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3-01-03 15:33:32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을 그린 뜨거운 이야기.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리뷰
더 퍼스트 슬램덩크
벌써 2023년이 순식간에 다가왔다. 우리는 새로운 목표와 다짐으로 한 해를 시작하고 또 마무리하면서 올 한 해를 보낼 것이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감흥이 없어서 뭔가 하고 싶다는 의지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바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는 영화이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슬램덩크'라는 만화는 농구에 관한 이야기이며 아시아권의 대중문화에 큰 파급력을 일으켰던 만화였다. 오랜만에 찾아온 만큼, 이번 영화는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7번 송태섭(미야기 료타)의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왕공고와의 인타하이 32강전이 영상화되었다고 하여 상당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만화책을 찢고 나온듯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월 4일 개봉 예정이다.
후회를 딛고 일어서는 용기.
상처로 뒤덮인 말과 다시 돌아오지 않는 사람이 남아 '7'이라는 숫자를 짙게 새긴다. 어쩌면 지금은 후회하고 있는 그 말들은 그때는 참으로 서운했던 감정이었다. 왜 우리는 항상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모진 말을 뱉어내는 걸까.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을 지나 지금 서야 할 이곳에 두 발을 지탱하며 서있다.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이 서있고 싶어 했던 그 코트 위에 거친 숨을 내뱉으며 끊임없이 움직인다. 땀으로 물든 모두의 열정이 승패를 가리지 않고 체육관에 그 열기를 더한다. 스포츠에는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하지만 이 영화에는 등장하는 모두가 주인공이다. 심지어 당신까지도.
5명이라는 존재.
농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개인'을 쌓아 올렸지만 그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팀을 구성하는 '스포츠'는 개개인의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협력하는 모습으로 팀워크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주변을 맴도는 마음들을 중앙으로 모아 하나가 되어야 한다. 공동의 목표의 달성은 뭔가 동떨어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할 수 없다는 막연함보다 뭐든 할 수 있다는 '배짱'이 본격적으로 퍼지며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상대와 자신의 자리를 좁혀가기 시작한다.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경기 종료예요."
넘어진 다음이 중요해
스포츠는 예상할 수 있는 만큼 예상할 수 없는 종목이다. 극 중, 송태섭이 형 송준섭과 승부를 벌이다가 넘어지며 형에게 듣는 말이 있다. "넘어진 다음이 중요해"라는 말이다. 이 영화의 전체를 아우르는 대사이다.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2022년에 열렸던 카타르 월드컵에서 열렸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이젠 더 이상 내면에 품지 않았던 열정의 불씨가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열정의 힘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지 않는다. 이제는 당신이 강렬한 덩크슛을 힘차게 던져 넣으며 '슬램덩크!'를 외칠 차례다.
슬램덩크를 처음 본 사람이 느낀 영화 감상 후기.
슬램덩크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이다.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이전 이야기 전개에 대한 생략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나 또한 슬램덩크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으나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어서 낯설고 사실 걱정도 되었었다. 하지만 막상 영화관에 들어가 영화를 직접 보니 실시간으로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 같기도 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낯섦에 익숙하지 않지만 낯섦을 경험하며 발전해 나간다. 누군가는 쉽게 도전하지 못했을 이 뜨거운 열정을 당신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바로 슬램덩크의 다른 극장판과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고 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대의 흐름을 잠시 멈췄다가 재생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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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내가 만드는 신의 뜻
삶의 방향성은 내가 직접 조정하며 가는 것이 맞을까? 정말 힘들거나 미래가 불확실할 때 우리는 누군가를 찾는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 답을 찾지 못할 때나, 정말 너무 힘든 상황이 닥쳐오면 우리는 신을 찾는다. 예수나 부처 등 다양한 종교들이 그 힘든 상황을 위로해 준다. 마치 신의 뜻이 있었던 것처럼 그 모든 불행과 행복이 신의 뜻이었다고 믿는다.
종교가 주는 힘은 크다. 사람들은 종교를 통해 위로를 받고, 힘든 상황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종교는 희망을 주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하지만 동시에 종교는 우리를 정적인 상태에 머무르게 할 수도 있다. 종교적인 분위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종교의 정적인 특성은 때로는 사람들에게 수동적인 태도를 유도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영화 <이매큘레이트>는 과연 신의 뜻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공포 영화다. 미국에서 이탈리아로 가면서 한 가톨릭 시설에 가게 된 주인공 세실리아(시드니 스위니)가 겪는 일이 스산하게 담겼다. 이매큘레이트라는 단어는 '무결점의', '순결한'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 영화는 이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중심으로, 세실리아의 경험을 통해 신의 뜻을 탐구한다.
[첫 번째 감정] 세실리아의 믿음
세실리아는 어린 시절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아주 젊은 나이에 가톨릭의 수녀가 되기로 결정하고 종교에 귀의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그래서 더욱 그녀는 신을 믿고 가톨릭을 믿는다. 그리고 그녀가 새롭게 만나게 되는 수녀들과 신부들을 전적으로 믿는다. 세실리아가 종교적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의 어린 시절 경험과, 그로 인해 형성된 강한 신앙심 때문이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그녀에겐 남아있는 가족이 없었고, 오직 신에 의지하는 것만이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세실리아가 처음 이탈리아의 종교 시설로 갔을 때, 이탈리아어가 서툰 그녀지만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하고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녀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곳에 갔는지를 영화는 초반의 장면들로 보여준다. 종교 시설의 스산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세실리아의 미소에 조금 밝아진다. 세실리아의 심리적 상태는 그가 가진 굳건한 믿음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는 잘못될 리 없는 신과 절대적 선인 수녀와 신부들을 믿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찾아올 무서운 일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그녀에게 어떤 일이 찾아오든 그녀가 그것을 극복하고 적응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지만 이내 그 생각은 바뀌게 된다. 그녀의 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몸이 이상한 것을 느끼게 되는데 세실리아는 그녀가 믿는 신부의 추천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게 된다. 오래된 초음파 기계 앞에 누워서 진료를 받고 있는 그녀의 표정에는 여전히 신에 대한 믿음이 있지만, 주변의 공기는 더욱 차가워진다.
