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4-10-10 11:40:26
부모가 되면 생기는 또 하나의 마음
- <와일드 로봇>(2024)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이미 많은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이야기해왔다. 예를 들어,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아버지 물고기 말린이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를 누비며 아들 니모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부모로서의 사랑과 헌신을 그린다. <라이온 킹>에서는 무파사가 어린 심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심바 역시 아버지의 가르침을 통해 성장하며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배운다. 이처럼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이야기는 보편적이며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다. 그래서 어쩌면 이 주제는 새롭지 않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드림웍스 스튜디오가 30주년 기념으로 내놓은 영화 <와일드 로봇>은 이 보편적인 이야기의 중심에 로봇을 배치해 색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로봇은 감정이 없고, 단지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향한 사랑을 느끼는 마음도, 따뜻함도, 고민도 없는 존재다. 이 로봇이 부모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감정이 생기고 변해가는 과정이 매우 따뜻하게 그려진다. 이 영화는 로봇이라는 존재를 통해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감정] 로봇 로즈의 무감정
로즈(목소리: 루피타 뇽오)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 로봇으로, 처음 등장할 때는 감정이 전혀 없는 기계적 존재로 묘사된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로즈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행동할 뿐,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다. 그는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며 동물들에게 여러 차례 도움을 주려 하지만, 동물들은 그를 경계하고 거부한다. 이 과정에서 로즈는 끊임없이 거절당하지만, 그에게서는 실망이나 슬픔 같은 감정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명령을 따라 행동할 뿐인 로즈의 모습은 기계적으로 느껴지며, 감정이 결여된 그의 행동은 차갑게 보이기도 한다.
어느 날, 로즈는 부모를 잃은 아기 새의 알을 발견하고 그것을 돌보게 된다. 하지만 그때도 로즈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단지 알을 보호하고 새끼 새를 키우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의 행동에는 사랑이나 애정 같은 인간적인 감정이 개입되지 않으며, 로즈는 자신이 왜 아기 새를 돌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그저 입력된 지시와 학습된 내용을 바탕으로 행동할 뿐이다. 이 모습은 마치 우리가 부모가 되기 전, 아이에 대한 감정이 없는 상태와도 비슷하다. 아이를 돌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이에게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는 상태에서 로즈는 그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이런 로즈의 무감정은 영화 초반부에서 관객들에게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게 다가온다. 그는 자신이 왜 아기 새를 돌봐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기계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이 무감정의 상태는 로즈가 점차 변해가는 과정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관객들은 무감정의 로즈가 어떻게 변해갈지, 그리고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를 지켜보게 된다.
[두 번째 감정] 아기 새 브라이트 빌의 따뜻함
아기 새 브라이트 빌(목소리: 키트 코너)은 로즈에게서 깨어난 뒤, 그를 엄마로 인식하게 된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기 새의 입장에서 로즈는 세상의 전부였고, 자연스럽게 그를 따르게 된다. 브라이트 빌은 로즈에게 끊임없이 다가가며 얼굴을 맞대고, 그의 주변을 맴돌며 애정을 표현한다. 이런 아기 새의 행동은 로즈를 당황하게 만들고, 로즈는 왜 브라이트 빌이 자신을 따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로즈에게는 애정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브라이트 빌과 로즈 사이에는 추억이 쌓이기 시작한다. 브라이트 빌은 로즈에게 의지하며 성장하고, 로즈는 그런 브라이트 빌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한다. 이 과정에서 로즈는 비로소 브라이트 빌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자신에게 따라오는 존재로만 여겼던 브라이트 빌이지만, 이제는 그의 존재가 로즈에게 중요한 의미가 되어간다. 브라이트 빌의 따뜻한 마음은 로즈를 변화시키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로즈에게 새로운 감정을 심어준다.
브라이트 빌과 로즈의 관계는 단순히 로봇과 아기 새의 관계를 넘어선다. 그들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가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서로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 브라이트 빌의 따뜻함은 로즈에게 감정을 가르쳐주고, 로즈는 그 감정을 통해 진정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배우게 된다. 이는 단순히 로봇과 새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감정] 부모의 사랑
시간이 지나며 로즈는 브라이트 빌의 엄마로서의 역할을 완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그는 브라이트 빌에게 수영을 가르쳐주고, 나는 법을 알려주면서 점점 더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브라이트 빌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마다 로즈는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느끼고, 그가 다칠까 걱정하며 지켜본다. 하지만 브라이트 빌이 스스로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로즈는 큰 감동을 받게 된다. 이 순간, 로즈는 자신이 브라이트 빌을 얼마나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깨닫는다.
