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4-10-08 08:01:45
[BIFF 데일리] 낙인의 틈새를 파고드는 한 노인의 묵직한 진심
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 리뷰

아침바다 갈매기는/The Land of Morning Calm
뉴 커런츠
Korea/2024/114min/
*시놉시스
어느 밤 젊은 선원이 사라진다. 늙은 선장은 선원이 바다에 빠졌다고 신고한다. 마을은 발칵 뒤집힌다. 선원의 어머니는 아들을 기다리며 매일같이 부둣가를 지킨다. 이내, 선원의 베트남인 아내에게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평생을 고집불통으로 살아온 늙은 선장이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있다.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박이웅 감독의 전작 〈불도저에 탄 소녀〉에서 김혜윤 배우(혜영)가 연기한 강렬한 캐릭터가 극을 추동했듯이, 두 번째 장편 〈아침바다 갈매기는〉도 윤주상 배우(영국)가 엄청난 묵직함으로 극을 견인한다. 두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건 각기 다른 감정이다. 혜영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하층민 소녀의 강렬한 분노에 휩싸여 있고, 영국은 헤아릴 수 없는 책임감으로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를 돌파한다. 두 사람은 깊디깊은 감정으로 무언가를 지키고 싶다.
조그만 어촌 마을에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영국의 배에서 일하던 젊은 어부(박종환 배우)가 바다에 빠져 실종된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이다. 남자는 바다에 빠진 게 아니라 보험 사기를 계획했다. 자신의 사망 보험금으로 베트남인 아내(카작 배우)와 어머니(양희경 배우)에게 보탬이 되고자 영국을 이 일에 끌어들인 것이다. 영국은 젊은 남자의 가족과 한 가족처럼 지내온 사이다. 늘 썩은 동태 눈깔처럼 의욕 없이 흐리멍덩하던 남자가 보험 사기를 계획할 때 눈이 반짝이는 걸 본 영국은 그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영국은 남자의 어머니와 아내에게까지 이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완벽한 일처리를 위해서다.
그러나 영국의 마음은 편치 않다. 동료 어부들, 해경이 차례로 수색을 멈추는 상황에서도 남자의 어머니는 바닷가에 의자를 놓고 우두커니 앉아 돌아오지 않는/돌아올 수 없는 아들을 기다린다. 베트남인 아내도 보험금이 얼마인지, 본국으로 돌아갈 것인지, ‘죽은’ 남편 대신 자신과 결혼할 생각은 없는지 등등 마을 사람들의 못된 관심을 마주한다. 그녀의 법적 지위에만 관심을 두고 그 외의 모든 맥락을 소거한 행정 관료들의 태도도 그녀의 어려움을 배가한다. 아들/남편이 죽은 줄로만 알고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두 사람 앞에서 영국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을 내린다. 영국은 남자의 아내에게 보험금을 갖고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사라진 남자의 가족이 겪는 참혹한 현실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며, 한국이 그녀가 살 만한 곳이 아니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2년 만에 남편은 죽고 국제결혼한 여자는 본국으로 보험금을 갖고 떠난다’는 통속적이며 저열한, 편견에 가득 찬 악의적으로 뻔한 이야기가 가진 힘에 비밀을 숨겨 남겨진 사람들의 새 출발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마을 주민의 말마따나, 평온한 일상 이면에 피폐한 생활로 인한 갈등과 반목 그리고 오래된 폭력이 꽉 달라붙어 도사리고 있는 이 마을은 이미 ‘끝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국은 과거 가족을 잃은 아픔을 통해 옆을 돌아보고, 그들에게 새 삶을 ‘시작할’ 힘을 준다. ‘야반도주’한 베트남인 아내를 두고 혀를 차는 마을 사람들을 뒤로하고 홀로 바다로 향하는 영국의 뒷모습에는 ‘끝’에서 ‘시작’을 길어낸 어느 노인의 뚝심이 놀라운 광채로 빛나고 있다.
