엄마의 첫사랑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편지와 일기장을 보면서
지혜는 엄마의 클래식한 사랑을 조금씩 알게 된다.
손예진은 국회의원 딸인 주희, 그리고 주희의 딸인
대학생인 지혜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김수진 역
건망증이 심한 수진은 그 건망증 덕에 운명처럼 철수를 만나 결혼한다.
철수는 날로 심해지는 수진의 건망증에 그녀와 병원에 가고,
그녀가 병을 앓고 있음을 알게 된다.
손예진은 LG패션 남성복 팀장이자, 건망증 앓고 있는
'김수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아내가 결혼했다
김수진 역
한 사람만 사랑할 자신이 없다는 인아를 독점하기 위해 덕훈은 그녀와 결혼하지만,
사랑하는 남자가 새로 생겼다는 그녀는 그 사람과도 결혼하겠다고 제안한다.
손예진은 '비독점적 다자연애'인 폴리아모리를 추구하는
'주인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여월 역
옥새를 삼킨 고래를 사냥하러 조선의 도적들이 모였다.
누명을 쓴 도적, 바다는 처음인 산적, 그리고 건국의 위기에 봉착한 개국 세력 간의
웃지 못할 싸움이 벌어진다.
손예진은 아름다운 미모와 강인한 카리스마는 물론
화려한 검술 실력까지 겸비해 조선 바다를 제압한 해적단 여두목
'여월'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시즌
덕혜옹주
덕혜옹주 역
고종황제의 외동딸 덕혜옹주는 일제에 의해
13세의 어린 나이에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그 후, 고국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던 덕혜옹주에게 어린 시절 친구 장한이 나타난다.
손예진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시즌
지금 만나러 갑니다
수아 역
수아는 우진에게 비가 오는 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1년 뒤 어느 여름날, 이전과 다름없는 모습의 수아가 나타난다.
하지만 수아는 우진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손예진은 기억을 잃은 채 다시 돌아온
'수아'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협상
하채윤 역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는 태국에서 한국 경찰과
기자를 납치하고 협상가 채윤을 협상 상대로 지목한다.
남은 시간 12시간,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협상이 시작된다.
손예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는 최고의 협상가
'하채윤'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사랑의 불시착
윤세리 역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 윤세리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특급 장교 리정혁의
절대 극비 러브스토리를 그린 드라마
손예진은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가 2남 1녀 중 막내딸이자
세리스 초이스의 대표,
'윤세리' 역을 맡았다.
----------- 시청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이상으로 배우 '손예진' #톺아보기 시간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손예진 배우가 참여한 작품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방영 중인 <서른, 아홉>에 주연 배우로 출연 중인데
이 드라마도 추천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며
다음 주에도 톺아보기 콘텐츠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안녕٩( ᐛ )و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
- 영화라는 매게체가 주는 시각적 청각적 황홀경의 최대치
*해당 영상은 씨네 랩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10월 27일 개봉하는 작품 ‘아네트’의 돌비시네마 시사회를 다녀온 뒤 제작한 영상입니다. 예술가들의 도시 LA,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꼬띠아르)`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는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린다. 함께 인생을 노래하는 두 사람에게 무대는 계속되지만, 그곳엔 빛과 어둠이 함께한다.
-
- [단편영화] 무인독서실 - 만약 수능날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
*해당영상은 독립영화제작팀 [프로젝트99]팀의 작품 "무인독서실"에 대한 저작권 협의를 통해 제작된 영상입니다.
매년 수능날이면 우리는 12년의 시간을 단 하루 만에 평가받는다. 누군가는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고 누군가는 1년의 시간을 연장하지만
또 누군가는 그대로 마침표를 찍는다.
-
-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티저 예고편
마블의 새로운 강력한 히어로 ‘샹치’의 탄생과 베일에 싸여 있던 전설의 미스터리 거대 조직 ‘텐 링즈’의 실체를 다룬 첫 번째 이야기
-
- 영화 <드림> 공식 1차 예고편
박서준X이지은 = 환상의 드림팀? 환장의 팀워크!? [드림] 공식 1차 예고편 공개⚽
-
- 새로운 디스토피아 스릴러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 의 현실 이야기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는 일찌감치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을 받고 다수의 수상을 한 작품이다. 대표적으로는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 초청과 제4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스 부문에 초청되어 많은 영화관계자들에게 주목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2022 캐나다 스크린 어워즈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다시 한번 그 위엄을 달성했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미국 할리우드, 아카데미 수상 출신 감독인 <조조 래빗>, <토르: 라그나로크> 등을 연출하고 최근에는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의 연출을 맡게 된 '타이타 와이티티' 가 총괄 프로듀서로 작품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또한 작품을 연출한 감독은 '켈리 라이카트', '제인 캠피온' 등에 이어 차세대 여성 감독으로 촉망받는 '다니스 고렛'이다. 이미 이 작품으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7회 수상을 했다고 하니,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한 것이 아닐까! 작품의 흥행요소에서 프로덕션의 힘과 제작진의 라인업 또한 영향을 미치는만큼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로 작용할 듯 하다.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는 서기 2043년 독재국가 '에머슨'의 인간병기로 길러지는 딸 '와시즈'를 되찾기위한 엄마 '니스카'의 사투를 그린 디스토피아 스릴러이다. 영화 초반 황량하고 외딴 숲에서 존재를 숨기며 살아가는 '니스카'(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와 '와시즈'(브룩클린 르텍시에 하트)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숲을 나섰다가 사고로 인해서 와시즈는 발을 다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떼로 지어다니는 마치 벌과 같은 모양새의 드론(독재국가의 CCTV, 감시자 역할을 한다)들의 습격을 받으면서 숲 속을 벗어나 도심부의 마을로 향하게 된다. 니스카의 오랜 친구 '로베트라'의 도움을 받아 친구의 집에 머무르게 되지만, 와시즈의 상처는 점차 깊어만가고 치료제를 구할 수 없는 니스카의 절망은 깊어만간다.
결국 딸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니스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고 딸은 독재국가 '에머슨'에 끌려가게 된다. 독재국가 '에머슨'은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미성년자들을 강제소집하는 무자비한 국가이다. 그리고 미성년자들은 '아카데미'에 들어가 군사교육을 받게되고 인간병기로 세뇌당하고 길러지게 된다.
딸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절망감에 빠져 삶을 살아가는 니스카는 우연히 숲의 소유지를 지키며 독재국가에 대항하던 한 무리의 캐나다 북부의 토착민 '크리족'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니스카가 예언 속의 구원자라 믿는 부족이다. 그리고 니스카는 그들의 도움을 받아 아카데미에 있는 딸을 구하기 위한 계획을 결심하게 된다.
영화는 서기 2043년, 전쟁으로 황폐화된 세상을 배경으로한 디스토피아를 내세우고 있다. 먼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시대속에는 여전히 자신들의 거주지,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토착민(원주민) 크리족들이 있다. 실제로 영화를 연출한 감독 '다니스 고렛'은 캐나다 토착민 크리족의 혼혈이며 제작에 참여한 '타이타 와이티티' 또한 뉴질랜드 원주민인 아버지를 둔 혼혈인이다. 여기서 느낀점은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는 배경은 수십년이 지난 미래이지만 감독은 원주민, 토착민들이 자신들의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현실의 이야기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싶은 점이다.
독재국가 '에머슨'은 원주민을 내쫓고 몰아세운 역사 속의 제국주의 국가들에 비유할 수 있고, 그들의 감시자가 되는 수많은 드론들은 결국은 원주민을 감시하는 수많은 제국주의 사람들로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한 시대의 미래가 되는 미성년자(아이들)를 착취하고 그들에게 획일화된 군사교육과 정신교육을 주입한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하나의 국가, 하나의 언어, 하나의 국기'라는 일종의 애국강령을 날마다 반복하게 하여 외우게 하는 등의 모습은 물론 영화 속에서는 독재국가의 인간병기로 길러내기 위한 군사교육의 일환이지만 일찌감치 토착민 아이들의 역사를 배제하고 새로운 제국주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우리 역사 속의 식민지 침략자, 제국주의 모습들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영화 속의 크리족과 그들이 구원자라고 믿는 니스카와 힘을 합쳐 독재국가 '에머슨'에 대항하고 아카데미의 딸과 입소된 모든 아이들을 구출해낸다. 이는 한 어머니의 딸을 구해내는 동시에 미래시대 주역인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이고 또한 토착민들의 삶은 지켜내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봐왔던 디스토피아 배경 속에 일어나는 화려한 액션과 CG가 있는 류의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캐릭터의 드라마와 세심한 감정선들이 주는 영화적 희열과 긴장, 스릴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SF 디스토피아 영화로 추천드리고 싶다.
씨네랩 에디터 ria
-
- 사랑이라는 구원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x 티모시 샬라메의 재결합“보통의 삶, 보통의 가족, 보통의 존재. 보통의 것이 불가능한 누군가에게. 당신과 비슷한 타인이 존재한다고, 그래서 서로가 이어져있을거라고. 그렇게 상처를 보듬고 사랑할 수 있을거라고, 영화는 말한다.
‘카니발리즘(식인)’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결코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을 보여주기 위한 호러영화가 아니다. 사회 밖으로 내몰려 그 주변을 맴돌아야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메타포일 뿐.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인물들이 가진 아픔의 한 구석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애썼다. 어디에 상처가 났는지, 그 상처는 얼마나 깊은지. 어떻게 해야 아물 수 있는지.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하나가 되어 서로를 구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좌)테일러 러셀_매런과 (우)티모시 샬라메_리
삶의 경계선에 서있는 이들, 사회 속에서 이방인의 위치에 서있는 이들의 삶이란. 그것은 때로는 고독하며, 때로는 온전하지 못하다. 소중한 감정들을 짓눌러야 하고, 아픈 마음을 타인에게 쉬이 내비칠 수 없다.
영화는 식인을 하는 18세 소녀 매런(테일러 러셀)의 성장을 그린다. 엄마는 매런을 떠난 지 오래고, 언제나 그녀 곁을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던 아버지마저 그녀를 떠나 결국 매런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렇게 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 매런은 자신과 같은 식인 성향을 가진 리(티모시 샬라메)를 만난다. 왜 나랑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냐는 매런의 말에, 네가 착한 사람 같아서,라며 화답한 리. 그렇게 리는 매런의 인생길에 동승하게 된다.
