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12-20 03:03:10
21일 2시에 꼭 봐야 하는 영화
영화 <캐롤>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12월 21일 2시에 꼭 봐야 하는 영화!
무엇인지 다들 예상 가시나요?
바로!
배우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캐롤>입니다.
ⓒ 네이버 영화
ⓒ 캐롤
영화에서 캐롤과 테레즈가 12월 21일 2시에 약속을 잡아 이를 수첩에 적는 테레즈의 모습이
담긴 컷이 나오는데요! 시간에 맞춰서 영화를 본다면 영화에 몰입해서 보기 딱 좋을 것 같습니다.
ⓒ 네이버 영화
또 둘이서 처음 만날 때 먹었던 크림 시금치와 수란, 그리고 마티니와 함께 영화를 본다면
영화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을 것입니다.
ⓒ 네이버 영화
게다가 21일 오후에 눈 소식이 있기 때문에 영화를 스크린뿐만 아니라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캐롤> 정보
ⓒ 네이버 영화
줄거리
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 각자의 상황을 잊을 만큼 통제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둘은 확신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에, 그리고 처음으로 찾아온 진짜 사랑임을…
CINE PICK!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었고, 호주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
노미네이션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타임즈 선정 20세기 100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캐롤>은
겨울만 되면 국내에서 재상영을 할 정도로 팬층이 두터운 작품이다.
21일은 혼자 혹은 누군가와 함께 2시에 만나서 같이 크림 시금치와 수란 그리고 마티니를 마시며
영화 <캐롤>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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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총을 든 남자의 비밀
* 이 글은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 참고해 주세요 : )
나쁜 감정엔 바닥이 없다.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두렵고 불안한 마음은 점점 커지고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하지만 감정을 원하는 대로 해결하기란 몹시 까다롭다.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나쁜 감정에 휩쓸리는 순간, 세상에 떠도는 수많은 비극이 탄생한다.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에도 나쁜 감정에 고통받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그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자고 있는 아내에게 총을 겨눈다. 그에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
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는 가정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데이빗(클레인 크레포드)'에게 일어나는 사건과 감정을 담았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공식 초정작으로 선정되었다.영화는 앞서 말했듯 '데이빗'이 아내 '니키(세피데 모아피)'에게 총을 겨누며 시작한다. 그들은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4명의 자녀를 두었으나 세월이 지나 결혼생활의 권태로 인해 잠시 떨어져 지내기로 결정했다. 별거 중인 어느 날 '데이빗'은 자신이 살던 집에서 벌거벗은 채 자고 있는 아내와 남자 '데릭(크리스 코이)'을 보게 된다. 부부 사이에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도 된다는 약속을 했었지만, 화가 난 '데이빗'은 아내에게 총을 겨눈다.
숨이 멎을 듯 멈췄던 시간은 거실에서 떠드는 아이들 목소리에 의해 깨진다. 창문을 통해 집을 빠져나온 남자는 무작정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고 카메라는 그의 뒷모습을 따라간다. 동시에 금속과 살이 부딪히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들린다. 듣는 사람마저 불쾌한 감정을 전염시키는 특유의 효과음은 '데이빗'이 나쁜 감정에 사로잡힐 때마다 들린다. 음향을 담당한 '피터 알브레히첸(Peter Albrechtsen)'은 '데이빗'의 삶과 연관된 소리를 찾아내려 노력한 끝에 상영 시간 84분 동안 자동차 문이 84번 열고 닫히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효과음을 만들었다.연출의 특징도 눈 여겨볼만하다. <킬링 오브 투 러버스>는 화면 비율을 4:3 정도로 줄인다. 화면은 크면 클수록 좋고 IMAX가 대세인 요즘 영상과 확연히 다른 선택이다. 좁은 화면은 인적 드문 공터나 도로처럼 영화 속 배경이 주는 여백과 대비되어 훨씬 답답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카메라의 움직임을 최소화해서 한 장면을 길게 촬영하는 단조로운 구도를 사용했다. 그중 인물의 전신이 보이도록 촬영된 장면이 많은데 관객은 그들의 동선과 대화만 확인할 수 있고 자세한 표정은 알 수 없다. 영화의 감독 '로버트 매코이언(Robert Machoian)'의 인터뷰에 따르면 '카메라에 담긴 특정 인물에게만 집중하기보다 등장인물 누구나 공평한 가치를 지니길 원했다'라고 설명했다. 감독의 의도대로 주인공 '데이빗'을 담는 카메라조차 철저히 방관자에 입장에서 그의 고통을 관찰한다.
Q. 나쁜 감정을 숨기며 지내나요?
'데이빗'은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나쁜 감정을 숨긴다. 그는 '니키'가 다른 남자와 잔 걸 모르는 듯 태연하게 행동하거나 소원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저녁 데이트 코스를 준비한다. 그리고 다정한 아빠 역할을 충실히 해내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거나 신중하게 장난감을 고른다.아무리 덤덤한 얼굴로 괜찮은 척 해도 '데이빗'은 어느 하나 숨길 수 없다. 영화의 배경인 미국 유타주 카노시는 사람이 적은 한적한 동네여서 동네 사람들은 그가 처한 상황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마트에서 아내의 남자 친구를 마주치고 이웃과 안부 인사를 건네며 가출한 딸을 잡는다. 심지어 딸에게 '니키'를 둘러싼 삼각관계를 들키며 딸은 방황하고 부녀 사이는 갈수록 나빠진다.
