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6-24 14:25:49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재기발랄한 매력이 가득 담긴 영화
<오늘의 초능력>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씨네키즈 10 플러스 2 <오늘의 초능력>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SF | 한국 | 26분
감독 이민섭
출연 이유미, 송덕호, 김창환 등
줄거리
하루에 한 번, 숨을 참으면 투명 인간이 되는 초능력을 가진 지우.
어느 날 편의점에서 물건을 가지고 몰래 나가려다 알바생에게 잡혀 경찰서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자신처럼 하루에 한 번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민성과
하늘을 날 수 있는 하진,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김공익을 만난다.
하지만 그들 모두 오늘의 초능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는데….
이들의 만남은 우연인 걸까? 그리고 왜 오늘은 초능력이 안 써지는 걸까?
"이민섭 감독과 SF 장르의 조합이란"
ⓒ 네이버 영화
이민섭 감독은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 <갤럭시 아이즈>, <애타게 찾던 그대>와 같이
SF와 판타지 장르를 주로 만들었습니다. 이번 영화 <오늘의 초능력> 역시 SF와 판타지 장르인데요.
어린 시절 선물 받은 초능력을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은 SF∙판타지 영화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이 닮아 보이기도 합니다.
아마 모두들 어렸을 때 가졌던 순수함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모든 것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자라버린 그들은 모두 현실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초능력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했죠.
그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모습이 보이고, 우리는 그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을 한번 되돌아보게 됩니다.
(결말 스포 주의)
마지막, 영화 속 인물들은 다시 한번 히어로로 거듭나게 됩니다. 투명인간이 되어 몰래 쌀을 기부하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잡아내기도 하는 등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초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영화 중반부에 지우는 한번 밖에 쓸 수 없는 자신의 초능력을 하찮게 여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지우를 보며 왕자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죠.
영화는 우리가 그동안 하찮게 여기며 잠재웠던 능력을 일깨워주며,
그 능력을 타인을 위해, 세상을 위해 써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은 유치했을 수도 있는 스토리를 유쾌하게 풀어나가고,
또 그 안에 묵직한 메시지가 들어가면서 영화를 더욱더 매력 있게 만든 것 같습니다.
"<오늘의 초능력> 속 배우"
ⓒ 네이버 영화
모두 한 번쯤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봤을 법한 배우들이 등장하는데요.
배우들의 케미 또한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로케이션이 많지 않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연기 덕분에
영화를 흥미롭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 맘껏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찾고 있다 ?
- 어린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찾고 있다?
- 교훈을 주는 영화를 찾고 있다?
과연 여러분들의 초능력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영화 <오늘의 초능력>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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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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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낫아웃> 메인 예고편
고교 야구부 유망주 광호는 프로야구 드래프트 선발에서 탈락한다.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원하는 광호.
하지만 광호의 선택은 동료들과 보이지 않는 갈등을 만들고,
기댈 곳이 없어진 광호는 친구 민철과 함께 가짜 휘발유를 판매하는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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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아이의 세계, 그 속의 감정들
개봉 전 시사회에서 영화를 먼저 관람하고 작성된 리뷰입니다.오마이뉴스에서 [영화 속 감정 읽기] 라는 연재를 합니다. 영화리뷰안에 각 인물이 대표하는 감정을 적고 그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갓난아이들에게 옆에 있는 엄마는 의지해야 할 꼭 필요한 존재다. 먹을 것을 해결해 주고, 아직 뭐가 뭔지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엄마는 그 아이의 전부다. 그러니까 엄마가 아이의 세계다. 꼭 엄마만 그런 존재가 되라는 법은 없다. 아빠도 그런 존재가 될 수도 있고, 친척이나 다른 누군가가 아이와 오랜 시간 같이 시간을 보내고 도움을 준다면, 그 자체로 아이의 세계에 포함될 수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 아주 좁고 작은 세계지만, 아이에게 그 세계는 무너지면 안 되는 무척이나 큰 세계다.
영화 <클레오의 세계>는 주인공 클레오(루이스 모루아-팡자니)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를 어릴 적부터 키운 보모 글로리아(일사 모레노 제고)는 어쩌면 클레오의 전부다. 하지만 글로리아에게 고향으로 떠나야 할 사정이 생기고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는 클레오의 반응과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면서 그가 겪는 상실감과 그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클레오는 마음 한 구석이 시리고 슬프다. 흔들리는 클레오의 세계를 영화는 담담하고 강렬하게 담고 있다.
첫 번째 감정 - 클레오의 두려움
클레오의 세계에는 아빠도 있고,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도 있고, 보모인 글로리아도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글로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많이 웃고 떠들면서 감정을 공유한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적어도 클레오의 세계에 엄마는 없다. 그 엄마라는 존재를 대신하는 사람이 바로 글로리아다. 글로리아는 클레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이자 엄마 같은 존재다. 같이 샤워를 하고, 같이 병원을 가고, 같이 밥을 먹는다. 그러니까 일상을 공유하는 두 사람은 어쩌면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는지 모른다.
영화 초반 클레오와 글로리아의 수다와 장난을 지나면, 고향에 계신 글로리아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온다. 그 전화를 받고 글로리아가 우는 그 순간부터 클레오에게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조금씩 생겨난다. 슬픔을 잠시 묻어둔 채 클레오를 챙기고 재우는 글로리아의 모습도 그렇게 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글로리아는 어느 순간에 클레오에게 이제 자신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해 버린다. 클로에는 그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모든 아이가 그렇듯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거냐는 물음을 다시 던진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글로리아의 말에 클레오는 기운이 없어진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에겐 자신이 알던, 무척이나 친숙했던 큰 세계가 통째로 사라져 버릴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그의 두려움은 학교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운을 없애고 때론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하지만 곧 그 세계는 무너진다. 아빠에게 위로받고 또 장난도 곧잘 치지만, 그런 아빠의 노력이 텅 비어버린 클레오의 세계를 전부 채울 수는 없다.
두 번째 감정 - 클레오의 질투
글로리아가 고향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클레오는 마음속에서 글로리아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글로리아의 고향으로 놀러 가게 된다. 여기서 클레오가 겪는 일들의 대부분은 기쁨의 감정을 느낄 순간들이다. 오랜만에 자신의 모든 세계인 글로리아를 만났고, 그의 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클레오에겐 잃어버린 세계를 찾은 기쁨을 선사한다. 자신의 집이 있는 파리보다는 열악한 시골 섬의 작은 마을이지만 여기저기 다니며 구경도 하고, 바다에서 수영도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글로리아에게는 임신한 딸과 아들이 있다. 글로리아의 딸이 출산하게 되면서 그의 집에선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이때부터 글로리아는 자신의 손주를 돌보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클레오는 자신이 받던 글로리아의 사랑을 갓난아이가 빼앗아갔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이 느끼는 온 세상을 그 아이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이 작은 클레오의 마음속에 큰 질투의 불씨를 불어넣는다. 그가 글로리아의 손주에게 하는 어떤 행동은 조금은 충격적으로 느껴지지만 클레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클레오의 세계는 이미 무너지고 있었으니까.
