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4-12-12 17:51:36
1승 | 엉성한 토스와 힘이 부족한 스파이크
<1승>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도자 생활 내내 10%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적이 없는 배구 선수 출신 감독 '우진'(송강호). 아내와도 이혼하고 맡은 팀도 없던 그에게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온다.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은 것. 에이스 '성유라'가 이적하면서 오합지졸이 된 팀이지만, 우진은 기꺼이 감독 제의를 받아들인다. 1년만 버티면, 대학 배구팀 감독으로 옮겨주겠다는 이면의 약속과 함께.
의욕 없는 감독과 실력 없는 선수들이 만나 개막 후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핑크스톰. 하지만 자기 선수 생활을 망친 '문오성'(김홍파) 감독에게 조롱을 당한 뒤 우진은 마음을 고쳐 먹는다. 악연인 스승 앞에서 스스로를 증명하겠다고. 이에 발맞춰 안하무인 구단주 '정원'(박정민)도 핑크스톰이 1승을 하면 상금 20억을 풀겠다는 파격 공약을 걸자, 우진은 단 한 번이라도 이기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잘못된 비빔밥
대부분의 상업 영화가 그렇지만, 특히 스포츠 영화는 모범답안이 확실하다. 서사적으로는 전력이 약한 팀이나 선수가 기대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초반 훈련 과정은 유머로, 후반부에는 감동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국가대표>가 가장 대표적이다. 작년에 개봉한 이병헌 감독의 <드림>이나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도 비슷한 결의 영화다.
캐릭터는 감독과 선수가 핵심이다. 균형추가 한쪽으로 쏠릴 때도 있지만, 감독과 선수는 대체로 서로의 아픔과 상실감을 위로하며 한 팀으로 거듭난다. 근래에는 <머니 볼>이나 <스토브리그>처럼 단장, 구단주 등이 중요하게 다뤄지기도 한다. 스포츠 경기 대신 스포츠 산업 종사자의 이야기를 다룬 <에어> 같은 영화도 유사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신연식 감독의 <1승>은 스포츠 영화의 공식과 트렌드를 모두 반영하고자 했다. 오합지졸 배구 감독과 선수를 묘사한 대목은 <드림>과 같은 웃음을, 그들이 한 팀이 되어 마침내 승리를 거두는 모습은 <국가대표>나 <우생순>과 비슷한 감동을 목표로 한다. 구단주가 새로운 목표에 맞는 팀을 재조직하는 과정은 <스토브리그>를 만화적으로 변형한 듯하다. 문제는 이 모든 요소가 따로 놀면서 서로의 맛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웃기 힘든 코미디 영화
<1승>의 초반부는 코미디를 지향한다. 구단주의 인수 사가, 단기 감독 임명, 의지 없는 선수의 조합만 놓고 보면 누가 보더라도 코미디다. 팀 내에서 쏟아져 나오는 갈등과 문제 역시 그 재료로서 적합하다. 코칭스태프와의 어떤 논의도 없이 에이스나 가장 안정적인 포지션 선수만 팔거나, 징계받은 선수를 대거 영입하고, 현금 트레이드를 하는 등.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그런데 <1승>은 뻔뻔함이 부족하다. 코미디나 만화적인 전개로 빠지려는 찰나에 톤을 다운시키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우진의 서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1년만 프로 감독직을 맡은 후 대학 배구팀 감독으로 넘어가려는 속물로 묘사된다. 그런데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영화는 우진과 스승과의 악연, 전처와 딸과의 미묘한 관계를 거듭 삽입하면서 웃음이 나오려는 분위기를 끊어버린다.
선수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폭행을 저질렀던 선수, 마흔이 된 베테랑 선수, 분노 조절 장애 선수, 일본 교포 출신 용병 등 각자 사연이 있는 문제아들은 훌륭한 유머 재료다. <드림>만 하더라도 노숙자 축구 선수들의 개인사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면서 더욱 뭉클하게 표현한 바 있다. 하지만 <1승>은 이 모든 선수들을 단지 과거 팀의 에이스였던 성유라와의 갈등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소비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스스로 제약한다.
즉, <1승>은 만화적인 분위기를 밀어붙이는 뚝심이 부족하고, 다양한 캐릭터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했다. 꾸준히 비정상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정원 정도가 예외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나머지 인물들은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면서 성급하게 대사를 한다. 이는 코믹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장애물이 된다. 뻔한 유머 포인트를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으니, 큰 웃음이 나오기 어렵다.
목적이 결여된 1승
중반부 이후에 톤이 완전히 바뀌는 것도 부자연스럽다. 그토록 1승을 염원하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 일반적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면 감독이나 선수가 진심으로 1승을 원하게 되거나, 서로 다른 생각을 하던 그들이 한 팀으로 거듭나게 되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국가대표>에서도 선수와 코치 모두 각자의 개인사나 비밀을 털어놓은 후에야 한 팀이 됐다. 그런데 <1승>에서는 그 전환점이 잘 안 보인다.
