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6-09 01:03:25
흩어진 마음에 더 이상 차가운 비가 내리지 않도록 펼치는 우산
영화 <브로커> 리뷰
어두운 밤, 비가 내리고 어떤 여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는 베이비 박스가 아닌 그 앞에 아기를 놓고 사라지고 이를 지켜봤던 수진이 아이를 베이비 박스 안에 넣어둔다. 베이비 박스 안에 들어온 아기를 확인하던 상현과 동수가 아기를 몰래 데려가고, 다음 날에 엄마인 소영이 아기를 찾으러 돌아온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지만 그들의 내막을 알게 된 소영이 그들을 따라나선다. 계속 열리는 트렁크, 세차하면서 열리는 문으로 인해 축축하지만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 덕에 금방 마르는 옷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끼얹는다. 하지만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아준다는 명목하에 이루어진 상습적 영아 납치와 인신매매는 어두운 만큼 긍정적이지는 않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은 떳떳하지 않은 이들에게 적중한다.
아이를 낳자마자 모성애가 생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아이를 키우는 일을 혼자서는 쉽게 할 수 없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아이를 키우는 일이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노력과 책임을 통해 이루어진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가족이 건네는 것처럼 건넨다. 작위적인 대사들과 직접 개입함에도 명확하지 않은 의미들이 극명한 불호를 만들어 내지만 아이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되는 ‘박스’의 활용이 영화의 의미를 조심스레 매듭짓는 듯하다.
미화시키지 않기 위해서 누군가의 사정을 드러내지 않은 걸까? 베이비 박스에 대한 여러 시선이 충돌하지만 그를 바로 잡는 정답은 나오지 않는다. 베이비 박스에 대한 존치 여부에 대해서도 정확히 다루는 것 같지도 않다. 의문을 품은 채, 이 복잡한 여정 속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은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한 가족이 되어간다. 책임감 있으면서도 무책임한 모순을 펼치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이들에게서 왠지 <어느 가족>이 겹쳐 보인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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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린 시아마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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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시아마 감독이 〈쁘띠 마망〉으로 또 한 번 해 냈다. 여성들의 내밀한 감정‧관계를 섬세한 시선으로 탁월하게 연출해 왔던 셀린 시아마가 이번에 주목한 건 모녀 관계다. 넬리가 자신과 같은 나이의 엄마 마리옹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이 판타지 영화는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여성 경험‧관계에 주목한다. 〈쁘띠 마망〉에서 시작해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를 거슬러 읽음으로써 그녀가 구축한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가 어린 시절 살던 집에 온 넬리는 숲에서 놀다가 자신과 닮은 또래 친구를 만난다. 그녀는 넬리의 엄마 마리옹이다. 마리옹과 친구가 되고 이야기를 나누던 넬리는 그녀가 자신의 엄마임을 알아차린다. 우연히 만난 어린 시절의 엄마는 유전병을 예방하기 위한 수술을 앞두고 있다. 넬리는 그녀의 수술이 잘 될 것임을, 건강이 좋지 않은 넬리의 외할머니(마리옹의 엄마)가 앞으로 오랫동안 살아 낼 것임을 마리옹에게 알려 주고 싶다.
여기서부터 셀린 시아마의 강점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엄마 마리옹 앞에 꽤 괜찮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주려 노력하는 넬리의 말‧행동‧마음을 담아내는 영화의 시선은 관객에게 서로 연결된 존재에게 주어진 책무를 환기시킨다. “네 뒤로 난 길을 따라왔어.” “이미 내 마음속엔 네가 있거든.” 각각 넬리와 마리옹의 말이다. 저 말로써 넬리는 자신이 엄마 마리옹으로부터 기인한 존재임을, 마리옹은 미래에 출산할 넬리를 아주 오래전부터 품고 있음을 선언한다. 시차를 가진 두 존재(엄마와 딸)의 동시대적 포개짐이라는 판타지를 통해, 어느새 희미해진 타인과 나의 근본적 연결성이 복원되는 것이다.
셀린 시아마 감독.
〈쁘띠 마망〉은 셀린 시아마가 지금껏 만들어 온 영화의 궤적 속에서 더 적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셀린 시아마는 오랫동안 여성들이 맺는 관계와 감정의 문제에 천착해 왔다. 〈워터 릴리스〉(2007), 〈톰보이〉(2011), 〈걸후드〉(2014),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의 여성 주인공들은 우정, 사랑, 정체성 등을 치열하게 고민한다.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지만 이들은 무너지지 않았다. 셀린 시아마 영화 속 여성들의 여정을 좇다 보면, 〈쁘띠 마망〉이 여성 관계의 세대적 확장임을 보다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워터 릴리스〉의 주인공은 사랑‧욕망에 눈 뜬 여성 청소년 마리와 안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두 친구의 소중한 마음은 안타깝게도 대상에 도달하지 못한 채 착취당하지만, 아픔 이후 이들은 자기 옆에 같은 상처를 지닌 친구가 있음을 알게 된다. 항상 옆에 있었기에 특별함을 상실했던 마리와 안나는 사랑‧욕망의 좌절이라는 공통의 테마를 바탕으로 단단한 우정을 만든다.