클레오와 갓난아이가 함께 있는 모습과 클레오가 하는 행동을 본 글로리아는 클레오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친다. 그때부터 클레오는 달리기 시작하고, 해변까지 간 클로에는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든다. 폭발하는 질투심과 죄책감이 동시에 그를 괴롭힌다. 어쩌면 클레오의 세계는 이미 없어져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당황한 클레오의 표정은 그 모든 붕괴를 표현하고 있다. 클레오의 감정은 그가 해변으로 달려가는 그 모든 순간에 완전히 방출된다. 그걸 보고 있으면 보는 이들도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모르게 된다. 클레오의 질투는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속에 일종의 파괴본능을 만들어냈고, 스스로 악마가 되고 싶었던 클레오는 부끄러움에 바다로 몸을 던진다.
세 번째 감정 - 글로리아의 슬픔
이 영화가 클레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글로리아의 감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클레오를 키워온 글로리아 역시 클레오에게 많은 감정을 나눠주었다. 그렇게 서로 나눈 감정은 마치 보이지 않는 끈처럼 두 사람을 연결하고 있다. 고향으로 떠나야 하는 순간에 글로리아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그의 마음에 글로리아의 자리는 꽤나 크게 만들어져 있었을 것이다. 담담히 그 상황을 설명하고 떠나는 글로리아는 자신의 힘으로 키워낸 작은 아이의 세계를 잠시 바라보고 돌아선다.
클레오가 자신의 고향으로 찾아온 방학기간 동안, 글로리아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자신만의 사업을 준비하면서 딸의 출산을 돕고, 태어난 아이를 챙겨야 했다. 그러니까 자신에게 잠시나마 찾아온 클레오가 너무나 반갑지만, 온전히 그에게만 신경을 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글로리아는 자신의 가족을 좀 더 신경 쓰며 챙길 수밖에 없다. 여전히 클레오에게 다정한 글로리아지만, 그런 모든 상황을 지나면서 클레오의 세계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엔 글로리아가 울음을 터뜨린다. 클레오를 공학까지 배웅하며 돌아서는 그의 마음은 복잡하다. 결국 클레오와 완전히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펑펑 눈물을 쏟는다. 아마도 클레오의 방학기간 동안 클레오도 그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을 것이다. 클레오는 비행기로 향하며 울음을 터뜨리진 않았지만 글로리아는 끝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의 눈물은 클레오의 세계에서 완전히 떠나게 된 그 상황에 대한 슬픔이 담겨있다.
영화 <클레오의 세계>는 클레오라는 아이의 시선에서 상황들을 따라간다. 다양한 클로즈업을 통해 클레오가 진짜로 볼만한 장면들을 화면으로 담고, 느낄만한 감정들을 무척 잘 전달하고 있다. 특히 영화 중간중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전환 장면은 수채화 같은 이미지를 통해 클레오의 세계가 가진 따뜻함을 전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작은 아이 클레오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아주 협소한 작은 공간만 존재했던 클레오의 세계는 아마도 이 영화 속의 일을 겪고 나면 엄청나게 거대해지고 단단해질 것이다. 우리 모두가 겪은 성장기처럼. 글로리아는 비록 엄마는 아니었지만 클레오에게 중요한 존재였고, 두 사람이 나눴던 감정의 교류는 모두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영화는 그 거대한 사랑을 클레오의 얼굴과 표정으로 잘 보여준다. 영화의 원제에는 보모의 이름인 글로리아 가 들어간다. 하지만 한국에 수입되면서 <클레오의 세계>로 제목이 바뀌었다.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클레오의 세계가 곧 글로리아였으니.. 어쩌면 이 상황을 잘 표현한 완벽한 번역이 아닐까.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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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과 감독의 연출이 좋았던 영화
'고속도로 가족 Highway Family'는 이상문 감독이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백현진, 서이수, 박다온 배우들의 연기를 녹여내 만든 영화입니다. 모든 출연진들의 연기가 훌륭했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해석만은 빛나는 작품이었고 그것을 최대한 표현하려는 노력이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고속도로 가족은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데뷔한 라미란, 브라운관 데뷔작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윤호'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정일우, 홍익대학교 조소학과(자퇴)를 다니고 영화 '복수는 나의 것', '녹색의자'의 음악을 담당했던 '어어부 프로젝트'의 멤버이자 행위예술가인 백현진이 캐스팅되었습니다. 배우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보이는 백현진 배우의 스크린 데뷔작은 '꽃섬'입니다.
젊은 나이의 이 부부는 어린 자녀 둘을 데리고 "2만 원만 빌려달라는" 말을 하며 왜 고속도로 휴게소를 전전하고 있을까요? 이 작품은 '기막힌 이야기 실제 상황 297'에서 소개되었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실화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실제 상황 프로그램에서 방영되었던 방송분을 보실 수 있습니다. 휴게소를 던던하는 삶이지만, 어린 자녀 둘과 뱃속에 있는 아기로 엄마의 역할을 누나가 감당하기도 하지만, 이 가족의 중심은 엄마이며 그가 이 모든 가족 구성원을 품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면들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캐릭터 해석에 있어 김슬기 배우는 훌륭했고, 영화가 뒤로 갈수록 그의 연기에 설득됩니다. 이러한 인상은 '정일우', '라미란' 배우에게서도 느껴집니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정일우라는 시선으로 그를 보게 되지만, 말미에 가서는 그가 '기우'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라미란 역시 '정직한 후보'에서 보여준 코믹한 캐릭터가 기억나 너무나 진중한 연기가 다소 낯설게 느껴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영선’ 역에 흡입되고 맙니다.
영화 대본을 받자마자 출연 제의를 허락했다는 정일우 씨는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고착화 되어버린 자신의 캐릭터를 충분히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게 했습니다. 우는 동생에게 마이쮸를 주며 달래고, 뽑힌 이를 던진 뒤 기도를 하며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은이의 성숙함과 어린 마음을 와닿게 표현하는 '서이수' 배우와 잠자리에서 엄마의 얼굴을 어색함 없이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며 웃는 택이를 연기하는 '박다온' 배우는 지금 내 주변에서 함께 하고 있는 아이들을 연상시킬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줍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아역 배우가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양해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문구는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마음을 엿보게 해줍니다.