박이웅 감독은 전혀 다른 질감의 두 이야기에서 모두 취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관계망을 조명한다. 그리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힘이 없는 인물에게 그 관계망을 지켜내라는 임무를 준다. 그들이 가진 무기는 관계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에서 비롯한 감정뿐이다. 그리고 감정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일상적 관계망이 소리소문없이 절벽으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수동적으로 구원을 기다리는 대신 적극적으로 ‘함께 살길’을 모색하는 박이웅 영화의 주인공들은 형형한 존재감을 뽐내며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스며든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힘과 의지를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환기한다. 이것이 박이웅 영화가 가진 미덕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 초청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 상영시간
10-06/09:00/영화의전당 소극장
10-07/10:30/CGV센텀시티 1관
10-08/15:30/CGV센텀시티 3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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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최근 지지부진한 마블은 <더 마블스>로 위기를 면할 수 있을까요? <더 마블스>의 예매율이 34%를 돌파하면서 예매율 1위에 올라섰는데요. 12년만에 4k 리마스터링으로 돌아온 <만추>와 <곤지암>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의 독특한 신작까지 같이 만나보아요.
더 마블스
The Marvels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SF | 미국 | 105분
감독: 니아 다코스타
출연: 브리 라슨, 테요나 패리스, 이만 벨라니, 박서준 등
개봉: 2023.11.08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캡틴 마블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냉혹한 크리족 리더 ‘다르-벤’의 영향으로 세 명의 히어로는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서로의 위치가 뒤바뀌게 된다. 뜻하지 않게 우주와 지구를 넘나들게 되는 예측 불가하고 통제 불가한 상황 속, ‘다르-벤’은 지구를 포함해 캡틴 마블이 고향이라고 부르는 수많은 행성을 모두 파멸시키려 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인 팀 ‘마블스’는 하나로 힘을 모으는데… 함께,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역대급 파장을 일으킬 마블의 NEW 팀업이 시작된다!
CINE PICK!
<더 마블스>는 전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MCU의 신작으로, 우리나라에선 박서준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큰 화제를 모았었는데요. 그는 노래로 모든 의사소통을 하는 행성 알라드나의 지도자이자 캡틴 마블의 파트너 얀 왕자 역을 맡아 캡틴 마블과 신선한 케미를 발산한다고 합니다. 또한 89년생의 신인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젊은 감독으로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MCU가 현재의 상황을 타파할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뉴 노멀
NEW NORMAL
ⓒ 네이버영화
개요: 스릴러 | 한국 | 113분
감독: 정범식
출연: 최지우, 이유미, 최민호, 피오, 하다인 등
개봉: 2023.11.01
배급: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시놉시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오늘, 당신의 공포는 일상이 된다
2023년을 사는 여섯 명의 인물이 각 챕터 주인공이 돼 극을 이끄는 옴니버스 영화
CINE PICK!
일상을 파고든 공포를 그려낸 영화 <뉴 노멀>은 <기담><곤지암> K-호러 마스터 정범식 감독의 스릴러 영화로 <뉴 노멀>은 서스펜스가 가미된 스릴러 장르이자, 로맨스, 블랙 코미디 요소가 곳곳에 더해져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예측불가한 감정을 끌어낸다고 합니다. 최지우, 이유미, 최민호, 펴지훈 등 엄청난 캐스으로 신선한 앙상블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입니다.
만추 리마스터링
Late Autumn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대한민국 | 113분
감독: 김태용
출연: 현빈, 탕웨이 등
개봉: 2023.11.08
배급: 에이썸 픽쳐스
시놉시스
수인번호 2537번 애나. 어머니의 부고로 3일간의 휴가가 허락된다. 그는,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중인 훈. 장난처럼 시작된 둘의 하루. 시애틀을 잘 아는 척 안내하는 훈과 함께, 애나는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호기심이던 훈의 눈빛이 진지해지고 표정 없던 애나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 오를 때쯤, 누군가 훈을 찾아 오고 애나가 돌아가야 할 시간도 다가오는데...
CINE PICK!
CGV가 로맨스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만추>를 단독 재개봉한다고 합니다. 2011년 개봉 당시, 현빈과 탕웨이의 여운이 남는 스토리로 관객과 평간의 사랑을 받은작품입니다.