꾸역꾸역 감추던 감정은 폭력으로 표출된다. 그는 아이들과 자유롭게 만날 수 없게 되자 '니키'와 큰소리로 다투는 일이 잦아지고 비아냥거리며 거친 말을 내뱉는다. 급기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사람 모양의 샌드백에 마구잡이로 주먹질을 하고 총을 쏜다.
글에서 설명한 장면을 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 예고편에서 만나보세요▼
그의 분노를 한 꺼풀 벗기면 나쁜 감정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데이빗'은 애쓸수록 망가지는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몰라서 혼란스럽다. 만약 '데릭'으로 인해 아내와의 관계가 끝난다면 가족에게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까 봐 두려움을 느낀다. 감독은 영화 속 그의 처지를 노숙자에 비유하는데, 별거로 인해 가족과 한 집에서 지낼 수 없으며 아버지 댁에서도 임시로 머무는 손님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나마 집이라고 할 만한 장소는 자신의 낡은 트럭뿐이기에 좌절과 외로움을 홀로 견뎌야 한다.
나쁜 감정엔 바닥이 없다. 그러나 시작된 이유는 분명히 있다. 이유를 알아내는 첫 단계로 감정을 숨기는 대신 솔직하게 마주해야 한다. 영화 <킬링 오브 투 러버스>의 절정은 아내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이 아니라 그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주저앉아 우는 장면이다. 결국 그는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두려움을 인정했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면 '데이빗' 주변에 나쁜 감정의 찌꺼기가 남은 듯 불안감이 감돌지만, 그가 바라던 대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감정을 숨기는 게 익숙한 사람이라면 영화 속 '데이빗'의 슬픔이 긴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이 비극이길 바라는 주인공은 없으니까.
영화 리뷰를 꾸준히 쓰고 있지만, 장면마다 숨겨둔 감독의 의도가 이 정도로 궁금한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참고한 감독의 인터뷰와 다른 리뷰는 아래 링크로 남깁니다.
https://www.abc.net.au/news/2021-09-16/the-killing-of-two-lovers-review/100463886
https://www.slashfilm.com/581177/the-killing-of-two-lovers-director-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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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다>에게 주어진 질문과 소통의 노래라는 답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아빠 '프랭크(트로이 코쳐)', 엄마 '재키(말리 매트린)', 오빠 '레오(다니엘 듀런트)'와 세상을 이어주는 막내딸 '루비(에밀리아 존스)'. 어느 날 그녀는 남몰래 호감을 품고 있던 '마일스(퍼디아 월시 필로)'를 따라간 합창단 연습에서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노래에 대한 열정을 발견한다. 마찬가지로 루비의 재능을 알아본 합창단 선생님 '빌라로보스(에우헤니오 데르베스)'는 그녀와 마일스의 듀엣 콘서트를 준비하고, 그녀에게 버클리 음대 오디션에 지원할 기회를 준다. 그러나 그녀 없이는 생업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들은 루비의 선택을 두고 고민에 빠지고, 루비는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 살면서 처음으로 가족이나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미국 극영화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비롯해 4관왕을 달성하고, Apple TV+와 2,5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된 시안 헤더 감독의 <코다>는 기본적으로 모범적인 음악 영화다. 십 대 소녀가 자신의 꿈을 이해하거나 응원해주지 않는 부모님과 갈등을 빚는 가족 드라마와 아웃사이더인 주인공이 인싸인 학교 친구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점차 가까워지고 장애물이었던 모종의 오해까지 풀면서 사랑을 이루는 하이틴 로맨스의 흐름을 착실히 따라간다. 특히 어선 조업 중 노래와 리듬에 몸을 맡기는 루비의 첫 등장만 봐도 정석적이고 반듯한 영화의 전개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한 소녀가 본업과 관련이 없는 음악이라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는 <비긴 어게인>과 <싱 스트리트>, <스타 이즈 본>과 같은 영화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그러나 <코다>의 진가는 이처럼 모범적인 면모가 영화를 결코 뻔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특히 마냥 평범해 보이는 요소인 노래에 여름날 햇빛을 닮은 감동을 담아내면서 힐링 영화로 발돋움하는 게 인상적이다. 그 중심에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인 '코다(CODA, Childern Of Deaf Adults)'라는 루비의 정체성, 그리고 뜬금없이 합창단에 들어가고자 하는 루비에게 친구인 거티가 건네는 "너 노래해?"라는 질문이 있다. 언뜻 듣기에 거티의 질문은 단순히 노래라는 걸 부를 줄 아느냐고 묻는 듯하다. 그러나 루비가 겪은 코다로서의 경험과 만나는 순간 이 질문은 들리는 것 이상의 의미, 곧 소통과 불통의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우선 영화가 묘사하는 루비의 삶과 경험은 '통역'이라는 단어 하나로 축약할 수 있다. 루비 없이 그녀의 가족과 다른 사람들은 소통하지 못하며, 이는 일상의 위기로 이어진다. 당장 배 위에서 루비의 주된 역할은 해경 및 다른 어선들과의 무전 담당이다. 배 아래에서도 그녀는 잡은 물고기의 경매가를 흥정하고, 물고기 판매 방식을 둘러싼 회의에서 가족들의 의견을 대표로 전달한다. 그런 그녀가 조업에 나서지 않자 프랭크와 레오는 무전을 받을 사람이 없어서 해경에게 제지당하며, 그들은 회의장에서 안건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남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통역으로 살아온 루비는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말하는 것을 꺼리고, 타인의 이야기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가족과 사회 양쪽 세상을 이어주면서도 동시에 양쪽 모두에게 배척받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녀는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단순한 메신저에 불과하다. 당장 농인인 가족들과 루비는 삶의 기준이 다르다. 식사 자리에서 틴더 어플을 사용해도 아무 제지를 받지 않는 오빠와 달리 그녀는 식탁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무례하다고 혼난다. 또 그녀는 가족들이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만들어내는 온갖 소음에 홀로 괴로워하며, 자신의 말에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는(못하는) 가족들로부터 자신이 점차 소외되어 간다고 느낀다.
