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1-25 14:59:13
1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위키드> 개봉 첫 주만에 누적 수익 1억 달러 돌파

2024년 하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던 <위키드>가 개봉 첫 주 만에 누적 수익 1억 1,400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2024년 개봉작 중 세 번째로 높은 첫 주말 흥행 기록이라고 합니다. <위키드>는 현재 로튼 토마토 90%을 기록하며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의 성공과는 다르게 <위키드>의 영화화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당초 2016년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2019년으로 미뤄졌습니다. 그러나 그 개봉일은 유니버설의 <캣츠>에게 넘어갔고, 다시 2021년으로 연기되면서 <씽2게더>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감독 역시 <빌리 엘리어트>를 연출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에서 <인 더 하이츠>의 '존 추' 감독으로 한 차례 교체된 바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총 2부작으로 구성된 <위키드>는 투입된 제작비만 3억 5천만 달러 이상에 달하며, 유니버설 스튜디오 역사상 가장 비싼 영화로 기록되었습니다. 후속작인 <위키드: 파트2>는 내년 하반기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보다 한 주 늦게 북미에서 개봉한 <글래디에이터 Ⅱ>는 누적 수익 약 5,500만 달러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였습니다. 제작비가 약 2억 1천만 달러로 추정되는 만큼, 국제 시장에서의 성과가 흥행 성공의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현재까지 해외에서 1억 6,500만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약 4억 달러에 가까운 수익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고작 300만 달러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편, <위키드>는 북미에서의 성공에 비해 국내에서는 누적 관객 수 65만 명을 불러들이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며 침체된 극장 상황을 짐작케 했습니다. <위키드>와 함께 개봉한 <히든페이스>가 누적 관객 수 35만 명으로 2위를, <글래디에이터 Ⅱ>가 누적 관객 수 72만 명으로 1위에서 3위로 내려왔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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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노동계급 소시민에게 구원의 모습은 어떠한가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Kike Will Hit a Home Run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Korea/2024/97min
*시놉시스
영태와 미주는 작지만 아담한 월셋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식당을 같이 운영하기로 했던 영태의 동업자 선배가 갑자기 약속을 깨뜨린다. 영태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나고 미주가 혼자 남는다. 미주는 영태를 기다리며 자신도 열심히 살아간다.
박송열 감독의 전작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의 엔딩신에서 받은 충격은 여전히 생생하다. 노동계급 소시민 남자는 응당 분노해야 할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누군가를 찾아가지만, 화를 표출하는 대신 분을 삭인 후 돌아선다. 이 장면의 정서는 패배감, 울분이라기보다는 구원이다. 노동계급 소시민의 삶을 지속 가능케 하는, 기묘한 낙관의 느낌을 전하는 체념으로서의 구원 말이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거창하고 영웅적인 행위로서의 구원과는 거리가 먼 박송열표 구원론의 인상적인 각인이었다.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의 다음 이야기라 할 만하다. 등장인물이 같은 것뿐 아니라 주제 의식과 메시지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영태, 미주 부부는 여전히 퍽퍽한 생활을 하는 중이지만 이전보다 아주 조금 상황이 나아진 듯도 하다. 새로 들어간 월세집은 이전에 살던 집보다 더 나아 보이는, 임신을 계획 중인 두 사람이 터전을 닦기에 퍽 적절한 공간이다. 두 사람은 이 공간에서 만들어나갈 미래의 가능성에 들뜬다. 그러나 이러한 소박한 기대조차 늘 배반당하는 것이야말로 노동계급 소시민 삶의 특징이다. 영태는 동업을 하자는 선배와의 일이 틀어진 후 돈을 벌기 위해 떠나고,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더는 수업을 할 수 없게 된 미주 역시 여러 임시직을 전전하며 돈을 모으기 위해 분투한다. 전작에 이어 소시민적 고난과 애환이 펼쳐진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이들이 마주한 고난의 스케일의 크기를 ‘축소’한다. 몇 년 전에 빌려준 50만 원, 300만 원이 필요한 동생, 미주에게 3만 원을 요구하는 영태……. 연일 부동산 가격을 두고 쏟아지는 뉴스에 비하면 주인공들이 울고 웃는 화폐의 단위는 지극히 ‘초라’하다. 이렇게 적은 금액에도 삶이 흔들리는 사람들의 영화적 환기는 모두가 공유하는 경제적 상승 욕망이 비가시화한 실재하는 삶의 양태를 드러내며 환상과 현실의 거리를 좁힌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비연속적인 장면, 독특한 리듬의 대사와 연출이 연달아 이어지는데도 박송열의 영화가 지독히 현실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이유다.