괴인
a Wild Roomer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19분
감독: 이정홍
출연: 최경준, 박기홍, 이소정, 안주민, 이기쁨 등
개봉: 2023.11.08
배급: 영화사 진진
시놉시스
운전을 하던 목수 ‘기홍’은 자신의 차 지붕이 찌그러진 걸 우연히 발견한다 공사 중인 학원 앞에 세워 둔 차 위로 누군가 뛰어내린 사실을 알게 된 ‘기홍’은 범인을 찾자는 집주인 ‘정환’의 부추김에 늦은 밤 학원으로 향하고, 신원 미상의 인물이 창밖으로 도망치는 것을 목격하는데… “누군가 창밖으로 뛰어내린 밤부터 모든 것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CINE PICK!
설명할 수 없는 관계의 미스터리를 다룬 영화 <괴인>은 자신의 차 지붕이 찌그러진 것을 알게 된 목수 ‘기홍’이 범인을 찾으러 나서며 벌어지는 일상의 균열을 다루며 실제 어디선가 살고 있을 법한 사람들을 내세워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일을 스크린에 담았습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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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이라는 활로 쏘아올린 사회비판의 화살
촬영
<괴물>은 주로 수평과 수직 관계가 많이 등장한다. 주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괴물이 살고 잇는 하수구나 지하는 수평의 촬영으로, 높은 빌딩이나 괴물이 등장하는 다리 사이의 공간을 촬영할 때는 수직의 촬영을 이용하여 보는 이가 괴물의 위압감이나 등장 전의 긴장감을 이어가는 중요한 포인트를 촬영이 짚어준다.
비
'비' 라는 존재는 어떨까 생명의 힘이 깃들고 차분해지는 이미지도 있다마는 이 영화에서는 신비롭고 영롱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어둡고 잔잔한 분위기에서 괴물이 깜짝 등장했다고 생각해보자. 공포나 긴장감이 두 배로 나올 것이고, 괴물이라는 소재에 은연히 드러나는 사회 비판에 대한 어두움을 표현하기에 비 만큼 어울리는 배경은 없을 것이다.
사회비판
처음에 봤을 때는 그냥 괴물에 맞써 싸우는 가족들의 사투와 애환에 관한 내용일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유쾌하면서도 묵직하고 예민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걸 영화를 다 보고 깨닫게 되었다. 한강에 독극물을 타는 초반 시퀀스는 실제로 2000년에 있었던 독극물 무단 방류 사건을 생각내게 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 밖에도 정부의 미흡한 대처능력과 괴물이라는 소재가 아니라도 충분히 갈등이 벌어지는 문제들을 <괴물>에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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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이 트렌드가 된 세상 속 코믹한 결혼 보고서!
“4주 후에 뵙겠습니다.”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명대사가 최근엔 드라마 <굿 와이프>로 전이된 느낌이다. 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은 그만큼 이혼과 불륜이 만연되어 있다는 걸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혼이 트렌드(?)가 된 세상속에서 대사가 전하는 의미는 이혼숙려기간인 4주, 30일 동안의 시간은 무의미한 것인가? 2023년 추석에 개봉해 관객들의 지지를 받은 <30일>은 뻔하고 예상가능하며, 기시감 넘치는 로코이지만, 사랑과 기억에 대한 생가할거리를 준 코믹한 결혼 보고서다.
결혼식 날 나라(정소민)은 버진 로드 대신 식장 출구로 뛰쳐나간다. 그 이유는 백수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친 정열(강하늘)에게 가기 위해서다. 정열 또한 선배(윤경호)의 술집에서 한탄만 하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에서 나라에게 달려가던 참이었다. 이들의 마음은 통했는지, 술집 문 앞에서 마주쳤고, 집안의 반대에도 결혼에 골인했다. 역경을 딛고 사랑을 이룬 이들은 결말은 해.피.엔.딩. 이라고 하면 오산.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랑 보단 전쟁이 펼쳐지고, 이내 이들은 이혼을 결심한다. 가정법원에서 나와 30일 동안 이혼숙려기간을 보내야 하는 둘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입는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나라와 정열. 근데, 약속이나 한 것처럼 과거의 기억을 하지 못한다. 심지어 서로 결혼한 사이라는 것까지.