〈톰보이〉도 정체성과 관계의 문제를 다룬 수작이다. 주인공 미카엘은 축구와 수영을 잘해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친구들에게 ‘로레’가 본명임을 들키기 전까지는 그랬다. 미카엘이 로레임이 드러난 후, 미카엘은 ‘남자같이 구는 여자’라는 이유로 엄마‧친구들에게 모욕적인 방식으로 성별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신문당한다. 리사는 그런 미카엘에게 손을 내민다. 미카엘은 자신이 미카엘인 동시에 로레로도 살아갈 수 있음을 리사로부터 배운다. 리사는 자신이 좋아했던 ‘미카엘’이 ‘로레’였다는 사실, 즉 자신이 ‘역겨운’ 동성애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에 불쾌해했다. 하지만 이내 미카엘과 연인이 될 수 없다면 로레와 친구로 지내면 되지 않겠냐는 듯 마음을 연다. 이번에도 미카엘/로레의 마음속 깊은 상처를 보듬어 주는 건 여성들 사이의 관계다*.
리사와 미카엘/로레(〈톰보이〉).
앞의 두 영화가 관계로 서로를 보듬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걸후드〉는 이를 밑절미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여성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경제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난 흑인 여성 청소년 마리엠은 폭력적인 오빠와 삶에 지친 어머니 대신 또래 여성 친구들과 어울린다. ‘비행 청소년’처럼 굴며 큰 해방감을 맛보는 마리엠을 묘사하는 장면은 사회의 관심에서 벗어난 존재(가난한 자, 흑인, 여성)가 어디서 자유를 느끼는지를 비꼬듯 질문한다.
하지만 마리엠은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머물 수 없다. 그녀는 친구들이 선물해 준 자유를 바탕으로 다른 미래를 꿈꾸기 시작한다. 흑인 여성 청소년으로서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가? 해결되지 않을 혼란을 품은 채, 마리엠은 다부진 표정으로 앞을 향해 나아간다. 어설프고 어리숙한 일일지라도, “네가 원하는 걸 해”라는 말을 믿는 마리엠. 그녀가 과거를 품은 채 도달할 미래가 어떤 곳일지는 모른다. 다만 도래할 미래가 그녀가 꿈꾸던 것과는 다를지라도, 마리엠은 친구들에게 선물 받은 자유를 바탕으로 당당히 삶을 살아 낼 것이다.
〈걸후드〉의 마리엠.
마지막으로 여성 서사와 레즈비언 서사가 강렬하게 결합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시선의 평등이 곧 관계의 평등임을 증명하는 대단히 인상적인 영화다.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의뢰받은 마리안느는 기존의 관습(남성의 시선)으로는 엘로이즈의 생명력을 그림에 담을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녀에겐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선은 마리안느의 화두만이 아니었다. 엘로이즈는 마리안느 그림의 객체이지만 동시에 마리안느를 관찰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엘로이즈는 화가와 대상이라는 관계의 일방향적 문법을 거부하고,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무의미한 곳으로 마리안느를 인도한다. 쌍방향적이고 평등한 시선의 결과는 사랑일 수밖에 없다. 엘로이즈와 마리안느는 레즈비언이라는 특수한 위치에서 가장 보편적인 사랑을 성취한다. 사랑의 범주에서 배제된 자들이 도달한 압도적 사랑이라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테마는 익숙한 젠더 문법에 기댄 어쭙잖은 멜로 영화와 이성애규범적 편견에 휩싸인 세상에 대한 가장 고상한 조소다. 이성애자들이 낡은 관습에 무덤덤해져 사랑에 실패하는 동안, 레즈비언은 그 실패한 사랑의 가능성을 극한으로 밀고가 사랑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다. 서로를 보듬고, 북돋아 주고, 응원해 온 셀린 시아마의 여성들이 사랑의 관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보는 동안, 스스로를 ‘정치적 레즈비언’이라 선언했던 페미니스트들이 꿈꾸고 갈망했던 여성들의 관계가 셀린 시아마의 영화 궤적에 온기를 품은 유려함으로 펼쳐져 있는 것만 같아 황홀했다.
여기까지가 〈쁘띠 마망〉의 계보다. 〈쁘띠 마망〉은 남자들의 세계에서 관계‧감정을 나누며 버티고 성장해 온 여성들의 이야기가 엄마와 딸, 즉 세대의 문제에까지 확장된 결과물이다. 〈걸후드〉에 대한 어느 평론가의 말마따나 “셀린 시아마의 세계에서 십대 여성은 망하거나 죽지 않고 성장해낸다.” 그리고 자신들이 구축한 세계를 확장해 낸다. 셀린 시아마의 영화를 아끼는 사람들이 그녀의 모든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차근히 진행되며 펼쳐지는 셀린 시아마의 촘촘하고 단단한 세계관이 마블 유니버스나 가수 에스파(aespa)의 세계관만큼이나 많은 팬덤을 거느리길 바란다. 그럼으로써 관계는 평등해지고, 우리는 단단해지며, 세계는 다채로워질 것이다. 여성의 경험에서 출발해 성별 권력을 넘어 모두에게 다정한 세상에 대한 상상력으로 나아가기. 셀린 시아마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기쁜 마음으로 열어 보자.
