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18 10:28:26
[JIMFF 인터뷰] 영화와 음악으로 전하는 진심
'오랜만이다' 방민아 배우
영화와 음악으로 전하는 진심, 영화 '오랜만이다'의 방민아 배우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선정된 영화 '오랜만이다'는 가수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무채색의 일상을 살던 33살의 여자 연경이 오래된 기타를 매개로 순수했던 10대 시절의 감각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다. 8월 13일, 엽연초 하우스에서 방민아 배우를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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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랜만이다'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영화 '오랜만이다'에서 연경 역할을 맡은 배우 방민아입니다. 제가 맡은 연경이라는 인물은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어린 소녀였고, 현재는 서른세 살의 성인이 되어 여전히 음악을 하는 여성입니다. 음악을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어요. 여기에 현수라는 인물이 나타나면서 연경이의 음악에 굉장한 영감을 주게 되고, 앞으로 계속해서 음악을 할 수 있게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마음 한편의 추억, 그리고 향수와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 속 음악이 주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영화 '오랜만이다'에 담긴 음악이 주는 힘은 ‘진심’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연경이는 진심만을 말할 수 있는 친구였는데, 그것이 노래에 고스란히 잘 담겨 있어요. 현재에서는 과거와는 다르게 무언가와 타협을 하는 음악들이 많이 나와요. 두 음악이 상반되는 게 저는 좋더라고요.
영화 속 가장 좋아하는 OST는 무엇인가요? 저는 모든 OST가 다 좋은데, 그중 한 청년이 쓴 ‘고양이 별’이라는 곡이 굉장히 애정이 가더라고요. 제가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보니 이상하게 그 노래가 되게 좋았어요.
영화 촬영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는 무엇인가요? 정태춘 선생님의 '들 가운데서'를 가장 많이 들은 것 같아요. 연경이에게 힘을 주는, 힘의 원천 같은 노래였습니다.
영화에서 음악을 하시는 모습이 무척 반가웠는데요. 이런 역할이 들어온다면 또 하실 건가요? 백 퍼센트 할 의향이 있어요. 너무 즐거웠던 작업이었습니다. 그리웠고요. (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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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님께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어떤 의미인가요? 무척 특별했어요. 이번에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엔 처음 초청받아 참여하게 됐는데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고, 내년에도 또 오고 싶습니다. 다른 영화제들과는 다른 뿌듯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제 '히든트랙' 행사에 참여했는데, 영화를 함께 보면서 음악을 즐기다가, 영화가 끝나고 영화 안에서 들었던 곡들을 다시 라이브로 바로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관객분들의 말을 들으니 기쁨이 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들의 사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 하나씩 잘 살피면서 하고 있고 그러다 보면 또 어딘가에 제가 머물러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JIMFF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오시면 정말 재밌으실 거예요. 영화를 보고 그 영화 속에 있던 음악을 그 자리에서 같이 즐길 수도 있고, 또 음악 영화제인 만큼 많은 가수분들도 오시고, 공연도 있어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인 것 같습니다. 저는 내년에도 꼭 다시 올 거예요.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민서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혜지, 신효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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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3월 셋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만들어진 역사적인 순간들
ⓒ The Hollywood Reporter
전 세계 영화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매년 뛰어난 작품들이 자리를 빛내 왔지만 올해는 유난히 특별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우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편집상을 수상하며 무려 7관왕을 달성한 일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죠. 국내에서도 대형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영화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수상을 기원하는 분들도 많이 보였는데요, 특히 배우 양자경은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데 성공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 주었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남우주연상 수상자였지만 폭행 사건으로 인해 아카데미 출연이 금지당한 윌 스미스 대신 2001년 유색 인종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할리 베리가 시상을 진행해 더욱 감동적인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 In-Cyprus
더불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웨이먼드' 역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준 배우 키 호이 콴 역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는데요, 덕분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역대 최초로 배우상 4 부문 중 2 부문을 동양인이 수상했다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SF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며, 그동안 역사 영화나 전기 영화, 전쟁 영화를 선호했던 아카데미를 생각해 보면 엄청난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 Daily Sabah
이와 더불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그리고 장편 애니메이션상까지 거머쥔 감독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블랙 팬서>를 통해 흑인 여성 최초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했던 디자이너 루스 E. 카터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올해,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속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로 또 한 번 아카데미 의상상의 주인공이 되었는데요, 이로써 카터는 흑인 여성 최초로 두 번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는 유일무이한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 NDTV.com
음악상의 경우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가 트로피를 거머쥐며 인도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수상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레이디 가가, 리한나와 같은 미국의 유명 가수들을 제치고 이뤄낸 성과인 데다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초로 공연을 선보인 인도 음악이 되어 인도인들을 비롯한 전 세계 유색인종들에게 더욱 의미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위기에 봉착한 한국 영화계
ⓒ 네이버 영화
영화진흥위원회가 15일 발표한 '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 매출 및 관객 수가 2004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를 찍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월 전체 매출액은 691억 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였을 때 36.3% 수준이며, 극장 관객 수 역시 642만 명으로 2019년 2월 관객 수의 28.8%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외국영화의 강세로 인해 한국 영화의 관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7.4%까지 줄어들었고, 한국영화의 매출 점유율과 관객 점유율 모두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2월 중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2월은 설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한국영화가 흥행하는 시기로 국내 영화들이 해외 영화에 비해 강세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올해 설 연휴 개봉한 <교섭>과 <유령> 등의 한국영화의 흥행성적이 저조했고,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예기치 못한 롱런과 MCU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의 개봉 등으로 인해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역시 8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수요일 개봉한 <소울메이트>를 비롯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웅남이>, <리바운드>, <킬링 로맨스>, <드림> 등의 국내 기대작들이 과연 관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양자경 수상소감 중 ‘여성들에게’ 멘트 삭제한 SBS
ⓒ TIME