<30일>은 영화처럼 사랑했던 남녀가 결혼 이후 180도 변화가 되는 관계에 놓인다는 다소 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져온다. ‘결혼하니 배우자가 변하더라’ 하는 이 말을 오롯이 옮겨놓듯 연애할 때 좋았던 그 모습이 결혼 후에는 가장 싫어하는 모습이 되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초반에 깔아놓는다. 법원에서 이혼 사유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숱하게 마주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어디서 보고 들은 듯한 이 이야기는 기시감이 느껴질지언정 공감대를 확실히 형성한다. 보통의 부부보다야 좀 더 과장되고 과격하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건 연애와 결혼의 차이에 한 번쯤 겪었을 답답함. 웃픈 이들의 현실적인 모습은 교통사고 이후 벌어지는 황당한 이들의 동거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만든다.
남대중 감독은 기존 로코와의 차별화 포인트를 위해 ‘기억’이라는 키워드로 상상력을 펼쳤다고 말한 바 있다. 좋지 않은 기억이 없어진다면 죽일듯이 미워한 배우자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 뭐 이 또한 다수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용되었던 것이지만, 관객이라면 충분히 호기심을 가지게 한다. 연애 시절 당시 서로에게 반했던 순간과 포인트에 다시 물들고, 이내 점점 사이가 가까워지는 나라와 정열의 모습을 보면, 왜 인간은 오류를 범했음에도 또 다시 오류를 범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영화는 그게 바로 사랑이라고 답하는 듯 하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에서는 야구라는 스포츠가 등장하는데, 이들의 마음을 전하는 매게체로 사용되는 건 야구공이다. 마치 투포수를 연상시키듯 공을 던지고 받고, 다시 던지는 듯한 이들은 최고의 합을 맞춰가는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매번 포수의 사인에 맞춰 투수가 정확한 공을 던지지 못하고 실투도 하고, 그러다 홈런을 맞고 위기를 맞을 때도 있지만, 9회까지 진행하는 야구는 그만큼 다시 던지고 받고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와 순간이 많다. 그만큼 영화는 야구처럼 이혼 위기에 놓인 부부에게 그 기회를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그득하다.
이런 이야기를 갖고 있는 <30일>의 정체성은 코믹이다. <위대한 소원> <기방도령> 등 꾸준히 코믹 영화를 만든 남대중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자신만의 코믹함을 첨가한다. 앞서 소개한 두 영화만큼 B급 코믹은 줄였지만, 관객들을 웃기는 게 주 목표로 말하는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끝까지 밀고 간다.
그 중심에는 배우들의 몫이 크다. 강하늘, 정소민의 코믹 케미는 최고라 말할 수 있는데, 톰과 제리를 연상시키는 듯 서로 못잡아먹어서 안달난 이들의 코믹 연기는 그 자체로 폭소를 터뜨린다. 깐족거림과 비아냥, 뒷끝 작렬인 강하늘의 찌질함과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행동파로서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는 정소민의 연기는 매력 그 자체다. 코믹과 로맨스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 여기에 조민수, 김신영, 윤경호, 황세인 등 조연들의 코믹 앙상블도 그 자체로 재미를 전한다.
로코의 공식을 충실하게 이행하면서 빗는 웃음과 가족애는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는 하다. 하지만 신나게 웃으면서 결혼이란 대 환장극을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전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의의를 둘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1990년대 개봉한 박중훈, 최진실 주연의 <마누라 죽이기> 최민수, 심혜진 주연의 <결혼이야기>와 비교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결혼은 인간에게 가장 힘든 과정인 동시에 가장 행복한 과정이라는 걸 느껴보길 바란다.
사진 제공: 마인드마크
평점: 3.0 /5.0
한줄평: 이혼이 트렌드가 된 세상 속 코믹한 결혼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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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쳐야만 알 수 있는 본질, 그 끝에서 무너지다
애국은 무엇일까. 애국(愛國) : 자신이 속한 국가를 사랑하는 것, 이는 사전적 의미로서 국가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포괄적 해석이 가능한 애국이라는 단어는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가에 따라 상당히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이 영화에서의 애국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는 애국이 주는 어떤 영향까지도 세세하게 바라보면 더 곱씹으며 볼 수 있다. 한 국가의 공(功)과 과오(過誤)는 어떤 나라에도, 어떤 시대에도 존재한다.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제국주의는 세상을 덮었다. 모두에게 강요된 체제임에도 누군가는 순응하며 살았고 또 누군가는 체제에서 맞서고 있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모두가 바란 일이 아니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대륙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마주하게 된 유사쿠와 후미오는 지금의 삶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국가와 맞서게 되면서 이 영화의 본격적인 내용이 스파이의 ‘아내’인 사토코의 시선으로 펼쳐진다.
