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2-11 12:26:51
영화 보고 나면 편지할게요
잊을 수 없는 영화 속 편지

씨네픽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날씨가 부쩍 추워졌는데 다들 건강 잘 챙기고 계신가요?
다가온 연말연시로 인해 편지 쓸 일이 많아졌죠.
에디터는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편지를 쓰고 받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편지와 가까운 사람인가요?
편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어도 괜찮습니다.
편지와 어색한 사람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불쑥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 거예요.
그럼, 영화 보고 나면 또 편지할게요.
사랑을 담아,
씨네픽 드림.

줄거리
1994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 14살 ‘은희’의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

줄거리
아빠와 20여 년 전 갔던 튀르키예 여행.
둘만의 기억이 담긴 오래된 캠코더를 꺼내자 그해 여름이 물결처럼 출렁이기 시작한다.

줄거리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은 편지의 내용을 숨긴 채 발신인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하고, '윤희'는 비밀스러웠던 첫사랑의 기억으로 가슴이 뛴다. '새봄'과 함께 여행을 떠난 ‘윤희’는 끝없이 눈이 내리는 그곳에서 첫사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는데…

줄거리
쌍둥이 남매인 잔느와 시몽은 어머니 나왈의 유언을 전해 듣고 혼란에 빠진다. 유언의 내용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생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아 자신이 남긴 편지를 전해달라는 것. 또한 편지를 전하기 전까지는 절대 장례를 치르지 말라는 당부도 함께 담겨있다. 어머니의 흔적을 따라 중동으로 떠난 남매는 베일에 싸여 있던 그녀의 과거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 과거의 끝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기다리고 있는데....

줄거리
“오늘은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오후, 세미는 이상한 꿈에서 깨어나 하은에게로 향한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마음을 오늘은 반드시 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쳐 흐르는 마음과 달리 자꾸만 어긋나는 두 사람.
서툰 오해와 상처를 뒤로하고, 세미는 하은에게 진심을 고백할 수 있을까?

줄거리
용돈 벌이를 위해 폴의 러브레터 대필을 맡게 된 엘리.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자꾸 만나다 보니 이 친구, 정이 든다. 그런데 그건 둘째 치고, 러브레터 상대에게 자꾸 설레는 걸 어쩐담?

줄거리
"1998년 1월엔 눈이 많이 왔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일마레'로 이사온 성현(이정재 분)에게 이상한 편지가 남겨있다. 1999년, 2년 후로부터 온 편지. 그 편지에 있던 내용들이 예언과도 같이 현실 속에 나타난다. 그날은 거짓말 같이 함박눈이 내리고. 자신의 편지가 1998년 12월로 갔다는 것을 믿게 된 은주(전지현 분)는 자주 그곳으로 편지를 보낸다.

줄거리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 말 뉴올리언즈. 80세의 외모를 가진 사내 아이가 태어난다. 그의 이름은 벤자민 버튼.
부모에게 버려져 양로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지내던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12살이 되어 60대의 외모를 가지게 된 그는 어느 날 6살 소녀 데이지를 만난 후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잊지 못하게 된다. 청년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 벤자민은 숙녀가 된 데이지와 만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비로소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벤자민은 날마다 젊어지고 데이지는 점점 늙어가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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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스포가 있습니다.
*
나에게 은선이라는 친구가 두 명 있었다. 있었다고 하는 이유는 한 명이 개명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 명밖에 없다. 나는 은선이들을 볼 때마다 실버라이닝을 생각했다.
구름에 가려진 햇빛이 만들어내는 가느다란 은색 선은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이 곧 갤 거라는 희망이다.
보통 이름에 쓰는 '은'자는 은혜 은(恩)자가 많을 테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레이스 라이닝이든 실버 라이닝이든, 아무튼 실제로 아직까지 은선이인 은선이는 먹구름 뒤 실버라이닝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조금 다른 아이였다. 다르다고 말하니 나에게 무척 관대한 기분이 든다.대학생활을 하면서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취업 준비나 스펙 쌓기 같은 유익한 것에는 하등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내일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을 아무렇게나 사랑하고, 쉽게 상처받으며 휘청거리며 걸었다.
그때 은선이가 있었다.
