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로진2024-09-29 13:02:48
[DMZ Docs] 1983년, 외계인 침공?
KBS 모던코리아, <1983 미지와의 조우>

1983 미지와의 조우
감독: 이은규
러닝타임: 76분
시놉시스: 1983년, 한국전쟁이 멈춘 지 30년. 세계는 냉전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한편,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반도 상공 위로 불쑥 북한귀순 용사와 공산국가 민간항공기가 날아든다. 냉전의 한복판에 불시착한 사람들은 마치 지구에 온 외계인처럼 방송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생중계 되는데... 현실을 떠나 미지의 세계를 향한 이들은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을까.
(출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
KBS에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했다. 수십 년간의 아카이빙을 바탕으로 푸티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것.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내레이션 없이 오직 영상만으로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번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는 '모던코리아 시네마' 섹션이 따로 있는데, KBS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의 영화판을 볼 수 있다. <코리아 드림:남아진흥 믹스테이프>, <한국의 시간>, <한국음식 만들기>, <1983 미지와의 조우>,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었다> 총 5편의 다큐멘터리가 영화관에서 영화의 형태로 상영된다. <1983 미지와의 조우> 역시 48분의 다큐멘터리가 76분으로 확장된 감독판이다.
1983년에 두 대의 비행기가 한국에 착륙했다. 2월 25일, 북한 공군 이웅평 대위가 미그 19기(MiG-19)를 몰고 귀순했고, 5월 5일 중공 민항기 납치 사건으로, 납치된 민항기는 춘천에 착륙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두 번이나 떨어지다니. 그것도 하필이면, 냉전으로 분단된 마지막 국가인 한국 땅에.
감독은 1983년의 날벼락을 마치 우주에서 우주선이 떨어진 것처럼 표현하면서, 푸티지들을 모은다. 1981년 데뷔한 가수 민해경의 노래로 시작하는 화면이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불러올지도 모르겠다.

외계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영웅?
영화 <E.T>의 장면들 또한 간간이 삽입되는데, 냉전시대였던 1983년의 한국 사람들에게 이들의 등장은 외계인의 침공과 비슷했다. 그때만 해도 철저한 반공 교육으로 공산당은 머리에 뿔이 나고 얼굴이 빨갛다고(제 어머니 피셜입니다) 생각했다고 한다. 반공 포스터에 등장하는 공산당들은 죄다 뿔난 괴물이었다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어도 그때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소련제 미그 19기를 몰고 귀순한 이웅평 대위는 키가 180cm에 멀쩡한 남자였던 것이다.
이웅평 대위는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귀순 환영 인파가 백만 명이 넘었단다. 그가 몰고 온 미그 19기 역시 군사적 가치가 높아 무려 10억 원이라는 금액을 받는다. 은마아파트가 1983년에 준공되었는데, 34평이 오천만 원 정도 했단다. 은마아파트 20채 살 만큼의 어마어마한 보상이다.

그리고 다시 5월 5일. 경쾌한 어린이날 잔치에 공습 경보가 울린다. 대만으로 망명을 기도하던 6인조 납치범들이 중공 민항기를 납치한 것. 민항기에 타 있던 승객이 무려 96명이나 되었고, 승무원도 9명이었다. 이들은 국내에서 재판을 받고 징역형을 선고받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중화민국(대만)으로 추방되었다. 이들은 대만에서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이웅평 대위가 극진한 대접을 받았던 것처럼. 이때의 협상으로 우리나라와 중화민국이 교역을 시작한다.
영웅은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1983년에 남한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10억 원의 보상을 받고 대한민국공군이 된 이웅평 대위와, 국민 영웅이 된 민항기 납치범.
이미 뉴스로 결말이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그 시절 이웅평 대위(최종 계급은 대령이다)의 표정, 눈빛을 영상으로 보는 것과 글로 읽는 것은 전혀 다르다.
냉전의 끝자락이었던 1983년, 우리나라는 6.25전쟁의 집단적 트라우마로 공습 경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실제 같은 해 아웅산 테러 사건으로 대통령 수행원 1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북한에 대한 반감은 극에 달했다.
광분한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야 한다'며 소리친다. 지금에 와서 보면 광기 같기도 하지만, 그때는 두려움이 극에 달했을 것이다. 그때의 긴박했던 상황과 인터뷰, 뉴스 영상을 <1983 미지와의 조우>는 E.T, 외계인, 우주선 등의 메타포를 이용해 다소 깜찍하게 그려낸다.