유사쿠가 행하는 애국의 과정에서 사토코는 사소한 오해를 갖게 된다. 거짓말하지 않기 위해 침묵을 선택했던 유사쿠의 행동에 거짓말인 것처럼 느껴졌던 가토 코는 사람 자체에 믿음을 가지며 믿음의 뿌리를 어렵사리 내린다. 사회 전반에 깔린 감시는 사회뿐만 아니라 개개인에게도 의심을 뻗치게 했다. 사회가 만든 감시와 침묵, 그 침묵의 대가는 방관이 되어 신뢰보다는 불신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계기가 된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침묵은 그의 편안한 삶을 위한 거짓말이 된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지금 일본의 모습이 이때 정착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깥세상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는 투명창과 체스판의 말처럼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사건의 참혹함을 목격해도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다른 걸까?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꽤 극단적으로 표현된다. 자국을 위해 무한의 충성을 행하는 이들과 진실을 위해 행동하는 이들이 비친다. 하지만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치우치지 않는 사토코와 같은 사람은 그 안에서도 길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쉽지 않은 일들이 빠르지도 않게 무너져야 할 것이 무너진다. 패망과 체제의 무너짐 앞에서 슬픔 속의 기쁨이 소용돌이 침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힘만큼은 놓지 않는다.
“난 절대 미치지 않았어요. 하지만 한편으로 난 미친 거예요. 적어도 이 나라에서 만큼은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각본으로 구로사와 기요시가 연출한 이 영화는 저예산으로 인해 장소에 대한 한계는 있었으나 영화 특유의 잔잔함과 일본의 과거사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자국의 모습을 색채 가득한 모습으로 미화하기보다는 스파이의 ‘아내’의 모습으로 투영하는 영화의 표현이 매력적이었다. 외부의 변수로 생략된 부분들이 아쉽게 느껴졌는데, 사회적 제약을 받지 않았다면 어떤 영화가 탄생했을까. 일본이 행했던 전쟁의 참혹함이 주변의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지금의 일본은 어떤 모습인지도 동시에 비추면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시원하게 드러낼 그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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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고양이들의 아파트
건물을 부수고 다시 세우는 재건축이든 상수도를 포함한 일대를 완전히 밀고 새롭게 만드는 재개발이든 집을 지키려는 사람과 지으려는 사람 사이의 갈등은 상대적으로 익숙했다. 중학교 교과서에서 보았던『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시발점이 되었고, 이후 훨씬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이 생겼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일 거다. 길거리에서 어른들의 대화를 들었다. 이번엔 재개발 진짜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그를 마주 본 상대방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십 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라고. 절대 못한다며 단정적으로 말했다. 어린 내게 이해하기엔 어려운 말이라 엄마에게 물었던 것 같다. 재개발이 뭐냐고.
엄마의 답은 간단했다.
이 동네가 없어지는 거야.
표현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기억난다. 놀라움과 걱정이었다. 아무리 내가 은색 대문 안 반지하 집을 싫어했어도 집은 집이었다. 쉬고, 먹고, 자고, 숨어있는 곳. 안전한 공간을 잃게 된다는 말에 불안해하자 엄마가 다독였던 것 같다. 그런 일은 안 생길 거라고.
그도 그럴 것이 이야기가 나왔다가 흐지부지 된 적이 여럿이랬다. 나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자들이 강경했는지, 그 외 어떤 이해관계가 얽혔는지는 모르겠다. 그런 것까지 이해하기엔 내가 너무 어렸고, 지금의 엄마에겐 흐릿하고 머나먼 옛이야기이니까. 뭐가 됐든 재개발 일정이 정해지자 그곳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은 이동해야만 했다.