팻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다. 아내와 불륜 관계였던 학교 선생을 시원하게 패버리고 아내인 니키에게 접근금지 및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병원에서 긍정적인 태도로 최선을 다 하면 한 가지 빛을 얻을 수 있다고 들었으니 긍정의 힘을 믿으며 다시 아내와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감정 통제가 되지 않는 그에게 아내를 만나게 해줄 리가 없다. 불륜도 폭력도 문제이니 어느 쪽 편도 들기 어렵지만.
친구 로니의 저녁식사에 초대된 팻. 친구의 처제 티파니도 그곳에서 만난다.
(로니의 아내 베로니카 역으로 나오는 줄리아 스타일즈의 모습과 목소리가 반갑다. <너를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서 본 캣의 얼굴 그대로에, 나이만 들었다. 매력적인 배우다)
식사 중 언니의 말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티파니, 집에 데려다준 팻에게 나한테 마음 있는 거 다 안다, 같이 자자고 하지만 팻은 거절한다.
팻의 뺨을 후려치는 티파니의 감정기복을 보통 사람들은 따라가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사람 제법 봤다.
영화여서 극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별 생각 없고 뜻도 없이 남자들을 만나고, 자는 사람들. 표면적으로만 보면 욕 먹기 쉽고, 욕 하기도 쉬운 사람들이다.
티파니도 자신을 "미친 과부 걸레"라 부른다.
그 말을 들은 남자, "나중에 술 한잔 할래요?"라는 말은 한번 자보겠다는 거다. 티파니는 아마 왕왕 그랬을 터.
그들의 기저에는 사랑으로 인한 상처가 있다. 그 전에는 손에 쥐면 부서질까 두려울 만큼 소중한 사랑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외부적 요인으로 깨지는 순간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던 사랑이 이렇게 가치없는 것임을 증명해야만 덜 상처받는다.
아무튼 티파니도 남편과 사별했다. 팻은 굳이 티파니에게 남편이 죽은 이야기를 계속 한다.
팻은 저돌적으로 접근하는 티파니에게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비닐봉지를 덮어 쓰고 달리기를 하는 또라이지만 아내를 향한 사랑은 일관적이다.
이 또한 일반적인 사랑은 아니다. 아내는 이미 떠났고, 그는 아내와 떨어져 지낸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형태도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아내를 마냥 기다리고 사랑하는 팻. 집착도 사랑이라면 사랑이다.
옛날 집과 직장을 찾아갔다가 경찰이 오기도 하고, 아직도 결혼식 음악이나 아내와 관련된 것들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결혼식 비디오가 없어졌다고 새벽 3시에 온 집을 뒤지고 난리를 치며, 아내는 이용당한 거라고 피해망상에 빠진다.
난리를 치고는 또 미안하다고 울먹이는 것까지 너무나 핍진하다.
여기서 이웃 사는 남자애는 진짜 끔찍한데, 과제를 한다며 조울증 환자를 인터뷰하려고 하고 소동이 벌어졌을 때도 카메라를 가지고 나타난다.
우울증 환자를 보는 사회의 여러 가지 반응 중 하나다. 동정, 공포, 호기심 등등.
그런 팻에게 티파니가 불쑥 나타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지 않아도 감정을 통제하고 흥분하지 않아야 하는데, 우울증이나 감정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변수를 통제하기 어려워한다.
티파니도 오기가 생긴다. 다른 남자들은 자자고 꼬시면 오케이였는데, 이 남자는 안 된다. 무슨 짓을 해도 안 된다.
결국 이 남자의 트리거인 아내에 포인트를 맞춘다. 아내에게 편지를 전해주겠다는 것.
하지만 조건이 있다. 자신과 함께 댄스 대회에 나가는 것.
자기를 아내 니키라고 생각하고 춤추라는 티파니, 춤이라고는 춰 본 적도 없는 팻.
처음부터 스텝이 엉키지만 둘은 감정의 교감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춤을 맞추어 나간다.
한편, 강박증 환자인 팻의 아버지는 팻이 있어야만 풋볼팀 이글스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글스에 배팅을 하기 때문에 더욱 예민하다.
겨우 팻을 설득해서 직관을 가지만 팻은 결국 거기서 도발하는 상대팀 팬을 또 시원하게 패버린다.
우리의 팻. 팰 때는 가차없다. 정신을 놓고 팬다.
집으로 돌아와서 가족들에게 사과하는 중에 제대로 열받은 티파니까지 찾아온다.
팻은 티파니와 만나기로 해놓고 말도 없이 약속을 어겼다.
