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1-22 10:28:05
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서울의 봄> 역대 흥행 7위 기록
<외계+인 2>의 반전 흥행은 없었습니다. <서울의 봄>은 꾸준한 관객수로 한국 영화 역대 흥행 순위 7위까지
올라갔습니다.
한편 북미에서는 리메이크 된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데요. 흥행 요인과 함께 국내, 북미 박스오피스 같이 만나보아요.
[국내 박스오피스]
<서울의 봄>이 계속된 흥행으로 <범죄도시2> <암살> <7번방의 선물>을 제치고 역대 한국 영화 TOP7에 올라섰습니다. 6위는 관객 수 1298만여 명을 기록한 <도둑들>로 이번 주 1294만 여명을 기록한 <서울의 봄>이 다음주에 <도둑들>을 제치고 6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입니다.
<외계+인2>은 반전 없는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위시>도 간신히 100만을 넘기며 2위를 유지 중이며
개봉하는 영화 숫자가 적어지면서 저번주와 같은 순위를 동일한 영화가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 할리우드 박스오피스에서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화는 2004년 린제이 로한이 주연을 맡은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미국의 뮤지컬 코미디 영화로 수익을 5000만 달러를 올리며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화 흥행 요인으로 배급사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SNS에 영화 클립을 푼 것, 특히 젊은 관객층을 유입하기 위해 틱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그 효과를 본것으로 흥행 요인을 꼽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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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심받고 고통받은 고라니에게 심심한 사과를-1
<부산행>은 한국 영화가 '좀비 영화'도 잘 만들 수 있구나 칭찬받은 영화이다. 사실 그동안 보았던 한국형 좀비 영화는 많지도 않았지만 예전에 봤던 <좀비 스쿨>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다시는 좀비 영화를 보고 싶지 않은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이 아닌가.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작품은 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었다. 스토리보드, 각본, 감독 등등등을 맡았던 <돼지의 왕>은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기도 했고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이 이제 다시 괜찮아지려나 기대한 작품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중에 개봉하기는 했지만 <부산행>의 프리퀄이 애니메이션 <서울역>이라는 것에도 흥미가 있었다.
영화 자체는 좀비로 세상이 망해가는 아포칼립스 영화이기 때문에 한국형 신파가 들어가는 것 외에는 다른 좀비 영화들과 큰 차이는 없다. 공유가 잘생기고 마동석의 방어력과 공격력이 만랩인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방역 중이라는 안내가 있고 동물을 운반하는 것 같은 차량이 소독을 받는다. 뉴스에서 많이 본 장면이다. 아마 구제역 방역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는 또 돼지들 잡아다가 싹 파묻는 거냐고 물었고, 담당자는 구제역이 아니라 바이오단지에서 뭐가 쬐금 새어 나왔다고 한다.
공무원을 불신하는 운전자이자 농장주는 전화를 받으려다가 무언가를 친다. 고라니다. 크고 예쁜 눈망울을 지닌 고라니. 누구나 그렇듯 로드킬 당한 고라니를 그냥 두고 '재수 없다'면서 가버리고 죽은 줄 알았던 고라니가 요상한 눈빛을 띠며 깨어난다. 좀비 고라니의 탄생이다. 영화마다 다르겠지만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에서 동물은 좀비로 변하지 않는다.
영화가 이렇게 시작하다 보니 바이오단지에서 쬐금 세어 나왔다는 것에는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 고라니가 좀비가 된 것은 아마도 그곳에서 새어 나온 어떤 물질 때문이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퍼뜨린 것은 고라니'라는 인식이 더 강하게 남게 되는 것이다. 이 모습은 지금의 온갖 동물 질병과 연결되어 있다.
앞서 이야기한 구제역도 바이러스에 의한 동물 질병이다. 공기를 통해서 호흡기로 감염되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다. 사람도 독감에 걸릴 수 있는 것처럼 동물도 병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질병에 걸리고 병세가 나타나야만 병에 걸린 것을 알 수 있게 되고, 이를 인간이 꼼꼼하게 보지 못하면 그 역시도 알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구제역이 발병하고 강한 전파력으로 퍼져나간 것에 대해서는 인간의 잘못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축산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우리나라의 축산 방식은 '공장식 축산'이라고 불릴 만큼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의 동물을 넣고, 비 청결한 상태이다. 사실 돼지는 엄청나게 깔끔을 떠는 동물인데, 사람들이 더럽게 키우다 보니 더럽다는 편견이 생긴 것이기도 하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염되고 전염력도 높은데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집단으로 발병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요즘은 동물복지를 시행하는 농장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서 동물들이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변호에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도 한몫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발병한 돼지들을 모두 살처분하였다.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살아있는 돼지를 그냥 땅에 묻어버린 것이다. 방법이 없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잔인하게 굴었어야만 했던 것일까? 이렇게 묻힌 돼지는 죽고 부패하면서 피와 고름, 분비물 등을 내뿜는다. 이를 침출수라고 부른다. 땅에 묻기 전에 바닥에 방수포 등 침출수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처리한다고는 하지만 살아있는 돼지가 그냥 가만히 죽기만 할까. 살려고 몸부림치면서 방수포가 찢어져서 유출되는 사례는 구제역 이후에 꼭 발생하는 일이다.