한편 가족 너머의 사회에서도 그녀는 괴짜다. 학교에 처음 간 날 친구들과 달리 농인처럼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는 등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루비는 놀림을 받는다. 멸시와 조롱 때문에 그녀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자 그로 인해 그녀는 또다시 놀림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그녀는 양쪽 세상 모두와 점진적으로 단절되어 간다. 이는 루비가 마일스와 쌓인 오해와 감정을 푸는 장면이 그녀가 어선 조업 문제를 두고 가족들과 의견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한 대가를 맛보는 모습과 교차되는 이유다. 상반된 분위기의 장면이 엇갈리면서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위기는 가장 극적으로 조성된다.
이때 영화는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이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말할 줄 모르던 한 소녀에게 탈출구를 선물한다. 바로 노래다. 일단 그녀에게 노래는 자신만의 감정과 사연을 기록하고 표현할 수 있는 일기장이다. 가족들이 음악과 노래를 들을 수 없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남길 수 있었다. 물론 동시에 아픈 기억을 상기시키는 흉터이기도 하다. 처음 합창단 연습에 간 루비는 노래를 부를 차례가 되자 연습실에서 도망쳐 버린다. 처음으로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자 자신이 말한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말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던 그녀의 트라우마는 반복된다.
하지만 그 흉터는 이내 치료를 위한 거울이 된다. 노래를 통해 마침내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남들에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들릴까 봐 노래를 망설이는 루비에게 음악 선생님인 미스터 브이는 노래하는 목소리보다 그 목소리에 담긴 이야기가 소중하다고 이야기한다. 또 루비가 예쁘게 노래하려고 애쓸 때 그는 당장 예쁘지 않더라도 분노, 실망, 좌절처럼 그녀가 애써 숨기고 마음속에 가두려는 감정을 모두 노래에 털어놓아야 비로소 노래에 힘이 생긴다고 가르친다. 이처럼 레슨을 받으면서, 또 노래를 부르면서 그녀는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준비를 마친다.
이는 영화가 서두에 던진 "너 노래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루비의 이야기라는 특별한 맥락 안에서 위 질문은 단순히 노래한다는 행위의 유무를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노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된다. 그렇기에 루비가 마일스와 쌓인 오해를 풀고자 그를 자신이 혼자 노래하던 호수로 데려라고, 음대에 진학하겠다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질문에 대한 답이 되며, 그녀의 노래는 따뜻한 울림을 선사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코다>는 진정으로 노래하게 된 루비의 변화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의 노래를 들어야 할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대화와 소통은 말하는 사람과 말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듣고 이해하는 사람까지 있어야 진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화자의 표현과 그 내용이 진실될 때 소통이 더 용이해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도 주목하여 그녀의 성장과 노력, 그리고 진심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닿는지에도 주목한다.
그래서 루비가 무대 위에 올라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순간, 카메라는 루비보다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 특히 그녀의 가족을 주시한다. 노래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딸이 노래한다는 사실도 믿지 못하던 아빠 프랭크는 다른 관객들의 박수세례와 눈물을 통해서 비로소 그녀의 노래가 갖는 힘을 인식한다. 그러고는 집에서 루비가 노래할 때 그녀의 목을 만져서 울림을 확인하고, 입모양을 보면서 가사를 확인하며, 눈물을 보면서 노래에 담긴 진심을 확인한다. 이때 영화는 루비가 무대 위에 있을 때 영화 관객에게도 숨겼던 노랫소리를 그제야 들려주며 루비와 그녀의 가족이 진정으로 서로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순간의 임팩트를 극대화한다.