[두 번째 감정] 신의 뜻
세실리아는 갑작스럽게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무런 성적인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신했다는 상황은 무척 공포스럽다. 하지만 세실리아의 주변 인물들은 그것을 신의 뜻이라고 믿고 말한다. 영화는 그것이 마치 진짜 신의 뜻인 것처럼 이야기를 몰고 간다.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고조될 때, 그 수도원의 나이 든 수녀에게 세실리아가 왜 자신이 임신했는지 묻는다.
수녀의 답은 충격적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그것은 신의 뜻이 아니겠냐"는 답변이었다. 사실 멀리 가지 않아도 역사적으로 이런 일은 무수히 많이 일어났다. 과거 역사적으로 잘못된 믿음 때문에 일어났던 십자군 전쟁도 그러했다. 종교적 신념이 왜곡되면서 일어난 이 전쟁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그나마 현재는 과학적 연구와 사회적 이해가 발전하면서 덜하지만, 여전히 비슷한 일은 발생한다.
그래서 이 수녀가 말한 신의 뜻은 엄청나게 잘못된 것처럼 보인다. 세실리아는 당연히 겁에 질렸고, 과연 그것이 신의 뜻인지를 본인도 고민하게 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과연 진짜 신의 뜻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그것이 신의 뜻이라면, 그것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일까? 영화는 그런 애매한 상황 속에 세실리아를 밀어 넣고 관객에게 기괴한 서스펜스를 전달한다.
[세 번째 감정] 세실리아의 의지
영화는 늙은 수녀의 그 말 이후 달라지는 세실리아를 보여준다. 후반부의 세실리아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된다. 그녀는 신에 대한 믿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든 그건 신의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임신해서 배가 불러오는 상황에서도 세실리아는 자신의 의지를 점점 강력하게 표출하기 시작한다. 그건 그 이상한 상황에서 느껴지는 공포심에 의해 발생한 본능 같은 것이지만, 세실리아 스스로의 의지가 없다면 실행이 불가능한 일이다.
영화 속 그 기도원은 이상한 믿음을 가진 집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믿는 잘못된 믿음은 깨뜨려야 할 장애물이 된다. 세실리아는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된 행동을 통해 신의 뜻을 만들어간다. 무언가 일어난 그 일 모두가 신의 뜻이 될 수 있다. 여전히 신은 말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신의 뜻이 될 수 있다면, 세실리아가 의지를 가지게 된 그 상황 자체도 신의 뜻이 될 수 있다.
세실리아가 보여주는 분노와 의지가 결국은 그 자신의 의지로 하는 것이 바로 신의 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세실리아가 수도원의 괴인들에 반하는 것이, 종교적으로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녀의 행동은 단순히 개인적인 반항이 아니라, 잘못된 종교적 신념에 맞서는 용감한 도전이다. 그녀의 의지는 종교적으로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한 강력한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영화 <이매큘레이트>는 기본적으로 공포영화로서의 긴장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 공포 효과는 약했다. 공포 요소들이 충분히 무서운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긴장감을 유지하며, 관객들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공포 영화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지만, 강렬한 공포 효과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
영화 <이매큘레이트>는 세실리아가 자신만의 믿음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을 공포라는 장르 안에서 보여준다. 배우 시드니 스위니는 이 역할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녀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강렬한 연기는 세실리아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잘 담아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 마이클 모한은 과거 작품인 <깊은 관계> 등에서 보여준 섬세한 연출 스타일을 이번 영화에서도 이어갔다. 그의 연출은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며, 관객에게 긴장감을 전달한다. <이매큘레이트>에서도 모한 감독의 특유의 섬세함과 치밀한 연출이 돋보인다.
영화 <이매큘레이트>는 종교적 믿음과 개인의 의지, 그리고 신의 뜻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다룬다. 세실리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잘못된 믿음에 의지하기보다는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실리아의 변화는 단순히 외적인 변화가 아니라, 내적인 성장을 의미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만의 믿음과 의지를 발전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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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롯이 일어설 수 있는 용기
매번 신비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왔던 데이빗 로워리 감독이 신작 ‘그린 나이트’로 돌아왔다. 미지의 존재인 용과 유령의 이야기를 지나 이번엔 아서 왕의 전설 속 인물인 가웨인의 모험을 조명할 예정이다.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를 각색한 이번 이야기는 <슬럼독 밀레니어>, <라이언>의 주연을 맡은 데브 파텔과 <툼레이더>, <데니쉬 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을 예고하고 있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지의 제왕>의 원작자로 유명한 J.R.R 톨킨이 현대어로 해석한 작품답게 중후한 중세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아일랜드의 자연을 통해 가웨인이 모험 중에 겪는 혹독함과 경이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가웨인(데브 파텔)은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왕이자 삼촌인 아서(숀 해리스)를 찾는다. 둘 사이가 소원했던 것에 맘이 쓰였던 아서는 조카와 친분을 위해 서로의 무용담을 나누기를 원한다. 하지만 평소 방탕한 생활을 이어 온 가웨인은 수많은 전설을 남긴 아서 앞에서 말을 잇지 못한다. 침묵이 이어지던 순간 적막을 깨고 몸이 나무로 이뤄진 거한이 등장한다. 자신을 녹색 기사(랄프 이네슨)라고 소개한 거한은 자리를 매우고 있는 수많은 기사들에게 한 가지 게임을 제안한다. “녹색 기사의 목을 배는 자는 명예와 재물을 얻게 되지만, 1년 후 녹색 예배당을 찾아 목을 배여야 된다”는 말에 누구도 선뜻 나서려 하자 가웨인이 직접 녹색 기사의 목을 밴다.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녹색 기사는 떨어진 머리를 주우며 “1년 후”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성을 떠나면서 가웨인은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만다.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인 ‘유령’을 재해석해 감성적으로 담아낸 <고스트 스토리>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을 들어낸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비현실적인 소재를 즐겨 사용하는 로워리 감독은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납득시키는 장치들을 영화 곳곳에 배치하며, 미지의 존재에 대한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미지의 존재를 믿게 만드는 설득력은 그의 세계관을 이루는 메시지 또한 부각한다.(※이후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한정된 공간에서 더 넓은 세계로의 모험
배경에 차이가 있을 뿐 로워리 감독의 작품을 이루는 핵심 주제는 언제나 현실에 안주하는 인물의 성장이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에 만족하고 변화를 거부한다. 틀에 박힌 삶을 살던 인물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마치 하나의 모험극처럼 담고 있다. <고스트 스토리>가 한정된 공간에서 흐르는 시간의 모험이었다면 <그린 나이트>는 다양한 로케이션을 탐방하며 수많은 시련을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 전설의 홀로서기
기사가 되기 위한 가웨인의 모험을 다루는 방식은 익히 알고 있던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거대한 검을 휘두르며, 악으로부터 선을 구하는 용맹한 기사의 모습보단 찌질하고 구차한 한 개인의 여정을 가감 없이 담아낸다. 하지만 시련을 겪으며 변화하는 과정은 자신을 가두고 있던 껍질을 부수고 태어나는 새 생명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숭고하게 과정을 다루고 있다. 로워리 감독의 작품 속 시련의 과정이 숭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프고 힘들지라도 결국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자립하는 캐릭터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 변화를 두려워했기에 그들의 변화는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녹색 기사와 가웨인의 결투의 마지막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면서 누구도 알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지켜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웨인의 전설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목숨을 건 여행이 없었다면, 그들의 전설 또한 없었을 것이다
<그린 나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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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주 차 개봉작 추천,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배우 황정민 X 현빈 X 강기영의 <교섭>의 개봉부터
A.I 전투용병의 이야기를 담은 연상호 감독의 <정이>의 공개까지!
