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4-10-25 18:19:50
아주 긴 예고편 속 고가의 장난감들, <해피엔드>
가진 만큼 필요없는 장난감은 있을 수 없다. 에브 역시 마찬가지다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피엔드 Happy End, 2017 | 프랑스 외 | 드라마 | 107분
감독: 미카엘 하네케
아주 긴 예고편 속 고가의 장난감들, <해피엔드>
아주 긴 예고편
난 엄마한테 완전 질렸어. 징징거리면서 모든 사람을 열 받게 해.
아빠는 벌써 몇 년 전에 떠났어. 그는 그걸 견디기 힘들었나 봐.
이젠 내가 그걸 감당해야 해.
에브는 엄마의 우울증약을 먹은 햄스터가 죽어가는 모습을 sns에 올리며 말한다. 아주 시니컬하게 자신에게 닥친 현 상황을 제시한다. 소파에 누워 발작을 일으키는 엄마를 휴대폰에 담으면서 "구급차 불러야겠다."라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계획적으로 엄마를 잃을 예정인 아이가 내보인 이 태연한 행위는 <해피엔드>가 앞으로 써 내려갈 충격적인 이야기의 예고편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에브는 드디어 엄마에게서 벗어나 아빠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된다. 대저택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누리며 살 수 있는 로랑 가문에 드디어 입성한 것이다. 부가 아닌 안전한 울타리가 필요해 아빠를 따라갔지만, 에브는 그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한다.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아빠와의 공간은 허울만 좋은 곳이었고 아이는 여전히 '혼자' 삶을 살아가야만 했다.
로랑 가문의 눈에만 보이지 않는 존재로 전락한 에브. 치매 환자 할아버지(조르주), 교양만 떠는 고모(앤), 실속 없는 반항아 사촌(피에르), 거짓말쟁이 아빠(토마스), 멍청한 새엄마(아나이스)에게 에브는 잠시 있다 갈 손님에 불과했다. 엄마의 죽음으로 로랑 가문에 정식 일원으로 들어왔음에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에브는 핸드폰을 들고 로랑 가문의 몰래카메라를 자처한다.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서 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 아이는 직접 로랑 가문의 감춰진 사실을 들춰내며 자신의 삶에 사랑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음을 확실히 깨닫는다. 할아버지는 기회만 되면 자살을 계획하고, 고모는 오로지 '나'의 세계를 완벽히 구축하기 위해 가족은 안중에도 없다. 고모의 아들은 매번 말썽을 일으키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아빠는 끊임없이 다른 사랑에 빠져버리고, 새엄마는 부르주아 가문의 며느리에 만족하며 더 이상의 삶의 고민을 끝낸다.
그토록 원했던 가족의 이상적인 모습은 에브의 손에 의해 진실이 폭로되며 산산조각 난다. 안타깝게도 아이가 본 로랑 가문의 민낯은 너무나 익숙한 그림이었다. 징징거리던 엄마의 얼굴과 다르지 않았고, 죽은 햄스터를 손으로 찔려보던 자신과 소름 돋게 똑같았다. 그들과 다른 선상에 있는 줄만 알았던 에브는 사실 로랑 가문의 3세대 공주였다. 이런 잔인한 깨달음에도 영화는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어주지 않는다. 쉽게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 끝이 없는 미로에 갇힌 건 관객이 아니라 로랑 가문이다. <해피엔드>의 출구 찾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사건이 아닌 인물들의 삶만 들여다봐도 가슴이 꽉 막힌 기분이 들 것이다. <해피엔드>는 뚜렷한 해결책도 없는 예고편을 아주 길게 만들고도, 어둠에 가려진 진실과 비밀을 냉철하게 제시한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극사실적으로 보여주는 현실이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비싼 장난감의 탈출
로랑 가문에서 인간적인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덜 비정상적인 인물을 찾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은 아니다. 가족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지 파헤치는 에브도 사실 그들과 같은 범주에 있는 인물이니까. <해피엔드> 속 로랑 가문은 모두 고가의 장난감들이다. 따라서 그들은 절대 서로를 버리지 않는다. 더 많은 이의 눈에 모범이 되어야 하고, 기품 있게 전시되어야 하며, 가족의 비극은 또 하나의 우아한 에피소드가 돼야 한다. 강박적인 그들의 가치는 아무리 땅바닥에 내리 꽂혀도 살아남는다.
그것이 비싼 장난감을 자처하는 그들의 무시할 수 없는 가치이자 힘이다.