이렇게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법을 배우고, 또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게 하는 루비의 노래는 그녀에게만 필요했던 탈출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비록 모든 사람이 루비와 같은 코다는 아니지만, 다양한 이유로 그녀가 겪는 것과 유사한 불통의 문제를 현실의 삶 속에서 공유하기 때문에 그녀의 노래에 더욱 공감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너 노래해?"라는 질문은 루비의 시점에서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에게 주어진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루비가 자신의 이야기로 노래하는 거 봤지? 이제 너는 어떤 노래를 부를 거야?"라고 묻는 것처럼.
A(Acceptable, 무난함)
코다의 노래를 빌려 모든 이들의 불통과 소통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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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세상을 거부한 외톨이들의 세상을 향한 도전을 담은 <아만다>와 2차 세계대전 직전 스탈린의 공포 정치 속 이야기를 그린 <볼코노고프대위 탈출하다> 영화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초청받은 영화부터 해양 블록버스터 영화<더 버닝 씨>까지 같이 알아보아요!
아만다
AmandaMask Girl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코미디 | 이탈리아 | 94분
감독: 캐롤라이나 카발리
출연: 베네데타 포르카롤리, 갈라테아 벨루지 등
개봉: 2023.08.23.
배급: (주)이놀미디어
시놉시스
무대뽀 돌+I & 히키코모리 안하무인 ‘아싸’들의 진정한 홀로서기! 인생사 내 멋대로, 내 맘대로! 남의 시선 따위는 개나 줘버린 채, 무대뽀 일상을 살아가는 ‘아만다’. 히키코모리 옛 친구 ‘레베카’와 재회하여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려 맘 먹은 그때! 이들의 앞을 가로막는 존재가 나타나는데… 세상을 거부한 외톨이들의 세상을 향한 도전이 시작된다!
CINE PICK!
<아만다>감독 카발리는 세계 4대 영화제로 불리는 베네치아국제영화제와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습니다. “장난기 많고 자신감 넘치는 데뷔작”, “Z세대에게 내재된 불안의 울림을 포착한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더 버닝 씨
The North Sea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 노르웨이 | 106분
감독: 존 안드레아 앤더슨
출연: 크리스틴 쿠야트 소프, 헨리크 비엘란 등
개봉: 2023.08.23.
배급: (주)엣나인필름
시놉시스
북유럽 해양, 차가운 바닷속 뜨거운 붉은 재앙이 다가온다! 석유산업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노르웨이. 어느 날, 바다 위의 시추탑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수중 로봇 원격 조종사 ‘소피아’는 무너진 시추탑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는 비밀스러운 임무에 투입되고, 실종자 수색 중 시추탑 붕괴의 원인이 대규모 해저 산사태라는 무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저 산사태로 판단한 노르웨이 정부는 350개 유정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바다를 불태우기로 결정하는데… 인부들의 철수와 대피 과정에서 마지막 유정을 수동으로 폐쇄하던 소피아의 연인 ‘스티앙’이 바닷속에 갇히게 된다. 모두의 만류를 뿌리치고 사랑하는 연인 ‘스티앙’을 구출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 소피아. 과연 ‘소피아’는 ‘스티앙’을 구출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CINE PICK!
<더 버닝 씨>는 노르웨이 해안에서 발생한 석유 시추선 붕괴 사고에서 비롯된 재앙을 담은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2018년 개봉한 <더 퀘이크: 오슬로 대지진> 재난 블록버스터 3부작의 완결편으로 존 안드레아 앤더슨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
aptain Volkonogov Escaped
ⓒ 네이버영화
개요: 스릴러 | 러시아연방 | 126분
감독: 나타샤 메르쿨로바, 알렉세이 츄포브
출연: 유리 보리소프, 티모페이 트리분체프, 알렉산드르야트센코
개봉: 2023.08.23.
배급: (주)슈아픽처스
시놉시스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 소련(러시아)을 저격하다!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밀경찰 조직 vs 볼코노고프 대위 희망 없는 세상, 영혼을 구하기 위한 대탈출! 숨막히는 서스펜스 스릴러! 2차 세계대전 직전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 수십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역사상 가장 끔찍한 비밀경찰 조직 NKVD의 볼코노고프 대위는 조직원들에게 행해지는 심문을 이상하게 여긴다. 곧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한 그는 비밀문서를 들고 탈출을 감행한다. 동료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볼코노고프 대위는 자신에게도 영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자신이 저지른 충격적인 만행을 뉘우치고 피해자들의 유가족을 찾아 용서를 구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용서를 구하기 위한 여정은 쉽지 않고, NKVD의 추격은 점점 더 숨통을 조여온다.
CINE PICK!
21년 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화제작이었던 <볼코노프 대위 탈출하다>는 2차세계대전 직전인 스탈린의 공포정치가 절정에 이르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로 이 비극 속 주인공은 어떤 의지와 신념으로 움직이는지 궁금해지는 영화입니다.
에릭 클랩튼: 어크로스 24 나이츠
Eric Clapton: Across 24 Night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113분
감독: 데이비드 바나드
출연: 에릭 클랩튼
개봉: 2023.08.23.