*영화는 미카엘/로레가 트랜스젠더인지 레즈비언인지 단정 짓지 않음으로써 어떤 미래든 가치 있고 소중하다고 말한다. 다만 여기서는 미카엘에게 ‘원래 이름’이 뭐냐고 묻는 리사의 질문, 즉 미카엘/리사를 관계 내부로 호명하는 리사의 질문에 초점을 맞춰 미카엘/로레의 성별을 여성으로 독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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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악무도한 범죄자 추적, 프로파일링 영화 8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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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범죄 관련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는 요즘. 이런 극악무도한짓을 하는 범죄자들의 심리는 뭘까요? 도무지이해할 수 없는 살인을 벌이는 범죄자들을 좇는 영화 8편을 소개합니다.
완벽한 범죄란 없다!CINEPICK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코맥 매카시 작가의 2005년작 소설과 그를 원작으로 한 코엔형제 감독의 2007년의 미국 영화입니다. 제목에서의 ‘노인’이란 오래된 지혜를 가진 현명한 생각의 소유자를 뜻하며 지성인이 예측할 수 있을정도로 쉬운 나라는 없다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사이코패스인 ‘안톤 쉬거’는 영화속에서 리얼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라기보다 재앙, 그 자체를 의인화한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빌런 중 하나로 꼽히며 관객의 입장에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안톤쉬거 본인은 영화속에서 나름대로 철저한 질서와 가치관을 가지고 행동합니다. 그점이 관객을 더 혼란스럽고 소름끼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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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소재로 2004년 ‘왕건이파’로 활동했던 14명의 중국 조선족을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한 사건과 2007년 4월 가리봉동 일대 차이나타운을 거점으로 조직된 연변 조직 ‘흑사파’7명을 구속하고 25명을 불구속입건한 사건을 섞어서 각색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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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7대 죄악을 모티브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과 그를 쫓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로 역대 최고의 범죄 스릴러 중 하나입니다, 이름 없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칙칙하고 음침한 영상미가 일품이며, 훌륭한 캐릭터 구축, 상징적이고 짜임새 있는 플롯들, 그리고 스릴러의 구성요소를 훌륭히 갖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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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설은 브램 스토커상을 받을 만큼의 명작으로, 영화도 스릴러물의 걸작을 꼽을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작품이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것로 유명합니다. 안소니 홉킨스가 맡은 ‘한니발 렉터’는 유능한 정신과 의사로서 명성이 자자했지만, 식인종 한니발이란 무시무시한 이명으로 불리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입니다. 안소니 홉킨스, 조디 포스터의 섬세한 연기가 일품이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유일한 호러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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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센스와 함께 역사상 최고의 반전 영화로 꼽히는 영화이며 무명이었던 케빈 스페이시가 이 영화를 통해서 일약 스타가 되었고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명성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복잡한 플롯과 반전, 그리고 액션씬이 절묘하게 버무려진 명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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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조디악>은 첫 번째 살인사건이 발발한 1966년 이후 41년이 지난 현재까지 끝내 검거되지 않은 살인범의 이야기를 다룬 영구 미결 사건입니다. 1969년 8월 1일 신문사에 처음 자신의 살인행각을 담은 편지를 보낸 이후 1978년 4월 25일 마지막 편지까지 암호만 던진 채 잡히지 않고 미국 전역을 공포로 밀어 넣은 살인마 ‘조디악 킬러’를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는 해당 시대를 최대한 재연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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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인 불면증은 알 파치노가 겪게 되는 증상으로 거의 일주일 가까이를 잠을 못 잔 것으로 묘사되는데, 잠을 못 자서 얼굴이 초췌하고 파리한 알 파치노의 연기가 워낙 리얼해 영화를 보는 관객들마저 덩달아 피곤함을 느낄 정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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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과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를 연기한 하정우, 피해자 김미진을 연기한 서영희 등 배우들의 연기도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하정우는 일반인 이상의 지적 능력 및 냉철함을 가진 사이코패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습니다. 극 중 하정우가 연기한 지영민은 유영철이 모티부인 인물이지만,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유영철 보다는 강호순에 더 가깝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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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시 그 외는 없는, <스텔라>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담겨 있습니다.