때마침 생중계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야말로 외계인이라도 나타난 듯한 리얼한 반응, 이제는 희미해진 서울 사투리 또한 재미있는 포인트다. 푸티지 다큐멘터리라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미래도 미지이지만 과거 또한 미지이다. 태어나지도 않았던 40년 전의 미지와 조우한 시간이었다. 모던코리아를 흥미롭게 보았다면 영화판도 추천한다.
*
상영일정
09.28.(토) 13:30-14:45 메가박스 킨텍스 3관
10.01.(화) 13:30-14:45 메가박스 킨텍스 4관
Relative contents
-
- 사랑과 공감, 그리고 연대와 저항의 상징이 되기까지. 종이의 집: 신드롬이 된 드라마 (2020)
<종이의 집>은 어쩌면 지금까지 본 넷플릭스 드라마 중 손에 꼽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나도 이 드라마에 빠져 이렇게 까지 공감하고, 열광하게 될 줄이야. <종이의 집 : 신드롬이 된 드라마>는 종이의 집의 성공 비결뿐만 아니라 그들의 땀과 열정, 뒤이어 일종의 '레지스탕스'의 아이콘이 된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처음 Parte 1을 접했을 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여섯 도둑의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독특함과 특유의 긴장감이 보는 이를 꽉 쥐고 놓아주지 않는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언급한 <종이의 집>의 매력에 대해 알아보자.
- Parte 1. '공감'은 가장 큰 소통의 언어이자, 강력한 힘이다 -
<종이의 집>은 처음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 드라마가 아니다. 스페인 단독으로 방영되는 드라마였지만, 생각보다 저조한 시청률에 Parte 2가 마지막임을, 배우들을 포함한 모든 제작진들이 예상했다고 한다. 그랬던 그들이 넷플릭스의 손을 잡게 되며 '로또'를 맞는 순간이 오게 된다. 예상보다 높은 시청률이 연이어 나오고, 현재는 전 세계 스트리밍 순위 2위에 빛나는 성과를 거둔 드라마가 바로 <종이의 집>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가장 큰 역할은 바로 '등장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뻔하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서사가 매력적이고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이 과연 있을까. 보편적으로 생각했을 때, 조폐국 그리고 스페인 은행을 터는 도둑과 이를 쫓는 경찰이 있을 때 우리는 과연 누구의 편이 될까? 망설일 필요 없이, 바로 경찰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이 도둑들을 열렬히 응원하게 된다. 이들에게는 우리와 다름없이 개개인의 사연이 있고, 인생이 있다. 이들의 '범행 계획'또한 보는 재미가 있지만, 여러 인물이 얽히면서 발생하는 감정들을 따라가는 것 또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그 감정에 대해 같은 기분을 느끼는 것, 공감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 비록 스크린이라는 벽이 있지만, 이는 금세 허물어지고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 진솔하게 소통하게 된다.
무엇보다 '스페인'이라는 국가의 특색이자 아이덴티티를 살린 것 또한 포인트이다. 정열과 사랑의 국가에 걸맞게, 여러 감정들 중 '사랑'이 가득한 드라마이다. 범죄물에 사랑이라니, 조금은 대조되는 조합이지만, 이렇기에 더욱 이들의 관계성이 돋보인다. 이는 인물 간의 사랑이기도 하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사랑이기도 하다. 인물들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자. 예정되어 있던 사랑도 존재하지만,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누군가가 자신을 흔들어놓는 순간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는 이들의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바라보며 같이 마음 아파하고, 설레어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우리들의 사랑을 말하자면, 극 중 흔히 말하는 '민폐 캐릭터'또한 존재하고, 당최 걷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보는 이들에게 불안감과 공포를 안기는 인물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들도 미운 구석이 있을 뿐, 나름의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 Parte 2. 유연한 제작 과정,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 -
<종이의 집>은 대본을 미리 짜고 한꺼번에 촬영에 들어가는 방식이 아닌, 촬영을 함과 동시에 다음 각본을 짜는 방식으로 드라마를 이어간다. 그렇기에 좀 더 유연한 사고와 매 상황에 맞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이들의 제작 과정 또한 등장하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오고 가는 그들 대화의 결과물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될지,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건 바로 이들의 '시간 전개 방식'이다. 보통은 계획에서 행동의 옮기기까지의 시간 흐름대로 내용 전개가 이루어지는 반면, 이 드라마는 첫 화부터 사건 당일을 바로 보여준다. 범행 시작을 보여줌과 동시에 중간중간 그들이 아지트에서 했던 계획 동기와 과정을 보여주며 과거로 돌아가는 시점 또한 존재한다. 이렇게 두 시점이 동시에 흘러감을 보여주면서 <종이의 집>만의 차별화된 개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범죄'라는 장르에 맞게, 반전 또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특히 매 시즌의 마지막 장면은 놀라움의 연속.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의 가담과 희생은 서스펜스물로서의 강점을 충분히 보여준다.