배급: (주)케빈앤컴퍼니
시놉시스
기타의 신,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기타 연주자인 에릭 클랩튼의 전설적인 공연이 영화관에서 펼쳐진다. 1990년과 1991년, 에릭 클랩튼은 영국을 대표하는 공연장 로열 앨버트 홀에서 락, 블루스, 풀 오케스트라로 구성된 다양한 라인업과 명곡으로 콘서트를 진행하였다. 그의 다섯 번째 라이브 앨범 <24 nights>는 두 해에 걸친 42번의 공연들로 구성된 것이다. <에릭 클랩튼: 어크로스 24 나이츠>는 그중 최고의 공연만을 선별하여 5.1 서라운드 사운드로 리마스터된 공연 실황으로, 30여 년 전 공연 현장 속 뜨거운 열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CINE PICK!
1960년대부터 현대까지 영국의 “기타의 신”이라고 불리는 에릭 클랩튼은 최고의 음악적 성취를 거둔 기타리스트를 꼽을 때 항상 거론되는 전설의 인물입니다. 이 공연은 그의 다섯 번째 라이브 앨범 <24 nights>는 두 해에 걸친 42번의 공연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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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스토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1984년 4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첫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1985년까지 짧은 시간에 무려 열세 명을 살해했으며, 수십 건의 폭행, 강도, 강간 범죄를 저지른 범죄가 발생했다. LA경찰은 처음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몇 건의 살인사건이 더 발생할 때까지 이들 살인 범죄가 연쇄살인이라고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민완 형사 프랭크와 신참 형사 길버트가 이 사건을 맡아 수사를 시작했다. 범인이 미쳐 날뛸 때는 열흘 사이에 다섯 건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범인은 매우 주도면밀해서 지문을 포함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지만, 발자국은 어쩔 수 없었다.
생존자가 증언한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몽타쥬를 그리고, 범행 장소에서 발견한 여러 개의 족적을 확인하면서 범인이 신은 신발이 매우 특이한 신발이라는 걸 밝혀냈다. 그 신발은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유명 메이커는 아니었고, 그리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회사에서 만든 제품으로, 모두 여섯 켤레가 대만에서 미국으로 들어왔고, 다섯 켤레는 다른 지역으로, 오직 한 켤레만 캘리포니아에 도착했다. 따라서 그 신발은 신은 사람이 범인인 것은 확실했다.
범인은 키가 약 180센티미터, 백인 또는 밝은색 피부의 남미 계열 사람이며, 신발 크기는 295밀리미터였다. 경찰은 비밀수사에서 공개수사로 전술을 바꾸고, 범인에 관한 정보를 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 한번은 가장 핵심 증거인 신발에 관한 내용은 빼고 언론에 알렸으며, 두번째는 LA시장이 직접 범인의 정보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형사들이 알고 있던 모든 정보를 공개했다.
수사를 하고 있던 형사들은 시장이 언론을 통해 말한 정보로 인해 범인이 자취를 감출 것이고, 수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에게 퍽 운이 좋았던 상황이었다. LA시장이 생방송으로 범인의 정보를 언론 앞에서 알리고 있을 때, 범인은 LA를 떠나 다른 지역에 살고 있던 형을 만나러 갔고, 그 다음 날,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다시 LA로 돌아온다.
단 하루 사이였지만, 모든 신문, 방송에서 범인의 얼굴 사진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고, 거리에서, 버스에서 시민들은 범인 리처드 라미레스를 알아보고 그를 뒤쫓기 시작했다. 결국 범인은 도주에 실패하고,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린치를 당해 쓰러지고, 나중에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에 잡혀 경찰서로 이송된다.
범인 리처드 라미레스는 1985년에 체포되지만, 정식 재판은 1989년에 하게 되고, 그에게 적용된 43건의 사건이 모두 유죄로 선고되면서 리처드 라미레스는 사형 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2013년 병원에서 암으로 자연사하는데, 그가 저지른 범죄에 비하면 행복한 죽음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리처드 라미네스는 1960년 생으로 멕시코인이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불우하고 불행한 환경에 둘러싸여 자랐다. 그를 둘러싼 부모, 친척들 모두 폭력적이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었으며, 마약,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봤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체포되고, 경찰의 심문을 받으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드러내지 않았다. 즉 인간의 모습을 한 '악마'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의아한 장면이 있었는데, 그가 체포되어 대중과 언론 앞에 나서는 장면에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건 자신이 저지른 행위가 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의식하고,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장면을 제외하고, 리처드 라미네스가 재판을 받는 장면을 보면, 일말의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수치심이 사라진 인간으로, 싸이코패스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인간의 외피를 한 '다른 존재'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표현이 비과학적이라는 건 알지만, 달리 표현하기 어렵다.
과학적 입장으로 보자면, 리처드 라미레스 같은 인간이 나오는 것 역시 사회가 한 '개인'에게 그런 영향을 끼친 것이고, 인간은 주위 환경의 영향을 직접 받으며 성장하기 때문에, '개인'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들과 살았느냐가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은 당연하다.
2009년, 미국의 '라이프'는 '세계의 살인마 31인'을 발표했다. 이 목록에 당연히 '나이트 스토커'인 리처드 마리레스도 있다. 이 목록에 등장하는 연쇄살인마들의 범죄를 보면, 오히려 리처드 라미레스의 악행은 밑바닥에 있을 정도로 끔찍한 살인귀들이 많다.