그래도 구단주와 감독의 목적은 유추할 수 있다. 정원은 일관적이다. 그는 문제아만 모이는 꼴등 팀이 1승을 챙겨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는 스토리텔링을 티켓 판매에 적극 활용한다. 우진의 변심도 어느 정도 근거가 보인다. 자리만 지키자는 생각을 하던 그는 고등학생 시절 선수 생활을 망쳤던 스승에게 패배한 후 조롱 섞인 비난을 듣는다. 이에 그는 어떻게든 1승을 챙겨서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는 욕구로 무장한다.
문제는 선수들이다. 적당히 연봉만 받자는 태도를 보여주던 선수들은 우진의 일갈 몇 마디에 갑자기 훈련과 경기에 몰입한다. 그 계기는 따로 주어지지 않는다. 기회를 받고 싶어하는 몇몇 유망주를 제외하면, 선수들이 왜 1승을 원하는지를 좀처럼 알 수 없다. 성유라 관련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 결과 <1승>은 마지막까지도 각 캐릭터의 플롯이 하나의 목적지에서 어우러진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스포츠 영화' 중 '스포츠'는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승>은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매는 힘이 있다. 바로 배구라는 스포츠 자체의 힘이다. 실제로도 배구 경기 양상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구현하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물론 초중반까지는 배구 경기가 흥미롭다고 하기 어렵다. 선수들 자체의 실력 문제가 있다 보니 경기 장면은 맥 빠지기 일쑤다. 하지만 후반부부터는 박력 넘치고, 쫄깃한 경기 장면이 등장하면서 보는 맛도 덩달아 살아난다.
특히 그래픽과 촬영분을 적절히 배합해 가능한 코트 위에서의 긴장감과 박진감을 재현하려 한 시도가 눈에 띈다. 특히 배구공에 카메라를 달은 시점에서 코트 양쪽을 10번 이상 오가는 랠리를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마치 <챌린저스>에서 테니스 공에 카메라를 단 시점으로 테니스 경기를 보여준 것을 연상시킨다. 배우들의 어설픈 움직임도 감출 수 있는 영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특정 배구 용어와 작전이 어떻게 코트 위에서 펼쳐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연출도 흥미롭다. 사실 해당 스포츠의 열성적인 팬이 아니라면 경기 도중에 전술, 전략적인 측면을 알아챌 눈썰미를 갖추기 어렵다. <1승>은 관객의 눈썰미까지 보충해 주면서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특정 선수 교체 타이밍, 서브 공격 작전, 후위 공격과 속공 활용 시점, 포지션 변경 이유 등을 짚어주는 식이다.
그 덕분에 드라마가 공감되지 않거나, 유머 포인트가 웃기지 않더라도 <1승>은 결말은 일정 수준 이상의 감동을 보장한다. 1세트, 1점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마지막 두 세 경기 양상을 쫓다 보면 승리를 향한 집념에 자연히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영화의 힘이라고 볼 수 없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퀸의 라이브 에이드 무대를 재현했을 때의 전율을 두고 영화보다는 퀸의 노래 덕분이라는 말이 나온 것과 비슷하다.
세대교체?
배우들 상반된 모습도 특이점이다. 박정민은 다시 한번 가치를 증명했다. 자칫 유치하거나 과장되어서 어색할 수도 있는 만화적인 캐릭터에 최소한의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배우 본인이 인터넷 방송에 익숙해서인지는 몰라도, 최근 한국 영화에서 개인 방송 화면이 등장할 때 느껴지는 위화감도 최소화했다. 만약 정원을 중심으로 더 유쾌하게, 끝까지 B금 감성을 유지했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반면에 지난 20여 년 간 국민 배우였던 송강호의 선구안은 이제 의문스럽다. 물론 <1승> 속 모습만으로 그의 연기력을 비판할 수는 없다. 애초에 그에게 주어진 우진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인물이니까. 과거의 상처 때문에 속물처럼 살던 감독이 어릴 적 열정을 되찾는 서사는 스포츠 영화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클리셰다.