영화는 로봇인 로즈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는 과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로즈는 이제 단순히 입력된 명령을 따르는 기계가 아니라, 진정으로 브라이트 빌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부모가 되었다. 로봇에게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하나의 시스템이 추가된 것처럼 표현하며, 그 감정이 어떻게 로즈의 행동과 사고를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로즈에게 생긴 이 새로운 감정은 기억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으며, 그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게 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결국 이 이야기는 부모의 사랑과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로즈는 로봇으로서 감정이 없는 존재였지만, 브라이트 빌을 돌보며 사랑을 배우고, 부모로서 성장하게 된다. 이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감정의 변화와 성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으며, 모든 부모가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
<와일드 로봇>에서 로즈는 단순히 브라이트 빌을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단지 프로그램된 임무로서 브라이트 빌을 돌보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로즈는 브라이트 빌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할 줄 아는 존재로 변해간다. 브라이트 빌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로즈는 자신의 몸을 던져 그를 보호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그의 안전을 지킨다. 로봇으로서의 본래 목적을 넘어, 로즈는 이제 브라이트 빌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된 부모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로즈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자신의 신체를 소모하면서까지 브라이트 빌을 보호하려 한다. 이는 부모가 아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편안함과 안정을 포기하는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자신의 시간을, 에너지를, 그리고 때로는 자신의 꿈과 욕구까지도 희생하게 된다. 로즈가 보여주는 이러한 희생은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결국,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를 위해 자신의 일부를 희생할 줄 아는 존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즈는 브라이트 빌을 위해 자신의 존재를 희생하며, 이를 통해 진정한 부모로서의 역할을 완성하게 된다. 이 영화는 로즈의 희생을 통해 부모가 되면서 얻게 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마음, 즉 아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줄 줄 아는 사랑을 깊이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는 부모와 아이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깊고 특별한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영화 <와일드 로봇>은 부모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로즈는 브라이트 빌을 돌보며 다른 동물들과 함께 아이를 키워낸다. 이는 아이를 키울 때 부모뿐 아니라 주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옛말처럼, 이 영화에서는 숲속에 사는 모든 동물들이 브라이트 빌의 성장과 독립을 위해 힘을 모은다. 그들은 브라이트 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그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돕는다. 이러한 공동체적 지원은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며, 영화는 이를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로즈의 변화 과정은 우리가 부모가 되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아이를 향한 마음, 조바심, 그리고 그 모든 행동들은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처음에는 감정이 없던 로즈가 브라이트 빌과 함께하면서 점차 감정을 배우고,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매우 감동적이며,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며,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이 영화를 꼭 보기를 추천한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크리스 샌더스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로봇과 동물이라는 이질적인 존재들 간의 관계를 매우 따뜻하게 그려냈다. 루피타 뇽오와 키트 코너, 페드로 파스칼 등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도 훌륭하여 캐릭터들에게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이 영화는 드림웍스 스튜디오의 30주년 기념작으로,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작품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관람하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성장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이 영화는 많은 가족들에게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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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서부시대 어떤 이들의 우정
제86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NYFCC) 작품상 수상과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후보를 포함, 세계 유수 시상식에서 24회 수상 및 143회 노미네이트를 했고 봉준호 감독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답고 시적이다”라는 찬사를 보내며 강력 추천했던 영화 〈퍼스트 카우〉 리뷰입니다. 국내에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정적인 스타일로 자연과 인물을 관찰하며 페미니즘적인 주제의식과 노동자 계급 등 비주류 사회를 주목해 온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켈리 라이카트의 7번째 장편 연출작이죠. 그녀의 작품 중 처음으로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지난 제26회 BIFF에 초청되어 특유의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좋은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시사회를 통해 미리 접했는데, 기존 19세기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흥미롭게 볼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을 찾으신다면 추천드리고 싶네요.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퍼스트 카우〉 줄거리 정보
쿠키에게는 우유를, 인간에겐 우정을
“새에겐 새집이, 거미에겐 거미집이, 인간에겐 우정이(The bird a nest, the spider a web, man friendship)”라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와 함께 화면이 밝아지고, 커다란 증기선 한 척이 허드슨강을 지나가며 시작됩니다. 그 옆으로 강아지와 함께 강변을 산책 중이던 한 소녀, 진흙으로 뒤덮인 땅에서 나란히 누워있는 두 개의 유골을 발견하게 되고 시간은 그들이 살았던 1820년대로 전환됩니다.
모피 사냥꾼들의 식량 배급을 담당하며 어느 마을을 향해가던 요리사 쿠키는 여느 날과 똑같이 주변 식재료를 수집하던 중 벌거벗은 채 추위에 벌벌 떠는 중국인 킹 루를 만나 일행 몰래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해 줍니다. 이후 마을에 도착하고 우연치 않게 다시 마주한 두 사람, 지낼 집이 없는 쿠키에게 루는 자신의 허름하고 좁은 집에서 지낼 것을 권하고 그렇게 함께 지내게 되죠. 그리고 곧이어 그의 베이킹 실력을 확인한 루는 마을의 권력자 팩터 대령이 소유한 유일한 젖소로 부터 우유를 몰래 짜 빵을 만들어 팔자는 계획을 제안하는데...