노동계급 소시민은 작디작은 체념을 체화하는 일상을 산다. 영화는 그 원인이 자본주의라고 말한다. 자본주의 체제하의 적대적 계급 현실이 영태와 미주가 겪는 고난의 원인이라는 점이 전작에서보다 훨씬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노동계급 소시민을 위한 정치적 요구가 직접 드러나는 장면 등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영태와 미주가 겪어야 할 고난이 커진 만큼 영화의 유머도 더한층 능청스러워졌다. 이것이야말로 박송열 감독 영화의 특이점이다. 일상적 고난은 이어지고 영태와 미주의 현실은 점점 꼬여만 가지만 두 사람은 결코 비통함, 원통함, 격렬한 울분을 표하지 않는다. 언제나 있어온 일이라는 듯 가벼이 체념한 후 바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며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노동계급 소시민이 격렬한 감정으로 적극적으로 모색할 변혁은 도래할 국면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 상태로 일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체념하고 포기하고 한숨 쉬면서도 일상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의 양식(樣式)이 필요하다. 박송열이 자기만의 개성으로 포착하고 벼려낸 영화 속 이미지는 모두 이곳을 향한다.
박송열의 영화에는 노동계급 소시민의 삶이 어떻게든 이어질 것이고, 근근이 이어지는 그들의 삶이 대체로 비관적인 상황에 놓여 있을지라도 사람들이 결코 그에 완전히 잠식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묘한 낙관이 깃들어 있다. 부동산 투자업에 실패한 영태와 유산한 미주에게 홈런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심지어 섹스 시도에서조차 격렬함을 소거한 채 느긋이 서로의 몸을 포개는 엔딩 장면은 두 사람에게 홈런이 ‘대박’이나 ‘인생 역전’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태도 그 자체일 수 있음을 환기한다. 우리는 이를 구원에 대한 소시민적 감각이라 부를 수 있을 터다. 모두가 고개를 꺾어 ‘위’만 바라보며 자기가 발 디딘 ‘아래’를 보지 못하는 지금, 박송열이 견지하는 노동계급 소시민의 일상적 구원의 태도는 무척이나 귀하다. 그리고 긴요하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노동계급 소시민의 삶을 다루는 박송열의 작업이 계속 이어지기를, 그가 아키 카우리스카미의 스타일과 주제를 한국에서 계속 펼쳐내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영화 매체 〈씨네랩〉 초청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 상영시간
10-05/20: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0-06/20:00/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10-09/16: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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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할 순 없지만, 영영 남을 이야기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 타인에게 기대와 실망을 경험해 본 만큼 스스로의 개인적인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수고롭게 느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회사와 집을 바쁘게 오가는 쳇바퀴를 돌아가는 듯한 생활 패턴도 한몫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제법 성숙한 어른이니까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자기계발을 하며 혼자서도 곧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모이는 연말연시나 휴가철이 되면 창문에 홀로 비친 자기 모습과 마주할 때 묘한 씁쓸함을 곱씹게 된다. 마치 <로봇드림> 오프닝 속 도그의 모습처럼 말이다.
