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maniac2022-06-16 22:29:32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키즈 크리에이티브 3
키즈 크리에이티브 3 <희라의 순간>, <자전거 도둑>, <교환일기>, <새벽 바다 노을>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2022년 10주년을 맞이했다.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 방문했다.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의 다양한 섹션 중 ‘키즈 크리에이티브’를 선택했다. 키즈 크리에이티브 섹션은 꿈, 다문화, 폭력, 이주, 사랑, 이혼, 상실과 죽음까지 성장 과정에서 다뤄지는 주제와 그로 인해 형성되는 정체성의 문제를 어린이의 감정과 언어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단편으로 풀어낸 부문이다. 그 중 키즈 크리에이티브 3를 감상했다. 키즈 크리에이티브 3은 <희라의 순간>, <자전거 도둑>, <교환일기>, <새벽 바다 노을> 4개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작품 상영 이후에는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 <희라의 순간>, <자전거 도둑>, <교환일기>, <새벽 바다 노을>의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유의 부탁드립니다. ※
<희라의 순간>, 이진영
<희라의 순간>은 ‘희라’와 ‘남우’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외톨이 열세 살 ‘희라’가 학교에 가야만 하는 이유는 오직 단 하나, 잘생기고 인기 많은 같은 반 반장 ‘남우’를 보기 위해서이다. 어쩌다 보니 ‘희라’는 ‘남우’의 비밀을 알게 된다. ‘남우’는 ‘희라’의 생각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 이후, 우정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 아이들의 순수한 우정을 담은 작품이다.
<자전거 도둑>, 알리 키반
<자전거 도둑>은 15분의 짧은 러닝타임의 영화이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바히드’는 시합을 위한 새 자전거를 아버지로부터 선물 받는다. 그런데 친구 ‘알리’가 도둑맞은 자전거와 너무 닮은 것을 발견한다. 반전 아닌 반전을 담은 영화이다. 이 작품을 통해 아이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발견한다. 물질적 탐욕 아닌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순수한 모습을 통해 어른인 나를 반성하게 한다.
<교환일기>, 김희진
<교환일기>는 교환일기에 ‘도원’과 ‘예림’이 베프 약속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방학식을 앞두고 ‘예림’이 떠나게 된다. 친구 간의 헤어짐의 표현한 작품이다. <교환일기>의 김희진 감독에 따르면 실제로 친구와 교환일기를 작성했던 일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연출했다고 한다. 마지막 대사는 영화를 꿰뚫는다. “선인장에 물 너무 많이 주지 말고, 내가 생각날 때마다 줘”라는 대사가 그 이상의 여파를 남긴다. 관계의 헤어짐은 또 다른 시작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새벽 바다 노을>, 김영
<새벽 바다 노을>은 사촌 관계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엄마와 외할머니를 따라 사촌 언니 ‘새벽’의 ‘노을’이 방문한다. ‘노을’은 ‘새벽’을 도와 싸움을 끝내고자 하지만 격해지는 어른들 때문에 계획은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무엇보다도 어른의 싸움 속에서 어린이의 연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새벽과 노을의 눈맞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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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 가이> - ‘내 손으로 찾아가는 나의 이름과 진짜 세계’
프리 가이 (Free Guy, 2021)
개봉일 : 2021.08.11 (한국 기준)
감독 : 숀 레비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조디 코머, 타이카 와이티티, 조 키어리, 릴렐 호워리
‘내 손으로 찾아가는 나의 이름과 진짜 세계’
‘NPC’ 게임의 배경이 되는, 항상 그 자리에서 머물고 있는 존재이자 최근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존재’를 비유할 때 사용되기도 하는 단어.
갓 사회에 나왔을 때, 나는 고객을 마주하는 매장관리 또는 서비스 제공 아르바이트를 주로 했었다. 매장을 지키고 있다 보면 여러 손님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가끔 나를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기라도 하는 듯 자신의 비밀 얘기와 남들이 들으면 안 될 듯한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친구들에게 누군가의 핫한 비밀 이야기를 퍼트리며 “다 들릴만한 거린데, 이 사람들한테 나는 매장 지키는 NPC쯤으로 느껴지나 봐”하며 웃곤 했다. 우리에게 NPC란 그런 존재다. 분명 같은 세상, 같은 공간에 존재하고 있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존재. 항상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특성상 모든 게 뻔하게 느껴지고 가끔은 여기 있다는 것조차 잊게 되는 존재.
<프리 가이>는 ‘프리 시티’라는 게임 안에 존재하는 NPC중 한 명인 ‘가이’와 현실 세계에 있는 게임 개발자 밀리와 키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게임 안에서 살고 있으며 이 모든 걸 현실로 인식하고 있는 은행 NPC 가이는 매일 같은 말과 행동을 반복하고, 은행 강도 미션을 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마주한다. 구김 없이 밝고 착한 은행 NPC. 프리 시티의 배경을 구성하는 하나의 조건 또는 병풍. 그게 바로 이 세계에서 가이의 역할이다.
밀리와 키스는 현실에 살고 있는 인물이다. 오래된 친구인 두 사람은 함께 힘을 모아 게임을 완성했지만, 게임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그대로 묻혀버린다. 밀리는 게임을 산 게임회사 사장 앙투안이 자신의 게임 일부를 훔쳐 갔을 거라 의심하며 진실을 찾으려 하고 키스는 앙투안의 밑에서 자신의 재능을 조용히 묻어놓고 개발팀이 아닌 유저들의 문의를 해결하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고 치열하게 살아오며 만들어낸 소중한 게임이 흔적도 없이 묻혀버린 후, 키스는 위축된 자세로 세상을 살아간다. 현실을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면 앙투안은 고렙 플레이어, 밀리와 키스는 그의 눈에 ‘뭘 하든 상관없는’ 저렙 플레이어 정도려나.