예고편│ Trailer
영제 : First Cow│감독 : 켈리 라이카트│원작 : 조나단 레이먼드의 2004년 단편 소설 〈The Half Life〉│각본 : 조나단 레이몬드, 켈리 라이카트│출연진 : 존 마가로, 오리온 리, 토비 존스 외 多│장르 : 드라마│상영 시간 : 122분│개봉일 : 2021년 11월 4일│국가 : 미국│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기자·평론가 8.5, 왓챠피디아 예상 3.8, 로톤 토마토 신선도 96% 팝콘 63%, IMDB 7.1, 메타 스코어 89점│수상 내역 : 85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작품상)│시청 가능 서비스 : 11월 4일 극장 개봉
감독의 세계관
마초적인 남성들이 서로 총구를 겨누며 혈투를 벌이는 야만적인 19세기 서부극을 흔히 떠올릴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같은 시대가 배경이지만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로 여성들의 비주류 사회를 비추던 감독이 이번에는 확실한 남성 중심의 시대를 선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고정된 사고를 깨부수는 변주를 보여주고 있죠. 백인이지만 언제나 사회로부터 떨어져 있던 유대인, 그저 생존이라는 위대한 도전을 이어온 중국인, 이렇게 힘의 논리로 지배되던 사회의 약자에 속한 그들을 통해 기존의 사고를 무너뜨립니다. 그렇게 옛날 서부극의 공식을 뒤엎는 평범한 일상 속 두 인물 사이의 대화만큼이나 견고해가는 우정과 연대에 대한 서사를 잔잔한 강물처럼 보여줍니다.
# 〈퍼스트 카우〉는 이러합니다.
예술 영화의 잔잔함
백인 주류의 서부 세계에서 두 사람은 바깥에 존재하면서도 서로를 의심하기보다는 우정이라는 따뜻하고 포근한 감정으로 더욱 가까워집니다. 벌거벗은 채 쫓기는 자신을 감싸준 친절에 혼자 지내기도 좁은 집으로 불러 함께 살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존재는 미약할지언정 결코 불안하거나 외롭거나 흔들리지는 않죠. 그렇기에 폭력이 난무하며 자본주의로 치닫는 사회에서 그들의 관계는 어쩌면 목숨이 오가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강렬함이 느껴지는 연기도, 속도감 넘치는 전개도, 드라마틱한 액션도 없고, 기존과 다른 1.37:1 화면비의 35㎜ 필름으로 프레임은 작고, 카메라는 고정돼 있으니 동적인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어쩌면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사람은 오래 바라보아야 가치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이 작품 역시 두 인물의 인종을 넘어선 우정에 집중하다면 “우리들의 집은 우정이 있는 곳이다"라는 감독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잔잔한 드라마를 찾으신다면 추천드리며, 이상 글쓰는 식팔이 모모파로였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한 줄 평 :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서부시대 어떤 이들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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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리 갱> - '거짓과 진실을 거둬낸 네드 켈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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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갱 (True History of the Kelly Gang, 2019)
개봉일 : 2021.08.31 (한국 기준)
감독 : 저스틴 커젤
출연 : 조지 맥케이, 러셀 크로우, 니콜라스 홀트, 에시 데이비스, 토마신 맥켄지, 찰리 허냄, 션 키넌
거짓과 진실을 거둬낸 네드 켈리의 이야기
혹시 Ned Kelly(네드 켈리)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지 모르겠다. 19세기 후반 오스트레일리아(이하 편의상 호주로 표기)에서 활동했던 은행강도인 네드 켈리. 네드 켈리가 왜 유명한가 하면 그는 단순한 도둑이 아닌 가난하고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해 핍박하는 자들의 물건을 훔치던 의적이자 공권력에 저항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호주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영국의 막강한 힘에 눌려 폭력과 불평등함으로 점칠 된 사회에서 시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저항했던 영웅이자 공권력이 가장 제거하고 싶어 했던 범죄자 네드 켈리. 그는 호주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홍길동과 임꺽정과 같은 인물이라고 한다.
교과서에서도 만나본 적 없는 네드 켈리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조지 맥케이 배우 덕분이었다. 그가 영화 <1917>의 히로인으로 주목받던 해, 자연스레 조지의 진중한 연기에 빠져들어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던 중, 내 시선을 순식간에 빼앗은 작품이 몇 개 있었다. 거친 표정과 단단하게 다져진 몸, 날카로운 눈빛. 지금껏 봐왔던 조지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라 강렬하게 다가온 네드 켈리의 모습을 보고 순식간에 온갖 물음표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대체 어떤 영화일까.”, “네드 켈리란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하지만 내가 이 영화를 처음 알았을 땐 영화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던 때였고, 솔직히 무자막으로 볼 용기는 또 없었다. 그래서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사진들을 찾아보며 속칭 존버-를 했다. 그리고 존버는 승리한다더니, 2021년 여름의 끝자락. 네드 켈리를 만났다.