티파니는 그의 탓을 하는 팻의 아버지에게 미신과 징크스에 대해 조곤조곤 반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름쟁이 팻 아버지의 돈을 다 따간 영감에게 '묻고 더블로' 배팅을 하자고 한다.
풋볼 대회에다가 댄스대회 점수까지. 10점 만점에 5점을 받으면 팻 아버지의 승리다.
누구라도 이기기만 하면 대박날 이중 배팅이다.
12월 28일, 댄스대회에 출전한 두 사람. 예상했듯이 그 대회에 팻의 전부인 니키도 온다.
팻과 티파니는 무대에서 지금까지 갈고닦은 기량을 선보인다.
심사위원 의점수는 정확히 5.0. 이글스도 이긴다.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과 티파니와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팻은 니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니키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인다.
티파니는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티파니를 쫓아 나간 팻은 티파니에게 편지를 건넨다.
팻은 지금까지 니키가 쓴 답장이라고 줬던 편지들을 다 티파니가 썼다는 걸 알고 있었다.
드디어 두 사람은 피해망상의 구름 위에서 현실로 무사히 착륙했다.
*
영화에서는 팻이 니키의 귀에 대고 무슨 말을 하는지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티파니가 나를 이렇게 멋지게 바꾸어주었다"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우울증은 흔한 병이다. 누구든 상처를 받으면 마음을 다칠 수 있다. 상처를 안 받아도 기질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
우울증이 있거나 우울증이 있는 가족이 주위에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정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팻의 주치의 말처럼 약을 꾸준히 먹고 계획을 세우는 것. 그것도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함부로 말할 수는 없으나 우울증은 일부 유전적인 면도 있다.
문제가정처럼 비치지 않아도 도박중독에 강박증(아마도 도박 중독으로 인한 강박증이겠지만) 아버지, 영화 내내 수동적인, 겁먹은 듯한 어머니 아래에서 팻이 감정적으로 조금 미숙할 수도 있다.
가정에서부터 우울증의 토대가 깔린 시나리오였다면 가정을 조금 더 극적으로 보여주었겠지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환자에 집중한 영화이다.
악화일로였던 팻과 티파니의 상처는 상처받은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함으로써 극복된다.
사랑이 남녀간의 사랑일 필요는 없을 테고,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사랑은 사람을 바꾼다.
"우리가 제일 잘 하는 게 사랑"이라는 영화 <마미>의 대사가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쉽게 많이 사랑해버릇하고 쉽게 다치고 상처받는 내 사랑도 이제는 특기라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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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감정, 사랑일까 이기주의적 욕망일까
6★/10★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잘 나가는 잡지사에서 에디터로 일하는 료스케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는 류타. 둘은 게이라는 점을 빼고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다. 료스케는 좋은 집에 살고, 멋지고 세련된 옷을 입으며, 자신의 고민을 함께 나눌 게이 친구들이 있다. 반면 류타는 늘 돈에 쫓긴다. 생활비와 어머니 간병비를 벌 목적으로 다른 남성에게 몸을 팔기도 한다.
세대와 계급, 생활 양식 등 많은 것이 다른 둘. 그러나 친구의 소개로 수강생과 개인 운동 트레이너로 만난 둘은 서로에게 빠져들어 빠른 속도로 몸과 마음을 섞으며 조금씩 관계의 깊이를 더해 나간다. 료스케와 게이 친구들, 료스케‧류타의 베드신은 게이들이 우정을 나누고 사랑하는 방식을 현실감 있게 포착한다. 그 세계에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 금세 이입할 수 있을 만큼 게이 커뮤니티에 대한 영화의 묘사는 생동감이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게이/퀴어 영화가 ‘아니다’. 영화 전반부에서 둘의 로맨스가 중점이었다면, 후반부는 어느 날 갑자기 홀로 남겨진 료스케가 류타의 어머니와 서로 의지하며 또 다른 가족을 형성하는 과정을 담는다. 료스케가 늘 화려한 옷을 입는 건 그 옷이 자신의 어릴 적 상처(게이에 대한 또래의 혐오, 어머니 상실)를 감춰주는 갑옷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류타와 류타 어머니와의 관계는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 그 자체였다.