<프리 가이>는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흔한 히어로물이 아니다. 흔히 히어로라 함은 당당하고, 멋지고, 희생정신이 빛나는 강한 사람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이 영화의 주인공 ‘가이’는 지금 살고 있는 세계와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그저 착하고 힘없는 NPC다. 가이의 마음 깊이 내재된 알고리즘과 그것을 변화시킬 강력한 사랑과 진실이 만난 순간, 스쳐 지나가는 NPC 정도 일뿐이었던 가이는 프리 시티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 가이의 이러한 성장기는 자신이 가이와 밀리, 키스처럼 존중받지 못하는 NPC, 무시당하는 저렙 플레이어로 분류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가이가 살고 있는 프리 시티란 게임은 어떤 관점으로 보든 일단 폭력적인 세계다. 사람을 때려서 돈을 얻고 은행을 털며 별거 아니라는 이유로 수많은 NPC를 해쳐도 괜찮은 세계. 타인을 해치고 돈과 레벨을 쌓아가며 끝없이 경쟁하는 세계. 더 격할 뿐이지 어째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닮은 게임 속 세계에서 가이는 유일한 착한 사람이자 히어로가 되고 사람들은 흔치 않은 그의 등장에 놀라며 그를 주목한다. 은행털기 미션을 위해 한 번쯤 지나치게 되는 의미 없는 NPC였던 그가 ‘가이’라는 다소 의미 없는 느낌의 이름을 넘어 ‘블루 셔츠 가이’라는 새로운 애칭을 얻고 내 뜻대로 옷을 고르고, 마음을 따라 밀리와 만나고 프리 시티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은 내게 묘한 감동을 선사했다. 무한 경쟁과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닌 가이 같은 사람이 아닐까.
화려한 시각 효과, 라이언 레이놀즈의 능청스럽고 능란한 연기, 가벼운 개그코드가 버무려져 만들어낸 <프리 가이>의 매력은 내 기대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진지한 시선으로 뜯어봐도 좋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도 좋다. 어떤 시선으로 보든 이 영화에 불만족할 관객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네 삶의 주인공은 너야!’라는 아주 익숙하고 새롭지 않은 이 주제를 현대적으로 무겁지 않게, 게임과 현실을 오가며 재해석한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다.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 봐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밌고, <프리 가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언급했던 영화 <트루먼쇼>를 알아도 좋고, 몰라도 괜찮다.
웃음, 감동, 사랑과 우정. 그리고 나와 이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메시지까지. 이 모든 게 담긴 히어로물이자 성장물. 그리고 달달한 로맨스물이기도 한 영화 <프리 가이>. 후회 없는! 아주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프리 가이 시놉시스
“내 안의 히어로가 깨어난다!”
평범한 직장, 절친 그리고 한 잔의 커피. 평화로운 일상 속 때론 총격전과 날강도가 나타나는 버라이어티한 ‘프리 시티’에 살고 있는 ‘가이’.
그에겐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우연히 마주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기 전까지는…
갖은 노력 끝에 다시 만난 그녀는 ‘가이’가 비디오 게임 ‘프리 시티’에 사는 배경 캐릭터이고, 이 세상은 곧 파괴될 거라 경고한다.
혼란에 빠진 ‘가이’ 그러나 그는 ‘프리 시티’의 파괴를 막기 위해 더 이상 배경 캐릭터가 아닌,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선글라스 낀 사람들(플레이어)은 뭘 해도 되지만 선글라스를 끼지 않은 사람들(NPC)은 무엇도 할 수 없는 게임 속 세계 ‘프리 시티’. 프리 시티에서 착하고 친절한 은행원을 맡고 있는 NPC 가이는 오늘도 이렇게 말한다. “좋은 하루 말고 최고의 하루 보내세요.”
밀리와 키스가 만들어낸 인공지능인 그는 자신을 인식하고 변화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있으나 앙투안이 두 사람의 게임 위에 새로운 세계와 코드를 덮어버리면서 앞서 설정됐던 자신의 설정값과 발전 가능성을 잊어버리고 살게 된다. 가이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말과 같은 인사를 반복하고 같은 위치에 걸린 같은 옷을 꺼내 입는다. 하지만 밀리와 키스가 설정해둔 알고리즘이 완벽하게 묻힌 것은 아닌지 그는 설정된 값인 ‘좋은 하루’가 아닌 ‘최고의 하루’를 보내라는 인사말을 건네고 크림과 설탕이 들어간 뜨거운 커피가 아닌 카푸치노가 먹고 싶다고 말한다.
가이와 프리 시티 사람들은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따라 그저 배경으로 존재하거나 경험치를 위해 희생되는 존재다. 플레이어는 퀘스트를 하는 강도고 NPC는 엎드려서 당하기만 하면 되는 구조다. 가이는 정해진 구조를 깨는 유일한 NPC였다. 정해진 옷이 아닌 헨리넥 셔츠를 꺼내 입고 새 신발을 신고 길을 나서는 가이는 이제 아무도 모르는 은행원 NPC가 아닌 수많은 플레이어들의 주목을 받는 '블루 셔츠 가이‘다. 새로운 이름과 자아가 생긴 것이다.
프리 시티 속 NPC들은 자신만의 이름을 갖지 못한다. 가이는 남자를 뜻하는 GUY, 가이의 친구 버디는 친구를 뜻하는 Buddy, 또는 초미녀와 바리스타 등 제대로 된 이름을 갖지 못한 NPC들이 가득하다. 이들은 나와 내가 살아가는 세계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게임 개발자들이 입력한 값을 따라 살아가거나 플레이어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희생된다. NPC는 플레이어들의 재밌는 플레이를 위해 없어선 안될 꼭 필요한 존재지만 어떤 플레이어도 NPC를 존중하거나 인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가이가 ’블루 셔츠 가이‘로 엄청난 유명세를 치르고 있을 때도 플레이어들이 가이가 매일 마주치던 NPC임을 알아채지 못하는 걸 보면서 이들이 얼마나 가이와 NPC들에게 무심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주어진 삶만 살아야 하는 법은 없잖아.”