<켈리 갱>엔 위에서 소개한 인물, 네드 켈리의 불안정했던 유년시절과 저항 정신을 가득 담은 켈리 갱을 창설하고 마지막 전투를 벌이던 26살까지. 그의 생애가 담겨있다. 투박한 글체로 적어내려간 네드 켈리의 편지를 바탕으로 재해석된 소설 <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우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딘가 아쉬웠다. 아무래도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소설과 2시간으로 일부 압축된 영화는 근본적인 정보량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영화 <켈리 갱>은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변화가 너무 갑작스러웠다고 해야 할까.
조지 맥케이의 내레이션과 함께 천천히, 아주 깊게 훑고 지나간 유년시절 부분까지는 정말 좋았다. 어린 네드 켈리를 연기한 배우 올란도 슈워드의 연기도 훌륭했으며, 그 위에 얹어지는 조지 맥케이의 정갈한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매력에 빠진 채 “이제 그토록 궁금해했던 네드 켈리의 이야기를 듣는 건가.”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초반부를 감상했다. 하지만 네드 켈리가 성장하고 각성하는 계기가 조금 갑작스럽게 느껴졌고 그의 전투엔 비장함과 결의보단 흥분이 조금 앞서는 느낌이었다.
지배받고 있는 나라에서 태어나 지배자들에게 억압을 받으며 슬픔과 분노를 안고 자란 아이가 어떠한 계기로 각성을 했다기보단 갑자기 어느 날 폭발해버린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별로였다, 재미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네드 켈리라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공들인 티가 역력했고, 배우들 또한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롭고 놀라운 액션들을 보여줬으며 카메라 안에 담아낸 광활한 배경 또한 정말 멋졌다. 결말까지도 참 좋았는데, 많은 기대를 해서 그런지 기승‘전’.. 전에 해당하는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만일 이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네드 켈리라는 인물 또는 시대 배경에 대한 정보를 조금 훑어보고 가는 걸 추천한다. 그가 왜 이토록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포인트를 미리 알고 간다면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억압의 시대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평범한 시민이 되기 위해 거칠게 저항한 네드 켈리.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전설처럼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켈리 갱>은 용감한 시민 네드 켈리와 그의 동료들에게 보내는 존경과 박수갈채를 담은 작품이다.
아쉬운 시점을 지나고 나면 약간의 벅찬 감정이 밀려오는데, 그 순간 정말 희한하게도 아쉬웠던 감정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 아쉬운 점은 분명 있었지만 조지 맥케이, 러셀 크로우, 니콜라스 홀트, 에시 데이비스와 같은 굵직한 배우진들의 연기 조합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누군가에겐 범법자로 낙인 되었던 그의 거칠지만 용감하고 진실된 일대기가 궁금하다면, 조지 맥케이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면 <켈리 갱>을 추천한다.
켈리 갱 시놉시스
폭력과 부패로 가득했던 시대
온갖 범죄로 세상을 더럽히는 무법자 ‘해리’와 부패경찰 ‘알렉스’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인들을 단죄한 전설적 영웅이자 세상이 버린 위대한 범죄자 ‘네드 켈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이야기는 1867년 호주. 네드 켈리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진실과 거짓으로 뒤섞여 범법자 또는 영웅으로 불리는 그의 일대기에서 진실과 거짓이란 이분법을 거둬낸 후 깨끗하게 다듬어 내놓은 인생의 시작점은 다소 휑하고 뻐근하게 다가온다.
나의 비를 막는 지붕이 되어줄 거라 생각했던 어머니 엘렌은 아무리 파내려 가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해리 파워에게 네드를 제자로 팔아넘겼고 해리 파워와 함께 다니며 이 넓은 세상에서 나를 지켜줄 자는 나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도 빨리 알아버린 네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마리 짐승 같은 남자로 자라게 된다.
무능하게 살다 감옥에서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 아버지, 여러 남자들을 거치며 서서히 네드를 지키길 포기한 어머니. 아직 어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동생들. 먼지만 날리는 땅에 살고 있는 네드 가족을 억압하는 영국 경찰들까지. 어린 네드가 감당하기엔 세상은 너무 거칠고 불공평했다. 그의 어린 시절은 빠르게 막을 내렸고 희망 또한 보이지 않았다.
