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작가2024-07-31 01:46:07
지휘의 본질, 음악의 본질
영화 [디베르티멘토] 시사회 후기/리뷰
자히아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소음까지 전부 악기의 선율로 느낄 정도로 음악을 사랑한다.
교외의 작은 마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파리의 명문 음악원 졸업반에 입성한 자히아. 그런 그녀의 꿈은 지휘자가 되는 것. 여자인데다 이민자이기까지 한 그녀에게는 결코 만만한 꿈이 아니다. 함께 수업하는 학생들은 그녀를 무시하고 깔보며, 자히아가 지휘자가 되자 연습을 이탈해버리기까지 한다.
어쩌면 그렇기에 자히아는 훨씬 더 '완벽'이라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을까.
영화 내내 자히아는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지휘를 이어간다. 그녀는 작곡가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해 내서 한 음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연주해 내고자 한다. 카메라는 계속해서 자히아의 표정과 손끝을 확대하여 보여준다. 스승이자 세계적인 지휘자인 세르지우는 계속해서 그녀에게 모든 단원들과 눈을 맞추고 연주하라 지시한다. 하지만 자히아는 함께 있는데도 외롭다며 자신의 고충을 토로한다.
아직 그들과 함께하지 않는구나. 언젠가 너도 알게 될 거다. 그들과 하나가 되는 순간을.
지휘 대회에서 떨어져 의기소침한 자히아는 자신을 이끄는 소리에 밖으로 나오게 된다. 자신이 한 명, 두 명 모집해 구성한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가 거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간 꽉 묶은 머리와 정돈된 복장으로만 단원 앞에 섰던 자히아는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가벼운 재킷만 입은 상태이다. 그러나 자히아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단원들과 함께 연주하는 법을 알게 된다.
그동안 자히아만을 비추던 카메라는 여러 방면으로 움직이며 단원들을 담아낸다. 보면대도, 악보도, 의자도, 격식이라곤 갖춰지지 않은 이 무대에서 지치거나 슬픈 표정의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생동감 넘치는 연주자들의 손끝과 자히아의 손끝은 닮아있다. 낙후된 지역이지만 사람들은 한 편의 즐거운 음악을 듣고 박수를 보낸다. 자히아는 마지막에서야 '본질'을 찾은 듯하다.
"난 악보에 있는 것만 연주해."
"악보에는 모든 것이 있으니까. 본질만 빼고."
아마 자히아가 더 강인한 사람이었어도 동생인 파투마가 없었다면 결코 지휘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만의 오케스트라를 가지라는 조언과, 누구나 음악을 즐길 자유가 있다는 것을 몸소 알려준 것은 전부 파투마였으니까. 때론 훌륭한 스승의 한 마디보다 분신 같은 친구의 별것 아닌 행동이 나를 움직이게 만든다.
영화 [디베르티멘토]를 통해 지휘자의 세계에서도 여성은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김은선 지휘자도 세상에 자신을 널리 알리고 있듯이 그 성역은 결국 무너지고 깨어질 것이다. '함께'의 가치를 모르는 자들은 결국 스스로 예술을 파멸시키기 마련이니까.
*이 영화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관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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