가이는 선글라스를 쓰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면서 성장한다. 모든 걸 파괴하고 남이 가진 걸 빼앗는 세상에서 죄 없는 사람은 때리지 않는다며 평화를 지키며 내 뜻대로 사랑을 이뤄가는 인물. 밀리와 플레이어들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인물의 등장에 집중한다. 가이는 나아가 게임 속 NPC들과 플레이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시선을 바꿔놓는다. 플레이어들은 게임 속에서 이유 없이 희생됐던 수많은 존재들을 생각하게 됐고, NPC들은 매일 반복하던 일이 아닌 다른 커피를 만들고, 스스로 회고록을 써 내려가며 개발자가 주입해놓은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 제대로 된 이름도 없고,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았던 이들이 스스로 나의 삶을 찾고 발전해나가는 모습은 ’누구나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더 감동적이었던 건 이들은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닌 게임 속 세상인 것을 알게 됐음에도 개의치 않고 ’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진짜‘라는 의식을 갖고 한마음으로 프리 시티를 지켜나간다는 것이다. 다른 이가 보기에 가짜인지 진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닌 ’내 삶은 진짜‘라는 믿음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친구들을 사랑하는 우정. 무한 경쟁과 불신으로 가득 찬 현실보다 이 NPC들로 가득한 가상 세계가 더 아름다워 보인 건 기분 탓이 아닐 거다.
“나도 너처럼 병풍처럼 살았어. 그런 삶은 끝이야.”
“우린 삶의 관중으로 살 필요 없어요.”
커다란 게임 회사의 사장인 앙투안에게 밀리는 ’신경쓸 것 없는 사람‘이고 키스는 그저 ’재능이 아까운 직원‘ 정도다. 밀리는 가이와 데이트를 하며 지금껏 노력해온 삶에 대해 말한다. 끝없이 경쟁을 해왔으나 앙투안에게 게임을 빼앗긴 그녀는 잘나가는 개발자도 돈 많은 게임의 주인도 아니다. 키스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한때 떠오르는 개발자로 주목을 받았지만 앙투안이 게임을 인수하고 빌드를 훔쳐 새로운 게임을 내자 그들의 ’라이프 잇 셀프‘ 게임은 그대로 잊히고 만다. 항상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프리 시티라는 게임 내에서도 다른 공간은 돌아보지 않고 주어진 미션만을 열심히 돌파하며 레벨을 키워왔는데, 그럼에도 이 세계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것 같다.
근데, 이 세계의 주인공이란 누가 정하는 기준인 걸까? 꼭 유명하고 잘나가는 유능한 사람만이 주인공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주변을 맴도는 NPC나 관중 정도인 걸까? 아니다. 가이와 버디가 말한 것처럼 남들이 볼품없는 가짜라고 말해도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은 항상 진짜고,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다. 다른 이들이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나는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고 나아갈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존재다. 누군가가 시킨 대로, 정해 진대로만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닌 언제든 내 길을 선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게 바로 우리다. 누구나 가고 싶은 길로 갈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 가이는 이 모든 메시지를 담고 있는 프리 시티의 히어로다.
앙투안이 밀리와 키스에게 프리 시티를 넘기고, 프리 시티의 NPC들은 두 사람이 새로 만든 ’프리 라이프‘ 속에서 살게 된다. 경쟁과 폭력이 사라진 평화로운 세계에서 NPC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조화롭게 살아간다. 프리 시티를 통해 파괴와 경쟁을 즐기던 플레이어들은 자연스레 프리 라이프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지막 작전을 앞두고 NPC들과 밀리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 가이가 밀리에게 묻는다. 현실에서 시체를 보거나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얼마나 많냐고. 밀리는 거의 없다고 답한다. 가이가 다시 묻는다. 총기 사고는 얼마나 발생하냐고. 밀리는 사실 현실에서도 그건 꽤 큰 문제라고 답한다.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게임 프리 시티는 현실과 어느 정도 맞닿아있는 게임이다. 정도나 빈도가 높을 뿐이지 경쟁, 폭력, 악이 존재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게임 속 자극과 현실에 지친 사람들은 가이를 보고 깨닫는다. 우리가 얼마나 생각 없이 주변을 헤치고 무시해왔는지. 얼마나 오래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잊고 살았는지. 그리고 이 세계에 필요한 진정한 히어로는 어떤 모습인지. 이에 대한 정답을 찾은 플레이어들은 NPC들이 자유로운 삶을 꾸려가는 프리 라이프를 보며 위로와 편안함을 얻게 된다. 우리의 세계도 프리 시티보단 프리 라이프에 가까우면 좋을 텐데, 아직 멀었겠지.
“난 당신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예요.”
프리 라이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지금껏 프리 시티와 가이에 대해 실컷 이야기했으니 이젠 밀리와 키스의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가이는 모로토프 걸(밀리)을 만난 후 선글라스를 쓰고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물건들을 본다. 그리고 그 순간, 친절한 은행원이라는 덮개 밑에 가려져있던 ’짝사랑 남‘의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키스가 가이에게 심어놓은 그 알고리즘은 밀리를 지켜주기도 하고, 그녀와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며 관계를 끈끈하게 발전시킨다.
키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밀리의 조각들을 게임 속 세계에 심어놓는다. 밀리가 좋아하는 풍선껌 아이스크림과 그녀의 좋은 추억이 담긴 그네, 밀리의 취향대로 맞춰 타는 크림과 설탕 두 스푼이 들어간 커피. 그리고 밀리가 좋아하는 파란 셔츠의 남자. 가이는 알고리즘에 의해 밀리에게 끌리게 되고 밀리는 자신과 잘 맞는 남자 가이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프리 가이>에서 현실과 게임 세계를 오가는 건 밀리가 유일하다. 키스는 게임 속에 들어가지 않는 대신 현실에서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자신이 만들어둔 가이라는 짝사랑 남을 통해 게임 속 모로토프걸(밀리)을 돕는다. 이 게임의 중심을 바치고, 게임 속 세계를 구할 수 있었던 건 게임을 향한 두 사람의 사랑과 밀리를 향한 키스와 가이의 사랑이 가진 힘의 역할이 꽤 크지 않았을까.
‘플레이어들에게만’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자유가 주어진 도시 프리 시티는 일부 사람들만 자유를 느끼며 살아가는 장소였다. 가이와 키스, 밀리는 프리 시티 너머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냈고 게임은 ‘프리 라이프’라는 이름으로 새로 탄생한다. 누구도 타인을 조종하지 못하며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발전하는 평화로운 세상. 밀리와 키스가,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세상이 이제 완성됐다.