신이 버린 땅에서 아버지를 잃고, 남은 가족들의 일부는 볼모로 잡힌 채 공권력 밑에 무조건 수그려야 하는 불합리한 삶. 네드는 이 삶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다. 억압된 사회의 진실을 감추면 숨이 막힐 것이고 편안한 길을 찾아 거짓을 숨기면 삶이 서서히 부패할 것이니 그는 진실된 사회를 되찾기 위해 거친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다.
네드는 원망스럽지만 잊지 못했던 가족들과 사랑에 빠진 여인 매리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이들의 삶을 위협하는 경찰들에게 대항한다. 그는 어릴 적에 발견한 아버지의 드레스에 담긴 저항정신을 그대로 물려받은 동생 대니와 친구 스티브, 오래된 절친 조니와 함께 흐드러지는 드레스를 입고 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네 명의 청춘들은 이 조직의 이름을 ‘켈리 갱’이라고 명했다.
네드는 부패한 공권력 대신 진실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지만 소수의 힘으로 거대한 권력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끝없는 도망 대신 맞서 싸우기를, 조용히 입을 닫기보단 우리의 역동적인 삶을 글로 남기기를 선택한다. 그는 평범한 시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죽음도 불사한 자신들의 피로 쓴 역사를, 신이 버린 땅이라지만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소중한 땅을 되찾기 위해 겪어야 했던 거친 여정을 틈틈이 적어나간다. 네드는 두서없고, 문법과 문장 규칙 따위는 하나도 배우지 못한 티가 역력하지만 후세에 전달할 가치가 있는 이 글을 자신의 미래인 아이에게 바친다.
광기와 날것의 분노가 가득했던 마지막 전투를 마친 네드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그 후 사람들은 네드가 남긴 기록을 보며 손뼉을 치고, 형장에 매달려 있는 네드의 모습에 박수 소리가 얹어진다. 이 박수는 네드의 후손들이 네드와 그의 삶에 보내는 박수갈채를 의미하려는 연출이 아니었을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고,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다 좋은 세상을 남겨주고 싶었던 남자 네드 켈리. 거짓에 물들지 않은 진실된 그의 삶은 예상보다 더욱 거칠었고 어쩐지 버거워 보였다. 그는 자신이 남긴 기록이 후손들에겐 낯선 이야기가 되기를 바랐다. 핍박받던 나의 삶이 나의 후손에게도 익숙한 이야기라면, 이 억울하고 답답한 현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이어져선 안될 역사지만 여전히 잊히기만 하고 사라지진 않고 있는 강자의 압제와 폭력들. 안타깝지만 그가 원하던 세상은 아직 완전하게 도래하지 못한 것 같다. 남은 건 그가 미래라고 칭했던 우리의 몫이니 우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피로 물든 저항의 역사를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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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개봉 예정 일본 영화.zip
안녕하세요!
오늘은 국내 개봉 예정인 영화 중 '일본' 영화를 중심으로
기대가 되는 작품을 모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٩( ᐛ )و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 네이버 영화
SYNOPSIS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여고생 ‘마오리’와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고 있는 평범한 남고생 ‘토루’의 풋풋하고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
CINE PICK
한국 누적 판매부수 40만 부를 돌파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화제작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연출한 츠키카와 쇼 감독이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옥의 화원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압도적 격투 능력만 있다면 최강의 여직원으로 칭송 받는 세계,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나오코가
싸움에 휘말리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오피스 코믹 액션.
CINE PICK
일본의 천재 개그맨 바카리즈무가 각본을 쓰고, 슈퍼 루키 루키 나가노 메이, 히로세 아리스가
출연하여 화제를 모은 작품 <지옥의 화원>.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국내에서 첫
공개를 하며 폭발적인 호평을 받아 관객상에 해당하는 넷팩상을 수상하였다.
어웨이크
ⓒ 네이버 영화
SYNOPSIS
프로 장기 기사의 꿈을 포기한 청년이 AI 장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새롭게 도전하는 내용의
영화.
CINE PICK
인간과 인공지능의 장기 대국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실화를 재구성하여 만들었기에
사실적이며, 몰입감이 뛰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이슈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관심 갖고 관람할 것 같다.
스즈메의 문단속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일본 각지의 폐허를 무대로, 여고생 ‘스즈메’와 수수께끼 의자가 함께 재해의 원인이 되는 ‘문’을
닫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치는 초대형 어드벤처 게이트 로드 무비.
CINE PICK
<스즈메의 문단속>은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를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일본 개봉 첫 주말에 133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신카이 감독 작품 역대 오프닝
스코어를 갱신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멈추지 않는 도전을 그린 영화
CINE PICK
누적 발행 부수 1억 2000만 부를 돌파한 명작 '슬램덩크'의 새로운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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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립 투 그리스: 두 남자의 인생 오디세이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아 참석한 영화 <트립 투 그리스>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이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같이 코로나19가 극성인 시대에는 여행을 떠나기도 좀처럼 쉽지 않다. 국내 여행은 어찌 어찌 간다손 치더라도, 해외 여행은 웬만해서는 꿈도 꾸지 못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세계 여행을 하지 못하던 그 옛날 쇄국의 시대로 돌아간 것만 같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방랑에 대한 욕망이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방랑욕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두 중년 코미디 배우의 여행을 다룬 이 영화, <트립 투 그리스>는 그에 대한 좋은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래에서는 필자가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몇 가지 관람 포인트를 짚어볼까 한다.