- Parte 3. 이들이 주는 메시지 -
아마 이것이 <종이의 집>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이자, 긍정적인 변화일 것이다. 극 중 그들이 입는 붉은 점프슈트와 달리 가면, 이것은 이제 '저항'그리고 '연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내용 중간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시위 모습은 여성 인권, 자유를 위해 맞서는 사람들의 현재를 담아낸 실제 상황이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붉은색이 자주 등장함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저항군'이라는 그들의 투쟁에 걸맞은 색이다. 이에 사람들은 영향을 받아,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맞서나가기 위해, 빨간 점프슈트를 입고 달리 가면을 쓴 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주제곡인 'Bella Ciao' 또한 파급력이 엄청난데, 실제로 세계 2차 대전 때 이탈리아 저항군이 사기를 높이기 위해 불렀던 노래이다. 제작진들도 자신들의 일종의 노동요였던 이 노래를 결국 메인 테마곡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 노래는 변화의 불씨가 되었고, 75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평화를 외치며 Bella Ciao로 그 순간을 기념하고 있다.
<종이의 집>을 간단히 말하자면 공감과 사랑, 그리고 저항이다. 한순간에 모든 것이 바뀌었고, 사람들은 거리로 나가 자신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 드라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종이의 집>의 팬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그렇기에 더 경이로운 다큐멘터리이다. 미디어 매체의 좋은 영향력이자, 본보기가 되는 작품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 본 콘텐츠는 브런치 JW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유전자가 세상을 지배하다. 가타카 (1977)
<13층> 이후로 '어떻게 저런 생각을 저 시대에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실제로 지금도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맞춤형 아기'에 대한 생각을 몇십 년이나 앞서 중심에 둔다. 유전자 조작은 윤리적으로 아주 민감한 문제이며, 특히 그 대상이 인간일 때 더욱더 조심해야 하는 주제이다. 그러나 가타카에서는, 아주 빈번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로 인해 만들어진 우성인자를 가진 사람들만 우주 비행사가 될 자격이 주어진다. 유전자의 우월함이 계급이 되는 세상, 그곳이 곧 미래이자 현실이다.
빈센트는 자연분만으로 인해 열성에 가까운 유전자를 타고난 채 태어난다. 심장질환이 있어 조금만 뛰어도 금세 숨이 차고, 그다지 큰 키도 아니지만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든 것을 바꾸려 한다. 하지만 몸 안에 내재해 있는 유전자는 자신의 정체성이자 지울 수 없는 표식이므로, 우성인자를 가졌지만 사고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제롬의 몸을 빌리기로 한다. 만약 빈센트가 자신의 타고난 천성에 만족하고 살아갔다면 청소부 일을 하면서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전부이겠지만, 이에 일종의 반항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항상 동생과의 수영 내기에서 졌던 그가 마침내 그를 이기고 지친 동생을 오히려 끌고 나오면서부터 저력은 발휘된다. '다시 돌아갈 힘을 남기지 않아서 너를 이길 수 있었던 거야.'라고 말을 하는 그는 흔치 않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끈기와 인내', 이것이 빈센트만이 가진 일종의 특장점이자 우월한 유전자인 셈이다. 우성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타고난 능력만을 믿고 더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항상 남들보다 많은 시도를 한 그를 이길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는 그 사람의 잠재력과 가능성보다 주어진 환경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를 비판하고, 이게 과연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가 목표 달성에 다다르는 시점에서, 또 하나의 윤리적 문제가 생긴다. 사회의 기대와는 반대로, 우성인자인 제롬은 자신의 꿈 없이 그저 빈센트에게 필요한 DNA를 주는 일종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다.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스러움이 배제되고, 일종의 기계 같은 사람이 된 것이다.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그는 실제로 곧 시행될지도 모르는 유전자 선택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있는 그 자체를 존중하고,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결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인간을 대하는 최선의 방식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물론 미래에는 유전학적으로 더 발달한 사회가 되겠지만, 너무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인간 또한 통제불능인 상황이 올까 두려워진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JW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문폴 / Moonfall, 2022
영화 <문폴>은 '지구에 달이 떨어진다'라는 시놉으로 <인디펜던스 데이,1996>와 <투모로우,2005>, 그리고 <2012,2009>의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가 점찍은 야심작이었습니다. (직접 제작비 조달을 위해 뛰었으며, 무엇보다 3부작으로 예정했거든요)
이미, 수차례 지구를 아프게 만든 사람이라 기대는 없지만 막상 또 '극장'이라는 큰 너비의 스크린을 생각하면 거부할 순 없겠죠?