나이 마흔이 넘어가면서부터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이상문 감독이 만든 따뜻한 이야기는, 신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감동과 슬픔에 따듯한 눈물을 흘리게 만듭니다. 아침이 오고 밤이 가는 것을 시계가 아닌 해와 달로 표현하는 영화는 자연을 배경지 삼아 만든 씬들 속에서 영상미를 느끼게 합니다. OST (Original Sound Track) 엔딩곡은 음악감독 이민휘 씨가 만들고, 이상문 감독과 함께 작사를 하고 직접 노래 또한 불렀습니다. 엔딩곡 '걷다 보면'은 삶의 고통스러운 순간들도 언젠가는 치유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곡으로 음원 사이트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사랑과 연민, 웃음이라는 코드로 풀어낸 고속도로 가족은 몇몇 배우들에게는 그간의 굳어져 있던 이미지를 탈피하는 작품이 되어 주었고, 관객들에게는 배우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끝으로 텐트 안에서 춤을 추는 기우 가족의 그림자와 그들의 집 옆에서 춤을 추는 이들의 모습이 담긴 씬은 사회의 바운더리를 벗어난 이들이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싶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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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전쟁 중 울려 퍼진 피아노
시리아 내전 중에도 피아니스트라는 삶을 놓지 않았던 카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가 전쟁 중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고, 실화라는 사실에 더욱 혹해서 기대됐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피아노 곡들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이 작품 속에서 기능하고 있을지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예매를 했던 작품이다.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 시놉시스
극렬 테러리스트들의 점령으로 매일 총성이 울리는 전쟁터가 되어버린 시리아의 세카. 음악마저 금지되어 버린 혼란 속 피아니스트 카림은 피아노를 팔아 연주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인해 피아노가 망가져 버린다. 피아노를 다시 고치기 위해선 테러리스트의 감시와 공격을 피해 피아노 부품이 남아있다는 이웃 마을로 향해야 한다.
* 해당 내용은 서울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소개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전쟁의 황폐화를 보여주다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를 보면서 탄식이 계속해서 나왔다. 이렇게까지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준 영화가 있었을까? 치열한 전투현장을 보여준 영화들은 그간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전쟁 속에서 남겨진 민간인들의 삶에 대해 집중 조명한 작품은 개인적으로 처음봐서 그 충격이 상당했다.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사람이 죽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다. 민간인을 관리하는 테러리스트와 군부대들의 모습을 보면서 민간인들이 얼마나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일상 속에서도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총성이 bgm처럼 들리는 모습들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 폭탄이 떨어지고 황폐화된 모습을 드론을 통해 촬영해 보여주는데 회색도시 그 자체였다. 생명이라고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무너진 건물과 잔해들만 보이면서 전쟁이라는 것이 지나고 보면 인간의 삶과 환경을 파괴시키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상공에서 황폐화된 한 도시를 보여주는데 약간 공든 탑이 무너진 듯한 허탈하고도 허망한 느낌이 나서 보는 내내 굉장히 안타까웠다.
클래식의 이야기를 알면 더욱 재밌는 작품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기에 작품에서는 중간중간 주인공 카림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한 번쯤을 들었던 곡이 들려온다. 선율을 듣다보면 그의 감정이 잘 드러나고 있어서 딱히 피아노 곡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작품에서 충분히 묻어나오기 때문에 문제는 없지만 만약 작품 속 등장하는 피아노곡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음악감독이 이 피아노곡을 선택하는 데에도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이 시작함과 동시에 들려오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트로이메라이는 꿈, 명상이라는 뜻으로 현실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슈만이 자신의 미래에 클라라를 초대하고자 작곡한 ‘어린이 정경’에 포함된 곡이다. 이 연주를 시작으로 영화가 이어지는데 주인공 카림이 곧 떠날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자신의 삶을 꿈꾸면서 기대감에 부풀어 있음을 잘 보여주는 장치였다. 하지만 곧 테러리스트에게 총을 맞고 돌아온 지인이 수술대에 오르고, 카림은 그를 위해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연주한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은 폭우 속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며 작곡한 곡으로 유명하다. 카림은 아마 총상을 입고 수술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에게 끌려가 돌아오지 않는 자신의 지인들을 생각하며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연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피아노를 고치는 데 성공한 카림은 브람스의 인터메조를 연주하는데, 어쩌면 이 연주를 시작하면서 자신이 피아니스트로서 오스트리아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처럼 보였다. 브람스는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사랑했지만 끝내 클라라와 이어지지 못하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갔다. 그녀에게 헌정된 이 곡을 선택한 카림은 자신을 브람스에 빗대 피아노를 지독하게 사랑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러 오스트리아로 갈 수 없음을 알리는 복선같은 장치였다. 마지막으로 테러리스트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길거리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던 이 작품의 명장면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 이 곡은 베토벤이 새로운 각오와 함께 시련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과 피아노의 기술적인 발전이 맞물려서 창작된 작품인데, 테러리스트에 저항하면서 자신이 피아니스트로서 이 전쟁에서 테러리스트에 맞서겠다는 각오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투사가 되다
전쟁이 한 나라와 인간의 삶을 얼마나 망가트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잘 보여준 작품이었지만 마지막 결말은 기존 투사들의 모습과 비슷하게 이어져서 아쉽게 다가왔다. 한국의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는 ‘갑자기’ 독립군이 되는 이야기 구조를 많이 따르고 있다. 예를 들면 그저 자신의 삶이 중요했던 한 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이 다치고 핍박 받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독립군이 되어 일본군과 맞서 싸우고, 자신이 원했던 것을 희생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죽음도 불사르는 캐릭터로 거듭나는 서사가 은근히 많은 편인데, 개인적으로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에서의 카림 역시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음악이 금지된 시리아에서 피아니스트였던 카림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이주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엄마의 유일한 유품인 피아노를 팔아서 밀항할 수 있는 배삯을 벌어보고자 하지만 테러리스트의 방해로 피아노가 망가져 이 피아노를 다시 살리기 위해 피아노 부품이 남아있는 이웃마을로 향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피아노 부품을 가져와 피아노 수리까지 마치고 판매에 성공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이 아닌 친동생처럼 아끼는 아이를 오스트리아로 보내고, 시리아에 남아 테러리스트와 맞선다.
이제까지 영화 속에서 카림이 무모할 정도로 피아노를 고치기 위해 위험한 이웃마을로 들어간 이유가 자신이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피아니스트로서 성공하기 위해 그런것이라는 개인적 욕망으로 서사가 쌓아져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지막에 국가와 내 동료롤 위한 희생으로 바뀌면서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미끼가 되어 길거리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은 영화 자체의 명장면이었고, 이 과정에서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하고 그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카림의 서사와는 조금 배치되는 느낌이어서 ‘갑자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피아노 곡의 복선이 아닌 이야기 자체에서도 카림의 심리 변화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더라면 ‘갑자기’라는 느낌은 많이 없앨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아의 내전의 참혹함과 그 과정에서 민간인이 겪었던 피폐함에 대해서 잘 표현하고 있었던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갑자기’라는 느낌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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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들릴 음악의 세계로.