힘든 삶을 살아온 매런과 리가 마침내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이마를 마주댄 채 주고받던 말들이 참 애틋했다.
"You don't think I'm a bad person?" - 리
넌 내가 나쁘다고 생각 안 해?
"All I think is that I love you." - 매런
널 사랑한다는 생각뿐이야.나의 결핍이 타인의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매런이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고 난 뒤에 리를 떠나려 했던 것처럼, 리가 사랑하는 동생 케일라 옆에 언제나 함께 있어줄 수 없었던 것처럼. 결국엔 각기 다른 모양의 결핍들이 연결되어 의도치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신 역시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여동생 케일라를 끔찍이도 아꼈던 리. 너무나도 소중한 그녀에게, 리는 보통의 사랑을 내어줄 수 없다. 자신의 아픔이, 자신의 이야기가, 케일라에게 큰 상처가 될까봐 두려워서. 짓궂은 말들만 내뱉고, 전부를 터놓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음을 삼킬 수밖에 없다. 공중전화부스에서 케일라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먹이던 리의 마음이 너무나 연약해보였다.
저기 저 멀리, 언덕 위에 앉아있는 매런과 리를 보며 둘의 행복을 빌었다. 오직 둘만이 존재하는 그곳이 참 평화로워보였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는 곳. 나와 닮은 상처와 결핍을 가진 너를 껴안은 채 위로받을 수 있는 곳. 아픔을 묻어두며 살아온 리는 매런에게 자신의 삶을 고백한다. ‘나’라는 존재가 거부당하는 가혹한 세상 속에서, 그렇게 각자가 가지고 있던 빈자리는 서로의 존재 덕에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다.
강렬하고 아름다웠던 마지막 장면이 아직까지도 오랜 여운으로 남아있다.
Eat me please, bones and all. -리
영화의 제목은, 종반부에서 리의 말로 귀결된다. 뼈까지 전부 먹어달라는 리.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너 안에 영원히 존재하고 싶다고.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사랑하자고. 너에게 내 전부를 주고 싶다고. 그의 애원은 이렇게나 사랑으로 가득하다. 매런을 향한 리의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났다. 갖고 있는 마음의 크기만큼 줄 수 없는 사랑은 서럽고 또 서럽다.
2022 부산국제영화제_ 본즈 앤 올
정식 개봉 전, 2022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만난 영화. 상영관을 나오면서부터 개봉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것 같다. 영화라는 예술의 힘을 빌려, 사회 속 한 개인의 삶과 아픔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들의, 그 둘의 사랑이 더 이상은 아프지 않길.
이 영화 역시 오랫동안 보내주지 못할 것 같다.
-
- 캐롤 (2016)
-줄거리를 포함한 글입니다.-
영화 <캐롤>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우아한 시선으로 가득 채워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시선으로, 섬세한 손짓으로, 작은 표정의 변화로 뜨거운 열애의 감정과 열애가 동반하는 열병을 묘사한다. 잘 만든 영화들은 이렇듯 말하지 않는 것으로 작품을 이야기한다. 이야기꾼의 구구절절한 이야기 대신, 영상에서 보여지는 수많은 미쟝센들로 관객 각자의 감상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영상의 힘이 느껴진다. 시각적인 요소들로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이 영화 특유의 방식뿐만 아니라, 만듦새 또한 훌륭하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붙이고,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의 여운과 깊이를 더하는 사운드, 그리고 촘촘하게 꿰어 흠잡을 데 없는 서사까지. <캐롤>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멜로 영화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섬세한 시선과 작은 손짓까지 집중하여 영화가 다루는 사랑의 깊이와 여운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이야기의 매력 또한 깊고 진하다.
섬세한 시선과 작은 손짓까지 집중하여 영화가 다루는 사랑의 깊이와 여운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이야기의 매력 또한 깊고 진하다. 어린 여성 테레즈를 사랑하는 캐롤과 우아하지만 자신보다 연상의 여성 캐롤에게 빠져버린 테레즈. 언뜻 고등학생 소녀들의 철없는 이야기처럼 들리는 사랑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는 결말을 도출해낼 수 있고, 이렇듯 촘촘하게 꿰어낸 영화의 서사 속에서 건져 올린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영화의 가정(假定)을 통해 우리가 이를 수 있는 기품있는 삶의 모습을 ‘캐롤’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테레즈의 시선은 온전히 테레즈의 것이 분명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테레즈의 시선에서 캐롤을 홀린듯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또 다른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영화 <캐롤>이다.
1. 시선과 손짓, 목소리, 그 작은 뉘앙스들까지 집중하다.
영화 <캐롤>은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캐릭터들의 말보다 시선이나 손짓과 같은 비언어적 수단들을 통해 사랑의 감각, 특히 오랜 첫사랑과 옛사랑의 감각을 자극한다. 테레즈와 캐롤의 첫만남에서 테레즈가 보여준 시선,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오로지 한명을 향한 그 묵묵한 시선과 사라진 그녀를 찾는 시선과 그녀를 찾은 후에 테레즈의 얼굴레 떠오르는 미소와 애정어린 시선은 마치 오래전 첫 사랑에게 시선을 빼았겼던 우리의 한 때를 떠올리게 만든다.
시선이나 손짓과 같은 비언어적 수단들을 통해 사랑의 감각, 특히 오랜 첫사랑과 옛사랑의 감각을 자극한다.
캐롤을 위한 선물세트를 세심하게 추천해주는 테레즈의 모습, 자신이 빠져버린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재차 상관에게 선물세트의 배송여부를 묻는 모습, 캐롤과의 약속자리에서 그녀를 계속해서 힐끗힐끗 바라보는 테레즈의 모습 등, 영화의 초반에 보여지는 테레즈의 모습에선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젊은 이의 열렬한 시선을 느낄수 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언젠가 우리들이 가졌을 시선이기도 하다. 이렇듯, 캐롤을 쫓는 테레즈의 시선으로 쓰여진 영화 <캐롤>은 그 시선을 따라가는 것으로 관객들이 갖고 있는 오래된 첫사랑의 기억과 감각들을 자극하는 한편으로, 영화속 테레즈의 시선을 같이 하다보면 캐롤에게 반할 수밖에 없다.
2. 열정은 열병을 동반하고
2-1. 망설이는 테레즈
이렇듯 테레즈의 시선을 따라가며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 <캐롤>속 캐롤을 향한 테레즈의 열렬한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열기를 더해간다. 첫만남에서 캐롤에게 분명한 호감을 느낀 테레즈이지만, 테레즈는 다소 망설인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캐럴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캐럴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조금만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존재하는 리처드와, 리처드와 함께 하는 일반적인 삶을 두고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캐롤의 점심식사 제안을 망설이며 수락하는 모습이나, “여자를 사랑하기라도 하는”지 묻는 리처드의 대답에 아니라고 분명히 대답하는 모습을 통해서 테레즈가 주저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테레즈가 리처드와 캐럴에게 한 “결정하지 못했다”는 그 말은 리처드와의 결혼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의미인 동시에 캐롤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 역시 아직 확신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2-2. 망설이는 테레즈를 이끄는 캐롤
반면, 캐롤은 테레즈를 거침없이 이끈다. 점심 약속을 사양하려는 테레즈의 말을 자르고 약속을 잡는 캐롤, 자신의 집으로 테레즈를 초대하고, 테레즈가 촬영한 사진들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고, 혼자 떠나는 여행에 테레즈를 데려가는 캐롤. 테레즈가 망설일 때마다 캐롤은 테레즈를 자신에게로 이끈다.
테레즈가 망설일 때마다 캐롤은 테레즈를 자신에게로 이끈다.
자신을 끊임없이 이끌어가는 캐롤을 따라가는 테레즈는 어느덧 긴장한 표정과 머뭇거리는 태도를 버리고 편안한 표정과 그윽한 시선으로 캐롤을 바라본다. 캐롤이 내민 손을 잡고, 이젠 캐롤의 세계에 흠뻑 빠진 테레즈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2-3. 열정은 열병을 동반한채로
문제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진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루어질수록 위험해지는 기이한 관계다. 이 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캐롤이 테레즈를 사랑하는 것으로 자신의 딸 린디의 양육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남편과의 이별은 캐롤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딸과의 이별은 캐롤에게 너무 큰 문제다. 이혼 소송중인 캐롤은 소송중에 테레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이를 알아챈 캐롤의 남편인 하지의 변호인들은 캐롤의 동성애적 성향과 외도를 지적하며 캐롤에게서 양육권을 박탈하고, 접근 금지 명령을 요구한다. 캐롤은 딸의 양육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한 통의 편지를 남겨 놓고 테레즈를 떠난다.
캐롤은 딸의 양육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한 통의 편지를 남겨 놓고 테레즈를 떠난다.
-내 사랑에게.
세상에 우연은 없어요. 그리고 언젠가 하지도 알게 될 일이었어요.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에요. 차라리 일찍 이렇게 된 걸 감사히 생각해요. 이렇게 말하는 날 모질다 하겠지만, 당신을 납득시킬 말이 없어요. 내가 당신에게 당신은 젊기 때문에 해결책과 해명에 매달리는 거라 말하더라도 화내지 말아요. 언젠가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에요. 그날이 오면, 그곳에서 당신을 반겨줄게요. 영원한 일출처럼 우리 앞에 펼쳐진 삶을. 하지만, 그때까진 만나지 않기로 해요. 나는 해야 할 일들이 많아요. 당신은 나보다 더 많겠죠. 당신의 행복을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어요. 해줄수 있는 게 이것 뿐이에요. 당신을 ‘놓아’줄게요.
3. 품위있는 삶을 위하여.
캐롤은 테레즈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홀로 시간을 보내고 양육권 분쟁의 자리에 선다. 법정싸움은 진흙탕 싸움이다. 상대방의 변호인은 캐롤의 외도와 동성애적 기질을 문제삼아 양육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캐롤의 변호인은 외도의 증거가 불법촬영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그간의 결혼 생활에서 남편 하지의 행실이 이혼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적정선을 모르고 서로를 끌어내리는 말들 속에서 캐롤은 모든 말들을 멈추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C : “우린 서로에게 린디를 줬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왜 서로에게 못 뺏어 안달을 해야 돼? 테레즈와의 일은...내가 원했던 거야.”