이렇게 흘러나온 침출수가 지하수 같은 식수원으로 흘러들고, 병에 걸린 동물의 사체를 다른 야생동물이 먹는 상황들도 발생한다. 이런 상황은 인간이나 동물들에 다른 질병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발생지역보다 먼 곳으로 질병을 옮기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자연재해라고 볼 수 있어도 이후에 발생하는 일들은 인재다.
앞서 정말 싫었다는 영화 <좀비 스쿨>에서도 좀비의 원인을 구제역으로 인해 파묻힌 돼지에서 발생한 침출수인 것처럼 그렸다. 물론 돼지가 인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같은 이상한 전개였지만 그래도 바이러스의 원인을 동물에게서 본 것이다.
최근에 발생한 바이러스들도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조류독감이라고 불리는 AI,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 모두 매개체는 야생동물로 알려져 있다. 야생동물은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렸을까?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는 알지 못해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인간의 생활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하다 보니 병에 걸린 야생동물들이 역적이 되어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철새가 날아오는 시기에는 양계농장에 조류독감이 오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해야만 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먹이를 구하러 민가로 내려온 멧돼지는 모두 사살당하고 있다. 코로나가 창궐하자 박쥐는 혐오스러운 동물이 되었고, 천산갑은 보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물론 개인적으로 천산갑을 중간숙주로 이야기한 것은 워낙 밀렵이 많이 되다 보니까 못 다가가게 하려고 일부러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말이다.
야생동물이 가지고 있는 병이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인간에게 전염성이 있는지 모두 알 수 없다. 아마 끝까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의 시기에 이렇게 많은 질병이 나타나게 된 것인지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인간들이 야생동물들의 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야생동물들의 질병이 인간들에게 다가온 것이 아니고 인간들이 질병에게 다가간 것이다. 이런 질병은 인간 세계에, 인간들의 축산시스템에는 치명적이었던 것이고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준비가 되지 않은 인간들은 '탓'해야 할 것이 필요했고, 이 화살은 야생동물에게 향했다.
그들은 잘못이 없다. 그들은 병에 걸렸을 뿐이고, 사람처럼 고쳐주는 의사가 없었을 뿐이고, 배가 고파서, 다만 길을 건너고 싶어서 인간의 삶으로 들어왔을 뿐이다.
부산행의 야생동물 이야기는 조금 더 할 예정이다. 바이러스에 의해 좀비가 된 상황에서조차 로드킬을 당하고 수습조차 되지 못한 억울한 고라니의 이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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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없으니 목소리만 커지는 법이지
첫째 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시한부 환자 사미라(루피타 뇽오)다. 재미없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만 기다리는 삶이라서? 그게 아니라 이 병원에서의 삶이 재미없다. 음식도 싫고 위치도 별로고 시설도 맘에 안 들고 그냥 다 싫다. 그러나 그 와중에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사람들이다. 간호사(알렉스 울프)에게 투덜대는 사미라. 밖에 나가자는 간호사의 말에 "나는 피자 먹으러 갈 거야!"라고 응수한다. 공연장 앞까지 왔다. 귀여운 고양이가 내 옆에 있다. 그렇게 공연만 보면 끝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지구를 강타한 크리처 '데스 엔젤'이 뉴욕 시를 공격하고 있다. 소리 내면 죽는다. 그리고 오늘은 그 재앙의 첫째 날이다. 살아남아야 할까? 왜? 표류하는 사미라. 하지만 왜 표류하는지 스스로 모를 뻔했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까지.
콰이어트
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했던 건 감각을 강조하는 연출이다. 우선 첫째. 시각이다. 이 영화에서 시각은 이야기의 전개라는 측면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왜? 영화가 기본적으로 청각적인 요소를 캐릭터 간의 장애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야기를 이끄는 데 있어 중요한 게 뭐지? 보는 것이다. 말하는 건 어려울지언정 보는 건 똑바로 봐야 소리를 내면 죽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걸 곧바로 이야기에 넣으면 긴장감이 덜하다. 영화는 여기에서 변화구를 뒀다. 이 시각을 영화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가 이 영화가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방법 중 하나다. 제목에 ‘콰이어트’가 들어가지만 오히려 시각으로 승부를 둔 영화의 선택지가 된 것이다. 다음은 촉각. 이 영화에서 뭔가를 느낀다는 인간의 특성은 인물이 가진 거대한 장애물이면서 인물들 간의 관계를 두텁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동시에 영화 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 촉각과 관련이 있다. 각자 인물의 입장에서 촉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주의 깊게 보시면 이 영화가 뭘 의도하고 줄거리를 짰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이 시각과 촉각보다 중요한 건 미각과 청각이다. 미각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인물들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강력한 스포일러라 구체적으로 쓰긴 어렵지만, 아마 영화에서 많은 관객들이 단점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사실 이 미각과 관련한 묘사는 영화의 주제의식에 의해 희생당한 감이 있다. 이 낡은 전개를 보완하기 위해 영화가 더 부지런했어야 했다. 어떤 식으로? 영화 안에 제시된 인물의 동기를 전면에 등장시키는 것이다. 이 동기가 맥없이 배회하니 많은 관객들이 ‘이게 뭐라고 여기까지 하나’라고 느끼기 충분하다.
