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10-22 17:45:07
보통의 가족 | 차분하나 팽팽하고 부조리한 가족드라마
<보통의 가족>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돈만 벌면 된다는 태도로 반성 없는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형 ‘재완’(설경구)과 공정함과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 의사 동생 ‘재규’(장동건). 전처와 사별한 재완은 필라테스, 요가 등 여러 자격증을 따고 자기 관리에 철저한 '지수'(수현)와 재혼하고, 재규는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 시부모의 간병까지 빈틈없이 해내는 ‘연경’(김희애)과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누린다.
어느 날, 평온하던 이들의 가정과 일상이 돌연 깨진다. 재완의 딸 '혜윤'(홍예지)과 재규의 아들 '시호'(김정철)가 학원을 째고 놀다가 길거리에서 노숙자를 폭행해 중상해를 입힌 현장 CCTV 영상이 뉴스로 보도된 것. 재완과 연경은 즉시 혜윤과 시호를 지키려 하고, 재규는 시호의 잘못을 인정하려고 하면서 가족 간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하지만 재완이 충격적인 진실을 발견하면서 네 가족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영화관에서 봐야 되는 가족 드라마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관객들 사이에서 익숙해진 표현이 있다. '영화관에서 봐야 되는 영화.' 비싸진 영화 티켓을 구매해서라도 스크린으로 봐야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지칭하는 말이다. 아이맥스나 돌비시네마로 보면 더 좋고, 특별관이 아니더라도 영화관이라는 환경에서 봐야만 그 감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 <탑건: 매버릭>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이 표현이 붙는 작품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아이맥스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작품 또는 거대한 스펙터클을 기대할 만한 블록버스터 영화인 경우가 많다. 전자는 <오펜하이머>, 후자는 <듄: 파트 2>인 셈이다. 대부분의 한국 영화 혹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작품들은 '영화관에서 봐야 진가가 나온다'와 같은 평을 받지 못했다.
허진호 감독의 9번째 장편 영화이자 제48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보통의 가족>은 다르다. 겉보기에는 평범하다. 일단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할 법한 작품은 아니다. 등장인물은 줄이고 활동반경을 넓힌 <완벽한 타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의외로 <보통의 가족>은 영화관에서 봐야 진가가 드러난다. 스크린 가득한 배우의 표정과 제스처, 그리고 음향을 느껴야 비로소 맛이 사는 가족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차분하나 팽팽하게
<보통의 가족>은 제목에 충실하다. 미디어에서 흔히 묘사되는 한국 가족의 전형이 집약되어 있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 누가 어머니를 어디에 모실 지를 두고 갈등을 빚는 형제. 며느리 간의 갈등. 입시 때문에 학원 뺑뺑이에 시달리는 아들. 부모 몰래 탈선하는 딸까지. 많은 주인공 중 어느 누군가에게는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밖에 없는 판이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자칫 주말이나 아침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막장극으로 흐를 여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보통의 가족>은 절묘하게 균형점을 잡는다. 가족의 특성을 활용했다. 누구든 부모이기에, 또 자식이라서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이 있다. 영화는 그 감정을 최대한 끄집어내면서 상황이 급작스럽게 반전되더라도, 입장이 달라져도 수긍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다.
극장에서 보는 <보통의 가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난다. 수시로 바뀌는 주인공들의 심경을 애써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배우들의 연기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자기가 폭행한 노숙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죄책감이 없는 혜윤이를 보면서 재완은 충격에 빠지는 순간이 대표적이다. 같은 소식을 들은 재규가 병원 구내식당에서 밥과 반찬을 입에 쑤셔 넣는 장면도 그의 심경을 꾸밈없이 전달한다.
사운드도 인상적이다. 갈등이 극에 달해 분노가 터지는 순간 적막만이 가득한 식으로 음향을 역이용한다. 재완이 혜윤과 사무실에서 상담하는 장면에서는 대화 내용이 들리지 않는다. 그 덕분에 그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혹은 내렸는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재규와 연경이 차에서 말싸움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정보를 선택적으로 주면서 온전히 각 인물의 감정선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허진호 감독다운 심리 묘사가 빛을 발한다.
흥미롭고 야심 찬
더 나아가 전개도 흥미롭다. 두 형제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는 과정이 극의 핵심이다. 타락한 변호사 같던 재완과 정의만을 추구하던 소아과 의사 재규. 그들의 자녀 혜윤과 시호가 노숙자를 폭행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고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둘의 입장은 뒤바뀐다. 재완은 어른의 부모의 도리를 하자고 동생을 설득한다. 반면에 재규는 오직 자기 아들과 가족만 살리는 게 중요하다며 폭주한다.
특히 두 형제의 직업이 꽤 의미심장하다. 변호사와 의사. 한국에서 오랫동안 문과와 이과를 각기 상징하는 전문직. 어찌 보면 한국의 대표적인 엘리트 직업이다. 이는 <보통의 가족>이 자칫 작위적이라고 느낄 만큼 다양한 사연을 한 가족에게 쑤셔 넣은 이유와도 이어진다. 그저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보여주는 메타포로써 활용하려는 야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통의 가족>은 마치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한국의 부모 세대, 더 넓은 범주에서는 한국의 엘리트들이 어떻게 가족을 대하며 다음 세대를 길러내고자 하는지를 묻는 셈이다. 즉,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봤을 때 과연 한국 사회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미래 세대가 겪는 아픔과 문제를 눈 감고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든 고쳐야 하는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물론 거시적 관점에서는 대답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보통의 가족>은 미시적 차원에서 거시적 문제를 다루기에 긴장감이 극대화된다. 의사 동생을 활용해 딸의 봉사 실적을 꾸미는 식으로 아이들을 닦달한 결과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채찍질에 지친 아이들에게 잘못의 책임을 온전히 돌릴 수 있는지. 그들이 자기 자녀일 때 공정한 선택을 할 수 있는지. 한국 사회의 난맥상이 한 가족의 모습에 한가득 담겨 있다.
솔직하나 겸허하게
그래서일까? <보통의 가족>은 허무한 듯 놀랄 만큼 솔직한 결말로 놀라움을 안긴다. 재완과 재규는 마지막까지 평행선을 달린다. 공정한 정의를 추구했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듯 보이는 아들 때문에 생각을 바꾼 동생. 가족만 바라보다가 죄책감도, 책임감도 느끼지 못하는 딸을 보며 정의를 쫓기로 결심한 형. 결국 동생은 형을 문자 그대로 들이박는다. 미래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현상을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재완과 재규의 선택마저도 한국 사회를 닮았다.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없어서 어떤 미래를 그려야 할지 아무도 답을 주지 못하는 사회가 두 형제에게서 보인다. 흥미롭게도 <보통의 가족>은 이 상황에서 단언하여 답을 주거나 대단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단지 오프닝과 결말이 이어지는 묘한 수미상관으로써 두 형제 모두에게,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꼬인 실타래의 책임이 있다고 암시할 뿐이다.
