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18 10:28:26
[JIMFF 인터뷰] 영화와 음악으로 전하는 진심
'오랜만이다' 방민아 배우
영화와 음악으로 전하는 진심, 영화 '오랜만이다'의 방민아 배우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선정된 영화 '오랜만이다'는 가수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무채색의 일상을 살던 33살의 여자 연경이 오래된 기타를 매개로 순수했던 10대 시절의 감각을 회복해가는 이야기다. 8월 13일, 엽연초 하우스에서 방민아 배우를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았다. |
![]() |
영화 '오랜만이다'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영화 '오랜만이다'에서 연경 역할을 맡은 배우 방민아입니다. 제가 맡은 연경이라는 인물은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어린 소녀였고, 현재는 서른세 살의 성인이 되어 여전히 음악을 하는 여성입니다. 음악을 그만두어야 할지 고민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어요. 여기에 현수라는 인물이 나타나면서 연경이의 음악에 굉장한 영감을 주게 되고, 앞으로 계속해서 음악을 할 수 있게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마음 한편의 추억, 그리고 향수와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 속 음악이 주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영화 '오랜만이다'에 담긴 음악이 주는 힘은 ‘진심’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연경이는 진심만을 말할 수 있는 친구였는데, 그것이 노래에 고스란히 잘 담겨 있어요. 현재에서는 과거와는 다르게 무언가와 타협을 하는 음악들이 많이 나와요. 두 음악이 상반되는 게 저는 좋더라고요.
영화 속 가장 좋아하는 OST는 무엇인가요? 저는 모든 OST가 다 좋은데, 그중 한 청년이 쓴 ‘고양이 별’이라는 곡이 굉장히 애정이 가더라고요. 제가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보니 이상하게 그 노래가 되게 좋았어요.
영화 촬영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는 무엇인가요? 정태춘 선생님의 '들 가운데서'를 가장 많이 들은 것 같아요. 연경이에게 힘을 주는, 힘의 원천 같은 노래였습니다.
영화에서 음악을 하시는 모습이 무척 반가웠는데요. 이런 역할이 들어온다면 또 하실 건가요? 백 퍼센트 할 의향이 있어요. 너무 즐거웠던 작업이었습니다. 그리웠고요. (웃음) |
![]() |
배우님께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어떤 의미인가요? 무척 특별했어요. 이번에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엔 처음 초청받아 참여하게 됐는데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고, 내년에도 또 오고 싶습니다. 다른 영화제들과는 다른 뿌듯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제 '히든트랙' 행사에 참여했는데, 영화를 함께 보면서 음악을 즐기다가, 영화가 끝나고 영화 안에서 들었던 곡들을 다시 라이브로 바로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관객분들의 말을 들으니 기쁨이 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들의 사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 하나씩 잘 살피면서 하고 있고 그러다 보면 또 어딘가에 제가 머물러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JIMFF 관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오시면 정말 재밌으실 거예요. 영화를 보고 그 영화 속에 있던 음악을 그 자리에서 같이 즐길 수도 있고, 또 음악 영화제인 만큼 많은 가수분들도 오시고, 공연도 있어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인 것 같습니다. 저는 내년에도 꼭 다시 올 거예요.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민서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혜지, 신효림 |
Relative contents
-
- 당신의 인생영화는 무엇인가요. 또 어떤 의미인가요