이 영화에서 미각만큼 중요한 건 청각이다. 당연히 시리즈가 영화를 거쳐 청각적인 요소로 서스펜스를 유발하고 있으니 많은 관객분들이 이 기대를 가지고 영화관에 갈 것이다. 이 영화는 이 측면을 잘 살렸다. 가령 남자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처한 장면이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장면이 만들어지는 이유나 카메라의 동선이나 심지어 CG 퀄리티에 배우 연기까지 모든 게 시너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운드가 장점이라는 것을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점프 스케어라는 연출 기법이 있다. 소위 말하는 ‘갑툭튀’다. 이 영화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 점프 스케어가 많다. 그리고 사운드가 엄청나게 커서 사람이 깜짝 놀라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후술하겠지만 이 영화는 호러라는 장르를 어느 정도는 포기했다. 왜? 디스토피아라는 세상과 이 영화의 공간을 강조하기 위해. 이것을 위해 영화는 호러라는 장르가 가진 것들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이걸 영화가 너무 잘 알아서인지 억지로 점프 스케어를 강조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갑자기 무언가가 맥락 없이 튀어나온 것만 기억에 남는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가 이런 느낌이었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관객을 압박하는 영화 아니었나? 글쓴이는 시리즈를 미적지근하게 본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엉성한 플롯이 영화의 발목을 잡는다.
플레이스
이 영화는 감각만큼이나 공간적 배경을 강조했다. 어떤 공간? 바로 지역이다. 이 영화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전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뉴욕이라는 도시를 감독과 각본가가 해석한 바를 그대로 녹여 내렸다. 어떤 식으로? ‘콰이어트 플레이스’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영화의 첫 장면에서 근거를 둔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영화는 시각적으로도 뉴욕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걸 1대 1로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못하겠지? 당연히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되어 아수라장이 된 뉴욕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건 무리가 있다. 그 대신 디스토피아에 맞게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이 장면이 줄거리 안에서 엄청나게 통제가 잘 된 것 같지는 않다(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전제조건과 전적으로 충돌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영화가 어떤 걸 반복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이 장면을 비롯해 영화의 군중들은 후반부를 제외하고 특정 행동을 반복한다. 이 모티브의 반복은 디스토피아 장르의 근본 그 자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한국사회에 깊게 깔려있는 아파트에 대한 집착을 꼬집고 <퓨리오사 : 매드맥스 사가>가 여성 해방 서사를 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콰이어트 플레이스 : 첫째 날>도 이 장르의 근본을 살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현재를 보여주려고 했던 감독의 야심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재즈 카페
사실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건 호러가 아니다. 이 디스토피아 속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아기자기함이 있다. 이 아기자기함 자체는 영화가 잘 구현했다고 생각한다. 그 전후관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영화가 그걸 다 설명했다. 또 그 아기자기함을 둘러싼 인물들의 모습도 사랑스럽게 잘 표현했다. 영화의 감정에 몰입하지 못하는 분들도 하이라이트 신이 인상 깊기에 충분하다. 영화가 짜 맞춰진 연기를 통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마법 같은 순간들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에서 그 장면은 연출가가 마법을 부렸다고 생각한다. 이 장면으로 이어지는 플롯은 우리가 아는 전작과의 동어반복에서 벗어났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소리 내면 죽는다는 설정으로 1,2편에 프리퀄까지 끌고 들어오면 그건 단지 같은 패턴의 반복일 뿐이다. 영화는 후반부에 다른 동력을 만들어서 나름의 결론을 낸 셈이다.
하지만 그 마법 이면에 깔려있는 것들이 과연 탄탄했나?라는 의문이 든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기본 전제조건. 두 주인공간의 관계다.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영화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는 작가의 의도를 생각할만하다. 하지만 글쓴이도 이 관계가 현실적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주인공이 갖고 있는 병의 문제? 사건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이 특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영화가 그걸 잘 살렸나? 병을 면밀하게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무리수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영화에서 감독이 정말 하고 싶은 말에 해당하는 부분이 매가리가 없으니 플롯이 겉돈다. 어떤 입장에서 야심만 가득한 채로 윽박지르는 영화로 보기에 충분하다.