그럼 1월 셋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극장 개봉 영화
교섭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8분
감독: 임순례
출연: 황정민, 현빈, 강기영 등
개봉: 2022.01.18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줄거리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 영화
관전 포인트
<교섭>은 피랍된 인질이 아닌, 그들을 구하러 아프카니스탄으로 향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극한의 서스펜스로 관객들의 시선과 마음을 옭아 맨다.
특히 배우 황정민, 현빈, 강기영 세 배우가 처음 한 스크린에 만나며 화제를 모았다.
유령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133분
감독: 이해영
출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등
개봉: 2022.01.18배급: CJ ENM
줄거리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영화
관전 포인트
영화 <독전>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과 배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 등의 개성
강한 앙상블이 만나며 화제를 모은 스파이 액션 영화 <유령>은 눈을 뗄 수 없는 미장센과
다이내믹한 액션으로 다채로운 재미를 선보일 예정이다.
라일 라일 크로커다일
ⓒ 네이버 영화
개요: 가족 | 미국 | 106분
감독: 조쉬 고든, 윌 스펙출연: 하비에르 바르뎀, 윈슬로우 페글리 등
개봉: 2022.01.18
배급: 소니픽처스코리아줄거리
마법을 꿈꾸는 쇼맨이 노래하는 악어 라일을 발견하게 되고, 한 가족과 뜻하지 않은 동거
생활을 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새해 첫 뮤직 어드벤처
관전 포인트
<알라딘>,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등 수많은 명곡들을 탄생시키며 주목받은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 음악 감독이 기획 단계부터 오리지널 OST 작곡 등 작품의 전반적인 프로젝트에 참여
하였다고 밝히며 기대감을 높였다.
유랑의 달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51분
감독: 이상일출연: 히로세 스즈, 마츠자카 토리
개봉: 2022.01.18
배급: (주)영화특별시SMC줄거리
유괴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낙인찍힌 두 사람이 15년 후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관전 포인트
일본의 대표 작가주의 감독으로 손꼽히며 국내에서도 전작 <분노>로 시네필들의 뜨거운
지지를 끌어낸 이상일 감독의 신작 <유랑의 달>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해
기대를 고조시키고 있다.
겨울 이야기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84분
감독: 신상옥출연: 신구, 김지숙
개봉: 2022.01.18
배급: 와이드릴리즈(주), 시네마뉴원줄거리
간병 가족의 시선에서 치매 노인의 삶과 돌봄 의무의 부담감, 사회의 무관심함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노년기의 애환을 담아낸 영화.
관전 포인트
2004년 촬영이 종료되었으나 2006년 건강 악화로 인한 신상옥 감독의 타계 이후 미공개
유작으로 남게 된 영화 <겨울 이야기>는 여러 영화인들이 뜻을 모아 마무리하여 완성하여
무려 18년 만에 빛을 보게 되었다. 사회와 개인에게 던지는 노인 복지의 책임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정이
ⓒ 네이버 영화
개요: SF | 한국 | 98분
감독: 연상호배우: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등
개봉: 2022.01.20
OTT: 넷플릭스줄거리
격한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관전 포인트
<부산행>, <반도>,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정이>는 22세기 A.I. 전투용병의
뇌복제 실험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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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과 성공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레오 카락스의 독창적 뮤지컬
올해 코로나 19로 인해 2년 만에 열린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등장해 심사위원들은 물론, 해외 각종 언론과 평론가들에게서 “2021년 가장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감독상을 수상한 뮤지컬 영화 〈아네트〉 리뷰입니다. 그 시작점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것에는 그만의 특별함이 있었는데, 이미 다수의 마니아 층을 확보한 프랑스 감독 레오 카락스가 9년 만에 내놓은 신작, 첫 음악 장르에 그것도 대사 없이 전부 노래로 이루어진 송스루 뮤지컬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오로지 영어만 사용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렇게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장르적 규칙과 틀을 과감히 깨버리고 자신의 틀 조차 바꾼 파격적 형식이라는 것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고 시사회라는 좋은 기회를 맞아 먼저 관람을 하게 되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영화 〈아네트〉, 시놉시스 및 기본 정보
관객의 환호 속 사랑과 기쁨, 그 어두운 이면
신의 유인원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최고의 인기를 구사하는 스탠드 업 코미디언인 헨리는 인기 절정의 오페라 소프라노 가수인 안과 LA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며 귀여운 딸 Annette를 낳게 됩니다. 이후 점점 성공 가도를 달리는 안과 달리 육아에 전념하면서 커리어의 내리막길에 들어선 헨리, 그의 좌절은 두 사람 사이를 삐걱대게 만들죠. 그리고 관계 회복을 위해 떠난 보트 여행에서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생기는데...