C : “난 순교자도 아니고, 날 위한 최선이 뭔지도 모르지만... 내 딸을 위한 최선이 뭔지는 본능적으로 알아. 하지만, 방문권은 얻어야겠어.”
C : “날 부정하면서 살아간다면... 린디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캐롤은 양육권 분쟁에서 한 발 물러선다. 그것은 단순히 린디보다 테레즈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니라, 테레즈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떤 이유에서든 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캐롤은 테레즈와의 만남이 신경쇠약으로 인한 외도가 아닌, 진실한 사랑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증명하고 싶은 것이며, 그 증명을 통하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캐롤이 얻는 것은 ‘자존’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 세상이 신경쇠약이라고 함부로 단정짓지 않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하는 것. 그리고, 이 자존을 지켜내는 과정,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또 다른 존엄한 사랑의 방식임을 깨닫는다.
한편, 캐롤이 떠나고 백화점 종업원이었던 테레즈는 뉴욕타임즈에 취직했다. 캐롤의 말처럼, 테레즈는 안정적인 자리를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지금 테레즈의 이 자리가 바로 캐롤이 말한 ‘제 자리’일지도 모른다. 캐롤은 테레즈의 소식을 듣고 그녀에게 저녁 약속을 제안한다. 저녁 약속자리에서 만난 캐롤과 테레즈. 캐롤은 테레즈에게 잠시후에 있을 저녁 식사에 와줄 수 있겠냐고 묻는데, 테레즈의 동료 잭이 나타나서 테레즈에게 또 다른 저녁 약속을 제안한다. 캐롤은 이전과는 다르게 테레즈의 마음을 존중하며, 테레즈와의 관계에서도 한 발 물러선다. 캐롤은 이제 사랑하는 이들을 소유하는 것, 린디의 양육권을 얻는 일이나 테레즈를 자신의 곁에 두고자 하는 마음을 접어놓는다. 캐롤은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사랑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가능함을 알게 된다. 캐롤은 여지껏 이 영화에서 보여진 남성들의 ‘갖는 것’으로 얻게 되는 사랑의 방식에서 벗어나 그저 주는 것으로 테레즈와 린디를 사랑하고자 한다.
캐롤은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사랑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가능함을 알게 된다.
4. 먼 길을 돌고 돌아, 나의 자리는 당신의 곁임을.
캐롤이 자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그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테레즈는 잭의 제안을 수락하고 필의 파티에 참석한다. 그곳에는 테레즈와 같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술과 음악, 춤을 추며 젊음을 누리고 있다. 캐롤의 말처럼 그곳은 이제야 활짝 핀 꽃과 같은 젊음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테레즈에게 ‘제 자리’란 바로 그 곳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테레즈의 귀에 이들의 목소리는 소음처럼 들리며 스쳐지나갈 뿐이다. 파티에서 테레즈가 목격한 것은 그곳이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뿐이다. 한때 자신이 전부라고 말했던 리처드는 이제 다른 여자와 춤을 추고 있고, 테레즈에게 키스를 하려고 했던 대니는 다른 여자를 품에 둔 채 여전히 영화를 보며, 대사들을 필사하고 있다. 테레즈는 이 파티에서 자신의 '자리'가 그곳에는 없음을 확인하고, 캐롤에게 돌아간다.
5. 뜨겁던 열기는 다소간 식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잔열(殘熱).
두 사람은 첫 만남 때처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거리를 둔 채로 재회한다. 다만, 첫 만남과는 달리 먼 곳에 있는 캐롤을 응시하는 테레즈의 표정은 좀처럼 읽을 수 없다. 표정의 미세한 변화가 있 는듯 하지만, 너무도 미세해서 그것이 어떤 감정을 담은 미세한 떨림인지 추측하기 어렵다. 반면, 테레즈의 시선이 닿는 곳에 있는 캐롤은 테레즈를 발견하고는 천천히 여유롭고 분명한 미소를 짓는다. 첫만남에서 테레즈가 캐롤에게 미소로 응대한 것과 반대로, 마지막 만남에선 캐롤이 테레즈를 미소로 맞이한다. 그리고 테레즈의 미소가 열정이 녹아있는 열띤 미소였던 것과 달리, 캐롤의 미소는 열병을 다 앓고 난 후 지을법한 여유로운 미소로 읽힌다.
자신을 찾아온 테레즈를 보고 짓는 캐롤의 따뜻한 미소를 통해 사랑의 잔열(殘熱)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여전히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테레즈의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이유로 그 후의 이야기를 추측하기 어렵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두 사람의 뜨겁던 열정도 지나갔고, 그 열정이 가져온 열병도 지나갔다는 점이다. 즉 이제는 뜨거웠던 처음의 열기는 찾을 수 없을테지만, 엔딩씬에서 캐롤을 끈덕지게 좇는 테레즈의 시선과 그녀를 찾아 황급히 가는 그 발걸음, 자신을 찾아온 테레즈를 보고 짓는 캐롤의 따뜻한 미소를 통해 사랑의 잔열(殘熱)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여전히, 그리고 충분히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삶과 사랑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도 이런 따뜻한 잔열들이 이어지면서 계속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두 사람의 미래가 다시 이전처럼 뜨거운 온기를 되찾지는 못하더라도, 따뜻한 잔열들로 그 관계가 계속되리라는 기대감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멜로 영화 <캐롤>이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데미안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1편 - 아시아
안녕하세요. 할리우드 영화의 숲, 할리포레스트입니다. 여러분, 잠시 눈을 감고 세계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꼭 한번 가고 싶은 곳을 상상해볼까요?
다들 어디를 떠올리셨나요? 사실 저는 이 지구상에 가고 싶은 곳이 정말 너무너무 많답니다. 영화는 물론이고 아니라 여행도 굉장히 좋아하는 몸이니까요. 히히
따라서 오늘부터 약 3주 동안은 세계여행을 할 때 제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중 인상 깊은 영화 속 배경이 된 지역들을 대륙별로 묶어서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그럼 제일 먼저 아시아로 출발~
*포스팅 순서는 개봉순입니다.
*이미지의 출처는 NAVER, GOOGLE입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지극히 제 주관으로 선정한 지역들입니다.
■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1편-아시아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
① 요르단 페트라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시리즈 중 하나로 불리는 '인디아나 존스'시리즈. 이 시리즈의 3편인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 속 마지막 장면은 보물이 숨겨져 있던 고대 도시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곳의 배경이 된 고대 도시는 '신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요르단의 '페트라'죠.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한 이 고대도시는 요르단을 여행할 때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페트라처럼 시간이 멈춘 고대 도시를 보고 있노라면, 그 누구라도 고고학자 인디아나와 모험을 떠나고 싶어질걸요?
요르단 페트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② 중국 리장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중국 내 소수민족이 무려 25개나 모여있을 만큼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어 동서남북 어느 곳으로 가든 볼거리가 널린 중국 최고의 관광지 '운남성'. 특히 이 운남성 북동쪽에 위치한 '리장'시는 과거의 고풍스러움과 현대적인 세련됨이 공존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명소입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은 리장 특유의 골목길, 시가지와 고성의 예스러운 모습을 배경으로 삼았으며, 특히 영화 속 밤풍경은 화려한 리장의 야경과 놀랍도록 너무나 닮았죠. 어린 시절 처음 볼 때는 무서워서 울었다가, 다 커서 다시 보니 감동해서 울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 몽환적인 리장에 있으면 영화 속 순수한 '치히로'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 리장
<툼 레이더>(2001)
③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툼 레이더>(2001)
'역대 게임 원작 영화 중 북미 흥행 1위'라는 영예를 가지고 있는 <툼 레이더>(2001).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배경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입니다. 이곳은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큰 불교사원이지만 400년 동안 정글 속에 방치될 정도로 세상에서 잊힌 존재이기도 했는데요.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자 캄보디아에서는 국기와 지폐에 사용될 정도로 캄보디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본 영화 중 정말 이 <툼 레이더>보다 더 신비하게 느껴지는 영화는 없었는데, 아마 그건 안젤리나 졸리 언니의 매력은 물론 앙코르와트의 불가사의함이 한몫하지 않았을까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모노노케 히메>(2003)
④ 일본 야쿠시마
<모노노케 히메>(2003)
대한민국에선 <원령공주>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작 <모노노케 히메>(2003). 일본 최고의 극장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영화는 일본의 4대 섬 중 하나인 '큐슈'의 '야쿠시마'섬 속 울창한 원시림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연평균 강수량이 10,000mm에 육박할 정도로 비가 자주 내려, 섬의 숲 전체가 이끼로 덮여 있는 자연적인 아름다움으로 정말 유명하죠. 참고로 섬의 넓이는 제주도의 ¼수준인 500km² 정도밖에 되지 않으나, 섬의 최고 고도는 무려 1935m로 한라산(1950m) 급이라 전체적인 지형은 매우 험난합니다. 이렇게 험준한 원시림에 서있으면 정말 어디선가 원령공주가 튀어나올 것만 같네요.
일본 야쿠시마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
⑤ 일본 도쿄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
4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광역권을 보유한 일본의 수도 '도쿄'. 당연히 소설-만화-영화 등 대중매체에서는 일본 최고 도시권답게 장르를 불문하고 굉장히 자주 배경으로 사용되고 있죠. 판타지-로맨스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에서도 '나가이 역', '나카노구 철학당', '도쿄 국립 박물관'등 도쿄에 실제로 있는 여러 지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재로 삼았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속 학창시절 분위기, 풋풋한 사랑, 그리고 아름다운 여름... 이 모든 것을 여름철에 도쿄에 간다면 다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물론 요즘처럼 쪄죽는 날은 제외하고요.)
일본 도쿄
<아바타>(2009)
⑥ 중국 장가계
<아바타>(2009)
전 세계 영화 수익 역대 1위(27억 $)와 최초의 3D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으로 역대 영화사에 길이 남을 한 획을 그은 <아바타>(2009). 이 영화에 나오는 외계행성 '판도라'는 중국 '후난성' 북서부의 '장가계'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선 '나비족'들의 보금자리로 나오며, 실제로 수만 개의 기암괴석 지형은 모든 곳을 다 둘러보는 데만 3-4일이 걸릴 정도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죠. 또 연중 200일 이상이 구름에 둘러싸여 있을 만큼 영화 못지않게 신비로운 곳이기도 합니다. 정말 한 번만 가도 중국 내에서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를 가보지 않았다면 백 세가 되어도 늙었다고 할 수 없다"라는 말이 허풍으로 나온 게 아님을 잘 알 수 있을 거 같네요.
