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02-08 09:38:09
소설 원작 퀴어 영화 下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파워 오브 도그>까지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소설 원작 퀴어 영화' 큐레이션,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카우보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브로크백 마운틴>부터
2022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에 빛나는 <파워 오브 도그>까지!
원작이 된 소설과 함께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2005)
Brokeback Mountain

시놉시스
눈부신 만년설로 뒤덮인 8월의 브로크백 마운틴 양 떼 방목장에서 여름 한 철 함께 일하게 된 두 청년 '에니스(히스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그들의 우정은 친구 이상으로 발전하지만 두 사람은 낯선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다시 만날 기약도 없는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우연히 4년 만에 다시 만난 '에니스'와 '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일 년에 한두 번씩 브로크백에서 만나 함께 지내기로 하는데... 20년간 짧은 만남과 긴 그리움을 반복한 그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CINE PICK!
<브로크백 마운틴>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두 명의 카우보이 사이에서 싹트는 동성애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대만인 감독인 이안이 연출을 맡아 해당 작품으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였으며, 주연을 맡은 배우 제이크 질렌할, 히스 레저, 조연을 맡은 앤 해서웨이, 미셸 윌리엄스의 섬세한 연기와 호흡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두 남자의 애절한 멜로드라마 서사가 훌륭할 뿐만 아니라 감독의 뛰어난 연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영상미 있는 작품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원작 소설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은 무자비하고 혹독한 자연을 배경으로 거칠고 폭력적인 인간 본성을 날카롭게 포착해 비틀어 내며 거장의 반열에 오른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애니 프루가 쓴 동명의 단편 소설로, 작가의 다른 작품인 《진흙탕 인생》과 더불어 오헨리 단편소설 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품입니다. 출간 당시 《Close Range: Wyoming Stories》라는 단편 모음집에 수록되어 있었으며, 한국에서는 영화가 유명세를 탄 후 번역본이 나와 원제목 대신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모리스(1987)
Maurice

시놉시스
20세기 초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우연히 만나게 된 모리스와 클라이브는 낡은 관념의 무료한 대학 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해방감을 줄 수 있는 존재로 발전해 가고, 누구보다 가까웠던 두 사람의 우정은 서서히 사랑의 감정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사랑 하나면 모든 걸 버릴 수 있는 모리스와 그 모든 걸 잃는 게 두려운 클라이브의 사랑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CINE PICK!
<모리스>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한 제임스 아이보리가 연출하고 제임스 윌비, 휴 그랜트 등이 출연한 1987년 영화입니다. 국내에는 무려 32년이 지난 2019년에 개봉하였는데, 1980년대 당시에는 국내 검열이 매우 엄격해 정식으로 개봉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임스 윌비가 '모리스'를, 휴 그랜트가 상대역 '클라이브'를 맡아 191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모리스의 성숙과 사랑을 그려냈습니다. 제44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출품되어 남우주연상, 감독상, 음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원작 소설
영화 <모리스> 1914년 완성되었으나 당시에는 범죄시되었던 동성애를 다루고 있어 1971년 작가 사후에 출판된 E.M. 포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집안의 바람대로 케임브리지에 입학한 영국 중산층의 한 평범한 젊은이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당시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했던 결말을 통해 그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인습과 제도를 비판하였습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
Blue Is the Warmest Color

시놉시스
여느 소녀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 ‘아델’(아델 엑사르코풀로스 분)은 빈칸들로 점철된 미래의 답을 찾고 있는 문학소녀이다. 피에르 드 마리보의 소설 <마리안의 일생>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아델’ 앞에 어느 날 파란 머리의 대학생 ‘엠마’(레아 세이두 분)가 나타난다. 단지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스치며 지나친 인연이지만 그날 이후 ‘아델’과 ‘엠마’는 서로를 기억하게 된다. 미지의 사랑을 꿈꾸는 ‘아델’, 현실의 사랑을 이끄는 ‘엠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델’과 ‘엠마’는 서로에게 이끌린다. 미술을 전공한 ‘엠마’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캔버스 안으로 ‘아델’을 초대한다. ‘아델’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엠마’로 인해 이전에는 몰랐던 뜨거운 감정을 느끼게 되고, 평온하기만 했던 ‘아델’의 삶은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CINE PICK!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튀니지계 프랑스인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가 연출한 레즈비언 에로티시즘 영화입니다. 201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만화 원작 영화, LGBT 영화로 최초 수상, 배우와 감독이 함께 수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파격적인 성 묘사로 논란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주연을 맡은 아델 엑사르코풀로스와 레아 세이두의 리얼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원작은 2011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독자상'을 수상하며 많은 만화제에서 주목받았던 쥘리 마로의 그래픽 노블《파란색은 따뜻하다》입니다. 주인공 클레망틴이 15세에 처음으로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겪는 심리적 불안감, 혼란을 매우 섬세하게 그리고 있으며 중반부에 들어서면서부터 광장에서 스쳤던 '파란 머리 소녀'를 만나며 느끼는 첫 만남의 설렘, 욕망, 질투 등이 표출되며 동성이나 이성이나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보편적인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애틋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작가의 부드러운 그림체와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색의 표현력이 매력인 작품입니다.
싱글맨(2009)
A Single Man

시놉시스
1962년, 대학교수 조지(콜린 퍼스)는 오랜 된 애인 짐(매튜 구드)의 죽음에 힘들어한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은 그는 외로움과 상실감에 젖어, 죽음보다 더한 일상을 시작한다. 자신의 본질을 속이고 살아가는 조지에게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 찰리(줄리언 무어)가 있다. 찰리는 애인의 죽음에 힘들어하는 조지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과의 하룻밤을 제안하고 삶을 정리하려는 조지 앞에 제자 케니가 접근한다. 우연과도 같은 하룻밤을 보내며 조지는 새로운 삶을 위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삶의 이유를 상실했던 한 남자의 찬란한 하루가 펼쳐진다.
CINE PICK!
