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10-09 14:56:15
[BIFF 데일리] 우리가 사랑한, 우리가 사랑할
영화 <노란문: 시네필 다이어리> 리뷰
Director] 이혁래
Program note]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봉준호 감독의 첫 단편 <룩킹 포 파라다이스>를 본 이들은 ‘노란문 영화연구소’의 멤버 십여 명뿐이다. 어둡고 더러운 지하실의 고릴라가 똥벌레의 공격을 피해 낙원으로 향하는 이야기의 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청년 봉준호가 속해있던 ‘노란문’의 송년회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이후 30년간 오동나무 상자에 담겨 봉준호의 서재에 깊숙이 숨겨져 있던 8mm 필름 상자가 열리자 90년대 초 시네필들의 추억도 와르르 쏟아진다. “다들 미친 듯이 영화 공부를 하던” 영화광 시대에 ‘노란문’은 그들만의 시네마테크이자 영화학교였고 무엇보다 이상적인 청년공동체였다. <노란문>은 한국 영화 문화의 르네상스를 여는 아주 특별한 시대에 대한 꼼꼼하고 생생한 보고서다. 깨알 같은 일화들 속에 영화사 걸작들의 클립을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강소원)
갑작스러운 고백. 사실 나는 ‘라떼 토크’ 듣는 것을 꽤나 좋아한다. 누군가의 호시절 이야기는 언제나, 지금으로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아련한 반짝거림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는 건 사람의 본능이므로, 나 같은 사람이 꽤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람들이 ‘라떼 토크’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게 옛날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그 안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러니 내 말을 들어라)’ 식으로, 현 세대를 향한 은은한 책망이 묻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므로 은은한 책망도 기묘한 질투도 서리지 않은, 순수하게 호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야기는 누구나 마음 편히, 아름답게 들을 수 있는 거니까.
하물며 지금도 빛나는 이들이 열심과 야심으로 똘똘 뭉쳐 있던 시절의 이야기라면, 탐나지 않을 길이 없다. (GV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감독 인사 영상 대신 나온 봉준호 감독의 영상에서도, ‘부럽습니다’라는 말이 몇 번이나 튀어나왔다. 이 감독과 이 영화의 의의를 관객에게 짚어주고 ‘노란문’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을 분명히 알뜰살뜰 챙겨 말했건만, 체감하기론 ‘부럽습니다’만 듣다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영상이었다.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미싱타는 여자들>을 공동 연출한 이혁래 감독의 작품인 동시에, 10월 27일 공개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그 시절 시네필’들이 대거 출연하는 영화, ‘청년 봉준호’를 엿볼 수 있는 영화에 수많은 영화 팬들의 티켓팅 경쟁이 몰릴 것은 자명했다. 감독의 전작을 인상 깊게 보았지만 티켓팅에 취약한 나로서는 일찌감치 물러나 넷플릭스 공개를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일 터였다. 그러나 어영부영 티켓이 잡혀서 영화를 보았는데, 보면서 깨달았다. 이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아야 더 좋을 수밖에 없는 영화구나.
https://www.youtube.com/watch?v=ZHMHMl83JI8
영화는 봉준호 감독뿐 아니라, 이미 중년이 된 다양한 이들의 얼굴을 담았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냥 모여 들었던, 카메라의 작동 원리도 모르는 상태로 모여 초점 나간 사진을 찍으면서 시작했던, 젊고 보송했던 얼굴들. 그냥 서로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그냥 즐겁게 모여서 그러는 게 자연스러웠던 시절. 원대한 목표와 계획을 차르르 펼치는 게 아니라 모여서 뭐라도 거창하게 해보았던 시절.
빛나는 시절은 그 빛을 스스로 몰라야 완성이 된다. ‘나는 이렇게 빛나고 있지’라고 인지하면서 빛나는 시절은 없다. 내가 ‘라떼 토크’를 좋아하는 이유도 하나 더 깨닫는다. “그냥 좋아서” 만난 이들의 그 시절 이야기는, 그냥 좋다는 바로 그 이유로 더없이 빛난다는 걸. 에너지를 미친 듯이 분출할 수 있는 건 젊은 시절의 특권이고, 그렇기에 어떤 노래 가사처럼 ‘한 밑천’이며, 또 다른 노래 가사처럼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니까.
이들은 영화를 의식적으로 공부해 영화계에 들어선 영화인으로는 한국에서 거의 첫 세대다. 장산곶매를 비롯한 다양한 시네필 모임들이 영화를 공부하고, 상영하고, 만들고… 여기에는 비디오 문화라는 기술이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일시정지> 혹은 최근 개봉한 <킴스 비디오>를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같이 묶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지금처럼 OTT나 유튜브로 영화를 보는 시절이 아니라, 서로 알음알음 복제한 비디오를 통해 영화를 보는 시절. 다시 말해 영화를 본다는 행위가 타인과의 교류 없이는 어렵던 시절.
물론 이들의 영화 사랑이 기술에만 기인하지는 않는다. 극중에서도 봉준호 감독은 “덕후의 원동력은 집착”이라며 눈을 빛내고, 이들은 집요하게 롤랑 바르트, 기호학, 포스트모더니즘, 그놈의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같은 것들에 열중한다. 지금 돌아보면 “거창했네요”, “뭐가 이렇게 거창했어” 소리가 저절로 나올 만큼, 과도한 진중함이 조금은 우스워 보일 수도 있다. 잘 모르기에 더욱 무겁고 거창하게 말할 수 있는 시기의 사랑이란 것이 있다. 젊은 서툶에 기인하기에 더욱 무거운 언어를 사용하는, 아주 조금 지난 후에 보면 수치스럽고, 아주 오래 지난 후에 보면 그조차 정겹고 사랑스러운.
봉준호 감독이 아르바이트비를 털어서 샀다는 첫 장비의 긴장과 기쁨과 설렘. 그 장비로 소중하게 남긴 기록들. 힘들게, 처음으로 만든, 그걸 보여준 시절이 있었다. 귀 밑까지 빨개질 만큼 긴장해서, 상영되는 내내 뒤에 숨어 있어야 했던 기록이.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 이들이 사랑한 거장들에게도,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위대한 대작을 만들어낸 거장들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우리가 사랑한 거장으로 기억될,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인 봉준호에게도.
