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udong2022-06-26 02:18:42

(의외로) 치밀하고 꼼꼼하게 덫을 팠다

<종이의 집 : 공동 경제구역> 파트 1, 스포일러 없는 후기

잊힐 때쯤 돌아온 우리나라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다. 우리나라에 OTT가 정말 많다. 디즈니플러스도 있고 쿠팡플레이도 있고 왓챠도 있다. 다 가지각색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왓챠의 <좋좋소>와 <시멘틱 에러>, 쿠팡플레이의 <안나>, 티빙의 <돼지의 왕> 등등 방송사 드라마의 퀄리티를 상회하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이 유행의 선두주자는 단연 넷플릭스다. 작년 <오징어 게임>으로 초대박을 치더니 <지옥>은 국내에서 좋아하는 평론가도 있을 정도로 웰메이드 드라마를 쏟아내고 있다. 

 

넷플릭스라는 OTT가 가지는 장점이 있으니 이는 시너지가 분명하다. 다른 나라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넷플릭스. 이 덕에 <종이의 집>이나 <퀸즈 겜빗>까지 다양한 나라들의 드라마를 볼 수 있다. 이런 쉬운 접근성이 완성도와 관련이 있을까? 뭐 아닐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지만 좋은 건 세계가 방구석에 앉아서 우리의 컨텐츠를 보고 감탄할 수 있으니 2022년을 사는 우리나라는 이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2022년 6월, 넷플릭스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바탕으로 스페인 드라마 리메이크작을 발표했다. 통일이 된 대한민국에 강도사건이 일어났다.

 

 

 

 

아무렇지 않게 다가온 큰 일

20대 중반, MZ세대의 한가운데에 있는 나지만 난 방탄소년단의 음악 5곡 이상을 알지 못한다. 물론 훌륭한 보이그룹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왠지 손이 가질 않았다. 근데 이 사람은 달랐다. 북한에 살던 주인공 홍단이는 아미의 회원이라고 한다. 헤드셋 끼고 계단에서 춤추는 것도 창피하지 않나 보다.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서 덕후로 살아남기란 어렵다. K-POP의 팬으로 그렇게 아슬아슬한 덕후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즈음이었다. 왠지 모르게 덕업 일치가 성사된 느낌이 든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에서 끝나는 수준이 아니었던 그녀. 홍단은 알고 보니 직업 군인이었다. 그렇게 군 복무를 지속하던 홍단. 이때, 사건이 터졌다. 통일이 된다고 한다. 모두들 기대하지 않았는데, 일이 벌어졌다.

 

 

남북한은 '공동 경제구역'을 만들어 조폐국을 만들었다. 지금 당장 나라를 합쳐 운영하기엔 걸린 제약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일단 조폐국을 만들어 통일 진행에 있어 바운더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조폐국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이 부서는 돈을 찍어내는 곳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조폐국에는 직원이 있다. 웬 중년의 아저씨는 시선을 어디로 둘 지 불안정하다. 시선이 도착한 곳은 미녀 여직원이다. 나 자기 보고 싶었어. 남자와 여자는 뭔가 숨어 지내야만 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는 남자에게 말한다. 나. 당신 아이 임신했어요. 

 

 

드라마는 조폐국 외부의 이야기로 이어간다. 통일 한국에 살던 교수라는 남자는 강도단을 모으고 있었다. 교수의 목표는 조폐국이었다. 홍단에게도 차례가 돌아왔다. 홍단은 이 강도단에 영입됐다. 서로 신상정보도 모르는 채로 '도쿄' '베를린' '나이로비'와 같은 주요 수도국으로 닉네임을 정한다. 그렇게 계획을 실제로 움직이는 강도단. 하회탈을 쓴 채로 조폐국을 잡고 인질극을 벌이는 데 성공한다. 그 인질 중에는 불륜 중에 아이를 임신했던 영민과 미선이 있었다. 이 긴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남북한은 경찰을 꾸려 협상팀을 만들었다. 북한의 차무혁 대위와 선우진 경감은 이 사태에 맞서 인질극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만전의 노력을 기한다. 여기까지의 내용이 파트 1의 1화 내용이다. 앞으로의 줄거리도 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장점이 분명 있어