<싱글맨>은 제작 당시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톰 포드의 감독 데뷔작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정서적으로 방황하는 남자의 일상을 묘사한 영화입니다. 2009년 66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의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주연을 맡은 콜린 퍼스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제82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영화 자체는 무겁고 건조하게 흘러가나 디자이너가 만든 영화인 만큼 훌륭한 영상미와 감독이 직접 디자인하고 초이스 한 영화 속 콜린 퍼스의 패션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영상의 색채인데, 주인공 콜린 퍼스의 감정 상태에 따라 영상의 전반적인 색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원작 소설
영화 <싱글맨>은 영미 현대문학의 주요 작가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셔우드는 동성애자임을 숨기지 않고 활동한 첫 세대이자, '퀴어'를 대표하는 인물로 동성애자 인권에도 크게 기여한 작가입니다. 소설, 희곡, 시나리오, 산문, 번역 등 다양한 저서를 남겼으며《싱글맨》의 경우 이셔우드가 소설 속 조지와 같은 나이인 58세에 발표한 작품으로, 사별의 여진을 견디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의 하루를 그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순간을 진중한 성찰과 섬세한 문장으로 채우며, 담담하고 절제된 감정과 통렬한 분노, 슬픔이 부딪히며 빚는 삶의 결을 세심하게 포착해 낸 것으로 평가받는 수작입니다. "하고자 한 대로 구현된 유일한 작품"이라고 밝히며 작가가 가장 아끼는 글로 꼽기도 하였습니다.
대니쉬 걸(2015)
The Danish Girl

시놉시스
1926년 덴마크 코펜하겐. 풍경화 화가로서 명성을 떨치던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와 야심 찬 초상화 화가인 아내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이자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파트너이다. 어느 날, 게르다의 아름다운 발레리나 모델 울라(엠버 허드)가 자리를 비우게 되자 게르다는 에이나르에게 대역을 부탁한다. 드레스를 입고 캔버스 앞에 선 에이나르는 이제까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날 이후,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의 사랑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고, 그는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CINE PICK!
<대니쉬 걸>은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한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국의 전기 드라마 영화입니다. <킹스 스피치>, <레미제라블>로 잘 알려진 톰 후퍼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에디 레드메인과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각각 주인공 에이나르/릴리와 그의 아내인 게르다를 맡아 열연을 선보였습니다. 색감을 적절히 활용한 영상미가 마치 화가인 주인공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 매우 아름답다는 평을 받았으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미술상, 의상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원작 소설
영화 <대니쉬 걸>의 원작은 21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비드 에버쇼프가 2000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입니다. 코펜하겐, 드레스덴 그리고 파리를 배경으로 한 작가의 첫 번째 소설로,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로 뽑히는 등 평단의 찬사를 얻은 작품입니다. 세상을 놀라게 한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네게르 부부의 실화 이야기를 담아 1920년 성적 방황, 서로에게 헌신하는 부부에 대한 진실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파워 오브 도그(2021)
The Power of the Dog

시놉시스
1925년 미국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베너딕트 컴버배치)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제시 플리먼스)가 로즈(키얼스틴 던스트)와 그의 아들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 필은 로즈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CINE PICK!
<파워 오브 도그>는 전작인 <피아노>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제인 캠피온이 감독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코디 스밋 맥피가 주연을 맡은 2021년 영화입니다. 제78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작품, 각색, 남우조연, 여우조연, 촬영, 편집, 프로덕션 디자인, 음악, 음향상 후보에 오로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며, 서부극에 대한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접근과 진정한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 배타적인 사회와 이로 인해 만들어진 해로운 남성성에 대한 고찰이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
영화 <파워 오브 도그>는 미국 작가 토머스 새비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유년 시절을 목장에서 보냈으며, 때의 경험이 훗날 그에게 풍부한 소재가 되어 주었습니다. 소설《파워 오브 도그》는 작가가 어린 시절 양아버지 집안에서 겪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해 1967년 발표하였으며, 평론가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은 데 비해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합니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저자 애니 프루는 해당 작품을 가리켜 토머스 새비지의 최고 걸작이라고 칭하며, '한 편의 심리 연구이자, 혐오라는 형태로 분출되는 억압된 동성애를 다룬 비범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소설을 원작으로 한 퀴어 영화 다섯 편을 정리해 보았는데 어떠셨나요?
앞으로 더 재미있는 콘텐츠로 찾아뵙기를 약속드리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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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심과 무관심 사이의 애정 속 청춘들
데뷔작 ‘피노이 선데이’로 47회 금마장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호위딩 감독의 신작으로, 한 도시에 사는 네 청춘의 시선으로 각자 겪는 사랑과 이별, 삶의 변화를 바라보는 대만 영화 청춘시련 리뷰입니다.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한 30회 필라델피아를 비롯해, 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 34회 도쿄국제, 23회 우디네 극동, 공식 개막작으로 선정된 58회 금마장까지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청춘의 뜨거운 삶과 사랑을 진솔하게 선보였다는 평을 받은 기대작이지요. 더불어 스토리에 부합하는 금마장 남우 주·조연상을 수상한 린 바이 홍(임백굉)을 비롯해 넷플릭스 시리즈 ‘희생자게임’으로 신인상을 수상한 이목 등 대만의 라이징 스타가 캐스팅되어 주목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 속 귀요미를 맡았던 이목의 변신이 눈에 띄었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청춘시련 정보
모두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항상 나를 떠났어요
시의원의 딸 위팡과 그녀의 남자친구 샤오장이 역에서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칼부림 당하는 사건을 당하며 시작됩니다. 괴한은 위팡과 같은 집에 살았던 밍량으로, 스스로 자수하며 자신이 그녀의 전 애인이라고 하는데... 연극배우 위팡과 같은 극단 배우이자 친구인 전직 포르노 배우 모니카, 위팡을 오랫동안 짝사랑한 샤오장, 그리고 부모를 여의고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밍량까지 사건에 휘말린 네 명의 청춘을 돌이켜봅니다.