할아버지는 제대로 큰 자식 하나 없는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한다. 치매란 강력한 질병을 갖고 있음에도 그는 가족이란 '거대한 전시장'에서 나가야만 한다. 그러나 그가 가진 것이라곤 아무짝이 쓸모없는 돈뿐이다.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고 자식들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과거 병상에 누워있던 아내를 직접 하늘나라에 보낸 그 강력하고도 유일했던 힘은 홀로 로랑 가문의 마스코트로 남게 되면서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그는 저녁 식사 때마다 싸우는 딸과 손자는 물론이고, 머저리인 아들의 바람기와 언제 버려질지 모르는 두려움에 떠는 손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며느리를 보며 죽음을 갈망한다. 할아버지는 딸이 자신의 결혼식을 망치려 드는 손자의 손가락을 부러트리는 것도 온몸이 묶인 채 제일 앞 좌석, 1열에서 감상해야 했다.
에브는 엄마가 처방받은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다. 아빠가 결국 자신을 버릴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비싼 몸값으로 책정된 아이는 마음대로 죽을 수 없다. 할아버지가 매번 실패했던 것처럼 에브 역시 자유로운 삶을 가질 수 없다.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버려진다 하더라고 도망갈 수 없는 신세가 된 것이다. 휠체어에 탄 할아버지의 삶은 자신의 암묵적인 미래로 점쳐진다.
"모두 잘 될 거야. 걱정하지 마."란 아빠의 말에 이미 신뢰를 잃은 에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비극 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할아버지를 보면서 어떻게 자신의 다음 스텝을 구상할까. 에브는 적어도 그보다 더 많은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다. 어릴 뿐더러, 몰래 카메라 경험으로 보고 배운 것이 넘쳐 난다. 폭력적이기만 했던 학습 효과가 얼마나 클까. 사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분명한 건 바다로 휠체어를 밀며 들어가는 할아버지를 보고 난 후에 벌어지는 에브의 행동이 <해피엔드>의 진정한 끝맺음이 될 거란 점이다. 그러나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는 대저택이 있는 한 로랑 가문에선 쓸모없는 장난감은 있을 수 없다. 가진 만큼 더 필요한 게 그들이니까.
긴 예고편인 <해피엔드>가 결코 해피엔딩을 그릴 수 없는 이유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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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해석이 새로웠던, 하지만 집중도는 낮았던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퓨전 사극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밌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하지만 역사 그 자체를 좋아해서 왜곡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개연성이 떨어지는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불호의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시놉시스
학계로부터 다른 실록들에 비해 사실대로 기록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세조실록은 세조가 집권한 지 8년 되는 해부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한 40여건의 기이한 이적현상들이 기록되어 있어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세조가 세운 원각사를 뒤덮은 황색 구름과 향기로운 4가지 꽃비, 오대산에서 몸을 씻고 있던 ‘세조’의 등을 문질러 피부병을 낫게 해주었다는 문수보살, 금강산을 순행하던 ‘세조’ 앞에 나타난 담무갈보살 등 세조실록에 기록된 이적현상을 비롯해 세조의 가마가 지나가자 스스로 가지를 들어올린 속리산의 소나무(정이품송, 천연기념물 제103호), 자객으로부터 세조의 목숨을 구한 고양이까지 야사로 전해지고 있는 수많은 기이한 현상으로부터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시작된다.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되어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그린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세조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현상들 뒤에 풍문조작단이 있었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팩션 사극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사적 기록들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반영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주호 감독의 연출의도처럼 끊임없이 충돌하는 권력자들의 욕망과 풍문을 조작하는 광대패의 모습, 이에 들썩이는 조선 팔도의 풍경까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묘하게 맞닿으며 기시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과 우리의 현실을 덧붙여 흥미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의문을 풀어준 것은 고맙지만 거기까지..ㅎㅎ세조실록에 기록된 다양한 기이한 현상들. 40여 개에 달하는 이 현상에 대해 명확한 해석이 이뤄지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답답했었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에서 광대들이 이러한 일들을 꾸미지 않았을까? 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줘서 나름 괜찮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이 작품이 인기가 없었던 이유는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을 제공하긴 했지만 그 다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대들이 세조로부터 돌아선 민심을 회복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 것이라는 큰 맥락이 이미 영화 전반부에 드러나기 때문에 처음 기이한 현상의 궁금증이 해결될 때는 오!! 그랬구나 하는 흥미가 발생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별 감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명회의 지시 → 광대들 조작 → 민심 동요 → 세조 짱이야' 이와 같은 구조가 4번 정도 반복이 되다 보니 솔직히 영화 중후반까지는 굉장히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래서 관객들의 평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진짜 광대는 한명회
필자는 이 작품에서 진짜 주인공은 한명회라고 보았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비율로 따지면 광대들만큼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한명회의 야심이 드러나면서 이 영화는 한명회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작품이구나 라고 느껴졌다.초반 한명회는 세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충신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야심이 드러난다. 광대들의 수장 덕호에게 "왕이 내게 무릎 꿇을 이야기를 만들어줄 수 없겠나?"라고 눈물을 보이며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면서, 어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이렇게까지 연극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조를 무릎 꿇리고 세자에게 양위하라는 압력을 넣으면서 "세조 그대는 나의 가면이었소"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이 모든 판을 짜고 자신 주위의 인물들을 판의 말로 세워둔 것이라 밝힌다.