중국 장가계
<닥터 스트레인지>(2016)
⑦ 네팔 카트만두
<닥터 스트레인지>(2016)
마블 히어로 중 우주 최강의 마법사인 '닥터 스트레인지'. 그가 마법을 수련한 '카마르 타지'는 비록 만화 원작에선 히말라야 고산 속에 있는 곳이지만 영화에서는 바로 네팔의 '카트만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약 1000년 전부터 카트만두 전체는 수많은 불교-힌두교 사원이 아름답게 들어섰고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죠. 게다가 이러한 사원들은 현지 시장과 어우러져 보는 눈이 매우 즐거운 곳입니다. 또, 요즘은 히말라야를 오르려는 등산객들로 사시사철 북적이고 있는 곳이랍니다. 네팔에 여행을 간다면 히말라야만 등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마법을 한번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네팔 카트만두
<12 솔져스>(2018)
⑧ 아프가니스탄 힌두쿠시
<12 솔져스>(2018)
네팔의 히말라야에서 시작된 고산지대는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면서 중국의 티베트 고원,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고원을 지나 아프가니스탄의 '힌두쿠시 산맥'까지 이어집니다. 힌두쿠시는 해발고도가 평균 3km에 달하는 이 광활한 황무지산맥으로 911테러 이후 <아이언맨>(2008), <스페셜 포스>(2012) 등 수많은 할리우드 전쟁영화의 배경이 되었죠. 올해 개봉한 <12 솔져스> 또한 이에 속하는 화려한 전쟁영화입니다. 이 땅을 밟고 있는 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영화 속 긴장감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거 같네요. 아 물론 이곳 여행은 나중에 좀 안전해지면 가고 싶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힌두쿠시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은 2편 '유럽'으로 이어집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숲, 할리포레스트-
▼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2편 유럽
https://blog.naver.com/hollyforest/221330517044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할리 포레스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국내 OTT 시장
8월 13일 진행된 글로벌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월트디즈니 컴퍼니가 디즈니+의 아시아 상륙 소식을 전했습니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호주,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서비스중인 세계 2위의 OTT 플랫폼 디즈니+는 디즈니는 물론, 마블, 픽사 등의 우저작권까지 소유한 거대 엔터테이닝 기업으로,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다양한 디즈니+ 오리지널 작품들을 드디어 올 11월 만나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특히, 마블 스튜디오의 완다비전(Wanda Vision), 로키(Loki), 팔콘과 윈터솔져(The Falcon and The Winter Soldier), 스타워즈 시리즈 만달로리안 (The Mandalorian) 등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사실에 많은 국내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에 루크 강 월트디즈니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디즈니+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구독자 수 성장과 현지 파트너십 구축 등 지역 내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뛰어난 스토리텔링, 우수한 창의성, 혁신적인 콘텐츠 제공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전 지역의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맞서는 국내 OTT 플랫폼 또한 만만치 않은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지상파 3사와 SKT의 합작품인 웨이브 (wavve)는 드라마와 예능에서 강세를 보이는 국내 OTT 플랫폼입니다. <아내의 유혹>, <펜트하우스> 등을 통해 시청률 보증 수표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한 김순옥 작가의 명작관이 있을뿐 아니라, 2021년 7월 20일부터 1년간 HBO와 콘텐츠 계약을 체결하면서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왔는데요. 웨이브에서도 첫 오리지널 영화 제작을 발표하여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2022년 개봉을 목표로 올 8월 크랭크인 예정인 영화 <젠틀맨>은 흥신소 사장 지현수가 살인 누명을 벗으려다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경쾌한 범죄 오락물로, 주지훈과 박성웅이 캐스팅을 확정지으며 기대를 끌어 올렸습니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한소희의 하차는 아쉬운 부분이지만, 4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된 만큼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이에 맞서는 CJ의 '티빙' 역시 예능과 드라마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OTT 플랫폼인데요. 최근,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은 물론, 한지민, 임윤아 주연의 영화 <해피 뉴 이어> 등의 공개를 앞두며 승승장구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올 하반기 오리지널 드라마 <내과 박원장>을 통해 또 한번 웃음 폭탄을 떨어트릴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코믹 연기로 파격 변신을 예고편 이서진과 코믹 연기의 달인 라미란이 만난 드라마는 1도 슬기롭지 못한 초짜 개원의의 '웃픈' 의사 생활을 그린 현실 밀착형 코미디입니다.
그리고, 아직 여타 플랫폼에 비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어떤 플랫폼보다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쿠팡플레이 역시 첫 오리지널 코미디쇼 출시를 밝혔는데요. 거침없는 풍자와 패러디, 신선한 유머로 고품격 웃음을 선사할 쿠팡플레이의 첫 오리지널 코미디쇼 <SNL 코리아>는 9월 4일 첫 방송 확정과 함께, 역대급 호스트 이병헌의 출연 소식을 밝혀 화제를 모았습니다. <SNL 코리아>는 신동엽을 필두로 안영미, 정상훈, 김민교, 권혁수까지 오리지널 크루는 물론, 웬디, 김민수, 김상협 등 뉴페이스 크루의 합류로 더욱 업드레이드된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디즈니+가 상륙할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OTT 콘텐츠와 함께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코엔 형제 작품. 다시 봤다. 다시 보고 또 놀랐다. 먼저, 영화 제목을 아무렇게나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코엔 형제가 'no country for old men'이라는 제목을 붙였을 때, 영화 내용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이번에 알았다.
예이츠의 시 가운데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라는 시에서 가져온 구절로 원래는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이다. 예이츠의 시를 읽어보자.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 The young (저것은 노인의 나라가 아니다.)
In one another's arms, birds in the trees (팔짱 낀 젊은이들, 나무 위 새들,)
-- Those dying generations -- at their song, (노래하고 있는 저 죽어가는 세대)
The salmon-falls, the mackerel-crowded seas, (연어 폭포, 고등어 우글대는 바다)
Fish, flesh, or fowl, commend all summer long (물고기, 짐승, 새들이 여름 내내)
Whatever is begotten, born, and dies. (잉태되고 태어나 죽는 모든 것을 찬양한다.)
Caught in that sensual music all neglect (모두가 관능의 음악에 사로잡혀)
Monuments of unaging intellect. (늙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엔 관심이 없다.)
An aged man is but a paltry thing, (늙은이란 하찮은 것)
A tattered coat upon a stick, unless (막대기에 걸친 누더기일 뿐이리라)
Soul clap its hands and sing, and louder sing (육신의 옷이 너덜너덜 해지는 것을)
For every tatter in its mortal dress, (영혼이 좋아 손뼉치고 크게 노래하지 않는다면)
Nor is there singing school but studying (영혼의 장엄한 기념비를 배우지 않는다면)
Monuments of its own magnificence; (노래를 배울 곳은 아무 데도 없다.)
And therefore I have sailed the seas and come (그래서 나는 바다를 항해하여 왔다)
To the holy city of Byzantium. (거룩한 도시 비잔티움으로.)
O sages standing in God's holy fire (아 벽의 황금 모자이크 그림 속에 있는 듯)
As in the gold mosaic of a wall, (신의 거룩한 불 속에 서 있는 성현들이시여,)
Come from the holy fire, perne in a gyre, (그 성화에서 원을 그리며 내려오셔서)
And be the singing-masters of my soul. (내 영혼의 노래 스승이 되어 주시라.)
Consume my heart away; sick with desire (내 심장을 다 태워버려 주시라, 욕정에 병들고)
And fastened to a dying animal (죽어갈 동물성에 매어)
It knows not what it is; and gather me (제 자신을 알지 못하는 그 심장을 -그리고 나를 거두어 주시라)
Into the artifice of eternity. (영원히 죽지 않은 예술품 안으로.)
Once out of nature I shall never take (자연을 벗어나기만 하면 나는 다시는)
My bodily form from any natural thing, (어떤 자연물에서도 내 육신을 취하지 않으련다.)
But such a form as Grecian goldsmiths make (대신 그리스의 금 세공인들이 망치질한 금과)
Of hammered gold and gold enamelling (황금 유약을 발라 만든 형체를 취하여)
To keep a drowsy Emperor awake; (졸고 있는 황제를 깨우련다.)
Or set upon a golden bough to sing (아니면 황금 가지 위에 앉아)
To lords and ladies of Byzantium (비잔티움의 귀족과 부인들에게 노래해주련다)
Of what is past, or passing, or to come. (지나간 것과 지나가는 것들, 그리고 다가올 것에 대해.)
따라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아니라,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겠다. 어느쪽이든, 이 영화를 상징하는데 있어 기가 막히게 들어 맞는다.
원작 소설을 쓴 코맥 맥카시는 미국 작가로 하드보일드한 액션 스릴러 소설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 역시 '액션 스릴러'까지는 아닐지 모르지만, 매우 하드보일드한 것만은 틀림없다.
줄거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텍사스의 사막 근처에 살고 있는 주인공 모스는 사냥을 나갔다가 우연히 마약 거래 현장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돈가방을 발견한다. 그리고 냉혹한 살인자 안톤 쉬거에게 쫓긴다.
돈가방을 갖고 도망다니는 주인공, 그를 쫓는 살인마 안톤 쉬거, 두 사람을 추적하는 지역보안관. 여기서 '노인'은 지역 보안관 에드를 말한다. 삼대를 이어 지역 보안관으로 일하고 있는 에드는 노련한 경찰이지만, 무차별, 무자비한 살육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옛날을 그리워한다.
영화 제목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영화 끝부분에 에드와 다른 보안관이 나누는 대화에서 드러난다. 품위와 존경의 시대가 사라진 지금의 사회에서는 노인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이다.
코엔 형제의 작품이 독특하면서도 매력을 끄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개성 있고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보여주는 때로 엉성하면서도 예상하지 못하는 대사는, 웃음과 함께 소름이 끼치게 만든다.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칼슨 웰즈를 보자. 그는 최근에 HBO의 미니시리즈 '참 형사(트루 디텍티브)'에도 주연으로 등장한 배우인 우디 해럴슨인데, 여기에서는 겉멋든 킬러로 등장한다.