앞서 아카데미 시상식의 역사적인 순간들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양자경의 수상 소감 또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양자경은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올라 자신과 닮은 어린아이들에게 큰 꿈을 꾸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여성 여러분들, 다른 이들이 여러분들에게 전성기는 지났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세요. 결코 포기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 몇 마디에 그녀가 담은 메시지는 아주 명확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이었는데요, 해당 소식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SBS가 양자경의 수상소감을 자의적으로 편집한 것이 드러나 뭇매를 맞았습니다. SBS가 뉴스를 통해 공개한 수상소감 영상에서는 '여성 여러분'이라는 단어가 자막에 등장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음성 역시도 눈에 띄게 삭제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네티즌들의 항의와 비판이 빗발치자 SBS 보도국 측은 일부 언론을 통해 "꼭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해당 단어를 삭제했다"라고 밝혔지만, 더욱 거센 비판을 받은 뒤 결국 문제가 된 유튜브 영상을 교체하며 왜곡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국내외 통계가 입증하듯이 국적·인종을 떠나 중년이 될수록 기회가 많아지는 남성배우들과 달리, 여성배우들은 배역 부족에 시달리게 됩니다. 거기에 백인 배우들의 입지가 월등한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라면 그 기회는 더욱 줄어드는데요, 양자경이 오스카 95년 역사상 여우주연상을 탄 첫 아시아계 여성이란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이러한 현실 속 양자경의 여우주연상 수상과 그녀가 수상소감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분명 중요한 것이었고, 이를 제 입맛대로 편집해 버린 SBS 측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응당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더 글로리 파트 2', 3일 연속 글로벌 1위
ⓒ NME
학교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사적 복수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글로벌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전 세계 TV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국가별로는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칠레, 홍콩, 일본, 인도네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필리핀 등 42개국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한편,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15일 '만약 <더 글로리>를 보고 복수에 대한 갈증이 남았다면, 이 K-드라마를 챙겨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더 글로리'를 비롯한 한국 드라마를 여럿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 추천한 드라마 목록에는 배우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재벌집 막내아들’과 ‘빈센조’, 청년 사업가의 15년에 걸친 복수를 그린 ‘이태원 클라쓰’, 법으로 단죄하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적 복수를 그린 ‘모범택시’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한편, 충북 지역의 중학생들이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따라 네티즌들은 해당 사건에 대해 '현실판 더 글로리'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학교폭력 사건들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신작에 출연 논의 중인 배우들
ⓒ Deadline
며칠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받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넷플릭스와 함께 실사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제작한다고 합니다. 델 토로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며 앤드류 가필드, 오스카 아이작, 미아 고스가 출연을 논의 중에 있다고 하는데요,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영화의 제작은 매우 초기 단계에 있으며,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앤드류 가필드는 훌루의 미니시리즈 <천국의 깃발 아래>에서 주연을 맡았으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넷플릭스 영화 <틱, 틱...붐!>에 출연해 호평을 받았고, 오스카 아이작은 미니시리즈 <Scenes From a Marriage>와 마블의 <문나이트>, <더 카드 카운터>, <듄> 등에 차례로 출연하며 활발히 활동 중에 있습니다. 미아 고스는 최근 선댄스 영화제에서 초연된 브랜든 크로넨버그의 공포영화 <인피니티 풀>에서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로맨스 영화 주인공으로 만나는 앤드류 가필드와 플로렌스 퓨
ⓒ Vanity Fair
앤드류 가필드의 팬이라면 기뻐할 만한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14일 미국 잡지사 데드라인은 배우 앤드류 가필드와 플로렌스 퓨가 영화 <We Live In Time>에 출연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영화의 세부적인 줄거리는 비밀리에 부쳐지고 있으며, 관계자는 영화에 대해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몰입감 넘치는 러브 스토리"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12일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함께 각본상 시상에 나서 영화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기도 했는데요, 각각 스파이더맨과 블랙 위도우라는 슈퍼 히어로로 활약했던 이들이기에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난다는 소식에 설레는 관객들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플로렌스 퓨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파트 2> 등의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10번째 작품’ 준비하는 쿠엔틴 타란티노
ⓒ The Film Stage
영화팬이라면 두 팔 들고 환영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영화가 제작 중에 있다는 소식입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THR)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현재 '영화 평론가'(The Movie Critic)라는 가제를 가진 각본을 완성한 상태로, 오는 가을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단독보도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작품은 19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LA를 배경으로 하며,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 때문에 타란티노가 전설적인 평론가 '폴린 카엘'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1919년생인 폴린 카엘은 1968년부터 1991년까지 뉴요커 매거진에서 평론가로 활동했으며, 에디터들은 물론 영화감독과도 싸움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한편, 이전부터 꾸준히 10번째 작품을 끝으로 은퇴할 것이라고 밝혀 온 타란티노 감독이기에 이번 영화가 그의 마지막 필모그래피가 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있는데요, 감독은 작년 11월 자신의 새 에세이를 홍보하며 8부작 텔레비전 시리즈를 촬영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적 있습니다. 다만 주제나 출연자, 배급사 등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라 확실히 알려진 바는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이선빈, 영화 '숨비소리' 출연 확정
ⓒ 이니셜 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선빈이 차기작으로 영화 <숨비소리>를 선택했다는 소식입니다. <숨비소리>는 '해녀가 수면에 올라 숨을 내뱉는 소리'라는 뜻으로, 평생을 해녀로 살아온 엄마와 딸, 그리고 손녀까지 3대에 걸친 모녀의 따뜻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고 합니다. 이선빈은 그중에서도 손녀 '구해진' 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영화는 제주도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을 진행해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한껏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편, 이선빈은 최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 2>에서 예능 작가 '안소희' 역을 맡아 현실감 있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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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씨네뉴스는 여기까지 인데요, 아카데미 시상식부터 시작해서 즐거운 소식이 여럿 들렸던 떠들썩한 일주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은 한 주도 힘차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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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약돌로 마녀를 쓰러뜨릴 때
이 글은 영화 [블랙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퍼가거나 인용 시 출처를 반드시 표시해주세요.
예고편만 보면 공포영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블랙폰]은 성장 드라마에 조금 더 가깝다.
그리고 이 성장 드라마의 공식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의 모티브를 많이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크게 아이들, 어른, 그리고 탈출의 수단.
총 세 가지의 갈등 요소들을 등장시키고. 각자 충실하게 영화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발로 밟아대며 꾹꾹 다지려 애쓴다.
명절 시즌이면 예상되는 영화 장르로 극장계가 점령되기 쉬운데도, 통상적이지 않게 공포 영화의 가면을 쓰고 관객들을 맞이하는 영화 [블랙폰]의 요소들을. 헨젤과 그레텔의 형식을 빌어 리뷰해보려 한다.
아이들, 헨젤과 그레텔;ignition sequence starts.
사진출처:다음 영화
최근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블랙폰]은 아이들의 서사나 일상을 보여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덕분에 영화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로 이동한다. 아이들이 그 시기에 가진 가진 두려움도. 스스로에 대한 실망도. 또한 남에게는 말하기 힘든 비밀도 등장인물들의 순수한 입과 행동을 빌어 아무렇지 않지만, 비밀스럽게 이미 어른인 관객들에게 털어놓는 것만 같다.