하지만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2016>의 실패 이후 전작 <미드웨이,2019>는 제작비마저 절감되는 등(그래도, 1억 달러였다)의 행보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선을 보인 영화 <문폴>이 지금까지 거둬들인 흥행은 어떨까요?이번 3월 16일에 국내에 개봉한 <문폴>은 박스오피스 1위에 이름을 올렸으나 여태컷 불러 모은 관객들은 143,937명(03.21 기준)에 불과하며, 일요일(20일)에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게 밀리며 빠르게 하락세에 접어들었습니다.
근데, 먼저 개봉한 북미에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입니다.
<잭애스 포에버>에게 밀려 2위로 시작한 영화는 현재까지 총 수익 $39,398,041에 불과한데, 제작비가 1억 5천만 달러임을 생각하면 3부작은커녕 감독 본인의 커리어도 중단될 위기에 서있습니다.(참고로, <잭애스 포에버>의 제작비는 1천만 달러입니다)
애초에 평가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번 영화 <문폴>은 유독이나 더 안 좋게 들려오는데요.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 영화 <문폴>의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주에서 위성 수리를 진행하고 있었던 "브라이언"과 "파울러"에게 하나의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에 빠르게 지구로 귀환하는 그들이나 사고에 있어 동료 하나를 잃는 결과를 "브라이언"이 짊어지며,그는 "나사"에 내쳐지게 됩니다.
그로부터 무수히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갑자기 달의 궤도가 달라지면서 지구에 충돌될 위기가 생깁니다.
이를 위해서, "브라이언"과 "파울러", 그리고 "KC 하우스맨"이 달을 향하는데...이게, 떨어진다는 게 달이 아니었어?
1. 전혀, 달라진 게 없어!
앞서 말했듯이 영화 <문폴>은 딱, 기대한 만큼의 재미는 확실히 보장된 작품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롤랜드 에머리히"의 <인디펜던스 데이1996>와 <투모로우2005>, 그리고 <20122009>까지 "아이맥스"와 비껴나간 것이 안타까울 정도의 장관을 선사했던 그였던 만큼 <문폴>은 이를 충분히 충족시킵니다.
극 중 "쓰나미"를 비롯해 도시를 물에 잠기는 것은 기본이고, 출발하려는 우주선과 이를 덮치는 파도 또한 볼거리로서의 재미를 충족시킵니다.
여기에 자동차 추격전까지 빠지면 섭섭할 장면들까지 이번 <문폴>의 흥행을 떠나 그에게 많은 제작비를 쥐여준 이유를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시원하게 꽂히기는 한데... 어디로 가냐?
다만, 이런 장점과 함께 단점 또한 꾸준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볼거리로 밀어붙이기에는 "블록버스터"라는 장르는 이야기도 잘하는 만능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거리만을 내놓는 <문폴>은 요즘 스타일과는 거리가 한참이나 먼 작품입니다.
물론, 그런 스타일 때문이라도 <문폴>은 "롤랜드 에머리히"감독이 만든 작품이 맞으며 이제는 그만이 이런 영화를 만들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문폴>의 이야기에 대해서 많은 아쉬움들이 새어 나오더군요.2. 똑같은데, 더 거북해진 이유는?
첫 번째, 클리셰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번 <문폴>에서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 그의 전작 <2012, 2009>로 주인공이 이혼을 했다는 점 외에도 계부모 가정 등의 설정과 자동차 추격전의 구도까지 그대로 따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똑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를 행하는 이유에는 "클리셰"는 해당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관객들에게 왜곡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생각하면 없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유사함이 전부 해당된다면 굳이 <문폴>을 봐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오히려, 실패할지도 모를 첫 작품보다는 봤던 기억이 있는 기성품에 좀 더 끌리겠죠.달만 바꿨어...