이 모든 서사는 한명회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광대놀음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햔명회, 내가 알고 있는 광대 중에 당신이 최고의 광대였소." 영화 말미 덕호의 대사를 통해 이 작품의 주인공이 한명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캐릭터별 무게감이 너무도 달랐던 작품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에 흥행을 하지 못한 이유를 한 가지 더 찾아보자면 캐릭터별로 무게감이 달랐다는 점이 그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코미디면 코미디, 드라마면 드라마, 느와르면 느와르 장르를 명확히 하지 않고 덕호를 비롯한 광대패들의 분위기는 코미디인 반면, 한명회와 세조는 너무나도 무게를 잡고 있어서 이 경중이 맞지 않았다. 이 차이 때문에 화면 자체가 튄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한명회가 회맹의식을 앞두고 춤을 추는 장면 역시 만약 이 작품이 무게감을 완벽히 주고 정치느와르라는 장르에 집중했다면 그 장면이 굉장히 무게감이 있는 컷으로 다가왔을 만큼 명장면이었을텐데, 이러한 장르 혼재와 캐릭터별 경중의 차이 때문에 왜 등장한거지? 뭐지?하는 감정밖에 들지 않아서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 장면에서 손현주의 한명회 연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을만큼 최고였지만 연출적인 부분에서 제대로 살리지 못해 굉장히 아쉬웠다. 이처럼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역사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세부적으로 본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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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품을 사고 내 이야기를 하고, <3000년의 기다림>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3000년의 기다림 Three Thousand Years of Longing, 2022 제작
호주 외 / 판타지 외 / 108분
감독: 조지 밀러
기념품을 사고 내 이야기를 하고, <3000년의 기다림>
삶은 나아가는 것이다. 나아가야 하는 '일'이다. 어떻게 가야 하는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그게 사람이자, 인간을 대표하는 개인으로서 갖는 숭고한 의무다. 거창한 의식이기도 하고 과제도 맞지만, 그렇다고 과하게 무게 잡거나 겁먹을 필요는 없다. 삶과 삶을 잇는 방식을 찾는 건 내 몫이니까. '각자의 몫'에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관한 수단과 방법이 전부 포함되어 있다는 것만 잘 알고 있으면 된다. 그래야 타인에게 나를 공유해도 쉽게 꺾이지 않고 그와 함께 할 수 있다. 인생은 내가 '어떻게' 하고 있다는 걸 내 옆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바쁘게 흘러간다. 공유가 공존이 되는 지점이다. 필요한 건, 헤쳐 나가기 바쁜 마음에 지치지 않는 활력을 주는 것이다. 활력, 이미 우린 오래전부터 그것을 탐구하고 또 원해 왔다. 적당히 행복하고 충분히 여유 있는 삶을 사는 '알리테아'마저도, 사실은 진심으로 가슴 깊숙이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 것처럼. 지니가 말했듯, 갈망이 없는 인간은 없다. 인간에게 갈망은 결코 제거할 수 없는 내면의 주머니이자 삶의 수단과 방법이다.
영화 <3000년의 기다림>은 그것을 '이야기'라고 말한다.
알리테아는 서사학자로 수많은 이야기를 해석하고 풀어내 사람들에게 그것들을 전시하듯 설명하며 살고 있다. 모든 이야기에서 하나의 공통된 이야기를 찾는 일을 홀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직업적 쾌락이자 참견쟁이 옆집 할머니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안전장치다. 겉으론 냉철하게 이야기가 가진 한계를 논하지만, 자기 일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며 이야기를 귀히 여긴다. 다만 쉽게 흥분해 자신을 이야기 홍수에 던지지 않을 뿐이다. 현재 그녀는 자기 의지대로 삶의 항로를 정해 흘러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원하는 기억과 원하지 않는 기억을 구분해, 후자를 상자에 넣고 봉인한 뒤 앞으로의 희망과 현재의 기쁨만을 누리고 사는 사람, 그게 바로 알리테아다.