살인마 안톤 쉬거를 처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등장해서 뭔가 멋진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그는 짧은 시간에 무수한 대사를 늘어 놓지만 결국 안톤 쉬거에게 맥없이 죽고 만다.
또한 주인공 모스 역시, 거의 살인마를 따돌리고 한숨 놓기 직전에 어처구니 없게도 멕시칸 갱에게 당한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는 바로, 장모 때문이다. 살인마 안톤 쉬거 역시 자신이 목표로 삼은 모스의 아내 칼라를 찾아가 죽이고, 교통사고를 당한다. 죽지는 않았지만 부러진 뼈를 감싸고 사라진다.
결국, 영화 속 주인공들은 모두 죽거나 사라지는데, 보안관 에드 역시 퇴직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님을 깨닫게 되면서, 노인은 입을 닫는다. 즉, 돈과 마약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노인의 지혜는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보안관 에드(토미 리 존스)의 목소리로 나레이션이 나온다. 그는 총이 필요 없던 과거의 보안관 선배들 이름을 나열한다. 그때가 그래도 인간적인 시대였다고 회상한다. 지금은 미치광이의 시대라고 말하며. 그리고 곧바로 안톤 쉬거가 보안관에게 붙잡혀 경찰차에 태워지고, 수갑을 찬 채 보안관 사무실에 앉아 있는 모습이 나온다. 전화로 보고를 끝낸 보안관을 목졸라 죽이는 안톤 쉬거. 그의 두 팔목에 수갑에 긁힌 핏자국이 선명하고, 발버둥친 보안관의 발쪽으로 어지러운 흔적이 가득하다. 보안관 차를 훔쳐타고 나온 안톤 쉬거는 앞서가던 자동차를 세우고, 운전자를 살해한다. 그의 살인에 동기가 있을까.
텍사스주 테럴 카운티의 사막에서 사냥을 하던 모스는 우연히 갱들이 서로 죽고 죽인 현장을 발견한다. 다섯 대의 트럭과 주위에 널브러진 채 죽어 있는 사람들. 그는 한 트럭에서 가득 찬 마약을 발견한다. 아마도 마약 거래를 하던 자들이 서로 총질을 해서 모두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이다. 모스는 분명 근처에 생존자가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주변을 둘러보다 나무 아래 죽은 사람을 발견한다. 그 옆에는 가방이 있고, 그 가방 안에 2백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
모스는 돈가방을 갖고 집으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트럭에서 죽어가던 사람이 물을 달라던 말을 기억하며 내키지 않지만, 물통을 가지고 다시 현장으로 간다. 한밤중, 물을 달라던 멕시코인은 이미 죽었고, 모스는 다시 돌아가려하지만, 갱단의 일행이 도착하고, 모스는 쫓기게 된다.
모스의 운명은 여기서 갈린다. 범죄 현장에서 돈가방을 발견한 것은 행운일지 모르나, 그는 범죄자가 아니었고, 사람이 그냥 죽는 걸 지켜보지 못하는 선량한 사람이었다. 그가 물을 가지고 현장에 가지 않았다면, 그는 그냥 부자로 살았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고.
자기 운명을 결정하는 건 결국 자신의 의지이며, 그 선택에 따라 다시 운명이 갈리는 아이러니는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죽을 고비를 넘긴 모스는 돈가방을 들고 도망하고, 아내는 오데사로 보낸다. 범죄 현장에 차를 두고 도망했기 때문에 이미 그의 정체는 드러났고, 돈을 찾기 위해 범죄조직에서 자기 뒤를 쫓아 올 거라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안톤 쉬거는 사막의 주유소 매점에 들르고, 매점 주인과 신경전을 벌인다. 이 장면에서 매점 주인은 자신도 예측할 수 없는 운명에 맞닥뜨린다. 살인마 안톤 쉬거는 차를 뺐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싸이코패스인데, 매점 주인과의 동전 내기에서 매점 주인의 선택이 맞자 아무렇지 않은 듯 그냥 매점을 나간다. 이건 그 나름의 원칙이 있다는 뜻이다.
안톤 쉬거는 두 남자를 만나 범행 현장에 도착하고, 돈가방 안에 들어 있는 추적기를 찾을 수 있는 송신기를 받는다. 그리고 두 남자를 살해한다. 양복을 입고 추적 송신기를 들고 나타난 두 남자를 미루어 짐작하면, 마약범죄조직을 체포하기 위한 위장 거래를 하던 경찰 수사관 또는 마약단속국(DEA), FBI 요원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돈가방을 지닌 채 죽은 사람은 경찰이거나 FBI 요원 또는 그들과 함께 일하는 비밀요원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안톤 쉬거는 모스의 트레일러 집을 찾아가고 그곳을 샅샅이 살펴본다. 트레일러 관리실에 가서 모스의 행방을 묻지만, 관리실 아주머니는 절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때 안톤 쉬거는 말 없이 사무실을 나간다. 그의 행동은 언듯 이해하기 어렵지만, 기싸움에서 살짝 밀리는 느낌이다.
안톤 쉬거가 트레일러에서 나가고 뒤 이어 보안관들이 트레일러를 찾아온다. 보안관은 아무 단서를 찾지 못하지만, 안톤 쉬거는 집안에 있던 우편물에서 모스의 처가집 전화번호를 찾아내 확인한다.
모스는 텍사스주와 멕시코의 경계인 '델 리오'에 도착해 허름한 모텔인 델 리오 레갈 모텔 138호에 묵는다. 방의 환풍구에 돈가방을 숨기고,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다른 모텔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돌아와 138호 맞은편 37호실을 하나 더 빌린다.
안톤 쉬거는 멕시코로 가는 길에 '델 리오 레갈 모텔'을 지나다 수신기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모텔에 모스가 있다는 걸 확신한다. 모스는 37호에서 환풍기에 올려 놓은 돈가방을 끌어당기고, 안톤 쉬거는 총과 산소탱크를 들고 맨발로 138호를 찾아간다. 두 사람의 대결은 조용하면서도 긴장감 높은 장면으로 이어진다.
138호를 급습한 안톤 쉬거는 그 방에서 세 명의 멕시코인을 발견하고 살해한다. 멕시코인들은 마약 범죄조직원들이고, 이들이 쉽게 모스의 행방을 알 수 있었던 건 돈가방에 든 송신기를 찾을 수 있는 수신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칼슨 웰스의 등장은 하드보일드한 영화에 약간의 유머를 넣으려는 코엔 형제의 의도로 보인다. 멕시코 마약조직은 안톤 쉬거를 제거하려고 살인청부업자 칼슨 웰스를 고용한다.
레갈 모텔에서 도망한 모스는 이글 패스 호텔 213호에 묵는데, 이때 카운터를 보는 사람에게, 자기를 찾는 사람이 있으면 미리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잠을 자려고 누운 모스는 돈가방을 살펴보다 송신기를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을 쫓는 살인자가 매우 가까이 있다는 걸 직감한다.
모스와 안톤 쉬거는 여기서 처음 만나 서로에게 총을 쏜다. 둘 다 만만찮은 상대였고, 둘 다 총상을 입는다. 총상을 입은 안톤 쉬거는 사라지고, 모스는 피를 흘리며 멕시코 국경을 걸어서 넘는다. 다리 중간에서 돈가방을 다리 아래로 떨어뜨리고, 무사히 국경을 지나 멕시코로 들어가는 모스. 이제 악몽은 끝난 걸까.
다리에 총을 맞은 안톤 쉬거는 약국 앞에 주차한 차에 불을 지르고, 약국에서 필요한 약을 훔쳐 나온다. 그는 총상이 심했지만,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스스로 상처를 치료하고 꿰맨다. 그는 확실히 보통사람과는 다른 인간이다.
그 사이, 병원에 입원한 모스를 찾아온 사람은 칼슨 웰스. 겨우 3시간만에 모스를 찾았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시간, 보안관 에드는 모스의 아내 칼라 진을 오데사에서 만난다. 칼슨 웰스는 국경 다리에서 모스가 던진 돈가방을 발견하지만, 호텔로 쫓아온 안톤 쉬거에게 당한다. 안톤 쉬거가 칼슨 웰스를 죽인 직후, 모스와 전화 통화를 하고, 서로 두고 보자고 벼른다.
안톤 쉬거는 모스가 병원에 있다는 것도 알지만 찾아가지 않고, 그의 아내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모스는 병원에서 나와 다시 미국 쪽으로 국경을 넘은 다음, 돈가방을 찾아 아내에게 전화한다. 엘 파소의 데저트 샌즈 모텔로 오라고. 엘 파소 역시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도시다.
멕시코 마약조직은 모스의 장모에게서 정보를 얻고, 모스의 아내 칼라 진은 보안관에게 남편 모스의 행방을 알려주고, 안톤 쉬거는 모스를 쫓는다. 이들은 모두 엘 파소에서 맞닥뜨린다. 보안관이 엘 파소의 데저트 샌즈 모텔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총격전이 벌어진 뒤였고, 모스는 죽어 있었다.
모스의 장례를 치르고 곧 이어 칼라 진의 어머니도 암으로 사망한다.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집에 돌아온 칼라 진은 집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안톤 쉬거를 만난다. 안톤 쉬거는 이번에도 동전을 던져 정하라고 칼라 진에게 말한다. 칼라 진의 집에서 나온 안톤 쉬거는 무심한 상태로 운전하다 다른 차와 부닥치고, 부상을 입고 사라진다.
보안관 에드는 퇴직하고, 아내와 차를 마시며 아내에게 꿈 이야기를 한다. 꿈에서 아버지를 봤고, 아버지는 춥고 어두운 오솔길을 앞질러 가시면서, 횃불을 들고 있었노라고 한다. 자신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안톤 쉬거가 살해한 사람은 모두 열두 명이다. 이 가운데 두 명은 살해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도로에서 만난 닭장차 운전수와 마지막 장면의 칼라 진이 그렇다. 하지만 이들 역시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멕시코 국경과 맞닿아 있는 테럴 카운티에서 시작해 델 리오, 오데사, 엘 파소로 삼각형으로 이어지는 도시와 연결된다.
