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2-30 21:56:54
한걸음 뒤, 한걸음 앞에서 기록한 분열의 시대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 리뷰
시빌 워: 분열의 시대 (Civil War, 2024)
한걸음 뒤, 한걸음 앞에서 기록한 분열의 시대
개봉일 : 2024.12.31.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액션, 전쟁, 드라마
러닝타임 : 109분
감독 : 알렉스 가랜드
출연 : 커스틴 던스트, 케일리 스패니, 와그너 모라, 스티븐 헨더슨, 제시 플레먼스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믿고 보는 제작사 A24의 첫 블록버스터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모종의 이유로 두 갈래로 나뉜 세상’이 주는 공포와 긴장감을 동력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거대한 동력을 선택한 것치고는 움직임이 다소 방어적이다.
이 영화는 자신이 얘기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내보이지 않는다. 그저 배경과 몇 개의 시선을 제시할 뿐이다. 이러한 태도는 최종에 이르러 애매한 감상을 남기게 만드는데, 이 싸움에 있어 확실한 선을 원한 관객에게는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 영화 예고편과 시놉시스를 보고 거대한 전쟁 블록버스터 또는 정확한 저격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이 전쟁에 뛰어드는 것을 조금 더 고민해 보길 권하고 싶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흔히 생각하는 전쟁 블록버스터가 아닌 전쟁 한가운데 서있는 한 기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과묵한 드라마에 가까우니 말이다.
극 중 미국은 최악의 내전을 겪고 있다. 이 혼란한 정세 속에서 종군 기자인 리, 조엘, 새미. 그리고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청년 제시는 아수라장이 된 도시를 누비며 끔찍한 순간들을 생생히 담아낸다. 이들은 정부와 반대 세력 사이 힘의 무게 추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마지막 특종 기회를 잡기 위해 대통령이 숨어있는 워싱턴에 가기로 결정한다.
기자들은 총을 든 군인과 반대 세력들 사이에 제대로 된 무기 하나 없이 카메라 한 대만을 들고 달려든다. 이들은 죽음이라는 공포를 바로 옆에 두고서도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 카메라의 뷰 파인더만을 쳐다본다. 빗발치는 총성 사이에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가 섞여들리고, 각자의 무기를 든 군인과 기자들의 비슷한 실루엣이 보인다.
리와 기자들은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던 전투에 이어 원치 않은 사건에도 휘말리며 몇 번의 위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비현실과 현실이 뒤섞인 상황과 오래 외면해왔던 공포들을 흠뻑 체감한다.
무엇을 위한 분열인가
워싱턴으로 향하던 네 사람은 한 테마파크 입구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군인 시체를 발견한다. 이상함을 느끼고 차를 돌리려는 순간 갑자기 총알이 빗발치고 새미를 제외한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려 바닥에 엎드린 군인 옆에 자리를 잡는다. 조엘은 군인에게 묻는다. 저 안에 누가 있냐고, 지휘관은 누구냐고. 군인은 답한다. 저 안에 누가 있는지 모르고 지휘관은 없고 그저 저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해서 쏘는 것이라고.
군인의 대답은 현재 내전 상황을 한 번에 설명한다. 이들은 누구와 왜 싸우는지 모른다. 그저 살기 위해 총을 쏠 뿐이다. 기자들도 군인들과 다르지 않다. 처음엔 내전의 참혹함을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건 영웅처럼 보이지만 나중엔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지 정확히 느껴지지 않는다. 이들은 무엇을 찍고 그 사진 아래 어떤 말을 적고 싶었던 걸까?
시간이 지날수록 두 무리의 Shooting(총격, 촬영)이 가진 의미는 점점 흐릿해지고 이들은 더 이상 이 전쟁에 대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쟁 또한 이들에게 명확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모든 걸 흐리게 만드는 피
피와 뷰 파인더에 가려진 제시의 시선
공포와 피는 뚜렷했던 것을 점점 흐려지게 만든다. 특히 처음으로 전쟁을 가까이서 겪은 된 제시가 이에 크게 반응하고 변화한다. 주유소에서 처음 고문 당한 사람을 봤던 날, 제시는 밤이 되었음에도 요동치는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 하지만 피 흘리는 사람을 다시 눈으로 보고 카메라로 담고 또 거대한 시체 구덩이에 떨어져 본 후 도착한 워싱턴에서 제시는 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탱크에 따라붙으며 사진을 찍는다. 심지어 리가 총알을 맞고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그는 카메라를 놓지 않는다.