모든 인연이 그렇듯 조금씩 엉키며 둘이 다시 재회하기엔 점차 어려워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둘 곁에는 새로운 단짝이 생긴다. 그리고 앞서 계속 만나지 못한 둘이 비로소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될 상황이 됐을 때 로봇은 그저 함께했던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로봇 드림>의 가장 큰 특징은 대사 한마디 없이 효과음 OST 그리고 조금은 유치하지만 볼수록 귀여운 애니메이션 그림이 스크린을 채운다는 점이다. 로봇의 기계음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도그의 숨소리는 왠지 모르게 서글픈 순간도 종종 있다. 둘이 다시 즐겁게 뛰어놀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세상 일이 모두 마음처럼 잘 풀리지 않듯 둘의 관계도 변하게 된다. 그래서 꼭 슬픈 이별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엔딩에 삽입된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를 들으면서 코끝이 찡해지는 기운은 멈출 길이 없다.
<로봇 드림>처럼 사랑이든 우정이든 이별은 슬프지만, 우리에겐 기억이 남는다. 그 이별이 좋았던 나빴던 지 간에 그때 재밌었는데, 하고 입꼬리가 잠시나마 올라가면 그만이다. 곁에 있을 줄 알던 친구가 떠나고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끝나곤 한다. 아마도 우리는 은연중에 영원하지 않을 걸 알아서 그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때때로 서로의 시간에 잠시 살았다는 걸 기억하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그러니 부디 뜻하지 않은 이별에 짧게 슬퍼하고 종종 좋았던 날들을 떠올리며 틈틈이 웃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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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명작] 맞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내가 앉은 카페 맞은편에는 '풍천장어 직판점'이 있다. 그리고 그 비가 오는 길거리에 한 남자 전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다. 저 사람은 누구와 통화하고 있을까? 조잘조잘 웃으며 환하게 웃는다. 마스크가 없는 얼굴에 미소가 더 잘 보인다. 왠지 사랑하는 사람과 통화하고 있을 것 같다. 그냥 친구랑 통화하는 거면 저렇게 환하게 웃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 카페에 앉아서 늘 먹는 아이스티를 주문했다. 내가 앉아 있는 자리의 또 옆에는 화분이 덩그러니 있다. 그 화분에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써져있다.
으른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초딩입맛인 나. 이 카페는 large 사이즈가 4천 원 언저리라서 부담 없이 오기 좋다. 사회복무요원의 신분 덕에 돈이 없어 경제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맞지만 여기는 내가 좋아하는 메뉴들을 크고 싸게 한다. 카페모카 류의 커피가 들어간 음료들도 비슷한 가격대지만 난 단 것만 판다. 딱 이런 것만 보면 청승맞은 이유가 있다. 적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와도 난 역시 단 게 좋고 군것질이 좋다. 내 연인이 마이구미를 좋아하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그걸 매일 먹으면 한 편으로 신기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금세 비가 오는 밖의 모습이 보인다. 우산 한 개를 가지고 두 커플이 손 꼭 잡고 걸어가고 있다. 내 우산은 누가 갖다 줄까?라고 자신에게 반문한다. 확실한 건 뭔가 으-른의 취향을 가진 사람이 매력적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다. 난 추적추적 비 맞으며 그냥 뛰어가야겠다. 2001년의 한국 어느 곳에서도 우산을 혼자 쓴 남자가 고민에 빠진 것 같다. 왓챠로 달려가 보자.
행복 회로 위이잉
우리의 주인공 봉수는 그냥 직장인이다. 작은 아파트 단지에서 직장을 다니는 주인공.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에 좀 질렸다. 어느덧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봉수. 봉수는 고민이 있다. 바로 결혼을 하는 친구들이다. 나는 왜 결혼을 못하는 걸까? 마음이 답답해진 봉수. 나 정도면 직장도 있고 성격도 괜찮아서 할 만하지 않나? 사실 아내는 고사하고 여자 친구도 없는 봉수지만 생각이 많아진다. 이러다 평생 혼자 사는 것 아닐까? 불안한 예감이 현실이 된다고 봉수의 불안은 점점 이뤄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우 이 끔찍한 이 기분.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데, 옆구리가 시린 느낌이 평소 때보다 더한 것 같다.