영제 : ANNETTE│감독 : 레오 카락스│각본 : 론 마엘, 러셀 마엘│출연진 : 아담 드라이버, 마리옹 꼬띠아르, 사이몬 헬버그 외 多│장르 : 뮤지컬, 드라마, 멜로/로맨스│상영 시간 : 141분│개봉일 : 2021년 10월 27일│국가 : 프랑스, 벨기에, 독일, 미국, 일본, 멕시코, 스위스│등급 : 15세 관람가│평점 : 기자·평론가 7.17, 왓챠피디아 예상 4.1, 로톤 토마토 신선도 71% 팝콘 76%, IMDB 6.4, 메타 스코어 67점
We love each other so much
뮤지컬이란 장르에 맞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두 주연 배우인 아담 드라이버와 마리옹 꼬띠아르의 노래입니다. 특히, '모든 것은 현장에서!'라는 원칙을 내세운 감독의 고집에 따라 오페라 아리아 장면에서의 전문 가수 목소리를 얹거나 사전 녹음을 한 노래를 제외하곤 모두 라이브로 소화하며 연기를 펼쳐냅니다. 두 인물 모두 공연을 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에서 미디어의 가십거리로 전락하는 모양새는 또 다른 그들의 이면을 보여주고 있죠. 유명인이 만나, 파국을 맞고 결국 비극으로 치닫는 그들의 불행은 그저 볼거리로 변질되며 밑바닥으로 향하는 한 남자의 불행의 이유, 매일 밤 죽음으로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는 한 여자의 행복,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지만 말을 하지 않는 아이의 내막은 뒤로 한 채 그들이 보고 싶은 것만 비춥니다. 그 얄팍한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그저 돈의 가치에 움직이는 오락적인 소재로 치부되는 두 인물의 불안은 어쩌면 예견되었던 것이고 그것을 노래와 연기로 보여준 두 배우의 깊이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착각을 일으킵니다.
더불어 두 주연보다 더욱 파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두 인물의 딸을 일반 배우가 아닌 목각 인형 마리오네트로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목각 인형의 등장은 이야기를 더욱 몽환적인 환상을 보여주면서도 오히려 지독하게 현실적인 쓸쓸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작품 특유의 기괴함을 배가 시킵니다.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 나오는 마리오네트는 엄마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물려받은 딸이 아빠의 강압에 의해 꼭두각시처럼 줄에 묶인 채 입을 벙긋거리며 아빠와 딸의 관계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어주죠. 초반 놀라움과 이질감을 주었던 요소에서 어느새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이로 전환돼 동정과 연민을 자극시킴으로서 마지막 엔딩에 힘을 실어줍니다.
So, may we start?
관객들이 마주하는 첫 장면부터 사뭇 다르게 '노래하고 웃고 박수치고 우는 일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쇼가 벌어지는 동안 숨도 쉬지 말라'는 내레이션이 흐르며 녹음실 스튜디오에서 연주가 흘러나오고, 주요 인물들이 하나 둘 등장해 '그럼, 시작할까요?'(So, may we start?)라는 노래를 부르며 시작합니다. 모든 이들이 모여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까지 롱테이크로 마무리되고 두 주연이 자신의 역할로 떠나는 오프닝 시퀀스는 감독이 꿈꾸는 가상 세계에 대한 설정을 스팍스의 리듬과 멜로디에 맞춰 보여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그의 세계로 초대받는 느낌을 받게 해 극의 시작을 매혹적으로 만듭니다. 한편으로는 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루어진 송스루 뮤지컬이라는 특이점들이 현재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극장가에서 그 기초가 되는 음향과 시각이 전달해 주는 메시지에 더욱 집중해달라는 그의 부탁과도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감독이 이전에 보여준 작품에서의 나쁜 남자의 모습,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배우들의 연극적 제스처, 무대 위의 화려함과 그 어두운 이면의 음울함을 오가는 색채, 전체적으로 흐르는 환희와 비극이 어우러지는 오페라 같은 느낌은 분명 호불호를 일으키기에 분명하지만, 그 기괴함이 묘한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사랑의 시작부터 기쁨, 결실, 그리고 적대감으로 변화해가는 그 일련의 과정에 관객들은 141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스팍스의 몽환적 노래와 함께 그만의 기이하고 독특한 뮤지컬 판타지로 빠져들게 됩니다. 언뜻 사랑스럽고 따뜻한 스토리를 생각했겠지만, 전개는 성공의 격차로 점차 폭력적이고 우울한 모습으로 치닫게 되는 파국을 맞이하게 됩니다. 결국 폭력적 충동으로 자신은 물론,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들까지 파멸로 이끄는 비극, 그 상황 속 헨리의 어두운 심연을 이미지화하며 연극적인 요소를 녹여 아리아같은 느낌을 만들어주죠.
스크린을 통해 사랑이 주는 기쁨부터 그 관계가 산산이 부서지는 비극까지 잔잔한 파도가 풍랑으로 변해 몰아치는 광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의 꼭두각시였던 마리오네트가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 인격화됨으로써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던 나쁜 아빠는 만감이 교차하며 한 남자로서 자신의 속죄를 하게 됩니다. 결국 감독이 인터뷰에도 밝혔듯 함께 출연한 딸에게 해주고 싶었던 사랑과 가족, 죄와 벌 등에 관한 이야기였음을 알 수 있죠. 그렇기에 기존에 생각한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스타일의 뮤지컬과는 다르고 상업적으로만 접근을 한다면 실망하실 분도 있으실 겁니다. 오히려 아주 오래전 무성영화와 같은 고전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한 측면에서 강렬한 배우의 연기나 감독에서 대한 애정으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ps. We love each other so much 이란 노래를 흥얼거리게 될 겁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한 줄 평 : 사랑과 예술이 빚어낸 성공의 이면, 파국에 이르는 의식의 흐름 속 레오 카락스의 기이한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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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드 헤인즈의 <메이 디셈버>
본 글은 씨네랩을 통한 시사회 관람 후 리뷰를 요청받아 쓴 글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96년 여교사가 당시 만 13세 남학생과 성관계를 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여교사는 2급 아동 강간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더 이상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3개월 후 조기 석방되었다. 하지만 다시 남학생을 만나 관계를 가진 것이 적발되었고 최종적으로 7년 징역을 살았다. 더욱 충격(?) 적인 것은 여교사는 남학생과의 사이에서 딸 2명을 낳았다. 복역 중 첫째 딸을 낳고 가석방되었고, 두 번째 복역 중 둘째 딸을 낳았다. 출소 후 여교사와 남학생은 결혼하며 다시 한번 유명해졌다. 2017년 그들은 이혼을 했고, 2020년 여교사는 암으로 사망했다. 사망 당시 남학생과 두 딸이 곁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토드 헤인즈의 신작 <메이 디셈버>는 위에 언급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아무래도 토드 헤인즈는 불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해외의 경우 아동 성범죄는 아주 심각한 범죄로 취급된다. 특히나 최근의 국내 경향으로는 이 영화가 개봉조차 하기 힘들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개봉을 하는 것은 토드 헤인즈라는 명성과 스타 배우들의 출연이지 않을까. 여하간 이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아동 성범죄라는 소재는 무시할 수 없는 소재인 건 분명하다.