보안관 에드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 지역은 과거와는 너무 달라졌고, 사람들이 돈과 마약으로 타락했으며, 도덕과 상식이 사라진 현실이 개탄스럽다. 늙어가는 에드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느끼고 은퇴한다. 삶은 사막처럼 건조하고 메마르며, 불투명해서 행복한 삶이란 마치 파랑새를 찾는 것처럼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
- 영화라는 매게체가 주는 시각적 청각적 황홀경의 최대치
*해당 영상은 씨네 랩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10월 27일 개봉하는 작품 ‘아네트’의 돌비시네마 시사회를 다녀온 뒤 제작한 영상입니다. 예술가들의 도시 LA,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꼬띠아르)`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는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린다. 함께 인생을 노래하는 두 사람에게 무대는 계속되지만, 그곳엔 빛과 어둠이 함께한다.
-
- [단편영화] 무인독서실 - 만약 수능날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
*해당영상은 독립영화제작팀 [프로젝트99]팀의 작품 "무인독서실"에 대한 저작권 협의를 통해 제작된 영상입니다.
매년 수능날이면 우리는 12년의 시간을 단 하루 만에 평가받는다. 누군가는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고 누군가는 1년의 시간을 연장하지만
또 누군가는 그대로 마침표를 찍는다.
-
-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티저 예고편
마블의 새로운 강력한 히어로 ‘샹치’의 탄생과 베일에 싸여 있던 전설의 미스터리 거대 조직 ‘텐 링즈’의 실체를 다룬 첫 번째 이야기
-
- 영화 <드림> 공식 1차 예고편
박서준X이지은 = 환상의 드림팀? 환장의 팀워크!? [드림] 공식 1차 예고편 공개⚽
-
- 새로운 디스토피아 스릴러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 의 현실 이야기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는 일찌감치 유수의 영화제에서 초청을 받고 다수의 수상을 한 작품이다. 대표적으로는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 초청과 제4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스 부문에 초청되어 많은 영화관계자들에게 주목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2022 캐나다 스크린 어워즈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다시 한번 그 위엄을 달성했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미국 할리우드, 아카데미 수상 출신 감독인 <조조 래빗>, <토르: 라그나로크> 등을 연출하고 최근에는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의 연출을 맡게 된 '타이타 와이티티' 가 총괄 프로듀서로 작품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또한 작품을 연출한 감독은 '켈리 라이카트', '제인 캠피온' 등에 이어 차세대 여성 감독으로 촉망받는 '다니스 고렛'이다. 이미 이 작품으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7회 수상을 했다고 하니,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한 것이 아닐까! 작품의 흥행요소에서 프로덕션의 힘과 제작진의 라인업 또한 영향을 미치는만큼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로 작용할 듯 하다.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는 서기 2043년 독재국가 '에머슨'의 인간병기로 길러지는 딸 '와시즈'를 되찾기위한 엄마 '니스카'의 사투를 그린 디스토피아 스릴러이다. 영화 초반 황량하고 외딴 숲에서 존재를 숨기며 살아가는 '니스카'(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와 '와시즈'(브룩클린 르텍시에 하트)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숲을 나섰다가 사고로 인해서 와시즈는 발을 다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떼로 지어다니는 마치 벌과 같은 모양새의 드론(독재국가의 CCTV, 감시자 역할을 한다)들의 습격을 받으면서 숲 속을 벗어나 도심부의 마을로 향하게 된다. 니스카의 오랜 친구 '로베트라'의 도움을 받아 친구의 집에 머무르게 되지만, 와시즈의 상처는 점차 깊어만가고 치료제를 구할 수 없는 니스카의 절망은 깊어만간다.
결국 딸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니스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고 딸은 독재국가 '에머슨'에 끌려가게 된다. 독재국가 '에머슨'은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미성년자들을 강제소집하는 무자비한 국가이다. 그리고 미성년자들은 '아카데미'에 들어가 군사교육을 받게되고 인간병기로 세뇌당하고 길러지게 된다.
딸을 잃었다는 죄책감에 절망감에 빠져 삶을 살아가는 니스카는 우연히 숲의 소유지를 지키며 독재국가에 대항하던 한 무리의 캐나다 북부의 토착민 '크리족'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니스카가 예언 속의 구원자라 믿는 부족이다. 그리고 니스카는 그들의 도움을 받아 아카데미에 있는 딸을 구하기 위한 계획을 결심하게 된다.
영화는 서기 2043년, 전쟁으로 황폐화된 세상을 배경으로한 디스토피아를 내세우고 있다. 먼 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시대속에는 여전히 자신들의 거주지,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토착민(원주민) 크리족들이 있다. 실제로 영화를 연출한 감독 '다니스 고렛'은 캐나다 토착민 크리족의 혼혈이며 제작에 참여한 '타이타 와이티티' 또한 뉴질랜드 원주민인 아버지를 둔 혼혈인이다. 여기서 느낀점은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는 배경은 수십년이 지난 미래이지만 감독은 원주민, 토착민들이 자신들의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현실의 이야기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싶은 점이다.
독재국가 '에머슨'은 원주민을 내쫓고 몰아세운 역사 속의 제국주의 국가들에 비유할 수 있고, 그들의 감시자가 되는 수많은 드론들은 결국은 원주민을 감시하는 수많은 제국주의 사람들로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한 시대의 미래가 되는 미성년자(아이들)를 착취하고 그들에게 획일화된 군사교육과 정신교육을 주입한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하나의 국가, 하나의 언어, 하나의 국기'라는 일종의 애국강령을 날마다 반복하게 하여 외우게 하는 등의 모습은 물론 영화 속에서는 독재국가의 인간병기로 길러내기 위한 군사교육의 일환이지만 일찌감치 토착민 아이들의 역사를 배제하고 새로운 제국주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우리 역사 속의 식민지 침략자, 제국주의 모습들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영화 속의 크리족과 그들이 구원자라고 믿는 니스카와 힘을 합쳐 독재국가 '에머슨'에 대항하고 아카데미의 딸과 입소된 모든 아이들을 구출해낸다. 이는 한 어머니의 딸을 구해내는 동시에 미래시대 주역인 아이들을 구출하는 것이고 또한 토착민들의 삶은 지켜내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봐왔던 디스토피아 배경 속에 일어나는 화려한 액션과 CG가 있는 류의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캐릭터의 드라마와 세심한 감정선들이 주는 영화적 희열과 긴장, 스릴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SF 디스토피아 영화로 추천드리고 싶다.
씨네랩 에디터 ria
-
- 사랑이라는 구원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x 티모시 샬라메의 재결합“보통의 삶, 보통의 가족, 보통의 존재. 보통의 것이 불가능한 누군가에게. 당신과 비슷한 타인이 존재한다고, 그래서 서로가 이어져있을거라고. 그렇게 상처를 보듬고 사랑할 수 있을거라고, 영화는 말한다.
‘카니발리즘(식인)’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결코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을 보여주기 위한 호러영화가 아니다. 사회 밖으로 내몰려 그 주변을 맴돌아야만 하는 사람들에 대한 메타포일 뿐.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인물들이 가진 아픔의 한 구석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애썼다. 어디에 상처가 났는지, 그 상처는 얼마나 깊은지. 어떻게 해야 아물 수 있는지.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하나가 되어 서로를 구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좌)테일러 러셀_매런과 (우)티모시 샬라메_리
삶의 경계선에 서있는 이들, 사회 속에서 이방인의 위치에 서있는 이들의 삶이란. 그것은 때로는 고독하며, 때로는 온전하지 못하다. 소중한 감정들을 짓눌러야 하고, 아픈 마음을 타인에게 쉬이 내비칠 수 없다.
영화는 식인을 하는 18세 소녀 매런(테일러 러셀)의 성장을 그린다. 엄마는 매런을 떠난 지 오래고, 언제나 그녀 곁을 지켜줄 것이라 생각했던 아버지마저 그녀를 떠나 결국 매런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렇게 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 매런은 자신과 같은 식인 성향을 가진 리(티모시 샬라메)를 만난다. 왜 나랑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냐는 매런의 말에, 네가 착한 사람 같아서,라며 화답한 리. 그렇게 리는 매런의 인생길에 동승하게 된다.
힘든 삶을 살아온 매런과 리가 마침내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이마를 마주댄 채 주고받던 말들이 참 애틋했다.
"You don't think I'm a bad person?" - 리
넌 내가 나쁘다고 생각 안 해?
"All I think is that I love you." - 매런
널 사랑한다는 생각뿐이야.나의 결핍이 타인의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매런이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고 난 뒤에 리를 떠나려 했던 것처럼, 리가 사랑하는 동생 케일라 옆에 언제나 함께 있어줄 수 없었던 것처럼. 결국엔 각기 다른 모양의 결핍들이 연결되어 의도치 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신 역시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여동생 케일라를 끔찍이도 아꼈던 리. 너무나도 소중한 그녀에게, 리는 보통의 사랑을 내어줄 수 없다. 자신의 아픔이, 자신의 이야기가, 케일라에게 큰 상처가 될까봐 두려워서. 짓궂은 말들만 내뱉고, 전부를 터놓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음을 삼킬 수밖에 없다. 공중전화부스에서 케일라의 목소리를 들으며 울먹이던 리의 마음이 너무나 연약해보였다.
저기 저 멀리, 언덕 위에 앉아있는 매런과 리를 보며 둘의 행복을 빌었다. 오직 둘만이 존재하는 그곳이 참 평화로워보였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는 곳. 나와 닮은 상처와 결핍을 가진 너를 껴안은 채 위로받을 수 있는 곳. 아픔을 묻어두며 살아온 리는 매런에게 자신의 삶을 고백한다. ‘나’라는 존재가 거부당하는 가혹한 세상 속에서, 그렇게 각자가 가지고 있던 빈자리는 서로의 존재 덕에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다.
강렬하고 아름다웠던 마지막 장면이 아직까지도 오랜 여운으로 남아있다.
Eat me please, bones and all. -리
영화의 제목은, 종반부에서 리의 말로 귀결된다. 뼈까지 전부 먹어달라는 리.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너 안에 영원히 존재하고 싶다고.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사랑하자고. 너에게 내 전부를 주고 싶다고. 그의 애원은 이렇게나 사랑으로 가득하다. 매런을 향한 리의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났다. 갖고 있는 마음의 크기만큼 줄 수 없는 사랑은 서럽고 또 서럽다.