누가 그랬던가. 집은 터전이라고.
재건축과 재개발은 아주 달랐다. 동네를 허무는 건 집이라는 공간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동네 언니들과 밤마다 놀던 작은 공원이, 그들에게서 자전거를 처음 배웠던 가로등 아래 골목이, 심심할 때마다 놀러 갔던 옆집 동생 네를 잃는다는 의미였다.
이런 건 어느 때고 준비가 될 리 없다. 그렇기에 멋모르는 상황에서도 쫓겨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훗날 이 공간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큰 골목에서 작은 골목으로, 그리고 모퉁이를 돌면 나오던 은색 대문을 가늠할 수 있을까. 2,000세대가 넘는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위해 헐어낸 무수한 가구들. 모든 것이 흙으로 뭉개진 광경을 펜스 너머로 보며 깨달았다. 모든 게 다 사라졌다고.
그런데 사람과 달리 붕괴와 파괴를 인지하지 못하는 존재들이 여전히 그곳의 거주한다면, 그 생명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사람들이 쓸쓸함을 느끼면서도 다른 곳에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할 때에 아무것도 모르고 여전히 그곳을 집으로 여기는 존재들을 누가 끄집어낼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의 출발점은 여기서부터다.
드론의 시선이 첫 장면이었다. 딱 보기에도 높은 직사각형의 건물들, 그 사이를 연결한 길목, 초록의 향연. 우리에게 무척 친숙한 아파트 단지.
초록이 우거진 이곳은 곧 흙으로 뒤덮인다.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잡았던 이들은 이미 떠났다. 오랜 세월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도, 마지막 식사를 챙겨주듯이 고양이 밥그릇에 음식과 물을 담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양이들은 약국 앞에서 햇빛을 쬐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길에 비비적대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 세상 구경에 한창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약국 문이 굳게 닫혔다. 철문이 내려진 채로. 특정 날짜까지 영업을 한다는 종이를 보고서 우리는 그 의미를 파악하지만, 고양이는 한결같이 오던 자리를 찾아온다. 사람들을 기다리는 거라고 확신할 순 없으나 적어도 그들의 터전이 사라지는 중임을 절대 인지하지 못하는 건 맞겠다.
겁도 많고, 경계심도 많고, 무엇보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들을 어떻게 무너질 건물 밖으로 이동시킬 수 있을까? 떠난 사람들의 자리를 메우듯 제 발로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으니, 동물권 단체인 '카라'였다. 거주민들과 구분하여 표기를 쉽게 하기 위해 단체 이름을 언급했을 뿐, 그들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집중해야 할 건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다.
몇 천 세대가 살던 단지를 돌아다니며 곳곳에 숨어있는 고양이들을 찾고, 사진을 찍는다. 기록을 위함이다. 고양이가 얼마나 있는지, 각각을 무어라 부를지 알아보고 고민하기 위한. 배식도 잊지 않는다. 캔과 물을 빈 그릇 곳곳에 채워 넣어 굶주리지 않도록 한다. 어쩌면 고양이들에겐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말을 걸고 있으니.
고양이 입장에서는 평화가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길에 떠도는 고양이들은 야생의 습성이 그대로 남아있어 사람 손을 탄 고양이들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예민하다. 사무실에 데려갔던 치즈가 딱 그러했다. 조금만 다가서도 하악질을 해대고, 사람이 손을 내밀면 할퀴거나 물고,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며 공간을 엉망으로 만들고. 이 고양이를 대하던 사람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왜 인상적이었냐 하면, 지긋지긋해 보여서다. 신념과 믿음, 그리고 사랑으로 똘똘 뭉쳤을 얼굴을 상상했는데 막상 마주해 보니 그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에 지친 어느 직장인이었다. 뭐가 다르다고 생각했던 걸까. 결국 고양이는 고양이고, 사람은 모두 사람인데. 그때서야 이 다큐멘터리의 흐름에 집중이 되었다. 아주 먼 이야기만은 아닐 것 같아서.