우선 토드 헤인즈라는 감독은 나에게 큰 인상을 남긴 감독은 아니라는 걸 밝혀야겠다. 기억도 잘 나진 않지만 <파 프롬 헤븐>, <캐롤>로 이어진 멜로드라마 감독이라고만 생각했다. 사실 그 사이사이엔 다른 장르의 영화를 연출한 경력이 있지만 난 앞서 언급한 두 편의 영화의 연장으로 <메이 디셈버>를 읽었다. 즉, 멜로드라마로 이 영화를 접근한 것이다.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더 이상의 멜로 드라마가 가능한가. 멜로드라마의 장르적 어원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더글라스 서크로 상징되는 그 멜로드라마가 2024년에 가능하냐는 문제다. 멜로드라마는 아주 단순한 구성을 취한다. 남녀가 사랑하지만 어떠한 장애물이 그 사랑을 막는다. 더글라스 서크의 걸작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에서는 계급과 나이가 주인공들의 사랑을 가로막았다. 아주 오래전 <로미오와 줄리엣>은 가문이 사랑을 가로막았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사랑을 가로막을 게 없어서 죽을 병에 걸린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물론 간혹가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같은 장애라는 요소나 혹은 <건축학개론>에서는 이 장르적 요소를 훌륭하게 지역 정치학으로 엮는 경우도 있다. 토드 헤인즈는 <메이 디셈버>에서 그들의 사랑을 미성년자와 성인의 사랑으로 진행시키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둘의 나이차는 무려 23살이니까. 하지만 토드 헤인즈는 멜로드라마 장르 공식으로 이 영화를 풀어가진 않는다. 이 영화는 멜로드라마가 아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실제 사건의 여교사 그레이시라기보단 그들에게 접근한 엘리자베스다. 그레이시와 조의 사랑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그 영화에서 그레이시 역을 맡은 게 바로 엘리자베스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연기할 실제 인물 그레이시를 관찰하기 위해 접근한다. 극중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연기할 인물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자신이 잘 모르는 인물을 고른다는 말을 한다. 게다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더 흥미롭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이때 엘리자베스는 상당히 거만하다. 즉, 영화는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를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는 당연히 뒤따르는 문제가 생긴다. 엘리자베스와 관객을 동일선상에 놓고 영화를 진행해야 하는가라는 물음. 관객들이 엘리자베스를 계속 쫓아가며 그녀가 얻는 사실과 힌트들로 그레이시를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게 할 것인가. 흔히 플롯을 구성할 때 아주 많이 쓰이는 방법이지만 토드 헤인즈는 그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떠올려보자. 법적으로 그레이시는 아동 성범죄자다. 바꿔서 이야기해 보자. 그레이시는 스물세 살 연하 남자를 서른여섯에 만났다. 그리고 섹스를 했다. 당신은 그레이시를 이해할 수 있는가? 이건 첨예한 문제다. 미성년자가 아니어도 우리나라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심지어 할리우드 감독들과 배우들의 연인들을 이해하는 것도 힘든 사람들이 많다. 더군다나 미성년자다. 그것도 만 13세.
아마 단순히 나이차를 두고 그 연인들을 이해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누군가는 할 수 있다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 내면을 깊게 들어가서 이해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 질문에 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면 그건 사기꾼이거나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간일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 말해서 타인을 이해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토드 헤인즈는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를 이해하기 위해 그레이시와 주변 인물들을 만나는 동선을 따라가는 방향과 관객들이 그레이시와 조를 따라가는 하나의 방향으로 총 두 개의 방향성으로 진행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두 가지 방향성에 대한 이해를 얻게 될 것이다.
먼저 엘리자베스 쪽을 살펴보자. 엘리자베스가 등장할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는 똥과 함께 등장한다. 혹은 엘리자베스는 똥을 들고 등장한다. 여하간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를 이해하는 쪽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하는 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이시를 연기하려고 하는 점은 흥미롭기 때문이다. 이 태도는 어떻게 보면 오만하다. 자신이 흥미로운 그레이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의 전 남편과 변호사 등을 만나면서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떠올려본다. 중요한 장면으로 그레이시가 조와 처음으로 섹스한 곳에 가서 자위를 하는 장면을 꼽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메리의 학교에 가서 연기에 대한 강의를 하는 장면을 꼽을 수 있는데 그 강의에서 엘리자베스는 연기와 실제가 뒤섞이는 그런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기에 대한 다양한 이론이 있다. 물론 토드 헤인즈는 자신이 생각하는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연기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엘리자베스는 배우로서 해야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장면을 보면서 엘리자베스의 결과는 결코 좋을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엘리자베스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엘리자베스 본인을 당시 그레이시의 상황에 놓는 것에 불과하다. 즉, 그레이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이야기다. 인간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영화의 의견에 공감한다. 하지만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엘리자베스란 인간은 자신의 배역을 위해 남의 남자랑 섹스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건 엘리자베스란 인간에 대한 일부의 이해다.