상업영화로서는 이 선택이 실망스러울 수 있다. 숱한 갈등을 열린 결말에 가깝게, 싱겁게 해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조와 흐름, 메시지를 함께 고려하면 오히려 인상적이다. 답을 모른다는 사실을 솔직하고 겸허하게 보여주는 용기가 억지스럽지는 않으니까. 다 같이 웃는 가족사진을 보여주면서 진정으로 행복한 가족과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를 묻는 에필로그가 신선하지는 않아도 여운을 남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리하나 안이한
그러나 <보통의 가족>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가족 구성원 중 일부의 시점이 부재하다는 것. 바로 아이들의 시점이 찾아볼 수 없다. 철저히 부모의 시선으로, 기성세대의 시점에서 젊은 세대와 아이들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예를 들어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는 클리셰처럼 쓰이고, 시호의 학교 폭력 문제는 발단부터 해결까지 중요성에 비해 지나치게 간단히 짚고 넘어간다.
물론 이 소재들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도구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맞다. 다만 다른 어른들을 보여주는 세밀한 묘사에 비해서는 아이들이 지나치게 기능적으로 사용된다. 그 결과 혜윤과 시호는 알 수 없는, 그저 악의만 지닌 평면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시호는 눈앞의 상황만 벗어나기 위해 부모도 손쉽게 속일 수 있는 전형적인 비행 청소년이고, 혜윤은 사이코패스일 뿐이다.
결국 메시지도 무뎌진다. 가족 드라마에 빗대어 한국 사회 문제를 보여주려는 게 <보통의 가족>의 의도다. 그런데 그 의도가 정작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를 바라보는 고정관념 섞인 시선을 드러낸다. 젊은 세대를 잘못 자란, 이해할 수 없는, 악마화된 존재로 그리면서 한국 사회가 겪는 갈등을 입체적으로 풀어낼 기회를 놓치고 만다. 예리한 야심과는 달리 <보통의 가족>의 끝이 평범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Acceptable 무난함
차분하나 팽팽하고, 솔직하나 겸허하고, 예리하나 안이하게 담아낸 한국이라는 가족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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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연기를 선보이는 강아지 출연 영화 모음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부쩍 따뜻해진 날씨에 정말 봄이 온 것만 같아 설레는 기분이에요.
그런데 여러분, 혹시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계신가요?
바로 '국제 강아지의 날'인데요, 매년 3월 23일에 반려견에 대한 관심과 인식 개선 촉구 및 버려지는 유기견을 보호하고 입양을 권장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랍니다.
영어로는 'National Puppy Day'라고 해요.
저는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강아지 사진을 찾아보는데요, 어쩜 그렇게 다들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불행하던 삶에 한순간에 행복해 지곤 해요. 그런데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이유로 강아지를 데려와 키우다가 무책임하게 버려버리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죠. 하지만 강아지는 물건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질렸다는 이유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생명을 내팽개치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런 뜻깊은 취지를 가진 '국제 강아지의 날'을 기념해 강아지가 출연한 영화 8편을 가져와 봤어요.
명연기를 선보이는 사랑스러운 강아지의 모습에 함박웃음이 지어지다가도 가슴 찡한 장면에는 눈물이 주룩 흐르는! 감동적인 강아지 영화와 영화 속 명대사들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게요.
그럼 시작해 볼까요?
베일리 어게인(2017)
A Dog's Purpose
ⓒ 네이버 영화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트립, 섀도우, 몰트 등
장르: 모험, 코미디,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0분
귀여운 소년 ‘이든’의 단짝 반려견 ‘베일리’는 행복한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다시 시작된 견생 2회차, 아니 3회차?! 1등 경찰견 ‘엘리’에서 찰떡같이 마음을 알아주는 소울메이트 ‘티노’까지! 다시 태어날 때마다 성별과 생김새, 직업(?)에 이름도 바뀌지만, 여전히 영혼만은 사랑 충만! 애교 충만! 주인바라기 ‘베일리’ 어느덧 견생 4회차, 방랑견이 되어 떠돌던 ‘베일리’는 마침내 자신이 돌아온 진짜 이유를 깨닫고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하는데…
ⓒ 네이버 영화
So, in all my lives as a dog, here's what I've learned.
Have fun, obviously.
내가 개로 살면서 깨달은 건 이거야.
즐겁게 살아.
Don't get all sad faced about what happened andscrunchy-faced about what could.
Just be here now.
지나간 일로 슬픈 얼굴 하지 말고
다가올 일로 찌푸리지 마.그냥 현재를 살면 돼.
ⓒ 네이버 영화
Humans are complicated.
They do things dogs can't understand.
Like 'Leave.'
인간들은 복잡해.
그들은 개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하잖아.
'이별하는 것' 같은.
마음이...(2017)
Hearty Paws...
ⓒ 네이버 영화
감독: 박은형, 봉수
출연: 달이, 유승호, 김향기 등
장르: 가족,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7분
11살 나이답지 않게 듬직한 소년 찬이, 그리고 찬이의 6살 배기 떼쟁이 여동생 소이. 이렇게 두 오누이는 집을 나간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살고 있다. 어느날 찬이는 강아지를 갖고 싶어 떼 부리는 소이를 위해 생일 선물로 갓 태어난 강아지를 한 마리를 훔쳐온다. 소이는 엄마가 자기 마음을 알고 보내준 것 같다며 강아지 이름을 마음이라 짓는다. 그렇게 세 식구가 된 찬이, 소이, 마음이는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한 한때를 보내게 된다. 어느덧 1년이 지나고 이제 마음이는 찬이가 없을 때 소이를 친구처럼, 오빠처럼 돌볼 만큼 큰 늠름한 개가 된다. 그 해 겨울, 꽁꽁 언 강변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잊은 채 신나게 썰매를 타던 세(?) 남매에게 예기치 못한 불행이 찾아온다. 살얼음이 깨지면서 소이가 물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소이를 잃게된 찬이는 그 모든 것이 마음이 때문이라 생각하고 무섭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엄마도 떠나고 소이도 떠난 그 집이 싫어진 찬이. 소이의 유품인 분홍색 책가방을 챙겨 메고 찬이도 어디론가 떠난다. 홀로 남겨진 마음이는 찬이를 찾아 나서는데. 과연 마음이는 찬이를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찬이는 마음이의 진심을 알게 될까?
ⓒ 네이버 영화
마음아 나 너한테 고백할 게 있어.