정령 지니의 등장은 우연을 가장한 영화적 필연이다. 그걸 알면서도 우린 딴지 걸지 않는다. 정말 기가 막힌 우연이라 인식한다. 영화가 가진 본연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3000년의 기다림>이란 창구로 보면 새롭다. 영화가 감동과 즐거움을 위한 영상이 아니라 이야기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걸 경험하기 때문이다. 알리테아가 기념품을 사는 순간, 우린 영화를 산다. 그녀가 유리병을 씻을 때 우린 지니를 피부로 느낀다. 영화가 이야기로 읽히고 들리고 보이는 시작점이다. 그럼 어떤 이야기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다. 지혜가 될 수도, 경고, 위로, 나아가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이야기가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필수 요소임을 영화(이야기)가 다시 한번 친절하게 상기시킨다는 점이다.
더구나 <3000년의 기다림>엔 거부할 수 없는 묵직하면서도 유연한 리듬이 있다. 그냥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살아 숨 쉬는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과 같다. 모든 현상을 이성적으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대에 감성이 충만한 동화는 환영받을 수밖에 없다. 흔히 얘기하는 '옛날 옛적에-' 감수성이 병 속에서 나온 지니의 거대한 발바닥으로 실체화되다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우연인가.
정령 지니의 등장으로 알리테아는 자신이 단칼에 끊어냈다고 자부하던 악몽을 떠올린다. 어쩌면 그 과거를 잊는 게 그녀의 진짜 갈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여튼 알리테아는 끝까지 고집스럽게 결혼, 유산, 이혼이란 간단한 키워드로 자기의 어둠을 나열한다. 별것이 아닌 건 아니지만, 이미 넘어온 파도이며 다신 넘을 일 없는 파도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자신의 고통을 단 몇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물론 그녀는 분명 여기에 존재하는 인간이지만, 그 누구도 알리테아를 아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자, 이름이 있지만 아무도 진짜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여인. 알리테아는 스스로 이야기를 쓰지 않겠다고 결정했기에 여전히 고여있다. 지니는 차가운 이성으로 무장한 그녀에게 자신의 장대한 흔적들을 쭉 늘어놓는다. 늦은 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듯이, 정적인 언어에 말맛을 추가하고 그때 그 감정을 흠씬 버무린다. 인간이 가진 갈망에 대해, 그 갈망에 빠진 인간을 사랑한 초월적인 존재에 대해, 그리고 마침내 알리테아에게 요구한다, 나의 이야기를 위해 소원을 빌어 너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라고.
알리테아는 정령에게 사랑을, 아니 시바와 제페르를 향한 그만의 정열을 소원한다. 지금까지 살아있고, 존재하는 사랑의 역사를 통째로 원한 걸 보면, 그녀의 진짜 소원은 외로움과 허무, 고통을 말끔히 잊게 해줄 충만한 사랑임이 틀림없다. 자신의 자유를 포기할 정도로 헌신적인 그의 사랑은 알리테아에겐 악몽을 담는 또 다른 상자였다. 그날 밤, 지니는 소금 통에 자발적으로 들어가 알리테아와 런던으로 떠난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 끝엔 무시무시한 경고장이 붙는다. 이를 서사학자 알리테아가 모를 리 없다. 점차 몸이 약해지는 지니를 보며 그녀는 깨닫는다. 이 이야기의 진짜 끝을 말이다. 이 세계가 버거운 지니에게 필요한 건, 알리테아로부터의 자유뿐이다. 정령의 이야기는 정령이 주인공이다, 알리테아의 소설 주인공이 그녀 자신인 것처럼. 그리고 주인공은 언제나 자기 의지로 마지막 선택을 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결정한다. 알리테아는 지니에게 어디든 당신이 있던 곳으로 가 자유롭게 살라고 소원을 빈다.
다시 그녀의 어둠, 지하 공간이 등장한다. 지니의 흔적을 봉인한 상자를 들고 지하로 내려가는 알리테아. 지니의 상자가 지하에 선반에 자리한 순간, 한 챕터를 마무리하듯 불이 딱 꺼진다. 그 힘찬 신호탄으로 두 인물의 이야기는 다시 흘러가기 시작한다. 알리테아는 이제 안다, 어떤 것이든 상자에 평생 봉인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오랜 머뭇거림 끝에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 그녀는 글을 쓰며, 자신을 찾아오는 지니와 순간순간을 함께한다. 그의 기운을 느끼고 그의 사랑을 온전히 받으면서, 그것이 앞으로 펼쳐질 자기 삶의 충분한 원동력임을 선언한다.