예고편│Trailer
원제: 青春弒戀 , 영제: Terrorizers
감독: 호위딩│각본: Natasha Sung, 호위딩
출연진: 이목, 임백굉(린 바이 홍), 진정니, 지크린(임철희), 요애녕 외 多
장르: 드라마, 멜로/로맨스, 스릴러│상영 시간: 127분
국가: 대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평점: 기자·평론가 5.0, 로튼토마토 신선도 78%, IMDB 6.0
개봉일: 2022년 12월 1일
# 청춘시련 후기
애정이란 이름이 가진 양면성
극의 시작과 끝이고 가장 중요한, 모든 이야기의 출발을 알리는 기차역 피습 사건이 기다릴 틈도 없이 바로 전개되며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시선으로 매듭을 풀어갑니다. 한낮의 역사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난 칼부림에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가에 대한 부가 설명을 해주는 듯 과거를 돌이키지만, 그 설명은 단순한 실마리가 아니라 얽혀있는 네 사람의 시선을 관객에게 공유합니다. 위팡, 모니카, 밍량, 샤오장 차례로 오랜만에 보는 연극의 막처럼 이어진 플롯 구성은 떡밥을 회수하며 흥미로움을 던져주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장면, 다른 상황이 이어져 루즈해지는 분위기를 줍니다. 그리고 애초에 기대했던 대만 청춘 로맨스의 청량함과는 거리가 있는 담배연기 그득한 뒷골목의 우울함마저 묻어나 어떤 뉘앙스를 전달하려는지 의구심마저 듭니다.
마지막 밍량 파트가 되어서야 모든 문제가 풀리고 애정결핍과 과대망상에 시달린 그가 일으킨 파장에 인생에 꼬여버린 청춘 남녀들이 주된 맥락임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몰래 찍은 영상을 유포하고 현실이 게임인 양 진검으로 칼부림을 하는 사회 부적응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며 어떤 현실을 보여주려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죠. 현재 대만 사회의 문제인가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렇다고 모든 사건이 종결되고 찾은 행복이 진짜 해피엔딩이라고 하기엔 심심함이 묻어나서 뭔가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저 부조리한 사회, 거지 같은 세상을 향한 감독의 외침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니까요. 그래서인 무언가 구체적인 목적이나 메시지, 교훈을 주기보다는 그저 인생의 한순간을 함께한 청춘들의 엇갈린 사랑, 그로 인해 찾아온 파국을 지켜본 것 같습니다. 무관심, 관심으로 위협해 공포로 몰아넣는 테러리스트를 떠올리면 될 듯한 뜻의 Terrorizers, 결국 애정의 양면적 모습에 고난, 상처, 시련을 겪는 청춘들을 그리고 싶었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한 막의 시작과 끝을 연주곡입니다 :)
한 줄 평 : 무미건조한 망각에 상처 입은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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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불확실한 삶을 살아가는 태도
감독: 미아 한센 로브출연진: 레아 세두, 파스칼 그레고리, 멜빌 푸포시놉시스: 8살 딸을 키우고 있는 산드라(레아 세두)는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돌본다.아버지의 병이 점차 악화되면서 그녀는 아버지를 어디서 모시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한다.한편, 친구 사이였던 클레망(멜빌 푸포)과의 관계가 발전된다.아버지의 증세가 악화되기 시작하면서 가족의 위기는 본격화된다. 단순히 요양원 비용의 문제만이 아니다. 사라져 가는 아버지의 기억에 가족의 추억은 사라지는 것만 같다. 산드라는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그런 아버지를 돌보는 건 버겁다. 다행히도 점점 지쳐가는 그녀의 곁에는 8살 난 딸과 친구 클레망이 있어 이들에게 기대 잠시 숨통을 틀 수 있다. 산드라의 아버지는 그녀와 다른 가족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미 진행되고 있는 병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아버지가 가끔 머릿속에서 영화가 나온다면서 뭔가 없어진 기분, 그 비일관성에 대해 토로하는 장면은 그가 겪을 혼란스러운 상황을 잠시나마 상상하게 만든다. 동정을 결코 바라지 않던 아버지가 딸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자신을 위해 뭔갈 계속해서 해주는 것 즉, 같이 있어주는 것이지만 지쳐가는 산드라에게 이는 어쩌면 무리한 요구처럼 비친다. 모두가 입을 모아 외칠 “할 수 있을 때(후회하기 전에) 최선을 다하세요”라는 말은 진리처럼도 들리지만 지친 그를 무겁게 옥죄는 말이기도 하다.미아 한센 로브 감독 자신이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듯 이 영화는 비슷한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관련된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감독을 ‘산드라’라는 인물에 바로 투영해 보는 것은 물론 무리가 있겠지만, 바로 이전작 <베르히만 아일랜드>의 크리스와 마찬가지로 떨어뜨려놓고 볼 수도 없다. 특히나 “이 영화를 만들면서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다시 발견하고 그때의 기억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랐”다는 그의 말은 영화보다도 급작스럽게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했던 감독이 아버지를 다시금 잘 떠나보내는 계기로써의 측면에서 이 영화를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히 이것을 달성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감독이 언제나 우선시하는 삶에의 가장 진실된 시선에서의 포착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아버지를 대하는 산드라의 선택이 바로 이것의 응축에 가깝다 볼 수 있는데 단순히 생각했을 때는, 책임보다도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따르는 그녀의 선택은 보편적 심리에 반대돼 양가감정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 존재한다. 산드라는 죽음에 가까워지는 아버지를 보며 절망에 빠지면서도 많은 시간을 아버지에게 할애하려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해 자신의 삶까지 전복되고 말 상황에 처했을 때, 산드라에게 우선시되는 것은 결국 아버지보다도 자기 자신의 행복이다. 어쩌면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선택이다.그러나 영화는 산드라를 단순히 이기적 선택을 내리고 아버지를 떠나는 '나쁜' 인물로 그리지 않는다. 영화의 제목과도 관련이 있는 아버지의 노트를 우연히 보고 그 안에 아버지가 끄적여둔 자서전의 초고 내용을 보고 생각에 잠기는 산드라의 모습은 그녀가 아버지를 떠난 것이 자신의 삶에서 아버지를 배제한 것이 결코 아님을 보여준다. 산드라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행복을 위해 아버지를 떠나게 되는데 최종적으로 그녀의 이 선택은 불확실한 삶을 대하는 감독의 태도로도 읽힌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하나의 불확실한 미래와 클레망과의 또 다른 불확실한 미래 사이에 선 산드라는 자신의 삶을 위해 결정을 내린다. 무엇이 옳은지는 닥치지 전에 알 수 없지만 당장 내린 최선의 선택이다. 제목 "어느 멋진 아침(One Fine Morning)"이 가지는 미래와 희망의 의미 때문에라도 이 영화의 엔딩은 슬프거나 절망적이지 않다. 각자의 삶은 그것이 언젠가 끝날 때까지 지속될 것이고,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그들 안에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상영 일정-10/06 16:30 CGV센텀시티 2관-10/07 1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7관-10/09 10:30 CGV센텀시티 4관부산국제영화제 5-14. 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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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티넬> 아픔이 단지 수단으로 소비된 결과물
<상티넬> 아픔이 단지 수단으로 소비된 결과물
넷플릭스 <상티넬> 리뷰
1. 중동에서 특수 부대 '상티넬'의 일원으로 군사 작전에 나선 '클라라(올가 쿠릴렌코)'. 현지인들과 직접 대화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테러리스트를 체포했다고 판단한 찰나에, 그녀는 예상치 못한 공격을 당한다. 자신의 실책으로 인해 동료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집과 가족의 품도 그녀를 예전처럼 편안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어느 날 불안 속에서 상티넬의 임무를 지속하던 클라라는 동생 '타니아(마릴린 리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은 그녀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중동에서처럼 평화에 균열이 생겼음을 깨달은 그녀. 그렇게 그녀는 다시금 총을 든다.