관심이 있는 여자아이 앞에서 큰 홈런을 맞는 모습을 보여줘 버린 피니(메이슨 템즈)는 이런 고민들 외에도 학대와 엄격의 기로에 서 있는 집안 환경에 대한 우려도 함께 갖고 있다.
언젠가는 스스로의 찌질한 모습을 벗어나 자신만의 창공으로 솟아오르겠다는 집념처럼. 피니의 손에는 늘 작은 로켓이 쥐어져 있다. 당장이라도 날아오르고 싶지만. 아직은.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몇 번이고 모의 비행을 해보는 것으로 피니는 현실로의 아주 짧지만 확실한 도피를 하며 일상을 지탱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언젠가가 반드시 오리라는 것을 스스로 믿었던 만큼. 이 유약해 보이지만 동시에 맹목적인 집념은 한낱 유괴납치 피해자 정도에 머물렀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아이들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는 데에 많은 힘을 싣는다.
영화 속 인물들을 통틀어 최약체로 불러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피니는 결국 스스로 원하는 때에 맞춰 자신의 로켓을 쏘아 올린다. 초식동물의 눈에서 벗어난 피니가 지독히도 두려웠던 지하실을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장면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매우 크다.
[마녀];큰 솥에 빠지고야 말 운명.
숨참고 솥 Dive사진출처:다음 영화
의심할 여지없이. 마녀 역할은 영화 속에서는 어른들의 몫이다.
아이들은 치고받는 싸움의 현장도. 그로인 해 생기는 상처도 숨길 마음이 전혀 없지만. 어른들은 반대로 상처 또는 치부를 숨기려 애쓴다.
딸 그웬(매들린 맥그로)을 때릴 때조차 최대한 가릴 수 있는 곳을 선택해 학대의 징후를 감추려 하는 알코올 중독자 미스터(제레미 데이비스)만 보더라도. 사회생활 속에서 “번듯한”이미지를 고수하려고 자신의 본모습을 얼마나 애써서 숨기려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등장하는 어른들이 숨기고 싶은 면이 있고. 그 부분이 어른들 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영화는 악역 더 그래버(에단 호크)의 다양한 가면을 통해 보여준다.
아이들은 참 궁금했을 것이다.
가면 뒤에 숨은 더 그래버의 얼굴이 “얼마나” 상처 투성이인지가 아닌. “왜” 상처 투성이의 얼굴을 드러내고 걸어 다니는 것이 “안 되는” 일인지를. 만약 더 그래버가 자신들과 비슷한 나이었다면, 아이들은 아마도 얻어터져 딱지가 겨우 앉은 주먹을 슬그머니 보여주며 나도 그래.라고 씩 웃어버리고 말았을 테니까.
그것이 살아있는 아이들이건. 혹은 결국은 게임에 패배해 죽은 아이들이건. 그들은 상처를 숨기는 것에 두려움 없이 영화 중간중간 충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니까.
애초에 숨길 것이 없는 아이들을 더 그래버가 이길 수 없는 이유다.
빵조각이 자갈로 바뀌는 순간;기꺼이 화자가 되겠다는 태도
사진출처:다음 영화
영화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단절이 등장한다.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 그리고 어른과 아이들.
이 단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전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대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자명해 보이건만. 영화 초반부는 스피커처럼 일방적으로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퍼붓는 식의 대화 방식 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서로의 언어를 알아들을 기회도. 마음도 사라질 수밖에.
이 단절을 해결하기 위해 영화가 등장시킨 것은 다름 아닌 전화기의 존재다.
죽은 자와 살아있는 자의 간극은 매우 컸다. 그들은 존재하거나 머무는 장소조차 같을 수 없었고. 더 그래버는 아이들에게서 이름도 빼앗았으며. 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인 전화기는 선이 끊어져 고장 난 것으로 묘사된다.
피니는 우선 피해자 아이들에게 이름을 돌려주었다. “너”는 죽었다. 가 아닌. 너희는 나에게 “이런” 존재였다. 를 깨우쳐준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어떤 의미를 가진 존재였음을 온전히 깨달을 수는 없었다. 또한 그들이 남겨준 단서들은 처음에는 발길질 한 번이면 엉뚱한 길을 알려주고도 남을 것 같은 빵조각처럼 보였다. 하지만 피니의 들으려는 태도는 결국 친구들이 짧은 생을 바쳐 놓아준 단서들을 빵조각에서 단단하고 확실한 조약돌로 바꿔주었다.
오빠가 망자와 살아 있는 자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을 때. 그웬은 오빠를 살리기 위해 욕설에 가까운 말을 퍼붓던 경찰의 명함을 집어 든다. 자신이 깊은 골을 파 놓은 어른과의 갈등을 스스로 메우기 위해 힘쓰려는 듯이.
살아 있는 자들을 연결하는 방법은 그리도 쉽고 간단했다. 오빠의 전화기처럼 선이 끊어져 있지도. 그렇다고 원하지 않을 때 울리지도 않았다. 그저 전화기를 들어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그웬은 피니와 고장 난 전화기로만 통화할 수도 있었을 기회를 기꺼이 버렸다.
대화의 수단이자 자신의 죄를 고해할 수단인 전화기의 존재를 애써 무시한 더 그래버의 최후는 어찌 보면 가장 정당하고 타당하다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피니의 탈출 장면이 주는 쾌감은 크다. 그것이 피니의 눈빛이 주는 감정도 크지만. 피니가 맘껏 자신의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도록 수신호를 준.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작은 조약돌 때문임을 간과할 수는 없다.
마치면서
겁쟁이 레벨 100인 사람의 입장에서. 일주일에 한 편 보는 영화의 장르를 공포로 고를 때까지 참 많은 시간과 고뇌가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너무 과장된 공포를 주기 위해 쓰이는 점프 스퀘어가 이 영화에서는 꽤 적절하게 쓰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안 놀랬다는 건 아니지만. 과하다. 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또한 이런 장르에서는 보통 어른들의 수단, 도구에 머물렀던 아이들을 영화 전면에 앞 세운 점도 좋았다. 피니가 계단을 올라올 때의 결의에 찬 눈빛이 너무도 강렬해서 이 아역(?) 배우의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되기 시작했을 정도니까.