이들의 대화 속에서 7080년대 초기 시네필들이 한국에 영화제와 영화 학교 없음을 슬퍼하고 한탄했다는 말을 듣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럼에도 영화를 꾸준히 사랑하고 공부하고 가까이 한 이들의 존재와, 90년대부터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영화제들, 2000년대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는가’ 하는 평을 받았던 다양한 영화인들과, 산업이 커지고 대기업이 들어오고… 이제는 K-컬처라는 말조차 진부해진 세상에서, 이토록 커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파행 위기에도 놓였고 어떤 사건들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영화제와 영화가 계속된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꼭 생물체가 아니어도, 공동체에도 흥망성쇠가 있지만. ‘노란문’이라는 모임의 끝이 꼭 슬프기만 하지는 않았다. 영화 속 김민향 님의 말대로 시간이 지나도 기억하고 싶고, 시작이 되어주고, 그곳을 떠난 후에도 이어지는 길이 되어 준 곳이라면. 영화 속 사람들 중에는 여전히 영화인의 삶을 사는 사람도 있고, (“이 출연자 분들과 나는 세대가 다르다”고 연령의 선을 명확히 그으신 이혁래 감독님도 포함된다.) 영화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계신 분들도 많다. 그래서 더 좋았다. 그냥 모두 제각각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한때 어느 순간 같은 것을 미치도록 사랑했던 기억 있음이. 그 호시절을 간직하고 행복하게 돌아볼 수 있음이.
영화는 제작 과정에서도 대개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감상과 사랑에 있어서도 혼자 할 때보다 집단으로 할 때 더 행복한 일인 것 같다. 영화제는 집단의 경험 그 중에서도 정점에 있다. 영화제에서 같이 영화를 보고, 같은 대목에서 웃고, 사람들과 감상을 나누고, 가끔은 졸다 깨는 영화조차 어쩐지 아름답게 회상되고… 그래서 예산 삭감이라는 차가운 말이 걱정된다. R&D 예산조차 삭감된 세상에서 반 토막 나버린 영화제 예산을 누가 챙겨줄까 싶어 한숨이 나오면서도,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시간. 이 영화 끝에서 생각해 본다. 제각각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때 어느 순간 같은 것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어느 순간. 그 순간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그러므로 영화제도, 영화도, 계속되어야 한다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2023.10.04-13) 상영시간표]
10월 06일 16:30 CGV센텀시티 6관 (090)
10월 08일 20:30 CGV센텀시티 5관 (243)
10월 11일 13: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5관 (467)
*10월 27일 넷플릭스에도 공개 예정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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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본] H&M이었다가 발렌시아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모든 상들을 싹쓸어 갔지만, 후보군에 있었던 이름들도 쟁쟁했던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 감독 - 각본" 등 3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던 영화 <슬픔의 삼각형>.
굿즈의 출시 유무로 해당 영화의 기대치를 반영할 수는 없지만, 가장 인기가 좋은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으로 나오기도 했다. - 무려, 경쟁작은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였다.영화는 "칼 - 야야"모델 커플을 비롯해 사회 주요 각개 인사들이 승선한 호화 크루즈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발생하면서 상황 또한 예상한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가는데...1. 팔은 휘는데, 공은 뻗어나간다.
제목만 보더라도,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뭔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2022년 "칸 영화제"에서 최고 부문의 수상 "황금종려상"까지 받았으니 어려움을 나타내는 척도 "예술성"이 한없이 높아만 보인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본 작품 <슬픔의 삼각형>은 이야기를 이해하는 테에 큰 어려움이 있는 영화가 아니지만, 직관적인 방향성은 도리어,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든다.영화는 총 3개의 챕터로 구분 짓는데, 첫 번째부터 남성 모델과 여성 모델의 임금 차이와 남성 모델들이 성범죄에 노출된 환경을 언급하며 우리의 통상적인 인식을 뒤엎는다.
그런 점에서 "칼 - 야야"의 식당 말다툼 장면은 상당히, 흥미롭다.
가볍게 본다면, 남자와 여자의 사랑싸움으로 볼 수 있겠지만 "돈 - 평등"이라는 바라보는 입장 차이는 뒤바뀐 성 역할을 넌지시 제시한다.결국, 이런 관계는 2번째 챕터에서 한껏 더 노골적으로 비치지만 단연 재밌는 이야기는 마지막 3번째이다.
"메슬로우의 욕구 단계"를 보면, 가장 아래에 있는 "생리적인 욕구"를 시작해 가장 맨 위에 있는 "자아실현"까지 피라미드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 학자에 따라 순서대로 실현해야만 하는 것과 꼭 이루지 않더라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음으로 나눠져 있다.
그런 점에서 앞선 1, 2번째 이야기는 "자아실현"과 같은 높은 욕구의 이야기였다면, 마지막 3번째는 가장 아래에 깔려있는 "안전"에 대한 이야기이다.2. 우리는 어떤 상황에 처했을까?
이렇게만 본다면, "안전"과 같은 기본적인 욕구가 갖춰야만 '계급'이 발생하는 이론에만 기댄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영화는 좀 더 깊이 파고든다.
역사에서 "계급"이 발생한 것에는 농업이 발전하며, "잉여 생산물"의 발생으로 생겨난 규율 중 하나이다.
앞서 1번째와 2번째에선 "여성 - 남성 모델", 그리고 승선한 이들의 돈이 "잉여 생산물"이었듯이 마지막 3번째에서의 "잉여 생산물"은 어디에 해당될까?앞서 말한 "메슬로우의 욕구 단계"에서 "안전"을 포함한 생리적 욕구는 가장 아래에 위치하는데, 이는 "피라미드"로 표현되는 계급도에서 "노동자"로 비치기도 한다.
그리고, 위로 갈수록 권력자들은 소수로 나타나는데 3번째 이야기는 당연하게 이를 역전시켜 전개한다.
이처럼 영화는 "잉여 생산물"의 발생으로 계급이 만들어졌다 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상황을 봐야 한다.