영화 속 액션씬은 두 개의 관점으로 감상할 수 있다. 하나는 액션씬 그 자체의 완성도다. 맨손 격투, 카 레이싱, 추격전과 같은 액션이 얼마나 정교하고 연출되었는지, 촬영 방식은 액션의 질감을 얼마나 잘 담아내고 있는지, 액션의 구성은 얼마나 독창적인지 등을 따질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 액션 연출이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의 그것보다 발전했다는 평가나 잭 스나이더 감독의 <맨 오브 스틸> 속 슈퍼맨과 조드의 싸움이 액션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극찬은 이 관점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액션씬의 전후 맥락에서 느껴지는 상황과 감정적 측면이다. 아무리 액션씬이 화려해도 등장인물들이 왜 싸우는지, 그들에게 이 장면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 그 장면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 외계인이 지구로 침공한 상황도 같고, 전투 시퀀스의 스케일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지만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어벤져스> 시리즈와 달리 전투에 임하는 비장함과 승리의 기쁨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 이유다. 이러한 맥락에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상티넬>은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 액션 영화다.
2. <상티넬>은 분명 짧은 러닝타임과 액션 영화의 조화에서 기대할 법한, 끊임없고 박진감 넘치는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합이 잘 짜인 현란함보다는 손에 잡히는 대로 쥐고 싸우는 처절함에 중점을 둔 맨손 격투는 복수심에 불타는 클라라의 심경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중동에서의 작전 수행 시퀀스처럼 총의 조준경이나 망원경의 화면을 그대로 활용해 전투나 액션이 시작되기 직전의 사실감과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몰입도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액션 영화로서 좋은 장면을 보여주는 것과 별개로 <상티넬>의 뒷맛은 결코 시원하지 않다. 오히려 찜찜하다. 영화의 주제와 소재가 원하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도구로서 소비될 뿐, 그 도구가 갖는 무게감에 대한 고찰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클라라와 타니아 자매의 트라우마 극복으로, 크게 두 가지 플롯으로 펼쳐진다. 우선 영화는 언니인 클라라의 트라우마를 조명한다. 중동에서 대테러 작전팀인 상티넬 소속으로 일하던 그녀는 현지인의 자살 폭탄 테러 징후를 미리 눈치채지 못해 동료를 잃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로 인해 귀국한 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그녀는 여전히 근무 중 평범한 가방을 폭탄물로, 후드를 쓴 행인을 테러리스트로, 부모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는 어린아이를 자살 테러를 시도하는 아이로 오해하며 힘겨워한다.
다른 한편에는 동생의 트라우마가 있다. 클럽에서 만난 한 남성으로 말미암아 성폭력을 당한 타니아는 가해자를 보는 것을 두려워하고, 소송이나 수사로 인해 자신의 개인사가 공개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며 적극적인 저항을 거부한다. 이러한 동생의 트라우마는 자신의 트라우마로 인해 스스로 통제력을 잃어가던 클라라가 개인적인 복수에 나서게 되는 촉매제로 작용하며 서로 다른 두 플롯을 하나로 묶는다.
3. 문제는 자매의 트라우마를 연관시켜 복수극을 풀어나가는 시도가 클라라의 행적에 설득력을 부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선 둘 간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보이지 않아서 직관적인 이해를 돕지 못한다. 타니아가 성폭행을 당한 것에 클라라는 책임이 없으며, 자신이 마주했던 테러 집단이 동생을 공격한 것도 아니고, 순찰 근무 중 불안 증세가 범죄의 원인이 된 것도 아니다. 그나마 PTSD로 인한 불안정성이 무모한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 하지만, 짧은 러닝 타임에 슬로 모션이 빈번하게 등장하다 보니 이러한 심경의 흐름을 전달할 기회도 잡지 못한다. 그 결과 영화의 서사는 클라라의 내적 고통과 동생의 복수, 둘로 나뉜 듯 느껴지며 어느 것도 제대로 완결 내지 못한 찜찜함을 떨치지 못한다.