스텔라(Stella. A Life)., 2024
감독: 킬리안 리드호프
명시 그 외는 없는, <스텔라>
아름다운 별빛을 품은 금발의 미녀, 스텔라는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는 재능 있는 재즈 가수다. 미국에서 원 없이 노래하며 살고 싶은 열망은 그녀와 함께하는 밴드 친구들도 품고 있는 소망이기에, 이들은 자발적으로 현실을 등진 채 연습에 몰두한다. 고대하던 공연 당일, 스텔라는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친다. 관중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 밴드와 스텔라는 할리우드로 향하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았음을 자축한다. 이제 남은 건 미국으로 향하는 레드카펫뿐. 그러나 이들을 호위하던 재즈가 뚝 끊기고 고막을 찢는 공장 소음이 울려 퍼지면서, 화려한 드레스가 아닌 잔뜩 더럽혀진 노동자 옷을 입고 강제 노역 중인 스텔라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실 그녀는 재즈 가수이기 이전에 1940년 독일, 나치 정부하에 살고 있는 유대인이었고, 밴드와 스텔라가 등진 현실은 제힘은 물론이고 모두의 힘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유대인이기에 공포뿐인 세상이었다.
그러나 스텔라는 어둠 속에서도 자기 빛을 뿜어내는 걸 멈추지 않는다. 나치의 유대인 탄압으로 게토에 있는 군수공장에 끌려가 유대인 배지를 달고 온종일 기계 부품을 만들며 언제 죽을지 모를 현실을 받아들인 동포들과 달랐다. 밤이 찾아오면 배지 대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거리로 나갔고, 유대인처럼 보이지 않는 금발과 푸른 눈은 그녀를 더 과감하게 만들었다. 유대인이지만 유대인이 아닌, 독일 시민 '같은' 외형(가면)은 스텔라에게 미국 진출 실패에 대한 보상이 될 순 없었지만, 지옥 속에서 그녀가 그녀답게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수단은 곧 그녀만이 휘두를 수 있는 무기가 됐고 공장 책임자에게도 영향을 줬다. 도망치라는 책임자의 신호 덕에 스텔라와 그녀의 부모는 수용소로 잡혀갈 뻔한 위기를 넘긴다.
스텔라는 더 과감해진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신분증 위조 브로커(롤프)의 연인이 되어 그와 함께 일한다. 그들은 독일 시민인 척 거리를 쏘다니며 동포에게 돈을 뜯어낸다. 제삼자였던 동포의 경계는 점차 그녀의 가장 친한 밴드 친구들에게까지 확장되고, 스텔라는 절친에게도 목숨을 담보로 돈을 갈취하기 시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텔라는 불편한 마음을 외면하기로 한다. 본인이 느끼는 고통과 별개로 나치는 여전히 유대인을 색출했고, 그녀에겐 안전한 은신처와 생계를 위한 돈이 필요했으니까. 언제 빼앗길지 모를 자유를 향한 욕망도 분명 결정적인 역할을 했겠지. 하지만 스텔라는 알지 못했다. 그 결정이 훗날 자기 삶은 물론 인간상까지 송두리째 무너트릴 계기가 될 거란 사실을 말이다.
스텔라는 밴드 친구의 고발로 게슈타포(나치의 비밀 국가 경찰)에 붙잡히면서 반쪽짜리 자유마저 완전히 빼앗긴다. 갖은 고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졌고, 수용소 수감을 피하고자 나치의 비밀 요원이 되기로 맹세한다. 비밀 요원 일은 딱 하나, 유대인 색출. 그동안 해왔던 브로커 일과 차원이 달랐다. 신분증 위조보다 더 예리하고 대담해야 했으며 재즈를 부르며 자아를 팽창하듯, 인간의 극한 이기심을 폭발시켜야 했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기에 어떠한 감정도 비밀 요원 일에 방해 돼선 안 됐다. 그로 인해 받는 정신적 압박과 심리적 불안 역시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불편한 마음’과 똑같았다. 브로커와 비밀 요원은 스텔라에게 행위만 다를 뿐 사실상 생존이란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는, 일치된 생존 방식으로 정립됐다. 이전보다 더 냉혹해져야 했다. 유대인을 잡는 유대인은 스텔라 말고도 넘쳐났으니까. 업무 성과 미달로 수용소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반드시 다른 요원보다 더 많은 동포를 고발해야 했다. 물론 다른 요원보다 더 많은 유대인을 색출했다고 해서,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낄 필요 없는 독일인이 될 순 없었다. 태생적으로 바꿀 수 없는 현실은 레드카펫도 자유도 아닌 '길이 하나뿐인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장으로 변했고, 그렇게 스텔라는 동포를 잡는 동포가 아닌 ‘독재 국가를 위한’ 요원이 됐다. 매혹적인 금발과 푸른 눈이 만든 무기는 그 쓸모를 잃었으며, 마음 한쪽에 자리했던 죄책감과 죄의식은 본인이 처한 비극에 더 철저히 가려졌다.
스텔라에게 남은 건 스스로 만든, 무자비한 본인뿐이었다. 금발의 배신자는 친구들은 물론 얼굴만 아는 사람들까지 닥치는 대로 고발해 적게는 600명, 많게는 3,000명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냈다. 그 덕에 강제수용소로 끝까지 끌려가지 않았지만, 종전 후 체포돼 전범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는다. 그러나 이미 이전 재판에서 선고받은 형기(10년)를 마쳤다는 이유로 처벌 없이 풀려난다. 재판 내내 부모님 역시 수용소에서 죽임을 당했다며 본인 역시 피해자임을 주장했던 스텔라였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작은 거울에 한 할머니가 비친다. 여전한 금발 머리와 푸른 눈 그리고 빨간 립스틱, 스텔라다. 악착같이 얻고자 했던 삶이 주는 압도적인 평온이 계속될 듯했는데, 돌연 스텔라가 창문을 열고 뛰어내린다. 쿵 소리도, 사람들의 비명도, 그 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침묵 속에서 <스텔라> 끝난다.