사실 나 너 훔쳐 왔다.
소이가 생일이었는데 강아지가 갖고 싶다잖아.
미안해, 너도 엄마 많이 보고 싶었을 텐데...
ⓒ 네이버 영화
이제 헤어지지 말자.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너 꼭 지켜줄게.
하치 이야기(2010)
Hachi: A Dog's Tale
ⓒ 네이버 영화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리차드 기어, 사라 로머, 조안 알렌 등
장르: 가족,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3분
1923년 12월, 아키다현 오오다테. 흰눈이 소담스레 내리는 어느 겨울날, 흰눈처럼 하얀 하치가 누렁이, 검둥이 형제들과 함께 태어난다. 아키다현청 토목 과장은 그중 하얀 강아지를 자신의 은사인 동경제대 농학부 교수 우에노 박사에게 보내기로 한다. 태어난지 한달, 세상에 눈뜨기도 전에 강아지는 동경으로의 낯선 여행을 시작한다. 동경 시부야에 우에노 교수 댁에 보내진 흰둥이. 하얀 색 털과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강아지는 단번에 식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유독 애정을 느끼는 우에노 교수는 힘차게 땅을 박차고 서있는 이 강아지를 보고 八자라는 뜻의 '하치'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볕드는 마루에서 하치의 벼룩을 잡아주고, 첨벙첨벙 목욕도 함께 하는 우에노 교수님의 하치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서 부인이 질투할 정도다. 하치는 교수님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교수님의 사랑에 보답이라도 매일 시부야 역으로 출근하는 교수님을 배웅하고, 저녁에는 마중 나가며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 도중 쓰러지신 교수님은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이를 모르는 하치는 매일같이 시부야 역에서 교수님을 기다린다. 한해, 두 해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우에노 교수를 기다리는 하치. 1935년 3월 8일, 눈내리는 시부야 역에서 긴 기다림 속에 하치도 영영 눈이 되어 버리는데.
ⓒ 네이버 영화
Hachi, my friend, Parker is never coming home.
But if Hachiko wants to wait, then Hachiko should wait.
You want to wait for him, don't you?
Have a lonv life, Hachi.
하치, 파커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 더이상 기다릴 필요 없단다.
그렇지만 너가 기다리고 싶으면 기다리렴.
그를 기다리고 싶은 거잖아, 그렇지?
오래오래 살려무나 하치야.
ⓒ 네이버 영화
They taught me the meaning of loyalty.
That you should never forget anyone that you loved.
And that's why Hachi will forever be my hero.
그들은 제게 충성심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하치는 영원한 저의 영웅입니다.
리틀 큐(2020)
Little Q
ⓒ 네이버 영화
감독: 나영창
출연: 임달화, 양영기, 나중겸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독특한 반점을 지닌 매력 덩어리 강아지 리틀 Q. Q는 진 씨 부부의 사랑과, 안내견 훈련사 ‘사이먼’의 세심한 훈련을 거쳐 까칠한 맹인 셰프 ‘리’에게 매칭된다. 실명으로 인해 성격이 예민해진 ‘리’는 여러 번 Q를 내쫓지만, Q는 충직하게 그의 곁에 머물며 그에게 큰 힘이 된다. 그러한 충성심에 힘입은 ‘리’는 이제는 반려견이 된 Q와 함께 디저트를 연구하며 세계를 누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리’는 병을 얻게 되고 둘은 이별을 직면하게 되는데..
ⓒ 네이버 영화
Dogs are color-blind, so they can see the world only in black and white.
That's probably because they left us all the beautiful colors.
개는 색맹이라서 흑백으로만 보인대.
그건 아마 우리에게 아름다운 색을 남겨주었기 때문일 거야.
ⓒ 네이버 영화
As Q gave me so many things,
I'll be with him no matter how much time has left for us.
Q는 나를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주었어.
그러니 Q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든 난 같이 있어줄 거야.
말리와 나(2020)
Marley&Me
ⓒ 네이버 영화
감독: 데이빗 프랭클
출연: 오웬 윌슨, 제니퍼 애니스톤 등
장르: 코미디, 드라마, 가족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인생 Stage 1. 행복했던 그들에게 기상천외한 선물이 도착했다?! 일과 가정 모두 완벽함을 추구하는 제니(제니퍼 애니스톤)와 그녀와는 정반대로 꿈을 좇으며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존(오웬 윌슨).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제니와 존은 뜨거운 열애 끝에 마침내 결혼에 골인하고 따뜻한 플로리다에서 신혼의 달콤함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존은 새로운 가족을 원하는 제니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데… 인생 Stage 2. 매일매일이 살얼음판~ 그래도 우리는 가족입니다! 하루 아침에 생긴 사랑스러운 가족, 강아지 ‘말리’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제니와 존. 하지만 가족이 늘어간다는 건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치는 사고뭉치 말리 때문에 제니와 존은 스펙터클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자신들의 곁을 지키는 든든한 ‘말리’ 덕분에 점점 가족의 의미를 알게되는 존과 제니. 하지만 이들에게도 이별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 네이버 영화
A dog doesn't care if you're rich or poor, educated of illiterate, clever or dull.
Give him your heart and he will give you his.
강아지는 당신이 돈이 많든 없든, 교육을 잘 받았든 못 받았든, 똑똑하든 멍청하든 상관하지 않아요.
그저 당신의 마음을 다해 사랑하면, 그 아이도 당신을 사랑해 줄 거에요.
ⓒ 네이버 영화
Such short little lives our pets have to spend with us,
and they spend most of it waiting for us to come home each day.
강아지들의 생은 너무나 짧잖아요,
그런데 그들은 그 대부분의 시간을 매일 우리가 집에 오길 기다리는 데 써 버려요.
벨과 세바스찬(2013)
Belle and Sebastian
ⓒ 네이버 영화
감독: 니콜라스 배니어
출연: 펠릭스 보쉬, 체키 카료, 디미트리 스토로지 등
장르: 모험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8분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 알프스 언덕. 6살 꼬마 세바스찬은 할아버지와 함께 양떼들을 돌보며 지내고 있다. 어느 날 마을의 양떼가 습격을 당하고 마을 사람이 다치는 사건까지 발생한다. 할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은 옆 마을 양치기에게 쫓겨난 미친 개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고, 알프스 언덕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세바스찬은 떠돌이 개와 마주치게 되고 소문과 달리 선한 눈망울의 겁먹은 개에게 다가간다. 어른들 몰래 개를 돌보기 시작한 세바스찬은 ‘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둘은 어느새 세상 가장 특별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사냥총을 든 할아버지와 마을 사람들 앞에 벨의 존재가 들킬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 네이버 영화
Not because I'm young, but because they don't trust me.