마치, 선거기간에만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의원들의 상황처럼 우리는 어떤 상황에 봉착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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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루먼쇼>
<트루먼쇼>
" 시간이 한참 지나 의미가 보이는 만큼 재미있어야 진짜 명작이다. "
<트루먼 쇼>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할까. 짐 캐리의 명연기? 세간을 뒤흔든 신선한 소재? 곳곳에 숨은 미장센? 감독의 연출력? ... 이 모든 것이 한 데 어우러지면 이런 명작이 나오게 되는 걸까. 처음 <트루먼 쇼>를 봤던 날 느꼈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제 각기 살아가면서 한 번쯤 떠올려보는 '사실 내 삶이 조작된 게 아닐까?' 라는 가벼운 상상력이 이토록 멋진 영화로 연출되다니, 현대에도 신선한 이 영화, TV와 뗄 수 없는 삶을 살았던 1998년도에는 얼마나 더 큰 파급력을 일으켰을지 말로 설명할수록 부족할 뿐이다. 방송학을 전공하거나, 미디어 관련 쪽의 강의를 한 번이라도 들어봤다면 이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와 의미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여전히 명작으로 불리우는이유 중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재미있다'는 점이다. 개봉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만약 당신의 삶이 모두 거짓이었다면? 당신이 살아온 그 무수한 삶들이 사실은 조작된 것이었다면 당신은 어떨까. 허망할까, 아니면 분노하게 될까. 영화는 본질적인 존재 '당신'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생각해보자,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도 알고보니 배우였고 어린시절 당신을 힘들게 했던 트라우마도 각본이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했던 말이 연기였을 뿐이고 사건은 시간에 맞게 적절히 맞춰 일어난 것 뿐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때마다 느꼈던 그 감정은 진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짜여진 대로 맞춰가야 했던 당신의 삶 속, 당신이 한 생각과 느낀 감정들이 과연 진짜라고 대답할 수 있는가 말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 말했던 데카르트의 말처럼 트루먼(짐 캐리) 또한 거짓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자신의 삶만이 진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적어도 영화 속 주인공의 생각만큼은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영화 속 이야기가 굉장히 잘 짜맞춰져 있다보니 스토리를 놓칠 겨를 없이 보는 재미가 있다. 초중반부에서는 잔잔하게 이어지는 듯 하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에 속도가 붙기 때문에 한 눈 팔 새 없이 순신각에 몰입하게 된다. 밝고 명량한 분위기와 다르게 간혹 섬짓한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하는데 이런 장면들을 짜맞춰서 스토리를 읽어내는 것도 나름 큰 재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스토리 자체가 촬영되고 있는 삶의 기록이기 때문에 꽤나 독특한 카메라 구도와 미장센의 연출을 보는데도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짐 캐리 특유의 유쾌한 연기와 배우들의 적절한 호흡이 영화와 잘 맞아 떨어지지 않나 생각이 든다. 스토리 흐름이 좀 억지스럽지 않나 느껴질수도 있지만 영화의 배경 자체가 만들어진 세상이다 보니 이것 또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
영화가 미디어 시대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냈다는 의견도 많은 편이다. 1998년이라면 TV 미디어가 가진 파급력이 워낙 강했던 때였고 빅 브라더에 대한 경각심도 강조되던 때였기 때문이다. 영화 속 트루먼을 바라보던 인물들도 시청자였지만 스크린 밖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도 한 인간의 만들어진 삶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 속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네 삶에 시청자들은 미디어의 편집과 각색으로 만들어진 삶에 살고있다. 미디어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마치 우리네 삶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처럼 전파한다. 살인사건, 혐오전쟁, 전쟁, 테러 등 위험하고도 자극적인 뉴스가 방영되고 나면 우리네 삶을 위협하는 것 처럼 느껴지니까 말이다. 영화는 이러한 미디어가 만들어놓은 사회에서 벗어나 진짜 당신의 삶을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TV에서 고개를 돌리면 당신이 사랑하는 현실이 있고, 당신 스스로가 '당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삶에서 당신의 인생을 즐기라고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죽음을 무릅쓰고 화면에서 벗어난 것처럼 미디어와 멀어진 지금의 삶이 불편할지언정 당신 또한 그렇게 벗어나라고 말이다. 시대를 흘러 이 영화가 더욱 회자되는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TV에서 발전해 스마트폰과 SNS 사회 속 작은 화면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위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경고로 느껴질수도 있으니 말이다.
영화에서 주려는 메시지는 당신 스스로가 선택한 삶만이 오직 당신의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지금 세상이 조작된거야'라는 트루먼의 이야기에 부인, 동료, 친구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미쳤다라고 대답하고, 의구심에 못 이겨 여기저기 나서도 의도적으로 누군가 훼방을 놓는다. 여행을 가려해도, 도망치려 해도 마치 누군가 짠 것처럼 상황이 악화된다. 근데 왠지 모르게 이 상황이 묘하게 우리네 삶과 닮아있다. 당신이 무얼 도전하려고 했을 때 '미쳤다'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상황이 여의치 않아 주어진 기회를 포기했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트루먼은 모든 것에 의구심을 품고 끈임없이 의심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부딪히고 또 부딪혔다. 자기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어떠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즉, 스스로의 가치관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넓은 세상에 거의 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며 고난을 겪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부정당할수도 있고, 실패할수도 있다. 그럼에도 당신의 삶은 여전히 당신의 것으로 남아있다. 타인을 제쳐두고 당신만이 선택할 수 있으며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 시간에 스스로를 믿는다면 당신 또한 '트루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이 대사와 장면 정도는 알고 있을것이다. 진짜가 아닐지도 모르는 세상으로 향하며 트루먼은 미소를 남긴채 떠난다. 자신을 고립시키고 조작된 삶을 살게한 PD를 분노하지도 않고, 자신의 삶을 그저 쇼 오락거리 정도로 봐왔던 사람들에게 원망하지도 않는다. 마치 진짜 드라마의 엔딩처럼 웃으며 작별을 고한다. 그의 마지막 대사가 무슨 의미였는지는 아직까진 나도 알 수가 없지만, 자신만이 살아온 자신 스스로의 삶은 진짜인 것처럼 작별을 고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스스로의 인생의 주인공이다.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삶이 아니라면 더 이상 의심할 나위 없다. 진짜 세상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편안한 환경을 벗어나, 불안할지도 모르는 미래로 떠난 트루먼처럼 당신도 스스로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 주인공처럼 웃으며 대사를 외칠 때가 되었다.
명작을 볼 때에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반영된다. 언제, 어느 시기에 보았는지에 따라 그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어린 시절에는 TV속에서 탈출하겠단 의지를 가진 트루먼의 박진감과 짜릿함에 초점을 맞춰 보았고,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대중매체를 공부하며 미디어가 주는 억압과 편협된 세상에 초점을 맞춰 보았고, 최근에는 트루먼이 살았던 삶과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고 보았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해석할 필요 없이 내 감정과 환경에 이끌리는 대로 보았다. 보고싶은 대로 이런 저런 견해를 짜맞춰 가며 봤다는 이야기다. 트루먼은 이야기한다. 'but in my world, you have nothing to fear' , 당신의 세상에서 두려워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이다. 영화를 보는 당신도 어떻게 해석하든 자유다. 당신의 인생에서 어떻게 하든 그건 당신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The Truman Show>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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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20년 전 영화를 보러 영화제에 가는 사람이 있다고?
20년 전 영화를 보러 영화제에 가는 사람이 있다고?
네.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있습니다.
2022년 제23회 전주 국제영화제는 개/폐막, 국제/한국/한국 단편 경쟁/시네마 프로젝트 외에도 여러 특별한 섹션을 선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제 마음을 설레게 했던 섹션은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였는데요.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섹션은 현실적인 잔인함과 영화의 아름다움을 모두 가진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획전이었고,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연상호 감독님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인 <돼지의 왕>, 첫 실사영화 데뷔작인 <부산행>을 포함해 감독님의 세계에 영향을 준, 그가 아끼는 영화들을 함께 볼 수 있는 기획전이었습니다.
현재 전주에서 상영 중인 연상호 감독님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 <돼지의 왕>은 2011년, 이창동 감독님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 <초록물고기>는 무려 1997년작이죠. 공개된 지 오래되기도 했고, 마음만 먹으면 OTT를 통한 스트리밍이나 간편한 다운로드가 가능한 이 영화들을 영화제에서 관람하기로 선택한 관객들에게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이걸 보러 굳이 영화관에 가야 해?’, ‘멀리 영화제까지 가서 그걸 본다고?’