이야기는 이야기로 끝난다. <3000년의 기다림> 역시 3000년의 기다림으로 끝난다. 거대한 대서사시로 느껴지는 이 웅장함과 원대함이 서늘함을 전달하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힘을 아는 자에겐 거부할 수 없는 숨결로 남는다. 소원을 빌고 싶은 마음을 앞지른 설렘과 카타르시스 덕이다.
삶, 활력, 소원, 이야기. 뒤집어도 무방하다. 이야기, 소원, 활력, 삶.
<3000년의 기다림>은 전부 다른 우리의 노선을 존중하면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 하나를 끄집어낸다. 삶의 탄생과 죽음, 그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웅덩이까지 단 하나의 줄로 꿸 수 있는, 끊기지 않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줄기 바로 계속 되뇌고 읊조렸던 '이야기'다. 결국 삶과 이야기는 하나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죽음에서 벗어나 죽지 않는 이야기로 계속 살아 숨 쉬는 것이다. 늘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인간에겐, 잠들지 않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풀어낼 인간이 필요하다. 이 인물 혹은 이야기, <3000년의 기다림>과 같은.
그녀와 그처럼, 우리도 언제 어디서든 기념품을 사고 내 이야기를 하면 된다.
어떤 이야기든 좋다, 다만 다시 시작할 마지막이 오면 끝에 꼭 이 말을 덧붙이자.
"내 이야기는 실화다. 하지만 동화라 해야 믿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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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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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웅이 1인 7역을 소화한 <필사의 추격>이 오는 21일 개봉합니다.
할아버지 역할을 위해 무려 5시간에 걸쳐 분장을 했다고 하는데요.
또한 곽시양의 5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자, 윤경호의 광둥어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영화 속 다채로운 볼거리를 예고했습니다.
필사의 추격
The Desperate Chase
개요: 코미디, 액션 | 한국 | 109분
감독: 김재훈
주연: 박성웅, 곽시양, 윤경호, 정유진, 박효주
개봉: 2024.08.21.
배급: TCO㈜더콘텐츠온
줄거리
완벽한 변장술로 형사들을 크게 뺑이 치게 만들어 빅뺑이라 불리는 사기꾼 김인해, 말보다 주먹이 빠른 분노조절장애 형사 조수광, 피도 눈물도 없는 보스 주린팡까지 각기 다른 이유로 제주도에서 운명적으로 조우한 세 사람! 도망칠 곳 없는 제주에 발을 디딘 그들의 쫓고 쫓기는 대환장 추격이 시작된다!
늘봄가든
SPRING GARDEN
개요: 공포, 스릴러 | 한국 | 90분
감독: 구태진
주연: 조윤희, 김주령
개봉: 2024.08.21.
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
줄거리
대한민국 3대 흉가 곤지암 정신병원, 경북 영덕횟집, 그리고... 늘봄가든
소희는 언니 혜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유일한 유산인 한적한 시골의 저택 ‘늘봄가든’으로 이사를 간다.
그곳을 방문한 후 그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기이하고 섬뜩한 일들을 겪게 되는데… 당장 그 집에서 나와! 늘봄가든 괴담의 실체를 밝힐 진짜 공포가 시작된다!
영웅: 라이브 인 시네마
HERO: LIVE IN CINEMA
개요: 드라마, 액션, 뮤지컬, 공연실황 | 한국 | 159분
감독: 박재석
주연: 정성화, 정재은, 김도형
개봉: 2024.08.21.
배급: (주)위즈온센, 메가박스중앙㈜
줄거리
1909년, 대한제국은 일본에 주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대한제국 의병 참모 중장 안중근과 그의 동지들은 단지 동맹으로써 독립운동에 결의를 다지고 명성 황후의 궁녀 설희 또한 독립운동에 동참한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 일본 내각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가 한일병합의 야망을 품고 하얼빈 역에 발을 내딛자 총성이 울려 퍼진다.
대한제국 의병 참모 중장 안중근,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믿음직한 남편이었던 안중근은 민족과 독립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다. 1910년 3월 26일 뤼순 감옥 안중근은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조국을 빼앗은 적국의 수장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전쟁 포로라고 주장하지만, 일본 법정은 안중근을 국제법을 위반한 테러리스트라고 판결하며 사형에 처한다.