다만 <기생충> 이후 <나랏말싸미>, <브로커>, <비상선언>, <거미집> 등 송강호가 명성에 걸맞은 완성도를 갖추거나 흥행에 성공한 작품을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디즈니+의 <삼식이 삼촌>도 다른 OTT 시리즈에 비하면 반향이 크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1승>은, 아무리 개봉일에 국가적 불상사가 겹쳤다 하더라도, 송강호가 믿고 보는 배우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를 남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Poor 형편없는
우격다짐, 뒤죽박죽으로 간신히 챙긴 승리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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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성스럽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죽음
막달라|Magdala
다미앙 매니블|Damien MANIVEL
France | 2022|78 min|DCP|Color|Fiction|15|Asian Premiere
시놉시스
예수의 죽음 이후 마리아 막달레나는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마리아는 머리가 허옇게 센다. 열매를 따 먹고, 빗물을 마시고, 나무 사이에 누워 잠을 청한다. 그리고 숲 한가운데서 잃어버린 사랑을 떠올린다. 마리아는 그를 찾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프로그램 노트
마리아 막달라는 예수의 죽음 후 동굴과 숲 속을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이 영화는 은둔한 막달라의 마지막 순간을 감독의 상상력으로 재연했다. 연기자의 움직임을 담는 데 뛰어난 재능을 가진 다미앙 매니블 감독은 전작에서도 협업했던 배우이자 댄서인 엘사(Elsa Wolliaston)에게 인간 사회를 버리고 자연 속에서 홀로 된 막달라의 마음을 따라가게 했다. 영화는 어떤 극적인 이야기나 절망을 나타내기보다 매우 단순하게 막달라의 걸음을 함께하며 연기자가 진실되게 느끼는 공간의 에너지와 자연의 반응을 충실히 묘사한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빚는 젊은 작가 감독 다미앙 매니블은 이 영화로 다시 한번 자신의 재능을 입증한다. (문성경)
성녀(聖女) 막달라 이야기
마리아 막달라(막달레나). 그녀는 호칭이 많다. 예수의 제자. 기독교의 성인(聖人). 예수가 부활했을 때 빈 무덤을 처음으로 목격하고 다른 제자에게 알린 인물. 오해도 많다. 예수에게 향유를 부은 죄지은 여인. 회개한 창녀. 47년 간 광야에서 지낸 이집트의 성녀 마리아와 혼동되기도 했다. 필립보, 토마스, 마리아 복음서 등 몇몇 위경 내용에 근거해 그녀가 예수의 연인이었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널리 퍼졌다.
다미앙 매니블 감독의 <막달라>도 비슷하다. 위의 이미지가 전부 혼재한다. 막달라는 숲에서 고행 생활을 이어간다. 직접 만든 십자가를 놓지 않는 그녀는 환상 속에서 예수를 만난다. 십자가에 매달린 그의 발밑에서 우는 막달라. 예수와 몸을 섞는 막달라. 비가 오는 날 예수의 얼굴을 그리며 그리워하는 막달라. 스크린에 비친 그녀는 예수의 제자이자 연인이고 성녀(聖女)다.
인간 막달라의 죽음을 체험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막달라의 외관이다. 일반적으로 막달라는 어리고, 환희에 찬 백인 여성이다. 교회가 만든 그림이나 조각 속 그녀는 같은 이미지에 갇혀 있다. 영화 속 막달라는 다르다. 그녀는 노년의 흑인 여성이다. 죽음이 임박한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통념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이 든 막달라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전달한다.
물론 <막달라>는 자기 의도를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는 느리다. 그녀가 이슬 한 방울을 마시는 순간을 10초가 넘도록 보여준다. 클로즈업도 극단적이다. 러닝타임 절반은 그녀 얼굴로 가득하다. 움직임도 거의 없다. 막달라가 한 걸음을 내딛기도 어려울 정도로 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막달라>는 전통적인 성녀 막달라의 이미지를 깰 수 있다. 답답할 정도로 정적인 영화는 관음적이다. 주인공 삶의 단편을 훔쳐본다는 영화의 본분에 충실하다. 실제로 관객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막달라의 삶을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녀가 얼마나 예수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지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막달라는 성녀가 아니다. 마지막 시퀀스가 대표적이다. 막달라는 동굴에 누워 죽음을 기다린다. 천사는 촛불을 든 채 그녀가 죽기를 기다린다. 카메라는 막달라, 천사, 촛불을 천천히 오간다. 초가 녹을수록 막달라의 숨은 약해진다. 긴 시간 동안 연인을 그리워하며 고행을 이어간 한 여성의 삶을 요약하듯이. 마지막 숨을 뱉은 그녀의 손에는 작은 십자가가 있다. 막달라는 사랑과 믿음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친 인간일 뿐이다.
성스럽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죽음
그래서 <막달라>는 이율배반적이다. 몇몇 요소는 '이 영화에 새로운 게 있나?' 싶은 의문을 자아낸다. 환상 속에 나타난 예수는 익숙하다. 다른 영화, 드라마, 그림 등에서 재현한 유대인 남성 그대로다. 임종을 지켜보는 천사도 마찬가지다. 기독교 전통에 충실하다. 순진한 얼굴을 가진 백인 소년. 성경 속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모습대로다.