94%쯤 완성된 듯
장르적인 것도 취하고 나머지의 목표도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세밀하게 잘 짜였다고 보긴 어려운 영화다. 세세한 각본 오류들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까 뉴욕 시가 폐쇄된 건지 미국 정부가 폐쇄된 건지 알 수 없게 연출된 것은 영화의 개연성이라는 밑 빠진 독을 채우겠다는 말과 비슷하게 들린다. 글쓴이는 영화의 약점이 거기 있다고 보지 않는다. 두 장르를 동시에 잡겠다는 과욕 때문에 뭔가를 포기했다. 근데 그 뭔가를 굳이 포기해야 했을까? 글쓴이는 아닌 것 같다. 점프 스케어를 아예 빼던지, 추격전을 더 강화하던지의 선택지를 골랐다면 달랐을 거라 생각한다. 적당히는 볼만할지 몰라도 시리즈의 팬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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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의 부활. 다시 한번 요동칠 준비를 마친 전반부
지옥 시즌2 (Hellbound 2, 2024)
뱀의 부활. 다시 한번 요동칠 준비를 마친 전반부
개봉일 : 2024.10.25. (NETFLIX 공개 예정)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감독 : 연상호
출연 : 김현주, 김성철, 김신록, 임성재, 문소리, 문근영
개인적인 평점 : 3.5 / 5
*본 리뷰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지옥 시즌 2> 1-3회의 내용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지옥 시즌 1>은 지옥사자의 심판이라는 초자연적인 재해 앞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공포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리즈였다. 20년 전 고지를 받은 정진수 회장은 자신이 느낀 절망, 두려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그대로 선사하기 위해 재해와 공포를 엮은 거짓 교리를 전파하는 새진리회를 조직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이 두려움 앞에 바짝 엎드리고 순응하거나, 또는 저항하기도 하며 각자의 지옥을 살아간다.
시즌 1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지옥 시즌 2>는 앞서 쌓아둔 세계관에 누름돌을 올려 만든 더욱 밀도감 있는 세계관을 보여준다.
세상엔 어느 때보다 다양한 믿음과 종교 단체들이 넘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여전히 모두 공포가 팽배한 지옥을 살고 있다. 이런 불안한 세상 속에서 되살아난 정진수는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던 뱀처럼 간악한 혀를 뽐내며 다시 세력을 확보하려 한다. 그리고 정진수가 없는 사이에 세력을 늘린 화살촉,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새진리회. 이들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소도까지. 각자의 교리를 주장하는 여러 단체들이 동시에 충돌하기 시작하며 세상은 전에 없던 혼란으로 빠져든다.
1-3편만 감상한 시점이라 ‘지옥 시즌 2는 이렇다’라는 결론을 내리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이 시점에서도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이거 칼을 갈고 나왔구나.’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김성철 배우의 설득력, 이전보다 커진 스케일과 액션이다.
앞서 누군가 연기했던 인물을 이어가야 한다는 큰 부담감을 지고 나온 김성철 배우는 초장부터 눈을 번뜩이며 극 전반에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내리찍는다. 그리고 연한 눈물 자국과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오묘한 설득력을 싣고는 천천히 극을 장악해간다. 김성철 배우의 연기를 보고도 그가 정진수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비교적 일상적인 공간들이 많이 등장했던 시즌 1에 비해 시즌 2는 화살촉 집회 현장, 소도의 새로운 본부 같은 비일상적이고 재밌는 공간들을 공개하며 세계관에 대한 상상력을 더욱 활짝 열어준다. 그리고 각 단체들이 세력을 키운 만큼 이들이 부딪히는 액션신 또한 이전보다 훨씬 본격적이고 역동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연상호 감독의 최근작인 <기생수: 더 그레이>를 보며 액션 연출이 훅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지옥 시즌 2>에서도 그 느낌을 한 번 더 받았다. 액션이 주가 되는 시리즈는 아니라 큰 액션신을 반복해서 보여주진 않지만 시선을 끌기엔 충분한 정도다.
- 아래 내용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有
신의 영역에서 사람의 영역으로
다시 한번 판을 뒤집을 정진수의 부활시즌 1이 지옥사자의 심판이라는 신의 영역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면 시즌 2는 사람의 영역 안에서 신의 힘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이들의 싸움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지옥사자의 심판’이라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누가 더 먼저 상대의 입을 막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을 속일 수 있는지. 이런 능력이 더 중요해진 세상이다. 각 단체들은 심판과 공포를 자기 입맛에 맞춰 해석하고 이용하며 새로운 교리를 주장한다. 송소현, 배영재의 죽음은 아름다운 부모의 희생이 아닌 신에게 몸을 내던진 속죄 행위로 해석되고 죽어 마땅했던 죄인은 단숨에 단체를 대표할 캐릭터로 세탁된다.
세상에 가득 찬 모순은 모두를 지옥으로 이끈다. 개인이 개인의 죄를 묻고 진실을 모르는 자가 진실을 찾았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올바른 길을 지키려던 단체인 소도 내부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정진수 회장을 뿌리로 둔 두 단체 새진리회, 화살촉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한다.