인생영화. 난 사실 인생영화가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한동안 제일 재미있었던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뽑았다. <나이브스 아웃> <유전> <큐어> <킬빌 1,2> 같은 영화들은 재생하기만 하면 시간이 후딱 간다. 또한 나는 MCU의 팬이기도 하다. 내가 작년 동안 제일 잘한 일 뽑으라고 한다면 극장에서 어벤저스 시리즈 그러니까 MCU의 영화들을 다 봤다는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의 맨몸액션 영화들을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나한테 있어 영화는 이런 것들이었다. 무슨 일이 있든 머리를 비워줄 수 있다면 참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로맨스 영화는 왠지 나랑은 안 맞는 것 같아서 피하곤 했었다. 왜일까 생각했다. 내가 나를 숨기면서 살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 삶을 들여다보는 영화를 보라고 한다면 두려웠다. 난 왜인지 나를 나누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이제 그런 시간은 다 간 것 같다. 물음표의 연속이던 내 머릿속에 느낌표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될까.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이러면 되는구나!'로 변했다. 이제 나도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난 나를 어두운 이야기만 할 줄 알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나를 괴롭히던 몇몇 생각들에 이젠 구애받지 않게 됐다. 이를 서서히 깨달을 즈음에, 또 이제는 스릴러, 호러물이 아닌 잔잔한 작품도 좋다고 여길 때 이 영화가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 셈이다. 2021년 2월. 이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해피 투게더>는 이별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크게 세 사람만 나온다. 양조위가 맡은 아휘. 장국영이 맡은 보영. 장첸이 맡은 장이다. 이 세 주인공 중 아휘와 보영은 연인관계다. 허구한 날 싸움만 하는 것 같은 두 사람. 관계 회복을 위해 홍콩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로 여행을 떠난다. 외국에 온다 해서 예외가 있는 건 아니다. 이과수 폭포에 가면서도 두 사람은 또 싸운다. 지칠 대로 지친 아휘는 보영과의 관계를 마무리한다. 보영의 빈자리를 느끼는 아휘. 없다는 것에 외로움을 느끼지만 다시 상처 받기 싫어 보영에게 냉담하게 행동한다. 보영은 이런 아휘를 다시 시작하자며 흔들어놓는다. 흔들리던 아휘. 어느 날 만신창이가 되어 나타난 보영의 같이 있어달라는 말에 긍정도, 부정도 없이 받아들인다. 겉으로는 까칠했지만 사실 아휘는 보영과 함께여서 행복했다. 보영이 다 낫게 되면 자기를 떠날 것이라는 불안감에 보영의 여권을 숨기기까지 하는 아휘. 이는 갈등의 원인이 된다. 결국 보영의 손은 다 낫는다. 보영은 아휘에게 여권이 어디 있냐며 따져 묻지만 안 돌려줄거라는 답을 듣는다. 보영은 이에 화나 아휘와 헤어진다. 혼자가 된 아휘. 아휘는 보영이 떠났다는 사실에 외로워하며 이리저리 방황한다. 방황 끝에 아휘는 홍콩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계획하고 원래 일하던 식당에서 그만둬 도살장에서 일하게 된다. 돈을 원하는 만큼 모은 아휘는 홍콩으로 떠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잠깐 들른 대만에 식당에서 일하다 만난 친구 장의 사진을 보게 되고, 장을 찾기 위해서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알게 됨으로서 이 영화는 끝난다. 이게 대략적인 영화의 줄거리다. 딱히 어려울 것 없는 내용이다. 싸우다 헤어지고 난 다음의 평범한 커플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해피 투게더>는 다르다. 왕가위는 이런 보편적이라고 볼 수 있는 줄거리를 가지고도 다른 로맨스영화와의 차이점을 만들어낸다.
내가 생각하는 차이점은 왕가위 감독의 연출에서 나온다. 첫번째. 어렵지는 않지만 특이한 줄거리다. 연인이 싸우고 헤어진다. 끝. 영화의 줄거리는 1줄로 요약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산 이유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만약'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만약에 부딫힌다. 아. 그때 그랬으면 어쨌을까. 내일 일을 미리 알수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후회가 우리 삶에서 좋은 구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같은 일을 반복한다. 영화는 이런 모두를 이해라도 한 듯 우리가 선택할 만약이란 가정을 전부 다 보여준다. 수도없는 결벌 후 계속해서 사랑을 이어간 둘이 행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아니다. 둘은 걸핏하면 싸웠다. 그렇다고 해서 둘이 불행했다고 볼 수 있나? 아니다. 둘은 같이 왈츠를 추다가도 서로 사랑한다는걸 인지하고 격하게 포옹한다. 그러니까 둘에게 만약이라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져 연인관계이기 때문에 불행한 하루하루가 계속될 것이다. 즉, 둘의 관계는 무슨 짓을 하든 영화와 크게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왜? 영화에서 다 보여준것과 같이 이미 이들은 할만큼 했다. 이것만큼 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상은 없을 것이다. 영화는 이를 보여주며 행복했지만 불행했던 시간을 보낸 우리들에게 말 한마디를 건낸다. 그래서, 너가 선택해야 했던 미련과 후회를 골랐다고 해서 현재와 다를거라고 생각해? 아닐걸. 난 플롯을 통해서 왕가위 감독이 이 말을 하고 싶어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두번째 연출의도로 이어진다.