그런 다음 엘리자베스는 카메라와 정면으로 대응한다. 이 장면은 나탈리 포트만의 아주 인상적인 연기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어딘가 부족한 연기라고 느껴진다. 그러니까 어딘가 부족한 연기를 한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건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가 아니라 토드 헤인즈의 연출이다. 영화가 이끌고 온 서사와 카메라의 위치가 지금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가 절대적으로 관객들이 따라갈 수 없는 연기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본인이 찾던 결론에 도달한다. 그레이시가 어렸을 때 오빠들에게 성추행을 당해서 비뚤어진 성관념이 생겼다는 정보를 듣는다. 그는 그레이시를 이해할 핵심적인 단서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잠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우리는 어린 시절의 사건이 인간 인생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프로이트에게 배웠다. 최근 들어 프로이트의 이론을 반박하거나 프로이트는 사장된 인물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책을 보거나 의견을 들으면 결국 다시 프로이트 이론 안에서 그 주장을 펼치는 모습을 본다. 프로이트의 일부 이론이 틀리거나 부정당할 수는 있지만 결국 다시 프로이트라는 점은 아직까지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것은 토드 헤인즈가 함정을 파두는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는 성추행의 결과로 그레이시가 조와 섹스를 했고,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훗날 그레이시는 엘리자베스에게 그런 일은 있지도 않은 일이라고 비웃는다. 엘리자베스는 그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 영화를 찍는다.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연기하는 그레이시는 마치 삼류 연기자가 연기하는 에로 영화 같은 느낌이 풍긴다. 심지어 사실관계조차 알지 못한 채로 영화를 촬영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는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어리석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다. 결국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를 손톱만큼도 이해하지 못했다. 프로이트는 인간에게 무의식이 있다는 걸 밝혀냈으며 인간을 이해하는데 하나의 부분을 밝혀낸 것에 불과하다. 물론 그 업적은 엄청난 것이지만. 하지만 분명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인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무엇이 인간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했고, 무엇의 항목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이제 그레이시와 조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그레이시와 조는 나름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냉장고를 열고 소시지가 없다는 사실에 그레이시는 충격을 받는다. 이때 심각한 음악은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이 느껴진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장면은 조가 자려고 누워있는 그레이시 옆에 누웠을 때 그레이시가 냄새난다고 씻고 오라고 이야기한다. 극장에서 이 장면이 나올 때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지만 단순히 웃기는 장면은 아니다. 이 전 장면이 조가 TV를 통해 세수를 하는 여자가 나오는 광고를 보았다는 점을 떠올려야 한다. 그 장면과 이 장면은 같이 연결해야 한다. 조는 왜 깨끗하게 세수하는 여자를 그렇게 유심히 바라보는 것일까. 그리고 그레이시가 씻으라고 말할 때 왜 상반신에 물만 살짝 묻히고는 마는 걸까.
조의 그런 심리에 대해 알 턱이 없지만 추론해 볼 수는 있다. 조와 그레이시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더럽다이지 않았을까. 그러므로 조는 자신이 더럽지 않다는 걸 계속해서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더럽지 않기 때문에 씻을 필요가 없는 건 아닐까? 물론 이는 추론이다.
내가 중요하게 지적하고 싶은 한 가지는 영화가 시작하고 난 다음 그레이시와 조가 마주치는 장면이다. 부엌에서 둘이 마주쳤을 때 쇼트의 배열이 약간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확신했던 것은 그레이시와 조의 대화를 샷 리액션 샷으로 이어붙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레이시와 엘리자베스, 그리고 조와 그의 아들이 식사하는 장면에서 정확하게 엿볼 수 있다. 그레이시는 정면에 가까운 위치에 카메라가 위치하지만 조를 보여줄 때는 아들의 정면 가까운 곳에 카메라가 위치한다. 이는 다분히 의도적이며 그레이시와 조가 이야기를 해도 둘의 시선을 일치시키지 않는다.
영화가 그 시선을 일치시키는 장면은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의 전 남편을 만났을 때나 변호사를 만났을 때 완전히 일치시킨다. 또한 조가 지붕에서 아들과 함께 대마를 피우는 장면에서 시선은 일치한다. 시선을 일치시키는 문제는 보편적인 영화에서는 아주 익숙한 문법이지만 이러한 문법 자체를 의미 있게 사용하는 감독들이 있다. 이 영화도 그런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조는 아들과 대화를 한다.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의 주변 인물들과 대화를 한다. 하지만 그레이시와 조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둘의 시선이 일치하는 부분은 영화 후반부에서 조가 그레이시에게 자신이 너무 어리지 않았냐고 물을 때다. 조가 대화를 시도하자 카메라는 둘의 시선을 일치시킨다. 하지만 이내 그레이시는 대화를 거부하면서 장면은 끝난다.
그레이시는 딸 메리의 졸업식에 입을 드레스를 고르는데 영향을 주고, 자신에게 케이크를 주문하지 않게 된 이웃이 생기자 오열한다. 이따금 이유 없이 울기도 한다. 우리는 그레이시와 조 사이에는 문제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 문제가 명확하게 어떤 건지 알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레이시는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다. 앞부분 소시지가 없을 때의 음악과 딸 메리의 의상을 고르는 장면을 보면 쉽게 추론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레이시의 문제가 명확하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몇몇 부분으로 그녀를 추론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조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는 아버지와 굉장히 서먹하다. 아버지를 만나서 줄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보면 그 또한 추론할 수 있지만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가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우린 알 수가 없다.