한국에서도 유영철, 이춘재 같은 연쇄살인범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가정환경이 매우 불행하고 불우했다는 것이다. 가정환경이 불우하다고 모두 연쇄살인범이나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니, 이것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성장 환경과 과정이 개인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린이 한 명을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함께 한다는 말은 과거의 공동체가 존재했을 때,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며 살았음을 의미하는 말인데, 오늘날,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공동체를 해체하고, '개인'을 내세우며, 개인들의 연대와 협동을 구조적으로 파괴한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주인인 자본가들이 더 많은 이윤을 차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범죄를 단지 개인의 성향, 일탈, 인성과 같은 비과학적 분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존재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적 역학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사회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고, 개인의 삶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여기에 '개인' 고유의 특성이 결합하게 되는 것이고, 극악한 범죄자들은 이런 '개인의 특성'이 그의 사회적 성장 배경과 결합해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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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 없는 안티 히어로, 모비우스
평생 앓고 있는 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병을 고치려고 평생 매달리게 된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안고 받아들이며 적응하겠지만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면 다시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된다. 의료의 발달로 꽤 많은 병의 치료제가 만들어졌다. 꽤 긴 시간 동안 많은 연구진들이 매달리고 임상실험을 통해 얻어낸 결과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의지를 주었지만 여전히 주변에는 치료되지 못한 병과 그것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만약 그들에게 단기간에 병을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영화 <모비우스>는 병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모비우스 박사(자레드 레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와 동생 마일로(맷 스미스)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계속 몸이 불편해 일반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모비우스는 열심히 공부에 매달려 스스로 의사가 되었고, 이후 계속 자신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그는 그의 연구가 성공하면 자신과 동생 마일로까지 치료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전 인류에 존재하는 질병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욱 연구에 집중했다.
질병으로 불편한 자신의 치료제를 만드는 모비우스 박사 이야기
영화의 첫 장면은 모비우스가 어디론가 이동해 동굴 속 박쥐 떼를 만나는 모습이다. 그는 박쥐 떼를 연구실로 데려와 박쥐의 DNA를 이용해 치료제를 만드는 노력을 계속하고 결국에 혈청 주사를 만들어낸다. 초반 모비우스의 모습은 목발을 이용해 걷고 굉장히 유약해 보인다. 그래서 그가 그렇게 자신의 온 힘을 기울여 치료제를 만드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충분히 이해가 가게 그려진다. 결국 그는 박쥐를 이용한 혈청을 만들어내고 자신에게 한 임상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받는다. 그런 게 부작용으로 인간의 피를 주기적으로 마셔야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모비우스가 그의 동료 마르틴(아드리아 아르조나)과 함께 치료제를 만들려는 모습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가 치료제로 자신의 몸을 치료한 이후, 그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특히나 모비우스의 동생 마일로의 변화가 그렇다. 마일로는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형 모비우스를 찾아왔다가 우연히 혈청 치료제를 발견하고 자신의 몸에 주사를 한다. 그 역시 몸은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엄청난 힘을 얻지만 그렇게 얻은 힘으로 다른 인간들을 괴롭히고 피를 빨아먹는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인공 피를 마셨던 모비우스의 선택과 대비된다.
문제는 마일로가 갑자기 그렇게 악행을 벌이는 것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마일로 주변에 있던 모비우스나 에밀(자레드 해리스)은 마일로를 최선을 다해 보호하려고 노력했다. 영화 속에서 마일로가 세상에 반감을 가질만한 일도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많지 않았다. 그저 힘없고 착해 보였던 그가 갑작스럽게 얻은 힘으로 아무 죄 없는 사람까지 죽이고 악행을 저지르는 모습은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 또한 그에 대한해 마일로와 대결을 벌이는 모비우스도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힘을 이용해 더 큰 대결을 벌이려 하기 때문에 형제의 싸움에 파괴되는 도시의 모습이 화면에 계속 전시될 뿐이다.
어쨌든 영화에서 모비우스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것의 부작용을 대하는 방식으로 그는 자신의 흡혈에 대한 욕구를 실험적으로 관찰하여 기록하지만 해결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그는 최대한 실제 인간 피를 먹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악행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이번 <모비우스> 영화 안에서 그는 악인의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실제로 <스파이더맨> 코믹스에 등장하는 악당 중 한 명인 <모비우스>는 꽤 파괴적인 능력을 가지고 스파이더맨에 대항한다. 영화에도 나오듯 그는 박쥐의 능력과 동일하게 바람을 타고 날고, 빠르다. 또한 초음파를 이용해 멀리 있는 존재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다. 악인이라는 특성만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가 가진 능력은 이번 영화에서 모두 소개되고 있다.
아쉬운 완성도의 안티 히어로 영화 <모비우스>
그래서 영화 <모비우스>는 ‘모비우스’라는 스파이더맨의 악당 캐릭터를 소개하는 정도만 하고 있는 영화다. 주인공 캐릭터가 실제로 악한 일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제시하지 않고 그저 완전한 악행을 일삼는 동생 마일로와의 대결만 보여줄 뿐이다. 그렇게 대결을 벌이며 모비우스가 가진 능력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영화의 마지막 다른 악당과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향후 그가 스파이더맨과 대립각을 세우며 재등장할 것이라는 분위기를 전달할 뿐이다.