2022 부산국제영화제_ 본즈 앤 올
정식 개봉 전, 2022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만난 영화. 상영관을 나오면서부터 개봉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것 같다. 영화라는 예술의 힘을 빌려, 사회 속 한 개인의 삶과 아픔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들의, 그 둘의 사랑이 더 이상은 아프지 않길.
이 영화 역시 오랫동안 보내주지 못할 것 같다.
-
- 캐롤 (2016)
-줄거리를 포함한 글입니다.-
영화 <캐롤>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우아한 시선으로 가득 채워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시선으로, 섬세한 손짓으로, 작은 표정의 변화로 뜨거운 열애의 감정과 열애가 동반하는 열병을 묘사한다. 잘 만든 영화들은 이렇듯 말하지 않는 것으로 작품을 이야기한다. 이야기꾼의 구구절절한 이야기 대신, 영상에서 보여지는 수많은 미쟝센들로 관객 각자의 감상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영상의 힘이 느껴진다. 시각적인 요소들로 이야기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이 영화 특유의 방식뿐만 아니라, 만듦새 또한 훌륭하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붙이고,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의 여운과 깊이를 더하는 사운드, 그리고 촘촘하게 꿰어 흠잡을 데 없는 서사까지. <캐롤>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멜로 영화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섬세한 시선과 작은 손짓까지 집중하여 영화가 다루는 사랑의 깊이와 여운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이야기의 매력 또한 깊고 진하다.
섬세한 시선과 작은 손짓까지 집중하여 영화가 다루는 사랑의 깊이와 여운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이야기의 매력 또한 깊고 진하다. 어린 여성 테레즈를 사랑하는 캐롤과 우아하지만 자신보다 연상의 여성 캐롤에게 빠져버린 테레즈. 언뜻 고등학생 소녀들의 철없는 이야기처럼 들리는 사랑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는 결말을 도출해낼 수 있고, 이렇듯 촘촘하게 꿰어낸 영화의 서사 속에서 건져 올린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영화의 가정(假定)을 통해 우리가 이를 수 있는 기품있는 삶의 모습을 ‘캐롤’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테레즈의 시선은 온전히 테레즈의 것이 분명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 역시 테레즈의 시선에서 캐롤을 홀린듯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또 다른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영화 <캐롤>이다.
1. 시선과 손짓, 목소리, 그 작은 뉘앙스들까지 집중하다.
영화 <캐롤>은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캐릭터들의 말보다 시선이나 손짓과 같은 비언어적 수단들을 통해 사랑의 감각, 특히 오랜 첫사랑과 옛사랑의 감각을 자극한다. 테레즈와 캐롤의 첫만남에서 테레즈가 보여준 시선,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오로지 한명을 향한 그 묵묵한 시선과 사라진 그녀를 찾는 시선과 그녀를 찾은 후에 테레즈의 얼굴레 떠오르는 미소와 애정어린 시선은 마치 오래전 첫 사랑에게 시선을 빼았겼던 우리의 한 때를 떠올리게 만든다.
시선이나 손짓과 같은 비언어적 수단들을 통해 사랑의 감각, 특히 오랜 첫사랑과 옛사랑의 감각을 자극한다.
캐롤을 위한 선물세트를 세심하게 추천해주는 테레즈의 모습, 자신이 빠져버린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재차 상관에게 선물세트의 배송여부를 묻는 모습, 캐롤과의 약속자리에서 그녀를 계속해서 힐끗힐끗 바라보는 테레즈의 모습 등, 영화의 초반에 보여지는 테레즈의 모습에선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젊은 이의 열렬한 시선을 느낄수 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언젠가 우리들이 가졌을 시선이기도 하다. 이렇듯, 캐롤을 쫓는 테레즈의 시선으로 쓰여진 영화 <캐롤>은 그 시선을 따라가는 것으로 관객들이 갖고 있는 오래된 첫사랑의 기억과 감각들을 자극하는 한편으로, 영화속 테레즈의 시선을 같이 하다보면 캐롤에게 반할 수밖에 없다.
2. 열정은 열병을 동반하고
2-1. 망설이는 테레즈
이렇듯 테레즈의 시선을 따라가며 캐롤과 테레즈의 사랑을 다루는 영화 <캐롤>속 캐롤을 향한 테레즈의 열렬한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열기를 더해간다. 첫만남에서 캐롤에게 분명한 호감을 느낀 테레즈이지만, 테레즈는 다소 망설인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캐럴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캐럴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조금만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존재하는 리처드와, 리처드와 함께 하는 일반적인 삶을 두고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캐롤의 점심식사 제안을 망설이며 수락하는 모습이나, “여자를 사랑하기라도 하는”지 묻는 리처드의 대답에 아니라고 분명히 대답하는 모습을 통해서 테레즈가 주저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테레즈가 리처드와 캐럴에게 한 “결정하지 못했다”는 그 말은 리처드와의 결혼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의미인 동시에 캐롤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 역시 아직 확신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2-2. 망설이는 테레즈를 이끄는 캐롤
반면, 캐롤은 테레즈를 거침없이 이끈다. 점심 약속을 사양하려는 테레즈의 말을 자르고 약속을 잡는 캐롤, 자신의 집으로 테레즈를 초대하고, 테레즈가 촬영한 사진들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고, 혼자 떠나는 여행에 테레즈를 데려가는 캐롤. 테레즈가 망설일 때마다 캐롤은 테레즈를 자신에게로 이끈다.
테레즈가 망설일 때마다 캐롤은 테레즈를 자신에게로 이끈다.
자신을 끊임없이 이끌어가는 캐롤을 따라가는 테레즈는 어느덧 긴장한 표정과 머뭇거리는 태도를 버리고 편안한 표정과 그윽한 시선으로 캐롤을 바라본다. 캐롤이 내민 손을 잡고, 이젠 캐롤의 세계에 흠뻑 빠진 테레즈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2-3. 열정은 열병을 동반한채로
문제는 언제나 예기치 못한 곳에서 터진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루어질수록 위험해지는 기이한 관계다. 이 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캐롤이 테레즈를 사랑하는 것으로 자신의 딸 린디의 양육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남편과의 이별은 캐롤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딸과의 이별은 캐롤에게 너무 큰 문제다. 이혼 소송중인 캐롤은 소송중에 테레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이를 알아챈 캐롤의 남편인 하지의 변호인들은 캐롤의 동성애적 성향과 외도를 지적하며 캐롤에게서 양육권을 박탈하고, 접근 금지 명령을 요구한다. 캐롤은 딸의 양육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한 통의 편지를 남겨 놓고 테레즈를 떠난다.
캐롤은 딸의 양육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한 통의 편지를 남겨 놓고 테레즈를 떠난다.
-내 사랑에게.
세상에 우연은 없어요. 그리고 언젠가 하지도 알게 될 일이었어요.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에요. 차라리 일찍 이렇게 된 걸 감사히 생각해요. 이렇게 말하는 날 모질다 하겠지만, 당신을 납득시킬 말이 없어요. 내가 당신에게 당신은 젊기 때문에 해결책과 해명에 매달리는 거라 말하더라도 화내지 말아요. 언젠가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에요. 그날이 오면, 그곳에서 당신을 반겨줄게요. 영원한 일출처럼 우리 앞에 펼쳐진 삶을. 하지만, 그때까진 만나지 않기로 해요. 나는 해야 할 일들이 많아요. 당신은 나보다 더 많겠죠. 당신의 행복을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어요. 해줄수 있는 게 이것 뿐이에요. 당신을 ‘놓아’줄게요.
3. 품위있는 삶을 위하여.
캐롤은 테레즈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홀로 시간을 보내고 양육권 분쟁의 자리에 선다. 법정싸움은 진흙탕 싸움이다. 상대방의 변호인은 캐롤의 외도와 동성애적 기질을 문제삼아 양육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캐롤의 변호인은 외도의 증거가 불법촬영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그간의 결혼 생활에서 남편 하지의 행실이 이혼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적정선을 모르고 서로를 끌어내리는 말들 속에서 캐롤은 모든 말들을 멈추고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C : “우린 서로에게 린디를 줬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왜 서로에게 못 뺏어 안달을 해야 돼? 테레즈와의 일은...내가 원했던 거야.”
C : “난 순교자도 아니고, 날 위한 최선이 뭔지도 모르지만... 내 딸을 위한 최선이 뭔지는 본능적으로 알아. 하지만, 방문권은 얻어야겠어.”
C : “날 부정하면서 살아간다면... 린디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캐롤은 양육권 분쟁에서 한 발 물러선다. 그것은 단순히 린디보다 테레즈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니라, 테레즈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떤 이유에서든 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캐롤은 테레즈와의 만남이 신경쇠약으로 인한 외도가 아닌, 진실한 사랑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증명하고 싶은 것이며, 그 증명을 통하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캐롤이 얻는 것은 ‘자존’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 세상이 신경쇠약이라고 함부로 단정짓지 않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하는 것. 그리고, 이 자존을 지켜내는 과정,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또 다른 존엄한 사랑의 방식임을 깨닫는다.
한편, 캐롤이 떠나고 백화점 종업원이었던 테레즈는 뉴욕타임즈에 취직했다. 캐롤의 말처럼, 테레즈는 안정적인 자리를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지금 테레즈의 이 자리가 바로 캐롤이 말한 ‘제 자리’일지도 모른다. 캐롤은 테레즈의 소식을 듣고 그녀에게 저녁 약속을 제안한다. 저녁 약속자리에서 만난 캐롤과 테레즈. 캐롤은 테레즈에게 잠시후에 있을 저녁 식사에 와줄 수 있겠냐고 묻는데, 테레즈의 동료 잭이 나타나서 테레즈에게 또 다른 저녁 약속을 제안한다. 캐롤은 이전과는 다르게 테레즈의 마음을 존중하며, 테레즈와의 관계에서도 한 발 물러선다. 캐롤은 이제 사랑하는 이들을 소유하는 것, 린디의 양육권을 얻는 일이나 테레즈를 자신의 곁에 두고자 하는 마음을 접어놓는다. 캐롤은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사랑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가능함을 알게 된다. 캐롤은 여지껏 이 영화에서 보여진 남성들의 ‘갖는 것’으로 얻게 되는 사랑의 방식에서 벗어나 그저 주는 것으로 테레즈와 린디를 사랑하고자 한다.