네. 봐야죠! 저는 빡빡한 시간표 속에 ‘굳이’가 아닌 무조건! 두 감독님의 작품을 먼저 배치했고, 많은 관객분들과 함께 오래된 그 영화들을 관람했습니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신기루 같은 감독님들을 바로 눈앞에서 뵙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GV/클래스 시간이 있다는 것이 예매를 결정한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해당 영화가 개봉한 지 오래 지난 시점에서 같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전주에는 개봉한 지 오래된 작품들을 ‘굳이’ 찾아온 관객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설렘과 약간의 어수선함이 공존하던 상영관의 분위기, 그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조용한 상영시간,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쏟아지던 박수 소리. 그리고 모두가 눈을 빛내며 함께한 감독님과의 대화시간까지. 매 순간 상영관에 앉아있는 관객들이 뿜어내는 영화를 향한 조건 없는 애정과 열정을 느끼면서 신기하기도, 그들 사이에 함께 앉아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기도 하더라고요.
GV가 끝난 후, 그 자리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에 느릿느릿 일어서며 다른 관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봤습니다. “지금 봐도 명작이다.”, “이게 벌써 20년 전 영화라고?”, “와 이거 처음 본 게 20년.. 그때는..” 등등 많은 분들이 영화에 얽힌 자신의 시간들을 풀어놓으며 다양한 감상을 나누고 계셨습니다.
누군가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이 영화와의 첫 기억을 만들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 영화를 처음 만나던 순간과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새로운 감상에 빠졌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가까운 관객이었는데 뭐랄까... 영화의 메시지가 주는 직접적인 감동의 영역을 넘어 영화와 얽힌 나의 시간들이 만들어내는 이 오묘한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참 어렵네요.
2022년 전주 국제영화제 일정의 끝을 앞두고, 저는 세 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첫번째는 현재라는 나의 시간은 유한하지만, 언제든 ‘이 영화를 보던 그때의 나’를 다시 불러주는 영화의 신비하고 무한한 능력. 두 번째는 역시 덕질은 함께해야 제 맛이라는 것. 세 번째는 난 마음을 숨길 수 없는 덕후라는 것. (최애를 향한 사심도 있었지만..) 2년 만에 찾아온 영태기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영화제 방문이었는데 영화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파묻혀 며칠을 지내며 영태기 제대로 극복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아주 진중하고 진심이 담긴 영화 리뷰글을 공유해야 할 타이밍이지만 오늘은! 영화제 일정의 끝자락에서 느꼈던, 작은 영린이의 진실된 감정을 공유드리며 조심스레 영업을 해봅니다.
“여러분, 내가 영화를 사랑한다면, 또는 영화를 사랑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리신다면 영화제에 꼭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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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도와 메시지까지 잡아먹은 장르영화로서의 실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재벌 그룹 회장의 혐의를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검사 '한지훈(박해수)'은 원하던 결과를 내는 데 실패하고, 그 대가로 국정원 파견 검사로 좌천된 후 국정원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그에게 원대 복귀의 기회가 찾아온다. 전 세계 스파이의 최대 접전지 선양에서 활동하는 국정원 해외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의 보고서가 전부 가짜인 것으로 밝혀지고, 한지훈은 내막을 파악할 특별감찰관으로 파견된다. 선양에 도착한 그는 임무 완수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일명 ‘야차’로 불리는 '지강인(설경구)'과 그의 팀을 의심하며 감시하고, 강인과 블랙팀은 이에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임무를 진행한다. 그러던 중 지훈은 보고서에 기재될 수 없었던 블랙팀의 진짜 임무를 알게 되고, 동북아 첩보전의 중심에 발을 내딛는다.
냉전 시기에도, 냉전이 끝난 후에도, 그리고 신냉전의 초입에서도 남한과 북한은 언제나 갈등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쉬리>, <의형제>, <베를린>, <용의자> 등과 같은 한국 첩보 영화는 남북 관계를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 남침한 북한 스파이와 남한 정보 요원 간의 치열한 액션과 정보전, 그리고 쉽사리 형언하기 힘든 우정의 형성은 마치 하나의 클리셰처럼 굳어졌다. 그래서일까? 최근 한국 첩보 영화는 새로운 매력을 찾아내기 위한 시도를 해 왔다. 남침한 북한 스파이가 아닌 북침한 남한 스파이가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공작>), 남과 북 사이의 첩보전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관계국 간의 이해타산을 냉정하게 그려내는 것(<강철비>)도 그 일환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야차>도 궤를 같이한다. <프리즌>을 연출한 나현 감독의 신작은 전 세계 스파이의 최대 접전지로 설정된 중국 선양을 배경 삼아 남다른 스케일과 이국미를 뽐낸다. 또 남북 관계를 탈피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끼칠 다른 국가들의 첩보전에도 상당한 비중을 부여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 국가의 권한을 위임받아 활동한다고 볼 수도 있는 스파이와 검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국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통찰도 담고 있다. 다만 변화를 위한 <야차>의 노력은 그저 제자리걸음 하는 데 그치는 듯 보이기도 한다. 포부에 걸맞지 않은 허술한 디테일과 짜임새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우선 제목이자 모티브인 '야차'의 의미를 살펴보면, <야차>가 첩보영화로서 풀어내고자 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인도 신화와 불교에 나오는 귀신 중 하나인 야차(夜叉)는 사람 잡아먹는 추악하고 잔인한 귀신이지만, 한편으로는 부처의 가르침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이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사실 작중 야차는 지강인의 별칭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야차>가 첩보 영화라는 점과 지강인과 한지훈이 각각 국가의 권한을 일부 위임받아 활동하는 스파이이자 검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야차'는 마치 토마스 홉스가 국가 권력을 성경 속 괴물 '리바이어던'에 비유한 것처럼 국제 관계 속 국가에 대한 은유 같기도 하다. 국가는 야차의 추악한 면과 선한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주인공의 조합은 국가의 이중성을 의인화하고 있다. 지강인은 제임스 본드로 대표되는 기존 첩보 액션 장르의 젠틀한 주인공들과 달리 무자비하고 잔혹하며, 거칠고 무례하다. 임무를 위해서라면 폭력과 협박도 불사하는 그는 의인인지 악인인지 분간이 어려우며, "정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조건 지켜내야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국제 질서 속 국가들의 모습을 의인화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강제력이나 구속력 있는 규범이 현실적으로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각 국가들의 정의는 결국 자국의 이익 추구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강인과 같은 첩보요원, 스파이는 이익이라는 정의를 쫓는 야차의 추악한 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한지훈은 야차의 고고한 면, 원칙과 명분에 따라 움직이는 국가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첫 등장만 봐도 알 수 있다. 한지훈 검사는 뇌물 공여 및 주가 조작 혐의로 소환된 재벌을 수사하면서 반드시 혐의를 밝혀내겠다고 벼르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의욕과는 별개로 휘하 수사관들이 위법한 방식으로 증거 수집을 했음을 알게 되자 수사를 포기한다. "도둑놈 잡으려고 도둑질했어. 저것들이랑 다를 게 없잖아. 정의는 정의롭게 지켜야 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는 그가 판사 대신 사회 질서와 원칙, 법, 정의를 파괴하는 이들을 직접 심판대에 올리는 검사인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그는 특별감찰관으로서 지강인과 그의 팀이 사용하는 수단이 정당한 지를 거듭해서 감시한다.