하지만 종교적인 인물을 묘사하되 결코 종교적이지 않다. 가톨릭 교회가 숨기려 하는 대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신비주의적 묘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예수와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 젊은 막달라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그녀 얼굴은 희열로 가득하다. 그런데 신실한 성녀보다는 성적으로 흥분한 여성에 가깝다. 조각가 베르니니의 작품 "성녀 테레사의 법열(Ecstasy of St. Teresa)"처럼. 성적 오르가슴을 통해 종교적 신비경을 표현한다. 우연이 아니다. 신비주의적 전통에 따르면 신과 하나 되는 기쁨은 성적인 황홀경을 맛보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산 정상에 선 막달라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자기 심장을 도려내 하늘에 바치는 막달라. 예수가 죽은 뒤 한때 행복했던 기억만 간직한 채 숲 속을 헤매던 여성은 심장을 도려내는 고행 끝에 옛 연인을 만난다. 실제로 막달라는 죽은 뒤에야 예수를 만나러 승천할 수 있다. 즉, 영화는 한 번의 황홀경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신과 하나 되는 '합일' 경험을 다시 경험하려면 고통으로 가득한 수행을 견뎌야 하니까. 틀에서 벗어난 막달라의 죽음이 성스럽지만 종교적이지는 않은 이유다.
영화 <막달라> 상영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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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적인 스타일리쉬, 보는 이도 극단적으로 미쳐버려
왕가위 감독은 독창적인 스타일리스트 중 한 명이다. 그의 영화의 매력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분위기가 좋다", "느낌있다" 라고 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것을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연출과 영상미가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사실이다. 흔히 왕가위 감독의 리즈시절이라 불리던 80~90년대에는 그의 스타일을 모방한 광고나 영화가 한국에서 여럿 나왔을 정도니. 다만 그의 단점으로 뽑히는 것은 이러한 연출과 영상미를 따라오지 못하는 각본이다. 실제로 촬영감독이 바뀐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때 부터는 각본의 단점이 크게 부각되었다. 이번에 이야기 할 영화 "2046"은 그런 왕가위의 장점인 연출과 영상미, 단점인 각본이 극단적으로 나온 영화라고 생각한다. 왕가위 감독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독창적인 카메라 무빙은 이 영화에서 더 강렬해졌으며, 난해한 스토리 라인은 작중 현실과 소설의 이야기와 상상이 교차되면서 혼란이 더욱 커졌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이 영화에 극단적으로 반감을 표할 것이고, 동시에 누군가는 극단적으로 열광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매료시키는 그 영상미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우면 어때. 너무 황홀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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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용소에서 스러져간 이들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언어
수용소에서 스러져간 이들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언어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
감독] 바딤 피얼먼
출연]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라르스 아이딩어, 레오니 베네쉬
시놉시스] 페르시아어를 배우기 원하는 독일군 장교 ‘코흐’. 살기 위해 페르시아인이라고 거짓말을 한 유대인 ‘질’. ‘질’은 살아남기 위해 '코흐'에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가르치고 매일 밤 거짓으로 단어를 만든다. 깊어져가는 의심 속 페르시아어 수업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
시사회에 초청을 받았을 때 전쟁이야기기도 하고 시간이 나지 않아서 보지 말까? 했었으나 그래도 회사랑 가까우니 보러가자는 마음에서 별 기대 없이 찾아갔던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 하지만 마지막에 몰려오는 감동과 안타까움이 강하게 들면서 굉장히 잘 만들어진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어던 작품이었다.
당시 처참했던 유대인의 상황을 보여주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굉장히 다큐같다는 점이다. 당시 유대인을 비롯해 수용소로 끌려가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이들을 이송하면서 입맛에 따라 죽이고 살리는 군인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을 죽인 뒤 처리하지 않는 시체와 벌거벗겨진 시체들을 한 곳에 모아 이동시킨 후 태우는 장면까지 영화의 내용 상 이러한 부분들에 많은 시간이 할애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만행되었던 나치의 모습을 영화 속에 군데군데 녹여내고 있어서 정말 참혹했던 시대라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자신들의 과오를 들키지 않기 위해 수용했던 유대인들을 몰살하거나 다른 수용소로 옮기고, 그들의 기록들을 모두 불태우는 등 그들의 기록마저 다 지워버렸던 과거 나치의 모습들을 보면서 남겨진 기록의 중요성과 이 기록이 사라짐으로써 피해자와 이 유가족들이 더 큰 고통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용소에 끌려온 이들로 언어를 만들다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은 한 남성이 철길을 따라 걸으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bgm 처럼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수용소에서 같이 있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나요?" 그 이후 시점은 철길을 걷던 남성이 수용소로 끌려가기 전으로 이동한다. 처음 이 장면을 보았을 때 왜 이 장면을 가장 첫 장면을 선택했을까 궁금했었는데 그 질문은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질문이었던 것이다.