제작사 소니가 완성해 내놓았던 <베놈> 시리즈의 경우도 영화적 완성도나 재미가 뛰어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에디(톰 하디)와 그의 몸에 들어간 심비오트 베놈이 서로 주도권을 갖기 위해 티격태격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두 캐릭터가 어느 정도는 흥미롭게 구축되었었다. 하지만 이번 <모비우스>에서는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면서 모든 면에서 아쉬운 완성도를 보여주게 되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마블이 제작하는 <스파이더맨> 영화들에 비해 소니에서 제작하는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영화들에 더욱 실망할 수밖에 없다.
모비우스 역을 맡은 배우 자레드 레토는 과거 DC코믹스의 영화에서 조커 역으로 등장했던 적이 있다. 그 영화 역시 나쁜 완성도로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 <모비우스>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다. 꽤 좋은 연기 능력을 가진 배우지만 히어로 영화 장르에서 만큼은 잘못된 작품 선택을 하는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 다니엘 에스피노자는 과거 <라이프>나 <세이프 하우스> 같은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연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연출작인 <모비어스>는 과거 감독이 연출했던 작품들에 비해 많이 아쉬운 작품이 되었다.
제작사 소니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를 계속 구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마블이 만들어놓은 아이디어를 통해 계속 관심을 받게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판권을 잡고 놓고 있지 않는 소니가 향후에 제작할 다양한 <스파이더맨> 관련 영화들이 조금 더 재미있고 괜찮은 캐릭터들을 조합하여 보여준다면 이런 실패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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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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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높은 영상 속 질낮은 이야기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건 어떤 것일까. 살기 위한 의지가 사그라든 상황에서도 다시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아마도 가족은 다시 살아야 할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다시 직접 만나서 서로를 안고 보듬으면서 일상을 살아간다는 생각은 의지를 주기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자신이 맡은 일이 국가적으로 기대가 있었던 일이라면 그 일을 완수하기 위해 더 힘을 쓰게 된다. 여러 동료를 잃은 위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목표점에 근접한 남은 인물은 끝까지 그 일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 <더 문>은 한국 최초로 달 탐사를 하기 위해 우주로 향하는 우리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호에는 3명의 대원이 타고 있었지만 태양풍으로 인한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로 황선우 대원(도경수)만 살아남는다. 그를 구하기 위해 5년 전 첫 번째로 탐사선을 만들었던 김재국 센터장(설경구)이 다시 우주센터로 돌아와 도움을 주게 된다. 김재국 센터장은 5년 전 달탐사를 위해 나래호를 발사시켰다가 폭발로 실패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우리호는 나래호와 기본적으로 같은 구조이기 때문에 탐사선을 잘 알고 있는 김재국 센터장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한국 최초 달 탐사선인 우리호에 닥친 재난
다른 대원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기체의 결함에도 불구하고 달탐사를 강행하겠다고 결정한 황선우 대원은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발휘해 결국 달에 도착한다. 사실 황선우 대원은 우리호에 탄 3명의 대원 중 가장 우주 비행에 대한 지식과 능력이 떨어진다. 3명 중 가장 초보자라고 할 수 있는 그가 탐사선에 남아 관제센터와 협력을 하고 그것을 통해 달에 결국 도달하는 과정이 영화에서 꽤나 긴장감 있게 담겨있다. <더 문>에서 보여지는 모든 과정은 그 황선우 대원의 의지 때문에 만들어진다.
영화는 황대원이 반복되는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보여주는 가운데 우주적인 재난인 유성우를 등장시켜 큰 위기를 만들어낸다. 수많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황대원의 의지와 김재국 센터장의 원격 지원으로 많은 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이어진다. <더 문>의 내용을 이 정도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우주 재난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 이 영화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반복되는 위기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모두가 예상 가능한 따뜻한 결말로 달려간다.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건, 할리우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어진 CG다. 달의 상공과 달 지면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은 어색하지 않고 영화에 몰입감을 더해준다. 유성우가 떨어져 지면이 폭발하는 장면들과 그것을 피해 움직이는 탐사선의 모습들이 꽤 실감 나게 담겨있다. 그 장면에 과학적인 오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는 어색함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가능하면 극장에서 직접 질 높은 영상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훌륭한 우주 장면과 CG
이런 영상적인 장점에도 불구하고 각 장면들의 신선함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달탐사선의 고장으로 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탐사선 외부로 나가있는 장면부터 시작하는 영화는 <그래비티>를 떠올리게 하고, 달에 혼자 살아남은 대원을 무사히 귀환시키는 이야기에서는 <마션>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달에서 유성우를 피해 차량으로 질주하는 모습은 <애드 아스트라>의 달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기본적으로 할리우드에서 이미 선보였던 여러 설정과 장면들을 참고하여 장면을 구성했다는 기시감이 많이 든다. 그러니까 화면의 질은 우수하지만 신선함은 떨어진다.