두번째.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카메라 구도다. 감독의 전작에서는 볼 수 없는 구도가 보인다. 인물들을 굉장히 가깝게 찍는 카메라 워킹 여러가지가 나온다. 가령 이과수 폭포 전등을 빤히 쳐다보는 아휘의 모습도 카메라가 굉장히 가까이서 주인공을 찍는다. 또 있다. 장이 녹음기를 주며 '여기에 네가 슬픈 걸 털어놓아봐'라고 말할때 조용히 우는 아휘의 모습을 줌인한다. 아휘가 보영이 왔다는 생각에 문을 열지만 아무도 없다는걸 확인할 때에도 카메라를 가까이 대며 찍는다. 나는 이런 장면들을 보며 내가 아휘이거나 보영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혹은 내가 이들을 아는 제 3자가 되어 이들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보는것같은 느낌도 들었다. 난 왕가위가 이런 지점을 의도했다고 생각한다. 감정이입때문에 이렇게 매 장면을 연출했을 것이다. 얼마나 이 인물이 이런 일들로 하여금 외로워하는지, 이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카메라를 우리에게 돌린것이다. 이런 공감대의 활용은 엔딩신 지하철 장면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홍콩의 지하철 어느 장면들을 비춰준다. 마치 내가 지하철을 타는 승객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지하철이 되어 홍콩의 사람들을 주욱 비춰주고, 무언가를 다짐하는 아휘를 보여준 다음 영화는 종착지에 도착한 기차를 보여준다. 난 이 엔딩의 두 장면을 보며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지나간 일에 생각이 많아질 때 기차를 탔다고 가정해보자. 더이상 무언가를 떠올리고 싶어도 기차가 종착지에 도착하면 일단 내리고 봐야 한다. 무언가와 이별한다는 건 이런게 아닐까. 기차와도 비슷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간 일은 기차와도 같아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내려야 하는 기차처럼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위해 내려야 할 때 내려야한다. 난 왕가위감독이 기차와 엔딩신을 통해 이런 비유를 했다고 생각한다. 카메라 구도가 이끄는 공감대도 이와 관련이 있다. 엔딩신에서의 지하철을 바라보는 시점은 승객으로서의 시각과도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아휘와 관객들은 동일시가 된 셈이다.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좋아. 그래서. 이제까지 너희 이야기 실컷 했지? 이제 네 미련과 후회에서 내릴때가 됐어. 아쉬움은 털어내라구. 난 왕가위 감독이 이 연출요소들로 이 메세지를 주고 싶어했다고 생각한다. 플롯을 독특하게 만들지 않은 대신 카메라 구도로 영화를 표현한것도 이 말을 전달하기 위한 좋은 받침대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쪽이기도 하다.
세번째. 영화는 이런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며 한마디 더 했다. 그래서. 너가 돌아가야 할 다른 곳은 어디인가요.라는 질문이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어 자유롭다. 가족이란 것도, 친구란 것도 다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할 수 있어서 든든한게 아니었다. 내가 외로울 때 두서없는 투정을 드러내도 찾아갈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이었다. 영화는 이런 돌아갈 곳을 잃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 주인공 다 돌아갈곳이 없어 외롭다. 가령 아휘와 장만 해도 집을 무작정 떠나온 사람이다. 보영은 아휘라는 마음의 안식처를 잃어버렸다. 종반부로 가면 쉴 곳이 유일하게 생긴 주인공이 있다. 아휘다. 아휘에게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장이다. 지하철 타는 엔딩신 이전 장면은 아휘가 장의 집을 찾는 부분이다. 아휘는 마음 아프게 누군가와 이별해 방황하지만 결국 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아휘는 앞으로 방황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언제든 마음이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앞의 두가지 만큼이나 이 지점이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앞에서 내가 쓴 부분을 다시 갖고올 필요가 있다. 결국 무언가와 이별한다는 건 돌아갈 길 하나 없애고 다른 길을 파는것이 아닐까. 아휘는 장이 있기 때문에 더이상 헤메지 않을 것이다. 왕가위 감독은 이런 '돌아갈 곳이 있고 없고'의 차이의 대비를 통해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헤어진다는 거? 괜찮아. 그럴 수 있지. 그래도 마음이 놓일 곳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라고 말한다. 난 이 영화를 보며 이런 느낌이 들었다.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누군가와 친했다고 해서 그 사람과 영원히 행복할리는 없다. 이걸 뻔히 알고있다면, 인생 모든게 다 정해진게 되어 외로워지게 된다. 난 가끔 이런 나를 이해해주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이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우리를 이해하고 있다. 이래서 난 이 영화가 좋았다. 나에게 그래도 됐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영화의 원제는 춘광사설이다. 영화 안에서 봄이라고 유추할만한 계절적 배경이 드러나진 않는다. 무엇이 봄의 햇볕같을까. 당연히 둘이 사랑하는 시간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헤어지는 순간을 보여주지 않느냐? 아니다. 영화는 수도 없는 결별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라고 다를까? 우리는 절대 결코 완벽한 인간일 수 없다. 영화는 이런 미숙함에 대해 아름다운 봄과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 다 어느 부분에선 미숙하다.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누구를 떠나보내기가 부지기수다. 그래도 괜찮다. 이것도 봄의 햇볕같은 날이자 '해피 투게더'한 날일 것이다. 는 이게 영화의 제목이 이것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더 나은 누군가가나 무언가가 나타나기 전까지라도 우리는 우리를 이해하는 무언가와 함께 해야한다. 피할 필요 없다. 어차피 일어날 일은 다 일어난다. 당신은 무얼 선택하든 같은 선택지를 골랐을 것이다. 그러니까 챙겨야할 것 몇가지만 챙기고 앞으로 나아가자. 왕가위 감독은 이 사랑이야기를 통해 보다 성숙한 대답을 해주는 것 같다. 남남 커플의 사랑이야기에서 우리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왕가위의 연출능력이 정점에 달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두고두고 볼 영화다.