야차의 이중적 의미는 이 작품이 첩보물이자 동시에 버디 영화인 이유이기도 하다. 지강인과 한지훈의 대립 구도는 본질적으로 야차의 이중성이 충돌하는 것이고, 결국 국가의 역할과 기능 앞에 놓인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되어 첩보물과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는 둘의 관계와 관계성이 바뀌는 과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한다. 강인과 지훈의 육탄전이 되기도 하고, 코미디에 가까운 기싸움이나 대화 장면에서 은연중에 가치관의 대립이 드러나기도 하고, 아예 정보전의 양상을 뒤바꾸는 결정적인 계기이자 복선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야차>는 이를 정석적으로, 또 정반합적으로 풀어낸다. 우선 초반부는 지강인과 블랙팀을 만난 지훈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지훈이라는 인물의 신념은 정당한 수단이 정당한 결과를 낳는다는 통념과 상식에 보다 부합한다. 그래서 영화는 그가 선양시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의 시선으로 작전 내용이나 인질 대우 방식, 블랙팀의 운영 체계를 살펴보게 하면서 강인과 지훈 간의 갈등과 서스펜스를 점진적으로 고조시킨다. 하지만 중반부 이후부터는 오프닝에서 단편적으로나마 드러난 지강인의 과거, 그리고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강인과 팀원들의 치열한 사연을 토대로 물음을 던진다. 정의라는 목적만큼이나 수단도 정의로워야 한다는 지훈의 시각에 거듭 균열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강인과 지훈이 서로의 비판과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영화는 상반된 가치관을 지닌 두 인물이 파트너가 되어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실제로 한지훈은 잡아넣는 데 실패했던 재벌 그룹 회장을 기어코 구속 수사하는 데 성공하는데, 이를 두고 동료 검사는 명분 만을 강조하던 지훈이 마침내 변했다고 이야기한다. 마찬가지로 지강인 역시 지훈에게 법과 원칙을 개뼛다구로 보는 놈들을 찾았다면서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건다. 두 인물은, 곧 야차는 합동 작전을 수행한 끝에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을 두고 마침내 합의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야차>는 제목과 모티브에 버디 영화와 첩보물이라는 장르적 재미를 더해 큰 그림을 그려낸다.
문제는 가치관이 전혀 다른 두 인물이 하나의 결론에 다다르고, 차이 대신 공통점을 인정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매력적이지 않고 설득력도 없다는 점이다. 일단 한 인물에게만 무게감이 쏠린 나머지 매력적인 버디 영화로 보이지 않는다. 두 주인공의 목적의식, 사건에 뛰어드는 동기의 층위가 불균형하기 때문이다. 한직인 국정원 파견 검사에서 벗어나 본청으로 복귀하겠다는 목적을 지닌 한지훈의 각오에 비해, 첩보 임무와 개인적인 복수를 함께 실행에 옮기려는 지강인의 목적은 한에 사무쳐 있다. 이처럼 감정선의 차원이 다르다 보니, 필연적으로 균형추는 지강인에게 쏠리고 만다.
또 한지훈이라는 캐릭터 자체도 도구적이고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지다 보니 마지막 반전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지 않다. 그가 거듭 명목적으로 옳은 길을 추구하는 이유는 명시적으로 밝혀지지 않으며, 그는 사건을 주도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사건에 휩싸이는 인물이다. 그래서 한지훈은 지강인의 카운터 파트너로 활용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설정된 캐릭터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는 그간 <슬기로운 감빵생활>, <오징어 게임> 등에서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로 분했을 때 박해수라는 배우가 빛났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운 측면이다. 그 결과 러닝타임 내내 지강인의 존재감은 확실하지만, 다른 캐릭터와의 합에서 느껴져야 할 영화적인 시너지는 찾기 어렵다. 양동근, 이엘, 송재림, 박진영이 연기한 블랙 팀의 존재감도 미미한 나머지 <야차>는 마치 설경구의 솔로 무비 같다.
첩보 액션 영화로서도 만족스럽지 않다. 오프닝을 장식하는 과감한 카레이싱과 대만 로케이션은 인상적이지만, 그 이후에는 눈을 사로잡을 만한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연이은 총격전과 육박전은 비슷한 시퀀스들의 연속과 반복에 불과하다. 중국 공안과의 총격전처럼 사실적이기보다는 다소 과장된 모습의 액션 연출은 액션의 밀도나 강렬함을 역으로 떨어뜨린다. 또한 익숙하고 안전한 클리셰들의 반복은 고조되던 긴장감을 되려 약화시킨다. 김씨 일가의 자산관리 담당자 혹은 그 담당자의 자녀가 망명을 요청한 것이나, 두더지라고 불리는 정보기관 내 이중첩자의 존재, 남북한의 화합을 가로막는 제3 국의 방해 공작 등은 꼭 첩보 영화가 아니더라도 박훈정 감독의 <브이아이피> 같은 작품에서 이미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설정이다.
심지어 <야차>는 조악한 화법 때문에 한 편의 정치적 프로파간다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야차>는 두 주인공을 내세워 정의를 이루는 수단의 정당성에 대해서 논하는 작품이며, 그 정당성을 둘러싼 이견은 이야기 전개의 주된 동력이 된다. 반면에 두 주인공, 곧 국가가 추구해야 할 정의와 첩보 영화의 측면에서 보면 국가가 국제적으로 추구해야 할 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는다. 작중 남북의 화합과 협력은 이익이고, 이를 방해하려는 일본의 공작은 정의에 반하는 것이며, 이는 마땅히 수용되어야 할 전제로 여겨진다. 일본의 공작을 전범 기업 및 국내 재벌 기업과 관련지으면서 손쉽게 '악'으로 단순화하는 마무리가 대표적이다.
이는 정치적 방향성이나 호불호와는 별개로 영화적으로 아쉬움을 남기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익숙한 구도와 손쉬운 전개, 감정에 호소하는 접근법을 통해 메시지나 주제의식을 정당화하려는 얄팍한 인상이 남기 때문이다. 선악의 구분 없이 국익과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정세를 다각도로 포착하려던 시선이 돋보였던 <강철비>, 동포로서의 동질감이나 일체감에 기대는 감정적 호소 대신 남과 북의 특수한 외교적 관계를 스토리텔링의 동력으로 삼았던 <모가디슈>와 비교해보면 <야차>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끌며 순항 중인 <야차>는 버디무비의 묘미도, 액션 영화의 짜릿함도, 첩보 영화의 긴장감도 보여주지 못한다. 첩보 영화이기에 시도할 수 있었던 깊은 사회적 통찰도 그 한계만 보여줄 뿐 이렇다 할 감흥을 남기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본래 극장 개봉을 계획했으나 끝내 넷플릭스로 향한 <야차>의 선택은 상업적 측면에서 볼 때 최선의 선택 같아 보인다.