내가 어려서가 아니라 나를 믿지 못해서겠지.
ⓒ 네이버 영화
I believe in you, Belle.
벨, 난 너를 믿어.
퀼(2010)
Quill: The Life of a Guide Dog
ⓒ 네이버 영화
감독: 최양일
출연: 코바야시 카오루, 시이나 깃페이, 카가와 테루유키 등
장르: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99분
도쿄의 한 주택에서 리트리버 5마리가 태어난다. 그 중 옆구리에 새가 날개를 편 것 같은 이상한 얼룩이 눈에 띄는 한 마리가 있다. ‘새의 날개’라는 의미의 이름이 붙여진 강아지 ‘퀼’은 맹인 안내견으로 키워진다. 맹인 안내견 훈련센터에서 매번 낙오생으로 남는 퀼이지만, 그에게는 주인의 명령을 꼭 지키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이후 모든 훈련을 마친 퀼은 첫 파트너인 와타나베 미츠루를 만나게 된다. 이 고집 센 아저씨와 퀼은 점차 서로의 호흡을 맞춰 나가고, 함께 걸으며 행복을 느낄 때쯤 생각지 못한 이별이 찾아오는데...
ⓒ 씨네21
He was just a 'normal guide dog', but...
the best 'normal guide dog' ever.
정말 보통의 맹도견이지만...
최고의 보통 맹도견이었어.
에이트 빌로우(2004)
Eight Below
ⓒ 네이버 영화
감독: 프랭크 마샬
출연: 폴 워커, 브루스 그린우드, 문 블러드굿 등
장르: 모험, 드라마, 가족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미국인 지질학자 데이비스(브루스 그린우드)는 운석을 찾기 위해 남극의 탐사대원 제리 쉐퍼드(폴 워커), 그리고 8마리의 썰매개들과 남극탐사에 나선다. 잘 숙련된 8마리의 썰매개들 덕분에 가까스로 죽을 고비를 넘긴 데이비스와 제리는 썰매개들을 남겨두고 다른 탐사대원들과 부상치료를 위해 남극을 떠나게 된다. 꼭.. 반드시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긴채….. 생존이 불가능한 땅, 남극에 버려진 8마리의 썰매개들은 제리의 약속을 기다리며 추위와 배고픔, 악천후 속에서…. 그렇게 175일이 지난다. 한편, 그들을 버려두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제리는 자신의 일부였던 썰매개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 네이버 영화
I'll be back. I promise.
꼭 돌아올게. 약속해.
ⓒ 네이버 영화
These dogs are my family.
You can't just leave them out there.
이 개들은 제 가족이에요.
그냥 저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오늘 추천드릴 영화는 여기까지 인데요, 어떠셨나요?
남은 일주일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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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활한 자연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 영화 '교섭'
실화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에 외면했던 영화이다. 하지만 한 번쯤 보아도 좋을 법한 작품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보았다.
샘물교회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을 배경으로 했지만, 오프닝에 보여주듯 그것이 영화를 제작한 주 목적은 아님을 밝힌다. 그저 이건 극을 이끌어가는 소재일 뿐이라고.
예전에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미국으로 돌아간 미국인의 기사를 접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자국민의 생명을 저리 살려낸 일이 있었던가를 두고 한동안 궁금했었다.
비록 정부 차원에서 가지 말라던 땅에 가서 의료적인 도움을 준 것이 화근이 되었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바라보는 시선은 믿음직스러운 나라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다.
각종 고문과 자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던 대한민국은 지나갔고, 어떠한 목적으로 그들이 갔든 그들의 목숨을 구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정부 차원의 노력은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외국에 나갔을 때 나의 생명을 저리 살려주겠지'라는 마음을 들게 만들어주었다.
두 남자의 버디무비, 장르는 액션, 드라마, 스릴러, 시대극, 어드벤처를 띠고 있는 영화 '교섭'을 만나보자.
교섭
교섭은 임순례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은 1996년 장편영화 '세 친구'로 데뷔했다. 신인 감독 시절 영화 평론계의 정점에 서있는 기념비적 인물로 알려진 '정성일'이 극찬한 인물이다. 그 당시 정성일 평론가가 주목할 신인 감독으로 임순택, 김기덕, 홍상수를 거론하였는데, 이 셋 모두 현재 영화계에서 큰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1960년 인천광역시 출생으로 대한민국 핸드볼을 소재로 삼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일명 우생순)'을 제작했으며, 이외 다수의 작품을 감독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인권 소재의 옴니버스 영화 '여섯 개의 시선 (2003)' 중 외모 지상주의를 다룬 '그녀의 무게' 부분을 연출하였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브리원 에브리씽 올 앳 원스'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아시아계 '양자경' 여배우가 수많은 여성 배우들이 연기의 스펙트럼과 작품의 선택 폭이 넓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수상 소감을 밝혔는데, 여배우들의 연기 생활이 외모로서만 어필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참고로 '몬스터볼'로 유색 인종으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할리 베리'가 시상자로서 참석해 더 빛났던 아카데미 시상식이었다.
개봉일은 2023년 01월 18일로 설 연휴를 겨냥한 작품이었으나, 초반부의 순조로운 스타트와는 달리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에 밀리고, 여러 이유로 인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제작비는 150억 원으로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350만 명이었으나, 동원된 수는 대략 170여만 명이었다.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진 영화였으니 볼거리가 있는 편이다.
관람 수위는 12세 이상으로 부모 동반하에 자녀와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실제 피랍 사건은 2007년 7월 21일 발생하여 사건 종결까지 44일이 소요되었으나, 영화 내에서는 2006년 9월 19일에 발생, 극의 긴장감을 유발하며 18일 만에 상황 종료가 이루어진다.
작作 중 '김선일 사건'과 '마부노호 피랍사건'이 잠깐씩 나오는데, 김선일 사건은 이라크전과 마부노호 피랍사건은 소말리아와 연관되었다.
황정민 배우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22년 만에 임순례 감독과 다시 촬영한 작품이며, 그의 캐릭터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가는 듯싶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황정민 배우의 연기 자체는 탁월하고 좋지만, 그가 어떠한 작품에 출연했다면, 어떠한 톤과 어떠한 목소리로 어떠한 표정으로 연기를 할지가 자동적으로 떠올라 배우의 연기에 대한 새로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외교관 '정재호'를 연기하는 황정민과 일명 또라이로 불리는 국정원 '박대식'을 연기한 현빈,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유일하게 파슈토어를 구사할 줄 아는 '카심'과 '이봉한' 역을 맡은 강기영
이 세 명을 한 영화 내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관객들이 있을 작품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문화적인 차이가 큰 아프가니스탄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들어가 있으며, 2020년 7월부터 9월까지 요르단 해외 로케이션을 한 덕분에 광활하게 펼쳐진 그 땅의 자연을 보는 것도 감상의 한 묘미이다.