이 때문일까? 얼핏 감동적으로 보이는 이들 관계에서 료스케는 종종 선을 넘는 듯 보인다. 료스케가 류타에게 자신이 용돈을 줄 테니 성매매를 그만두고 내 곁에 남으라고 요구하는 장면, 혼자가 된 류타 어머니에게 함께 살자고 말하는 장면을 보자. 료스케는 분명 ‘진심’이다. 하지만 무엇을 향한 진심일까? 료스케가 두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진심일까? 혹시 료스케의 제안은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었다는 데 대한, 치유된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는 욕망에 대한 진심은 아니었을까? 류타 모자에게 돈과 집을 제공하겠다는 료스케의 제안은 독립된 시민으로서 류타 모자가 갖는 자존감을 훼손할 가능성을 품는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모든 관계는 주고받는 호혜성에 토대를 둔다. 일방적인 증여는 호혜가 아닌 시혜이며, 이는 보통 서로 대등하지 않은 관계에서만 발생한다.
하지만 료스케는 거침이 없다. 그들이 자기 곁에 없을 때 다시 상처받은 상태로 되돌아갈까 두렵기 때문이다. 관점에 따라 이들의 관계가 감동을 자아낸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료스케가 두 사람을 자신의 이기주의적 욕망에 포섭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본다면 료스케는 ‘에고이스트(이기주의자)’다.
영화가 감동과 이기심이라는 두 결의 서사를 펼쳐내는 방식이 흥미롭다. 두 서사는 다른 서사를 압도하지 않은 채 내내 불편한 긴장을 유지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어느 서사에도 승기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영화는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 ‘이기주의적 욕망의 표출’과 교묘히 섞여 있음을 보인다. 이외에도 게이 커뮤니티의 (돈을 매개한) 친밀성, 호혜와 시혜, 상실의 문제를 예측 불허한 방식으로 오고 가는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많다. 〈에고이스트〉가 던지는 생산적 질문은 숙고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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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신과 죄책감을 거쳐… 마침내 ‘탄생’
7★/10★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이레’는 아이가 태어난 후 21일의 기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레(일곱 날)’가 세 번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 기간에는 아이가 부정不淨 탈 만한 것은 뭐든 거리 둬야 한다는 미신이 있다고 한다. 아이가 새로운 세상으로 무사히 진입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영화 〈세이레〉는 세이레 기간에 한 가족이 겪는 미스터리한 일을 담은 스릴러 영화다. 줄거리는 이렇다. 미신에 민감한 아내는 아이의 세이레가 지날 때까지 남편 우진에게 각별한 몸조심을 당부한다. 그런데 남편이 어쩔 수 없이 장례식장에 가야 할 일이 생긴다. 결혼 전 몇 년간 사귄 전 애인 세영의 부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우진은 아내에게 누구의 장례식인지를 숨기고 가까스로 장례식 참석을 허락받는다.
그런데 우진이 장례식장을 다녀온 이후 갑자기 아이가 아프기 시작한다. 이에 아내는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며 우진이 부정을 털어낼 수 있는 몇 가지 일을 제안한다. 가게에서, 사람에게서 물건을 훔치면 다른 사람에게 부정이 옮겨간다는 것. 우진은 미신에 집착하는 아내가 못마땅하지만 아이의 건강과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이를 따른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된다. 우진은 얼결에 옆집에 사는 임신한 처형에게서 물건을 훔치는데, 그 이후 처형이 유산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우진은 이제 더는 아내의 말을 귀찮은 말 정도로 취급할 수 없다. 우진은 결심한다. 죽은 전 애인 세영의 장례식 발인에 참석해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려야겠다고 말이다.
사실 세영은 우진의 아이를 임신한 후 유산한 적이 있다. 아이를 원치 않았던 우진은 겉으로는 세영을 위로했지만 속으로는 안도하는 듯한 기색을 보인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한껏 예민해진 감각으로, 세영은 우진의 위로가 거짓임을 간파하고 깊은 우울에 빠진다. 그러고는 결국 우진과 헤어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에 이른다.