내가 이 삶의 주인공이 아닌 것 같다고, 내 앞에 펼쳐진 바다를 건널 수 없다고 느껴질 때, 내가 나를 정의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져있을 때 <프리 가이>를 한 번 더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 영화는 참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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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찬 상영중] 기생충
[김태혁의 ‘절찬 상영중’ – 기생충]
이것은 빈부격차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파이프(로 보이는 물체)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써놓음으로써 많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 <이미지의 반역(배반)>이라는 그림이다. 정말 그럴까? 이 그림을 그린 르네 마그리트의 사유를 차용해 물질적 속성을 따지자면, 이 이미지는 '그림'이라기보다는 <이미지의 반역(배반)>이라는 '그림'을 스캔한 '컴퓨터 파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철학자' 르네 마그리트는 언어와 대상, 대상과 대상을 재현한 이미지, 언어와 이미지의 연결은 자의적이므로 얼마든지 단절되거나 자유롭게 재구성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대상이 통념상 있음 직한 공간을 벗어난 생경한 장소에 위치하고, 현실에서라면 한 프레임 안에 있는 것이 불가능한 대상들이 공존하는 그의 그림들은 나태한 사고를 깨부순다. 생각의 한계를 무너뜨린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회화는 당대를 뒤흔들었고, 후대의 다양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블랙코미디, 스릴러, 가족 드라마 등 하나의 영화 안에서 함께 존재하기 어려운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뒤섞여 장르를 규정하기 힘든 영화 <기생충>을 본 후, 현실의 경계를 파괴하는 파격적 미학을 선보인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반역(배반)>이 떠올랐다. 르네 마그리트가 회화 예술의 관습을 격파했듯이 봉준호 감독은 영화 장르의 틀을 붕괴시켰고, 언뜻 누가 보아도 빈부격차가 핵심인 것 같은 <기생충>에 빈부격차 자체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가정 형편이 극단적으로 차이나는 두 가족이 등장한다. 두 가족은 사는 곳이 정반대다. 잇따른 자영업 실패로 궁지에 몰린 기택(송강호) 가족은 누추한 반지하집에 살고, 성공한 IT기업 CEO인 박사장(이선균) 가족은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대저택에 산다. 햇빛이 잘 들어올 리 없는 기택의 반지하집은 대낮에도 어둑하고, 채광이 끝내주는 박사장의 대저택은 실내에 있어도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있을 만큼 자연광이 풍부하게 들어온다. 기택 가족은 고기는커녕 한끼 제대로 챙겨 먹기도 힘들지만, 박사장의 부인 연교(조여정)는 짜장 라면에 한우 채끝살을 넣어 먹는다. 박사장 집에 사는 강아지들이 기택 가족보다 영양 상태가 훨씬 더 좋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이 두 가족 간의 극심한 격차는 영화 플롯의 변곡점이 되는 비 오는 밤 시퀀스에서 극적으로 표현된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는 기택 가족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수직적 계급 사다리가 연상된다. 가난한 자는 달동네처럼 높이 올라가야 하거나, 반지하처럼 깊이 내려가야만 하는 곳에서 자신의 거처를 마련할 수 있다. 물론 부자도 지대가 높은 곳에 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자는 가난한 사람처럼 좁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지 않고, 기사가 운전하는 고급 승용차에 앉아 잘 닦인 도로를 따라 집에 도착한다.
이처럼 빈부격차를 확실하게 드러내는 설정과 상징이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는데, <기생충>이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빈부격차가 아니라는 생각이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기생충>에는 부자와 빈자가 함께 등장하는 영화라면 으레 기대할만한 부자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없다. 영어를 섞어서 말하는 박사장의 부인 연교와 기택에게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박사장이 재수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경제적 계급 격차를 다룬 여느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부자들처럼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부를 일군 사람들이 아니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돈을 지급하고, 속마음은 다를지 몰라도 최소한 겉으로는 예우한다. 기택의 부인 충숙(장혜진)이 술에 취해 박사장 가족의 인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돈이 다리미야. 돈이 주름살을 쫘악~ 펴줘.”라고 말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기생충>은 빈부격차의 ‘현상’ 자체는 실감 나게 보여주지만, 빈부격차를 타파하고 경제적으로 더 평등한 사회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화는 아니다.
돈을 매개로 엮인 박사장 가족과 기택 가족의 관계는 빈부격차를 문제시하기보다 빈자와 부자 간의 상호의존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박사장 가족은 굳이 자신들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될 출퇴근 운전, 집안일, 자녀 교육을 자신들보다 더 잘 처리해주는 사람에게 기꺼이 대가를 지불한다. 박사장 가족에게 귀찮고 시간 낭비에 불과한 일들을 대신해주는 기택 가족은 요긴한 존재다. 한편, 박사장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임금은 기택 가족이 당장 먹고살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돈이다. 박사장 가족과 기택 가족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다.
이렇게 본다면, 영화의 제목인 '기생충'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과연 박사장의 재력에 의지한 기택 가족만 누군가에게 기생한 것일까? 부자의 일상을 누리기 위해 허드렛일을 대신해줄 누군가가 꼭 필요한 박사장 가족도 기택 가족에게 기생한 것인지도 모른다. 가난한 사람 중에 부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기택 가족의 사업이 잘 풀렸다면, 기택 가족이 누군가를 고용해 잡일을 맡겼을지 모를 일이다. 이처럼 <기생충>은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달성하는 데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줄 따름이다. 강한 신분 상승 욕망을 지닌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가 자신의 계획대로 부자가 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기우는 박사장만큼 주름지지 않은 부자로 살 수 있을까? 혹시 나쁜 인간이 되지는 않을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내면의 꿈틀거리는 욕망과 콤플렉스를 잘 살펴보라고 영화 <기생충>은 우리 앞에 거울을 들이민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김태혁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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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테스와 보낸 여름> 눈부신 싱그러움과 흐뭇한 성장기
테스와 보낸 여름 (My Extraordinary Summer with Tess , 2019)
<테스와 보낸 여름>은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떠난 바닷가 근처의 휴가지 여행을 떠오르게 합니다. 휴가지의 낯선 풍경과 함께 여름을 간 다양한 사람들, 거기서 만났던 사람들. 그들이 주는 낯선 느낌은 이제껏 겪어왔던 세상과는 달랐던지라 신비스럽기도 하고, 다양한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네덜란드의 아름다운 휴양지 테르스헬링에서 펼쳐지는 조금 엉뚱한 소년 샘과 그보다 더 엉뚱한 미지의 소녀 테스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함과 동시에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게 하고, 코로나로 집에 발이 묶여 있던 모든 이들의 마음을 환기 시켜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영화일 것입니다.