TAR는 주인공의 성인 타르(TAR)이자 쥐(RAT)와 예술(ART)의 애너그램이며 이 영화의 정체성이다. 어떤 부분에서 이 알파벳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 점을 주목하며 보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큐처럼 느껴지는 영화의 구성은 가상의 인물을 통해 실제인 것처럼 한 사람의 성공과 몰락을 생생하게 담아내어 그 강렬한 의미를 더한다. 주변 인물의 감정이 입체적이지 않아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오로지 '리디아 타르'의 심리상태를 영화의 화면에 드러내 밀도 깊은 긴장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158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가득 채우는 연기가 강렬하다. 열정을 넘어선 광기를 그린 영화 '타르'는 2월 22일 개봉했다.
상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지휘자 리디아 타르.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터라 강박증과 신경 쇠약을 달고 산다. 그만큼 주변에 끼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가 되어 평생 꿈꿔왔던 과업을 행한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있게 되며 겪게 되는 심리적인 문제는 그녀를 파괴할 만큼 큰 파도를 밀고 들어와 내부와 외부를 장악한다. 마에스트로라는 껍데기 속에 가득 메워진 알맹이의 정체를 밝힐 음악의 시작을 여는 하나의 손짓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차별이 만연한 클래식 음악계에서 성공한 타르(TAR)는 편견에서 살아남아 그 자체의 실력을 인정받는다. (ART)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어떠한 인식보다는 의무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이 그녀를 뒤덮는다. (R 전부 바뀌지 않지만 조금씩 바뀌는 세상 속에 안주하며 자아도취적인 폭력성을 주변에 내뿜는다. 욕망으로 점철된 가치관과 신념은 주변을 상처 입힌다. 예술로 포장했던 모순이 자신에게 불어닥치는 순간을 예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말러 교향곡 5번의 비극처럼 급격한 상황 변화로 인해 왜곡되는 현실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정말 제목처럼 타오르기도 하며 예술적이기도 하며 쥐새끼 같기도 한 인간 군상이 모두 드러난다.
자기도취적인 동시에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폭력성은 시간이 지나며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타르의 현실과 그녀가 비판했던 캔슬컬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놓여있었다. 얄팍한 정의감을 드러내는 현대 사회의 모순과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지점에 놓인 사람이라도 언제든지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예술가의 삶과 예술은 나누어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부합하는 지점에 도달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한 대답은 오로지 관객에게 달렸다. 음악은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만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사람으로서가 아닌 음악으로 마주할 때, 느끼는 위대함은 어쩌면 불편한 것 투성이의 것들이다. 지나칠 수 없는 메시지는 저마다의 해석이 담겨있다고 해도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 묘하면서도 모순적인 이 딜레마는 영영 이해하지 못할 말들처럼 보이지만 그 한정적인 한계는 인생의 단면에 불가하다. 어떠한 선입견에 갇혀 그 안의 것을 보지 못하면 그 본질 또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모순과 딜레마를 넘어서 그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그녀의 마지막 길로가 밝을지, 어둠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주가 시작된 순간부터 목적지가 정해진 여행은 시작된다. 그렇게 시간을 다루고 있는 이들은 '사랑'을 종점으로 4분을 연주한다. 감정에 대한 해석 순환 속에서도 매력을 느끼고 그 지점에 도달하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계속해서 스며드는 따뜻함은 지휘와 맞물린다. 무엇은 지휘하는가에서 시작하는 음악의 해석은 열정적인 모습을 영혼에 담아낸다. 그렇게 편견을 소거한 음악은 위대함 그 자체이다. 미치도록 사랑하는 음악의 광기는 자신에 의해 파괴되지만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음악 자체의 위대함으로 표현한다. 감정, 음악, 그 이상의 것들은 타오르는 열정만큼이나 타르에게 전부다. 설령 단조로운 음표라 할지라도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연주하듯 펼쳐지는 영화는 이름처럼 악보 속에 남아 타올라 꺼진다. 설령 모든 것이 다 사라져도 음악만큼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그녀의 곁을 지킨다. 새로운 시작이라 일컫는 우주선도 몰락이라고 할 수 있다면. 차별이 만연한 클래식 음악계의 벽을 허문 최초의 여성 지휘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는 소식에 상당한 기대를 안고 영화를 보았다. 얼마나 진취적이고 단단한 사람의 이야기일까?라는 생각으로 봤지만 그 상상을 무참히 깨버리는 소시오패스 범죄자의 몰락을 담고 있어 충격적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어려움 속에서 '최초'의 타이틀을 얻은 만큼 불합리한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편견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지휘가라는 일은 개인의 노력에 의한 성취이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야말로 영화처럼 은연중에 기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다뤄왔던 '연대', '희망'과 같은 일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욕망이 그릇된 방향으로 흐를 때, 권력형 성범죄는 성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영화 포스터 자체도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할 수 없는 표현을 통해 편견을 소거하여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편견'에 대한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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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왕이 걸어온 반듯한 왕도
디즈니 르네상스를 이끈 명작 '라이온 킹'이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19년에 선보였던 실사 영화에 이어 새로운 시리즈를 공개했다.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의 이야기를 담은 '무파사: 라이온 킹'(이하 '무파사')을 내놓았다.
실사 영화 '라이온 킹'처럼 '무파사' 또한 원작 애니메이션과는 일부 다른 설정을 갖췄다. 프라이드 랜드의 왕인 무파사가 알고 보니 왕의 혈통이 아닌 점, 친형제였던 무파사와 스카는 의붓형제로 변경됐다. "왕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거듭난다"는 메시지에 맞춰 무파사의 서사를 극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바꾼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심바(도널드 글로버)와 날라(비욘세)의 딸 키아라(블루 아이비카터)가 동생을 출산하기 위해 떠난 엄마와 아빠를 기다리며 라피키(존 카니)에게서 옛날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전달된다. 이는 무파사에서 심바로, 심바에서 키이라로 유산(왕의 자질)을 물려주는 걸 암시하며 3대를 하나로 연결한다.