D(Dreadful, 끔찍한)
무거운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지탱하기에는 한없이 빈약했던 장르적 완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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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적 썸머시점에서 바라본 <500일의 썸머>
(위 글은 결말을 포함한 영화 전반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대기업 광고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보단, 싫어하는 것을 하지 마세요.' 나도 모르게 그 문구가 뇌리에 박힌 탓인지 이후 몇 번에 연애에서 종종 그 말이 떠올랐다. 처음엔 나를 보며, 다음엔 상대방을 보며. 영화 <500일의 썸머>는 한때 톰이었고, 썸머였던 우리들의 연애를 그린 로맨스 아닌 로맨스영화이다.
기념일에 흔히 쓰이는 카드를 만드는 회사에서 재직 중인 톰과 썸머. 톰은 그곳에서 카드에 들어갈 문구를 만들고, 썸머는 사장의 비서직으로 일하던 중 톰은 남몰래 썸머를 마음에 품는다. 그렇게 홀로 호감을 가졌던 톰은 우연찮은 기회에 썸머와 가까워지게 되고, 회식에서 그녀와 묘한 기류를 풍긴 그는 이후 썸머의 키스로 그녀와 한층 더 가까워진다. 그렇게 썸머와 남몰래 비밀연애를 하는가 싶었던 톰. 그러나 썸머는 그에게 '나는 진지한 관계는 싫어'라며 선을 그어버리고, 데이트에 찐한 스킨십에 썸이라고 하기엔 다소 농도 짙은 두 사람의 관계가 톰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운명을 믿는 톰과 사랑을 믿지 않는 썸머의 불확실한 연애는 썸머의 이별선언으로 막을 내리는가 싶더니, 회사 동료의 결혼식장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과연 도통 답을 내려주지 않는 썸머는 톰에게 있어 나쁜 여자이기만 한 걸까.
어느 댓글에서 영화 <500일의 썸머>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톰이 불쌍하다가도 영화를 두번째 볼 때에는 썸머가 이해된다고.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나도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던지라 도통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없었다. 200일에서 50일로, 300일에서 10일로 쉴 새 없이 오고 가는 영화의 서사도 그러하였고, 톰에게 좀처럼 마음을 내주지 않는 썸머가 못내 야속하였다. 한마디로 이 영화를 호구 같은 한 남자가 어장관리녀에게 치이고 치이는, 여자가 쓰레기와도 다름없는 그저 그런 멜로 영화로 치부해부린 것이다. 영화의 첫인상이 그랬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가 좋아하는 이동진 기자가 뽑은 로맨스 영화 1위라는 것도 당최 이해되지 않았으며 종종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현실 연애라는 것도 좀처럼 공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른을 바라볼 즈음에 다시 본 톰과 썸머는, 꽤나 현실적이었다. 어릴 땐 보이지 않았던 톰의 우유부단함과 썸머의 이중적인 속마음. 그리고 그녀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까지. 어쩌면 어려서라기보다도 몇 번의 연애가 종지부를 맺으며 깨닫게 되는 일종의 연륜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느덧 나는 톰의 사랑보다 썸머의 자기방어에 공감이 가는 사람이 되고만 것이다.
이 영화를 전지적 썸머의 시점으로 본다면 이러하다.
회식에서 만취한 톰의 친구는, 톰이 썸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썸머는 이를 다시 톰에게 물었지만, 톰의 대답은 어정쩡할 뿐이었고 그런 톰에게 '친구로서?'라고 되묻자 톰은 그렇다고 답해버렸다. 이후 썸머는 복사실에서 톰에게 먼저 키스를 했고, 그녀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연애는 그녀가 시작한 연애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둘이 레코드 가게에서 데이트를 하던 중 톰은 시종 링고스타를 좋아하는 썸머의 음악 취향을 장난삼아 웃어넘기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에 대해서 '나도 잘 몰랐어'라며 말하는 썸머에게 '내가 들려줬잖아'라며 답한다. 둘이 함께 영화 '졸업'을 보았을 때, 썸머는 극장에서 나와 그 영화를 보고 여운이 가시지 않아 울음을 멈추지 못했고 그런 그녀를 보며 톰은 '괜찮아. 그냥 영화일 뿐이잖아.'라며 그녀를 달랜다. 썸머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톰은 시종 장난처럼 놀려댔고, 그녀가 영화를 보고 나와 울음이 멈추지 않았을 때 그는 맛있는 것을 먹자며 데려갈 것이 아닌 왜 그 영화가 그녀를 울게 만들었는지 물었어야 했다. 그러니까 지금 그녀가 밥맛이 없던 것은 배고프지 않아서가 아닌 함께 있어도 외로운 이 남자와 더 이상 같이 있고 싶지 않아서인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그렇게 펑펑 운 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은 결혼식장에서 여자 주인공을 데리고 도망쳐 나온 남자와 그런 그를 무작정 따라나온 여자. 그리고 두 사람이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듯 웃음기가 사라진 채 멍하니 정면만을 응시하던 순간이었다. 마치 세상에 둘만 남겨진 것 같던 찬란한 시기가 끝나고 서로에게 익숙해진 나머지 권태로워지는 연애의 말로처럼.
함께 싱크대며 가구들을 살펴보며 신혼부부처럼 장난을 치던 두 사람. 다소 들떠 보이는 톰에게 썸머는 나는 진지한 관계는 원치 않아라며 그에게 먼저 선을 그었지만, 그는 '알았다'라며 그녀를 이해하듯 넘어간다. 돌아서면 남인 연인 관계에서 우리는 헤어질 일 없다는 듯이 천진난만하게 구는 톰에게 그녀는 역설적으로 나는 진지해지고 싶지 않아라며 상대방에게 확신을 얻기 바랐지만, 톰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리 만무했다.
썸머와 술집에서 데이트를 하던 와중, 별안간 웬 남자가 그녀에게 추파를 던졌고 옆에 있는 톰은 남자친구냐는 그 남자의 말에 그저 친구라며 그 상황을 나서지 못하고 방관할 뿐이었다. 그러다 별안간 톰이 그 남자에게 주먹을 날렸는데 그 이유는 남자가 썸머에게 치근덕거려서가 아닌 톰 자신을 '찌질이'로 표현한 것에 분개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와 그는 썸머에게 너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말하지만, 썸머는 날 위해서가 아니라 널 위해서라며 답한다.) 결국 크게 다투고 만 두 사람. 이후 썸머는 먼저 그의 집으로 찾아가 화해를 청하고 그 상황에서 톰은 '나는 너와 어떤 관계든 상관없어.'라며 마치 썸머를 배려하는 듯 말했지만, 이 시점에서만이라도 톰은 한발 더 나아가 그녀에게 직진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애인이랑 다름없어'라며 화를 내고 돌아간 남자의 집에 비를 뚫고 찾아간 여자가 들을 대답으로는 퍽 맘에 드는 대답은 아닌 것이다.