두 번째, 이야기에 대한 거북함입니다.
앞서 전작 <20122009>과의 유사함을 이야기했기에 그 느낌도 비슷하겠거니 생각하겠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도대체, 뭐가 다를까?'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음모론"에 대한 반응입니다.
<2012>도 많은 가설이 존재하나 운석을 음모론자를 맞추며, "이거보다 지구가 어떻게 멸망할지, 궁금하지 않아?"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이번 <문폴>에서는 "거대구조물설"이라는 하나의 가설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이후 이를 하나의 정설로 받아들이게 합니다.3. 그냥, 태생부터 비호감!
보통 영화를 비롯하여 하나의 작품 속의 이야기를 지키는 경계를 "제4의 벽"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를 지키는 이유는 이야기의 현실성으로 "진짜?!"로 몰입하는 관객들을 위해서 깨선 안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문폴>이 말하는 이야기는 통상 사람들이 가진 지식과 상식을 해당 영화가 뒤집는 수준입니다.
결국, 관객 스스로 "제4의 벽"을 깨고 나서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든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그냥, 다 싫어 죽겠어.
이외에도 관객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중국 자본"의 침투력까지 <문폴>은 마냥 좋게만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건재한 "롤랜드 에머리히"가 보여주는 지구 때리는 모습은 "지구 담당 일진(?)"이라는 별명을 계속 붙여도 이상은 없어 보입니다.
근데, <문폴>은 둘째 치고서 다음 영화 찍을 수는 있겠어요?
-
- 레트로 분위기 속 경쾌한 액션
성장기에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다. 부모이기에 앞서 여러 가지 행동과 선택을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스승 같은 존재로 그가 걸어가는 삶의 모습은 아이에게 그대로 영향을 준다. 아이는 부모가 하는 일이나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비슷한 직업을 갖게 되거나 그 영향을 받아 자신의 일을 찾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보호자로서 가장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존재인 엄마는 아이에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는 아이 옆에서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존재다. 사랑하는 사람이고, 보호자이면서 스승이다.
그런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면, 아이는 굉장한 혼란 속에 살게 될 것이다. 그간 엄마가 해주었던 모든 일들을 받지 못하게 되면 아이는 절망 속에 보내다 자신만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만약 어느 정도 의식이 있는 청소년 정도의 나이라면 아이는 엄마에게 배웠던 것을 이용해 자신의 다음 삶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엄마가 했던 일들, 행동들을 떠올리며 자신 만의 커리어를 만들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간다. 그런 일련의 활동들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하더라도 엄마의 부재에서 오는 외로움과 타인에 대한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잠적해 버린 엄마를 잊고 스스로 살아가는 딸의 이야기
영화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사라진 엄마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샘(카렌 길런)은 킬러 생활을 하는 엄마 스칼렛(레나 헤디)을 보며 성장기를 보냈다. 성장기의 어느 시점, 스칼렛은 갑자기 샘을 떠나 잠적해버린다. 그 후 샘은 떠난 엄마가 하던 일을 이어받아하면서 성인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사라진 엄마에게 엄청난 서운함과 무수한 질문을 가지고 있지만 엄마와 똑같은 일을 택해 같은 길을 걸어간다. 그의 차가운 말투와 넘치는 에너지는 스칼렛이 가지고 있던 모습이다. 자신의 일을 할 때, 그에겐 상대방을 향한 감정이 전혀 없어 보인다. 누구도 믿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은 한 편으론 여전히 엄마를 잃고 슬퍼하는 소녀 같아 보이기도 한다.
샘을 돕는 회사의 간부인 네이선(폴 지아마티)은 과거 스칼렛을 도와줬고, 이제는 샘의 보호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독립적으로 일하는 지금의 샘에게 네이선의 도움은 필요 없어 보인다. 영화에서 회사라고 불리는 청부살인 업체의 간부는 모두 남자가 중심이 된다. 특히 그 중심에 있는 대표자 격인 네이선은 선한 의도를 가진 듯 보이고 마치 아버지가 하는 것처럼 샘이 가야 할 길을 지정해 알려준다. 하지만 영화가 전개될수록 네이선이 가진 의도가 회사라는 시스템 보호라는 것이 천천히 드러난다.