관객들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와 조를 알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실제로 엘리자베스와 그레이시의 전 남편 대화를 살펴보면 전 남편이 당시 어떤 감정이었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 수가 있다. 그건 그의 입을 통해 증언되기 때문이다. 변호사 또한 마찬가지다. 변호사는 그레이시를 보고 범죄자라고 일갈하며 그레이시는 당시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한다. 그렇다. 그레이시는 조와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이 하는 사랑과 별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레이시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리가 없다. 한 사람의 생각과 감정 상태를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 그레이시의 말을 믿지 않으면 우리는 그레이시를 알 수가 없다. 다만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식으로 그레이시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다. 우리의 상식이 잘못되었거나 그레이시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상식이 잘못되었다고 믿지 않는다. 즉 36살의 여교사가 13살의 남학생을 사랑하고 그래서 섹스했다는 걸 믿지 않는다. 그녀가 아이를 낳았고, 복역 후 그와 결혼을 했으며 이후로도 같이 살았다는 사실을 보고도 믿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나탈리 포트만의 독백 연기도 아니고 마지막 장면의 엘리자베스의 오만함도 아니다. 조가 지붕에서 아들과 함께 대마를 피우는 장면이 왜 잊히지 않을까. 그건 아마도 만 13살의 아이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감정이 타인에 의해 안타깝고 불쌍한 존재가 되면서, 자신의 사랑이 범죄 행위가 되며 정상적인 성장을 밟지 못한 것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아버지가 되어서야 자신의 10대를 다시 새롭게 경험하는 그 순간이 인상적이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또 다른 장면은 조와 엘리자베스의 섹스다. 이 장면을 설명해야만 한다. 이 영화 속에서 그레이시는 어떤 변화도 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일하게 변화하는 건 조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엘리자베스가 나타나고 나서 조는 심경의 변화를 느낀다. 아니 심경의 변화를 알아차렸다고 하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 조는 처음으로 그레이시에게 자신이 너무 어렸던 거 아니냐고 묻는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것을 부인하는 그레이시의 행동과는 다르게 조는 그 손가락질에 대해 그레이시와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믿는다. 조는 10대 때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하는 중이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고민하는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엘리자베스와 섹스를 한다. 엘리자베스는 명백하게 자신의 역할을 위한 섹스다. 그러니까 섹스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레이시의 입장에서 조를 품어보고 싶었던 것인데 영화는 마치 성기 삽입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연출했다.
하지만 조의 입장은 약간 다른 것처럼 느껴진다. 그는 엘리자베스와 섹스를 했다. 이 또한 추론일 뿐이지만 천천히 다시 한번 살펴보자. 엘리자베스는 지금 서른여섯의 그레이시를 연기하는 입장이다. 즉 당시의 그레이시가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조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만 13세 이후의 삶을 다시 겪고 있다. 엘리자베스가 생활에 침투해 들어오면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당시의 편지를 꺼내보고 딸의 졸업식을 준비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조는 당시의 그레이시와의 섹스를 다시 해본 것은 아니었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는 물론 추론이다. 여기에는 이 영화의 인서트로 계속 등장하는 나비와 애벌레를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다. 영화가 시작하면 나비가 나온다. 그리고 중간에 등장하는 인서트에서는 애벌레가 등장한다. 생각해 보면 순서가 뒤집혀야 맞는 거 아닌가. 그러므로 이미 나비가 된 조가 다시 애벌레부터 시작하는 의미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의 변호사를 만나는 장면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밖은 부드러운 빛이 내리쬐고 안은 어두컴컴하다. 바깥은 녹음이 드리워진 공간이다. 이는 마치 인상주의 화풍처럼 느껴진다. 인상주의가 등장했을 때 누구나 아는 것처럼 그리다 만 그림이거나 혹은 그림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는 작자들이 그린 그림이라고 비판이 쏟아졌었다. 미술사 고전기에 원근법이라는 개념과 현실의 모방이라는 아주 중대한 부분은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였다. 세상의 비밀을 파헤친 것만 같았지만 그건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이어 인상주의는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순간의 인상들을 그리면서 회화의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나는 이 점이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를 이해하는 태도가 결국 이해에 도달하지 못하는 결론에 다다르면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를 이해할 수도 있었을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멜로드라마의 감독 답게 토드 헤인즈는 그레이시와 엘리자베스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탁월하게 연출했다. 특히 그레이시가 엘리자베스에게 화장해 주는 장면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장면은 엘리자베스와 그레이시 모두 옆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그들의 눈빛을 정확하게 볼 수는 없다. 이는 분명 엘리자베스의 독백 장면과 대비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에게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느낀다. 반면 그레이시는 엘리자베스에게 뭔가를 느끼고 있다는 느낌은 약하다. 즉 이 장면은 분명한 디렉팅이 들어간 것 같다. 이 순간 마치 엘리자베스가 그레이시에게 입을 맞출 거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충동의 감정에 솔직했다면 어쩌면 엘리자베스는 그레이시를 이해할 수 있는 뭔가를 얻지 않았을까. 물론 난 엘리자베스를 모르지만 말이다.
2024년 03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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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릿마리 여기 있다(Britt-Marie Was Here/2019/스웨덴)
- (이미지 출처: 네이버이미지)<카오스와의 조우>63세의 여성 브릿마리. 영화는 그녀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에서 시작한다. 그녀의 뒷모습은 마치 정지된 듯 활기가 없다. 어쩐지 행복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이다.빨래, 청소, 장보기, 요리... 브릿마리의 일상은 단순하고 규칙적이다. 그녀는 정리와 정돈, 요리를 즐기며 주변이 그녀가 정한대로 되어 있지 않거나 흐트러져 있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남편과 둘만 살고 있고 남편은 아직도 일을 하고 있어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집에서 지내는 브릿마리를 방해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그녀는 그럭저럭 불만이 없어 보인다.그런데 어느날, 한 통의 전화가 그녀의 질서정연했던 삶을 혼돈의 세계로 몰아넣고 만다. 남편 켄트가 심장마비로 병원에 입원했다며 보호자를 찾는 전화를 받고 달려간 병실에는 카밀라라는 여성이 먼저 와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셔츠를 빨며 맡았던 향수 냄새가 그녀의 냄새였음을 직접 확인한 순간 부부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며 질서있게 함께 지내던 집은 그녀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곳이 되어 버린다. 