사진 현상액에도 자신의 체온을 담던 따뜻한 소녀는 어디로 가고 백악관 복도엔 징그럽다 싶을 만큼 사진을 찍어대는 기자 제시가 남는다. 제시의 눈에 가득 맺혔던 누군가의 피는 결국 그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고 그의 눈앞을 가로막은 뷰 파인더는 소중한 이(리)의 죽음마저 가려버린다.
뷰 파인더를 벗어난 리의 시선
제시는 주유소 사건을 겪고 리에게 묻는다. 저는 왜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고 말하지 못했을까요?. 제시는 이 이상한 상황에 대해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리는 제시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우린 묻지 않고 기록하지. 다른 사람이 묻도록.”
리는 오랜 시간 모든 물음을 지운 채 뷰 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 덕에 리는 공과 사를 구분하는 수준을 넘어 거의 냉혈한에 가까운 종군기자로 여러 전쟁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제시와 그가 던진 질문이 리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새미는 주유소에서 충격을 받고 공포에 떨던 제시의 모습과 어린 리의 모습이 다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은 리는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은 채 제시의 모습을 관찰한다.
주유소 사건 다음날. 리, 조엘, 제시는 시내에서 벌어진 소규모 격전에 참여한다. 제시는 어제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죽어가는 이를 찍는다. 이때 리는 셔터를 누르는 걸 멈추고 사진을 찍는 제시를 가까이서 바라본다. 그때부터 리는 제시를 통해 자신을 본다. 피에 벌벌 떨던 어린 소녀였던 자신과 뷰 파인더 뒤에 숨어 아무렇지 않게 죽음을 찍는 종군기자인 자신을.
리는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연이어 터진 동료 새미와 토니의 죽음은 왜 이들이 죽어야만 하는지 이 전쟁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오래도록 외면해왔던 질문을 떠올리게 만든다.
결국 리의 마음은 무너지고, 워싱턴에 도착했을 때쯤 그의 종군 기자로서의 자아는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리는 커다란 탱크 뒤를 따라가지 못하고 몸을 웅크린다. 이제 뷰 파인더를 벗어난 리의 눈엔 누군가의 죽음이 보인다. 그래서 그는 제시의 죽음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카메라 뷰 파인더 뒤에 가려진 제시의 눈엔 리의 죽음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총 맞는 순간도 찍을 거예요?”라는 제시의 질문에 리는 온몸으로 답을 내놨지만 그걸 알아줄 소녀 제시는 이제 뷰 파인더 뒤로 사라졌다.
<시빌 워:분열의 시대>는 기자들의 눈과 뷰파인더를 통해 이 이상한 전쟁을 기록하며 은근하게 묻는다. “우리의 눈은 어디에 있는가. 뷰파인더 뒤, 아니면 앞?”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왜 전쟁이 일어났는가?’ ‘누가 무너져야 하고 누가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아니다. 영화가 은근슬쩍 던진 ‘이 커다란 분열 속에서도 놓쳐선 안 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답하고 깨닫는 것이다.
아무리 분열과 죽음이 익숙해진 시대라 해도 우리는 뷰파인더 뒤에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승, 패와 잘잘못이라는 결과 밑에 쌓인 수많은 죽음과 희생을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어린 리처럼, 처음 여정을 시작했을 때의 제시처럼.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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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크리미널 스쿼드>가 속편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작과 동일하게 크리스찬 거드게스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크리미널 스쿼드2: 판테라>가 개봉 첫 주 누적 수익 1,550만 달러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작은 입소문을 타며 총 4,5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제작비 4,000만 달러가 투입된 이번 속편 역시 비슷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제라드 버틀러는 전작과 동일하게 빅 닉 역을 맡아 유럽으로 건너가 강도 전문가 도니(오셔 잭슨 주니어)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한편, 1,320만 달러를 벌어들인 <무파사: 라이온 킹>이 2위를, 국내에서는 큰 호응이 없는 것과 달리 북미에서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수퍼 소닉3>가 누적 수익 2억 달러를 넘기며 3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하얼빈>이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3주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전주보다 약 18만 명이 적게 들어 누적관객수 400만 명을 겨우 넘긴 상황입니다.
금주에도 별다른 대작이 개봉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이번 주말에도 무난하게 순위권 앞에 위치할 것으로 보이나,
과연 손익분기점인 650만 명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와 동일하게 <소방관>이 2위를 지키고 있으며, <히든페이스> 박지현 주연의 <동화지만 청불입니다>가 새롭게 순위권에 들어 3위를 차지했습니다. 각각 누적 관객 수 370만 명, 10만 명을 기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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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놀지 말고 영화 하나 만들자. 내가 출연하겠다.”