이 외로움을 친구에게 주절주절 터놓는 봉수. 어느 날 지하철을 탔는데 나만 빼고 사람들이 통화하는 꼴이 처량했다. 친구는 곧바로 답한다. “나한테 하지!” 눈치가 없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속을 몰라주는 것이 답답하다. 그래도 봉수의 삶에 다행인 것이 있다. 바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친구였다. 그래도 너라도 있어서 참 다행이야. 내가 독신주의자인 너보다 먼저 할 테니까. 친구는 곧이어 대답한다. “너 민정이 알지? 걔 결혼한대.” “누구랑 해?” “나랑.” “그날 네가 사회 봐라” 알고 보니 기만자였다. 진짜 너무한다. 사회 보라는 말이 없었다면 비교적 덜 염장을 질렀을지도 모르겠다. 으아!!!!!! 나같이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왜 결혼을 못하는 거야? 세상은 역시 미스터리 투성이지만 그중 최고는 역시 결혼이거나 연애다. 나만 왜 못하는 걸까? 절규를 우아아아아악 내지르지만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봉수. 직장에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 한 여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해맑게 웃는 여자와 뭐든 해내는 남자의 사랑이야기
영화는 봉수와 원주의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한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우리가 아는 사랑 영화는 다양하게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우리가 아는 맛이다. 귀여운 주인공들, 엇나가는 마음, 풋풋한 내면까지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다. 근데 이 영화는 다른 작품들에 갖는 분명한 이점이 있다. 바로 타격감이다. 주인공들의 성격 묘사가 섬세한 느낌이다. 특정 장소 앞에서 내면을 털어놓는 장면, 형광등 가는 장면, 원주의 성격 묘사까지 영화는 파릇파릇한 장면으로 러닝타임을 채워놓았다. 그중 생각하는 최고의 풋풋함은 봉수가 마술을 배우는 장면이다. 현대 2022년으로 치면 MBTI쯤 될 마술. 사랑을 위해 마술을 배운다는 게 왠지 우리의 초등학생 시절이 떠올라 귀엽다. 근데 이런 자질구레한 소심함 설경구 배우가 캐릭터를 잘 살려서 귀여운 요소로 작용한다. 헤어스타일 + 코디 + 왠지 짠내 나는 성격 + 말투까지 실제로 이런 사람이 꽤나 많았을 것 같은 느낌이다.
또 다른 여주인공 원주의 캐릭터도 귀엽다. 원주는 보습 학교 선생님이다. 제법 따뜻한 선생님인 원주. 아이 한 명이 엉엉 울고 있어 ‘무슨 일이니’ 묻는다. 그리고 아이는 대답하다. “애들이 선생님 닮았다고 놀려요!" 예전에 기타리스트 조정치 님이 나와서 '같은 반 애들이 조정치 닮았다고 놀려요'라는 고민상담을 들어주던 짤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의 원주는 그것보단 유연하게 대처한다. 착한 원주. 우리가 아는 전도연 배우의 비주얼에 그런 캐릭터를 부여한 게 솔직히 납득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돌봐준다. 원주는 그렇게 내면이 깨끗한 사람이다. 영화는 이렇게 파릇파릇한 캐릭터들로 러닝타임을 끌고 간다.
풋풋한 이 느낌
두 주인공 설경구-전도연 배우의 이 작품 전작 <박하사탕>과 <해피엔드>가 생각난다. 광기가 폭발하던 <박하사탕>이나 불륜을 다뤘던 <해피엔드>까지 이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상큼 발랄한 모습이 보인다. 특히 전도연 배우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대척점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전도연이란 사람을 실제로 아는 건 아니지만 왠지 이 배우는 상상력으로만 연기를 하는 건 아닐 것 같다. 이런 상큼 발랄한 성격이 내면에 있을 것 같다. 근데 설경구 배우의 짠내 나는 모습은 정말 새롭다. <킹메이커>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나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뒤틀린 내면까지 요즘 관객들은 모를법한 인물 연기가 재밌었다. 뭔가 왓챠라는 OTT의 순기능 같은 느낌?