시놉시스를 내 나름대로 쓰며 느낀 건 소재가 굉장히 신선했다. 보면서는 못 느꼈는데 이런 키워드의 드라마/영화가 몇 편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선한 소재를 잘 구현하듯 드라마의 강점은 시각화와 사운드 활용이다. 일단 하회탈이라는 소재 잘 골랐다. 그 묘하게 기괴한 무드를 표현한 느낌이 좋았다. 또 인질과 강도단이 입는 옷의 색감, 조폐국의 비주얼화까지 2022년의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은 좋았다. 또, 통일 직후에 그냥 생각 없이 '다 잘될 거야' 식의 묘사가 아니라 조폐국이라는 중간 바운더리를 제시해서 상상력에 힘을 부여한 것도 좋았다. 감독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사운드 편집에도 강점을 가졌다. 이 드라마의 다른 강점 중 하나는 액션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 액션 생동감에 사운드가 한몫을 차지했다. 피 터지는 소리, 펑 발포하는 소리까지 배우들의 고생뿐만 아니라 제작진분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또 드라마를 보다 보면 BGM이 좀 자주 들린다. 이때 자주 들린다는 것도 3화 좀 넘어가고 나서야 알았다. 이 말은 즉슨 적재적소로 인물의 내면을 드러냈다는 뜻이 될 것이다. 특히 교수와 선우진 경감과의 인물관계를 묘사할 때 삽입됐던 OST가 기억에 남는다. 연출의 디테일함이 빛났던 부분이다.

 

또 이 드라마의 강점은 이야기 전개다. 어느 부분에서는 그동안 봐왔던 범죄물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양 진영 간의 두뇌싸움 묘사가 빛을 발했다. 어느 부분은 '아 이거 이렇게 반전 있을 듯' 생각하다가도 '헉' 싶은 부분도 있으니 나름 서사의 꼼꼼함이 장점으로 발현된 셈이다. 그냥 단순히 기발한 방식으로 논파해서 생각 외의 문제 해결 솔루션이 쨘하고 나오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를 위해서 각본이 하나 둘 단계들을 잘 닦아놔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 전개에 시점을 철저하게 맞춰 의외의 반전에 타격감을 부여하니 이 역시 연출의 승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하는 부분이 6화 안에서 대응을 이루는 부분도 있어서 이 나름대로도 극의 개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이 드라마가 공개되고 2일이 지났다. 이미 많은 분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 드라마 관람 후기가 떴을 것 같다. 그리고 많지 않겠지만 적지 않은 평이 올라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평을 반영할 때 1화의 조악함은 좀 심각하다. 일단 1화의 극초반부 장면은 홍단이 시청자들에게 방탄소년단의 팬임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그리고 계단에서 춤을 춘다. 텍스트라서 춤을 추는 모습을 묘사 못 하는 게 애석할 정도다. 이 부분 보고 끄는 사람 적지 않을 거라 예상한다. <버닝>에서 그레이트 헝거를 찾으며 안무를 보여주던 배우와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공감성 수치다. 뭐 '아미'라는 것에 개연성을 부여하면 후의 액션이 어색하지 않게 된다. 이해할 수는 있지만 굳이 이런 방식으로 안 만드는 게 나은 장면을 넣어 인물의 성격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가? 는 의문점이 든다. 그리고 홍단이 총기류 다루는데 능하다는 특성을 굳이 방탄소년단의 음악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지도 않다. 그냥 직업군인이라고만 제시해도 후반부의 이야기 전개에 아무 지장이 없다. 또 K팝의 팬이라는 설정 하나에 좀 많은 상황을 퉁 치고 넘어가는 감이 있다. 뭔가 그럴듯한 이유 없이 인물의 운명을 가로지르는 일들이 많이 오고 간다.