<스텔라>는 실존 인물 '스텔라 골드쉬라크'의 일생을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감독은 처음부터 스텔라의 일대기를 꼼꼼히 살펴, 이를 영화에 조금의 덧붙임 없이 담았다. 나치, 홀로코스트란 배경(환경)보다 그 안에 속한 인간, 스텔라(개인)에게 관객이 집중하길 바랐다. 따라서 그녀의 생과 사를 작품 안에 거짓 없이 담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고, 스텔라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지점을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이야기 전개에서 스텔라가 느끼는 고통과 두려움은 철저히 '개인'의 내면으로만, 즉 안으로만 파고들었다. 밖으로 빠져나와 제삼자에게 감정이 전이시키는 과정은 없었다. 중요한 건 스텔라의 행위에서 파생되는 결과였지, 그 안에 소용돌이치는 '나'만의 감정 태풍 따위가 아니었다. 영화는 살고자 하는 욕망으로 하루살이처럼 살았던 스텔라의 무수한 하루를 단순 기록했다. 사건 나열이 아닌 개인의 연속된 선택과 결과로 가중되는, 그다음의 선택과 결과에 무게를 뒀다. 스텔라 골드쉬라크가 해체되면 될수록 그녀의 개인사는 모두를 향한 이야기로 변형됐고, 이는 개인을 통해 전체와 역사를 바라보게 되는 길이 됐다. 영화는 스텔라란 인물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목도하는 일이야말로 끝나지 않는 비극의 역사를 제대로 마주하는 첫걸음이란 사실을 한 번 더 강조하면서, 끝에 다다라서는 최종 판단과 결정을 관객에게 넘기며 제 몫을 다 했다.
1980년 광주에서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된 '영호'(이창동, <박하사탕>(1999))와 1943년에 나치 친위대에 들어가 아우슈비츠 감시원으로 일했던 '한나 슈미츠'(스티븐 달드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2008))도 스텔라와 같은 길을 걸었다. 세 사람 모두 국가적, 시대적 환경 안에 갇힌 인물로 피해자이자 가해자,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표현됐다. 죽음의 과정도 닮아있다. 영호는 그동안 저질렀던 자기 죄를 스스로 용서할 수 없어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기차 앞에 섰다. 유대인을 가스실에 넣어 죽인 일보다 문맹을 폭로 당하는 걸 더 수치스럽게 여겼던 한나는 수감 후 글을 읽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악마 같았던 자신을 마주하고, 스스로 목을 맸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었던 시대'와 '마지막까지 이어진 자기 파괴적 결말', '이분법적으로 딱 잘라 정의할 수 없는 이야기'까지 영화가 각각 무엇을 더 강조하고 싶어 하는지에 따라 그 쓰임이 달랐을 뿐 모두 충실히 활용됐다.
영호는 누가 진짜 가해자이고 진짜 피해자인지를 질문했고, 한나는 사고하지 않은 복종으로 파생된 악의 평범성을 고심하게 했다.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자기반성이 뚜렷하게 보였기에, 두 인물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관객에게 확실하게 전달했다. 여기서 자기반성은 다양한 방식과 절차가 존재하는데 자기혐오와 자기 파괴는 꼭 포함되어 있다. 자기반성이 참회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고, 용서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요점이다. 두 사람의 자기반성은 관객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했고, 결과적으로 마음을 울리는 경종을 외면하지 않게 했다.
반면 스텔라의 자기반성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만 휘몰아쳤다. <스텔라>는 이마저도 의도적으로 희미하게 담았다. 스텔라가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장면보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행위적인 측면의) 장면을 더 길게 노출했다. 스텔라가 창문을 열고 투신하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그녀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보여줬다. 스텔라가 화면에서 사라진 뒤에도 카메라는 공허한 바람 소리조차 허용하지 않고, 오직 창문이 열린 방 안에서 머물러있었다. 그녀가 대체 어떤 얼굴과 어떤 마음으로 그와 같은 선택을 했는지, 우린 확언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녀 자체도 관객이 뭘 알고 싶고, 또 뭘 회피하고 싶어 하는지 관심조차 두지 않은 게 분명했다.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자기반성은, 공감이나 비난 심지어 반사적으로 가능한 일차원적 반응조차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무관심과 관심의 대결에서 당연히 후자가 패배한 줄 알았는데, 스텔라의 메시지는 영호와 한나처럼 뚜렷하게 전달됐다. 아니, 오히려 더 냉철하고 단호하게 관객에게 닿았다. 마치 추상적인 물음이 가장 구체적인 답이 된 것처럼, 최종 판단은 알아서 각자 해야 함을 꼭 명심하길 바라는 것처럼‥.