이야기의 전개도 아쉽다. 황대원이 달에 도착해서 유성우를 만나게 되어 큰 위기가 발생하는데 중반부터 시작된 유성우가 끝까지 쏟아진다. 또한 그렇게 많은 유성우가 쏟아지는데 탐사선과 황대원에게는 쏟아지지 않는 시간이 꽤 길어 의아함을 느끼게 할 정도다. 그리고 미국 나사에서 한국을 공식적으로 돕지 못한다는 설정인데, 영화의 말미 나사 디렉터인 윤문영(김희애)의 신파적인 연설로 윗선의 동의 없이 진행되는 구조작전도 이해할 수 없게 느껴진다. 영화 곳곳에 포함된 신파 코드 역시 SF 영화로서의 매력을 많이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아쉬운 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이다. 혼자 남은 대원을 살리기 위해 투입되는 김재국 센터장은 과거에 일했던 사람이고 탐사선의 구조나 기능을 잘 안다. 하지만 그가 현재 우주센터에서 어떤 지위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종종 현재의 센터장을 무시하고 헤드셋을 빼앗아 황대원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직원들에게 일을 지시한다. 그의 지시에 따라 센터의 인물들이 업무를 진행하는 것 또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달에서 탈출하려고 하는 황선우 대원의 아버지는 과거 김재국 센터장과 같이 나래호 발사 준비와 진행을 했던 인물이다. 그 당시 나래호의 실패로 3명의 대원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것으로 인한 죄책감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그 당시 책임자였던 김재국 센터장 역시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이다. 그래서 김센터장은 황선우 대원을 구조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황대원은 김센터장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에 황대원의 아버지의 편지와 김센터장의 고백을 보여주며 황대원이 마음의 변화를 하게 만들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니까 초반에 가졌던 김센터장에 대한 증오가 아버지의 편지 이후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고, 김센터장의 고백 이후 김센터장을 용서하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다. 글로 표현하기도 어렵지만 영화를 보면서도 이 둘 간의 감정변화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이야기와 캐릭터
이 주 인물의 주변에 있는 인물도 아쉽다. 이야기 내내 센터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조한철) 캐릭터는 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는 리액션을 많이 보여준다. 장관으로서 책임을 보여주거나 나쁜 역할을 맡아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역할이 아니라 그저 놀라고 무서워하는 과한 리액션을 계속 보여준다. 또한 김센터장과 같이 일하고 있는 한별(홍승희)의 존재도 물음표를 만든다. 한별은 위기의 상황에 꽤 좋은 아이디어를 전달하지만 그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를 거의 설명하지 않으면서 기능적으로만 활용시키도 만다.
영화 <더 문>이 한국에서 제작한 SF영화로서는 적지 않은 예산으로 좋은 화면의 영화를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영상만큼 성공적이지 못하다. 인물들의 감정은 과잉이 된 듯 신파를 유발하고 각 인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관계를 설정해 가는 과정에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영상이 주는 재미는 있지만 이야기가 주는 재미는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달에서 벌어지는 탈출 장면은 긴장감 있게 보게 되지만 지구에서의 모습에서는 흥미가 떨어진다. 이야기와 캐릭터만 놓고 보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본 것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감독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더 문>에서 그의 장기가 유기적으로 잘 발휘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관객이 캐릭터에 대해서 공감하기 어렵다 보니 영화에 등장하는 신파 부분에서도 하품이 날 수밖에 없다. 기술적으로는 좋은 영상을 보여주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아쉽다.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같은 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공감을 하지 못하게 구성된 이야기가 배우들의 연기를 돋보이게 하지 못한다.
이런 여러 가지 이야기와 캐릭터에 대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화 <더 문>은 극장에서 보기 최적화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달에 남은 대원의 의지가 발휘되면서 벌어지는 탈출 장면은 훌륭하고 깔끔한 그래픽으로 만들어져 있고 스케일도 크기 때문에 작은 화면보다는 큰 화면에서 보는 것이 좋다. 이야기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만든 SF영화가 만들어낸 우주 장면이 궁금한 관객들에게는 극장 관람을 추천한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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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주 최신 개봉영화(듄, 라스트 듀얼, 동백, 휴가, 한창나이 선녀님)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0월 3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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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울괴담> 메인 예고편
서울, 지옥이 되다! 현실 밀착 공포의 시작? 괴이한 이야기로의 초대✉ [서울괴담] 메인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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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들의 분노> 메인 예고편
세계 최고의 부호 '타우로스'는 더 큰 부를 축적하기 위해 고대신들이 잠들어 있는 성지 '신들의 계곡'을 훼손하는 개발 계획을 세운다. 한편 '타우로스'의 전기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 '에카스'는 '타우로스'의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사건들을 목격하고 그를 쫓는다. 부를 넘어 모든 것을 가지려 기행을 일삼던 '타우로스'는 끝내 신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이를 막으려는 '에카스'의 노력이 무색하게 고대신들이 깨어나는 상상초월의 대재앙이 시작되는데... 신을 거역한 순간, 인류의 모든 것이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