있을 때 잘해라 인마
인연이라고 하는 것이 얼굴에 또박또박 적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근데 그런 미래를 예지 하는 능력 따윈 없으니 사랑에 울고 웃는다. 이 울고 웃는 것에서 오는 난제는 역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일 것이다. 영화는 이 난제에 대한 묘사도 빼먹지 않았다. 막상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남자 주인공의 욕심은 사실 우리와 그렇게 차이가 있진 않다. 나도 주말마다 카페에서 궁상과 주접을 떨지만 '아무나랑 사귀어라'라고 하면 싫다. 좀 별 것 아닐 것 같은 상황과 처지지만 이런 구석구석 디테일한 인물 묘사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또 다른 미묘한 내면묘사는 '뒤돌아 본다'라는 행동이다. 내내 사랑스러운 톤과 분위기로 이끌어가지만 상실과 부재에 대한 인상적인 장면이 있으니 이 부분도 관객에게 강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있을 때 잘해라. 그리고 현재의 네 삶을 사랑하라'라는 고루한 주제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어떤 마음과 정서가 우리의 마음속에 남는 이유는 각본의 꼼꼼함 덕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엔딩이다. 두 주인공의 성격이 오롯이 담겨있는 이야기에 마음이 흐뭇해진다. 이래서 로맨스 영화를 보나 싶다.
깨알같이 담겨있어
어느 각도에서 보면 이 영화는 이야기 전개에 진전이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너무 잔잔하다!'라고 생각하실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소소한 디테일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 왠지 점점 이뻐지는 듯한 원주, 우산으로 시작한 첫 장면, 봉수의 찌질한 대사 톤까지 소박하고 순수한 사랑을 기대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가 좋은 대리만족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우리나라 영화에서 이런 작품들을 많이 못 본 것 같다. <연애 빠진 로맨스>같이 19금 코드가 적절히 들어있는 게 떠오르지 극장에서는 찾기 힘들었던 것 같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이제 안정세에 접어든 만큼 우리 한국영화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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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BO 슈퍼히어로 영화 <배트걸>에 레슬리 그레이스 낙점!
<인 더 하이츠>에 출연한 레슬리 그레이스(Leslie Grace)가 HBO 맥스의 슈퍼 히어로 영화 <배트걸>에서 바바라 고든 역으로 공식 캐스팅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레이스는 <그녀들을 도와줘>와 <파이브 피트>에 출연한 헤일리 루 리차드슨(Haley Lu Richardson), <도라와 잃어버린 황금의 도시> 주연 이사벨라 메르세드(Isabela Merced) 그리고 <사채왕 피그>와 <좀비랜드: 더블 탭>에서 열연을 펼친 조이 도이치(Zoey Deutch) 등 강력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캐스팅됐다고 합니다.
<나쁜 녀석들: 포에버>을 연출한 듀오인 아딜 엘 바르비와 빌랄 팔라 감독이 <배트걸> 연출을 맡을 것이며, 또한 <범블비>와 <더 플래시>를 담당한 크리스티나 호드슨이 각본을 맡을 예정입니다. 촬영은 올해 11월에 시작할 것이며, <배트걸>의 최종 개봉일은 아직 정해진바 없다고 합니다.
레슬리 그레이스의 첫 주연은 존 추 감독이 연출한 워너 브라더스 영화 <인 더 하이츠>에서였습니다. <인 더 하이츠>는 21세기 최고의 천재 예술가로 불리는 린-미누엘 미란다의 뮤지컬 작품을 각색한 영화이며, 국내에서는 5만 명이 넘는 관객 수를 불러 모은 경험이 있습니다. 한편, 그레이스는 극 중 스탠퍼드 대학에 진학한 동네의 자랑인 ‘니나’ 역을 선보이며 많은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은 신예 배우이기도 합니다.