<스텔라>는 명시 외엔 다른 방법을 쓰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자신감도 분명히 보인다. 다하우 수용소에 새겨진 추모문 중 ‘죽은 사람에게는 애도를 표하고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경고하기 위하여’란 구절이 <스텔라>를 관통해,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뚫고 지나갔음을 부정할 수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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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나요?
아주 오래전 12월 첫눈이 오던 날, 첫눈에 반한 사람이 있었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후광이 비치며, 슬로 모션으로 내 앞으로 걸어오던 사람, ‘아, 영화에서 저런 장면을 연출했던 것은 상상이 아니라 모두 사실에 기반한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사람.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얻고 싶어서, 어떻게든 말을 한번 걸어 보고 싶어서 낯선 모임, 낯선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온통 신경을 곤두세웠다. ‘어떻게 해야, 저 사람을 한 번 더 볼 수 있을까?’ 요령이 없어 눈에 띄게 호감을 표현하고만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와 단둘이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과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가 바로 ‘로맨틱 홀리데이’다. 둘 다 상영중인 영화는 대부분 관람했던 영화 마니아여서, 함께 볼 영화가 없을까 걱정했는데, 마침 그 주에 개봉한 영화가 로맨틱 영화라니. 이건 운명이라며 마음속으로는 우리 둘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100가지 이유 중 하나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로맨틱 홀리데이>는 미국에 사는 아만다와 영국에 사는 아이리스가 크리스마스 휴가에 집을 바꿔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다. L.A에서 잘 나가는 영화예고편 제작회사 사장인 아만다(카메론 디아즈)는 돈도 아름다운 외모에 부유하며, 화려한 인맥을 가진 누가 봐도 성공한 여자지만, 연애는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남자친구는 회사의 어린 직원과 바람이 난다.
영국의 예쁜 오두막집에 살면서 인기 웨딩 칼럼을 연재하는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느순수하고 착한 심성을 지녔지만, 그녀가 짝사랑하던 사람은 그녀와 회사 사람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다른 여자와의 약혼을 발표한다. 마음에 크나큰 상처를 받은 그녀는 자신의 삶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6천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두 여자는 온라인상에서 ‘홈 익스체인지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사이트를 발견하고 2주의 크리스마스 휴가 동안 서로의 집을 바꿔 생활하기로 계획하고, 각각 L.A와 영국으로 날아간 아만다와 아이리스.
예쁜 오두막집에서 오직 혼자만의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마음먹고 있던 아만다에게 아이리스의 매력적인 오빠 그레엄(주드 로)가 찾아오게 되고, 첫눈에 호감을 느낀 둘은 조심스럽게 데이트를 시작한다. 한편 L.A로 간 아이리스는 아만다의 친구이자 영화음악 작곡가인 마일스(잭 블랙)를 만난다. 푸근한 외모와 따뜻한 유머감각을 지닌 섬세한 감수성의 이 남자와 서로의 감성을 조금씩 이해하며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사실,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영화의 많은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연말분위기가 나는 따듯한 장면들, 그리고 함께 와인을 마시던 장면들이 어렴풋이 아름답게 남아 있을 뿐이다. 아마도 영화에 집중하기 보다는 내 옆에 앉아 있는 그 사람을 더 신경 쓰고 있었다. 아만다와 그레엄의 조금 진한 장면이 나올 때는 얼굴이 달아 올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로맨틱 홀리데이>는 낯선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는 그야말로 영화 같은 영화다. 그를 만나기 전에 나는 처음 본 날 가까워 지는 그런 사랑은 영화속에서나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첫눈에 반한 사람과 영화를 보러 간 나는, 내 옆에서 이영화를 함께 보고 있는 사람과 <로맨틱 홀리데이>의 결말처럼 해피엔딩이 되길 기대했다. 그리고 극장을 나서며 내가 먼저 말했다.
“우리 술 한잔 하러 갈래요?”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첫눈에 반한 사랑을 해피엔딩으로 만들었다. 그 날 이후 첫눈에 반한 사랑을 다룬 영화를 더이상 판타지가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올해 12월 16일에도 넷플릭스로 <로맨틱 홀리데이>를 보았다. 예전엔 미쳐 인지 하지 못했던 장면을 세세히 보면서, 다시 봐도 참 좋네…하고 혼자 감상에 빠져 들었다. 아 참, 이 이야기를 이렇게 쓸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이 현남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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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 영화는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나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어느 날 문득,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마음이 불쑥 찾아 올 때가 있다.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어 질 때. 나는 영화를 본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대체로 한가지가 아닌 복잡한 자기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 그 고민은 때로 세상을 멸망시키거나 구해야 하는 상상하기 힘든 것일 수도 있고, 점심메뉴로 다투고 난 뒤, 남자친구와 헤어질까 생각하게 되는 일상적인 것도 있다. 누군가에겐 ‘이게 무슨 고민이라고.’ 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일상을 회복하기 힘들 만큼 어려울 수도 있는 일.