극장판 블루 록 -에피소드 나기-
Blue Lock The Movie -Episode Nagi-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89분
감독: 이시카와 슌스케
더빙: 시마자키 노부나가, 우치다 유우마, 오키츠 카즈유키
개봉: 2024.08.21.
배급: CJ CGV
줄거리
“귀찮아”가 말버릇인 고등학교 2학년, ‘나기 세이시로’는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고 있었다. 축구로 전 세계 제패를 꿈꾸는 동급생 ‘미카게 레오’가 그의 재능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레오’의 권유로 축구를 시작하게 된 ‘나기’는 압도적인 축구 센스를 발휘하고 어느 날, 그들에게 ‘블루 록’ 프로젝트 초대장이 도착한다. 그곳에서 ‘이사기 요이치’, ‘바치라 메구루’, ‘이토시 린’ 등, 전국에서 선별된 스트라이커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되기 위한 꿈의 도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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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변화시킨 여성 실화 영화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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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국제 여성의날.
여성의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위하여 매년 3월 8일에 가지는 국제적 기념일로 1904년 3월 8일뉴욕에서 열린 사회주의 여성 동맹의 여성 참정권 요구에서 비롯되었는데요.
오늘은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세상을 변화시킨 여성 실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천부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진 그녀들이 NASA 최초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된다.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 세계를 놀라게 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2000년대 초 마슈하드. 사이드 하네이가 성노동자들을 무참히 연쇄 살해하고 언론에 도발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마슈하드에 도착한 여성 기자 라히미는 현지 범죄 전문 기자와 함께 사이드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2014년 8월, 극단주의 무장조직 IS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참극을 겪은 '바하르' 야지디족.
야지디족 여성 전투 부대 '걸스 오브 더 썬’은 IS의 만행을 밝히기 위해 총을 들었는데
1927년 뉴욕, 최고의 지휘자가 꿈인 ‘윌리 월터스’는 자신의 꿈을 폄하하고 만류하는 가족과 주변인들을
뒤로 한 채 음악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수소문 끝에 피아노 수업을 받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입양아이며
본명이 ‘안토니아 브리코’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심지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스승에게 파문 당하면서
커다란 벽에 부딪치게 되는데…
4천 장에 달하는 정부기밀문서를 손에 쥔 ‘벤’은 미 정부가 개입하여 베트남 전쟁을 조작한 사건을
세상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은 회사와 자신, 모든 것을 걸고 세상을
바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데…
여자 테니스 랭킹 1위, 전 국민이 사랑하는 세기의 챔피언 ‘빌리’는 남자 선수들과 같은 성과에도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상금에 대한 보이콧으로 직접 세계여자테니스협회를 설립한다.
웸블던 챔피언이자 타고난 쇼맨 ‘바비’는 자신과의 빅매치 이벤트를 제안하는데..
달 착륙 이후 최고의 시청률! 전 세계 9천만 명을 열광시킨 세기의 대결이 지금 시작된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와 설전을 벌인 폭스뉴스 간판 앵커 메긴 켈리, 폭스뉴스 회장을 고소한
그레천 칼슨, 야심있는 폭스의 뉴페이스 케일라 포스미실. 최대 권력을 날려버릴 폭탄선언
이제 이들의 통쾌하고 짜릿한 역전극이 시작된다!
가난한 싱글맘에서 미국 최고의 여성 CEO가 된 조이!
세상을 놀라게 한 그녀의 기적 같은 실화가 펼쳐진다!
보스턴 일대에서 세 명의 여성이 목 졸려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레코드 아메리칸’ 신문의 저널리스트 ‘로레타’는 유일하게 세 건의 살인사건의 연결고리를 발견한다.
전세계를 놀라게 한 충격 실화 최악의 연쇄살인사건, 목숨을 건 최초 보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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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주] 달리는 것만으로도 재밌지만, 그 이상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문보다 재밌다’였다. 인친분들의 평도 많이 보았고, 실제로 지인들과 대화 중에 ‘탈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공통적으로 대부분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이 영화를 시사회에서 만났거나 최대한 빠르게 보았다면 지금 쓰는 이 리뷰는 달라졌을 것이다. 극장을 나오며 네이버 평점은 얼마인지, 소문보다 재밌다고 느꼈으나 어딘가 공허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지 고민했다. 이건 그에 대한 나만의 고민이자 리뷰다.