1. 논픽션 같은 픽션
소위 영국 영화판 "알쓸신잡"이라고도 불리는 이 영화는 유쾌함과 재치, 그리고 드라마까지 모두 잡았다. 실제 배우의 이름과 성향을 따와 캐릭터를 만든 만큼 픽션과 논픽션을 자유롭게 넘나드는데, 이 점이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게 한다. 실제로 이 영화는 두 인물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거나 피서지에서 휴가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 요리사들이 요리하거나 직원이 서빙하는 모습 등을 다큐멘터리의 방식으로 포착해낸다. 그래서 더욱 실감난다.
2. 영국판 알쓸신잡
주인공인 스티브와 롭은 그리스로마 신화 속 영웅인 오디세우스의 여정, 오디세이에 따라 그리스 곳곳을 누빈다. '트로이'에서부터 '이타카'까지! 그들은 각각의 명승지를 들러 훌륭한 요리를 먹고 재치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이때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의 깊이가 남다르다. 그저 헛소리라고만 치부하기엔 그 내용이 훌륭하다는 소리다. 두 배우는 오디세이 뿐만 아니라 그리스 신화, 성경, 그리고 20세기~21세기 유럽과 헐리우드 영화 속의 다양한 인물들의 일화를 소개하거나 패러디하며 각 여행지에서 해 보면 좋을 법한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그들의 유머는 때로는 시니컬하고, 때로는 심오하다. 다분히 영국적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영국식 유머를 꽤나 좋아한다!
3.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
잘난척쟁이인 스티브와 까불거리는 롭은 매사에 툭탁거리지만, 그들은 썩 어울리는 콤비다. 그러지 않고서야 4번에 걸친 여행길에 나설 리가 있겠는가? (그리스로의 이번 여행은 4번째 여행이라고 한다. 다른 시리즈를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과시적이고 알은 체 하길 좋아하는 스티브는 좋은 설명가가 되고, 롭은 현대인의 관점에서 그러한 역사에 대한 재치있는 반박을 제시한다. 관객은 그를 통해 어떤 역사적 사건이나 철학, 개념에 대한 관념을 더 풍부하게 키울 수 있다. 만약 두 사람이 단순히 서로 가르치기를 좋아하기만 하거나, 혹은 그 누구도 남에게 자기가 아는 것을 떠벌리길 좋아하지 않았다면, 애당초 이 영화는 성립되지 못했을 거니와, 설령 성립되었다하더라도 관객들의 재미는 반감되었으리라.
4. 희비가 엇갈리는 두 남자의 오디세이
이 영화가 탁월한 점은 단순히 '걸어서 세계 속으로' 식으로 끝나지 않고 그 안에 일정한 서사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헐리우드 영화처럼 스펙터클하지는 않다. 그들의 서사는 여행의 뒤편에 가려져 언뜻 보기에는 대단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두 사람의 여행의 과정을 트로이 전쟁 이후 방랑의 운명을 맞이 해야 했던 오디세우스와 아이네아스의 여정과 비교하면 두 사람의 서사는 좀 더 선명해진다.
영화 내내 스티브는 자신의 친구인 롭을 시종 깔본다. '너를 무시하려는 건 아니지만 나는 OO상을 7번이나 받았고...'라며 과시하는 그의 모습은 유치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나 대단했으므로, 옵저버 매거진의 화보 촬영에서 각각 희극과 비극을 상징하는 가면을 나눠 쓸 때조차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너는 코미디로 유명세를 얻었으니 희극 가면이나 써. 나는 정극 배우로 유명하니 이것(비극:찡그린 가면)을 쓰는 것이 좋겠어."(기억나는대로 썼다. 양해해달라!)라고.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에서 각각의 결말도 그대로 났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분명 함께 여행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이기를 갈망하던 스티브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이타카에 다다르지 못했고, 그러지 않았던 롭은 이타카에서 아내와 재회한다. 마치 오디세우스처럼 말이다. 대단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단순한 권선징악적인 이야기 구조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두 사람은 각각 얄미운 점도 있고, 재치있고 근사한 점도 있다. 그러니까, 악역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소리다. 우리는 오히려 두 사람에게서 우리의 인생 그 자체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역설의 연속이다. 그것은 이리저리 뒤엉킨 실타래와 같아서,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혹은 시기에 따라 희극이 되기도 하고, 비극이 되기도 한다. 상을 당한 후 이혼한 아내와 떨떠름하게 재회한 스티브의 결말은 과연 비극적이기만 한가?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극중 그의 운명이 '고향을 잃고 방황하게 되는' 트로이의 장수 아이네아스의 그것과 닮았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우리는 오히려 그의 인생이 '아이네아스'의 이야기처럼 언젠가 다시 희극적인 지점을 맞이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이 아이네아스는 훗날 이탈리아 남부에 정착해 로마의 선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아름다운 그리스의 마을들과 해안 풍경은 더할 나위 없는 볼 거리이다.