썸머는 그에게 이별을 고하고 그는 썸머와 다시 재회할 요량으로 회사까지 그만둬버린 그녀에게 메일을 보내지만 그녀는 '이제 정말 친구가 될 수 있겠지.'라며 답한다. 이후 직장동료 결혼식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다시 재회한 두 사람. 썸머는 그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고, 건축가가 꿈이었던 톰이 읽고 있던 '행복한 건축'을 핑계 삼아 말을 붙인다. 이후 결혼식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두 사람. 썸머는 톰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고, 톰은 운명처럼 썸머와 재회할 마음에 들떠 그녀를 찾아가지만 그가 들고 간 선물은 그녀가 좋아한 뮤지션의 앨범도 아닌, 보고서 펑펑 울어버린 영화의 DVD 내지는 O.S.T 앨범도 아닌 자신이 읽고 있던(자신이 좋아한) '행복한 건축'이었다.
그날 썸머의 결혼반지를 발견한 톰은 시간이 흘러 회사를 그만둔 후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언덕에서 머리를 식히던 중, 자신을 기다리던 썸머와 재회한다. 톰은 썸머에게 '그날 결혼식장에서 왜 나랑 춤췄어?'라고 묻지만 썸머는 '그냥 그러고 싶었어.'라며 답한다. 그런 그녀에게 톰은 '그냥 춤이 추고 싶었구나.'라며 대답해버리지만, 썸머가 단순히 '춤'이 추고 싶어 이미 남이 돼버린 그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고, 결혼식장에서 함께 춤을 추고, 자신의 집에 초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건 썸머가 톰에게 그리고 톰에게 미련이 남은 자신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는 아니었을까.
이처럼 전지적 썸머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되려 썸머를 욕하던 관객들은 절로 그녀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굳이 이처럼 세세하게 이럴 땐 이러했고 저럴 땐 저러했어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톰이 건축가의 꿈을 잊지 않도록 응원해준 썸머와 그런 썸머를 마냥 괴짜로만 바라보는 톰의 시선은 이 연애가 왜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썸머의 파티에 초대되어 그녀의 친구들과 합석한 자리에서 친구는 톰에게 꿈을 물었고, 자신의 하는 일은 비록 카드에 문구를 쓰는 일이지만 사실 건축가가 꿈이라는 말 대신 마치 자신의 현재 직업에 대해 굉장히 만족해하는 듯한 대답을 내놓는다. 그런 그를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던 썸머. 그녀에게 있어 '건축가를 꿈꾸는 톰'은 톰의 어린 시절 로망이 아닌, 그녀가 그에게 쏟은 마음 중 일부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썸머대신 톰을 나무라며 욕을 해야 옳은 것일까. 마지막 썸머의 말처럼 그저 톰과 썸머는 서로가 서로의 짝이 아니었을 뿐이다. 사랑에 있어 확신이 없는 썸머와 순수하게 운명을 믿는 톰. 사랑에 있어 상처받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공허함과 허전함을, 사랑은 그저 아름답다고 믿는 톰이 알리는 만무했고 그런 톰에게 있어 쉽게 확신을 내주지 않는 썸머 역시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톰은 사랑이 아름답다고 믿었지만 그 사랑을 쟁취하는 것에 있어서는 운명보다는 행동이 먼저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썸머는 사랑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사랑해주기를 바라며 애매하게 톰을 밀쳐냈다. 어쩌면 연애도 싫다던 썸머가 자신이 무슨 책을 읽는지 물어봐 주는 낯선 남자와 결혼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톰과의 연애를 통해 그녀가 느낀 어떤 무엇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사실 '난 사랑은 믿지 않아'라며 톰을 밀쳐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사랑하며 사랑이 있다고 믿고 만 것은 아닐까. 썸머는 톰을 사랑하지 않아서라기보다, 톰보다 자신을 더 사랑했기 때문에 그와 헤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썸머는 일찌감치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톰이 사랑한 것은 자신이 아닌, 자신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 내지는 그저 '여자친구' 혹은 '연애 상대'일뿐이라는 것을. 그가 술집에서 낯선 남자와 주먹다짐을 하던 날, 그와 영화를 보던 날, 그가 그녀가 초대한 파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그녀에게 선물로 준 그 순간, 그녀는 서서히 마음을 닫아버렸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마치 썸머가 괴짜였기 때문에 둘의 연애가 끝이 난 것이 아니라고 말하듯 그녀가 서운해했을 모든 장면들을 영화의 엔딩으로 공을 들인다. 그리고, 영화는 마지막 나레이션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톰은 더 이상 운명을 믿지 않기로 했다고. 뜨거운 여름이 지나 선선한 가을이 오듯 톰이 용기 내어 데이트 신청을 건넨 여자의 이름이 'fall(가을)'인 것은 단순한 각본가의 재간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 <500일의 썸머>는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에게 톰이었다가, 썸머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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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오는 여름, 입맛 없을 때 이 영화 어때요? 침샘 폭발 영화 5편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는 요즘, 올 여름 긴 장마와 역대급 무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고되면서 걱정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그러하여 오늘 씨네랩은 무더위로 지친 입맛 사로잡는 침샘 폭발 영화 5편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다가오는 여름, 보는 것 만으로 입맛 돋우는 침샘 폭발 영화 5편!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아메리칸 셰프
Chef
ⓒ영화사 진진
개요: 코미디 | 미국
개봉: 2015.01.07.
감독: 존 파브로
출연: 존 파브로, 엠제이 안소니, 소피아 베르가라, 스칼렛 요한슨
배급: 영화사 진진
시놉시스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 칼 캐스퍼는 레스토랑 오너에게 메뉴 결정권을 뺏긴 후 유명음식평론가의 혹평을 받자 홧김에 트위터로 욕설을 보낸다. 이들의 썰전은 온라인 핫이슈로 등극하고 칼은 레스토랑을 그만두기에 이른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는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에 도전, 그 동안 소원했던 아들과 미국 전역을 일주하던 중 문제의 평론가가 푸드트럭에 다시 찾아오는데… 과연 칼은 셰프로서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CINEPICK
쿠바 샌드위치만으로 당장 여행 떠나고 싶어지는, 공복에 절대 보지 말 것!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가 해고당한 후 푸드 트럭 셰프로 변신해 진정한 스트리트 푸드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로
최고급 레스토랑 코스요리부터 미국 각지 대표 간식들까지 여느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비주얼과 디테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푸드 무비입니다. 특히 영화 <아이언맨 1>의 감독이었던 존 파브로가 감독 및 주연을 맞아 화제를 모았으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특별 출연해 깨알 재미는 덤!
줄리 & 줄리아
Julie & Julia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개봉: 2009.12.10.