-
- 나이 듦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영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는 어린아이들은 그저 그 시간에 집중한다. 특별히 몇몇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은 그들이 놀고 시간을 보내는 바로 그때를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때로는 친구와 다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좋은 기억을 쌓아나간다. 그래서 모두에게 유년기 시절의 좋은 추억들이 하나쯤은 있다. 그 시간 그 모든 것을 함께한 어른들은 그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보고 자신의 마음에 기록한다. 언제든지 꺼내어 보고 그 당시를 추억하면서 자신의 깊숙이 담아두었던 자신의 유년기 시절을 떠올리기도 한다. 영원할 것만 같던 유년기를 벗어나는 시기는 결국 찾아오며 누구도 예외는 없다.
청소년기가 되고 어른이 되면 몸에 커지고 아는 것도 조금은 더 많아진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게 되고 자신만이 가고 싶은 방식으로 삶을 그리고 나아간다. 집을 떠나 새로운 곳을 모험하고 싶어지는 나이가 되면 결국 집 밖의 시간을 늘리게 된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이일 때 가지고 있던 동심과 순수함, 천진함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 동심은 아직 어른이 되어 커진 마음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된 후 누군가와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다가 문득 거울을 보면 나이가 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렇게 나이 듦을 경험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유년기 시절의 동심을 가지고 있다.
피터팬을 웬디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영화 <웬디>
영화 <웬디>는 동심과 나이 듦에 대한 영화다.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터팬을 재해석하여 웬디(데빈 프랑스)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기본적으로 판타지 장르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웬디는 기찻길 바로 옆에 붙어있는 집에서 엄마와 더글라스(게이지 나퀸), 제임스(개빈 나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가 주방에서 요리할 때, 웬디는 옆에 앉아 같이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더글라스와 제임스는 식당에 주변에서 놀거나 간단한 식당 일을 돕는다. 어찌 보면 아주 평범해 보이는 이 집의 아이들은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재미없는 일상이 아닌 뭔가 색다른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영화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부터 조금씩 자라나는 모습을 주로 식당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담는다. 마치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가려 하는 것처럼 관객들도 집 밖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 초반 세 아이가 잠들기 전 엄마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엄마의 어릴 적 꿈에 대한 것인데, 웬디는 왜 지금은 그 꿈을 이룰 수 없는지를 묻는다. 이에 엄마는 지금 하는 일과 상황에 만족하니까 더 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그 뒤에 바로 이어진다. 엄마가 나가고 웬디는 왜 엄마가 꿈을 실행하려 하지 않는지 혼잣말로 궁금해하는데, 더글라스와 제임스는 엄마는 늙었으니까 못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이에 웬디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소리친다. 이 일련의 장면은 이 영화가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주제와도 관련이 있다. 바로 나이 듦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피터팬과 원더랜드의 아이들은 나이가 들지 않는다. 영화 <웬디> 안에서도 우연히 기차에 탄 피터(야슈아 맥)를 발견하고 따라가는 웬디와 더글라스, 제임스는 늙지 않는 섬에 도착하고 거기서 꽤 오래 머무르고 있는 아이들을 만난다. 이들 역시 나이가 들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놀이를 하며 계속 아이로 생활하고 있다. 처음 그곳에 간 웬디는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와 재미를 경험하고 나서는 완전히 그들과 동화된다. 나이가 들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주는 기쁨이 그들에게 에너지가 되어 더 많은 활동을 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기쁨 안에 있는 섬의 아이들은 무척 행복해 보인다. 그건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천진난만한 아이 그 자체의 모습이다.
대비되는 아이와 노인
그 섬에는 아이들 뿐 아니라 노인들도 있다. 섬의 노인들은 처음에는 아이였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갑자기 나이가 들어버린 이들이다. 영화 속 노인 중 한 명인 버죠(로웰 랜디스)는 몰래 친구들에게 다가와 그들을 훔쳐보곤 한다. 아이들은 보통 도망가며 그가 버조가 아니라고 외친다. 버조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일종의 늙음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버조가 과거 자신들과 같이 아이의 모습이었던 또래 친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가 나이 든 노인의 모습으로 변했다는 이유로 친구로 인정하지 않고 쫒아내 버린다. 그렇게 노인으로 변한 이들은 노인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분리되어 생활하게 된다.
사실 보조를 비롯한 노인들은 친한 친구를 잃거나 가슴 아픈 일을 겪고 나서 늙은 모습으로 변했다. 아픔을 경험하고 나서 철이 들고 조금 성장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그런 아픔과 번뇌를 겪고 나서 조금은 다른 모습이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들처럼 사춘기의 변화를 겪고 또 가족과 학교에서 다양한 일을 겪는다. 그리고 그중에는 상처 받고 슬픈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런 모든 일을 경험하다 보면 어느덧 어른이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속의 아이들은 금방 노인이 되어 버리지만 아이와 노인 사이에 어른이라는 시기가 존재한다. 영화는 그 모습을 생략하고 아이와 노인을 대비시키면서 과연 나이 듦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속 노인들은 다시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그것이 동력이 되어 피터의 일행과 노인 일행이 대립하게 되기도 한다. 기존 우리가 알고 있던 피터팬에서 피터팬과 후크가 대결하는 것처럼 노인들은 젊음을 얻기 위해 아이들을 잡아들이고, 피터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 둘의 대결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노인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려는 아이들의 모습과 그들과 대립하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 노인들은 조금씩 사람이나 사회에서는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체력이 떨어지면 말 주변이 없어지고 조용히 무언가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노인들은 아이들에 비해 말이 없다.