일, 사랑, 가족, 친구…
인생에서 걱정과 고민은 순차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여러 괴로움이 어깨동무를 하고 덮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를 때 영화 속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로 부터, 혹은 별을 지나 우주 저 어딘가의 누군가로부터 뜻밖의 위로를 받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별것 없는 상황 평범한 대사 하나가 마음을 울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새로운 도전할 용기를 내기도 했다. 영화가 가진 힘은 그런 것이었다.
2011년, 나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 걸까? 10년 동안 방송 일을 하며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많이 소모되었던 때였다. 회사에서 긴 휴가를 낼 수 없다면 퇴사를 하고 자발적으로 휴가를 가자 ! 하고 생각 했던 때.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를 보았다.
주인공 두얼은 디자인 회사를 그만두고, 오랜 바람이었던 누구나 꿈꿀 법한 따스한 카페를 오픈했다. 전직장 동료들의 응원을 받으며 오픈식도 거창하게 하는데, 열정이 넘치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뜸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카페를 운영하던 여동생 창얼은 개업 선물로 친구들에게 받은 잡동사니들의 물물교환을 제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매의 카페는 타이페이의 명소로 자리잡게 된다. 사실 두얼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이 카페의 분위기가 어쩐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데, 35개의 비누에 담긴 35개의 도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 남자와 마음을 주고 받게 되며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 물건을 바꾸는 것에 대해 지금 까지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나아가 공간을 주고 받는 카우치서핑에 대해 알게 되고, 먼 곳에서 온 손님을 카페에 카우치서핑으로 받으며,마침내 자신도 36번째 이야기를 찾기 위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한다.
두얼은 미술이 좋아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이모가 상하이로 떠난 다는 소식에 기회를 잡아, ‘진짜 꿈’이라는 자신만의 카페를 시작한다. 영화 시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우아한 카페를 하고 싶었던 꿈과 다르게 우아한 카페는 아니네요. 최근에 바뀐 두얼의 가치관을 들어볼까요?” 하고.
두얼이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원했던 카페로 만들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이 일은 두얼의 가치관을 바꾸어 놓았다는 것. “나에게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것은 심리가치다.” 라고 말하는 이 오프닝이 영화에서 내가 좋았던 모든 깨달음을 함축하고 있었다. 삶을 살아나는 것에 정말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정하는 가치와 기준이 아닐까?
인생의 고민이 하나가 아니듯, 꿈도 하나가 아니다. 내가 알던 세상에서 꾸던 꿈이 하나였다면, 꿈을 이룬 세상에서는 새로운 상황과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또 새로운 생각과 꿈이 생겨난다. 경험이 다양해질 수록 나의 세계는 확장되고 그렇게 나는 더 커간다는 것.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것을 10년전에는 알지 못했다. 회사 안에서, 지금 하는 일이 최고 인줄 아는 작은 아이였다.
영화 속에서, 차분히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실행해 가는 두얼이 좋았다. 친해지고 싶었다. 세계일주를 떠난 그 어딘가에서 배낭을 메고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타이페이를 다녀오고, 실제 영화 배경이 된 카페도 다녀오고, 당시에는 구할 수 없었던 OST도 구입해왔다. 그리고 2년 뒤, 마침내 세계일주를 떠나 두얼처럼 카우치서핑도 했다. 카우치서핑이라는 것이 마치 돈을 아끼기 위해 남의 집에 자는 것 처럼 보이지만 , 사실 그 집에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마음을 많이 써야 하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그리고 마음을 나누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한 사람의 세계를 만나는 것이라는 것을.
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세계일주는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 덕분에 불편하고 어려워도 여행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쌓여, 두얼처럼 나의 가치관도 많이 변하게 되었다. 십년이 지난 요즘도 넷플릭스에서 자주 이 영화를 본다. 두얼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지금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꿈과 현실 사이를 오르내리며 앞으로 뚜벅 뚜벅 나아가고 있을 그녀를 생각한다. 덕분에 나도 이렇게 달라졌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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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일요일에 비가 오더니 오늘은 바람이 많이 차네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감기 들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요 :)
그럼 오늘은 지난 주말 동안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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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개봉 첫 주말 올해 개봉작 중 최고의 주말 스코어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 역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차지하며 극장가의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슬램덩크는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대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흥행 순위 1위에 오른 데 이어 400만 관객 돌파까지 이뤄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사이 한국영화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간신히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대외비>는 이번 주말 3위로 순위가 떨어졌고, 김주환 감독의 <멍뭉이>, 권혁재 감독의 <카운트>는 각각 박스오피스 5위와 9위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관객 수 역시 한참 뒤처지고 있어 이번 주말 동안 세 편의 한국영화의 관객 수를 모두 합쳐도 <스즈메의 문단속>의 관객 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이에 따라 다가오는 15일에 개봉하는 신작 한국영화 <소울메이트>가 과연 극장가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1. <스즈메의 문단속>(⬆︎8)
지난 수요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이 주말 관객 수 69만 4251명을 기록하며 개봉 첫날부터 5일 연속으로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2023년 개봉 영화 중 최고 주말 스코어 기록으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59만 228명, <교섭>의 30만 9315명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3월 13일 오전 7시를 기준으로 실시간 예매율은 33.4%로, 예매율 1위의 자리 또한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감독인 신카이 마코토가 직접 집필한 동명의 소설의 판매 역시 크게 늘었다는 소식입니다. 소설은 영화에 소개되지 않은 캐릭터의 감정과 더 정밀한 세계관의 묘사, 감독이 작품을 창작하며 느낀 감정과 창작 동기 등까지 수록되어 있어 인기몰이 중이며, 최근 알라딘에서 베스트셀러 종합 7위, 예스24 종합 11위를 기록했습니다.
