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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작가2022-07-01 12:33:49

어장 속 물고기

영화 [헤어질 결심] 줄거리 / 결말 해석 / 스포일러 / 후기(리뷰)

줄거리 

산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사체. 담당 형사인 해준은 사망자의 아내인 서래를 만나게 된다. 중국인이라 한국말이 어색하다는 서래는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에도 좀처럼 눈물을 보이거나 동요하지 않는다. 그저 '마침내'라는 단어를 쓰며 피식 웃을 뿐.

어딘가 미심쩍인 남자의 죽음에 해준은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잠복근무를 한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서서히 빠져들게 되는데…

 

감상포인트 

  1. 감독이 원래 산과 바다라는 챕터로 영화를 나누려고 했다는 점을 기억하자.

  2. 초밥을 사준다는 건 분명 스윗한 행동이지만, 그 이후에 오는 상징들은 전혀 스윗하지 않다.

  3. 어장 속 물고기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감상평
“축하해. 살인 사건이래.”
생선의 배를 가르던 해준 대신 전화를 받은 아내 정안은 이야기한다. 그러자 해준의 눈동자에는 생기가 돈다. 우습게도 그의 눈은 죽은 시체와 참 비슷하다. 눈을 뜨고 죽은 시체들처럼 파리가 달라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해준은 인공눈물을 넣는다. 겉으로는 살기 위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죽음을 갈구하는 자의 모습이다. 물고기 주제에 ‘인공’눈물을 넣어 삶을 연명하느니 차라리 죽음이 낫기 때문에, 그는 자꾸만 죽음을 쫓는다.


“한 칸, 한 칸, 마치 초밥을 집어먹는 것처럼 쉽습니다.”
해준이 서래의 행적을 따라가며 계단을 오를 때, 그의 전 남편인 기도수가 했던 말이다. 이 말 때문에 해준의 위치는 명확해진다. 그는 바다 위로 올라온 물고기다. 그는 잘게 썰려진 채로 스스로 서래의 밥상 위에 오른다. 그래서 서래는 밥을 먹을 필요가 없다. 해준이 자진해서 밥상 위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냥 초밥 같은 거 시켜 먹자니까.”
정안은 남편이 밥상을 차려주자 이렇게 말한다. 해준은 아내에게 자신을 내어줄 마음이 없다. 그런 남편의 마음을 떠보듯이 정안은 생선 눈알을 콕콕 찔러본다. 그러곤 곧바로 물티슈를 꺼내 손을 삭삭 닦는다. 마치 못 만질 것을 만진 것처럼. 우습게도 해준이 손가락을 물린 대가로 받아온 자라는 바다에서 서식하지 않는다. 자라는 민물이나 늪에 사는 생물이다. 정작 정안이 관심 있었던 것은 바다 물고기가 아니라 민물 자라였다. 해준은 그 자라에게 대차게 물렸고.

“난 당신의 미제 사건이 되고 싶어요.”
서래의 ‘헤어질 결심’이란 영원히 해준의 사랑을 탐하는 일이다. 서래는 해준이 죽음을 쫓기 때문에 자신 주변을 서성인다는 것을 잘 안다. 죽음을 택한다는 것은 곧 해준이 사랑하는 대상이 되는 일이다. 서래의 죽음은 엄마를 닮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서래의 엄마는 그녀가 자신을 떠나길 원해서 죽음을 택했지만, 서래는 해준이 자신에게 머무르길 원해서 죽었으니까.





“깊숙한 바다에 던져버려요. 아무도 찾을 수 없게.”
첫 번째 죽음은 산, 두 번째 죽음은 수영장, 세 번째 죽음은 마침내 바다. 마지막 장면에서 해준은 바닷가를 서성이며 애타게 서래를 찾는다. 해준이 바다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아는 서래는 영리하게도 그가 영원히 쫓아다닐 수 있게 바다로 도망간다. 해준이 바다로 걸어갈 때, 서래의 손바닥 안에 있는 것처럼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었다. 어쩌면 해준은 영원히 서래의 어장 속에 갇혀버린 것이 아닐까.



 

 

사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아주 찝찝했다.

나는 서래가 물에 잠기는 직접적인 장면은 나오지 않았기에 그녀가 구덩이에서 나와 도망갔을 것이라 생각한다. 구덩이 자체가 함정이고 해준은 그 함정에 걸려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해준은 그 함정을 즐기는 것 같다. 구덩이 속에 들어간 서래나, 녹음 파일을 듣고 바다를 헤매는 해준이나 내게는 다 변태스럽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누구나 ‘헤어질 결심’을 하고 살아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헤어지지 않으려는 결심을 하기 때문에 삶은 고달프고 사랑은 아프다. 해준과 서래는 진실을 몽땅 바닷속에 던져버리고 다시 찾으려 하지 않는다. 정직하고 진실되게 살아가기보다 도피와 외면을 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영화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어쩌면 그런 부분이 나에게는 아름답게 다가오지 않은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별점

★★★(3.0 / 5.0)

섬세하게 만들어진 영화이긴 하나,

때론 그 섬세함이 독이 되기도 한다.

작성자 . 담작가

출처 . https://blog.naver.com/shn0135/222796102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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