주인공 질은 프랑스인이지만 수용소로 끌려가기 직전 죽임을 당할 위기에서 페르시아인이라고 군인들을 속여 간신히 살아남는다. 장교에게 페르시아어 수업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살아난 그는 알고 있는 페르시아어가 하나도 없지만 당장 다음날부터 페르시아어 수업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의 업무였던 수용소에 끌려온 이들의 신상을 적는 업무에서 이름을 변형해 페르시아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하고, 수용소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이름을 아침 배식을 하며 물어보고 이를 기억해두었다가 하나씩 변형해서 자신만의 페르시아어를 만들기 시작한다.
질은 수용소에 갇혀 있는 동안 장교에게 2400여개가 넘는 단어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 말은 최소 한 수용소에서 2,400명이 넘는 유대인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끌려왔다는 말이 된다. 장교는 독일이 패전을 앞두자 자신을 가르쳤던 질을 빼내주며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본인은 페르시아로 떠난다. 그렇게 풀려난 질은 UN군의 도움을 받아 조사를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2,400여개의 페르시아어를 기록하며 다 태워져버린 수용소에 갇혔던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해낸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동료들의 이름을 활용해 페르시아어를 만든 질. 그 이름 덕분에 질은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동료들의 죽음 위에 혼자 살아남은 질은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면서 눈물을 흘린다. 그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죄책감이 복합적으로 들지 않았을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 질은 죽어간 동료들의 이름 덕분에 살 수 있었고, 수용소에서 스러진 이들은 질을 통해 다시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던 너무나도 안타까운 결말이지만 감동적이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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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인이 밥 먹여 줘? 네!
케이팝 제너레이션
(TVING, (목) 16:00 공개)
크리에이터: 정형진, 임홍재, 차우진
지난 1월 26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예능 '케이팝 제너레이션'! 보셨나요? 1세대 아이돌 강타부터 4세대 아이돌 엔시티까지 다양한 보이그룹, 걸그룹이 나와 화제가 되었는데요.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단순히 아이돌을 관찰하는 예능이 아니라 그들을 사랑하는 팬의 이야기이자, K-POP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소위 '머글'도 다가가기 쉬운 프로그램이었답니다!
저도 케이팝 음악을 사랑하고 다양한 아이돌을 찾아보며 좋아하는 입장이지만 찐팬(??) 같이 앨범을 사고... 이런 적은 없거든요. 저에게는 생소한 문화지만 저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그리고 나에게 그런 사랑을 주는 이가 있다면 그건 정말 이상적인 관계다라고 생각하게 된 거 같아요
그와 반대로 '탈덕'한 팬의 입장도 나와요
오세연 감독님의 '성덕'이란 영화 아시나요
10대 시절을 바쳤지만 스타에서 범죄자로 추락한 오빠
좋아해서 행복했고 좋아해서 고통받는
실패한 덕후들을 을찾아 나선 X성덕의
덕심 덕질기를 담은, 2022년 실패 없을 올해의 최애작!
영화 '성덕' 줄거리
말 그대로 내가 좋아하던 나의 연예인이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어... 팬을 그만두어야 했던 현실 자각 타임(?!)을 그린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슷한 예로 모 보이그룹의 멤버의 불미스러운 사생활이 터지자 '좋아해서 죄송합니다'라는 영상을 찍은 유튜버 '유덕모' 님의 영상도 있죠 ㅎㅎ 유덕모 님들도 케이팝 제너레이션에 출연하셨어요 ㅋㅋ
또한 케이팝 산업의 다양한 전문가 분들은 물론 실제 일본의 앨범 가게에서도 인터뷰를 따 왔고, LA 에이티즈 생일 카페에도 다녀오셨더라구요! 제작진분들이 정말 케이팝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서 이 나라 저 나라 다녀오신 흔적이 차고 넘쳐 . . . !! 고로 단순히 즐기기 좋은 예능 프로그램임과 동시에 K-POP 업계에 관심 있는 분들이 보기 좋은 현장감 생생한 다큐 같기도 하다는 점!
시청은 TVING에서 하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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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좇아서
언제나 미디어는 여성의 몸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90년대에 태어난 나는 어릴 적부터 미디어 중독자였다. 유이의 ‘꿀벅지’를 기억하고, 설현의 완벽한 뒷모습을 기억한다. 한 통신사의 설현의 입간판은 숱한 남성에게 도둑을 맞기도 했다. 지금의 흐름은 양분화되어 있다. 누가 봐도 마른 몸의 슬렌더형 여성상과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가진 여성상은 함께 유행한다. 취향의 차이라지만,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가진 여성 또한 사실은 마른 몸을 가진 여성이다. 카메라 뒤에 서는 일을 꾸준히 해왔기에 방송용 카메라가 가지는 한계를 안다. 카메라는 피사체를 현실보다 조금은 부하게 비추며, 화면상의 모습은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다.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서는 여성들은 미디어에 보여질 기준에 맞춰 자신의 몸을 옥죄여 관리한다.