한편, <스즈메의 문단속>은 오는 22일부터 4D 특별 포맷 상영을 확정해 전국 CGV 4DX관, 롯데시네마 슈퍼 4D관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바람, 진동, 섬광, 모션 등의 다채로운 효과를 활용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2. <더 퍼스트 슬램덩크>(⬆︎1)
지난주 박스오피스 3위로 떨어졌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대외비>를 누르고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말 관객 수는 9만 9592명에 그쳤지만 누적 관객 수가 드디어 400만을 돌파해 2023년 개봉작 중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에 등극했습니다.
3. <대외비>(⬇︎2)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던 한국 영화 <대외비>는 두 계단 떨어진 3위에 머물렀습니다. 관객 수는 9만 7050명으로 지난주보다 무려 62.2% 감소한 수치이며, 누적 관객 수는 총 68만 8468명을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3월 2주 차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
씨네픽의 이번 주 143회 예측 이벤트는 <스즈메의 문단속>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 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 볼 텐데요,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스즈메의 문단속>의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 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65%, 여성 35%로 남성이 여성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가 가장 많이 관람하였고, 그 뒤를 30대, 40대, 10대, 50대가 차례로 이어갔습니다.
한 주 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스즈메의 문단속>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것은 17-19세 여성(562,137명)이었으며, 전체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0.7%를 기록하였습니다. 더불어, <스즈메의 문단속>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참가자 수와 남녀 비율은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4.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 (⬇︎2)
개봉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2위를 기록했던 <귀멸의 칼날: 상현집결, 그리고 도공 마을로>는 두 계단 내려와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습니다. 주말 관객 수는 7만 8785명, 누적 관객 수는 총 44만 4837명을 기록한 한편, 지난 토요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네즈코'의 성우 키토 아카리와 프로듀서 타카하시 유마가 참석한 월드 투어 행사가 진행되기도 하였습니다.
5. <멍뭉이> (⬆︎2)
김주환 감독의 영화 <멍뭉이>는 주말 관객 2만 5181명, 누적 관객 14만 7611명으로 박스오피스 순위 5위를 기록하였습니다. 한편, 주연을 맡은 배우 유연석은 지난 일요일 'TV동물농장'에 출연해 경기도의 한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 150여 마리의 개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유연석은 2021년 국내 최대 유기견 보호소인 애린원이 철거할 때 그곳에서 방치됐던 개들 중 하나인 리타를 입양해 함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작년에 개봉한 5편의 성공으로 1년 만에 후속 편으로 돌아온 공포영화 <스크림 6>가 록키 시리즈 최고 오프닝을 기록하며 지난주 1위를 기록했던 <크리드 3>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크리드 3>는 주말 매출액 2717만 3천 달러를 기록하며 2위로 떨어졌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제작진과 샘 레이미의 합작에 더불어 아담 드라이버의 신작으로 이목을 끌었던 <65>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3위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고,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역시 4위로 떨어지며 부진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뒤이어 엘리자베스 뱅크스 감독의 <코카인 베어>가 주말 매출액 620만 달러로 5위를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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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스크림 6> 4,450만 달러 (누적 4,450만 달러)
2. <크리드 3> 2,713만 달러 (누적 1억 135만 달러)
3. <65> 1230만 달러 (누적 1230만 달러)
4.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7천만 달러 (누적 1억 9797만 달러)
5. <코카인 베어> 620만 달러 (누적 5166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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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3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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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굴뚝마을의 푸펠> 30초 예고편
새까만 연기로 뒤덮인 굴뚝마을에서는
1. 하늘을 올려다보지 말 것
2.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말 것
3. 함부로 믿지 말 것
별의 존재를 믿고 있는 외톨이 ‘루비치'와
쓰레기에서 태어난 ‘푸펠'
친구가 된 두 사람이
세상의 진실을 찾는 거대한 모험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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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1947 보스톤> 메인 예고편
"우리는 우리 이름으로 못 뛰었으니까 애들은 자기 조국에서 자기 이름으로 뛰게끔 해줘야지" 우리 이름으로 기록된 최초의 도전! 영광의 그날을 향한 가슴 벅찬 마라톤이 시작된다! 올 추석, 단 하나의 감동실화 [1947 보스톤]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