웬디가 제안하는 노인을 바라보는 태도
웬디는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노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인물이다. 노인으로 변한 아이들을 만나서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그들에게 같이 대화하고 놀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즉석에서 춤을 추며 그들과 어울린다. 어두운 표정만을 짓고 있던 노인들이 웬디 주변에 하나둘씩 모여 춤을 추기 시작할 때 그들의 얼굴에는 보이지 않았던 미소가 가득하다. 사실 노인들이 아이였을 때 노는 방법이나 느낌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그저 늙었다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그들을 우울하게 만든 것뿐이다. 영화는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그들과 함께 어울릴 것을 제안한다.
젊음이라는 것은 한번 잃으면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언젠가 늙어간다. 그 모습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부정하더라도 그것은 결국 찾아온다. 영화 후반부 누군가가 늙어서 못한다고 이야기할 때, 웬디는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그렇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영화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이 듦을 바라보는 우리들도 그것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인 웬디도 엄마가 되고 자신의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찌 보면 슬픈 일이지만 그 나이 든 육체가 가진 마음만큼은 육체만큼 나이가 들지 않는다. 노인들도 나름의 동심을 가지고 있고, 그들만의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영화 <웬디>를 연출한 데뷔작 <비스트>(2012)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던 신인 감독이다. 그는 두 번째 연출작인 <웬디>에서도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 속에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고, 피터팬 원작이 담고 있는 내용에서 좀 더 철학적인 주제를 끌어내어 영상화했다. 극적인 요소가 다소 떨어지고 유명한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영화가 조금은 심심하고 또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가 던지고자 하는 질문을 관객에게 명확히 던지는 영화다.*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웬디 리뷰>
https://youtu.be/Rsehc6qDPYc
-
- 봄이 오지 않는 저택에서
저택안에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를 비평하는 데에 있어 <홍등>은 중요 작품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장이머우 감독의 주제 의식과 스타일을 압축해놓은 대표작이다. <홍등>은 시각적인 화려함에 눈을 사로잡힌다. 진어른댁 저택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만 사건이 발생한다. 저택 밖 상황은 다루지 않는다. 한정된 장소는 주인공 '송련'(공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송련'은 집안 사정과 계모의 강요에 의해 대학을 중퇴하고 진어른댁 네 번 째 첩으로 들어가게 된다. 벗어날 수 없는 저택 안에서 전과는 다른 생활에 초반에는 적응하지 못했지만, 점차 저택 안의 세상이 자신이 보는 세상의 전부가 된다. 그곳에는 매일 밤 홍등이 켜진다. 홍등이 자신이 머무는 처소에 켜지기 위해서는 진 어른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홍등이 켜지면 집안에서 대우가 달라진다. 그 달콤함을 맞본 송련은 진 어른의 총애를 받기 위해 아양을 떨며 네 명의 부인은 서로 경계하며 살아간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수평과 수직으로 이동하며 남성이 중심된 가부장 사회를 보여 준다. 부인들끼리는 서로 왕래를 할 수 없고, 오로지 진 어른의 선택을 받기 위해 살아가는 삶은 서서히 주인공의 인격을 망가트린다.
홍등을 켠다는 건
<홍등>은 컷을 나누기보다는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영화를 설명한다. 격렬한 카메라 무빙은 없고 미끄러지듯 상하좌우 수직으로만 움직인다. 이는 저택의 폐쇄성 견고함을 보여 준다. 사물과 인간을 일직선 위에 배치하여 원근감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인간은 저택의 벽과 기둥에 포위되어 보인다. 마치 우리 안에 가둬 놓은 것처럼 말이다. 그 외에도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저택 밖을 나갈 수 없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암시한다. 이 영화에서 네 명의 부인에게 홍등을 하사하는 인물인 진 어른은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인간을 파악하기 위해선 얼굴, 즉 눈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의도적으로 진 어른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진 어른은 단지 가부장 사회의 이념으로 대상화되고 그 자리에 놓인 남성이라면 어떤 인물이든 진 어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질서와 권력, 위엄을 대변하는 상징인 진 어른은 사실 <홍등>에서 중요 인물은 아니다. 그가 있든 없든 하인들은 정해진 일을 한다. 네 명의 부인은 홍등을 달기 위해 모략과 질투를 할 것이다. 즉 진 어른은 가부장 사회의 남성 모두 지칭한다. 폐쇄적인 사회는 대학에 갈 정도로 똑똑하고 순수했던 송련을 망가트린다. 지시된 것, 정해진 것만 욕망하는 기계로 변하며 주어진 것 이외의 가능성을 창출할 능력을 잃어버린다. '송련'의 하녀 '연아'가 홍등을 훔쳐 제방에 달고 그 등이 새빨간 빛으로 방을 물들이는 장면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일그러진 욕망의 무서움을 보여 준다. 오로지 붉은색의 욕망으로 물들어진 공간에서 남성에게 모든 주도권과 목표 의식을 넘긴 '연아'는 무섭기도 하지만 안쓰럽고 측은함이 느껴진다.