또한 하나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수단으로써만 다른 쪽의 트라우마가 존재한다는 것도 문제다. 클라라는 가해자를 쫓아 사적 복수를 하면서 자신을 괴롭히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난다. 이때 그녀는 피해자의 심경과는 관계없이 그저 자신의 책임이라는 스스로의 부담감을 떨쳐버리기 위해서 범인을 쫓고, 직접 사살을 시도한다. 타이나를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동생을 대신해 일방적으로 실천에 옮긴다. 그렇게 피해자는 자신의 능동성과 의지가 모두 제거된 채 주인공의 행적에 어떻게든 정당성을 보여하려는 도구에 불과해진다. 그 결과 피해자의 아픔과 선택에 대한 고찰이 결여된 상태에서 맞이한 주인공의 해피 엔딩은 마치 향이 나지 않는 꽃이 주는 아름다움과 같다.
4.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발단이자 주된 플롯을 책임져야 할 클라라의 트라우마에 대한 묘사나 설명이 충분히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실 전쟁 트라우마를 지닌 군인, PTSD로 괴로워하는 군인은 더 이상 새로운 영화적 장치가 아니다. 전쟁 영화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1917>은 물론, 액션 블록버스터인 <6 언더그라운드>를 포함한 수많은 창작물에서 전쟁의 고통, 살인에 대한 죄책감, 전우를 지키지 못했다는 회한 등에 휩싸여 있는 군인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상티넬>처럼 중동 현지에서 대테러 작전 시행 도중 혹은 전투 중에 상해를 입은 군인의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을 필두로 문화적 이해 없이 중동 문제에 개입했던 서양 국가들의 행태에 대한 자기반성을 보여주는 영화적 장치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참전한 군인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년에 개봉한 <고스트 오브 워>는 SF적인 상상력과 호러 영화의 문법을 동원해 미군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과정을 그려낸 바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버지 아들 군인>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한 부자의 모습을 다루며 그 트라우마가 대를 이어 유지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한다.
5. 하지만 <상티넬>은 전쟁 당시의 상황을 거듭 떠올리며 약물 중독에 가깝게 고통받는다는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는 묘사 외에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묘사함에 있어 그 어떤 도전적인 시도도 하지 않는다. 이미 많은 영화가 제각기의 방식으로 참전 군인과 그 비판 의식을 다양한 캐리터와 장르 안에 풀어냈는데도 그저 관성적인 묘사를 보여주는 데 머무른다. 얼마나 개성 있게, 자신만의 비전을 가지고 빚어내느냐에 따라 영화의 완성도가 좌우되는 와중에도 악수를 둔다. 그렇게 넷플릭스 <상티넬>은 보기에는 좋지만 알맹이가 없는 평범한 액션 영화로 남는다.
D(Dreadful, 끔찍한)
총격전과 맨몸 격투 사이로 휘발되어 사라진 두 피해자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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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
빅토르 하라, 파블로 네루다, 살바도르 아옌데
-빅토르 하라의 마지막 노래
'빅토르 하라'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사이로 기억한다. 이 시기에 나는 대학생 선배들과 함께 사회과학 공부를 하고 있었고, 변증법적 유물론, 서양경제사론, 제3세계 정치, 러시아 혁명사, 한국민중사, 마르크스, 레닌의 저작 같은 역사, 철학, 경제학, 사회주의 이론 등을 공부했다. 이 무렵 제3세계 역사에서 칠레, 아르헨티나, 쿠바 같은 나라들의 정치 상황과 노동계급의 투쟁, 사회주의자의 활동 등에 대해서도 개략적으로 배웠는데, 이렇게 거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그리고 여기에 대항하는 반제국주의 투쟁을 공부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자본주의 체제와 자본가들이 사회주의 국가와 사회주의자를 얼마나 악랄하고 처참하게 학살했는가를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칠레는 한국의 '혁명운동'에 중요한 가르침을 주는 사례였다. 특히 살바도르 아옌데의 집권과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이어지는 과정이 어떻게 일어났고, 군부 쿠데타 뒤에서 막대한 자금과 조직을 동원한 미국의 CIA가 절대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 반공 군사독재가 칠레의 진보 지식인, 학생, 노동자를 수만 명 학살하고도 미국의 보호 아래 오래도록 집권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고, 한국의 군부 쿠데타와 장기 독재 역시 칠레와 매우 닮았다는 점에서,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제3세계에서 반공 군부 쿠데타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이는 자본주의 체제인 미국과 유럽의 국가들이 강력하게 지원한 결과이며, 그 목적은 쏘련과 중국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와 체제 경쟁, 이념 전쟁을 통해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고, 쏘련과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사회주의자로 선출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것, 칠레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한 진보적 개혁이 일어나면서 자본가와 부르주아 반동 세력의 역습이 시작되었고, 이 와중에 민중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던 빅토르 하라가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빅토르 하라와 아옌데 대통령은 같은 운명을 맞게 된다.
빅토르 하라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2000년 초반이었다. 내가 알기로 빅토르 하라와 관련한 책이 그때 처음 한국에 등장했고, 책에는 부록으로 음악 CD가 들어 있었다. 이 글을 쓰려고 내가 받은 CD를 찾아보았는데, 운 좋게도 한번에 찾을 수 있었다. 그때 알고 지내던 선배가 복사해 준 CD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고, 지금도 처음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빅토르 하라에 대해서는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칠레의 민중가수이며, 사회주의자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의 음악이 칠레 민중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큰 영향을 끼치게 되자,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피노체트가 빅토르 하라를 불법, 체포, 구금한 다음 참혹하게 고문하고 학살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빅토르 하라를 다룬 가장 최근의 이야기다. 빅토르 하라를 이야기하려면 칠레의 현대사를 빼놓을 수 없다. 빅토르 하라는 1932년, 칠레 남부 산티아고 근처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가난했고, 아버지는 소작농이었다.
빅토르가 태어나던 1932년 이전에도 이미 격동의 역사를 겪고 있었다. 칠레는 1818년 스페인의 지배에서 독립했으나 완전한 독립은 아니었다. 1891년 내전이 일어났고, 1920년대 사회주의 사상이 민중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면서, 사회주의 혁명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1920년대 한국에서도 '조선공산당'이 탄생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에서도 거의 비슷한 시기에 '중국공산당'이 활동을 시작했다.