그러나 더 그래버의 행동이나 대사가 마치 복선을 던지는 것 같았지만 완벽하게 처리하지는 못했다는 점과. 공포라기보다는 밀실 탈출에 가까운 느낌이 드는 쪽으로 영화가 흘러가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또한 마지막에 가면서 여동생의 능력 하나에 급물살을 타듯 사건이 후루룩 해결되는 점도 영화 전체의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게 하는 단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 시즌에 대담하게 공포라는 장르로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 글의 TMI]
1. 분명 한 분이 나 말고 예매를 하셨었는데. 안 오셔서 혼자 봄.ㅠ
2. 진짜 울 뻔했다.
3. 정말 심하게 깜짝 놀란 부분이 있었는데 거기서 꽥하고 소리 지름.
4. 네. 팝콘도 당연히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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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최고의 전투씬, <한산: 용의 출현>
2022년 최고의 전투씬, <한산: 용의 출현>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액션, 드라마 | 한국 | 129분
감독 김한민
출연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등
줄거리
1592년 4월. 조선은 임진왜란 발발 후 단 15일만에 왜군에 한양을 빼앗기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조선을 단숨에 점령한 왜군은 명나라로 향하는 야망을 꿈꾸며 대규모 병역을 부산포로 집결시킨다.한편, 이순신 장군은 연이은 전쟁의 패배와 선조마저 의주로 파천하며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조선을 구하기 위해 전술을 고민하며 출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앞선 전투에서 손상을 입은 거북선의 출정이 어려워지고,거북선의 도면마저 왜군의 첩보에 의해 도난당하게 되는데…왜군은 연승에 힘입어 그 우세로 한산도 앞바다로 향하고, 이순신 장군은 조선의 운명을 가를 전투를 위해 필사의 전략을 준비한다.누가 출연하나요?
이순신 | 박해일
@ 네이버 영화
박해일 배우는 굳건한 신념과 어떤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지혜로운 성정을 지닌 조선 최고의
장군이자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전라좌수사 '이순신' 역을 맡았다.
와키자카 | 변요한
@ 네이버 영화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도 마다하지 않는 대담함과 잔혹함, 실전을 통해 다져진 탁월한 지략을 갖췄으며,
모두가 두려워하는 이순신과의 전쟁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모습으로 거북선의 약점을 철저하게 조사하며
조선군을 위기에 몰아넣는 '와키자카' 역을 맡았다.
어영담 | 안성기
@ 네이버 영화
조선 남해의 물길을 책임지는 수군 향도. 물길만 봐도 흐름을 읽는 노련한 장수이자 충직하고
깊은 성품을 지녔으며,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이순신 장군과 함께하는 '어영담' 역을 맡았다.
원균 | 손현주
@ 네이버 영화
조선 경상우수사. 수세에 놓인 조선의 위기 상황에서 방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번번이 이순신과 의견이 부딪치는 '원균' 역을 맡았다.
준사 | 김성규
@ 네이버 영화
이순신의 신념을 보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자 항왜 군사가 된 왜군 병사.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목숨을 걸고
왜군의 결정적인 정보와 작전을 빼내 이순신 장군에게 전하고자 하는 '준사' 역을 맡았다.
최대한 스포를 뺀 리뷰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전쟁 액션 영화이다. 영화는 당항포 해전 이후
약 한달 간, 한산해전이 일어난 후일까지 그린다. 김한민 감독은 “임진왜란은 전대미문의 사태였고, 사변이었다.
조선이 굉장한 수세에 처해있던 상황에서 전라좌수사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전체적인 전황을 반전 시키는
전투가 바로 한산해전이다”라며 한산해전이 그 어떤 전투보다 벅찬 승리의 전투임을 설명했다.
ⓒ 네이버 영화
영화에는 이미 연기력으로 인정 받은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배우가 출연한다. 박해일 배우는 전작인 <명량> 속 이순신 장군과 달리 조용하고
신중한 이순신을 연기했다. 절제된 연기를 펼쳤지만, 그 안에서 에너지는 잃지 않고 눈빛만으로도 감정이 전달되는
연기를 선보였다. 변요한 배우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작품 중 가장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극의 긴장감을
증폭시켜주었다. 왜군 최고 장군의 힘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 증량을 시도하고, 실제 일본에서 사용했던 사극 톤을 공부해서인지
와키자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무언가 압도 당하는 분위기가 느껴졌으며 극의 무게감을 더하였다.
그 뿐만 아니라 베테랑 배우인 안성기 배우, 손현주 배우와 팬데믹 시즌동안 활발한 활동을 펼친 김성균 배우,
그리고 라이징 스타인 김성규, 김향기, 옥택연, 공명, 박지환, 조재윤 배우가 출연하여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몰입감을 높였다.
ⓒ 네이버 영화
전작인 <명량>보다 더 커진 스케일, 더욱더 발전한 VFX 기술 그리고 극의 분위기를 돋우는 음악까지!
2022년 가장 강렬하고 기억에 남을 전투씬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제작진이 학익진 연출과 거북선 디자인 작업에 공을 들였다고 하였는데 그 노력이 여실히 보이는 장면이었다.
거북선의 활약을 스크린으로 직접 보는 순간,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역사이기에 모두 다 이 영화의 결말을 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를 넘어 자긍심, 위로, 용기까지 얻을 수 있는 영화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스케일이 큰 영화는 무조건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영화관에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한산: 용의 출현>의 간단한 정보를 살펴보고, 리뷰를 해봤는데
어떠셨나요?! <한산: 용의 출현>은 바로 내일 개봉할 예정이니 다들 관람하시고 어떻게 느끼셨는지 남겨주세요:)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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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더훈리 마이 러브 여름날 우리 너의 결혼식이라는 영화
영화 <여름날 우리, 2021>는 중국에서 제작된 작품으로 한국영화 <너의 결혼식, 2018>을 리메이크하였다. 2016년 한중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직접적으로 한국영화가 중국에 개봉하는 것은 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대신 원작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는 IP(Intellectual Property) 수출의 유형이 증가하였다. 현재까지 총 25편의 영화 및 드라마가 중국판 리메이크로 재탄생하였다. 제목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자면 한국영화 <너의 결혼식>을 리메이크한 중국 영화는 <니더훈리 你的婚禮>라는 중국어 제목, <마이 러브 My Love>라는 영어 제목, <여름날 우리>라는 한국어 제목이 붙었다. 이번 리뷰는 두 영화를 비교해볼 수 있는 키워드로 정리하고자 한다.