봄이 오지 않는 저택
영화 속 계절의 변화를 주목해보면, 여름은 송련이 시집을 가서 진 어른 가문의 관습을 경험하는 계절이다. 홍등으로 상징되는 권력을 맛보고 다른 부인들을 탐색하는 시기이다. 가을은 '송련'이 진어른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는 시기이자 말도 안 되는 관습에 저항하는 시기이자 다른 부인과 관계가 깊어지며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계절이다. 겨울은 '송련'이 본격적으로 권력의 맛을 알게 되고 집착하는 시기이다. 자신에 의해 '연아'가 죽고 셋째 부인의 외도가 발설돼 셋째 부인 또한 죽음으로 인해 본인 스스로가 정신을 놓는 계절이다. 다시 여름이 찾아오고 5번째 부인이 시집을 온다.
<홍등>에는 봄은 오지 않는다. 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봄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관습은 영원히 계속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중국의 가부장 사회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홍등은 매일 밤 켜질 것이다. 저택 안에서 사람이 죽어나고 송련은 광인이 되었다. 그러나 저택에는 다섯째 부인이 시집을 온다. 미쳐있는 송련의 모습을 보며 다섯 번 째 부인은 누구냐고 묻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끝나지 않는 관습 속에서 사람들은 죽어날 것이고 미쳐갈 것이다. 저택 한가운데를 이리저리 서성이는 송련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한 저택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는 사람이 미쳐도, 죽어도 없어지지 않는다. 왕래가 없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진취적인 인물이 서서히 홍등으로 표현된 권력에 취해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이다. 특히 중국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기에 더 의미가 깊다. 누구나 그 곳에선 송련, 진어른, 세 명의 부인, 연아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이데올로기는 무섭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
- 삶에는 최종 버전이 없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찬실의 인생은 계획처럼 풀리지 않는다. 평생 영화만 만들면서 살 줄 알았는데 영화 프로듀서 일이 갑자기 끊기면서 살 길이 막막해졌다. 산동네 단칸방으로 이사한 마흔 살의 찬실이는 완전히 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돈을 빌려주겠다는 친한 배우 소피의 제안에도 ‘일해서 돈 벌어야 한다’며 단호히 거절한다. 찬실이는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열심히 쓸고 닦고 반찬을 만들며 방황한다.
연애도 안 하고 평생 영화에만 매달렸기에 찬실이 놓인 상황은 그토록 사랑했던 영화의 배신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일이 한순간에 남에게 설명하기도 힘든 이상한 일이 되어 버리고, 프로듀서로서 찬실의 공은 더 이상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제작사 대표는 더 이상 찬실과 함께 일하기 힘들 것 같다고 통보한 상황. 이때 찬실 앞에 나타난 유령 장국영에게 찬실은 묻는다. “제가 다시 영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 찬실의 외로운 마음은 소피의 불어 선생 ‘영’을 향한다. 하지만 영은 찬실이 그저 좋은 누나라며 거절하고, 찬실은 한동안 괴로워한다. 찬실이 영화를 때려치우겠다고 결심하는 마음, 그리고 영에 대한 마음을 접는 과정은 닮아있다. 영화와 영 모두 찬실이 좋아했기에 찬실을 좌절시키는 것들이다. 이제 찬실만 ‘헤어질 결심’을 하면 둘 다 조용히 끝나버린다는 점도 닮았다. 영화에 대한 갈등, 영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에 유령 장국영은 똑같은 대답으로 조언한다. “찬실 씨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행복해져요.”
우리는 실패한 사랑에만 앓는 게 아니라, 이루지 못한 꿈에도 앓는다. 누구나 자신의 쓸모를 알아주는 곳을 향해 문을 두드리고, 발견되지 못해 방황하는 시기를 맞닥뜨린다. 글 쓰는 시간을 벌기 위해 임시로 시작했던 일이 벌써 몇 년이 되었음을 지각할 때, 나는 나를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지 헷갈린다. 찬실이처럼 꿈에 대한 확신도 밥벌이도 불안정하기만 하다. 좋아하는 일만은 자신을 꽉 채워줄 거라 믿었지만 찬실의 갈증은 가시지 않았다.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라던 찬실의 대사를 내 식대로 바꾸자면, ‘나의 최종 버전’만을 막연히 꿈꿨던 건 행복이 아니었다 ‘가 될 것이다. 현재를 담보로 잡아 미래에 막연히 뭔갈 손에 쥘 수 있으리라는 허기는 환상이었다. 유령 장국영은 영에게 거절당한 찬실에게 이렇게 말한다. “왜 꼭 사귀어야 해요? 몽땅 가지고 싶다는 마음만 버리면 얼마든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요. “ 그렇다면 꿈과도 이렇게 지내야 하는 게 아닐까. 목마름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닌 그저 좋은 친구처럼.