영화가 생각보다 흥미로웠던 첫번째 이유는 ‘늪지대와 달리기’ 전략 덕분이다.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하고 주인공이 생각을 멈추거나 행동을 느리게 하는 순간은 극히 일부 장면만 존재한다. 설령 캐릭터가 침착한 태도를 일관한다 하더라도 상황 자체가 급박하게 돌아가며 약간의 움직임을 눈치채거나 이해하지 못하면 흐름에 이탈하기 쉬운 전개였다. 주인공이 탈주하고자 숨 가쁘게 달리다가 지뢰밭 앞에서 아주 천천히 움직인 것처럼, 영화도 동일하게 전반적으로 몰아치는 러닝타임 속에 몇몇 지뢰를 숨겨두고 지그시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략 중 늪지대라고 말한 이유도 동일하다. 늪지대에서는 달릴 수 없다. 달린다 하더라도 오히려 늪에 더 빨리 빠지는 멍청한 행동이다. 주인공이 탈주범이라는 사실을 관객은 시작과 동시에 알게 된다. 덕분에 다양한 상황에서 서스펜스와 스릴을 즐길 수 있지만, 오히려 빠른 전개와 반대하는 자체 브레이크 장치다. 관객이 이미 진실을 알고 있기에,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불안감과 무거운 압박감이 달리기를 짓누른 것이다. 스스로 발목에 쇠사슬을 묶은 죄수가 열심히 달리기를 하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것을 전략이라 판단했다. 꽤나 어렵게 결정했을 전략이었다.
두번째로 영화가 재밌었던 이유는 연출이다. 영화 내내 얼마나 장면 하나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이 느껴졌다. 남쪽으로 탈주하려는 주인공의 입장을 대변하듯 화면 자체가 세로선 보다는 가로선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눈치채신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주인공의 처음 달리기와 마지막 달리기는 굉장히 대조적이고 결과에 대한 의도가 다분하다. 캐릭터들이 바라보는 방향과 시선 자체도 노골적인 수준으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었다. 한예종 영화과를 졸업하신 이종필 감독님의 날카로운 감각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감독님의 바로 전작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일부분 TV에서 본 적 있으나 전체 관람을 못 했는데, 이번 작품으로 더 궁금해졌다. 다시 ‘탈주’로 돌아와 이야기를 하자면, 어딘가 유쾌하지만 무서운 연출이 능청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제훈, 구교환과 만나면서 꽃을 피운다. 아쉽게도 이 부분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부분이다. 하지만 시나리오상 두 배우가 꽤나 맛깔나는 수준 높은 연기를 선보인 것은 분명하다. 캐릭터와 캐릭터를 재창조하는 힘, 연출은 이 작품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움도 존재한다. 앞서 설명했듯, 극장을 나오는데 어딘가 공허하고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이 밤새 나를 괴롭혔다. 언제나 그렇듯 곰곰이 생각하니, 이 공허함을 두 가지로 유추할 수 있었다. 첫번째는 평면적 캐릭터의 한계다. 영화 모가디슈가 나름 흥행한 이유는 군더더기 없는 속도감과 숨 막힐 듯 조여오는 압박감이 시원하게 터진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남북한 주인공 모두 이념이란 경계에서 생존이라는 공동 목표로 변하며 성격이나 행동이 입체적으로 변한다. 반대로 본 작품에서는 성격이나 행동, 목표가 변화하는 캐릭터는 없었다. 이것 또한 북한 정권의 획일성과 사고의 결핍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면 인정이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 처음부터 독종이자 능청거리는 주인공과 어딘가 사이코패스 성향의 주연은 점점 익숙해지고 계속해서 더 큰 자극을 주어도 제자리에 우뚝 선 초소처럼 느껴졌다. 사람이 죽음의 이지선다를 몇 번이고 운으로 지나가는데, 성격이나 행동의 변화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재미보다는 아이러니했다. 두번째는 떡밥은 미끼가 아니라는 것이다. 떡밥은 고기가 모이게 해주는 역할을 할 뿐, 고기를 낚으려면 바늘에 걸린 미끼를 고기가 물어야 한다. 초반부에는 작은 반전이란 떡밥을 구교환 배우님이 뿌리고, 중반부에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활약한 배우님이 깜짝 등장하며 뜬금없는 떡밥을 뿌린다. 결말부에는 다시 구교환 배우가 해외에서 만났을 인연(?)에 대한 알 수 없는 떡밥을 뿌린다. 애초에 처음부터 커다랗고 맛있는 미끼를 날카로운 바늘에 걸어두었지만, 어지러운 떡밥들 속에서 미끼는 가려질 뿐이다. 분명 쉬어 가는 타이밍도 좋지만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구교환 배우와 이제훈 배우의 과거 이야기를 다시 밟는 것이 나아 보였다. 결정적인 장면에서 필요한 서사인 피아노 형이 왜 피아노 형인지, 어린시절 이야기는 온데간데없으나 개인사, 가정사는 보아야 한다니.