칠레에서도 1920년대 이미 개혁적 성향의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자본가와 부르주아의 세력이었던 의회의 극심한 반대에 부닥쳐 사회 개혁은 대부분 좌절된다. 그리고 곧 이어 1924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고, 빅토르가 태어나던 1932년까지 칠레 정치 상황은 불안정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소작농으로는 도저히 한 가족이 먹고 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빅토르의 부모는 도시인 산티아고로 이주하기로 결정한다. 빅토르가 열 살 무렵, 가족은 산티아고로 이주하고, 열여섯 살 무렵, 빅토르는 판토마임 극단에 가입해 단원으로 활동한다. 빅토르가 태어나 성장하던 1932년부터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이 되던 1970년 사이는 중도 정권이 들어서면서 무난한 시기였다.
빅토르는 1951년, 칠레대학교 연극학부에 입학하고, 칠레 민요를 연구하고, 연주하는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다. 1961년부터는 칠레대학교 부속 연극연구소에 근무하며 무대연극을 연출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가까이 지냈는데, 빅토르의 어머니가 칠레 전통음악을 부르는 가수였다. 마을의 행사가 있을 때면 빅토르의 어머니는 전해오는 민요를 불렀고, 빅토르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칠레 음악의 원형을 익혔다. 그도 처음에는 어머니가 부른 것처럼 칠레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했으나 차츰 사회의 모순에 눈 뜨면서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1965년 무렵부터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불렀고, 이 노래들은 노동자, 농민, 기층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렸거나, 칠레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노래들이었다.
빅토르 하라가 만나게 되는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은 1908년에 태어났으니, 빅토르 하라보다 24살이 많다. 발파라이소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아옌데의 집안은 교육자, 학자, 법률가들이 가족이었으며, 아버지가 변호사였고, 삼촌들도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이었다. 집안의 영향을 받은 아옌데는 칠레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면서 학생운동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아옌데가 의사인 것은 체 게바라와 비슷하다. 아옌데나 체 게바라나 모두 중상층의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자기가 살아가고 있던 사회 현실에서 민중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를 가까이 보면서 진보적이고 혁명적인 사상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닮았다.
빅토르 하라가 민중의 노래를 본격 만들던 1960년대 중반에 이미 살바도르 아옌데는 진보정당(칠레공산당)의 정치인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빅토르는 아옌데의 정치철학과 사상을 지지하며, 민중의 삶을 노래로 만들었다.
1970년 대통령 선거에서 아옌데는 인민연합(칠레 사회민주당, 칠레 공산당) 후보로 나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아옌데는 대통령이 되자 곧바로 '사회주의를 향한 칠레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주의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대규모 사업장을 국유화하고, 민중의 복지에 우선 투자했으며 토지개혁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미국CIA의 적극적 개입, 칠레 내부의 자본가, 부르주아의 반대, 미국 정부의 악의적 방해 - 구리값 인하, 투자자금 회수 등 - 로 인해 아옌데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개혁정책은 실패하게 된다.
마침내 1973년, 미국CIA는 칠레 군부에 쿠데타를 일으킬 것을 지시하고, 피노체트가 전권을 쥐고 군사행동에 들어간다. 칠레 공군폭격기가 아옌데 대통령이 있는 모네다궁을 폭격하고, 탱크가 밀고 들어가 전투가 벌어지면서 아옌데 대통령은 국민에게 마지막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자살한다. 아옌데 대통령의 죽음은 자살과 타살의 논란이 많은데, 자살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에 맞서 싸우던 마지막 날, 1970년 9월 11일, 그때 파블로 네루다는 죽음을 불과 12일 앞두고 있었다. 아옌데 대통령보다 네 살 많은 네루다는 어렸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1920년부터 '파블로 네루다'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1934년부터 1939년까지 스페인에 있는 칠레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스페인 내전을 목격했으며, 이때 인민전선정부의 탄생, 프랑코 군부의 쿠데타가 벌어지는 걸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네루다는 칠레에 귀국해 1945년 상원의원이 되면서 칠레공산당에 입당한다. 하지만 반동정권에 의해 공산당이 불법화되면서 칠레를 탈출해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을 전전하다 1952년이 되어서야 다시 칠레로 돌아올 수 있었다.
1970년, 아옌데 정부가 들어서면서 네루다는 프랑스 대사가 되었고,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1973년 피노체트 쿠데타가 발발하고, 아옌데 대통령이 사망하고, 수많은 진보지식인, 학생, 노동자들이 군부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 학살당하고 있을 때, 그는 암으로 투병하고 있었다. 병석에서 빅토르 하라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네루다는 피노체트 군부 쿠데타를 비난하는 시를 썼으며, 특히 빅토르 하라의 죽음에 대해 그의 아내에게 '그자들이 사람을 죽이고 있어. 산산조각이 난 시신들을 건네주고 있다고. 노래하던 빅토르 하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 몰랐어? 그자들이 하라의 몸도 갈기갈기 찢어놓았어. 기타를 치던 두 손을 다 뭉개놓았대.'라고 분노하며 말했다.
이 영화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고 시간이 약 40년 가까이 흐른 다음의 이야기다.
빅토르 하라의 아내 호안 하라는 빅토르 하라가 대학으로 처들어온 군인들에 의해 칠레 경기장으로 끌려갔고, 그곳에서 참혹한 구타를 당했으며, 어떤 군인이 쏜 총에 의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행히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산티아고 공동묘지 바깥에서 빅토르 하라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었다. 호안 하라는, 그래도 자신은 남편의 시신이라도 수습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수만 명의 사람들은 지금도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갔고, 진보 지식인, 학생, 노동자 수만 명을 학살한 피노체트는 1973년 권력을 찬탈한 이후 1990년 선거에서 지면서 17년 장기 독재를 마감한다. 박정희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18년 동안 장기 독재를 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피노체트는 박정희, 전두환처럼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독재자였으며, 미국의 이익을 대리하는 제국주의 앞잡이였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 시기에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듯이, 칠레에서도 피노체트 독재 시기에 민주화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남아메리카는 스페인의 식민지 영향을 받아 가톨릭이 폭넓게 퍼졌고, 민중의 거의 대부분이 가톨릭(구교)을 종교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칠레 민주화운동에서 가톨릭 교회의 역할은 중요했다. 피노체트가 가톨릭 사제, 수녀까지도 학살했으며, 지식인, 학생, 노동자 대부분이 가톨릭 교도였기 때문에, 가톨릭 교회에서 이들의 죽음을 보며 침묵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호안 하라는 빅토르 하라의 주검을 수습한 다음, 미국으로 탈출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피노체트 독재 정권의 범죄를 증언하고, 남편 빅토르 하라의 참혹한 주검을 세상에 알렸으며, 빅토르를 죽인 자들이 누구인지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칠레에 민주정부가 들어선 2009년 이후 호안 하라는 36년 동안 가매장했던 빅토르 하라의 시신을 정식으로 매장할 수 있었다. 이때 수많은 칠레 시민이 빅토르 하라의 장례식에 참가했다.