고양이들을 새로운 곳으로 인도하는 과정은 무척 많은 일을 요했다. 앞서 말한 고양이 기록과 배식은 손톱만치도 안 되는 수준으로. 무엇보다 가장 어려워 보였던 건 포획이다. 다친 걸 치료하든 검사를 하든 중성화를 시키든 케어를 하려면 고양이를 데려가야 하는데, 마구잡이로 쫓아다닐 수 없으니. 해치려는 의도가 전혀 없음을 고양이가 알 리 없지만 사람 또한 고양이의 마음을 모르니까 서로 비등비등한 셈 칠 수 있겠다.
이때 사람들의 모습은 꼭 고양이 같았다. 사냥감을 노리려고 조심히 다가서고, 들키는 순간 허탕 치고, 다시 때를 기다리고. 조심조심 살금살금, 그러나 재빠르게. 그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자신들이 도와주려는 동물들을 그들이 닮아가고 있다는 걸.
한 사람이 나비야, 나비야, 애달프게 고양이를 찾아다니다가 다른 고양이를 발견한 장면이 생각난다. 음식 먹기에 집중한 고양이에게 나비는 어디 있느냐고 묻는 태도가 무척 자연스러웠다. 이름을 붙여서일까. 고양이, 그러니까 사람과 다른 동물을 찾는 게 아니라 그냥 어떤 존재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답답함을 듣는 것 같았다.
2시간 가까이 그들의 고양이 터전 이동 작전을 보다 보니 작게나마 나의 시선도 달라진 기분이었다. 왜 고양이를 도우려는 건지, 무엇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는지, 어떻게 이 지난한 과정을 지속할 수 있는지 등 궁금증이 사라졌다. 그저 받아들였다. 습관처럼 체화된 일의 계기를 콕 집어 말할 수 있을까. 말한다고 한들 그게 얼마나 정확할까. 그때의 순간적인 감정과 지금의 행동은 결이 다를 수도 있는데. 처음은 처음이고, 지금은 지금일 뿐이다.
카페에서 한데 모인 사람들이 이 작전에 대해서 논쟁을 펼쳤다. 겉보기엔 똑같이 고양이 구조 활동을 하지만, 그 의도와 의미가 완전히 다른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이었다. 어느 한 분이 강경하게 말했다. 이건 고양이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대단한 희생도 뛰어난 모성도 아니라 그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고양이에게 자신들은 캔따개일 뿐이라는 그 말에 왠지 모를 웃음이 지어졌다.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자신의 생각을 특별히 꾸며내거나 돌려 말하지 않고 단호하게, 어찌 보면 날카롭게 찌르는 말투는 웬만큼 생각 정리가 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다. 특히 동물을 위하는 건 사람들의 모순된 반응(대단해/굳이?)이 양쪽에서 들릴 일이니 말이다.
나는 두 방향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원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이고, 나 또한 그 사람들과 비슷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한 채.
재건축 현장 주변에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그래서 고양이들을 해할까 봐, 모자와 외투로 존재를 가리며 아직 터전을 옮기지 못한 고양이들에게 또 한 끼를 건네는 사람들. 고양이가 사람처럼, 사람이 고양이처럼 되는 순간들. 끝이 없음을 알면서도 끝내지 못하는 마음들. 기꺼이 책임지려는 이들의 노력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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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비티>의 사운드 미학
영화 <그래비티>(2013)의 우주 비행사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은 우주 쓰레기 잔해 충돌로 인해 동료로부터 멀어진다. 우주에서의 고립은 무인도에서의 조난과 매우 다르다. <캐스트 어웨이>(2000)의 무인도 속 조난자에겐 소통의 대상이 있다. 살아 있지 않아도 괜찮다. 배구공에게 얼굴을 그려주고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 소통하면 된다. 이상해 보이겠지만 적어도 그 조난자에게 배구공은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소중한 존재다. 세상과 분리된 채 경험하는 철저한 고립, 완벽한 배제는 개체의 삶을 파괴시킨다. 그래서 <그래비티>의 우주는 무서운 공간이다. 스톤이 떠다니는 공간은 배구공은커녕 그 어떤 것도 없는 황량한 무(無)의 상태다. 이때 스톤이 의지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몇몇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스톤이 소리에 반응하는 몇몇 중요한 지점들이 있다.