<서브스턴스>는 여성의 몸과 노화에 대한 이야기다. 인기 에어로빅 쇼를 진행하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중년을 맞이한 스타다. 여전히 사람들에게 선망이 될만한 몸을 가졌음에도, 노화는 어쩔 수 없다. 남성 프로듀서들은 그녀의 모습에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얼굴을 찾는다. 그 역학 속에서 엘리자베스는 ‘왕년의 스타’가 되어 쇼에서 내쳐진다. 이 영화는 그 순간에 절망하는 중년의 여성을 비추는 쇼가 아니다. 바디호러라는 장르를 이용해 그녀에게 새로운 젊음의 몸을 주는 특이한 양태를 취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서브스턴스’라는 도구를 통해, 엘리자베스는 젊은 몸을 얻는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일주일은 엘리자베스의 몸으로 살아야 하고, 일주일은 젊은 몸을 가진 ‘수’로 살 수 있다. 앞은 조건이고, 뒤는 가능이다. 그 룰을 어기면, 균형은 무너진다.
그렇게 얻게 된 젊고 아름다운 몸으로 수(엘리자베스)는 엘리자베스(수)의 자리를 빼앗는다. 소프트웨어는 같은 사람이기에, 보여주는 에어로빅은 다를 바 없을 것임에도 남성 프로듀서들은 수는 무언가 다르다며 열광한다. 그리고 카메라는 수의 신체를 파편화해서 재현한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들을 여성의 몸에서 주로 대상화되는 ’부위‘들을 중심으로 클로즈업하여 보여준다. 수의 에어로빅 씬은 ’소프트 포르노‘와 다를 바 없다. 이전의 영광을 누리게 된 엘리즈베스는 수의 몸을 탐하고, 규칙을 어기게 된다. 그렇게 바디 호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수의 시간을 늘릴수록 엘리자베스의 시간은 줄어든다. 그렇게 수의 신체에서 엘리자베스의 신체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노화를 넘어 붕괴를 겪고 있는 자신과 마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못하는 욕심은 결국 엘리자베스의 신체를 부식시키고 영화는 파국으로 흘러간다.
결말부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겠다. 이 영화는 끝까지 가는 영화다. 멈출 때가 됐다고 생각할 때에도 영화는 브레이크를 절대 밟지 않는다. 이 작품은 결국 중요한 것은 외면이 아닌 내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든지 하는 교훈적인 영화가 아니다. 끝까지 가는 이 작품의 방향성은 오히려 현실적이다.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태어나는 한, 젊음과 미에 대한 추구는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중요한 건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악몽의 세계가 스스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결국 이 작품은 바디 호러라는 장르를 빌렸을 뿐, 그 어떤 작품보다도 현실적인 작품이다.
앞서 여성의 몸에 대해 주로 얘기한 바 있다. 하지만 요즘 가장 눈길이 가는 이슈는 ’중안부‘ 이야기다. 과거 작은 얼굴, 큰 눈, 높은 코, 브이라인 턱에 대한 추구가 컸다면, 이제는 ’중안부‘라는 말도 안 되는 영역까지 미에 대한 기준은 침범했다. 여성들은 그렇게 매일 거울 앞에 앉아 그녀들과 다른 자신의 얼굴에 절망한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해 화장을 한다. 그럼에도 덜어지지 않는 부족함은 시술로, 수술로 이어지며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추구미’ 를 좇는다. 끝없이 바뀌는 미의 기준 속에 우리는 어디를 좇아가야 하는가.
나는 여타 여성들보다는 외모 강박이 심하지 않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누군가의 피사체가 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설 일이 있었다. 카메라 앞에 비춰진 나의 모습 속에 나의 단점들이 보였다. 언제나 마음에 들지 않는 작은 턱으로 인해 납작한 편인 옆모습이라든지, 좁은 어깨에 비해 큰 얼굴이라든지 하는 것들. 그런 것들을 변화시킬 의지는 없지만, 더 아름다운 나를 원하지 않냐고 물으면 말끝을 흐리게 될 것 같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공허한 말만을 외쳐서는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이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낼 수 있을까.
