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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hilarious2023-05-17 14:23:42

속 보이는 인간을 비판하는 속 보이는 영화

영화 '슬픔의 삼각형' 리뷰

한 모델 인플루언서 커플이 크루즈 여행을 협찬받는다. 이 크루즈 여행에는 각기 다른 방법으로 부를 쌓은 사람들이 탑 승한다. 그리고 이들을 서비스해야 하는 직원들도 함께 탑승한다. 그렇게 배는 떴는데, 선장이 참 비협조적이다. 안에서 뭘 하는지 두문불출하다가 선장 주최 만찬에도 간신히 얼굴을 비친다. 선장의 상태가 이러한데, 이 크루즈 여행은 제대로 끝날 수 있을까? 상류층의 위선 뿐만 아니라 계급 사회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이번 영화 꽤나 흥미롭다.


1. 권력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계급

크루즈에는 다양한 부자들이 탑승한다. 비료를 팔아 부를 이룬 한 가족, 수류탄 등의 무기를 팔아 부자가 된 부부, 게임을 개발해 팔아넘겨 수익을 내는 IT 종사자 등 하나같이 돈이 많고 성공한 만큼 각자만의 허풍들도 다양하다. 영화가 크루즈를 배경으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 크루즈에는 권력 관계가 돈으로 정해지기에 명확하고 심플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그들의 권력인 돈을 무기 삼아 직원들을 쥐락펴락한다. 그래서 직원들은 고객이 원하면 물놀이도 서슴없이 해야 한다. 그 물놀이를 시킨 고객의 의도는 이왕 즐기는 거 고생하는 직원들까지 함께 즐기자는 선의였을 지 모르지만 직원들에겐 그저 당황스러운 요구였을 뿐이니 상류층들이 선의라는 명목으로 하층민들을 부려대는 사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돈을 권력 삼아 자신들의 체면 지키기에 여념이 없지만 그럴수록 그들의 부족함은 더 배가되고 천박함만 강조될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큰 반전이 존재한다. 선장이 이 크루즈의 최고 빌런이라면 빌런인데, 이 선장은 날씨가 제일 안 좋은 날에 선장 주최 만찬을 개최해 사정없이 흔들리는 배 안에서 저녁을 대접한다. 배멀미를 참아내지 못한 승객들은 여기저기 토를 해대며 체면을 제대로 구겨버린다. 배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화장실의 오물이 역류해 배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 선장이란 놈은 갈수록 가관이다. 이 아수라장 속에서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난 사회주의자 코스프레를 하며 한 승객과 명언 배틀이나 하고 있다. 승객들은 오물을 뒤집어 쓰고, 구명 조끼 입고 벌벌 떨고 있는데, 선장은 사회 안에서 자신보다 더 윗계급인 승객들을 비꼬는 많은 명언들을 지껄인다.


이 선장이 하는 말들이 결국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보는데, 이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 그는 위인들의 명언을 읊는 선장을 보여주며 세계 속 부의 분배의 불평등함부터 자본가들의 위선, 천박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구절들을 그저 직접적으로 관객들에게 오픈해버린다. 너무 직접적이고 신랄해서 오히려 더 웃기다.


2. 계급의 뒤바뀜

여차저차해서 배가 침몰하고 생존자들은 한 무인도에 모인다. 그 곳에서는 속세의 계급이 의미가 없다. 생존 능력이 곧 권력이다. 그에 따라 가장 하층민인 노동자 애비게일이 권력자가 되어 모계 사회를 형성한다. 그녀만의 통치룰을 만들어 그녀만의 왕국을 만든다.

사회에서 돈이 얼마가 있었든 고기하나 낚지 못하는 무능한 남성들은 그녀에게 길들여진다. 크루즈에서는 여유로운 척 잘난척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찾을 수 없고 말이다. 하지만 점점 그녀의 통치는 독재가 되어 젊은 모델 커플을 분탕질하기에 이른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중간중간  등 사회적으로 이슈되는 문제들이 간혹 등장한다. 페미니즘의 모순도 등장하는데, 권력의 주류인 남자를 조종하면서 이득을 보는 일부 여자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력이 뒤바뀐 이후, 페미니즘을 악용하는 여자들의 모습이 그 젊은 남자 모델에게서 보인다. 결국 페미니즘도 여자냐 남자냐를 따지기 앞서 불평등을 겪는 매 순간 권력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 따지는게 가장 먼저가 아닐까 생각한다. 단순히 성별기준으로 싸우면 답이 안나온다.

하지만 권력이란 맛보면 끊을 수 없는 것이라서 에비게일은 점점 자신이 이룩한 권력에 취한다. 권력이 없는 자들은 기득권층의 혜택이 불만스러우면서도 은근히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에비게일이 보여준다. 권력에 대한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고 누가 갖고 있든 권력은 누구든 변하게 한다. 결국 권력은 있으면 좋긴 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은 필요악인지도 모른다.


3. 속이 다보여서 더웃긴 코미디

이 영화의 매력은 피라미드 제일 위쪽에 있는 사람들을 대놓고 아래로 끌어내려 모욕하며 통쾌함을 선사하는 매력으로 초반을 이끌어니간다. 하지만 중후반부으로 갈수록 권력의 기준이 바뀌고 그 권력에 적응해나가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준다. 사회 속에서의 돈은 그저 종이쪼가리일 뿐인 무인도에서 인간은 그저 가장 약하면서 가장 강한 척하는 찌질한 존재라는 점을 부각한다. 아내가 죽었는데 보석이나 가져가고 있는 남편이나 여자친구의 끼부림을 비판하다가도 자신이 생존해야할 순간에 결국 자신의 끼부림으로 살아남는 한 남자까지 감독은 이 영화에 온갖 찌질한 인간상은 모아놨다. 선장이 제일 솔직하다면 솔직하긴 한데, 마치 감독의 말을 내레이션하기 위해 배치된 캐릭터같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가 인간의 찌질함을 나열한 다큐멘터리라면, 선장은 이들을 해설하는 내레이터인 것이다. 그리고 감독의 의도가 너무 직접적으로 전해져 신랄했고, 신랄하니 더 웃겼다.


아, 그 배의 총매니저 역할의 여배우의 연기가 인상에 많이 남았는데, 이 세상에서 제일 흔하게 보이는 유형의 위선자여서였을까. 남의 권력을 방패삼아 자신의 권력인 양 휘두르고, 권력이 바뀌면 그 쪽으로 휘릭 갈아타기도 잘하는 처세술의 달인 말이다.

작성자 . Anonymoushilarious

출처 . https://brunch.co.kr/@lanayoo9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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