호안 하라와 칠레 진실화해위원회는 1973년 당시 칠레경기장에 있었던 병사들을 찾아내 그들의 증언을 듣기 시작했다. 그때 칠레경기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누가 그들을 죽이라고 명령했으며, 누가 방아쇠를 당겼는지 병사들의 입을 통해 듣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병사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두려워하고 있었으며, 그때 자신들에게 명령을 했던 장교들이 찾아와 입을 열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증언이 나중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비밀을 지키려 해도, 완전 범죄는 있을 수 없다. 특히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은 수많은 증인이 존재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입을 열기 마련이다. 최초의 증언자는 1973년 당시 칠레 경기장에 있었던 병사 파레데스였다. 그는 중위 페드로 바리엔토스가 빅토르 하라를 죽였다고 증언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바리엔토스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미국 시민권자로 플로리다에 살고 있었다. 게다가 피노체트 독재 정권에서 출세했던 인물들은 1991년 이후 미국이나 유럽으로 도망했다. 피노체트도 1991년 영국 런던으로 도망갔지만 1998년, 런던에서 체포당한다. 스페인 정부가 피노체트를 납치, 살인죄로 기소하고 국제수배를 하자 영국의 사법부가 체포한 것이다. 피노체트는 2000년 병보석으로 풀려나 칠레로 돌아왔으며, 2006년 병으로 사망했다.
호안 하라와 진실화해위원회는 미국 법원에 바리엔토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한다. 바리엔토스의 행위로 인해 호안 하라와 그의 가족의 삶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므로 배상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리고 칠레에서 모은 증거자료들을 법원에 제출했다.
첫번째 증인이었던 파레데스의 증언은 바리엔토스 본인과 그의 호위병 두 명에 의해 부인당했다. 바리엔토스가 당시 중위였고, 근처에서 경호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칠레 경기장에는 가 본 적이 전혀 없다고 증언한 것이다. 파레데스는 나중에 자신의 증언이 거짓이었다고 말한다.
진실화해위원회와 호안 하라는 낙담하지만, 다시 증인을 찾아나섰고, 이번에는 수십 명의 증인들 - 당시 칠레 경기장에 있었던 병사들 -의 증언을 녹화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언이 당시 바리엔토스의 호위병이었던 나바레테로부터 나온다. 나바레테는 바리엔토스가 칠레 경기장의 책임자였으며,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바리엔토스가 지시,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이렇게 많은 증언이 있음에도 바리엔토스는 끝까지 자기는 그 자리에 없었으며 빅토르 하라를 죽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인상 좋은 모습으로, 침착하며 온건하게 말한다. 자기도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이며, 군인이 된 것은,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징집당한 것이고, 자기는 순찰과 경호 업무만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그가 정직한 사람처럼 보인다.
심지어 바리엔토스는 자발적으로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받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하지만, 테스트를 주관한 사람의 증언은, 바리엔테스가 '기만적인 인물'로 보인다고 말한다. 즉, 자기 자신까지 속이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2016년, 미국 법원은 호안 하라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바리엔토스는 호안 하라에게 2,800만 달러(330억 원)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바리엔테스는 빅토르 하라를 죽이기 전에 러시안룰렛을 하며 살인을 즐기듯 한 인물이고, 빅토르 하라를 죽인 것으로 보아 더 많은 사람을 학살했을 가능성이 많은 인물이다.
호안 하라는 91세로, 다행히 그가 살아 있어 끝까지 남편 빅토르 하라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범죄자를 찾아내 그 죄를 물을 수 있다는 것에 깊이 감사했다.
빅토르 하라의 노래는 독재자들이 민중의 노래를 얼마나 두려워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독재자들은 공통적으로 민중의 노래를 싫어한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에서 수많은 노래들이 금지곡으로 묶였고, 가수들은 탄압당했다.
노래가 총칼보다 강하다는 걸 우리도, 적들도 알고 있다. 지금도 칠레에서는 빅토르 하라를 기리는 행사가 있고, 천 명이 기타를 들고 모여 함께 연주하며 빅토르 하라를 추모하는 행사도 갖는다. 민주주의와 정의가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끊기고, 피가 강물처럼 흘러야 하지만,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민중의 끊임없는 투쟁많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칠레의 역사에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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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인 차별? 엿 먹으라 그래
6★/10★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로, 전 세계에서 큰 수익을 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압권은 도입부다. 돈이 썩어 나는 아시아인이 호텔 안내 직원의 인종 차별적 모욕에 그 자리에서 호텔을 사 버리는 장면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욕을 되갚는 최고의 방법은 내가 너보다 경제력이 월등함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를 인종 차별적 모욕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영화는 이후에도 서로 다른 계급의 두 아시안 남녀의 사랑을 로맨틱 코미디의 문법으로 담아낸다. 소모되다 사라져버리는 아시아인이 등장하지 않는, 무려 아시아인이 슈퍼 리치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적잖은 쾌감을 제공했다.
