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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2024-04-24 21:50:31

1세대 조경가 정영선

땅에 쓰는 시(2024)



도심 속 선물과도 같은 선유도공원부터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경춘선 숲길까지··· 우리 곁을 지키는 아름다운 정원을 탄생시키며 한국적 경관의 미래를 그리는 조경가 정영선 공간과 사람 그리고 자연을 연결하는 그의 사계절을 만나다.

<땅에 쓰는 시> 줄거리

 

 

영화의 시작은 뛰어노는 아이들이다. 초록의 공간에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 영화가 담고자 한 것의 전부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자연을 물려주는 것이 소원이라는 정영선 조경가의 제프리 젤리코상 수상소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인 셈이다.

 

 

<땅에 쓰는 시>는 봄부터 겨울까지, 그리고 다시 봄으로 돌아오는 계절의 조경을 보여준다. 새순 돋고 꽃 피어 모두가 자연을 즐기러 나오는 봄, 푸르른 식물들의 생명력이 가장 돋보이는 여름, 단풍에 의해 세상이 전부 알록달록 물드는 가을, 그리고 다시 돌아올 봄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겨울까지. 영화에서는 정영선 조경가님이 참여하셨던 곳의 사계절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개중에는 가본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었다. 가봤던 곳이라면 이곳을 조성한 분이 이런 생각을 갖고 만드셨구나, 거기에 있던 식물이 이거였구나 등의 생각이 들며 처음 보는듯한 새로운 공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가보지 않았던 곳이라면, 여러 생각과 손이 거쳐 만들어진 곳이 있었구나 라는 발견을 할 수 있다.

 

 

조경은 사실 잘 티가 나지 않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 조성되어 있는 풀과 나무들이 모두 조경가의 손을 거친 것일 테지만 우리는 이를 체감하면서 살아가진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더욱 기꺼웠는지도 모른다. <땅에 쓰는 시>를 보고 나오면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보기 전과는 다르게 보인다. 잠깐 생겼다 사라지는 팝업스토어조차도 브랜드에 맞춰, 우리나라 생태에 맞춰 조경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 어느 곳을 갈 때마다 그곳의 식물들을 유심히 살펴볼 것 같다.

또 영화에서는 나오는 식물들의 이름을 꼭 하나하나 언급하고 지나갔는데, 이 부분이 매우 마음에 들었었다. 잠깐 걷는 거리에서도 우리는 정말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름은 대부분 모르고, 알려 하지도 않았다. 영화에서는 이런 식물들로 공간을 조성하는 조경가를 비추기 때문인지 이들 일에서 가장 중요한, 어쩌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식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다 일러준다. 물론 영화에서 모든 식물이 나오지도 못했고, 한번 본 걸로 이들을 전부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땅에 쓰는 시>에서 식물 하나하나를 조명해 줌으로써 우리 근처에 존재하는 이들의 존재를 인지하게 만든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무엇이 외래종이고 무엇이 토종 식물인지 구분하지 않기 시작했다. 예쁘면 옆에 두고 원래 있던 식물들도 뽑아내고 심었다. 이런 와중에 정영선 조경가는 한반도 자생 식물들을 다시 우리 곁에 가져다 놓았다. 산수유나무, 미나리아재비 등의 식물들은 정영선 조경가의 손이 거친 어디든 존재한다.

정영선 조경가가 한국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을 많이 쓰는 만큼 그중 하나인 생강나무도 영화에 종종 등장했는데, 이덕에 이름도 모른 채 그저 스쳐 지나갔던 나무의 이름이 생강나무이고, 한 번도 아름다울 거라 상상하지도 않던 생강나무가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깨칠 수 있었다.

 

 

잎이 다 떨어지고 가지만이 앙상하게 남은 겨울의 풍경도 아름답게 조성하는 것이 조경가의 일이라고 한다. 황량한 겨울의 식물들을 가꾸며 다시 돋아날 새잎들을 기다리는 모습은 정영선 조경가가 가꾸어낸 조경이 우리 세대 그리고 그다음 세대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정영선 조경가가 가꾸는 정원에서 아이가 자신의 손으로 새로운 식물을 심는 마지막 장면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우리의 자연을 넘겨주고 싶다는 정영선 조경가의 뜻이 담겨있다.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의 정신을 엿보며 우리가 보는 풍경이 어떠한 생각을 거쳐 나왔는지 알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조경이 한국의 것, 우리의 것을 지키고 우리와 우리 다음의 세대에게 계속 자연을 사랑하고 늘 존재하는 당연한 것이 되게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땅에 쓰는 시>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작성자 .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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