세영과 결별한 후 가벼운 죄책감 혹은 말할 수 없는 홀가분함 정도의 감정만 갖고 있던 우진은 장례식 참석 후 심각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자, 그제야 과거의 사건을 본격적으로 마주한다. 그리고 영화는 우진이 끝내 죄책감을 뒤로 하고 아이가 무사히 세이레를 통과할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여기서 발생하는 긴장을 굉장히 밀도 높게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미신은 죄책감, 윤리와 더해져 ‘근거 없는 믿음’ 그 이상으로 의미가 격상하고 축복받아 마땅한 생명이 사실은 다른 누군가의 생명에 빚진 상태일 수 있음이 드러난다. 그 모든 것이 끝난 후 평온히 잠자는 아이를 보며 오열하는 우진의 얼굴에는 그 모든 복잡다단함이 담겼다. 〈세이레〉는 배우들의 열연과 익숙한 소재인 미신을 스릴러와 연결하는 탄탄한 각본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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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퍼맨 | 신 대신 인간의 길을 선택한 희망의 영웅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토록 깔끔하고 희망찬 <슈퍼맨>이라니
제임스 건이 만든 슈퍼히어로 영화 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이들은 여러 공통점이 있다. 등장인물이 많은데, 대부분은 선의로만 움직이지는 않는 악당이거나 안티히어로가 대부분이었다. 적재적소에 삽입된 음악, 기괴함과 과장됨 사이를 오가는 B급 유머와 연출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공통점은 따로 있다. 두 작품 모두 단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의도가 명확하다는 것.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키워드는 가족이었다. 1편에서 '스타로드'는 멤버들을 만나 엄마의 빈 자리를 채웠고, 2편에서는 바로 옆에 있었던 진짜 아빠 '욘두'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3편은 스타로드뿐만 아니라 로켓을 비롯한 모든 멤버들이 가족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평범함'이라는 키워드 하에서 나사 빠진 악당들이 가족이나 친구처럼 잊고 지내던 일상적인 가치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막 내린 DCEU을 대신하는 DC 유니버스의 첫 장편영화, <슈퍼맨>에서도 제임스 건의 역량은 빛난다. 모든 장면이 슈퍼맨 가슴에 새겨진 S라는 문양의 의미, 곧 '희망'이라는 가치를 구체화하기 위해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슈퍼맨과 떼놓을 수 없는 메타포를 영리하게 활용한 덕분에 부정 못 할 한계도 눈에 띄지는 않는다. 그 결과 <슈퍼맨>은 DC 유니버스의 첫 비행으로서 더 바랄 수 없을 만큼 희망차다.
추락하는 슈퍼맨
<슈퍼맨>은 과감하다. 선택과 집중이 확실하다. MCU의 <스파이더맨>과 <더 배트맨>이 그랬듯이 영웅의 탄생과 성장, 역경과 각성이라는 기본적인 구조 중 앞의 두 장을 짧게 요약한다. '크립톤 출신 칼-엘이 지구로 보내졌고, 인간 양부모 밑에서 클라크 켄트로 큰 끝에 슈퍼맨이 됐다'라는 이야기는 자막 몇 줄로 대신한다. 그 대신 <슈퍼맨>은 처음으로 적에게 패배한 뒤 남극에 곤두박질친 슈퍼맨을 비추면서 막을 올린다.
단순히 물리적인 추락만 보여주지 않는다. '슈퍼맨'(데이비드 코런스웻)을 정신적으로도 몰아붙인다. 그는 생물학적 부모인 '조-엘'(브래들리 쿠퍼)과 '라라'(안젤라 새러피언)의 메시지 덕분에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슈퍼맨은 희망을 상징하는 인물이고, 지구에서 선을 행하며 그 희망을 보여주라는 것. 이는 '고독의 요새'에서 태양 빛을 받으며 치료받을 때마다 반복해서 들으며 마음을 다잡는, 그의 초심이자 원동력이었다.
제임스 건은 슈퍼맨의 초심을 짓밟는다. 슈퍼맨을 죽이기 위해 연구에 몰두한 '렉스 루터'(니콜라스 홀트)는 '울트라맨'과 '엔지니어'라는 메타 휴먼을 만들어 슈퍼맨을 궁지에 빠트리고, 그의 뒤를 밟아서 고독의 요새를 찾아낸다. 슈퍼맨의 반려견, '크립토' 등을 제압한 루터는 슈퍼맨 부모님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지구로 오던 중 지워진 메시지의 뒷부분을 발견해 복원하는 데 성공한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다. 조-엘과 라라가 말한 희망은 칼-엘이 이해한 바와는 정반대였다. 그들은 약하고 어리석은 종족인 인간을 짓밟고, 지구를 정복하고, 크립톤인의 유전자를 퍼뜨려서 새로운 크립톤인의 희망이 되라고 아들에게 요구했다. 이 메시지가 공개된 후 슈퍼맨은 남극에 추락할 때보다 더 크게 내려꽂힌다. 믿었던 부모님에게 배신당한 그는 더 이상 희망의 상징이 아니니까. 이제 그는 정복과 공포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믿음과 사랑의 비상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구석에 몰린 슈퍼맨. 그를 구덩이에서 끄집어내는 것은 바로 칼-엘이 아닌 클라크 켄트다. 크립톤인과 슈퍼히어로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 그를 구해내기 때문. 막 클라크와 연애를 시작한 '로이스 레인'(레이첼 브로스나한)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신은 기자로서 반항적이고, 모든 사람과 세상을 의심하는 반면, 클라크는 세상과 인간을 일단 믿는다고.