사실 네이선은 회사가 문제없이 돌아가게 함으로써 만들어진 안정감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강화시켜나갔던 인물인지 모른다. 그가 만든 그 안정감은 한순간에 엄마가 사라진 샘에게 어느 정도 의지할 구석을 만들어줬다. 그렇게 형성된 안정감은 샘에게도 실력 있는 킬러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만들어주게 된다. 그런데 그 회사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에게 가진 신뢰는 깨지기 마련이다. 영화 속에서 샘이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어떤 사건은 회사의 안정적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다시 그 안정을 찾기 위해 네이선은 샘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자기반성 없는 보수적 시스템과 철저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조직
영화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다르게 보면 시스템의 안정을 강조하는 가부장적 조직과 대결을 벌이는 여성들에 대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회사로 명칭 되는 조직을 움직이는 이들은 모두 남성들이다. 그리고 그 회사의 안정을 깨트려 부도덕을 드러내고 대결하는 인물들은 모두 여성이다. 이렇게 이 영화를 남성과 여성의 대결로도 볼 수 있겠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보수적인 시스템과 진보적인 사람들 간의 대결을 담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 보수적인 시스템은 영화 속에서 한 순간도 반성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안정화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반면 시스템과 대항하는 입장에 있는 샘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하며 반성한다.
샘의 반성을 이끄는 건 그가 죽인 어떤 인물의 딸인 에밀리(클로에 콜맨)이다. 실수로 에밀리의 아빠를 죽였지만 그 이후 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찌 보면 자신의 어린 시절처럼 갑자기 혼자 남겨진 에밀리를 보며 그를 지키기 위해 그 옆을 떠나지 않는다. 또한 후반부에 샘을 돕는 조력자로 다시 등장하는 엄마 스칼렛, 애나(안젤라 바셋), 플로렌스(양자경), 매들린(칼라 구기노)은 그들의 위치와 지위를 정확히 인지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시스템에 대항해 싸운다.
영화의 전반적인 등장인물과 구성을 보면 영화 <존 윅> 시리즈가 떠오른다. <존 윅>에서 킬러들이 도움을 받는 호텔은 이 영화에서 도서관이 되고, 킬러들에게 임무를 주고 대가를 주는 회사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존 윅>은 개인과 시스템의 대결이 좀 더 강조된다면,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시스템에 반기를 든 작은 조직이 대결을 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또한 <존 윅>에는 꽤 유능한 킬러들이 존 윅을 죽이기 위해 대결을 자처했다. 하지만 <건파우더 밀크셰이크>의 조직에서는 그런 유능한 킬러가 등장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위기를 맞은 시스템을 지켜줄 유능한 존재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샘과 친구들을 제거하려 하는 건 시스템의 인물이 아니라 시스템의 경쟁 조직을 이끄는 인물이다. 이런 무능한 시스템은 영화의 전반적인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의 구성이 어떠하든 이 영화는 액션 영화다. 배우 카렌 길런이 보여주는 액션은 꽤 다채롭고 사실감이 넘친다.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해 격투 액션을 벌이는 그의 모습은 꽤 빠르고 매력적이다. 이 영화에 담긴 액션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그의 액션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액션 장면을 책임지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 샘을 도와주는 애나, 플로렌스, 매들린과 스칼렛은 총기나 도구를 활용한 액션을 보여주기 때문에 주로 근접 액션을 보여주는 샘의 액션 장면과는 다른 액션 장면을 보여준다.
레트로 한 액션과 분위기, 그럼에도 떨어지는 긴장감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2,000년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등장하는 음악과 레트로 감성이 듬뿍 담긴 화면은 과거의 모습들을 떠올리게 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이런 이미지들은 영화의 액션이 벌어지는 볼링장이나 작은 식당의 이미지와 융합되며 꽤 근사한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영화의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이 있음에도 액션만큼은 돋보인다.