무더운 여름, 집안에만 있지 말고 극장에 나아가 이 여행기를 한번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떨까?
두 중년 영국 남자의 재치있는 수다를 듣다보면 어느새 당신의 영혼은 훌쩍 오디세우스의 배에 승선해 있을지도 모른다.
+) 이 영화를 단순히 유쾌한 미식 오디세이...라고 생각하고 관람한다면 실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는 것 많은 아저씨들의 수다쇼를 보고 온다고 생각하는 쪽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서사보다는 전체적인 구조에 주목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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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비정전 / Days Of Being W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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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며, 여러여자에게 마음을 주고 다니는 아비.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에게 1960년 4월 16일 3시 1분 전
당신과 함께한 나를 당신은 평생 잊지 못할것이라고 말하며 떠난다.
그리고, 그 말대로 수리진은 아비를 잊지 못하게 된다.
이후 아비는 또다른 여인인 '루루'를 만나게 되고,
그를 사랑하게 된 루루 또한 아비에게 집착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에게 말도 없이 떠나버린 아비.
결국 루루는 아비를 찾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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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낀점 /
왓챠에서 봤을때 아비정전 밑에
'재밌게 본 아이다호와 비슷해요'
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 말에 혹해서 보게 되었다.
근데 영화를 다 본 내가 느끼기엔 아이다호와 딱히 비슷한 점이
없는 것 같았다.
굳이 찾자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라는점?
그리고 단지 그 시절의 불장난이라는점?
이정도인것 같다.
내가 느끼는 마음의 상처의 크기는 아이다호의 상처가 더 큰것 같다.
거기서는 스콧이 계속 확신에 찬 말들과 사랑을 주었으니까.
이 영화에서의 '아비'는
좋게 말하면, 어릴적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사랑의 마음을 온전히 주는 방법을 모르는
안타까운 인물.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냥 남 마음가지고 장난치는 쓰레기이다.
그 얼굴을 하고 그런 멘트를 치면 안넘어갈 여자가 몇이나 될까?
내가 볼 땐 아무도 없을 것 같다.
난 아비 자신이 자신의 장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그것을 이용하는게 아니꼽게 보였고,
이런 생각이 아비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수그러뜨린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목적은
주인공의 상황을 보여주고 관객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게 아닌
'사랑'이라는게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주인공의 감정과 스토리보다는
사랑이라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자신을 잊지 못할거라고 말하며 수리진을 떠난 아비.
그런 아비를 좋아하는 수리진과의 대화를 잊지 못하는 경찰.
다른여자가 아비에게 버림 받은 상황을 보고서도 아비를 사랑하는 루루.
자신의 친구에게 매달리고, 자신을 매몰차게 걷어차는 루루를 좋아하는 아비친구.
누군가에게는 잊혀진 내가
누군가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사람일 수 있다.
사랑이란 그런 것 같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사랑이다.
화살이 엇나가는게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는 감정이 잔인하다는 것을 안다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가혹하게 대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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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짧은 순간에 겪은 일을
가장 길게 기억하게 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
그리고 난 경찰관의 사랑법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가장 젠틀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
마지막에 나오는 양조위씬이 진짜 레전드이다.
(속편의 주인공이 양조위라서 끝나기 2분전에 등장시켰는데
아비정전의 폭망으로 2편이 엎어지면서
그냥 갑자기 등장한 양조위가 되어 버렸다나...)