이제 찬실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할 일이 많다며 들떠서 말하던 찬실은 무언가가 ‘되기’보다는 지금 무언가를 ‘한다’는 행위 그 자체에서 행복을 발견한다. 이는 찬실과 집주인 할머니의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 “나는 오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 대신 애써서 해.” “그럼 오늘 하고 싶었던 일은 콩나물 다듬는 거였겠네요.”
삶에는 최종 버전이 없다. 찬실이처럼 갑작스럽게 길을 잃기도 하고 낯선 길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니 매일 하고 싶은 일을 애써서 하며, 망한 꿈과 함께 나름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
- 4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오늘은 4월 첫째 주 주말 동안의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
.
.
(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지난 주말 벚꽃이 한창 만개함에 따라 관객들의 발걸음이 영화관이 아닌 바깥으로 향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주말 동안에만 총 92만 5천여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고 주간까지 합쳐 총 142만 3천 명의 관객이 다녀가 전 주(162만 6천 명) 대비 13%가량 하락한 관객 수를 기록하였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이 4주 연속 선두를 지켜내는 모습을 보였으며 지난 수요일 개봉한 게임 원작의 블록버스터 영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가 12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2위로 데뷔하였습니다. 이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6만 2천 명의 관객 수를 기록하며 3위를, 한국영화 <웅남이>와 <소울메이트>가 도합 6만 4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각각 4,5위를 기록하였습니다.
1.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이 이번 주에도 역시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는데요, 지난주 대비 23.2%가량 감소한 관객 수를 기록해 약간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체적으로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가 적었던 것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와 별개로 누적 관객 수는 378만을 넘겨 이번 주말에는 무난히 400만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추세라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국내 최고 흥행작인 <너의 이름은>이 세운 기록을 가뿐히 넘기고 더 나아가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기록 또한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NEW)
신비한 유물을 찾아 떠나는 도적들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어드벤처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개봉 주차 주말 12만 명의 관객을 기록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한편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동 시기 북미에서도 개봉을 마쳤는데 지난 주말 1위를 차지했던 <존 윅 4>를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하였습니다.
3. <더 퍼스트 슬램덩크>(-)
4월 2일 일요일 한일 성우 무대인사와 GV를 마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 주와 마찬가지로 박스오피스 3위에 머물렀습니다. 주말 동안 6만 2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 수는 438만여 명을 기록하였는데요, 개봉 14주 차를 맞아 오는 5일부터는 IMAX 상영과 엔딩 주제곡 가수인 10-FEET의 라이브 이벤트까지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4. <웅남이>(⬇︎2)
3월 4주 차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던 박성광 감독의 장편 상업 영화 데뷔작 <웅남이>는 이번 주말 4만 5238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 수 26만 6263명을 기록하며 4위로 떨어졌습니다.
5. <소울메이트>(⬇︎1)
이번 주말 박스오피스 5위를 차지한 영화는 민용근 감독의 <소울메이트>입니다. 지난주에서 한 계단 떨어진 성적인데요, 주말 동안 총 1만 9천여 명의 관객 수를 더해 누적 관객 22만 명을 기록하였습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가 개봉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는 1위를 차지하며 힘차게 데뷔했습니다. 시리즈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존 윅 4>는 한 계단 떨어진 2위를 기록하였는데요, 3위를 차지한 <히즈 온리 선>은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친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다룬 기독교 영화라고 합니다. 뒤를 이어 개봉 이래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두 편의 시리즈 영화 <스크림 6>와 <크리드 3>가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하였습니다.
.
.
.
씨네픽의 4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인생은 스윙 한 스푼, 우리만의 리듬으로
무엇이든 금방 잘 해내면 좋을 텐데, 인생은 왜 늘 좌충우돌이고 우당탕탕일까. 실패와 실수로 낙담하는 이들에게는 응원이 필요하지만, 요즘 세상은 차갑고 매섭다. 완벽한 육각형 인재에게 박수와 찬사가 쏟아질수록 조금 부족한 사람들은 괜히 더 조급해진다. 뒤처진 듯한 공허함은 쉽게 감춰지지 않는다.