클라크의 믿음은 다양한 형태의 사랑으로 발현되며 그를 다시 슈퍼맨의 길로 이끈다. 로이스와의 관계만 봐도 알 수 있다. 클라크와의 관계를 끝내려고 결심했던 로이스. 하지만 궁지에 몰린 클라크가 먼저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신뢰를 보내자, 그녀는 마음을 고쳐먹은 뒤 루터의 음모를 파헤치고, 슈퍼맨을 위기로부터 구해낸다. 그녀의 취재가 없었다면 슈퍼맨은 루터가 만든 주머니 우주 감옥으로부터 지구로 귀하지 못했을 테니까.
부모 자식 간의 사랑도 결정적이다. 영웅 겸 기자로 지내며 양부모에게 전화 걸 시간도 없었던 클라크. 하지만 크립토나이트에 중독된 그가 기댈 곳은 결국 엄마 아빠뿐이다. 아빠 '조나단'은 그런 아들을 격려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터전을 마련해 줄 뿐이라고. 또 그 위에서 어떻게 성장할지, 루터가 찾아낸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너의 몫이라고. 그 덕분에 클라크는 여전히 슈퍼맨을 믿는 이들을 위해 싸울 힘과 의지를 되찾는다.
선의와 우정의 역할도 크다. 클라크는 '그린랜턴'(네이선 필리언), '호크걸'(이사벨라 메르세드), '미스터 트래픽'(에디 가테지)이 자신을 '저스티스 갱'의 일원으로 안 받아주는 와중에도 그들에게 신뢰를 보냈다. 그들은 슈퍼맨이 나설 수 없는 순간에 그의 손과 발이 되어줌으로써 믿음에 보답한다. 함께 투옥된 '메타몰포'(앤서니 캐리건)도 마찬가지다. 그는 소형 인공 태양을 만들어서 슈퍼맨을 일시적으로 회복시켜서 탈옥시키고, 슈퍼맨은 그의 아들을 구해준다. 이 묘사 또한 선의에 기반한 상호 신뢰가 곧 슈퍼맨의 힘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S라 쓰고 희망이라 읽다
사람과 세상을 향한 클라크 켄트의 믿음은 곧 슈퍼맨이 상징하는 희망이라는 가치로 발전한다. 루터가 그를 정치적 곤경 빠트린 덕분이기도 하다. 루터는 보라비아의 '구르코스'(즐라트코 버릭) 대통령과 손잡고 자한푸르를 침략하여 슈퍼맨의 국제 분쟁 개입을 유도한다. 이때 슈퍼맨은 미국 정부와의 어떤 협의도 없었기에 정치적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고, 루터가 고독의 요새에서 찾아낸 메시지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다.
이 논란의 핵심은 로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토록 강력한 외계인이 정부의 뜻을 따르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행동하도록 방치해도 되는가?' '누가 슈퍼맨에게 그러한 권리와 책임, 권한을 주었는가?'와 같은 질문이 바로 핵심이다. 비록 세계관은 다르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의회 청문회까지 불려 나갔던 헨리 카빌의 슈퍼맨과 비슷한 상황에 부닥쳤다고 볼 수 있다.
루터의 윽박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정부로부터 슈퍼맨 사살 권한을 위임받은 그는 슈퍼맨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간을 위협하는 외계인은 마땅히 시기, 의심, 경계의 대상이라고. 오히려 그러지 않는 게 무책임한 태도라고. 이때 슈퍼맨의 답이 인상적이다. 그는 자신이 외계인이 아닌 인간이라고 답한다. 자신도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한 인간이기에 자기가 옳다고 믿는 정의를 따를 자유를 마땅히, 또 당연히 가진다는 것.