샘물교회 선교단이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이 발생할 무렵 우리나라에서는 아프간에서 의료봉사를 많이 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저 나라를 간다면, 문화적 차이에 낯설고 이질적인 차이로 그들을 밀어낼 것인가.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과의 차이를 더 알아가고 그것을 통해 그들을 더욱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액션이 있지만, 드라마 라인도 함께 해 감정선을 건드리는 부분들이 함께 한다.
김선일 피랍사건 당시 인질을 구출해 내지 못한 자책감에 괴로워하는 박대식은 아프가니스탄의 인질들을 구해내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자리로 간다. 사람들의 희생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며, 일명 또라이라던 그의 마음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해 있음을 보게 한다.
쟁쟁한 배우들을 본다는 것, 지나간 사건을 재조명해 본다는 것, 촉망받았던 신인 시절을 지나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가는 거목으로 자리매김한 감독의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 등등 수많은 이유로 이 영화를 접할 수 있겠지만, 문화적 차이를 알아갈 수 있다는 것과 광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영화 '교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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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받는 축복
너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언젠가 헤어지자는 연인에게서 끝인사로 건네받은 말이다. 그런데 마침표가 찍힌 기억이 어찌 좋을수만 있으랴. 이 기억들은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지점에서 나의 미숙했던 과거를 꾸짖으며 떠오른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지. 이놈의 기억은 꼭 잊고 싶은 장면만 선명하다. 기억은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나를 괴롭게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또 그만큼 가르친다. 삶을 단순하게 '탄생에서 죽음까지'라는 직선운동에 비유한다면, 우리는 기억함으로써 반성하고 그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성장한다.김희정의 영화 <프랑스여자>는 '과거의 기억'을 쥐고 '현재의 삶'을 돌아보는 영화다.
영화는 프랑스의 한 술집에서 미라(김호정)가 프랑스인 남편 쥘(알렉산드르 구안세)에게 불륜 사실을 통보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무대는 한국으로 바뀌고, 미라는 함께 대학을 다니던 영화감독 영은(김지영)과 연극연출가 성우(김영민)와 재회한다. 그런데 그는 8년 만에만난 대학 동창들의 대화에 잘 끼지 못하고,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조용히 자리에서 벗어나 술집 밖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오는데,놀랍게도 술집에는 조금 전까지 함께한 영은과 성우 대신 20년 전 대학생의 얼굴을 한 성우와 영은, 그리고 성우의 전 여자 친구이자 2년전 자살한 후배 해란(류아벨)이 있다. 미라는 여전히 중년 여성의 몸 그대로지만 놀란 기색도 없이 자연스레 그들과 섞인다. 그리곤 성우와의 키스를 해란에게 들키는 장면을 끝으로 꿈에서 깨어난다. 이 시퀀스를 시작으로 미라의 '대학 시절', '프랑스 시절', '현재의 한국'의세 이야기가 어지럽게 섞이며 전개되는데, 영화가 절정에 다가설수록 세 층위의 이야기는 점점 더 뒤죽박죽 뒤섞여 어느 순간에는 경계조차 분간하기 힘들어진다. 시간과 공간, 현실과 기억과 꿈이 위태롭게 연결되는 장면들에서 유일한 알리바이는 미라의 신체다. 그런데 그는 세 가지 시공간 모두 조금씩 비껴가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마치 길을 잃은 사람처럼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외국인이었던 그는, 한국에서는왠지 프랑스가 더 어울린다는 말을 듣는다. 과거의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아 영은과 상우가 늘어놓는 추억에도 끼지 못하고, 배우의 꿈을 포기한 자신과는 다르게 꿈을 직업으로 이어가는 그들의 대화에서도 미라는 이방인이다. 이 지점들에서 그는 조용히 화장실로 가 거울을 보는데, 이 행위는 미라가 유일하게 자신의 육체가 현재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의 종반부에 이르러서는호텔 방의 거울에서도 쥘의 모습이 나타나고 호텔에 찾아온 상우가 쥘로 겹치기도 하는 등, 거울 속에도 환상이 침범하면서 현실, 기억, 과거를 따로 떼어놓을 수 없게 된다.
<프랑스여자>는 마지막 순간에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온다. 첫 장면처럼 쥘에게 불륜 고백을 들은 미라는 다시 거울 앞에 서는데, 이때 영은에게서 온 문자를 통해 첫 장면과 다시 돌아온 첫 장면 사이의 과정이 사실은 미라의 망상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곧이어 미라가 있던 술집에 테러가 발생하고, 무너진 건물에 깔린 미라는 죽음을 앞둔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영화 내내 미라를 괴롭히던 해란의 망령은 죽어가는미라 앞에 나타나 "언니 일어나. 사람들이 왔어."라는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미라는 죽음의 문턱 앞에서 눈을 뜬다. 어떻게 미라는 죽음의 순간에 해란의 망령과 화해할 수 있었을까. 세 층위의 이야기는 영화 내부에서도 언급되는 프랑수와 트리포의 영화 <쥴 앤 짐>처럼 각각삼각관계를 이룬다(미라-성우-해란, 미라-성우-성우의 부인, 쥘의 내연녀이자 미라의 후배-쥘-미라). 주목할 점은 미라의 자리바꿈이다. 해란이 성우에게 그랬던 것처럼 미라는 쥘에게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는지 의심하고, 어느 순간 미라의 등에 생긴 흉터는 자살하기 전 자해한 경험이 있는 해란의 육체와 겹쳐진다. 마지막 순간, 죽음까지 눈앞에 두게 된 미라는, 해란이 죽어가던 과정을 그의 위치에서 체화하면서 죄책감처럼 자신을 따라다니던 해란의 망령과 화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해란이 이미 죽었기 때문에 온전한 화해라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괴로워하는 미라와 영화의 혼란스러운 인과와는 별개로, 이 영화에는 기억과 삶의 환대가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바로, 영은이 미라에게 '바나나 우유'를 건네는 순간들이다. 영은은 감정을 잘드러내지 않는 미라에게 거듭 말을 건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프랑스어가 아니라 모국어다.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의 "나의 조국은 모국어"라는 말처럼 무대가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뒤 영은과 미라가 나누는 일상적인 한국어 대화는, 외국어가 주는 경직을 무화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모국어로 이뤄지는 대부분의 대화는 기억의 공유다. 누군가의 기억과 내 기억이 연결되는 고리. 그 얕은 이음새에서 우리는 그 순간 우리가 거기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라가 즐겨 마시던 바나나 우유를 잊지 않고 선물하는 영은의 섬세함은, 나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당신에게도 남아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나는 이것을 '기억받는 축복'이라고 부르고 싶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헤운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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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세대의 첫사랑 집합소, 지브리
필자는 96년생이다. 소위 사회에서 규정 지은 MZ 세대의 일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태어난 연도를 기준으로 세대를 나누는 것은 정말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MZ 세대는 80년생부터 2002년생까지를 정했던 것이던데, 인터넷이 빠르게 발달하고, 다른 나라보다 최소 1.5배는 빨리 흘러가는 우리 나라에서 80년생과 2002년생을 비슷한 시기를 살아가는 세대라고 규정짓는 것은 너무 오차범위가 큰 분류라고 본다. 80년생은 인터넷의 태동을 지켜봐왔겠지만 90년대생만 하더라도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삶에 인터넷을 녹여 일상화시킨 세대라서 누군가에게 인터넷에서 어떻게 뭘 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하물며, 2000년대생은 어떠했겠는가. 90년대 생은 최소한 MP3를 알고 있는 세대이지만 2000년대생은 MP3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세대를 규정하는 기준을 인터넷의 태동으로 규정지어, MZ 세대는 디지털 원주민이고, 90년대 생은 사회적으로 어떠하고, 하는 것은 어른들의 만들어놓은 프레임에 MZ 세대를 가두려 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MZ세대를 인터넷의 발달과 그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자라온 세대로 규정짓는 것은 어른들의 관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MZ세대에게 인터넷은 그저 당연하게 있어왔던 생활과도 같은 것이라 같은 또래 사람들 사이에는 인터넷 때문에 특별함을 느낀 적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만의 특별함, 동질감을 느끼기에는 인터넷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만화 영화를 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야기들이 같은 또래끼리 더 먹힌다.