<너의 결혼식>과 <여름날 우리> 포스터
[280만 명, 4400만 명]
<너의 결혼식>은 이석근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한 첫 장편 데뷔 영화이다. 현실적으로 잘 녹여낸 우리 모두의 환상인 첫사랑 이야기와 주연배우인 박보영과 김영광의 케미가 잘 어우러져 2018년 8월 2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하였다. 중국은 영화 흥행을 한국과 달리 관객 수가 아닌 수익으로 집계한다. <여름날 우리>도 2021년 4월 30일 중국의 노동절 연휴를 겨냥해 개봉하여 약 6억 위안(1041억 원) 흥행 수입을 올렸다. 좀 더 쉬운 비교를 위해 관객수로 환산하면 약 4400만 명이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환승희, 우영자(尤咏慈)]
<너의 결혼식>에서 박보영이 연기한 환승희는 타이밍 때문에 사랑이 빗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로 연애의 휴식기에 우연한 만남이 그 의미를 가져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캐릭터의 이름을 환승.희, 황.우연으로 지은 것도 다분히 전략적이다. <여름날 우리>의 우영자는 수영장(游泳池)이라는 단어와 중국어 발음이 '요우용츠'로 비슷하다. 수영 선수인 저우 샤오 치는 이름만으로 운명을 직감한다. <여름날 우리>는 <너의 결혼식>에 비해 남자 주인공의 비중이 조금 더 높은 편이며, 실제 배우 캐스팅도 노력을 기울였다. 드라마 <상견니>로 큰 인기를 얻은 대만 배우 허광한은 이 영화로 중국 본토에 진출하게 되었으며, 엔딩 크레디트에는 그의 이름 옆에 '중화 대만'이 표기되어 있다.
[떡볶이, 꼬치구이]
학창 시절 학교 수업을 빠지고 몰래 먹던 추억의 음식은 나라마다 다를 것이다. 따라서 영화 리메이크에서 등장인물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영화 속 음식을 현지화하는 각색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어색하지 않은 대체물을 찾아야 한다. <너의 결혼식>의 떡볶이는 <여름날 우리>에서 꼬치구이로 변신하였다. 그 외에도 남자 주인공이 하는 운동이 럭비에서 수영으로 , 정장 스타일의 교복 케미는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체육복 케미로 바뀌었다. 중국 본토는 실용적인 체육복을 교복으로 입는 경우가 많다.
<너의 결혼식>을 재미있게 보았다면, <여름날 우리>와 틀린 그림 찾기(사실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그림을 찾는 것)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위에서 대표적으로 언급한 것 이외에도 아직 찾지 않은 것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본 리뷰는 브런치 작가 '삐뚜로 빼뚜로'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팀에서 업로드한 게시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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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호실] 음악을, 연인을, 다정함을 향한 사랑은
tick,tick...BOOM!(2021)
세상은 천재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구나
스티븐 손드하임-조나단 라슨-린마누엘 미란다로 이어지는 미국 뮤지컬의 역사를 영화 안팎으로 지켜볼 수 있어서, 린마누엘미란다 세대의 뮤지컬을, 음악을, 영화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한 세대라고 생각했어
담백하고 깔끔하게 tick,tick…BOOM! 3인극 원작과 조나단 라슨의 삶을 동시에 전개해 나가고
뮤지컬씬 연출도, 관객의 감정을 쌓아올리는 길도 잘 깔아놓았다
일상 속에서 빛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지
흔하고 뻔한 세상 안에서 멋진 언어들을 발견하는 작가들은 어떤 마음일지 가늠해보게 한다
그런 자신의 인생과 가치관을 음악으로 풀어놓는 조나단을 앤드류가필드의 연기와 그의 넘버로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끊임없이 사회를 향해 외치는 말들로 가득한 넘버들이 좋다
같은 장면을 몇번이고 돌려봐도 매번 조나단라슨처럼 가슴이 뛰게 만드는 영화
what does it take to wake up a generation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
bones and all(2022)
완벽하게 내 취향의 영화
우선 오프닝. 어디서 본 해석과 내 해석을 종합해보면
일단 송전탑은 집과 집을 연결하는 소재로 미국의 혈관을 의미한대.
잘못 성장한 어른은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점을 의미하고자 했대
나는 여기에 더해서 오프닝에서 학교 친구가 우리 집은 송전탑 맨 끝에 있어 이러잖아
그 송전탑으로 연결된 선의 끝.
즉 집과 집, 마을과 시람들과 연결된 선 위에 자리하려 하고 속하려 노력한 매런은
결국 송전탑의 맨 끝에서 친구의 손가락 혈관을 끊어버리면서 자신이 이 선 안에 속하지 못할 것임을.