포스터의 색감만 봐도, 눈이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온 샘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공룡이 어떤 심정이었을지를 궁금해하는 조금 엉뚱한 소년입니다. 자연의 시간 순리 상 부모님과 형이 먼저 떠나게 될 것이므로 나중에 자신이 홀로 남겨졌을 때를 대비하여 휴가지에서 휴가보다는 외로움 적응 훈련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던 와중 만난 소녀 테스!
만나자마자 샘에게 살사를 추자고 권하는 샘보다 조금 더 엉뚱하고 발랄한 이 소녀는 무언가 꿍꿍이를 감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테스의 엄마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어른 남자인 휘호를 숙박 이벤트 당첨자로 초대하고, 어쩐지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 테스가 야속한 샘. 그런 샘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그 비밀로 새로운 일들을 맞이하게 되는 두 사람. 생각지 못했던 테스의 비밀은 직접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 아래부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언젠가 혼자 남겨질 것을 걱정하는 건 어리석은 걱정일까?
아쉽게도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세상에 혼자 남겨질 운명입니다. 아마 샘처럼 가족 중 막내인 경우라면, 그럴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제 기억으로, 저도 이런 두려움을 가졌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턱대고 엄마에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엄마만큼은 무조건 나보다 하루 더 살아야 돼!라고 말한 적이 있었죠. 샘도 그런 두려움이 있었는지 외로움 적응 훈련을 하느라 하루의 정해진 시간만큼 혼자 바닷가에서 놀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홀로 외로움 적응 훈련을 하던 도중, 밀물이 들어오는 갯벌에 발이 빠져 그의 노력과는 다르게 갑작스럽게 모두를 두고 가장 먼저 떠날 뻔하게 되죠. 그때 만난 바닷가 근처의 할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로부터 혼자이지만 기억할 수 있는 행복한 추억이 많아 괜찮으니, 더 늦기 전에 많은 추억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죠.
외로움 적응 훈련중이랍니다.
아이가 하는 걱정이나 어른이 하는 걱정이나 맥락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은 세상에 혼자 남겨질 걱정을 하며 외로움 적응 훈련을 하진 않지만, 그와 비슷한 부류인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한 걱정,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 등 매우 기우 스러운 걱정을 하며 현실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을 방해 받습니다.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되면 이런 부류의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들에 노출되지만, 선택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될 것들을 걱정하며 지금 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있지 않은지, 그렇다면 그 걱정을 지속할 것인지 벗어날 것인지를요. 영화는 매일에 충실하고 순간의 추억을 만들며 기억할 수 있는 추억들을 쌓아가는 것의 중요함을 샘을 통해 묻고 있는 듯합니다.
▶ 사랑스러운 배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이름도 어려운 두 배우, 소니 코프스 판 우테렌, 조세핀 아렌센은 영화 내내 사랑스러움 그 자체입니다. 이전 연기 경력이 없는 배우로 캐스팅했다더군요! 그래서인지 연기를 꽤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서툴고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이 들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제와 잘 어울립니다.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사춘기 소년소녀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또 또래이더라 하더라도, 그 나이 때 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이 키가 더 큰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요,영화에서도 테스 역의 조세핀 아렌센이 키가 조금 더 큽니다. 감독의 디테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네덜란드 아동 문학가 안나 왈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19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 국제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 영화제 통산 16개의 수상 경력이 있다고 합니다.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은 어린이 영화 대상으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심사위원들이 선정하는 상이라고 합니다.)
또 영화를 보는 내내 눈에서 하트가 튀어나오게 하는 영화의 배경지, 테르스헬링 섬(Terschelling)도 분명 영화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전체 매력 포인트에서 약 1/3가량은 차지할 듯 ㅎ ) 네덜란드의 서 프리지아제도에 딸린 섬이라고 해요. 가져올 수 있는 이미지가 없는 게 아쉬운데, 그쪽으로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의 블로그에서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멋져요!
▶ 한 줄기 영화
두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조조 래빗>입니다. 2차 세계대전 말기, 독일 소년단에 입단한 소년 조조와 그의 집에 몰래 숨어있던 소녀 엘사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입니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2차 세계대전과 나치 통치하의 세상, 히틀러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시종일관 밝은 톤을 유지하고 있으나, 찬찬히 관찰해보면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비극과 참상은 더 슬프고 잔인한 것 같습니다. 조조의 상상 속의 친구 히틀러를 연기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유쾌한 연기가 더해져 제 기준 작년 최고의 영화로서 매우 강력히 추천해드리고자 합니다. ?
두 소년소녀의 싱그러움에 흐뭇하고, 그들을 보며 나의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는 <테스와 보낸 여름>, 코로나로 따로 멋진 휴가지를 가지 못하셨다면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예쁜 이야기들과 경치에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처럼 좋은 영화를 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주관 가득 별점 : ★★★★
- 여름 휴양지, 못 다녀오셨다면 꼭 보세요!
- 음악, 색감, 연기 모든 요소들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눈도 마음도 즐겁습니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그린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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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무진에서도 성찰이 필요하다
감독: 김수용
출연진: 신성일,윤정희,김정철,이낙훈
시놉시스
서울에서 제약회사의 전무로 있는 윤기준은 직장 일의 피로 때문에 1주일 휴가를 내고 무진으로 내려간다. 무진은 안개가 자욱한 곳인데 그 동네는 윤기준이 6.25 전쟁 때 있었던 고향이다. 무진에 도착한 윤기준을 반기는 건 중학교 동창이자 성공한 세무서장인 조한수였고 둘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임 자리에 가게 된다. 그 모임 자리에서는 서울에서 예술 대학을 나와 무진에서 음악 교사로 일하는 하인숙이라는 여자를 처음 보게 되고 윤기준과 하인숙은 서로 가깝게 지내게 되는데...
윤기준은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면서 과거와 현재를 떠올린다. 현재의 자신에게 독백으로 말하며 지금은 무진에서 가장 성공한 동창들 중 한 명이지만 과거에는 초라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복잡하고 심리적인 압박이 있다. 그런 윤기준에게 하인숙이라는 여자는 보통의 여자가 아니었다. 한마디로 자신의 불안정한 욕구를 채워줄 여자였던 것이다. 둘은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사랑에 빠지지만 아내가 있던 그에게도 이 여자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자였고 그의 이모에게도 자신의 아내라고 칭할 만큼 한마디로 말하자면 두 번째 아내였다.
