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3-07-31 22:54:16
인생이란 굴곡에서 후회가 너무 늦지 않기를
영화 <여덟 개의 산> 리뷰
인생이란 굴곡에서 후회가 너무 늦지 않기를
영화 <여덟 개의 산> 리뷰
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출연] 루카 마리넬리, 알레산드로 보르기, 필리포 티미, 엘레나 리에티
시놉시스] 도시에 사는 피에트로와 산에 남은 유일한 아이 브루노. 알프스에서 만나 친구가 된 두 소년은 자연을 누비며 우정을 나눈다. 그 후 성인이 된 피에트로는 아버지 조반니가 세상을 떠난 뒤 산으로 돌아오고 브루노와 재회한다.
#스포일러 유의#
지루할 틈이 없었던 광활한 알프스의 모습
영화 여덟 개의 산은 내용만 놓고 보면 굉장히 지루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정직하게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는 영화 속 내용과 극적으로 치닫는 갈등 요소는 크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꽤 긴 시간 동안 상영되는 영화를 보며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광활하게 펼쳐지는 알프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말 없이 등산을 하는 부자의 모습, 혼자 알프스를 오르는 모습, 아버지와 피에트로, 브루노 3명이서 위험한 빙하를 걷는 모습, 넓은 초원에서 소와 양을 치는 모습 등 사계절의 알프스 모습을 눈으로 보고 있자니 그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에 지루함을 전혀 느낄 새가 없었던 작품이었다. 자연적인 소리 외에 음악적인 요소가 그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 않았지만 풍부한 자연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꽉찬 아름다움을 선사했던 감각의 절제미가 돋보였던 영화 중 하나였다.
인간의 삶은 굴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영화 속 주인공 피에트로와 브루노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도시에서 살아가던 피에트로는 방학마다 알프스 산 속으로 놀러오고 산속에서 살아가는 브루노를 좋아한다. 브루노는 총명하지만 가정환경으로 인해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도시에서 넘어온 피에트로와 함께 지내면서 산속에서 노는 즐거움과 함께 자신 역시 배움의 길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런 브루노의 마음을 알아차린 피에트로의 부모님은 브루노의 교육을 지원하기로 하지만 이를 알게된 브루노는 웬일인지 반대를 하고, 브루노의 아버지도 반대를 하며 브루노는 벽돌공으로서 성장한다. 자신만의 기술을 가진 브루노와 달리 피에트로는 도시에서 방황하면서 이렇다할 자신의 적성도 꿈도, 흥미도 찾지 못한다.
그렇게 피에트로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피에트로는 아버지의 유언을 확인하러 브루노가 있는 마을로 돌아간다. 이곳에서 피에트로는 벽돌공으로써 기술을 가진 브루노와 낙농업가라는 꿈을 가지고 있는 브루노를 만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가정을 이룬 브루노의 모습을 보며 내색은 하지 않지만 자신이 점차 뒤쳐진다는 느낌을 받는 피에트로는 전세계의 다양한 산을 오르며 네팔에서 한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여행가이자 작가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피에트로와 달리 브루노는 낙농업이 점차 기울면서 빚더미에 앉게된다.
브루노와 피에트로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면서 모두가 동일한 시점에 성공을 하는 것도 안정을 찾는 것도, 그리고 위기를 겪는 것도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자의 시간 속에서 나름의 굴곡을 보내고 이를 통해 다시금 성장해나가는 것을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인생에서 후회가 너무 늦지 않기를
영화 속 두 주인공 피에트로와 브루노의 인생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감정은 바로 후회라고 생각한다. 피에트로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고 아버지가 그토록 좋아하던 산을 오르면서 아버지가 남겨둔 메모들을 확인하며 그가 올랐던 길을 따라 오르며 함께 하지 못했던 등산을 뒤늦게나마 시작한다. 이 등산을 통해서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이 결국 하고 싶었던 작가가 되고, 여행가로써 네팔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날 수 있었다.
브루노의 경우 낙농업이 위기를 겪으면서 상황이 힘들어지자 아내와 별거를 하게 되고, 현재 자신의 상황을 낙담하고 힘들어한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하면서도 산은 떠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다. 만약 브루노가 산을 떠나 낙농업이 아닌 다른 일을 했더라면 그가 죽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인생에 있어서 너무 늦은 후회가 없길 바라게 되는 순간이었다.
영화 여덟 개의 산은 개개인의 인생의 굴곡에 대해 잔잔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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