<인 더 하이츠> 개봉 전, 그레이스는 해외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에게 자신의 첫 영화가 개봉하게 되어 긴장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녀는 “저는 영화 세트장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어떤 것도 언급할 수 없다”라고 말하며, 영화 제작팀과 함께 출연한 주연 배우들이 자신을 편하게 대해준 것이 매우 감사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레이스는 할리우드의 성배라고 불리는 만화책(comic book)의 각색을 이끌어 슈퍼 히어로의 주인공이 될 예정입니다. 해외 엔터테인먼트 뉴스 업체인 데드라인 할리우드(Deadline Hollywood)가 처음으로 그레이스의 <배트걸> 캐스팅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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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상상력을 살려낸 열연
영화 '행복의 나라'는 공개 타이밍이 아쉽다. 비슷한 시대 배경을 소재 삼은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엄청난 화제성을 몰고 온 뒤에 개봉됐기에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영화를 보고 온 많은 관객들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10.26 사건과 12.12 사태를 배경으로 이를 관통하는 재판의 대상인 실존인물 박흥주 대령의 이야기를 팩션으로 다룬다.
격동의 상황 속에서 극을 끌고 가는 건 추창민 감독이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주인공 정인후다. 이념 대립이나 거대 담론엔 관심 없고, 직업적 소신도 없는 캐릭터로 자신의 신념 때문에 가족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에 분노해 세속적으로 살아왔다. 그랬던 그가 아버지와 닮아있는 박태주를 변호하며 비정한 시대의 야만성에 분노하고 충돌하면서 싸운다.
그러면서 '행복의 나라'는 정인후와 박태주, 두 사람과 16일간 졸속으로 이뤄진 재판과정을 통해 역사적 사건보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을 깊게 들여다본다. 10월 26일과 12월 12일, 두 사건 사이에 숨겨진 이야기와 희생된 사람들에 더 호기심이 생긴 추창민 감독의 기획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더불어 정인후와 박태주라는 두 인물을 통해 시대를 막론하고 어떤 신념과 자세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도 되돌아보게 한다.
정인후를 앞세워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정인후에 공감하고 몰입한다면 그와 함께 뜨거워지겠지만, 뜨거워지는 명분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올드하고 진부하게 다가온다. 후자를 택했다면 아무래도 시대의 아픔 속에 담긴 개인의 이야기가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이 추창민 감독의 상상력이 비범이 아닌 평범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리고 먼저 개봉한 '서울의 봄'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행복의 나라'가 먼저 개봉했고, 대형 사건, 상징적 인물들을 픽션과 팩트를 여러 톤으로 다채롭게 사용했으나,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무기들이 부족했던 셈이다.
전자의 관객들처럼 가슴이 먹먹하게 다가왔다면, 평범한 상상력에 몰입하게 만든 배우들의 열연이 컸을 것이다. 정인후를 연기한 조정석은 2주 전 개봉한 자신의 주연작 '파일럿'과는 180도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다가도 울분을 토하고 감정을 터뜨리면서 자신의 연기 A부터 Z까지 다 쏟아낸다. 그가 대세 배우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행복의 나라'가 마지막 작품이 된 故 이선균의 존재감도 강하게 다가왔다. 박태주로 분해 인물의 우직한 면모를 깊은 눈빛으로 표현한다. 후반부 박태주로서 정인후에게 건네는 마지막 대사와 모습이 마치 관객에게 남기고 떠난 것 같은 인상을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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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빼앗긴 레즈비언은 기억과 몸짓으로 말한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후 쓴 리뷰입니다.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은 가장 손쉬운 자기 선언의 수단이다. "나는 남자입니다." "나는 30대입니다." "나는 게이입니다." 등의 말을 통해 우리는 각자의 정보를 상대에게 빠르고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말이 전부는 아니다. 말이 없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릴 수 있다. 때로는 말보다 더 선명한 방식으로. 영화 〈우리, 둘〉(원제: 'Two of Us')은 '말할 수 없는' 레즈비언들이 스스로의 존재를 강렬하게 선포하는 일에 관한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노년의 레즈비언 커플인 니나와 마도다. 둘은 복도를 가운데 두고 마주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은퇴한 둘은 로마로 이주해 한 집에 같이 살 계획을 꾸린다. 그런데 니나와 마도가 갈등을 겪기 시작한다. 마도가 자녀들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이고 애인인 니나와 함께 살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니나는 '말하지 못하는' 마도를 답답해한다.