그런데 하인숙의 입장은 과연 어땠을까? 윤기준에게 서울로 같이 데려가달라고 하고 오빠라고 친근감을 보이면서 무진에서 벗어나고픈 간절한 심정 말이다. 서울의 예술 대학에서 성악을 공부했지만 무진으로 내려와 모임자리에 나가면 주야장천 유행가만 부르는 자신이 필자가 봐도 윤기준과 상황이 똑같았다. 그런 답답함에 접점이 있었던 걸까? 영화 안개는 복잡한 내면의 심리 관계를 해결하고픈 윤기준과 하인숙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복잡한 내면으로 인한 사랑 그리고 성찰
2023. 10.06 (금) 12:00 CGV 센텀시티 2관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2023. 10.04 (수)~ 2023. 10.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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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침질과 미봉책 사이
이 글은 영화 [외계+인]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선구자의 길은 언제나 멀고도 험하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과 알 수 없는 미래, 혹은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짊어진 채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아무도 없는 그 길을 담담히 걸어야만 한다.
사람들은 때로는 무모하다고 하고 또는 하던 것이나 제대로 하라는 말로 손쉽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다 너를 위한 말이라는 쓸데없는 포장지를 잔뜩 써서.
그러나 용기란 것은 언제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라고 했다. 이미 수많은 히트작으로 입지가 굳건한 최동훈 감독은 신작 [외계+인]으로 자신의 용기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본격적으로 시도된 적이 없는 시공간의 크로스 오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낯설기는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구석이 있는 이번 영화로, 감독은 다시 한번 자신이 낸 용기의 크기만큼이나 어깨 위에 신뢰를 얹을 수 있을지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게 되네...;한국 CG,몰라줘서 미안하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CG라는 산은 한국 영화에 고질병처럼 등장하는 신파만큼이나 넘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였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을 작품보다 앞세워 마케팅했던 많은 선배 영화들의 끝은, 고된 CG 작업 후 꺼진 컴퓨터처럼 짠하고 고된 채로 쓸쓸히 사라지곤 했다.
한낱 부속품이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고서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았던 전례들 덕에. 한국 영화 속 존재하는 컴퓨터 그래픽들이 저평가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노력한 만큼의 성과도 인정받지 못하고 왜 마블처럼 스토리도, 그래픽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냐는 두 배의 잔소리만 덩그러니 숙제로 남은 채로.
그러나 이번 작품은 좀 다르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우주선이 건물을 부수다 땅에 처박혀 아스팔트를 긁다 못해 까뒤집는 장면들은 이미 다른 영화들을 통해 눈에 익을 만큼 봐 왔건만. 현재 내가 보고 있는 장면들이 소위 말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한국 영화 속 한 장면이라는 사실이 만나는 그 순간에. 가슴이 마구 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와 이게 되는구나.라는 말이 절로 새어 나올 정도로 정교하고 “티 나지”않는 장면들이 꽤 많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마블”처럼”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요한 장면들에서는 예전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부분만 톡 튀어 보이는 일은 거의 없다.
덕분에 고려 시대와 현재를 오고 가는 혼잡한 설정 속에서도, CG로 인해 생기는 위화감이나 피로감은 그다지 크지 않다. 충분히 다듬어진 장면들을 보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왔음에 다시 한번 미소가 지어진다.
마블의 자수는 튼튼하다;시침질인가 미봉책인가
사진출처:다음 영화
애초에 2부로 나눠 개봉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전반부가 뿌리는 떡밥과 떡밥 회수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자신만의 분석을 하고. 그 분석을 토대로 답안지가 공개되었을 때 확인하는 재미 또한 모든 것이 결정되는 후속편을 기다리는 재미이기 때문이다.
관객과의 약속이자. 자신들이 정교하게 그려 놓은 도안에 따른 떡밥이라는 시침질을 매우 정확하고 적절하게 한 케이스는. 애석하게도 현재 [외계+인]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삼고 있는 마블이다.
물론 천하의 마블조차 한 땀 한 땀 완벽한 수를 놓지는 못했고. 최근의 작품들은 아예 도안이 없나?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명성만큼은 아직 건재한 마블이 여태 해 온 관객과의 바느질 티키타카를 보았을 때. 적어도 이 영화는 비교 대상을 잘못 잡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영화가 떡하니 시침질을 해 놓은 자리는 관객들이 보기에 잘라내도 되겠다는 마음에 자꾸 시선이 머무는 곳이 되어버린다. 그런 관객의 눈길을 애써 돌리려는 듯, 영화 속 인물들은 그것이 과거이건 미래이건 상관없이 중심 축을 잡지 않고 관객의 양쪽에 늘어서서 내 말을 들어보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 결과, 영화가 복잡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후반부 30분 정도부터는 그 속도를 올려 모든 숙제를 몰아 해치우듯 성급하게, 인물들이 직접 시침핀이 되어 영화라는 천 위를 숨 가쁘게 오고 가지만. 그런 노력에 비해 캐릭터 자체가 갖는 매력은 매우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영화의 중간중간에는 컷 편집에 있어 문외한인 나조차도 갸웃거릴법한 장면들도 보여, 영화의 완성도, 혹은 신뢰도는 수직 하락한다.
매우 용감했고 대담한 시도였음에는 틀림이 없다. 분명 영화를 보며 묘한 쾌감이 드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과연 이 바느질들이 정확한 시침질이 될 것인지. 아니면 미봉책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후자에 가깝다는 우려가 슬그머니 들어찬다.
영화에도 휴롬이 필요해;너무 많은 재료는 모든 것을 망친다
사진출처:다음 영화
충무로 최고의 혹부리 영감답게. 최동훈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이번 작품은 기본적으로 전작인 [전우치]의 틀 위에 어울릴법한 전래동화나 시조에서 따온 모티브를 얹었다. 눈에 익은 몇몇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와 자신의 전작에 대한 예우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섭섭하지 않게 마블의 세계관도 고루 둘러 넣었다.