80년대생부터 2000년대생의 일부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과거에 히트했던 만화 영화에 대한 향수를 공유하는 순간일 것이다. 그에 대한 파생효과로 mz 세대들 사이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인기가 많았던 애니메이션 주제곡 플레이리스트가 유튜브에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많은 컨텐츠라는 것이다.
그 당시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회사 중에서 쌍두마차를 달리는 두 회사가 있었으니, 미국 애니의 대표 주자, 디즈니와 일본 애니의 대표주자, 지브리가 있다. 그 중에서 나는 오늘 이 글에서 지브리에 대해서, 아니, 나와 같은 세대의 여자라면, 공감할 지브리 속 각자만의 첫사랑 찾기를 실현할 수 있는 글을 써보고자 한다. MZ세대 간의 공감대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내 사심을 채우기 위해서.
1. 하울
MZ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던 영화들의 남주들은 소년미가 돋보인다. 그 소년미의 대표격인 캐릭터가 바로 하울이다. 여린데, 전장에서 싸우기도 하고, 다정한데, 예민하기도 이 남자는 여성들의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판타지적 인물이다. 지브리에서 노리고 미남으로 캐릭터 설정을 했다고 하던데(진짜인진 모르겠다) 그런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소피만 바라보는 순정파에 전쟁 후 돌아왔을 때에 보이는 안쓰러움까지 겹쳐 꽤 많은 여자들을 노예로 만들기 십상인 성격이다.
2. 하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하쿠는 치히로가 마녀의 늪에 빠져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가지 않도록 치히로를 돕는다. 하쿠 자신도 센처럼 이름을 잊고, 유바바의 노예로 살아가는데, 하울과 비교해 보호해주고 싶은 사람이라기 보다는 나를 보호해줄 믿음직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만큼 야무진 캐릭터이다. 센은 하쿠가 없었다면, 꽤 오랫동안 마법세계에서 해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센을 탈출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판타지스럽다. 성격으로만 보면, 하쿠가 가장 속깊고, 의지하고 싶어지는 캐릭터라서 나에게는 원픽 첫사랑 캐릭터였다.
3. 아시타카
모노노케 히메에 등장하는 아시타카는 산을 보자마자 반한 사람처럼 행동하는데, 이 점은 조금 이해할 수 없었다. 첫 눈에 반하는것을 믿지 않는 내가 너무 비관적인 것일까. 하지만 자연을 대표하는 산과 인간의 발전적인 욕구를 대표하는 에보시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 자연과 인간의 개발의 공존을 주창하는데, 인간의 생존에 기술이 필요하다면, 과도한 욕심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외친다.에보시에 협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산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아니, 왜 남주가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건지 이해가 잘 안갔었는데, 영화를 다보고 나니, 그저 중립적인 캐릭터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산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점, 무의식중이긴 했지만 산에게 직접적으로 고백하는 장면에서 굉장히 사랑 표현에 있어 솔직한 점이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내 사람을 확실히 지킬 줄 아는 평화주의자 같은 느낌이랄까.
4. 작화적 관점
미술에 대해서는 전문적으로 아는 지식은 없지만 지브리의 작화는 참 세심하다. 디즈니의 작화는 해가 갈수록 입체적으로 살아움직이는 듯한 작화가 특징이지만 지브리의 작화는 손으로 그린 티가 확연하게 난다. 2D 만화책을 그냥 움직이는 형태로 만들어놓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특징이 극대화된 장점으로 표현된 영화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었다고 생각한다. 동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화 배경에 하울의 여리여리함은 정말 잘 어울렸다.그런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세심한 작화는 독자들의 상상의 여지를 제공해 관객만의 관점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작화를 더 판타지스럽게 받아들이는 데에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아시타카는 작화가 정말 미남으로 잘 생겼는데, 아시타카가 개인적으로 가장 공들여서 그린 티가 났다고 생각한다. 외모적으로는 가장 취향 저격으로 생겼었다. 하울도 미남이기는 하지만 뭐랄까 여리여리함보다는 조금 더 의지가 확실해보이게 생긴 상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성격 상으로는 아시타카가 조금 별로였는데, 그 이유는 그의 중립적인 모습은 달리 말하면, 우유부단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성격으로는 하쿠가 가장 취향이지만 외모 상으로는 잘생긴 얼굴을 망치는 앞머리가 있는 단발이 이상하게 보일 때가 많았다. 그래서 항상 잘생긴 얼굴을 가리는 답답한 앞머리를 가진 캐릭터라고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친구들과 지브리 얘기를 할 때, 캐릭터들의 작화에 대해 누군가는 산이 취향이네, 소피가 취향이네 하면서 긴 시간 동안 얘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각기 캐릭터들이 모두 개성있게 생겼음은 확실한 것 같다.