둘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던 때, 마도가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관계에 기묘한 변화가 생긴다. 이제 '말하지 못하는' 건 니나다. 니나는 매일 마도를 보고 싶고, 항상 마도의 곁에 머물고 싶다. 그러나 마도의 간병인은 그런 니나를 이상하게 여긴다. 니나는 간병인에게 자신이 마도의 레즈비언 애인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니나는 자신이 마도의 이웃, 친구로만 여겨지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영화의 절정, 어머니가 레즈비언임을 알게 된 마도의 딸 앤은 그 사실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마도를 니나와 분리하려고만 한다. 그럼에도 마도가 계속 니나를 찾자 '제발 자신과 대화를 하자'고 울부짖는다. 하지만 마도는 이중적 의미에서 말할 수 없다. 뇌졸중에 걸려 언어능력을 잃은 게 첫 번째 이유고, 이성애규범적 세계가 레즈비언의 발화를 허용하지 않는 게 두 번째 이유다. 앤이 애타게 소리쳐봤자, 대답은 오지 않는다. 엄마와의 대화를 막는 건 이성애중심적 체제와 그에 안주하는 앤의 편견이지만, 앤은 끝내 무엇이 자신과 엄마의 대화를 막는지 알지 못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말'이 중요한 소재임을 암시한다. 영화는 두 여자아이가 숨바꼭질을 하다가 한 명이 사라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술래인 아이는 사라진 친구를 애타게 부르지만, 그 목소리는 까마귀 울음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는다.' 애타게 부르짖어도 들리지 않는 아이의 목소리는 자신들이 레즈비언 커플임을 말하지 못하는 니나와 마도를 닮았다.
하지만 말이 없다고 니나와 마도가, 그들의 관계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말이 아니어도 그들의 존재와 사랑을 증명할 수단은 있다. 말의 강제적 부재라는 상황에서, 니나와 마도가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식은 기억과 몸짓이다.
먼저 기억의 문제를 보자. 앤이 아무리 부정해도, 마도의 옛 앨범에 담긴 건 그녀의 아버지가 아닌 니나다. 마도의 모든 걸 제일 잘 아는 사람도 니나다. 오랜 기간 서로가 서로의 가장 친밀한 존재였던 둘은 동성애 친밀성을 배제한 가족제도와 규범이 알지 못하는 내밀한 경험들을 쌓아왔다. 니나와 함께 쌓아온 내밀한 경험은 '말을 잃은' 마도에게 가장 분명한 언어가 되어 둘의 과거를 소환하고, 현재를 구성하며, 미래를 꿈꾸게 한다. 니나와 마도는 오랫동안 함께 쌓아온 기억으로 소통한다. 이들의 소통이 앤을 비롯한 타인에게 '들리지 않는' 건 이 영화의 가장 큰 비극이다.
두 번째는 몸짓이다. 영화의 마지막, 니나는 요양 병원에 있는 마도를 몰래 자기 집으로 빼돌린 후 함께 블루스를 춘다. 밖에서는 앤이 문을 쾅쾅 두드리며 마도를 돌려달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마도와 니나는 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이 장면에서 '듣지 않는 건' 앤이 아닌 마도와 니나다. 세계가 그들을 거부하자, 그들만의 세계를 만든 것이다. 사랑을 속삭이는 말은 들리지만, 사랑에 손가락질하는 말은 들리지 않는 세계를. 서툴고 경직된 그들의 블루스가 무엇보다 단단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렇게 말을 빼앗긴 늙은 레즈비언 커플은 기억과 몸짓으로 자신들을 증언한다. 〈우리, 둘〉은 '말'의 은유를 통해 존재에 대한 윤리의 문제를 다루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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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4주 최신 개봉영화(해피뉴이어, 노웨어 스페셜, 램, 메모리 조작살인, 긴 하루)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2월 4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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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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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빗구미입니다!
🐰✨ 오늘은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인사이드 아웃2'에 담긴 세 가지 감정을 알려드립니다. 🎥🍿
엄청난 흥행 속도를 보여주고 있죠. 1편에 이어 2편도 공감가는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
사춘기 소녀 라일리의 감정이 풍부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저와 함께 영화 속에 담긴 감정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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