엄마 아빠와 함께 전설의 낙원 밀레레를 찾아 이동하던 무파사(에런 피에르/브레일린 랭킨스)는 대홍수를 만나 다른 곳으로 떠밀려 왔고, 왕의 혈통이자 예정된 후계자 타카(스카, 켈빈 해리슨 주니어/테오 소몰루)를 만나면서 의형제처럼 지낸다. 어느 날 '외부자들' 백사자 무리의 습격 때문에 무파사-타카는 생존을 위해 자신들이 속했던 무리를 떠나 밀레레로 향했고, 이 과정에서 암사자 사라비(티파니 분)와 개코원숭이 라피키를 만난다.
'무파사'의 스토리 구조는 기존 '라이온 킹'과 비슷하나, 전작과 달리 용기와 지혜로 왕이 되는 무파사의 모습을 그리며 현대적으로 표현한다. 이때 '라이온 킹'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생명의 순환'을 부각하고자 새로운 빌런인 키로스와 외부자들의 폭력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초원의 밑바닥부터 모든 종이 '생명의 순환' 속에 놓인 동일한 존재라는 걸 모든 동물들에게 전파하고 독려하는 무파사의 리더십을 그린다.
이 영화의 주체가 무파사-타카 두 사자인 만큼, 어렸을 때 친형제처럼 지냈던 이들이 어쩌다 파국으로 치닫게 됐는지 관계성 변화로 영화의 살을 붙인다. 특히 '라이온 킹' 빌런 스카의 타카 시절은 흥미로웠다. 새로운 형제가 생겨 행복해했던 타카는 위기를 맞이하면서 고뇌하다가 어느 순간에 질투심을 느껴 배신하기도 한다. 비겁하고 겁이 많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우정 앞에 용기 내는 순간도 있다. 그에 반해 무파사는 심바와 다르게 완성형 캐릭터로 구축되어 있다 보니 평면적으로 느껴진다.
실사 영화 '라이온 킹'에서 진일보한 VFX(시각특수효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스케일과 영상미를 자랑했으나, 동물을 의인화하는 과정에서 대사 싱크로율이 맞지 않는 부분이 보이고 이 때문에 감정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파사'는 전작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드넓은 초원부터 폭포, 설경까지 아프리카의 장엄한 대자연부터 다채로운 감정 표현하는 동물 묘사, 디테일한 동물 털 표현까지 리얼하다. 흡사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기술력은 확실히 진화했으나, 무파사, 타카, 사라비가 함께 있을 때에는 조금 헷갈린다. 캐릭터별 특징을 다르게 표현하긴 했지만, 한 앵글에 잡혀있을 때 구분하기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그 외 완벽한 동물 묘사에 비해 물을 표현한 CG의 완성도는 옥에 티다. 물론 이 부분들은 영화를 감상하는 데 크게 불편함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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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llers of the flower moon / 플라워 킬링 문
2023년 11월 21일에 감상한 '플라워 킬링 문'에 대한 짤막한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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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소개 /
‘플라워 킬링 문’은 진정한 사랑과 말할 수 없는 배신이 교차하는 서부 범죄극으로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톤)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를 중심으로 오세이지족에게 벌어진 끔찍한 비극 실화를 그려낸다. 데이비드 그랜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며, 에릭 로스가 각본에 함께 참여했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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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
플롯구성과 연출이 눈에 띄는 영화였다.
씬과 씬을 연결하는 플롯구성이 어느하나 튀지 않고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 연출 또한 마찬가지.
가장 인상깊은 연출은 당연히 마지막씬이다.
재판 이후의 이야기를 연극형식의 나레이팅으로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현실로 끌여들였고, 마지막에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으로서 직접 등장하여 그들(오세이지족)의 마지막을 위로한다.
가장 마지막씬에서는 오세이지족들이 모여 큰 원을 만드는데, 이 원은 곧 꽃의 형상을 띈다. 이는 "flower moon"에서 희생된 소중한 영혼들을한자리에 모아 기리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3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이렇게 끌고 갈 수 있는 힘은 거장 마틴 스콜세지와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니로의 세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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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낫아웃> 메인 예고편
고교 야구부 유망주 광호는 프로야구 드래프트 선발에서 탈락한다.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원하는 광호.
하지만 광호의 선택은 동료들과 보이지 않는 갈등을 만들고,
기댈 곳이 없어진 광호는 친구 민철과 함께 가짜 휘발유를 판매하는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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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아이의 세계, 그 속의 감정들
개봉 전 시사회에서 영화를 먼저 관람하고 작성된 리뷰입니다.오마이뉴스에서 [영화 속 감정 읽기] 라는 연재를 합니다. 영화리뷰안에 각 인물이 대표하는 감정을 적고 그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갓난아이들에게 옆에 있는 엄마는 의지해야 할 꼭 필요한 존재다. 먹을 것을 해결해 주고, 아직 뭐가 뭔지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엄마는 그 아이의 전부다. 그러니까 엄마가 아이의 세계다. 꼭 엄마만 그런 존재가 되라는 법은 없다. 아빠도 그런 존재가 될 수도 있고, 친척이나 다른 누군가가 아이와 오랜 시간 같이 시간을 보내고 도움을 준다면, 그 자체로 아이의 세계에 포함될 수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 아주 좁고 작은 세계지만, 아이에게 그 세계는 무너지면 안 되는 무척이나 큰 세계다.
영화 <클레오의 세계>는 주인공 클레오(루이스 모루아-팡자니)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를 어릴 적부터 키운 보모 글로리아(일사 모레노 제고)는 어쩌면 클레오의 전부다. 하지만 글로리아에게 고향으로 떠나야 할 사정이 생기고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는 클레오의 반응과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면서 그가 겪는 상실감과 그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클레오는 마음 한 구석이 시리고 슬프다. 흔들리는 클레오의 세계를 영화는 담담하고 강렬하게 담고 있다.
첫 번째 감정 - 클레오의 두려움
클레오의 세계에는 아빠도 있고,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도 있고, 보모인 글로리아도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글로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많이 웃고 떠들면서 감정을 공유한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적어도 클레오의 세계에 엄마는 없다. 그 엄마라는 존재를 대신하는 사람이 바로 글로리아다. 글로리아는 클레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이자 엄마 같은 존재다. 같이 샤워를 하고, 같이 병원을 가고, 같이 밥을 먹는다. 그러니까 일상을 공유하는 두 사람은 어쩌면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는지 모른다.
영화 초반 클레오와 글로리아의 수다와 장난을 지나면, 고향에 계신 글로리아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온다. 그 전화를 받고 글로리아가 우는 그 순간부터 클레오에게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조금씩 생겨난다. 슬픔을 잠시 묻어둔 채 클레오를 챙기고 재우는 글로리아의 모습도 그렇게 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글로리아는 어느 순간에 클레오에게 이제 자신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해 버린다. 클로에는 그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모든 아이가 그렇듯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거냐는 물음을 다시 던진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글로리아의 말에 클레오는 기운이 없어진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에겐 자신이 알던, 무척이나 친숙했던 큰 세계가 통째로 사라져 버릴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그의 두려움은 학교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운을 없애고 때론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하지만 곧 그 세계는 무너진다. 아빠에게 위로받고 또 장난도 곧잘 치지만, 그런 아빠의 노력이 텅 비어버린 클레오의 세계를 전부 채울 수는 없다.