그의 답은 미국적인 의미의 자유와 일맥상통한다. 총기 규제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인들에게 자유는 상당히 폭넓은 범주의 권리다. 한 인간의 이성 및 비판적 사고에 대한 확신, 개인이 개인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하는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유로운 인간이 결국 옳은 길을 찾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자, 자유로운 인간을 향한 기대와 희망, 곧 슈퍼맨의 S가 뜻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미래지향적이거나, 구시대적이거나
물론 슈퍼맨이 상징하는 희망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보라비아와 자한푸르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가자 지구의 직유처럼 보인다는 점에서는 국제 정치적 맥락과 떼놓고 보기 어렵다. 미국 패권주의를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신념대로 자한푸르 시민들의 자유를 지키려 했다는 슈퍼맨의 대사에서는 세계 경찰로서 전 세계에 자유 민주주의를 전파해 왔다고 자부하는 미국 근현대사가 겹쳐 보인다.
슈퍼맨의 S가 과연 현시점에 유효한 가치일지도 물음표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이제 현대 사회와 떼놓을 수 없는 표현이다. SNS와 알고리즘에 중독된 사람들이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으니까. 극 중 렉스 루터가 슈퍼맨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입히려고 원숭이들을 동원해 SNS 댓글 조작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에게 인간의 이성과 비판적 사고를 기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슈퍼맨의 인간 찬가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인간의 창의력, 가능성, 절제력을 그래도 한 번 더 믿어보자'라는 미래적이고 희망적인 격려 내지는 다짐의 메시지일 수도 있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는 철 지난 구시대의 믿음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 결국 이 딜레마는 제임스 건의 <슈퍼맨> 시리즈와 DC 유니버스가 더 많은 관객을 근본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앞으로 풀어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신이 아닌 인간을 선택하다
흥미롭게도 제임스 건은 <슈퍼맨>의 한계를 역이용한다. 익숙한 종교적 메타포로 한계를 감싸면서 슈퍼맨의 이미지와 가치를 보편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메시지로 승화한다. 예수가 바로 그 메타포다. 현재로부터 30년 전에 칼-엘이 지구에 도착했고, 3년 전부터 슈퍼맨 활동을 시작했다는 오프닝 자막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내용은 30살에 공생활을 시작해서 3년 만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가 부활한 예수의 인생과 몹시 유사하다.
이 관점에서는 <슈퍼맨>을 칼-엘/클라크 켄트의 겟세마니 동산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잡혀가기 전날 밤, 예수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성부에게 기도하며 갈등한다. 완전한 신성과 완전한 인성을 동시에 갖춘 그는 죽음으로써 인류의 죄를 대속하라는 의무감과 죽음을 앞둔 인간이라면 느낄 수밖에 없는 두려움 사이에서 고뇌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예수는 긴 고뇌의 끝에 신의 뜻을 따른다.
슈퍼맨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믿고 따랐던 친부모의 유언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순간, 그도 겟세마니 동산에서 갈등한다. 친부모의 뜻대로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우월한 능력을 지닌 일종의 '신'으로서 그들을 지배할지, 아니면 지금껏 그래왔듯이 인류의 수호자이자 희망의 상징으로 거듭날 것인지. 슈퍼맨은 신성을 선택한 예수와는 다른 길을 간다. 그는 크립톤인이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루터의 계략에 맞선다.