로라 멀비는 일찍이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영화>라는 저작에서 미디어 속 ‘Male gaze’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이 작품은 여성 감독이 ‘Male gaze’를 갖고 놀며, 그 시선이 망쳐놓은 세상의 끝의 끝까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녀가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볼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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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힘과 책임을 깨닫는 피터 파커의 이야기
이 리뷰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청소년 시기를 거치며 성인으로 성장한다. 성장의 과정은 쉽지 않다. 호르몬의 변화로 신체도 변해가고 생각도 복잡해진다. 그래서 그 성장의 시기는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과의 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 과정은 모든 청소년들이 겪는 과정이고 성인이 된 사람들도 그 과정을 거쳐 어른이라는 새로운 시기로 접어든다. 아직 주변에는 자신을 책임져 줄 수 있는 부모나 어른이 있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면 친구들과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 아이 자신의 탓도 있겠지만 부모가 그 책임을 대신하기도 한다.
성장 과정을 통해서 우리들은 자신이 가져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다. 각자가 가지는 책임은 다를 수 있다. 아주 큰 힘을 가지게 된 경우에는 그 힘을 어떤 방식으로 써 나가야 할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힘은 공부를 잘하는 노하우가 될 수도 있고, 부모로 부터 얻은 재력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신체적인 힘이 그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각자가 가진 힘을 활용하는 것은 청소년 시기가 거의 처음일 것이다. 성인이 되기 직전까지 많은 청소년들은 그 책임의 범위와 자신이 가지는 힘이 어디까지 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장기 피터 파커의 고민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는 피터 파커(톰 홀랜드)의 이야기를 담는다. 피터는 우연히 거미에 물려 신비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힘을 친구들에게 신체적 우월함을 돋보이는 도구로만 사용했지만 주변에 나타나는 악당들을 처치하기 시작하면서 사회에서 자경단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 피터는 알지 못한다.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피터가 가장 좋아하는 영웅이었는데 그를 직접 만나면서 다른 영웅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기 시작했고 어벤저스의 일원으로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그동안 마블 시리즈에서 스파이더맨의 역할은 아주 작은 것이었다. 그저 조금 어린 청소년 영웅으로서 어벤저스에서 감초 역할을 하고, 토니 스타크와 유사 부자 관계를 만들게 되면서 그저 어린 영웅 정도로 다뤄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가 토니 스타크의 죽음을 경험하고 본격적으로 홀로서기를 하면서 심적 괴로움이라는 고난을 맞게 된다. 전편이었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본격적으로 마블의 스파이더맨이 정신적 고뇌를 겪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그는 아버지 같은 영웅인 아이언맨이 사라졌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를 통해 대체하려고 했다. 하지만 미스테리오는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라는 정체를 공개함으로써 피터를 혼란의 정점으로 끌고 간다.
피터 파커라는 인물은 늘 청소년이었다. 나이가 어린 영웅이었기 때문에 가족의 죽음을 겪었고, 자신의 잘못으로 주변 사람을 잃게 되는 경우가 생겼다. 과거 샘 레이미 감독 버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도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는 벤 삼촌을 잃게 되었고, 마크 웹 감독 버전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의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도 벤 삼촌과 여자 친구 그웬을 잃는 상황을 맞았다. 그리고 그런 상황 안에서 심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는 과정이 영화 내내 이어졌다. 그 혼란은 어쩌면 그들이 얻게 된 힘을 쓸 때의 무게감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을지 모른다.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피터 파커가 겪는 혼란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의 피터 파커는 그런 혼란을 제대로 겪지 않았다. 토니 스타크를 잃기는 했지만 그 주변에는 그의 마음을 챙겨줄 사람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의 여자 친구인 MJ(젠데이아 콜먼), 절친 네드(제이콥 베털런)과 큰 엄마 메이(마리사 토메이)는 피터의 옆에서 그를 돕거나 그가 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스파이더맨의 정체가 전 세계에 공개되면서 그가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력이 뻗어나가게 된다.
아마 이번 스파이더맨 영화는 마블 유니버스 시리즈 중에서 피터 파커라는 인물이 겪는 가장 힘든 고통이 담긴 영화가 될 것 같다. 그는 자기 자신이 가진 힘이 가져올 안 좋을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고 자신이 가져야 할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의 축 처진 어깨는 그가 짊어진 짐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영화 내내 피터는 그가 가진 힘으로 파생된 부정적 영향을 막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서는 피터가 자신이 겪을 부정적인 일들을 마법처럼 사라지게 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그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비치)를 찾아가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는 주문을 부탁한다. 기억을 지우는 행위는 영화 속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어찌 보면 피터에게 가장 간단하게 자신이 가진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 주문에 문제가 생기면서 영화 속 세계는 붕괴 직전에 놓이고, 피터에게는 자신의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여러 문제들이 닥쳐온다. 각종 빌런들의 등장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피터의 모습이 담기는데, 기본적으로 모든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피터 파커가 가지고 있는 ‘선함’이 이 영화에서도 핵심적인 내적 도덕적 갈등으로 발현된다.