두 번째 감정 - 클레오의 질투
글로리아가 고향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클레오는 마음속에서 글로리아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글로리아의 고향으로 놀러 가게 된다. 여기서 클레오가 겪는 일들의 대부분은 기쁨의 감정을 느낄 순간들이다. 오랜만에 자신의 모든 세계인 글로리아를 만났고, 그의 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클레오에겐 잃어버린 세계를 찾은 기쁨을 선사한다. 자신의 집이 있는 파리보다는 열악한 시골 섬의 작은 마을이지만 여기저기 다니며 구경도 하고, 바다에서 수영도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글로리아에게는 임신한 딸과 아들이 있다. 글로리아의 딸이 출산하게 되면서 그의 집에선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이때부터 글로리아는 자신의 손주를 돌보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클레오는 자신이 받던 글로리아의 사랑을 갓난아이가 빼앗아갔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이 느끼는 온 세상을 그 아이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이 작은 클레오의 마음속에 큰 질투의 불씨를 불어넣는다. 그가 글로리아의 손주에게 하는 어떤 행동은 조금은 충격적으로 느껴지지만 클레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클레오의 세계는 이미 무너지고 있었으니까.
클레오와 갓난아이가 함께 있는 모습과 클레오가 하는 행동을 본 글로리아는 클레오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친다. 그때부터 클레오는 달리기 시작하고, 해변까지 간 클로에는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든다. 폭발하는 질투심과 죄책감이 동시에 그를 괴롭힌다. 어쩌면 클레오의 세계는 이미 없어져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당황한 클레오의 표정은 그 모든 붕괴를 표현하고 있다. 클레오의 감정은 그가 해변으로 달려가는 그 모든 순간에 완전히 방출된다. 그걸 보고 있으면 보는 이들도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모르게 된다. 클레오의 질투는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속에 일종의 파괴본능을 만들어냈고, 스스로 악마가 되고 싶었던 클레오는 부끄러움에 바다로 몸을 던진다.
세 번째 감정 - 글로리아의 슬픔
이 영화가 클레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글로리아의 감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클레오를 키워온 글로리아 역시 클레오에게 많은 감정을 나눠주었다. 그렇게 서로 나눈 감정은 마치 보이지 않는 끈처럼 두 사람을 연결하고 있다. 고향으로 떠나야 하는 순간에 글로리아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그의 마음에 글로리아의 자리는 꽤나 크게 만들어져 있었을 것이다. 담담히 그 상황을 설명하고 떠나는 글로리아는 자신의 힘으로 키워낸 작은 아이의 세계를 잠시 바라보고 돌아선다.
클레오가 자신의 고향으로 찾아온 방학기간 동안, 글로리아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자신만의 사업을 준비하면서 딸의 출산을 돕고, 태어난 아이를 챙겨야 했다. 그러니까 자신에게 잠시나마 찾아온 클레오가 너무나 반갑지만, 온전히 그에게만 신경을 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글로리아는 자신의 가족을 좀 더 신경 쓰며 챙길 수밖에 없다. 여전히 클레오에게 다정한 글로리아지만, 그런 모든 상황을 지나면서 클레오의 세계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엔 글로리아가 울음을 터뜨린다. 클레오를 공학까지 배웅하며 돌아서는 그의 마음은 복잡하다. 결국 클레오와 완전히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펑펑 눈물을 쏟는다. 아마도 클레오의 방학기간 동안 클레오도 그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을 것이다. 클레오는 비행기로 향하며 울음을 터뜨리진 않았지만 글로리아는 끝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의 눈물은 클레오의 세계에서 완전히 떠나게 된 그 상황에 대한 슬픔이 담겨있다.
영화 <클레오의 세계>는 클레오라는 아이의 시선에서 상황들을 따라간다. 다양한 클로즈업을 통해 클레오가 진짜로 볼만한 장면들을 화면으로 담고, 느낄만한 감정들을 무척 잘 전달하고 있다. 특히 영화 중간중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전환 장면은 수채화 같은 이미지를 통해 클레오의 세계가 가진 따뜻함을 전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작은 아이 클레오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아주 협소한 작은 공간만 존재했던 클레오의 세계는 아마도 이 영화 속의 일을 겪고 나면 엄청나게 거대해지고 단단해질 것이다. 우리 모두가 겪은 성장기처럼. 글로리아는 비록 엄마는 아니었지만 클레오에게 중요한 존재였고, 두 사람이 나눴던 감정의 교류는 모두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영화는 그 거대한 사랑을 클레오의 얼굴과 표정으로 잘 보여준다. 영화의 원제에는 보모의 이름인 글로리아 가 들어간다. 하지만 한국에 수입되면서 <클레오의 세계>로 제목이 바뀌었다.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클레오의 세계가 곧 글로리아였으니.. 어쩌면 이 상황을 잘 표현한 완벽한 번역이 아닐까.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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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과 감독의 연출이 좋았던 영화
'고속도로 가족 Highway Family'는 이상문 감독이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백현진, 서이수, 박다온 배우들의 연기를 녹여내 만든 영화입니다. 모든 출연진들의 연기가 훌륭했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해석만은 빛나는 작품이었고 그것을 최대한 표현하려는 노력이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고속도로 가족은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데뷔한 라미란, 브라운관 데뷔작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윤호'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정일우, 홍익대학교 조소학과(자퇴)를 다니고 영화 '복수는 나의 것', '녹색의자'의 음악을 담당했던 '어어부 프로젝트'의 멤버이자 행위예술가인 백현진이 캐스팅되었습니다. 배우뿐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보이는 백현진 배우의 스크린 데뷔작은 '꽃섬'입니다.
젊은 나이의 이 부부는 어린 자녀 둘을 데리고 "2만 원만 빌려달라는" 말을 하며 왜 고속도로 휴게소를 전전하고 있을까요? 이 작품은 '기막힌 이야기 실제 상황 297'에서 소개되었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실화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실제 상황 프로그램에서 방영되었던 방송분을 보실 수 있습니다. 휴게소를 던던하는 삶이지만, 어린 자녀 둘과 뱃속에 있는 아기로 엄마의 역할을 누나가 감당하기도 하지만, 이 가족의 중심은 엄마이며 그가 이 모든 가족 구성원을 품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면들이 잘 보일 수 있도록 캐릭터 해석에 있어 김슬기 배우는 훌륭했고, 영화가 뒤로 갈수록 그의 연기에 설득됩니다. 이러한 인상은 '정일우', '라미란' 배우에게서도 느껴집니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정일우라는 시선으로 그를 보게 되지만, 말미에 가서는 그가 '기우'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라미란 역시 '정직한 후보'에서 보여준 코믹한 캐릭터가 기억나 너무나 진중한 연기가 다소 낯설게 느껴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영선’ 역에 흡입되고 맙니다.