문제는 재료들이 같거나 비슷한 크기로 갈려 목 넘김이 좋은 스무디가 되어야 했지만. 들어간 재료들이 한 번씩은 식도 벽을 툭툭 건드리며 넘어간다는 것에 있다. 하나하나 돌아보면 이야깃 거리가 될 수 있을 만큼 익숙한 재료들이 영화에 가득하지만. 거기서 오는 안전함까지 확보하지는 못했다. 껄끄럽고 성가시며. 때로는 무엇이 제대로 갈리지 못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그중 결국 삼키지 못하고 뱉어야 할 만큼 가장 큰 덩어리는 무륵(류준열)에게 자격을 묻는 장면이었다. (물론 이 장면에서 무륵은 기가 막히게 멋있었다.)
뽑지 못할 것만 같던 검을 뽑는 장면에서는 쉽게 엑스칼리버나 묠니르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런 모티브 자체가 쓰이는 것에 대한 반감은 없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자격을 주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과정은 생략되어 있다. 촉매에 대한 설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2부에서 말해주겠지.라고 속 편하게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1부에서 했어야 할 숙제까지 떠안아야 할 내일의 2부가 이미 힘겨워 보인다.
마치면서
웨하스 같은 영화다.
먹을 땐 맛있지만. 부스러기가 너무 심하게 남는다. 먹고 나서 엄마의 등짝 스매싱 생각에 순간 아찔해진다.
과자 자체의 맛이 너무 뛰어나서 잔소리를 견뎌내고 청소를 감행할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웨하스를 생각함과 동시에 내 멘탈만큼이나 흩날릴 가루들을 생각하면 다음번의 간식으로 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 일정 부분의 재미도 있고. 감탄할 부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곱씹을수록 어딘가 찜찜하다.
이 시리즈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설령 우려했던 결말이라 해도, 나는 여전히 이 수다스러운 혹부리 영감 같은 감독을 좋아할 것이다. 단지 이번 옛날이야기가 나와 맞지 않았다며 넘기고 다음 이야기를 해달라며 조를 테니까.
[이 글의 TMI]
1. 그 누가 뭐래도 딱복이 최고야.
2. 딱복 2만원치가 일주일만에 순삭되는 마법이란.
3. 체리도 곁들여 먹으면 맛있징.
4. 다음 글은 아마도 독일어 근황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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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까지 해야 살아남는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인 제도와 틀 안에서 목표를 추구하고, 노력과 도전으로 성취를 이루려 한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서는 순간, ‘정정당당’이라는 가치가 불리하게 작용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제도권 밖의 방법을 쓰고 싶지 않아도, 주변에선 불법·탈법까지 종용하는 유혹이 강력하게 다가온다. 영화 <로비>는 바로 그 ‘유혹’에 휘말린 한 인물이, 회사와 동료를 살리고자 어떤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 끝까지 알 수 없지만, 관객은 그가 맞닥뜨리는 부조리와 부패의 현실 속에서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과연 어디까지 해야 할까?'
영화는 주인공 창욱(하정우)이라는 사업가의 절망적 상황으로부터 시작한다. 회사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고, 직원들을 해고해야 할 위기가 닥치는데, 그는 정정당당하게 정부 지원을 받거나 공무원을 설득하려 한다. 그런데 잘나가는 업체나 경쟁자들은 ‘로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창욱은 자신이 너무 원칙에만 매달리고 있진 않은가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배경음악이나 화려한 액션 없이도, 오직 사람들의 말과 행동만으로 관객의 마음을 조여 오는 블랙코미디의 형식을 취한다.
[첫번째 감정] 창욱의 절박함
창욱은 나름 괜찮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세상을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처절하게 깨닫는다. 정부 고위직에게 찾아가 장점을 설명해 봐도, 아무도 듣지 않는다. 영화 초반부 창욱의 모습은 '왜 이렇게까지 외면당해야 할까?'라는 물음을 관객에게 던진다. 그의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주목해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온다.
처음에는 ‘그럴 필요까지 있나’ 하던 창욱도, 회사가 무너질 상황이 되자 결국 로비에 손을 댄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그는 너무도 어색해한다. 사람들을 술자리나 골프장으로 초대해 비위를 맞추는 모습이 전혀 몸에 붙지 않는다. 관객은 창욱이 습관적으로 '이건 아닌데…'라는 표정을 짓는 장면에서, 그의 절박함과 윤리적 갈등을 동시에 본다. 그러나 사업이 살아나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를 계속 몰아붙인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창욱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설득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깨닫는다. 아무리 절박해도, 결국 결정하는 건 다른 사람들이라는 시스템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자신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생하며 로비를 벌이지만, 수많은 사람과 금전이 얽힌 현실은 그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영화 내내 창욱의 절박함은 더욱 커지고, 그럴수록 그의 어깨는 무거워진다. 이게 옳은 길이었나?라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
[두번째 감정] 광우의 욕심
광우(박병은)는 창욱의 오랜 친구이자, 창욱이 만든 기술을 슬쩍 가져가 버려 다른 경쟁사를 만든다. 광우가 의도적으로 창욱을 배신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세상살이의 묘수라고 생각했는지는 애매하다. 다만 결과적으로 그는 비즈니스 사회에서 손쉬운 방법으로 성공해 가는 전형을 보여준다.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로비와 인맥으로 모든 판을 뒤집어 버리는 인물이다.광우의 방식은 지극히 능률적이고 노골적이다. 접대와 선물을 아끼지 않고, 고위직들을 하나씩 끌어들여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그런 식으로 얻은 이익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광우에게 양심의 가책은 전혀 없다. 영화의 전개상 광우가 보여주는 사악함은,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비와 청탁 문화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이러한 승리가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하고 의미가 있는지다. 친구의 것을 빼앗으면서까지 배를 불리는 모습을 보면, 관객은 뒷맛이 꽤나 쓰다.
영화는 광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기업들이 정부 결정권자의 눈에 들기 위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프레젠테이션이라는 겉치레 뒤에는 늘 접대와 뒷거래가 있고, 그것이 부서지지 않는 기업 생태계의 축이 되는 상황. 광우의 욕심은 극도로 노골적이고, 가끔은 코미디에 가깝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어쩌면 우리가 사는 현실의 그림자이기도 하다. 관객은 이 장면들을 지켜보며, 어딘가에서 지금도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겠지라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된다.