이런 시대 속에서 20년 만에 재개봉하는 <스윙걸즈>는 재기 발랄 청춘 코미디로 고민 많은 청춘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빛나는 빅 밴드 소녀들의 이야기는 작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우연히 새로운 세계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방학 어느 날, 지루한 수학 보충 수업이 한창이다. 낙제생 중 하나인 토모코는 밴드부를 태운 버스가 떠나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공부하기 싫은 토모코는 보충 수업 친구들과 뒤늦게 도착한 도시락을 밴드부에 직접 배달하러 가겠다고 자처한다.
기차를 놓치고 헤매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경기장. 그러나 밴드부는 폭염으로 상한 도시락을 먹고 단체로 식중독에 걸린다. 그리고 보충 수업 아이들이 갑작스러운 밴드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악기를 잡는다. 삐걱거리는 소리 속에서도 점차 연주의 즐거움을 발견하지만, 밴드부가 돌아오자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엔, 연주의 기쁨을 잊기엔 너무 아쉽다.
[처음 만난 재미, 이렇게 놓칠 수는 없어]
토모코는 처음엔 애써 모른 척한다. 따지 못하는 신 포도를 올려다보는 여우처럼, 원래 관심 없던 밴드부라고 둘러댄다. 하지만 연주할 때의 짜릿한 성취감이 자꾸만 떠오른다. 공부엔 영 소질이 없었는데, 악기를 잡고 처음으로 '뭔가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달까.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다. 동생의 게임기를 팔아 중고 악기를 사려 하고, 친구들과 다시 모여 연습을 시작한다. <스윙걸즈>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우연히 음악의 매력에 빠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성적이 낮으면 낙오자 취급받는 현실 속에서, 이들이 연주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은 묘하게 짠하면서도 유쾌하다. 실력이 부족해도 노력하며 스스로 방법을 생각하고 길을 찾아가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믿는 힘]
낮은 성적에 골칫거리 취급당하던 아이들에게 '빅 밴드' 연주는 신세계였다. 아르바이트해서 악기를 사고, 먼지 쌓인 트럼펫을 불어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빛나는 아낌없이 보여준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을 다녀도 '이게 나한테 맞는 걸까'하고 고민하는 게 현실이다. <스윙걸즈>는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서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이 꼭 지름길처럼 빠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잘못 탄 기차가 때론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빅 밴드 스윙걸즈가 계속될 수 있는 과정에는 뜻밖의 조력자가 있다. 바로 그들의 보충수업을 담당했던 수학 선생님이다. 그는 누구보다 재즈를 사랑하지만 악기 실력은 형편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따로 재즈를 공부하고 아이들이 연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심벌즈만 치며 권태로워하던 나카무라도 마찬가지다. 밴드 탈퇴를 고민하다가 '빅 밴드'를 결성하며 피아노에 빠져든다. 꼭 처음부터 잘하는 것이 아니어도, 흥미를 느끼고 결국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게 된다.
[모든 시작은 한 걸음부터]
한국 사회는 늘 ‘빨리빨리’다. 좋은 대학, 빠른 취업, 안정적인 직장이 정답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적당히 성적을 맞춰 대학 간 아이들은 쉽게 방향을 잃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 뒤늦게 다른 길을 가려 하면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스윙걸즈>는 그런 고민 많은 청춘들에게 말한다.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일단 해보라고, 좀 부족해도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으라고. 금관 악기의 첫 음을 내기까지는 달리기, 휴지 불기 등 온갖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재즈는 즉흥성이 매력인 음악이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완벽하지 않아도, 한 음 한 음 내다 보면 결국 멋진 연주가 완성될 것이다. 그러니 무엇이든 걱정하지 말고 한 걸음부터. 작고 수줍게 처음 악기를 불던 아이들처럼 시작해 보길 바란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
- 11월 4주 최신 개봉영화(연애 빠진 로맨스, 유체이탈자, 싸나희 순정, 메이드 인 이태리, 엔칸토 마법의 세계)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1월 4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연애빠진로맨스 #유체이탈자 #싸나희순정 #메이드인이태리 #엔칸토마법의세계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
- 「모가디슈」 1차 예고편 분석 그리고 예매권 이벤트
?'모가디슈(2021 여름)' 1차 예고편 확장판 분석
그리고 예매권 이벤트
*자세한 내용은 고정댓글 참조- 모가디슈 영화정보
장르: 드라마, 액션
감독: 류승완
각본: 류승완
제작: 강혜정
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김소진, 정만식, 구교환, 김재화, 박경혜 외
촬영: 최영환
조명: 이재혁
편집
미술
음악
의상
주제곡
촬영 기간: 2019년 11월 ~ 2020년 2월
제작사: 대한민국 외유내강, 덱스터 스튜디오, 필름케이
배급사: 대한민국 국기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대한민국 국기 2021년 7월
화면비
상영 시간: 121분
제작비: 240억 원#모가디슈 #모가디슈리뷰 #모가디슈예고편
-
-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메인 예고편
가장 강력한 운명의 적과 마주하게된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 미션이 시작된다.
-
-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2> 티저 예고편
게임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모두 준비되었는가? 《오징어 게임》 시즌 2, 12월 26일 공개.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