영화 대본을 받자마자 출연 제의를 허락했다는 정일우 씨는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고착화 되어버린 자신의 캐릭터를 충분히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게 했습니다. 우는 동생에게 마이쮸를 주며 달래고, 뽑힌 이를 던진 뒤 기도를 하며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은이의 성숙함과 어린 마음을 와닿게 표현하는 '서이수' 배우와 잠자리에서 엄마의 얼굴을 어색함 없이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며 웃는 택이를 연기하는 '박다온' 배우는 지금 내 주변에서 함께 하고 있는 아이들을 연상시킬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줍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아역 배우가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양해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문구는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마음을 엿보게 해줍니다.
나이 마흔이 넘어가면서부터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이상문 감독이 만든 따뜻한 이야기는, 신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감동과 슬픔에 따듯한 눈물을 흘리게 만듭니다. 아침이 오고 밤이 가는 것을 시계가 아닌 해와 달로 표현하는 영화는 자연을 배경지 삼아 만든 씬들 속에서 영상미를 느끼게 합니다. OST (Original Sound Track) 엔딩곡은 음악감독 이민휘 씨가 만들고, 이상문 감독과 함께 작사를 하고 직접 노래 또한 불렀습니다. 엔딩곡 '걷다 보면'은 삶의 고통스러운 순간들도 언젠가는 치유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곡으로 음원 사이트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사랑과 연민, 웃음이라는 코드로 풀어낸 고속도로 가족은 몇몇 배우들에게는 그간의 굳어져 있던 이미지를 탈피하는 작품이 되어 주었고, 관객들에게는 배우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끝으로 텐트 안에서 춤을 추는 기우 가족의 그림자와 그들의 집 옆에서 춤을 추는 이들의 모습이 담긴 씬은 사회의 바운더리를 벗어난 이들이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싶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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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전쟁 중 울려 퍼진 피아노
시리아 내전 중에도 피아니스트라는 삶을 놓지 않았던 카림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가 전쟁 중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고, 실화라는 사실에 더욱 혹해서 기대됐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피아노 곡들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이 작품 속에서 기능하고 있을지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예매를 했던 작품이다.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 시놉시스
극렬 테러리스트들의 점령으로 매일 총성이 울리는 전쟁터가 되어버린 시리아의 세카. 음악마저 금지되어 버린 혼란 속 피아니스트 카림은 피아노를 팔아 연주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나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인해 피아노가 망가져 버린다. 피아노를 다시 고치기 위해선 테러리스트의 감시와 공격을 피해 피아노 부품이 남아있다는 이웃 마을로 향해야 한다.
* 해당 내용은 서울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소개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전쟁의 황폐화를 보여주다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를 보면서 탄식이 계속해서 나왔다. 이렇게까지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준 영화가 있었을까? 치열한 전투현장을 보여준 영화들은 그간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전쟁 속에서 남겨진 민간인들의 삶에 대해 집중 조명한 작품은 개인적으로 처음봐서 그 충격이 상당했다.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사람이 죽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다. 민간인을 관리하는 테러리스트와 군부대들의 모습을 보면서 민간인들이 얼마나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일상 속에서도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총성이 bgm처럼 들리는 모습들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 폭탄이 떨어지고 황폐화된 모습을 드론을 통해 촬영해 보여주는데 회색도시 그 자체였다. 생명이라고는 단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무너진 건물과 잔해들만 보이면서 전쟁이라는 것이 지나고 보면 인간의 삶과 환경을 파괴시키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상공에서 황폐화된 한 도시를 보여주는데 약간 공든 탑이 무너진 듯한 허탈하고도 허망한 느낌이 나서 보는 내내 굉장히 안타까웠다.
클래식의 이야기를 알면 더욱 재밌는 작품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기에 작품에서는 중간중간 주인공 카림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한 번쯤을 들었던 곡이 들려온다. 선율을 듣다보면 그의 감정이 잘 드러나고 있어서 딱히 피아노 곡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작품에서 충분히 묻어나오기 때문에 문제는 없지만 만약 작품 속 등장하는 피아노곡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음악감독이 이 피아노곡을 선택하는 데에도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이 시작함과 동시에 들려오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트로이메라이는 꿈, 명상이라는 뜻으로 현실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슈만이 자신의 미래에 클라라를 초대하고자 작곡한 ‘어린이 정경’에 포함된 곡이다. 이 연주를 시작으로 영화가 이어지는데 주인공 카림이 곧 떠날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자신의 삶을 꿈꾸면서 기대감에 부풀어 있음을 잘 보여주는 장치였다. 하지만 곧 테러리스트에게 총을 맞고 돌아온 지인이 수술대에 오르고, 카림은 그를 위해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연주한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은 폭우 속 돌아오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며 작곡한 곡으로 유명하다. 카림은 아마 총상을 입고 수술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에게 끌려가 돌아오지 않는 자신의 지인들을 생각하며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연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국 피아노를 고치는 데 성공한 카림은 브람스의 인터메조를 연주하는데, 어쩌면 이 연주를 시작하면서 자신이 피아니스트로서 오스트리아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처럼 보였다. 브람스는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사랑했지만 끝내 클라라와 이어지지 못하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갔다. 그녀에게 헌정된 이 곡을 선택한 카림은 자신을 브람스에 빗대 피아노를 지독하게 사랑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러 오스트리아로 갈 수 없음을 알리는 복선같은 장치였다. 마지막으로 테러리스트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길거리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던 이 작품의 명장면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 이 곡은 베토벤이 새로운 각오와 함께 시련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과 피아노의 기술적인 발전이 맞물려서 창작된 작품인데, 테러리스트에 저항하면서 자신이 피아니스트로서 이 전쟁에서 테러리스트에 맞서겠다는 각오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투사가 되다
전쟁이 한 나라와 인간의 삶을 얼마나 망가트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잘 보여준 작품이었지만 마지막 결말은 기존 투사들의 모습과 비슷하게 이어져서 아쉽게 다가왔다. 한국의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는 ‘갑자기’ 독립군이 되는 이야기 구조를 많이 따르고 있다. 예를 들면 그저 자신의 삶이 중요했던 한 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이 다치고 핍박 받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독립군이 되어 일본군과 맞서 싸우고, 자신이 원했던 것을 희생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죽음도 불사르는 캐릭터로 거듭나는 서사가 은근히 많은 편인데, 개인적으로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에서의 카림 역시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음악이 금지된 시리아에서 피아니스트였던 카림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이주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엄마의 유일한 유품인 피아노를 팔아서 밀항할 수 있는 배삯을 벌어보고자 하지만 테러리스트의 방해로 피아노가 망가져 이 피아노를 다시 살리기 위해 피아노 부품이 남아있는 이웃마을로 향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피아노 부품을 가져와 피아노 수리까지 마치고 판매에 성공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이 아닌 친동생처럼 아끼는 아이를 오스트리아로 보내고, 시리아에 남아 테러리스트와 맞선다.