스스로 인간의 혈관을 끊음으로서 자신과 사회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렸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또 공식 설정이 이러한지는 알 수 없지만 매런과 리는 모두 부모에게서 그 식성이 온 거잖아
그것 또한 결국 이 영화에서 말하려는 사랑에서 기인했다는 점
사랑을 인생에서 놓을 수 없던 이들이 아이를 갖고 그 아이에게도 자신의 삶을 물려줘야 한다는 점
결국 사랑
사랑이다 참 사랑이 뭐길래
인간의 삶을 살아가게도, 죽게도, 잠시 멈추게도 만드는 건 항상 사랑이다
구아다니노는 콜미바이유어네임에서도, 서스페리아에서도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조용하게 분위기를 자아내는 걸 좋아하는 감독 같았다 그걸 또 잘한다
그리고 티모시 샬라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나는 그가 출연한 작품들을 봐오면서 그의 매력을 잘 몰랐는데 이번 작품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
연기를 잘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려내는 배우더라고
특히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던 씬에서
매런의 옷가지를 쥐어뜯을 듯 잡으며 매런에게 매달려 울던 모습에서
리가 마음에 와닿고 그랬다
매런은 어렴풋이 알았을 거야. 그녀의 어머니가 쓴 편지를 읽은 이후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거야
그들에게 사랑은 허락되지 않는 것이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상대를 껴안는 처절한 선택을 한 것이고
잠깐이라도 평범하게 살아보자던 둘은. 매런은
침대 위 카라멜 빛깔의 가방을 보고서 지금이 그때임을 마음 아주 깊은 곳에서 깨달았을지도 몰라
결국 자신을 먹어달라던 리는 bones and all 이라 속삭이고
본성에 의해 허락되지 않는 사랑을 하는 그들에게
뼈도 남기지 않고 모든 부분을 먹어달라는 건 사랑의 끝이라 할 수 있는 걸까
자신이 상대에게 온전히 들어갈 수 있도록. 그 안에 자리할 수 있도록. bones and all. 그 모든 것을
마침내 말 그대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이터들이 느끼는 외로움이란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2)
멀티버스 영화의 백미. 과거 이 순간에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또 다른 우주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경험하는 에블린을 보는 게 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멀티버스 영화의 법칙을 잘 지키면서도 참 새로운 멀티버스 영화 같았다
우선 양자경은 말할 것도 없고 웨이먼드 역 키호이콴도 정말 잘한다 연기로 나를 울려 이 사람들이
특히 조이 역의 스테파니 수
조이일때도, 조부 타파키일때도 인물을 너무 잘 살리는 배우 같았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에블린이 아버지에게 조이의 여자친구를 냅다 소개시킨 뒤 조이가 에블린과 다투는 씬에서
두 배우의 연기가 너무도 현실적이고 마음아프고 미치겠는 조이를 너무 잘 표현한 것 같았음
이 씬이 조부에게, 결국 조이에게 닿기 위해 싸우는 에블린과 교차되어 나와서 더 몰입되기도 하고,, 너무 좋았다
키호이콴은 거의 문나이트 오스카아이작처럼 한 테이크 안에서 상반된 연기차력쇼를 하는데 너무 잘하더라고
맞다 해리슘주니어도 너무 반갑고 웃겼다
여러 가지로 할 말이 많은데 일단 이 영화는 황당함이 80을 먹고 들어가는 영화인데
그 황당무계한 것들이 의미하는 바가 다 있어서 영화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챕스틱을 냅다 씹어먹는다거나, 적인 디어드리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거나 신발을 거꾸로 신는 것.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황당한 일도 다른 우주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거야
이런 설정이 2부까지 이어져서 조부에게, 조이에게 닿기 위한 싸움에서도
에블린이 단순히 싸움을 선택하지 않고 여러 우주의 황당한 능력의 에블린을 이용해 상대를 다정함으로 이겨내는 전개가 참 좋았다
웨이먼드가 다정함이 우리의 삶을, 관계를 바로잡을 키워드임을 직접적으로 알려주긴 하지만
결국 에블린도 여러 우주의 자신을 겪으면서 이를 깨달았고
모든 것을, 모든 곳에서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해도 현재를 선택해 다정함을 무기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결말이
참,, 좋았다,,
벼랑에서 떨어지는 돌맹이들을 보며 눈물을 삼키게 될 줄이야
이동진 파이아키아 영상 보면서 새로 알게 된 이 영화의 황당한 아이덴티티 또 있다
검정 베이글 사이 흰 구멍과 눈알스티커의 흰자 사이 검은 눈동자는 결국 닮아있지만 상반된다는 점이
베이글로 대표되는 인생의 허무주의와 눈알로 대표되는 다정함은 정반대에 위치해 있었다는 것
그냥 보면 황당한 설정들이 사실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라는 게 보였다.
빌런인 조부가 단순히 에블린을 죽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그녀와 함께 베이글에 들어가기 위해 찾으러 왔다는 점도 좋았다
세상을 끝장내고 어쩌고 하고 싶다기보다, 그냥 외로웠던거야
수천개의 우주에 존재하는 나를 모두 맛보고 나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온 우주에 나밖에 없다는 외로움을 절실히 느끼면서 끝없이 외로워했겠지
그래서 에블린을 찾아나선 것이고
아무튼 이 영화는 황당함이란 장막을 온 사방에 쳐두었다
그 장막을 열어보면 영리한 설정들을 열심히 숨겨두었다는 점이 막 마음에 이 영화가 차오르게 만든다
다만 1부가 조금 간결했다면 더 즐길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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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맨 | 신 대신 인간의 길을 선택한 희망의 영웅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토록 깔끔하고 희망찬 <슈퍼맨>이라니
제임스 건이 만든 슈퍼히어로 영화 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이들은 여러 공통점이 있다. 등장인물이 많은데, 대부분은 선의로만 움직이지는 않는 악당이거나 안티히어로가 대부분이었다. 적재적소에 삽입된 음악, 기괴함과 과장됨 사이를 오가는 B급 유머와 연출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공통점은 따로 있다. 두 작품 모두 단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의도가 명확하다는 것.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키워드는 가족이었다. 1편에서 '스타로드'는 멤버들을 만나 엄마의 빈 자리를 채웠고, 2편에서는 바로 옆에 있었던 진짜 아빠 '욘두'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3편은 스타로드뿐만 아니라 로켓을 비롯한 모든 멤버들이 가족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평범함'이라는 키워드 하에서 나사 빠진 악당들이 가족이나 친구처럼 잊고 지내던 일상적인 가치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막 내린 DCEU을 대신하는 DC 유니버스의 첫 장편영화, <슈퍼맨>에서도 제임스 건의 역량은 빛난다. 모든 장면이 슈퍼맨 가슴에 새겨진 S라는 문양의 의미, 곧 '희망'이라는 가치를 구체화하기 위해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슈퍼맨과 떼놓을 수 없는 메타포를 영리하게 활용한 덕분에 부정 못 할 한계도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 결과 <슈퍼맨>은 DC 유니버스의 첫 비행으로서 더 바랄 수 없을 만큼 희망차다.
추락하는 슈퍼맨
<슈퍼맨>은 과감하다. 선택과 집중이 확실하다. MCU의 <스파이더맨>과 <더 배트맨>이 그랬듯이 영웅의 탄생과 성장, 역경과 각성이라는 기본적인 구조 중 앞의 두 장을 짧게 요약한다. '크립톤 출신 칼-엘이 지구로 보내졌고, 인간 양부모 밑에서 클라크 켄트로 큰 끝에 슈퍼맨이 됐다'라는 이야기는 자막 몇 줄로 대신한다. 그 대신 <슈퍼맨>은 처음으로 적에게 패배한 뒤 남극에 곤두박질친 슈퍼맨을 비추면서 막을 올린다.
단순히 물리적인 추락만 보여주지 않는다. '슈퍼맨'(데이비드 코런스웻)을 정신적으로도 몰아붙인다. 그는 생물학적 부모인 '조-엘'(브래들리 쿠퍼)과 '라라'(안젤라 새러피언)의 메시지 덕분에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슈퍼맨은 희망을 상징하는 인물이고, 지구에서 선을 행하며 그 희망을 보여주라는 것. 이는 '고독의 요새'에서 태양 빛을 받으며 치료받을 때마다 반복해서 들으며 마음을 다잡는, 그의 초심이자 원동력이었다.