이미 개봉한 국내 영화를 다 보진 못했지만, 그리 나쁘게만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흥행한다면 또다시 영화제에서 수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제훈 배우와 구교환 배우의 합작이 성사됐다는 점에도 만족스럽다. 작년 이맘때 영화 ‘밀수’를 관람하고 한숨을 쉬고, 고개를 흔들었다. 당시에 ‘밀수’를 여러 번 재차 관람하시고 좋아하시는 분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본 작품을 관람하고 그분들이 떠오르며 공감했다. 어떤 사람은 영화 전체를 좋아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영화의 특정 부분에서 흘러나오는 색감, 향기, 서사를 좋아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영화는 마케팅 상품이자 거대한 자본의 역할이 아닌 예술로 남는 듯하다. 그런 생각과 고민으로 밤잠을 설쳤다. 결론적으로 둘 중 하나는 세상을 떠나야 했다. 그게 내 결론이다.
P.S 죽어 나가는 조연들 그리고 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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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다음 챕터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라우더 댄 밤즈>, <델마> 등으로 국내 영화팬들에게 유명한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신작인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가 벌써 내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2021년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에 후보로
올라가며 작품성을 인정 받기도 했는데요. 개봉 전부터 SNS에서 화제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미국 유명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지수 96%를 기록하며 해외 유수 언론 매체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는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를 더 자세히 톺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출연하나요?
율리엘 | 레나테 레인스베
FILMOGRAPHY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021)
어떤 영향력 (2020)
빌마르크 어사일럼 (2015)
AWARDS
Cannes Film Festival, 2021
Critics Association of Central Florida Awards, 2022
악셀 | 앤더스 다니엘슨 리
FILMOGRAPHY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021)
베르히만 아일랜드(2021)
오슬로, 8월 31일 (2011)
AWARDS
International Cinephile Society Awards, 2022
International Online Cinema Awards (INOCA), 2022
Kosmorama, Trondheim Internasjonale Filmfestival, 2012
에이빈드 | 할버트 노르드룸
FILMOGRAPHY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021)
포노펑 (2013)
AWARDS
Best Supporting Actor (Årets mannlige birolle), 2014
Kosmorama, Trondheim Internasjonale Filmfestival, 2014
어떤 내용인가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의대에 진학한 율리에.
하지만 '마치 목수가 된 것 같다'는 이유로 진학을 포기하게 된다.
그 후, 그녀는 서점 알바를 하며 적성과 맞는 사진을 배우게 된다.
그런 율리에는 우연히 파티에서 유명 만화가 악셀을 만나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둘은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고,
결국 이별을 고하게 된다.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나가는데...
TMI
첫 번째,
주인공 율리에 역을 맡은 레나테 레인스베와 악셀 역을 맡은 안데스 다니엘슨 리 배우 모두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오슬로, 8월 31일>에 출연했다.
두 번째,
<리프라이즈>, <오슬로, 8월 31일>에 이어 노르웨이 오슬로를 배경으로 제작된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오슬로 3부작 중 마지막을 장식했다.
세 번째,
원제목인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의 의미는 ‘율리에가 자신에 대한 감정을 의도적으로
과장해서 표현한 것 같은 말이다’고 감독은 밝혔다.
지금까지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를 간단하게 살펴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가 궁금하시다면 8월 25일 극장으로 당장 고고!!
그럼 우리 모두 안전하게 극장에서 만납시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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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5주 최신 개봉영화(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라스트 나잇 인 소호, 베네데타, 킬링 카인드, 태일이)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1월 4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고스트버스터즈라이즈 #라스트나잇인소호 #베네데타 #킬링카인드 #태일이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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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4분 44초> 공식 예고편
4시 44분⏰이 되면 공포의 저주가 다가온다 스낵 호러 무비 [4분 44초] 11월 1일 롯데시네마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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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세계> 마스터피스 예고편
여성 아티스트 역대 경매가 1위
국내 미술 경매가 해외 아티스트 중 1위
미술 전시 중 세계 최다 관람객 동원
‘호박’, ‘무한 거울의 방’ 등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현대 미술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
성차별과 인종의 편견을 무너뜨린 독보적인 스타일!
압도적 존재감의 명작들을 처음으로 스크린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