캐롤은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사랑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가능함을 알게 된다.
4. 먼 길을 돌고 돌아, 나의 자리는 당신의 곁임을.
캐롤이 자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그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테레즈는 잭의 제안을 수락하고 필의 파티에 참석한다. 그곳에는 테레즈와 같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술과 음악, 춤을 추며 젊음을 누리고 있다. 캐롤의 말처럼 그곳은 이제야 활짝 핀 꽃과 같은 젊음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테레즈에게 ‘제 자리’란 바로 그 곳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테레즈의 귀에 이들의 목소리는 소음처럼 들리며 스쳐지나갈 뿐이다. 파티에서 테레즈가 목격한 것은 그곳이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뿐이다. 한때 자신이 전부라고 말했던 리처드는 이제 다른 여자와 춤을 추고 있고, 테레즈에게 키스를 하려고 했던 대니는 다른 여자를 품에 둔 채 여전히 영화를 보며, 대사들을 필사하고 있다. 테레즈는 이 파티에서 자신의 '자리'가 그곳에는 없음을 확인하고, 캐롤에게 돌아간다.
5. 뜨겁던 열기는 다소간 식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잔열(殘熱).
두 사람은 첫 만남 때처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거리를 둔 채로 재회한다. 다만, 첫 만남과는 달리 먼 곳에 있는 캐롤을 응시하는 테레즈의 표정은 좀처럼 읽을 수 없다. 표정의 미세한 변화가 있 는듯 하지만, 너무도 미세해서 그것이 어떤 감정을 담은 미세한 떨림인지 추측하기 어렵다. 반면, 테레즈의 시선이 닿는 곳에 있는 캐롤은 테레즈를 발견하고는 천천히 여유롭고 분명한 미소를 짓는다. 첫만남에서 테레즈가 캐롤에게 미소로 응대한 것과 반대로, 마지막 만남에선 캐롤이 테레즈를 미소로 맞이한다. 그리고 테레즈의 미소가 열정이 녹아있는 열띤 미소였던 것과 달리, 캐롤의 미소는 열병을 다 앓고 난 후 지을법한 여유로운 미소로 읽힌다.
자신을 찾아온 테레즈를 보고 짓는 캐롤의 따뜻한 미소를 통해 사랑의 잔열(殘熱)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여전히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테레즈의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이유로 그 후의 이야기를 추측하기 어렵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두 사람의 뜨겁던 열정도 지나갔고, 그 열정이 가져온 열병도 지나갔다는 점이다. 즉 이제는 뜨거웠던 처음의 열기는 찾을 수 없을테지만, 엔딩씬에서 캐롤을 끈덕지게 좇는 테레즈의 시선과 그녀를 찾아 황급히 가는 그 발걸음, 자신을 찾아온 테레즈를 보고 짓는 캐롤의 따뜻한 미소를 통해 사랑의 잔열(殘熱)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여전히, 그리고 충분히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삶과 사랑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도 이런 따뜻한 잔열들이 이어지면서 계속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두 사람의 미래가 다시 이전처럼 뜨거운 온기를 되찾지는 못하더라도, 따뜻한 잔열들로 그 관계가 계속되리라는 기대감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멜로 영화 <캐롤>이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데미안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1편 - 아시아
안녕하세요. 할리우드 영화의 숲, 할리포레스트입니다. 여러분, 잠시 눈을 감고 세계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꼭 한번 가고 싶은 곳을 상상해볼까요?
다들 어디를 떠올리셨나요? 사실 저는 이 지구상에 가고 싶은 곳이 정말 너무너무 많답니다. 영화는 물론이고 아니라 여행도 굉장히 좋아하는 몸이니까요. 히히
따라서 오늘부터 약 3주 동안은 세계여행을 할 때 제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 중 인상 깊은 영화 속 배경이 된 지역들을 대륙별로 묶어서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그럼 제일 먼저 아시아로 출발~
*포스팅 순서는 개봉순입니다.
*이미지의 출처는 NAVER, GOOGLE입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지극히 제 주관으로 선정한 지역들입니다.
■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1편-아시아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
① 요르단 페트라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시리즈 중 하나로 불리는 '인디아나 존스'시리즈. 이 시리즈의 3편인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1989) 속 마지막 장면은 보물이 숨겨져 있던 고대 도시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곳의 배경이 된 고대 도시는 '신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요르단의 '페트라'죠.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한 이 고대도시는 요르단을 여행할 때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페트라처럼 시간이 멈춘 고대 도시를 보고 있노라면, 그 누구라도 고고학자 인디아나와 모험을 떠나고 싶어질걸요?
요르단 페트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② 중국 리장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중국 내 소수민족이 무려 25개나 모여있을 만큼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어 동서남북 어느 곳으로 가든 볼거리가 널린 중국 최고의 관광지 '운남성'. 특히 이 운남성 북동쪽에 위치한 '리장'시는 과거의 고풍스러움과 현대적인 세련됨이 공존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명소입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은 리장 특유의 골목길, 시가지와 고성의 예스러운 모습을 배경으로 삼았으며, 특히 영화 속 밤풍경은 화려한 리장의 야경과 놀랍도록 너무나 닮았죠. 어린 시절 처음 볼 때는 무서워서 울었다가, 다 커서 다시 보니 감동해서 울었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 몽환적인 리장에 있으면 영화 속 순수한 '치히로'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국 리장
<툼 레이더>(2001)
③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툼 레이더>(2001)
'역대 게임 원작 영화 중 북미 흥행 1위'라는 영예를 가지고 있는 <툼 레이더>(2001).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배경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입니다. 이곳은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큰 불교사원이지만 400년 동안 정글 속에 방치될 정도로 세상에서 잊힌 존재이기도 했는데요.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자 캄보디아에서는 국기와 지폐에 사용될 정도로 캄보디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본 영화 중 정말 이 <툼 레이더>보다 더 신비하게 느껴지는 영화는 없었는데, 아마 그건 안젤리나 졸리 언니의 매력은 물론 앙코르와트의 불가사의함이 한몫하지 않았을까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모노노케 히메>(2003)
④ 일본 야쿠시마
<모노노케 히메>(2003)
대한민국에선 <원령공주>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작 <모노노케 히메>(2003). 일본 최고의 극장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영화는 일본의 4대 섬 중 하나인 '큐슈'의 '야쿠시마'섬 속 울창한 원시림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연평균 강수량이 10,000mm에 육박할 정도로 비가 자주 내려, 섬의 숲 전체가 이끼로 덮여 있는 자연적인 아름다움으로 정말 유명하죠. 참고로 섬의 넓이는 제주도의 ¼수준인 500km² 정도밖에 되지 않으나, 섬의 최고 고도는 무려 1935m로 한라산(1950m) 급이라 전체적인 지형은 매우 험난합니다. 이렇게 험준한 원시림에 서있으면 정말 어디선가 원령공주가 튀어나올 것만 같네요.
일본 야쿠시마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
⑤ 일본 도쿄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
40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광역권을 보유한 일본의 수도 '도쿄'. 당연히 소설-만화-영화 등 대중매체에서는 일본 최고 도시권답게 장르를 불문하고 굉장히 자주 배경으로 사용되고 있죠. 판타지-로맨스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7)에서도 '나가이 역', '나카노구 철학당', '도쿄 국립 박물관'등 도쿄에 실제로 있는 여러 지역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재로 삼았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속 학창시절 분위기, 풋풋한 사랑, 그리고 아름다운 여름... 이 모든 것을 여름철에 도쿄에 간다면 다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물론 요즘처럼 쪄죽는 날은 제외하고요.)
일본 도쿄
<아바타>(2009)
⑥ 중국 장가계
<아바타>(2009)
전 세계 영화 수익 역대 1위(27억 $)와 최초의 3D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으로 역대 영화사에 길이 남을 한 획을 그은 <아바타>(2009). 이 영화에 나오는 외계행성 '판도라'는 중국 '후난성' 북서부의 '장가계'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선 '나비족'들의 보금자리로 나오며, 실제로 수만 개의 기암괴석 지형은 모든 곳을 다 둘러보는 데만 3-4일이 걸릴 정도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죠. 또 연중 200일 이상이 구름에 둘러싸여 있을 만큼 영화 못지않게 신비로운 곳이기도 합니다. 정말 한 번만 가도 중국 내에서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를 가보지 않았다면 백 세가 되어도 늙었다고 할 수 없다"라는 말이 허풍으로 나온 게 아님을 잘 알 수 있을 거 같네요.
중국 장가계
<닥터 스트레인지>(2016)
⑦ 네팔 카트만두
<닥터 스트레인지>(2016)
마블 히어로 중 우주 최강의 마법사인 '닥터 스트레인지'. 그가 마법을 수련한 '카마르 타지'는 비록 만화 원작에선 히말라야 고산 속에 있는 곳이지만 영화에서는 바로 네팔의 '카트만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약 1000년 전부터 카트만두 전체는 수많은 불교-힌두교 사원이 아름답게 들어섰고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죠. 게다가 이러한 사원들은 현지 시장과 어우러져 보는 눈이 매우 즐거운 곳입니다. 또, 요즘은 히말라야를 오르려는 등산객들로 사시사철 북적이고 있는 곳이랍니다. 네팔에 여행을 간다면 히말라야만 등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마법을 한번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
네팔 카트만두
<12 솔져스>(2018)
⑧ 아프가니스탄 힌두쿠시
<12 솔져스>(2018)
네팔의 히말라야에서 시작된 고산지대는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면서 중국의 티베트 고원,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고원을 지나 아프가니스탄의 '힌두쿠시 산맥'까지 이어집니다. 힌두쿠시는 해발고도가 평균 3km에 달하는 이 광활한 황무지산맥으로 911테러 이후 <아이언맨>(2008), <스페셜 포스>(2012) 등 수많은 할리우드 전쟁영화의 배경이 되었죠. 올해 개봉한 <12 솔져스> 또한 이에 속하는 화려한 전쟁영화입니다. 이 땅을 밟고 있는 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영화 속 긴장감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거 같네요. 아 물론 이곳 여행은 나중에 좀 안전해지면 가고 싶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힌두쿠시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은 2편 '유럽'으로 이어집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숲, 할리포레스트-
▼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2편 유럽
https://blog.naver.com/hollyforest/221330517044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할리 포레스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