그녀는 그것을 견딜 수 없어 모아둔 비상금을 챙겨 가방 하나에 짐을 꾸려넣고 그날로 집을 떠난다.다음날, 그녀가 찾은 고용센터에서 추천한 유일한 직업은 '보르그'라는마을에 위치한 청소년센터의 청소년 지도사 겸 유소년 축구팀 코치.장거리 버스를 한참 타고 저녁 늦게 도착한 '보르그'라는 작은 마을의 청소년센터는 관리가 안 되어 폐가 같았다. 그녀가 그토록 싫어하던 카오스의 공간이었지만 달리 갈 곳이 없는 브릿마리는 그녀 인생만큼이나 엉망진창인 센터의 소파에서 지친 몸과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이튿날 아침, 창문을 깨고 날아들어온 축구공 때문에 잠에서 깬 브릿마리는 축구팀원들과 대면한다. 그녀나 아이들이나 낯설고 한심하기는 마찬가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축구를 가르쳐야 할 브릿마리는 맞닥뜨린 생생한 현실이 두렵고 새로 온 코치가 평범한 할머니라는 것을 안 아이들은 그만 힘이 빠진다.거처로 삼았던 청소년센터에 쥐가 출몰하자 브릿마리는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는 동네 경찰관 스벤의 도움으로 뱅크라는 여성의 집에 방을 얻는다. 뱅크는 한때 유망한 프로 축구선수였고 갑자기 사망한 전임 축구코치 팝스의 딸인데 지금은 시력을 잃어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같이 지내게 된 브릿마리에게도 퉁명스럽게 대할 뿐.브릿마리는 뱅크의 집에서 발견한 축구 지도서로 공부를 하며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이끈다. 아이들도 다른 방법이 없자 차츰 마음을 열고 그녀를 따른다.축구팀원 중 소녀 베가는 왜 축구를 하느냐는 브릿마리의 질문에 우리도 축구팀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며 축구는 베가의 전부라고 덧붙인다.제대로 된 놀이 시설도, 일자리도 별로 없는 작은 마을에서 축구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간절함을 알게 된 브릿마리는 아이들을 도우며 웃음을 찾게된다.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복지센터 공무원이 나타나 청소년센터를 닫을 계획이며 코치에게 자격증이 없으면 팀은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통보를 한 것이다.브릿마리 인생도, 축구대회에서 뛰고 싶은 아이들의 꿈도 장애물에 꽉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이웃들이 나선다.축구를 좋아하지만 어려운 환경 때문에 지금은 축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그러나 언젠가 다시 시작할 꿈을 지닌 청년 사미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힘을 실어준다. 아버지는 가출하고 어머니는 사망하여 사미가 돌보아 주고 있는 형편이지만 축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베가는 브릿마리에게도 꿈이 있을 것이 아니냐며 그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결정적으로 축구코치 자격증이 있는 뱅크가 부코치를 자처하며 나섬에따라 축구팀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깨진 창문을 수리하려 해도 칼투나라는 큰 도시에 유리 주문을 하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보르그 마을의 어린이 축구팀이 드디어 그 칼투나의 축구팀과 경기하는 날. 두 시즌 내내 칼투나 어린이 축구팀에 한 점도 내지 못했던 보르그 축구팀은 14대0으로 패하다가 후반전에 베가가 상대편 골문을 열어 기록을 깬다. 비록 14대1로 경기에는 졌지만 골을 넣어 당당하게 축구팀임을 증명함으로써 베가는 그녀의 꿈을 이루었다.브릿마리의 꿈은 무엇이냐는 베가의 질문을 곰곰 생각하다가 그녀의 꿈이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는 것이었음을 깨달은 그녀는 파리로 떠나 50년만에 꿈을 성취하고 보르그 청소년 축구팀들에게 드디어 축구장이 생겼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녀의 미소짓는 얼굴이 행복해 보인다.<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지만 안정적으로 지내던 40년의 결혼생활에 던져진 문제를 통해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겪으며 비로소 주체적인 삶으로 한 걸음 내딛는 한 여성의 성장 영화이다.별로 변화가 없어 예측 가능했고 질서정연했던 환경을 떠나자마자 브릿마리에게 연속적으로 다가온 상황은 혼돈 그 자체였다. 청소년센터는 청소와 정돈이 되어 있지 않아 끔찍했고 어린이들은 제멋대로였다. 브릿마리는 그녀가 그토록 싫어했던 카오스를 이겨내야만 생존할 수 있었다. 매일 '그저 오늘을 살자, 브릿마리.'라고 주문처럼 외워야 용기를 낼 수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그 어려움 가운데 성장하게 된다. 익숙하고 편했던 집에서는 습관처럼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생각하지 않고 지냈던 그녀의 꿈과 그녀 삶의 문제가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 가운데에서 하나씩 깨달아진 것이다.절대로 원하지 않았고 의도하지 않았던 불편하고 낯선 상황에 떨어지면 우리는 그것을 '시련'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어쩌면 예측할 수 없어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상태인 '카오스'도 '시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둘의 공통점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하여 통제할 수 없는 것에서 인간이라면 보통 공포를 느끼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두려움에 지지 않는다면, 브릿마리처럼 매일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용감하게 앞으로 조금씩 전진한다면, 그리고 상냥하고 진실한 이웃들이 함께 해 준다면 우리도 그녀처럼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63세의 평범한 여성 브릿마리의 성장이 부럽고 기쁘다. 그녀가 난관에 부닥쳤을 때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면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가 생긴다. 이 영화의 미덕은 이것이다(©2020.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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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30] 스릴러로 돌아온 안젤리나 졸리의 추격극
영화 윈드리버의 타일러 쉐리던 감독이 신작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굉장히 건조하지만 아이를 잃은 슬픔을 가진 캐릭터를 등장시켜 일종의 복수극을 스릴러로 보여줬는데요.
이번 영화는 좀 더 스케일이 커지고 빨라졌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영화가 재미있습니다. 마음을 쫄깃하게 만드는 스릴러 영화에요.
시카리오 시리즈의 각본가로 유명한 타일러 쉐리던은 이제 연출을 시작하는 감독입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되는 감독이네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봐주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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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의 신 이병헌이 연기한 바둑의 신 조훈현 / 그의 제자 이창호 / 실화 바탕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승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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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65> 메인 예고편
6,500만 년 전, 지구로의 불시착 4월 20일, 지구 역사상 가장 극한의 사투가 시작된다! 서바이벌 액션 블록버스터 [65] 메인 예고편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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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공식 2차 예고편
닌텐도와 일루미네이션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세계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애니메이션 영화를 선보입니다. 아론 호바스와 마이클 제레닉(틴 타이탄스 고! 및 동명 영화의 공동 작업자)이 감독을 맡고 매튜 포겔(레고 무비2, 미니언즈2)이 각본을 맡았습니다. 출연진은 마리오 역에 크리스 프랫, 피치공주 역에 안야 테일러 조이, 루이지 역에 찰리 데이, 쿠파 역에 잭 블랙, 키노피오 역에 키건 마이클 키, 동키콩 역에 세스 로건, 크랭키콩 역에 프레드 아미센, 마귀 역에 케빈 마이클 리차드슨, 블랭키 역에 세바스찬 매니스캘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