이제까지 영화 속에서 카림이 무모할 정도로 피아노를 고치기 위해 위험한 이웃마을로 들어간 이유가 자신이 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피아니스트로서 성공하기 위해 그런것이라는 개인적 욕망으로 서사가 쌓아져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지막에 국가와 내 동료롤 위한 희생으로 바뀌면서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미끼가 되어 길거리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은 영화 자체의 명장면이었고, 이 과정에서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하고 그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카림의 서사와는 조금 배치되는 느낌이어서 ‘갑자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피아노 곡의 복선이 아닌 이야기 자체에서도 카림의 심리 변화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더라면 ‘갑자기’라는 느낌은 많이 없앨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아의 내전의 참혹함과 그 과정에서 민간인이 겪었던 피폐함에 대해서 잘 표현하고 있었던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갑자기’라는 느낌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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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들릴 음악의 세계로.
TAR는 주인공의 성인 타르(TAR)이자 쥐(RAT)와 예술(ART)의 애너그램이며 이 영화의 정체성이다. 어떤 부분에서 이 알파벳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 점을 주목하며 보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다큐처럼 느껴지는 영화의 구성은 가상의 인물을 통해 실제인 것처럼 한 사람의 성공과 몰락을 생생하게 담아내어 그 강렬한 의미를 더한다. 주변 인물의 감정이 입체적이지 않아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오로지 '리디아 타르'의 심리상태를 영화의 화면에 드러내 밀도 깊은 긴장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158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가득 채우는 연기가 강렬하다. 열정을 넘어선 광기를 그린 영화 '타르'는 2월 22일 개봉했다.
상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지휘자 리디아 타르. 그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자기 파괴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터라 강박증과 신경 쇠약을 달고 산다. 그만큼 주변에 끼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가 되어 평생 꿈꿔왔던 과업을 행한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있게 되며 겪게 되는 심리적인 문제는 그녀를 파괴할 만큼 큰 파도를 밀고 들어와 내부와 외부를 장악한다. 마에스트로라는 껍데기 속에 가득 메워진 알맹이의 정체를 밝힐 음악의 시작을 여는 하나의 손짓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차별이 만연한 클래식 음악계에서 성공한 타르(TAR)는 편견에서 살아남아 그 자체의 실력을 인정받는다. (ART)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어떠한 인식보다는 의무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이 그녀를 뒤덮는다. (R 전부 바뀌지 않지만 조금씩 바뀌는 세상 속에 안주하며 자아도취적인 폭력성을 주변에 내뿜는다. 욕망으로 점철된 가치관과 신념은 주변을 상처 입힌다. 예술로 포장했던 모순이 자신에게 불어닥치는 순간을 예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말러 교향곡 5번의 비극처럼 급격한 상황 변화로 인해 왜곡되는 현실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정말 제목처럼 타오르기도 하며 예술적이기도 하며 쥐새끼 같기도 한 인간 군상이 모두 드러난다.
자기도취적인 동시에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폭력성은 시간이 지나며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타르의 현실과 그녀가 비판했던 캔슬컬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놓여있었다. 얄팍한 정의감을 드러내는 현대 사회의 모순과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지점에 놓인 사람이라도 언제든지 몰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예술가의 삶과 예술은 나누어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부합하는 지점에 도달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한 대답은 오로지 관객에게 달렸다. 음악은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만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사람으로서가 아닌 음악으로 마주할 때, 느끼는 위대함은 어쩌면 불편한 것 투성이의 것들이다. 지나칠 수 없는 메시지는 저마다의 해석이 담겨있다고 해도 객관적인 기준이 있다. 묘하면서도 모순적인 이 딜레마는 영영 이해하지 못할 말들처럼 보이지만 그 한정적인 한계는 인생의 단면에 불가하다. 어떠한 선입견에 갇혀 그 안의 것을 보지 못하면 그 본질 또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모순과 딜레마를 넘어서 그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그녀의 마지막 길로가 밝을지, 어둠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주가 시작된 순간부터 목적지가 정해진 여행은 시작된다. 그렇게 시간을 다루고 있는 이들은 '사랑'을 종점으로 4분을 연주한다. 감정에 대한 해석 순환 속에서도 매력을 느끼고 그 지점에 도달하고 싶어지는 기분이다. 계속해서 스며드는 따뜻함은 지휘와 맞물린다. 무엇은 지휘하는가에서 시작하는 음악의 해석은 열정적인 모습을 영혼에 담아낸다. 그렇게 편견을 소거한 음악은 위대함 그 자체이다. 미치도록 사랑하는 음악의 광기는 자신에 의해 파괴되지만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음악 자체의 위대함으로 표현한다. 감정, 음악, 그 이상의 것들은 타오르는 열정만큼이나 타르에게 전부다. 설령 단조로운 음표라 할지라도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연주하듯 펼쳐지는 영화는 이름처럼 악보 속에 남아 타올라 꺼진다. 설령 모든 것이 다 사라져도 음악만큼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그녀의 곁을 지킨다. 새로운 시작이라 일컫는 우주선도 몰락이라고 할 수 있다면. 차별이 만연한 클래식 음악계의 벽을 허문 최초의 여성 지휘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는 소식에 상당한 기대를 안고 영화를 보았다. 얼마나 진취적이고 단단한 사람의 이야기일까?라는 생각으로 봤지만 그 상상을 무참히 깨버리는 소시오패스 범죄자의 몰락을 담고 있어 충격적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어려움 속에서 '최초'의 타이틀을 얻은 만큼 불합리한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편견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지휘가라는 일은 개인의 노력에 의한 성취이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야말로 영화처럼 은연중에 기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서 다뤄왔던 '연대', '희망'과 같은 일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욕망이 그릇된 방향으로 흐를 때, 권력형 성범죄는 성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영화 포스터 자체도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할 수 없는 표현을 통해 편견을 소거하여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편견'에 대한 정면돌파를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