[세번째 감정] 최실장과 조장관의 추악함
로비의 대상이 되는 최실장(김의성)과 조장관(강말금)은 처음에는 꽤나 그럴듯한 관료처럼 비친다.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좋은 기술을 고르고, 적합한 기업을 찾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며, 제도권 내에서 올바른 절차를 지키는 척한다. 그러나 로비가 본격화되자, 그들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는 감독이 블랙코미디적으로 풀어내면서, 처음부터 대놓고 악역인 것처럼 보이기보다는 누구든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깔아놓는다.최실장은 유명 골프 선수나 연예인에게 집착하며, 은근슬쩍 성적인 욕망을 드러낸다. 처음엔 그저 점잖은 어른으로 비쳤던 그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할 때 아이처럼 떼를 쓰고 짜증 내는 모습은 당혹스럽다. 그가 점점 더 바닥을 드러내는 과정을 보면, 이 사람에게 권력이 주어졌을 때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가를 체감하게 된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최실장은 로비라는 것을 넘어, 자기만족을 위해 다른 사람을 좌지우지하려 드는 전형적 부패한 관료의 면모를 보여준다.
조장관(강말금) 역시 처음엔 골프나 경제정책에 진지한 관심을 보이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곧 추악한 이면을 드러낸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이나 인물을 함부로 대하고, 물건처럼 부리려 하는 장면은 혐오감마저 느끼게 한다. 그녀는 정부 정책을 공정하게 다뤄야 할 위치에 있으면서도, 끝내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결정권을 남용한다. 이로써 최실장과 조장관이 단순 관료를 넘어, 권력을 쥐고 이익을 취하는 부조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다.하정우 감독의 개성이 잘 드러난 블랙코미디
<로비>는 블랙코미디의 형식을 빌려, 현재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조리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기업 운영이 힘든 이유와 청탁 문화가 왜 근절되지 않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살아가면 결국 낙오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결말은 완전히 어둡지만은 않아, 마지막에는 일말의 통쾌함을 남긴다. 관객이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 않도록 하는 작은 장치가 깔려 있는 셈이다.
이번 작품은 하정우의 세 번째 연출작이기도 하다. <롤러코스터> 때 보여줬던 예측 불가의 병맛 코미디보다는 훨씬 절제돼 있지만, 군데군데 배치된 대사가 유쾌하고 날카롭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최실장 역의 김의성은 그가 잘하는 얄미운 악역을 제대로 소화하면서, 점점 망가지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조장관을 연기한 강말금 역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고위직 관료가 가진 알 수 없는 권력욕과 사적 욕심을 한껏 표출한다. 이 밖에도 유명 배우들이 깜짝 출연해 다채로운 재미를 준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는 왜 로비를 안 하면 불리해지는가다. 그리고 이 사회가 비정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인간은 왜 그 안에서 발버둥칠 수밖에 없나라는 씁쓸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어두운 에피소드 속에서 엿보이는 인물들의 반전과 웃음 포인트가 중간중간 통쾌함을 선사한다. 결코 무겁지만은 않은 톤이 <로비>만의 매력이다.
하정우 표 연출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작품도 충분히 흥미롭게 감상할 만하다. 웃음을 주면서도 뼈아픈 현실을 꼬집는 솜씨가 여전하고, 배우들의 열연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동시에, 기업의 생존 문제와 정치권력의 이면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지금 이 나라에선 더한 일도 일어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현실과 맞닿아 있다. 만약 블랙코미디 장르를 즐기고, <롤러코스터>나 <허삼관>에서 하정우의 개성 넘치는 연출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면, <로비> 역시 한 번쯤 극장에서 관람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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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_#3] 철학과 영화 사이 (with. 정태완 감독)
🎙️ Episode 3. 촬영감독 정태완 00:00 자기소개 06:27 철학과 이야기 14:59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 18:18 [날 좋은 날]이야기 19:47 홍상수 감독을 오마주한 [날 좋은 날] 23:20 다시 [날 좋은 날] 이야기 28:13 ‘공감’에 관한 이야기 34:11 영화를 계속해서 연출하지 못한 이유 36:50 종교에 관하여 41:59 촬영 감독으로서의 정태완 43:11 [풀 메탈 브레인] 이야기 & XR 이야기1 45:22 [풀 메탈 브레인]의 연출적인 이야기 47:23 한예종과 XR 이야기2 53:09 앞으로 계획 57:18 마무리 & 쑥스러움에 관한 이야기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는 단편 영화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 정태완 📍instagram @xowanc 📍사이트 https://j30n9.myportfolio.com/work ◾️ 따옴표 필름 📍 instagram @ddaompyo.film 📍 YouTube @ddaompyofilm 📍 ddaompyofil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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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포함】K-좀비는 더이상 그만
#영화 #반도 #리뷰
액션, 드라마│한국│116분
감독 연상호│출연 강동원, 이정현전대미문의 재난 그 후 4년
폐허의 땅으로 다시 들어간다!
4년 전, 나라 전체를 휩쓸어버린
전대미문의 재난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던 ‘정석’(강동원).
바깥세상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반도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제한 시간 내에 지정된 트럭을 확보해
반도를 빠져 나와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던 중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와 4년 전보다
더욱 거세진 대규모 좀비 무리가 정석 일행을 습격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은 ‘민정’(이정현) 가족의 도움으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하고
이들과 함께 반도를 탈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기로 한다.
되돌아온 자, 살아남은 자 그리고 미쳐버린 자
필사의 사투가 시작된다!#리뷰문의
adonai0919@gmail.com#트위치
https://www.twitch.tv/sura_chtr#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writerTrack: Syn Cole - Gizmo [NCS Release]
Music provided by NoCopyrightSounds.
Watch: https://youtu.be/pZzSq8WfsKo
Free Download / Stream: http://ncs.io/Gizmo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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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베어타운> 공식 예고편
아이스 하키는 베어타운의 마지막 희망이다. 그러나 준결승전 전날 어린 소녀는 트라우마를 겪을 만큼 끔찍한 일을 당하고 마을은 혼란에 빠지는데.. 과연 베어타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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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공식 티저 예고편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학교, 그곳에 고립된 효산고 학생들. "우리를 구할 사람은 우리 밖에 없어" 살고싶다. 살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