지금까지 여러 배우가 연기한 세 종류의 피터 파커가 있지만 이 캐릭터들이 가진 고민은 모두 자신이 가진 책임에 대한 것이었고, 그들이 가진 특유의 선함을 활용한 해결 방식을 포기하느냐 아니면 고수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포함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선하고 악당들도 다시 올바른 삶을 살 수 있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핵심적인 기재로 깔고 있다. 그래서 스파이더맨이 분노에 가득 차 누군가를 살인하게 되거나 개인적인 복수를 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고민들이 영화적 긴장으로 발현된다.
지난 <스파이더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헌사
피터 파커라는 인물이 하는 고민은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청소년 시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을 슈퍼히어로 영화 안에 녹여놓았을 뿐이다. 이제 성인이 되기 직전인 청소년이 가지게 될 책임과 자신의 힘 때문에 받게 될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스파이더맨>이라는 시리즈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의 청소년들이 거미 능력을 가지게 되지는 않겠지만 모든 청소년은 그 자신이 가진 능력과 책임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를 반드시 거친다. 그런 성장기의 고민이 이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도 잘 담겼다.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과거에 제작된 토비 맥과이어 버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나 앤드류 가필드 버전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만족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전 버전의 <스파이더맨>에서 등장했던 빌런들인 닥터 옥토퍼스(알프레드 몰리나), 그린 고블린, 일렉트로(제이미 폭스) 등이 모두 등장하고 과거 시리즈의 대사,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 팬들을 추억에 잠기게 할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명대사가 이번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또한 영화 음악도 기존 OST의 노래들을 활용하고 있는데, 특히 빌런이 등장할 때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빌런들의 테마가 배경으로 흘러 예전 영화를 보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를 연출한 존 와츠 감독은 <스파이더맨 홈 커밍>,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연출했었는데, 이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까지 연출하면서 성공적으로 마블에서 시작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향후 대학생 버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이어진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만 연출자가 바뀔지 어떤 방식으로 시리즈가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피터 파커가 가진 고뇌와 책임을 제대로 정리했기 때문에 향후에 마블에서 시리즈가 더 이어진다면 그가 어떤 방식의 삶을 택했는지, 주변 사람들과는 어떤 식으로 생활하게 될지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와 이야기들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를 관람할 계획이 있다면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야기의 플롯은 간단하지만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용을 먼저 알기보다는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영화의 재미를 최대한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FZkg4Fdi4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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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가족](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재규(장동건)와 자동차 사고
Chapter 2 부모 - 자식, 악의 기원
00:00 보통의 가족
01:29 장동건 집중
03:17 자동차 사고
06:06 부모와 자식
07:16 악의 기원
09:46 별점 및 한 줄 평
10:0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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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차티드」 플스 게임이 제작비 1,500억의 넷플릭스 영화로?? | 언차티드 예고편 게임 비교 영상 | 언차티드 영화 게임 | Uncharted |
? 언차티드(Uncharted) 영화 예고편 분석 영상(*스포없음)
- 소니 픽처스와 넷플릭스의 계약으로 극장개봉 후, 넷플릭스에서 독점 스트리밍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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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제작사 너티 독의 게임 언차티드 시리즈의 게임 원작 실사영화로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
언차티드 시놉시스
'네이선(톰 홀랜드)'과 '설리(마크 윌버그)'가 함께 트레저헌터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미스터리와 보물을
찾아나서는 액션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영화
언차티드 영화 정보
감독: 루벤 플레셔
제작: 아비 아라드, 찰스 로븐, 알렉스 가트너
각본: 아트 마컴, 맷 할로웨이
출연: 톰 홀랜드, 마크 월버그, 안토니오 반데라스
장르: 액션
제작사: 컬럼비아 픽처스,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 너티 독, 아라드 프로덕션, 아틀라스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소니 픽처스 릴리징, 소니 픽처스 코리아
촬영 기간: 2020년 3월 16일 ~ 2020년 10월 29일
촬영 감독: 정정훈
개봉일: 미국 2022년 2월 18일
원작: 너티독의 언차티드 시리즈
제작비: 1억 2,00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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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이 살해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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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나인지 모르겠어요”
교통사고 현장에서 눈을 뜬 한 남자.
거울에 비친 낯선 얼굴과 이름,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 바뀌었어. 낮에도 바뀌더니 밤에도 또”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 남자.
그는 12시간마다 몸이 바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한다.
그가 12시간마다 몸이 바뀌었던 사람들,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의문의 여자까지,
그리고, 이들이 쫓고 있는 국가정보요원 ‘강이안’.
“이제 알게 됐어. 내가 뭘 해야 되는지”
모두가 혈안이 되어 쫓고 있는 ‘강이안’이 바로 자신임을 직감한 남자,
자신을 찾기 위한 사투를 시작하는데…
진짜 나를 찾기 위한 본능적 액션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