홀로 남은 스톤이 모든 걸 포기하려는 때마다 등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동료 코왈스키(조지 클루니)의 목소리다. 우주 쓰레기 파편이 휩쓸고 지나간 뒤 혼자 남은 스톤이 좌절에 빠질 때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스톤을 붙잡는다. 프레임 중앙으로 멀어져 가는 스톤의 모습이 희미해질 때 즈음 지지직대는 소음과 함께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삽입된다. 코왈스키의 목소리, 이어서 그에 반응하는 스톤의 격양된 목소리는 깜깜한 우주 공간을 보며 희미하게 일렁이는 스톤을 찾으려는 관객이 그 순간 의지할 수 있는 가장 특징적이고 명확한 음향 표지이다. 이때 피어나는 스톤의 안도감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 전이된다.
스톤이 연료가 바닥난 소유즈에서 우주 관제 센터와 교신을 시도하는 장면도 떠오른다. 이때 스톤은 교신에 성공하지만, 상대는 우주 센터가 아닌 지구의 이누이트 통신사 아닌강이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스톤과 아닌강은 소통에 실패한다. 하지만 스톤은 개 짖는 소리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서로 다른 문화권일지라도 이런 소리는 특징적인 표지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때 스톤과 아닌강은 불완전하면서도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특별한 소통을 경험한다. 영화를 보는 상당수의 관객이 아닌강의 언어보다는 스톤이 구사하는 영어에 익숙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관객은 스톤처럼 아닌강의 말을 이해할 수 없지만, 개 짖는 소리나 아기의 울음소리는 관객들도 역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렇게 <그래비티>는 우주에 고립된 스톤과 지구 어딘가에서 그와 교신하는 아닌강 간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특별한 유대감을 사운드를 매개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다시 코왈스키의 목소리다. 코왈스키는 스톤을 다시 한번 구해낸다. 아닌강과의 교신 이후 산소를 줄여 죽으려 했던 스톤은 정신을 잃어가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이후 제시되는 코왈스키의 환영과 스톤의 대화 신이 끝나는 지점은 스톤을 부르는 프레임 바깥에서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이다. 극중 코왈스키의 목소리는 내재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프레임 바깥에서의 외재적인 음향으로 자주 동원된다. 처음 스톤이 고립된 상황에서도 같은 내재 공간인 우주 속 어딘가에 있는 코왈스키의 목소리는 외재적 음향 표지로 등장해 스톤이 처한 고립된 상황을 강조하고 다음 플롯으로 넘어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스토리 공간 속의 인물이 내는 소리를 내재적/외재적으로 적절히 변주하는 방식은 관객이 스톤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서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을 강조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래비티>는 이처럼 사운드가 유발하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보인다.
평자와 대중들은 공통적으로 <그래비티>가 훌륭한 우주 체험 영화라고 말한다. 우주 공간을 그려낸 수많은 영화와 <그래비티>를 비교했을 때, <그래비티>만의 영상미, 시공간 묘사와 촬영 기법 등은 분명히 이 영화를 매력적인 우주 체험 영화로 가공한다. 이때 여기에 사운드가 빠져서는 안 된다. 내가 말하는 사운드는 삽입된 사운드트랙, 작곡된 스코어, 믹싱으로 첨가된 음향 효과, 녹음된 인물의 대사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코왈스키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트는 팝송이나, 고증이 완벽하게 된 효과음 등도 물론 중요하고 우주의 공간감을 살리는 특수한 스코어나 음향 효과 역시 영화를 지탱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는 서사 전개의 스타일적 패턴이나 도구로 극을 이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사운드 미학은 거기서 더 나아간다. <그래비티>는 사운드만으로 관객이 인물과 시공간적 배경에 동화될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음향이 영화에 어떤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래비티>는 매력적인 사운드가 존재감을 뽐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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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앙투안은 얼떨결에 옛 애인의 딸 엘사를 보호하게 된다.
천사 같은 미소, 심장을 녹이는 애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5살 소녀가 낯설지 않다.
엘사도 앙투안에게 고백한다. "비밀이 있어요, 아저씨가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서로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면, 그건 우리가 특별한 사이이기 때문일 거야.
존재조차 몰랐던 우리,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