** 지브리에 대한 추억이 있는 동년배들이 있다면 댓글을 달아주셔도 좋을 것 같다. 나와 비슷하게, 또는 다르게 생각하는 자신만의 지브리 첫사랑이 있는지, 내가 제시한 지브리 첫사랑들 말고도 다른 캐릭터들을 좋아한다라든지. 의견은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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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록한 세계에서 이야기는 돌고 돌아
세계는 발명되는 것이지 발견되지 않는다. 전체가 곧 각각의 합이라면, 개인이 느끼는 감각의 총체적 집합을 통해 에도 시대 일본의 전반적인 인지를 파악할 수 있을 테다. 하늘이 이어져있어 이 나라와 (기껏해야 가까이는 조선과 명나라뿐이었을) 저 나라들 바깥의 무언가가 더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없는 시대, 더군다나 배를 한참 타야만 수도로 나갈 수 있는 시골 마을에서라면 ‘세계’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개념이다.
나라를 위해 고언하다 면직된 사무라이 출신의 겐베이는 고명딸 오키쿠와 함께 빈곤층의 공동주택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다. 그들에게 계급적 추락은 별 타격이 없는 일이든가 아니면 그들이 변화에 원체 빨리 적응하는 사람들인 것만 같다. 왜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평등이란 언어가 발명되기도 전에 평등의 감각을, 평등해야만 한다는 정언명령을 몸에 새겨 갖고 태어나는 것 같은 사람들. 시대에 따라 예수나 붓다 같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을 사람들.
겐베이는 올곧고 열려있는 사람답게 가난한 하층민들에게 빠르게 친절한 ‘선생님’으로 인식되고, 불가촉천민처럼 취급되는 똥지게꾼 청년 츄지와 야스케를 포함한 모두와 자연스럽게 섞여든다. 츄지와 야스케는 똑같이 가난해도 가장 만지기 싫고 보기 싫은 배설물을 다루는 업에 속한다. 그 사람들 앞에서, 역류한 변소 앞에서 코 막고 혐오감을 드러내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바로 겐베이다. 오키쿠 역시 겐베이의 성정을 똑닮은 사람. 그는 절에 나가 빈민층 아이들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친다.
겐베이는 또한 세계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들어 알고 있는 유일한 마을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츄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세계에서 당신이 제일 좋다고 말해줘. 그게 최고의 말이야.”라고 일러주곤 운명을 받아들이러 가는데, 공교롭게도 츄지가 연정을 품은 상대는 그의 딸 오키쿠다. 이날 겐베이는 옛 후배였던 사무라이들이 청해온 결투 끝에 살해당하고 아버지를 지키려던 오키쿠도 목을 다쳐 목소리를 잃는다. 비극적이고 고전적이고, 겐베이의 말을 빌리자면 '뒤떨어진' 죽음 전후의 각 장 제목이 묘하다. 원통한 오키쿠. 분노한 오키쿠. 기력을 잃어 방에서 칩거하고 한 계절 넘게 밖으로 나오지 않는 오키쿠.
츄지는 오키쿠를 걱정하고 츄지에게 똥지게꾼이 되라고 권유했던 형 야스케는 원래 하던 대로 할 일을 한다. 시대가 시대이지 않았다면 아무리 격하됐대도 전 사무라이 집안의 따님인 오키쿠와 천민 중의 천민인 츄지는 절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정쟁에 휘말린 겐베이가 파문되지 않았다면 오키쿠가 빈민들의 연립주택까지 끌려내려 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850년대 후반, 메이지 유신이 채 5년도 남지 않았고 번은 막부의 사절단을 시해하기도 하는 혼돈의 시대라면 어떤 반체제적인 사랑이든 가능해진다.
계절이 몇 번 더 흐르고 오키쿠는 조금씩 회복하며, 츄지는 기어이 “이런 나라도 괜찮겠어요?”란 질문에 수줍게 끄덕이는 오키쿠에게 차마 말로 ‘세계에서 당신이 제일 좋다’는 마음을 전하지 못한다. 그러기엔 그의 마음이 너무 크고 절절하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눈이 소복이 쌓일 긴 시간 동안 하늘과 땅을 번갈아 계속 가리키고 두드리고 오키쿠를 가리키고 자기 가슴팍을 치는 반복된 모션으로 오키쿠를 어리둥절하게 할 뿐이다.
츄지와 오키쿠 사이 싹트는 마음만큼이나 야스케의 이야기-성, 그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위치가 눈길이 간다. 야스케는 ‘본래’ 지게꾼으로 시작한 사람이라 처음엔 폐지를 주워 팔다가 사정이 정 어려워지자 ‘어쩔 수 없이’ 지게꾼이 된 츄지와 출발부터 다르다. 츄지는 종이라는 매개를 통해 글을 배우는 일에 대한 일말의 동경을 가졌고, 그와 떼어놓을 수 없는 신분에 대한 불만 섞인 자각이랄까 확장으로의 욕심을 조금이라도 품고 있는 젊은이다. 하지만 야스케는 무례에 발끈하되 운명에는 저항하지 않는다. 야스케에게는 성실하게 하루하루 일해 먹고살며, 종종 극장으로 놀음을 가는 취미만이 그와 남을 다르게 하는 자의식의 전부다.
야스케는 심지어 분별없는 상층민 고용주가 그들에게 똥지게를 통으로 들고 뿌렸을 때, 그래서 츄지가 벌떡 일어나 화낼지 말지 고민하던 그때조차 크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무릎 꿇고 먼저 잘못을 비는 이다. 이상하게 비굴하지 않은 그의 속죄는, 고민 없는 순응보다는 고민을 이미 모두 끝내버린 이의 체념과 요령 좋은 처세에 가까워 더 슬프다. 야스케가 웃자 망연히 서 있던 츄지까지 덩달아 웃음이 터지는 장면은 ‘하위계급(혹은 소수자)의 웃음은 언제건 무조건 권력자를 불안케 한다’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시대가 그를 그냥 그렇게 초연히 비껴서 있게 두지 않는다. 그 후로도 그는 여러 번 쫓겨나고, 똥을 맞고, 더러운 파리 소리를 듣고, 그 꼴을 오키쿠에게 목격당해 수치를 겪기까지 한다. 오키쿠와 츄지의 로맨스가 살금살금 전개될 때 그 옆에서 흐릿한 관찰자의 위치를 유지하던 야스케는 돌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이야기꾼이 되는 거란 말이지”라고 아무렇지 않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츄지조차 흰소리를 하는 것처럼 여상히 넘겨버린 이 말이 사실 그의 가장 깊은 곳에 그도 모르게 잠재된 소망일지니.