아비규환이 된 세상, 구불구불한 뱀 같은 산길의 끝에서 정진수가 부활한다. 화살촉에 빠진 아내가 죽은 후 소도의 일원이 된 천세형은 3달 동안 정진수를 기다리다 마침내 그를 마주한다. 부활 후 산길을 헤매던 정진수는 천세형의 차에서 나오는 헤드라이트 아래서 그의 절을 받는다. 마치 신성한 존재가 탄생한듯한 느낌이 드는 순간. 이때 천세형은 정진수를 속이기 위해 절을 했지만 전반부가 끝나갈 때쯤엔 정진수의 혀에 속아 진심으로 그를 자신의 신으로 받들게 된다.
전 시즌에서 유일하게 신과 동일한 위치에서 추앙받던 정진수가 부활했다는 건 이 평범한 사람들의 싸움판을 한 번에 뒤집을만한 사건이 생겼다는 뜻이다.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도 여유롭게 “어쩌면 지금이 이 세상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지.”라고 말하던 그의 머릿속에 어떤 계획이 들어있을지, 그의 계획이 앞으로의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기대된다.
과연 이 기대감을 충족시킬만한 설득력 있는 후반부가 기다리고 있을지 아니면 빵빵하게 들어간 바람을 훅 빼버리는 난장판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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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버전의 내가 되고 싶어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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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까지도 종종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도 '나'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생각하고 느끼는 내가 모두의 마음속에 하나씩 있다니.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나는 또 '나'라는 것으로 태어나서 지금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는 무언가가 될까. 지금 나의 이 비루한 영혼(같은 게 있다면)이 다시 태어나도 또 내가 될까.
(이 주제와 관련하여 존 페리,『개인의 동일성과 불멸성에 관한 대화(2017)』를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어릴 적에는 내가 갖지 못하여 소망했던 것들, '피아노를 가진 나'라든지, '공놀이를 잘하는 나'라든지, '가출한 나' 같은 모습들을 상상하곤 했다. 내 상상 속에서는 내가 빛이 들어오는 거실에서 피아노를 땡땡 치고 엄마는 옆에서 책을 읽고, 발야구를 할 때 저 멀리까지 공을 뻥 차고, 밤거리를 헤매는 내가 있었다. 현실의 나는 피아노도 없고 소위 말하는 '개발'이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수억 가지의 경우의 수를 보고 왔다. 그 이후로 각자의 유니버스에 살고 있던 스파이더맨이 어쩌다 한 자리에 모였고, 로키는 여러 모습의 로키를, 완다는 다른 삶을 사는 완다를 만났다. MCU는 멀티버스가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속에 하나씩 있었음을 간파한 듯하다.
그러나 나는 히어로도 아니고 초월적인 힘을 가지지도 않은 평범한 인간이다. 마블의 멀티버스는 특별한 존재들만의 우주이니 나같은 미물과는 관계없는 이야기다. 특별한 존재들이 세상을 구할 때 나는 행인1로 지나갔다가, 우주가 뒤바뀔 때는 또 사라졌다가 하는 NPC에 불과하다.
한편, A24의 영화들은 그 행인1들을 조명한다. MCU에서 우주괴물이 지구를 괴롭힐 때 으악 소리 한번 못지르던 행인1들은 A24의 영화에서 방황하는 레이디 버드가 되기도 하고, 미국으로 이민가서 미나리를 키우기도 하고, 집도 절도 없어 아이를 입양보내야만 하는 플로리다의 미혼모가 되기도 한다.
멀티버스가 이제는 흔한 소재가 되어버린 데다 너무 긴 제목 탓에 큰 기대 없이 영화관에 앉아 있었다. 나는 '이제 울어라!'하는 장치만 나와도 쉽게 울어버리는 울보긴 한데 멀티버스 액션 코믹 영화를 보면서 울 생각은 없었다.
어쩌면 망한 버전의 나
미국에서 코인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과 웨이먼드 부부가 있다. 이들은 홍콩에서 무작정 이민을 온, 이를테면 <첨밀밀>의 소군과 이요 같은 사람들이다. 에블린의 앞에는 수만 개의 영수증이 펼쳐져 있다. 국세청에서는 이들의 비용처리를 문제삼아 세탁소가 문을 닫을 판이다.
아들을 원했던 에블린의 아버지는 에블린이 태어날 때부터 실망했다. 웨이먼드와 결혼한다 하여 또 실망했다. 이제는 늙고 병들어 그렇게 싫어했던 딸과 함께 살아야 하는 형편이다. 에블린은 언제나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지만 사업가로 성공한 모습을 보이지도 못하고, 딸 조이는 몸에 문신이 있는 동성애자라 아버지 앞에 떳떳하게 내놓을 수가 없다.
사업은 망하기 직전인데다 딸은 엇나가고, 에블린 혼자서 동분서주하는 마당에 웨이먼드는 왜 이리도 태연한가. 치열하게 사는 에블린의 눈에 허허실실 웃기만 하는 웨이먼드는 한심하기만 하다. 빨래주머니에 장난스럽게 눈알 스티커를 붙이는 것마저도 꼴보기 싫다.