〈조이 라이드〉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아〉의 각본을 쓴 아델 림의 첫 연출작이다. 이번에도 아시아인이 주인공이고, 도입부부터 통쾌한 장면을 선보인다. 한 아시아계 부부가 주민 대다수가 백인인 마을로 이사를 온다. 그런 그들에게 한 백인 부부가 다가온다. 그들은 아시아계 부부의 딸 롤로와 자신의 딸이 함께 놀 수 있겠냐고 묻는다. 그때 백인 부부 뒤에서 숨어 있던 아이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백인 부부의 아시아계 입양아 오드리다. 롤로와 오드리는 곧바로 놀이터로 향하고, 롤로는 “칭챙총”거리는 백인 아이의 얼굴에 주먹을 꽂는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다. 오드리는 완벽한 모범생으로 성장해 촉망받는 변호사가 되었고, 롤로는 성적인 것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예술가를 지망하지만 실은 사고뭉치에 가까운 어른으로 성장했다. 물론 둘은 여전히 가까운 친구다. 그러던 중 오드리가 사업차 중국으로 가게 되어 롤로와 그녀의 사촌 데드아이가 통역을 핑계로 오드리와 동참한다. 중국에서는 오드리의 대학 시절 룸메이트이자 인기 배우인 캣도 합류한다.
넷은 오드리의 파트너 승진이 걸린 일생일대의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에 참석한다. 그런데 계약 당사자가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한다. 중국에서는 그 사람의 가족을 보고 상대를 파악한다며 며칠 후에 있을 파티에 그녀의 친모를 데려오라고 요구한 것. 오드리에게는 청천벽력이다. 그녀에게는 자신이 중국에서 입양되었다는 것과 생모의 사진 한 장 말고는 아무런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원급 승진이 걸린 일인데 포기할 수는 없다.
네 사람이 오드리의 생모를 찾아 떠나는 과정은 내내 아시아 정체성은 무엇인지에 관한 유쾌하고 도발적인 물음으로 가득하다. 더불어, 이들은 모두 섹스와 K-팝 등 자기 욕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여성이기도 하다. 자기 욕망의 방향을 아는 아시아 여성. 이들이 서로 복작거리며 만들어내는 기상천외한 웃음은 그 자체로도 즐길 만하지만 지금껏 할리우드에서 주변화되고, 제한된 채 고정된 역할만 수행해오던 아시아 여성의 이미지를 과격하게 비튼다는 점에서도 쾌감을 자아낸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출발점을 향한 오드리와 그 친구들의 여정은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이다. 개성 강한 서로 다른 네 친구의 서사는 아시아 여성의 이미지를 하나로 환원하지 않고 다채롭게 만든다. 여러 모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코미디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물론, 영화의 형식 측면에서 본다면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아〉가 그랬듯, 〈조이 라이드〉 역시 장르 문법의 전형성에는 손대지 않기 때문이다. 〈조이 라이드〉는 자기 자신을 향한 여정이라는 코미디/버디 무비의 일반적 구조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오드리의 진짜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과 개별 주인공의 매력과 이들의 어우러짐에 대한 묘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말이다. 오드리가 자신이 부정해왔던 아시아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조이 라이드〉는 가족주의, 아름다운 자연 등 서양이 동양을 오리엔탈리즘적으로 재현해온 방식을 그대로 차용해 오드리의 정체성 탐색 과정을 채운다. 이 영화가 할리우드가 아시아/인을 재현해온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코미디 영화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서양이 상상적으로 구성해온 동양의 이미지 배치를 그대로 차용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하나의 영화에 너무 많은 기대를 투영할 필요는 없다. 〈조이 라이드〉에게 아시아/인과 할리우드가 맺어온 불평등한 관계 모두를 뒤집으라고 요구하는 건 과도하다는 소리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르 범주 내에서 아시아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즐길 만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균열은 만들어진 것이다. 영화는 좋은데 아시아/인 재현은 엉망이어서 양가감정을 느낄 필요가 없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의 성공은 그 자체로 변화를 촉구한다. 들러리가 아닌, 행복과 고뇌를 동시에 느끼는 복합적 주체로서의 아시아인이 등장하는, ‘아시아인 차별? 엿 먹으라 그래!’라고 당차게 말하는 더 많은 할리우드 영화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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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 La Pianiste
/ 감상 /
포스터에 적힌 저 글귀와 줄거리를 보고 성숙한 교수님이 제자에게
진정한 성인의 사랑을 알려주는 내용인줄 알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내 예상으 빗나갔다.
영화에 나온 피아니스트는 그 누구보다 어린 사람이었다.
생각과 행동 모두.
어머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몸만 성숙한 어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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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나오는 세사람 (교수,월터,교수의엄마) 모두 다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한다.
교수는 엄마의 과잉보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사랑을 부모님과 이성에게서 모두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딘가 엇나간 방식으로 자신만의 욕망을 표출한다.
교수의 엄마는 남편없는 가정에서 자신이 정신적,경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딸에게 광적으로 집착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노후가 그녀에게 달려 있기때문에.
마지막으로 월터는 첫눈에 반한 교수에게 애정을 갈구한다. 아름다운 말들로.
그러나 결국 그도 가부장제가 낳은 한 남성이다.
아름다운 말들로 교수를 유혹하지만, 교수가 자신의 위에 있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들도 결국 자신의 사랑과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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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이런 욕망의 응집의 결정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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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며 느낀점은...
이정도의 영화를 이해하고 공감하기에는 나는 아직 어린것 같다.
최근들어 본 영화들 중 가장 어른스러운 영화였던것 같달까..
영화가 진하고 깊다
영왓챠피디아에서 몇몇 리뷰글을 보면 캐릭터와 상황에 공감하고 심지어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들이 많던데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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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연출이랑 영상미가 마음에 들었다.
그 뭐랄까 화질이 좋지 않고 약간의 노이즈가 껴있으며, 뭔가 어둡고
약간의 감성도 있고, 과하지도 않은..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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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위페르 연기가 소름돋는다.
진짜 캐릭터에 녹아들어간 것 같달까.
마담 싸이코에서 나온 캐릭터랑 비슷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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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월터를 볼때마다 독일 축구선수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ㅋㅋㅋ
뭔가 로이스 느낌도 나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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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그것이 사랑에 의한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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