++ 그래서 그 후편의 느낌으로 찍은게 '화양연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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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평범한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6★/10★
우리는 일상에서 여러 감정을 느낀다. 슬픈 일이 있다가도 곧 기분이 좋아지고, 화르륵 화가 솟아올랐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 짓기도 한다. 특정 감정을 유발하는 사건이 또 다른 사건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람이나 대상을 만날 때마다 직전의 마주침이 야기하는 감정이 금세 또 다른 감정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의 모든 사건을 마비시키는 압도적인 감정에 사로잡힌 상태라면, 새로운 만남이 만들어내는 감정이 이전 만남이 남긴 감정을 대체하지 못한다. 극도로 화가 나 있는데 평소에 좋아하는 초콜릿을 한 입 먹는다고 감정이 좋아지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가라앉은 후 자식을 잃은 엄마들은 슬픔에 압도되어 내내 그 순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그들은 내내 자식을 잃은 커다란 슬픔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자식을 잃은 슬픔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곧잘 잊히고는 했던 그간의 아픔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감정이었다. 누군가는 칩거했고, 누군가는 우울에 빠졌으며, 누군가는 슬픔을 분노로 전환하고자 했다.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출발은 단출했다. 희생자 어머니를 위한 커피 수업을 하다가 다음은 어떤 활동을 해보면 좋겠느냐는 논의 과정에서 연극이 하나의 안으로 나왔다. 그러나 여러 가능성 중 하나였던 연극이 전달 과정에서 엄마들의 적극적 요청으로 왜곡(?)되는 해프닝이 생겼고, 그렇게 극단이 꾸려졌다.
연출자는 제일 먼저 코미디 대본을 읽게 했다. 아이를 잃은 엄마들이 평소라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일이지만, ‘연극’이라는 예술의 형식이 적당한 빌미가 되어주었다. 연기는 ‘타자 되기’의 행위다. 평소의 내가 도저히 하지 않을 법한, 생각지도 않은 일과 감정이 내 것인 양 굴어야 한다. 이는 슬픔밖에 느끼지 못한 엄마들이 다른 감정을 ‘느끼는’ 계기가 되어준다. 이후 노란리본은 본격적으로 창작극 〈장기자랑〉 연습에 돌입한다. 수학여행을 가기 직전 고등학생들이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내용으로, 세월호를 타기 전 아이들이 느꼈을 법한 기대와 설렘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작품이었다. 엄마들은 연극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아이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슬픔이 회상을 독점하지 않는다. 수학여행 공연을 위해 친구에게 옷을 빌린 아이가, 랩을 좋아하던 아이가, 모델을 꿈꾸던 아이가, 만화 〈원피스〉를 좋아하던 아이가 수학여행 직전에 느꼈을 법한 기분 좋은 설렘이 엄마에게 전해지고, 이는 곧 연기를 통해 엄마의 감정이 ‘된다’. 엄마들이 슬픔이 아닌 다른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놀라운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엄마들은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를 두고 은연중에 경쟁한다. 질투도 느끼고 실제 다툼까지 발생한다. 실제로 몇몇은 극단을 떠나기도 했다. 더 비중이 큰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는 욕망은 연기할 때와 마찬가지로 엄마들에게 그들이 잃어버린 일상적 감정을 되돌려줬다. ‘경찰청창살~’을 연신 반복하며 발음 연습을 하는 한 엄마/배우의 모습에서 이제 더는 슬픔만이 엄마 감정의 모든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런 변화는 굉장히 더디다. 기존의 압도적 슬픔과 섬세히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혹시 코미디 톤으로 고등학생 연기를 하는 자신을 보며, 먼저 간 자식이 ‘우리 엄마는 내가 떠났는데도 저렇게 밝네’라고 생각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는 한 엄마의 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이들에게 슬픔은 다른 감정으로 대체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근간으로 삼아 다채롭게 펼쳐내야 할 무언가다.
가장 큰 도전은 단원고에서의 공연이었다. 엄마들도 무대 위에서 무너질까 걱정이고, 연극을 관람할 학생들의 마음 역시 굉장히 세밀하게 신경 써야만 한다.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마치고 서로를 포근히 안아주는 장면에서, 우리는 슬픔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 즉 슬픔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연대의 토대로 만드는 법을 가늠해볼 수 있다. 자신을 잠식한 슬픔을 잊지 않으면서도 이를 다른 ‘평범한’ 감정과 조율해나가는 노란리본의 여정을 담은 영화 〈장기자랑〉은 세월호 유가족의 치유뿐 아니라 문화예술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넉넉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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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뮤지컬로 만들었지? / 호불호가 갈리는 뮤지컬 형식 / 조커와 할리퀸 / 강렬한 레이디 가가의 연기 / 역시 호아킨 피닉스 / 반전 있는 결말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조커: 폴리 아 되"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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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묘 - 굿판을 깔아준 베테랑 선배들과 칼춤을 추는 젊은 천재 후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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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내에 이도현 배우가 맡은 배역(봉길)의 이름을 '봉림'이라고 잘못 표기해둔 부분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조금더 유의하여 영상 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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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티저 예고편
예기치 못한 일로 자허의 어머니는 2년 전 살해됐다. 이 일로 자허와 그녀의 아버지는 인생의 중심을 잃는다. 레슬링팀에서 은퇴한 후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한 자허의 아버지는 도축장에서 육류 배달업자로 일하고 이로 인해 자허는 놀림을 받는다. 외롭고 무기력해진 그녀는 수치심과 불공정에 맞서기 위해 본인만의 도덕 규범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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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모탈 컴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