이 부부와 달리 미국에서 나고 자란 딸 조이가 국세청에 따라가 통역을 해주기로 했는데, 할아버지 앞에서 애인과 자신의 관계를 '친한 친구'라고 설명하는 에블린을 보고 조이는 집을 나가버린다. 아버지에게 그렇게 인정받고 싶었으면서 정작 자신도 딸을 인정하지 못하는 도돌이표.
불안한 마음으로 국세청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 웨이먼드는 갑자기 에블린의 귀에 이상한 장치를 꽂고 핸드폰으로 뭔가를 설정한다. 이상한 행동을 하라는 쪽지까지 써서 준다. 쪽지를 쓴 종이는 사실 웨이먼드가 준비한 이혼서류였다. 웨이먼드도 에블린에게 상처를 받아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다.
웨이먼드의 알 수 없는 행동, 깐깐하기로 소문난 국세청 직원 디어드리의 으름장, 에블린은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그때, 웨이먼드는 자기가 남편 웨이먼드가 아닌 다른 우주에서 온 웨이먼드, '알파 웨이먼드'라고 밝힌다. 우주에는 수많은 에블린과 웨이먼드가 있고, 다른 우주의 에블린에 의해 흑화된 '조부 투파키'가 우주를 망치고 있으니, 이 세계의 에블린이 조부 투파키를 없애라는 것.
다른 우주의 에블린에게 접속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평소에 하지 않을 이상한 짓을 하는 것. 여러 멀티버스 영화에서 학습하였듯 멀티버스는 선택에 의해 갈라진다. 이후 등장인물들은 평소에는 죽어도 하지 않을 기묘한 짓거리들을 하며 다른 우주의 자신에게 접속한다.
다른 우주의 디어드리는 에블린과 웨이먼드를 공격한다. 알파 웨이먼드는 남편 웨이먼드와는 다르게 싸움도 잘하고 책임감도 있다. 왜 수만 명의 에블린 중 이 에블린이어야 했나. 그 질문에 알파 웨이먼드는 답한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실패만 한 유일한 에블린이기 때문에. 바꿔 말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선택의 가능성이 너무도 많은 에블린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다른 버전의 수많은 나
노벨문학상을 수상자인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가 쓴 <선택의 가능성들>이라는 시가 있다. '무엇보다 무엇을 더 좋아한다.'라는 구절이 반복되는데, 선택이란 아주 작은 차이들과 아주 짧은 순간의 결정들로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때로 그 찰나의 순간들로 인한 나비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에블린이 웨이먼드를 따라 가는 택시를 타지 않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영화는 에블린이 했을지도 모를 수많은 선택의 가지에서 살아가는 에블린들을 소환한다. 웨이먼드를 따라가지 않은 에블린은 배우가 되고, 가수가 되고, 요리사가 되고 쿵후 마스터가 되고, 피자집 광고판을 돌리는 아르바이트생이 되고, 어떤 물건이 되고... '모든 것(everything)'이 된다.
에블린은 빠르게 다른 에블린이 되는 방법을 습득한다. 이마에 검은 동그라미를 찍고 다니는 디어드리와 싸우며 배운 적도 없는 쿵후로, 요리사의 칼질로 악의 세력들을 무찌른다. 그리고 마침내 조우한 조부 투파키. 조부 투파키는 다름아닌 딸 조이였다.
아시아인인 엄마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 딸이 참 착한데, 나쁜 것이 우리 딸을 조종하는구나!
조부 투파키는 에블린의 혹독한 훈련으로 정신이 분열되면서 순식간에 이 우주, 저 우주로 다니며 모습을 바꾼다. 에블린은 딸의 모습을 한 조부 투파키를 없앨 수가 없다. 그렇다면 싸워보자. 싸워서 설득하자. 원래의 착한 내 딸 조이로 돌아오도록.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의 정신이 깨진 방법과 동일하게 수없이 많은 나를 헤집고 다닌다. 정신을 분열하는 데 성공한 에블린은 이제 어떤 버전의 에블린도 될 수 있다. 더 이상 참고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에블린. 요리사 에블린은 부정하게 손님을 끄는 경쟁자를 고발하고, 다른 버전의 웨이먼드에게 상처주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조부 투파키는 에블린을 데리고 '베이글'로 간다. 베이글이란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검은 원이다. 디어드리의 이마에 찍혀있던 검은 원은 베이글의 상징이었다. 조부 투파키가 우주를 어지럽힌 이유는 에블린을 만나서 같이 죽기 위해서였다. 죽고 싶은데 너무 많은 나로 살아가느라 죽지도 못했으니, 같이 사라지자고, 이 무한히 반복되는 우주에서 이제 벗어나자고.
그러나 엄마 에블린은 딸을 보낼 수 없다.
할리우드식 인드라망
다시 원래의 세탁소 에블린. 한창 파티가 열려 흥겨울 때 국세청 직원 디어드리가 찾아온다. 세탁소는 이제 압류될 것이다. 온갖 버전의 에블린이 되어 본 에블린은 모든 것이 환멸스럽다. 야구 배트로 창문을 때려 부수고, 될 대로 돼라 싶다.