제임스 건은 슈퍼맨의 초심을 짓밟는다. 슈퍼맨을 죽이기 위해 연구에 몰두한 '렉스 루터'(니콜라스 홀트)는 '울트라맨'과 '엔지니어'라는 메타 휴먼을 만들어 슈퍼맨을 궁지에 빠트리고, 그의 뒤를 밟아서 고독의 요새를 찾아낸다. 슈퍼맨의 반려견, '크립토' 등을 제압한 루터는 슈퍼맨 부모님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지구로 오던 중 지워진 메시지의 뒷부분을 발견해 복원하는 데 성공한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다. 조-엘과 라라가 말한 희망은 칼-엘이 이해한 바와는 정반대였다. 그들은 약하고 어리석은 종족인 인간을 짓밟고, 지구를 정복하고, 크립톤인의 유전자를 퍼뜨려서 새로운 크립톤인의 희망이 되라고 아들에게 요구했다. 이 메시지가 공개된 후 슈퍼맨은 남극에 추락할 때보다 더 크게 내려꽂힌다. 믿었던 부모님에게 배신당한 그는 더 이상 희망의 상징이 아니니까. 이제 그는 정복과 공포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믿음과 사랑의 비상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구석에 몰린 슈퍼맨. 그를 구덩이에서 끄집어내는 것은 바로 칼-엘이 아닌 클라크 켄트다. 크립톤인과 슈퍼히어로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 그를 구해내기 때문. 막 클라크와 연애를 시작한 '로이스 레인'(레이첼 브로스나한)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신은 기자로서 반항적이고, 모든 사람과 세상을 의심하는 반면, 클라크는 세상과 인간을 일단 믿는다고.
클라크의 믿음은 다양한 형태의 사랑으로 발현되며 그를 다시 슈퍼맨의 길로 이끈다. 로이스와의 관계만 봐도 알 수 있다. 클라크와의 관계를 끝내려고 결심했던 로이스. 하지만 궁지에 몰린 클라크가 먼저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신뢰를 보내자, 그녀는 마음을 고쳐먹은 뒤 루터의 음모를 파헤치고, 슈퍼맨을 위기로부터 구해낸다. 그녀의 취재가 없었다면 슈퍼맨은 루터가 만든 주머니 우주 감옥으로부터 지구로 귀하지 못했을 테니까.
부모 자식 간의 사랑도 결정적이다. 영웅 겸 기자로 지내며 양부모에게 전화 걸 시간도 없었던 클라크. 하지만 크립토나이트에 중독된 그가 기댈 곳은 결국 엄마 아빠뿐이다. 아빠 '조나단'은 그런 아들을 격려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터전을 마련해 줄 뿐이라고. 또 그 위에서 어떻게 성장할지, 루터가 찾아낸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너의 몫이라고. 그 덕분에 클라크는 여전히 슈퍼맨을 믿는 이들을 위해 싸울 힘과 의지를 되찾는다.
선의와 우정의 역할도 크다. 클라크는 '그린랜턴'(네이선 필리언), '호크걸'(이사벨라 메르세드), '미스터 트래픽'(에디 가테지)이 자신을 '저스티스 갱'의 일원으로 안 받아주는 와중에도 그들에게 신뢰를 보냈다. 그들은 슈퍼맨이 나설 수 없는 순간에 그의 손과 발이 되어줌으로써 믿음에 보답한다. 함께 투옥된 '메타몰포'(앤서니 캐리건)도 마찬가지다. 그는 소형 인공 태양을 만들어서 슈퍼맨을 일시적으로 회복시켜서 탈옥시키고, 슈퍼맨은 그의 아들을 구해준다. 이 묘사 또한 선의에 기반한 상호 신뢰가 곧 슈퍼맨의 힘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S라 쓰고 희망이라 읽다
사람과 세상을 향한 클라크 켄트의 믿음은 곧 슈퍼맨이 상징하는 희망이라는 가치로 발전한다. 루터가 그를 정치적 곤경 빠트린 덕분이기도 하다. 루터는 보라비아의 '구르코스'(즐라트코 버릭) 대통령과 손잡고 자한푸르를 침략하여 슈퍼맨의 국제 분쟁 개입을 유도한다. 이때 슈퍼맨은 미국 정부와의 어떤 협의도 없었기에 정치적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고, 루터가 고독의 요새에서 찾아낸 메시지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다.
이 논란의 핵심은 로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토록 강력한 외계인이 정부의 뜻을 따르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행동하도록 방치해도 되는가?' '누가 슈퍼맨에게 그러한 권리와 책임, 권한을 주었는가?'와 같은 질문이 바로 핵심이다. 비록 세계관은 다르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의회 청문회까지 불려 나갔던 헨리 카빌의 슈퍼맨과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다고 볼 수 있다.
루터의 윽박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정부로부터 슈퍼맨 사살 권한을 위임받은 그는 슈퍼맨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간을 위협하는 외계인은 마땅히 시기, 의심, 경계의 대상이라고. 오히려 그러지 않는 게 무책임한 태도라고. 이때 슈퍼맨의 답이 인상적이다. 그는 자신이 외계인이 아닌 인간이라고 답한다. 자신도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한 인간이기에 자기가 옳다고 믿는 정의를 따를 자유를 마땅히, 또 당연히 가진다는 것.
그의 답은 미국적인 의미의 자유와 일맥상통한다. 총기 규제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인들에게 자유는 상당히 폭넓은 범주의 권리다. 한 인간의 이성 및 비판적 사고에 대한 확신, 개인이 개인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하는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유로운 인간이 결국 옳은 길을 찾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자, 자유로운 인간을 향한 기대와 희망, 곧 슈퍼맨의 S가 뜻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미래지향적이거나, 구시대적이거나
물론 슈퍼맨이 상징하는 희망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보라비아와 자한푸르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가자 지구의 직유처럼 보인다는 점에서는 국제 정치적 맥락과 떼놓고 보기 어렵다. 미국 패권주의를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신념대로 자한푸르 시민들의 자유를 지키려 했다는 슈퍼맨의 대사에서는 세계 경찰로서 전 세계에 자유 민주주의를 전파해 왔다고 자부하는 미국 근현대사가 겹쳐 보인다.