야스케는 실제로 이야기를 잘한다. 그의 넉살은 츄지도 오키쿠도 (아직) 따라할 수 없는 겹겹의 애환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성실은 실제로 한 마을을 굴린다. 그가 오지 않으면 변소가 넘친 공동주택 인근은 아예 기능이 마비되고 만다. 에도 시대 막부 권력이 붕괴되고 ‘세계’가 도래하고 유신과 전쟁이 찾아오기 직전의 1858~59년, 이 마을에서 가장 천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두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한 사람을 고르자면 다이묘도 유지도 불경 외는 법사도 아닌 야스케인 것이다. 야스케를 겁박해 쫓아낸 한 무사의 집에서 내내 노름하던 동료 무사 중 하나가 정겹게 “아, 고생하는구먼 자네. 하지만 우리보단 자네 처지가 나을지도 몰라!”라고 인사를 건넨 것은 그가 (겐베이처럼)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야스케는 가장 낮은 곳에 도사린 폭발적인 잠재력을 상징하는 이야기의 조각이다. 가장 천한 것과 가장 고귀한 것, 먹고 싸는 일, 이곳의 사람과 저 집의 사람이 다르지 않다는 것. 그것이 이 순환하는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 X 하라다 미츠오 프로듀서
에무시네마 24/02/25 미니 GV
- 흑백 - 컬러 교차는 왜?
사카모토 준지 감독 : 일단 개인적으로 흑백극을 좋아하는데. 현대극을 찍으면서 흑백 시도하면 의도에만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맘껏 흑백일 수 있는 영화 찍고 싶었다. 단편집 영화이기 때문에 각 장의 엔딩을 알리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체 흑백으로 하면 옛날에 만든 영화인가 하고 착각할 수도 있고.
하라다 미츠오 프로듀서 : 기본적으로 순환형 경제에 대한 의식을 저변으로 삼은 영화인데, 이 ‘순환형 경제’란 현대에도 이어지는 얘기이기 때문에 컬러를 통해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실히 하려 했다.
- 일본의 ‘좋은날 프로젝트’(후대에 전해주고 싶은 영화) 일환으로 시작된 영화. 만든 계기는?
하라다 미츠오 : 삼십여 년간 영화를 만들었는데 아파서 잠시 영화계 떠난 동안 우연찮게 환경과학자들을 만났다. 일반 대중에게도 드라마성을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전하고 싶어졌고, 그게 바로 여생 동안 만들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에도 시대가 순환 경제의 최고봉이었다고 들었다. 과학자들이 많은 조언을 줬고, 분뇨의 순환을 통해 시대적 배경을 드러내고 싶었다.
(감독님 반응은?) 감독님은 흔쾌히 받아들임… 그래서 심지어 처음 시나리오 제목은 ‘에도의 똥’이다…
- 똥은 어떻게 만드셨는지...
사카모토 준지 : 거리에 뿌리는 거나 일반적인 씬에 쓴 건 박스로... 입에 들어가는 장면에선 배우가 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밀가루 글루텐을 썼다
- 현대 일본영화보다도 1900년대 일본영화 같았는데, 촬영 관련해 옛 느낌을 살리기 위한 디테일은 어떻게 생각하고 만들었는지?
사카모토 준지 : 시대극 두 번째로 만들어보는데, 이전 것은 사실 영화화되지 못했지만 공부는 많이 되었고 그 경험을 통해 다음 시대극은 완벽한 고증을 거쳐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검토하다 보니 그 시대 감독님들은 오히려 자유로웠고 극에 많은 거짓말을 포함하고 있었단 걸 알게 됐다. 그래서 현실의 속박을 좀 신경 쓰지 않고 만들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쿠로사와 아키라는 흑백 영화를 찍은 대표적 감독인데 음영 대비를 위해 먹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 방법도 참고하고, 세트에 분무기로 물 뿌려서 흐릿함과 더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흑백이라 더 도전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배우들도 많이 노력해주었다. 쿠로키 하루는 마스크부터 기모노를 잘 소화하는 배우이기도 한데, 그 자신도 기모노를 입고 사는 방법이나 인사법을 공부해오기도 했다.
- 세계라는 단어 없었던 에도시대를 콕 집어 배경으로 한 이유?
270년간의 에도시대 중 말기를 표현했다. 조선 등 쇄국 정책 펴던 몇 안 되는 나라들과 함께 일본이 문호 개방하라는 압력 받던 시대여야 했다. 외부와 일본이 섞이려던 시대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또 세대를 어떻게 볼지… ‘세계’를 굳이 끌어들인 후 삼 년 동안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때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세계라는 단어 자체가 추상적이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 코로나 시대에 제작하지 않았다면 제목에 세계가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 라스트씬의 볼록하게 찍은 숲의 의미는?
스님의 세계에 대한 설명, ‘여기서 출발하면 결국 반드시 저기서 돌아온다는 의미’를 구체화하려는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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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대도시의 사랑법>이 개봉 2주 차에도 열기를 이어가며 흥행 역주행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개봉 2주 차에 접어든 9일 5만 3,214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개봉 첫날 오프닝 스코어인 5만 2,696명을 넘어섰습니다.
개봉 후 시간이 지날수록 관객 수가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도시의 사랑법>은 2주 차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관객 수가 증가하는 이례적인 흥행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높은 만족도가 반영된 실관람객 평이 입소문으로 이어져 앞으로의 추이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베테랑 2>는 9월 개봉이었음에도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와일드 로봇>이 <조커: 폴리 아 되>를 밀어내고 3위에 올랐습니다.
한편, 북미에서는 수위 높은 폭력, 살인 장면으로 화제가 되었던 슬래셔 무비 <테리파이어 3>가 개봉해 단숨에 1위에 올랐습니다. 뒤이어 2위를 차지한 <와일드 로봇>이 누적 수익 8,000만 달러를 달성하며 기분 좋은 속편 제작 소식을 전했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던 <조커: 폴리 아 되>는 누적 수익 5,000만 달러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두며 3위에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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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세계 - 아름다움과 아픔이 비례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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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한 남자가 출소했다. 그가 본 세상은...
13년간 감옥에 복역 중이던 전직 야쿠자 미카미는 새로운 각오를 품고 출소한다.
변해버린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 매번 트러블을 일으키지만
주변 이웃들의 작은 관심과 애정으로 자신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자신의 갱생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싶어 하는 진지한 청년과도 만난다.
하지만 13년이라는 시간의 공백과 범죄자라는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정상이라 말하는 이 세상은 자신이 소중히 지켜온 것마저 버리게 만들어 버린다.
이 세상은 과연 그가 꿈꾸던 멋진 세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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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메인 예고편
아기다리고기다리던 그 영상 떴습니다, 이번 여름, 제대로 모실 준비 완료? 모든 게 무너진 서울,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이야기?? #콘유 가 궁금하다면 8월 9일 극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