웨이먼드는 디어드리와 몇 마디 나누더니 다 해결됐다며 에블린을 위로하는데, 어떻게 했냐고 하니 그냥 부드럽게 말했을 뿐이란다. 디어드리도 그의 방식대로 에블린을 위로한다. 아, 지금까지는 온갖 버전의 에블린이 되어 힘으로, 또는 분노로 일관했는데 싸움에서 이기는 다른 방법도 있었다. 마치 매서운 바람이 아닌 햇볕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처럼.
그토록 싫어했던 웨이먼드의 눈알 스티커를 이마에 붙인 에블린. 이 눈알 스티커는 '제3의 눈'이 되어 초월적인 힘을 발휘한다.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와 함께 모든 우주에서 싸우고 싸운다. 모든 생물 버전의 에블린과 조부 투파키와 다 싸우고 나니 이제 무생물인 돌이 되기에 이른다.
돌이 된 조부 투파키는 절벽 끝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을 선택한다. 그때 에블린은 조부 투파키가 굴러떨어진 낭떠러지에 같이 떨어지는 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모든 우주의 에블린이 되어 선택한다. 에블린이 상처 준 웨이먼드, 경쟁자였던 요리사, 애인이었던 디어드리... 에블린 없이 혼자서 베이글로 들어가 소멸되고자 하는 조부 투파키.
조부 투파키는 묻는다. 이제 그 어떤 모습의 에블린으로 살 수도 있는데, 속썩이는 딸 조이도, 망하기 직전의 세탁소도, 답답한 웨이먼드도 없는 인생, 화려한 배우, 가수, 요리사, 쿵후 전문가, 무엇도 될 수 있는데 왜 다시 돌아왔냐고. 영화 포스터에 쓰인 문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 어떤 인생을 살아도 나는 너를 구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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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를 형상화한 포스터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무척이나 불교적이다. 멀티버스가 우주괴물의 싸움터가 될 수도 있는 한편 무척이나 철학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불교 용어인 인드라망은 우주의 무한한 하늘나라 중 제석천(인드라)에 쳐진 구슬 그물을 말한다. 구슬에는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비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불교에서 나는 하나의 내가 아니라 모든 것이다. 유일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을 부처로 본다.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부처가 되어야 한다. 무아지경이라는 말처럼, 실체가 있는 '나'는 없다. 색깔도 모양도 형식도, 기쁨도 슬픔도 없다. 고로 나의 실체는 없고 세상 모든 것이 '나'이니, 타인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것은 결국 나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것과 같다.
나는 늘 내가 아니고 싶었지만 나는 내가 아닐 수 없었다. 뭔가를 잘하는 나, 바보같은 나, 칭찬받는 나, 못된 나, 괄시받는 나를 한 사람의 나로 통합하여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어떤 모습의 '나'는 갖다 버리고 싶을 정도로 끔찍하다.
그래도 어떤 우주에는 대학을 안 간 버전, 다른 전공을 한 버전, 취업을 한 버전, 결혼을 한 버전, 부자가 된 버전, 뭔가를 이뤄낸 버전,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지 않는 버전 등등의 내가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조금은 덜 외로워진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모든 것, 모든 곳에 동시에 내가 있으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감독 :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주연 :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제이미 리커티스
상영시간 : 139분
개봉일 : 2022년 10월 12일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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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아카데미를 뜨겁게 달군 <가여운 것들>과 <패스트라이브즈> 개봉소식!
가여운 것들
Poor Thing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미국 | 141분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엠마스톤, 마크러팔로, 윌렘 대포
개봉: 2024.03.06.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천재적이지만 특이한 과학자 갓윈 백스터에 의해 새롭게 되살아난 벨라 백스터. 갓윈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던 벨라는 날이 갈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이 넘쳐난다.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놀라운 반전과 유머로 가득한 벨라의 여정이 이제 시작된다.
CINE PICK!
여자 프랑켄 슈타인을 맡은 엠마 스톤이 종잡을수 없는 캐릭터를 표현하며 골든글로브, 영국 아카데미 등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싹쓸이했는데요. <더 랍스터> <킬링 디어>를 제작한 란티모스 감독 작품 특유의 괴이한 분위기와 판타지 같은 영상미로 벌써부터 영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대한민국 | 105분
감독: 셀린 송
출연: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
재개봉: 2024.03.06.
배급: CJ ENM
시놉시스
12살의 어느 날, '해성'의 인생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첫 사랑, '나영'. 12년 후, '나영'은 뉴욕에서 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가다 SNS를 통해 우연히 어린시절 첫 사랑 '해성'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연의 끈을 붙잡기 위해 용기 내어 뉴욕을 찾은 '해성'. 우리는 서로에게 기억일까? 인연일까?
CINE PICK!
송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골든 글로브 시상식, 베를린 국제 영화제,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이름을 올린 화제작입니다.
비트
Beat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드라마 | 한국 | 113분
감독: 김성수
출연: 정우성, 고소영, 유오성, 임창정
재개봉: 2024.03.06.