슈퍼맨의 S가 과연 현시점에 유효한 가치일지도 물음표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제 현대 사회와 떼놓을 수 없는 표현이다. SNS와 알고리즘에 중독된 사람들이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으니까. 극 중 렉스 루터가 슈퍼맨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입히려고 원숭이들을 동원해 SNS 댓글 조작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에게 인간의 이성과 비판적 사고를 기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슈퍼맨의 인간 찬가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인간의 창의력, 가능성, 절제력을 그래도 한 번 더 믿어보자'라는 미래적이고 희망적인 격려 내지는 다짐의 메시지일 수도 있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는 철 지난 구시대의 믿음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 결국 이 딜레마는 제임스 건의 <슈퍼맨> 시리즈와 DC 유니버스가 더 많은 관객을 근본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앞으로 풀어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신이 아닌 인간을 선택하다
흥미롭게도 제임스 건은 <슈퍼맨>의 한계를 역이용한다. 익숙한 종교적 메타포로 한계를 감싸면서 슈퍼맨의 이미지와 가치를 보편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메시지로 승화한다. 예수가 바로 그 메타포다. 현재로부터 30년 전에 칼-엘이 지구에 도착했고, 3년 전부터 슈퍼맨 활동을 시작했다는 오프닝 자막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내용은 30살에 공생활을 시작해서 3년 만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부활한 예수의 인생과 몹시 유사하다.
이 관점에서는 <슈퍼맨>을 칼-엘/클라크 켄트의 겟세마니 동산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잡혀가기 전날 밤, 예수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성부에게 기도하며 갈등한다. 완전한 신성과 완전한 인성을 동시에 갖춘 그는 죽음으로써 인류의 죄를 대속하라는 의무감과 죽음을 앞둔 인간이라면 느낄 수밖에 없는 두려움 사이에서 고뇌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예수는 긴 고뇌의 끝에 신의 뜻을 따른다.
슈퍼맨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믿고 따랐던 친부모의 유언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순간, 그도 겟세마니 동산에서 갈등한다. 친부모의 뜻대로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우월한 능력을 지닌 일종의 '신'으로서 그들을 지배할지, 아니면 지금껏 그래왔듯이 인류의 수호자이자 희망의 상징으로 거듭날 것인지. 슈퍼맨은 신성을 선택한 예수와는 다른 길을 간다. 그는 크립톤인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루터의 계략에 맞선다.
<슈퍼맨>의 후반부는 다양한 장면을 통해 그의 선택을 드러낸다. 루터와의 전투를 끝난 뒤 고독의 요새에서 태양 빛을 쬐며 치료받는 슈퍼맨. 이제 그는 친부모의 메시지 대신 인간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던 어릴 적 영상을 틀어놓는다. 이에 더해 전투가 끝난 직후 그의 정체를 숨겨주는 최면 안경을 쓰지 않은 상태로 로이스와 키스하는 것 역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선택한 슈퍼맨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액션이 덜 화려해도 임팩트 있는 이유
신이 아니라 인간이 되기를 선택한 슈퍼맨의 이미지는 시각적으로도 구현된다. 그 중심에는 태양이 있다. 슈퍼맨 힘의 근원이 노란 태양인만큼 그간 슈퍼맨 영화에서는 슈퍼맨의 초인적인 능력, 곧 신성을 상징하는 도구로 태양을 활용하곤 했다. 잭 스나이더가 묘사한 슈퍼맨도 그가 자기 소명을 깨닫고 처음으로 비상할 때, 또 한 번 죽었다가 부활했을 때 그는 언제나 태양을 마주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슈퍼맨이 칼-엘이 아니라 클라크 켄트가 되기로 한 이상, 태양 역시 그 결심을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루터가 만들어낸 차원의 틈이 메트로폴리스 도시를 둘로 쪼갤 때, 슈퍼맨은 무너지는 건물 밑에 깔릴 뻔한 여성을 구해낸다. 이때 먼지를 뚫고 나온 슈퍼맨에게 태양 빛이 내려 꽂히는 장면은 언제나 밝게 빛날 인류의 보호자이자 인간의 희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액션 연출도 그 연장선에 있다. 중반부까지는 기대를 어긋난다. 압도적인 위력도 못 보여주고, 크립토나이트 때문에 힘을 못 쓰는 슈퍼맨은 당혹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영화의 의도에는 더 잘 부합한다. 정신적으로 회복한 뒤, 곧 인간의 정체성을 선택한 후에야 각성하는 슈퍼맨의 서사를 시각적으로 이시키니까. 눈에서 레이저를 쏘며 사방에서 밀려든 루터의 비행 군단을 초토화하는 클라이맥스는 그 정점이다.
인간 영웅이 막을 연 '신들과 괴물들'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다. 제임스 건 특유의 b급 유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아닌 <슈퍼맨>이다 보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효과적인 유머일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극의 흐름을 끊는 장애물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에 더해 DC 유니버스의 첫 영화라는 점을 고하더라도 세계관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빌런과 히어로의 향연은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니콜라스 홀트의 연기력과는 별개로 렉스 루터도 아쉽다. 캐릭터 자체는 입체적으로 구축했다. 슈퍼맨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그를 질투한 나머지 그를 죽이려는 찌질한 악당이자, 과학 기술로 슈퍼맨에 대항할 메타 휴먼을 만들어낸 천재 과학자이고, 미국 국방부의 협력사를 이끄는 유능한 CEO다. 하지만 분량이 부족했던 나머지 비인간성의 총집합이자 슈퍼맨의 아치에너미라는 루터의 정체성을 온전히 보여주지는 못한 듯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는 앞으로 DC 유니버스가 소개하고 풀어낼 이야기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의 길을 선택한 슈퍼맨이 '신들과 괴물들'인 부제가 붙은 DC 유니버스 챕터 1의 시작을 끊은 게 퍽 의미심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적당히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진중한 희망의 메시지로 무장한 제임스 건 표 <슈퍼맨>보다 더 나은 새출발, 새 비상도 상상하기는 어렵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신이 아닌 인간을 선택한 영웅의 희망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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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종말에 대처하는 지구인들의 다양한 자세!
돈 룩 업은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에요.
현실에서 벌어질만한 상황을 계속 보여주죠.
특히 과학자들의 의견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면서부터 대중들도 정치인들도 종말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그저 정치적인 싸움만 하게 됩니다.
꽤 신랄하게 이런 사회적인 이슈를 지적하고 있어요.
블랙코미디이지만 꽤 심각하고 무서운 영화가 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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