결국 이 영화는 샘과 에밀리가 유사 모녀관계를 맺는 것으로 보인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샘은 자신의 엄마 스칼렛이 범한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지 않는다. 자신의 엄마의 실수를 바로잡고, 또 자기 자신이 저지른 잘못까지 반성하면서 에밀리와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그런 철저한 자기반성과 상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에밀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시스템에 대항하는 용기로 전환된다. 샘은 자신이 엄마에게 받지 못한 신뢰와 믿음을 에밀리에게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 아마도 에밀리도 샘이 하는 일과 행동을 따라가겠지만 적어도 엄마라는 존재가 사라짐으로써 겪었던 혼란과 아픔을 에밀리가 겪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샘은 그렇게 엄마에 의지하고 신경쓰던 삶 뿐만아니라 자신이 얽매고 있었던 조직에서도 독립함으로써 진정한 독립을 이루어냈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 나봇 파푸샤도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이스라엘에서 스릴러나 공포 영화들을 주로 연출해 왔다. 특히 그가 2013년 연출한 영화 <늑대들>은 여러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번 연출작인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그가 할리우드에서 연출한 첫 장편 영화다. 그가 가진 감각과 연출 스타일을 그대로 뽐냈는데 여러 가지 좋은 이미지와 액션 연출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가진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
- 커지는 액션과 변함없는 가족애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이번에 '코로나 19'로 개봉이 연기되었던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드디어 개봉해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예상치 못한 신박하고 화려한 자동차 액션과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가 만들어가는 가족애 분위기가 마음에 든 시리즈 영화였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일을 마치고 도미닉 토레토 가족이 즐기는 바비큐 장면은 온갖 수난과 임무를 해내어 즐길 수 있는 그들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돋보이며 어느덧 이 시리즈 영화의 대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전작 시리즈 편보다 그 가족애를 강조한다. 그리고 역시 <분노의 질주> 시리즈답게 이전 시리즈를 압도하는 거대한 스케일과 액션을 선보인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네이버 스틸컷
액션
매번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볼 때마다 생각하는 건 '다음에는 또 어떤 스케일의 액션을 보여줄까?'이다. 도미닉 토레토가 등장하는 전 시리즈 편인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에 등장하는 잠수함 액션도 예고편에서부터 충분히 큰 충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 액션을 넘어서 이번에는 우주까지 가다니 자동차 액션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는 요소 이기도하다. 이미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자동차 액션을 넘어 비행기, 헬기, 잠수함 등 거대한 스케일로 육해공을 지배하며 전 시리즈 영화를 압도하고 기록을 경신한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보여주는 가장 큰 액션은 우주로 가는 액션과 마그네틱 장비를 이용한 자동차 액션일 것이다. 매번 새롭고, 거대한 액션을 선보이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화려한 연출이다.
가족애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빌런이 도미닉(빈 디젤)의 동생 제이콥 토레토(존 시나)이기 때문에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았던 도미닉의 과거가 등장한다. 도미닉이 어렸을 때 과거를 옛날 필름 영화 화면처럼 보여줘 과거에 대한 기억과 현재 상황을 쉽게 구분하게 만든다. 또, 동생 제이콥(존 시나) 간의 갈등을 갖고 있는 도미닉의 과거를 알아가며 도미닉 토레토라는 캐릭터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영화는 한(성 강)과 미아(조다나 브류스터)가 등장한다. 한(성 강)은 전 시리즈에서 죽었다고 생각한 캐릭터였고, 미아(조다나 브류스터)는 '브라이언' 역할을 맡았던 배우 故 폴 워커의 사망 소식으로 브라이언이 등장하지 못한 상황이 되자 브라이언의 애인인 미아(조다나 브류스터) 역시 자연스럽게 못 나오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인 도미닉 패밀리 속 두 캐릭터의 등장과 친가족 동생 제이콥과의 형제 갈등이 벌어지는 게 마치 도미닉이 과거에 있었던 가족애와 현재 가지고 있는 가족애를 새롭게 변화해가며 확장한다. 그래서 이번 영화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 빼놓아선 안 되는 가족애를 더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
- '블레이드 러너'라는 세계관