배급: 삼성영상사업단
시놉시스
타고난 파이터이며 아웃사이더인 민, 폭력 조직에서 성공하기를 꿈꾸는 태수, 미래에 대한 소박한 꿈을 버리지 않는 환규는 무차별적 싸움과 혼돈속에서 10대를 보낸다. 민과 환규는 방황하던 마음을 잡고 분식집을 개업하여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고 감옥에서 나온 태수는 전갈 조직의 중간 보스로 자리를 잡는데...
CINE PICK!
<비트>는 정우성을 스타덤에 올린 영화로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눈을 감고 양 팔을 양 옆으로 활짝 펼치는 장면은 레전드급의 명장면. 정우성의 리즈시절을 엿볼 수 있으며 1997년 외환 위기속 일부 청소년들의 불안한 심리를 투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대결! 애니메이션
ANIME SUPREMACY!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29분
감독: 요시노 코헤이
출연: 요시오카 리호, 나카무라 토모야, 오노 마치코
개봉: 2024.03.06.
배급: ㈜블레이드이엔티
시놉시스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7년 만에 대망의 첫 작품인 애니메이션 <사운드백 카나데의 돌>로 꿈에 그리던 감독 데뷔를 하게 된 ‘히토미’. 업계에서 히트 제조기로 추앙받는 메인 프로듀서 ‘유키시로’와 내내 실랑이를 벌이며 그녀의 열정은 점차 시들해지고 제작 현장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진다! 한편, 토요일 오후 5시 황금시간대의 라이벌은 한때 ‘히토미’의 롤모델이었던 천재감독 ‘오우지’의 신작으로 결정되는데… 8년 만의 신작 발표를 앞두고 자취를 감춰버린 ‘오우지’로 인해 멘붕에 빠져버린 <운명전선 리델라이트>의 메인 프로듀서 베테랑 ‘아리시나’! 마침내 시작된 숙명의 애니메이션 대결. 흥행 전쟁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CINE PICK!
일본의 인기 작가 츠지무라 미츠키의 소설 ‘패권 애니!’를 원작으로 하는 소설 원작 영화로,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테니스의 왕자> <하이큐>등을 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프로덕션 I.G’가 영화 속 작화를 담당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cine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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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른 SF 소설로 돌아오는 드니 빌뇌브
최근,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SF 영화 <듄>을 통해 국내 역주행의 신화를 쓴 '드니 빌뇌브' 감독이 또 다른 SF 작품의 메가폰을 잡게 되었습니다.
<듄>이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도 전 세계 3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였기에, 워너 브라더스사는 <듄 2>를 2023년 10월 20일에 개봉할 예정이라 밝힘과 동시에 '드니 빌뇌브' 감독이 후속편도 연출하게 될 것이라 전했는데요. 개봉까지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만큼,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전 인터뷰를 통해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듄>이 SF 대서사시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며, 이미 캐스팅 및 기타 다른 부분의 구상을 끝내놓은 상태이기에 다른 프로젝트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는데요.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좋은 소식을 알리며, 전 세계 영화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아서 C. 클라크'가 1973년 발표한 장편 SF 소설 [라마와의 랑데부]가 될 예정인데요. 앞서, 원작에 대한 판권을 '알콘 엔터테인먼트'가 따내며 영화화의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알콘 엔터테인먼트'는 <블레이드 러너>의 판권을 가진 제작사로 '드니 빌뇌브' 감독과 <블레이드 러너 2049>를 통해 호흡을 맞춘 이력이 있는 제작사인 만큼,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라마와의 랑데부](원제: Rendezvous With Rama)는 1973년 처음 출판된 소설로, 2130년대를 배경으로, 태양계에 진입하는 초대형 외계 우주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라마'라고 이름 붙여진 우주선의 내부를 조사하는 인간 탐험가들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스토리는 세밀하고 장엄하며 경이롭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출간 당시, 휴고상, 네뷸러상, 캠벨상, 로커스상을 비롯해, 주피터상, 영국과학소설협회상 등 SF 분야의 상을 휩쓴 최고의 고전이기도 합니다.
'아서 C. 클라크' 작가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한 SF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원작 작가로도 유명한데요. '드니 빌뇌브' 감독이 꾸준히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꼽아온 만큼, 아서 클라크의 도 다른 걸작의 연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부분입니다.
현재, 요 네스뵈의 소설 <아들>을 원작으로 한 HBO 시리즈 제작에 힘을 쏟고 있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새 영화를 기다리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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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리하네✨ 이 가족 대체 정체가 뭐야? [가족계획] 1차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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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주피터스 레거시>
[2021년 5월 7일, 넷플릭스 공개]
그 어떤 유산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100년 가까이 세상을 수호한 1세대 슈퍼히어로들. 이제는 그 아이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들이 물려받은 전설과 이상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영웅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첫 번째 세대의 슈퍼히어로.이제 그 아이들의 세대가 세상을 밝혀온 횃불을 이어야 한다.
하지만 세상은 조금이라도 나아지긴 했을까.
높아지는 긴장 속에, 오랜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