 

또 대사의 디렉팅 톤이 다 이상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나아지긴 하지만 뭔가 후시녹음을 한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유지태, 김윤진, 전종서, 김성오, 박명환 같이 영화, 드라마에 나와서 검증받은 배우들이 다 따로 노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얼마 전에 <브로커>를 보면서 느꼈던 부분인데, 문장이 번역체 같다. '혼자 재미보고 싶으면 가서 딸이나 쳐' '너 같은 피라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 해' '뽀시래기 입장' '전방 500M. 대기들 타시고' 이런 대사들은 일반인이 쓴 문장 같다. 굳이 거기서 한 인물이 '재미보고 싶으면~'이란 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 또 '뽀시래기 입장'같은 대사들은 우리 영화 팬들이 사랑해 머지않는 대사인 '선수 입장'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각본에서 쓴 대사 문장들이 한동안 안 쓰던 것들을 차용하다 보니 1화에서 주는 난이도가 더 업그레이드된다. 이게 단순히 대사에서 오는 오글거림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 톤이 다 따로 논다. 이 어색함은 보는데 몰입이 안 될 정도다.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 <D.P>의 신선함을 기대했던 구독자들에게 하차의 충동이 느껴지는 부분으로 기능하기 충분하다.

 

 

 

넷플릭스 공무원과 그냥 공무원

그렇게 초반부를 넘어가야 보이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끝까지 볼 가치가 있다. 일단 베를린 역을 맡은 박해수 배우의 퍼포먼스가 놀라웠다. 최고 작은 역시 쌍문동 천재 <오징어 게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본작의 베를린은 그렇게 큰 변화가 없는 목소리 톤으로도 청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이 인물이 갖고 있는 특징은 광기다. 근데 광기에 살짝 구멍이 있어야 한다. 어쩌면 살짝 안 맞을 수도 있는 캐릭터 설정을 베테랑 배우의 노련함으로 돌파한다. 1화와 2화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이 박해수 배우의 흡인력으로 주파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후반부에 이 인물의 연기 내공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아마  6화까지 보고 시청자 분들의 머릿속에 남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또 유지태 배우의 연기는 오해하기 쉬울 것 같다. 앞서 쓴 '따로 노는 대사 톤'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교수 역이다. 지나치게 설명하는 느낌, 인위적인 톤까지 얼핏 보면 가장 크게 다른 역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또 교수 성격상 조폐국 밖에서 오더를 내리는 형식이라 이 고립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가장 결정적으로, <올드보이>와 <봄날은 간다>에서 볼 수 있었던 임팩트와 거리가 있는 느낌이라 글쓴이가 처음 볼 때는 ? 싶었다. 그러나 극이 전개되면 될수록 이 역은 유지태 배우가 갖고 있는 자산이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5~6화가 되면 이 인물의 입장이 제시된다. 이때 표현해야 할 인물의 이중성을 눈빛, 목소리톤으로 소화해낸다. 새삼 놀랍지만 유지태 연기 잘하는 배우다.

 

무난하게 보기 좋아 

워낙 명성이 자자한 원작이 있다. 이거 굳이 원작 안 봐도 된다. 모르시는 분들은 그냥 보시는 것 추천한다. 이게 나중에 찾아보니까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원작을 알던 분은 이 장면이 어떻게 바뀌었고 우리나라 화 됐는지를 꼼꼼히 챙겨보는 재미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전종서, 유지태, 박해수 같은 배우들이 강도단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도 팬들 입장에서 장점으로 발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김지훈 배우가 이런 사람이었어? 하는 놀라움과 이주빈 배우의 미모도 드라마의 강점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근데 뭐 이런저런 걸 빼서라도 갈등구조나 긴장감 묘사, 사건전개 속도가 탄탄한 강점인 드라마 충분히 무난하게 보기 좋다. 1화의 초고난이도 진입장벽만 버틴다면 파트 2를 기다리고 있는 여러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성자 . udong

출처 . https://brunch.co.kr/@ddria5978uufm/362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