7★/10★, 8★/10★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과 로봇/인조인간의 경계를 질문하는 SF 영화의 계보에서 늘 손꼽히는 영화다. 시간이 지나 영화 수가 쌓이며 고민의 결과 방향성은 더 섬세해지고 예리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고민을 상업 영화의 문법과 버무려 보편적 휴머니즘의 차원으로 밀고 나간 〈블레이드 러너〉의 성취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한 후속작 격인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본 이후로는 이들 영화가 인간과 로봇/인조인간을 다룬 SF 장르 영화에서 아무도 넘보지 못할 왕좌에 올랐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블레이드 러너〉의 시간 배경은 인간이 우주에 식민지를 건설한 2019년이다.* 첨단 기업 타이렐은 인간의 모습을 본뜬 로봇 리플리컨트를 개발하고 월등한 신체 조건을 갖춘 이들을 우주 식민지 건설에 활용한다. 그러나 창조물은 때때로 창조자의 의도를 넘어서는 법이다. 리플리컨트는 독자적인 감정을 갖게 되어 인간의 욕심에 자신의 노동이 동원되는 데 반감을 품고 지구로 넘어온다. 기술의 한계로 4년으로 제한된 수명을 늘릴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을 ‘배반’한 리플리컨트를 사냥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에게 지구로 침입한 리플리컨트를 잡아들이란 명령이 떨어진다. 그러나 데커드는 리플리컨트를 추적하며 그들이 단순한 기계 그 이상의 존재임을 점차 깨닫는다. 그러던 중 타이렐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리플리컨트 레이첼과는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데커드는 지구에 몰래 들어온 4명(혹은 4개)의 리플리컨트를 모두 사살하는 과정에서 리플리컨트에 대한 편견을 거스르는 경험을 하고 그들의 존재를 다르게 이해할 방법을 학습한다. 데커드가 레이첼과 어딘가로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그가 종種의 경계를 뛰어 넘었음을 보여준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데커드와 레이철의 도피에 상상력을 덧붙이며 시작한다. 주인공 K는 리플리컨트 신 모델로, 주체적 감정을 가지고 인간에게 반항했던 구 모델을 사냥하는 블레이드 러너다. 요컨대, K는 로봇을 사냥하는 로봇이다. 평소처럼 자기 임무를 수행하던 K는 어느 날 충격적인 현장을 마주한다. 아이를 낳은 것으로 추정되는 리플리컨트 유해를 발견한 것이다. 리플리컨트가 감정에 더해 생식 능력까지 있다면 인간과 로봇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진다. 이에 당국은 재빨리 K에게 이 사건을 추적하라 명령한다. 극심한 불평등 속에 살아가는 지구인들을 위로하는 건 자신이 ‘껍데기(skinner, 인간이 리플리컨트를 부르는 멸칭)’보다 낫다는 하찮은 자의식뿐이기 때문이다. 리플리컨트 문제가 종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넘어 우주 식민지 시대의 체제 존폐 문제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드니 빌뇌브는 그가 여러 영화에서 선보인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스산한 풍경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영화에는 황량한 배경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이 깃들어 있다. 드니 빌뇌브는 여기에 〈블레이드 러너〉가 처음 나온 이후 한껏 확장된 여러 철학적 물음도 영화에 적극적으로(물론 조잡하지 않은 방식으로) 끌어온다.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레이첼과 데커드의 아이가 아닐까 고민하며 당혹감과 기대감이 복합된 채 한껏 부풀어 오르던 K가 자신의 보조적 지위를 인지한 이후에도 실망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데커드에서 K로 이어지는 장엄한 부자父子 서사가 어그러진 후, ‘인간에 순응하며 그들을 보조하라’는 자신의 존재 목적을 따라가는 K의 수동성은 역설적으로 그의 행위에 존엄성을 부여한다. 즉, K는 수동적 존재론을 성실히 수행하여 이를 숭고함으로 뒤집어낸다. 영화의 마지막, 그 모든 복잡한 상황과 다층적 질문 속에서도 우리가 안도하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그을린 사랑〉에서 시작되어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 〈컨택트〉를 거쳐 이후 〈듄〉으로 이어지는 드니 빌뇌브의 장대한 필모그래피(내가 본 영화에 한정해서 말하자면)에 어울리는, 동시에 원작의 감동과 여운을 완벽에 가까이 계승하는 영화다. 〈블레이드 러너〉는 〈블레이드 러너 2049〉 덕에 다시 한번 자신의 영화적 수명을 갱신해내기도 한다. 드니 빌뇌브의 영화 여정에 동참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2022년의 현실에서는 몇몇 글로벌 재벌이 인간의 우주 거주지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의 상상력은 그저 조금 느리게 진행되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
-
-
- 영화 <암살자들> 메인 예고편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당한다.
며칠 후 말레이시아 경찰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국적의
두 명의 여성을 사건의 범인으로 전격 체포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몰래카메라 연기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이 쇼를 기획한 일당은 완벽하게 종적을 감추었는데…
김정남 암살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
- 영화 <클리닝 레이디> 예고편
자칭 '사랑 중독자' 앨리스는 유부남 마이크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불륜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앨리스는 정신을 딴 데로 돌리려다가
화상으로 끔찍한 상처를 입은 여자 청소부 셸리와 가까워진다.
너무나 다른 겉모습과 달리 예상치 못한 유대감을 공유하는 두 사람.
그러나 셸리는 사실 외면보다 내면에 더 충격적인 상처를 안고 있었고,
앨리스를 '완벽하게' 만들어 주려는 셸리의 시도는 파국으로 치닫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