감독: 노라 에프론
출연: 메릴 스트립, 에이미 애덤스
배급: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시놉시스
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 차일드’ (메릴 스트립). 외교관 남편과 함께 프랑스에 도착한 줄리아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생활에서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고 명문 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를 다니며 요리 만들기에 도전, 마침내 모두를 감동시킨 전설적인 프렌치 셰프가 되는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뉴욕의 요리 블러거 ‘줄리’ (에이미 아담스). 한창 잘나가는 친구들과 잔소리 뿐인 엄마 사이에서 기분전환으로 시작한 요리 블로그. 유일한 지원군은 남편 뿐이지만 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을 보며 365일 동안 총 524개의 레시피에 도전하는 그녀의 프로젝트는 점차 네티즌의 열렬한 반응을 얻게 되는데는 성공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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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와 요리 블로거 줄리가 선사하는 힐링 레시피.
‘줄리 앤 줄리아’는 두 30대 여성이 요리를 통해 진정한 자아와 행복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영화로 프랑스 요리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전설적인 셰프 줄리아 차일드(1912∼2004)와 그의 요리책을 참고해 만 1년 동안 자신의 블로그에 524가지 프랑스 요리 도전기를 연재한 줄리 파월(36)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라따뚜이
Ratatouille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개요: 코미디 | 미국
개봉: 2007.07.25
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패튼 오스왈트, 루 로마노
배급: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시놉시스
절대미각, 빠른 손놀림, 끓어 넘치는 열정의 소유자 ‘레미’.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그에게 단 한가지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주방 퇴치대상 1호인 ‘생쥐’라는 것! 그러던 어느 날, 하수구에서 길을 잃은 레미는 운명처럼 파리의 별 다섯개짜리 최고급 레스토랑에 떨어진다. 그러나 생쥐의 신분으로 주방이란 그저 그림의 떡. 보글거리는 수프, 둑닥둑닥 도마소리, 향긋한 허브 내음에 식욕이 아닌 ‘요리욕’이 북받친 레미의 작은 심장은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는데! 쥐면 쥐답게 쓰레기나 먹고 살라는 가족들의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주방으로 들어가는 레미. 깜깜한 어둠 속에서 요리에 열중하다 재능 없는 견습생 ‘링귀니’에게 ‘딱’ 걸리고 만다. 하지만 해고위기에 처해있던 링귀니는 레미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의기투합을 제안하는데. 과연 궁지에 몰린 둘은 환상적인 요리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레니와 링귀니의 좌충우돌 공생공사 프로젝트가 아름다운 파리를 배경으로 이제 곧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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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요리를 한다고요..?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생쥐 '레미'의 요리도전기.
<라따뚜이>는 요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생쥐 '레미'와 재능 없는 요리사 '링귀니'의 의기투합을 그려낸 애니메이션입니다. 결말에 다다르면 아이와 함께 가서 어른들이 더욱 눈물을 흘리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개봉: 2018.02.28
감독: 임순례
출연: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은 오랜 친구인 재하와 은숙을 만난다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재하’, 평범한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은숙’과 함께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끼 한끼를 만들어 먹으며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 가을을 보내고 다시 겨울을 맞이하게 된 혜원. 그렇게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고향으로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된 혜원은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첫 발을 내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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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감성과 맛있는 음식들까지, 한국의 사계절을 모두 담은 소중한 한 끼.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리틀 포레스트’는 2015년 개봉한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한국적인 정서와 우리의 전통적인 요리를 담아 더욱 친근감을 느낄 수 있고 일본에서는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 두 편으로 나뉘어 영화화 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한 편에 사계절을 모두 담아 속도감과 리듬감이 더해진 일상을 향한 힐링이 가득한 영화 입니다.
카모메식당
Kamome Diner
㈜엔케이컨텐츠
개요: 코미디, 드라마 | 일본
개봉: 2007.08.02.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고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이리
배급: ㈜엔케이컨텐츠
시놉시스
헬싱키의 길모퉁이에 새로 생긴 카모메 식당. 이곳은 야무진 일본인 여성 사치에(고바야시사토미)가 경영하는 조그만 일식당이다. 주먹밥을 대표 메뉴로 내놓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한달 째 파리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다. 그래도 꿋꿋이 매일 아침 음식 준비를 하는 그녀에게 언제쯤 손님이 찾아올까? 일본만화 매니아인 토미가 첫 손님으로 찾아와 대뜸 ‘독수리 오형제’의 주제가를 묻는가 하면, 눈을 감고 세계지도를 손가락으로 찍은 곳이 핀란드여서 이곳까지 왔다는 미도리(가타기리 하이리)가 나타나는 등 하나 둘씩 늘어가는 손님들로 카모메 식당은 활기를 더해간다. 사치에의 맛깔스런 음식과 함께 식당을 둘러싼 사연 있는 사람들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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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자극은 기본! 소박하고 정갈한 카모메 식당이 주는 휴식과 위안.
무레 요코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헬싱키의 길모퉁이 카모메 식당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오니기리가 너무 먹고 싶어지죠!
보일링 포인트
Boiling Point
(주)이놀미디어
개요: 드라마, 스릴러 | 영국
개봉: 2022.08.04
감독: 필립 바랜티니
출연: 스테판 그레이엄
배급: (주)이놀미디어
시놉시스
365일 중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 셰프 ‘앤디’는 사고 없이 음식과 직원, 손님 모두를 살펴야 한다. 쏟아지는 주문으로 정신없는 가운데 반갑지 않은 위생 관리관의 급습과 입맛 까다로운 평론가의 눈치까지 보게 되고, 여기에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직원들은 서로 싸우기까지 한다.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 현장에 ‘앤디’는 점점 끓어오르기 시작하는데… 단 한 번의 테이크로 질주하는 키친 서스펜스를 경험하라!
CINEPICK
요리를 향한 환상은 버려라! 극한으로 치닫는 키친 서스펜스, 웰컴 투 헬’s 키친!
1년 중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 시즌,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압박을 원테이크로 묘사한 키친 서스펜스로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하며 놀라운 리얼리티를 선보인 작품이죠. 원 컨튜니어스 샷 기법을 통해 단 한 번의 테이크로 레스토랑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한 독특한 연출기법으로 극찬을 받은 바 있으며 질주하는 현장감, 펄펄 끓는 리얼리티 주방 서스펜스를 체험해보고 싶다면 바로 이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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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영화 후기 / 안젤리나 졸리 오랜만 / 개쩌는 보안관 아내 임신부의 활약 / 산불은 양념?!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 후기입니다.
쿠키 영상은 없네요~#안젤리나졸리, #범죄액션, #스릴러, #재난영화, #산불, #공수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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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킹메이커> 캐릭터 예고편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 앞에 그와 뜻을 함께하고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찾아온다. 열세인 상황 속에서 서창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고 '김운범'은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치열한 선거판, 그 중심에 있던 두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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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D.P.> 티저 예고편
[2021년 8월 27일, 넷플릭스 공개]
탈영병을 잡는다. 이등병 준호에게 떨어진 새로운 임무.
그는 탈영병들을 추적하며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한다.
그릭 아무리 도망쳐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