<슈퍼맨>의 후반부는 다양한 장면을 통해 그의 선택을 드러낸다. 루터와의 전투를 끝난 뒤 고독의 요새에서 태양 빛을 쬐며 치료받는 슈퍼맨. 이제 그는 친부모의 메시지 대신 인간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던 어릴 적 영상을 틀어놓는다. 이에 더해 전투가 끝난 직후 그의 정체를 숨겨주는 최면 안경을 쓰지 않은 상태로 로이스와 키스하는 것 역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선택한 슈퍼맨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액션이 덜 화려해도 임팩트 있는 이유
신이 아니라 인간이 되기를 선택한 슈퍼맨의 이미지는 시각적으로도 구현된다. 그 중심에는 태양이 있다. 슈퍼맨 힘의 근원이 노란 태양인만큼 그간 슈퍼맨 영화에서는 슈퍼맨의 초인적인 능력, 곧 신성을 상징하는 도구로 태양을 활용하곤 했다. 잭 스나이더가 묘사한 슈퍼맨도 그가 자기 소명을 깨닫고 처음으로 비상할 때, 또 한 번 죽었다가 부활했을 때 그는 언제나 태양을 마주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슈퍼맨이 칼-엘이 아니라 클라크 켄트가 되기로 한 이상, 태양 역시 그 결심을 직관적으로 제시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루터가 만들어낸 차원의 틈이 메트로폴리스 도시를 둘로 쪼갤 때, 슈퍼맨은 무너지는 건물 밑에 깔릴 뻔한 여성을 구해낸다. 이때 먼지를 뚫고 나온 슈퍼맨에게 태양 빛이 내려 꽂히는 장면은 언제나 밝게 빛날 인류의 보호자이자 인간의 희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액션 연출도 그 연장선에 있다. 중반부까지는 기대를 어긋난다. 압도적인 위력도 못 보여주고, 크립토나이트 때문에 힘을 못 쓰는 슈퍼맨은 당혹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영화의 의도에는 더 잘 부합한다. 정신적으로 회복한 뒤, 곧 인간의 정체성을 선택한 후에야 각성하는 슈퍼맨의 서사를 시각적으로 이시키니까. 눈에서 레이저를 쏘며 사방에서 밀려든 루터의 비행 군단을 초토화하는 클라이맥스는 그 정점이다.
인간 영웅이 막을 연 '신들과 괴물들'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다. 제임스 건 특유의 b급 유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아닌 <슈퍼맨>이다 보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효과적인 유머일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극의 흐름을 끊는 장애물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에 더해 DC 유니버스의 첫 영화라는 점을 고하더라도 세계관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빌런과 히어로의 향연은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니콜라스 홀트의 연기력과는 별개로 렉스 루터도 아쉽다. 캐릭터 자체는 입체적으로 구축했다. 슈퍼맨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그를 질투한 나머지 그를 죽이려는 찌질한 악당이자, 과학 기술로 슈퍼맨에 대항할 메타 휴먼을 만들어낸 천재 과학자이고, 미국 국방부의 협력사를 이끄는 유능한 CEO다. 하지만 분량이 부족했던 나머지 비인간성의 총집합이자 슈퍼맨의 아치에너미라는 루터의 정체성을 온전히 보여주지는 못한 듯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는 앞으로 DC 유니버스가 소개하고 풀어낼 이야기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의 길을 선택한 슈퍼맨이 '신들과 괴물들'인 부제가 붙은 DC 유니버스 챕터 1의 시작을 끊은 게 퍽 의미심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적당히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진중한 희망의 메시지로 무장한 제임스 건 표 <슈퍼맨>보다 더 나은 새출발, 새 비상도 상상하기는 어렵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신이 아닌 인간을 선택한 영웅의 희망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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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로우 시네마 특징
슬로우 시네마(Slow Cinema)는 영화에서 느리고 여유로운 서사, 긴 러닝타임, 롱테이크와 같은 기법을 특징으로 하는 영화 장르 또는 스타일을 말합니다. 이 스타일은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장면이 강조되는 주류 영화와는 달리, 시간의 흐름과 일상의 디테일을 강조하며 관객에게 깊은 명상적 경험을 제공하는데요.
슬로우 시네마의 가장 큰 특징인 ‘롱테이크’는 영화 속 시간과 현실의 시간을 동일하게 만들고 관객은 마치 그 장면 속에 있는 것처럼 몰입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 일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며, 더 나아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들이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되기도 하죠.
슬로우 시네마 대표작 8작품을 소개합니다.
또 현재 상영관에선 슬로우 시네마의 아버지격 안드리에 타르콥스키의 <희생>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팝콘영화 대신 한 장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슬로우 시네마를 경험해보세요.
“만일 영화를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건 타르콥스키 같은 감독 덕분일 것이다.”
-잉마르 베리만-
"난 타르콥스키의 모든 영화를 좋아한다. 나는 그의 성격과 모든 작품을 사랑한다. 그의 영화의 모든 컷은 그 자체로 멋진 이미지이다. 그러나 완성된 이미지는 그의 아이디어의 불완전한 성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생각은 부분적으로만 실현된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극복해야 했다."
-쿠로사와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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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무색하게 82개국에서 1위에 올라서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위기속에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소식들 지금 같이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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