전도연 배우가 오승욱 감독에게 한 이 말로부터 탄생한 <리볼버>
오승욱 감독은 전도연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전도연 배우의 출연이 확정된 후에야 제작사와 투자사가 결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무뢰한> 이후 8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오승욱 감독의 신작 <리볼버>는 전도연 배우뿐만 아니라 지창욱, 임지연 배우가 주연을 맡아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제작 후 유럽과 아시아 주요 지역 172개국에 선판매된 화제작 <리볼버>!
8월 1주차 개봉예정 PICK 4작품을 소개합니다.
리볼버
Revolver
개요: 범죄 | 대한민국 | 114분
감독: 오승욱
주연: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
개봉: 2024.08.07.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줄거리
“약속한 돈을 받는데 무슨 각오가 필요해”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던 경찰 수영은 뜻하지 않은 비리에 엮이면서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큰 보상을 해준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받아들인다.
2년 후 수영의 출소일, 교도소 앞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생전 처음 보는 윤선 뿐 수영은 일이 잘못되었다고
직감한다.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보상을 약속한 앤디를 찾아 나선 수영은 그 뒤에 있는 더 크고
위험한 세력을 마주하게 되는데…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The Water Flows to the Sea
개요: 드라마 | 일본 | 123분
감독: 마에다 테츠
주연: 히로세 스즈, 오니시 리쿠
개봉: 2024.08.07.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줄거리
“여기 삼촌 혼자 사는 집이 아닌가요?” 요리 실력 최고인 까칠한 직장인, 여장 타로이스트, 해외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교수, 가족 몰래 만화가가 된 삼촌까지. 개성 넘치는 메이트들이 살고 있는 셰어 하우스에 고등학생 ‘나오타츠’가 새로 입주한다. “사카키 씨와 함께 있고 싶어요” 엄마와 헤어진 후 10년 동안 마음의 문을 닫았던 ‘사카키’는 첫눈에 ‘나오타츠’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나오타츠’ 역시 ‘사카키’와 얽힌 복잡한 인연을 알게 되는데…
디베르티멘토
Divertimento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114분
감독: 마리-카스티유 망시옹샤르
주연: 울라야 아마라, 리나 엘 아라비
개봉: 2024.08.07.
배급: 찬란
줄거리
1995년, 파리 교외의 이민자 가정 출신인 ‘자히아 지우아니’는 지휘자의 꿈을 안고 파리 한가운데 있는
명문 음악 고등학교로 전학을 간다.
이민자 출신의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높은 장벽을 마주하지만 지휘에 대한 열정으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눈에 든다.
음악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자히아는 다양한 출신의 친구들을 모아 특별한 오케스트라를 결성한다. 일명 ‘디베르티멘토’. 오직 손끝으로 세상을 움직인 17살 마에스트라의 감동 실화가 지금 바로 시작된다!
극장총집편 봇치 더 록! 전편
BOCCHI THE ROCK! Movie Part 1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90분
감독: 사이토 케이이치로
주연: -
개봉: 2024.08.07.
배급: CJ CGV
줄거리
“혼자라면 ROCK을 해라!” 대인 관계에 서투른 소녀 ‘고토 히토리’는 무대에서 빛나는 밴드 활동을 동경해 기타 연주를 시작하지만, 여전히 친구가 없다. 혼자서 연습하며 실력을 키우던 중 자신의 연주 영상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고 어느 날 ‘결속밴드’에서 드럼을 담당하는 ‘이지치 니지카’가 먼저 ‘고토 히토리’에게 말을 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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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티 크라이스트> - ‘성경의 실수를 되짚는 이브의 광기’
안티 크라이스트 (Antichrist)
개봉일 : 2011.04.14 (한국 기준)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출연 : 윌렘 대포, 샤를로뜨 갱스부르, 스톰 아체체 살스트롬
‘성경의 실수를 되짚는 이브의 광기’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올해의 가장 폭력적인 경험을 한 영화는 <사울의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흐리게 처리되긴 했지만 충분히 폭력적이고 충격적이었던, 영화를 통해 경험한 그 시대의 한 조각이 내 마음을 흠씬 후려 팬 영화였다. 근데, <안티 크라이스트>를 보고 생각을 바꿨다. 올해.. 아니 어쩌면 내 20대의 가장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영화는 이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영화의 뜻과 장점들을 제외하고 온전히 ‘영혼에 입은 대미지’만 따진다면 <안티 크라이스트>가 1등이다.
지난여름이던가, 메가박스에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전을 할 때, 이 감독님의 작품에 입문을 해볼까 고민했다. 그때는 ‘마니아층은 있으나 호불호가 극히 나뉘는 스타일의 감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과감하게 다른 기대작들을 먼저 감상하고, 감독전을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다시 생각해 보니 현명한 결정이었다 싶다.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다면 더 큰 대미지를 입고 울상으로 집에 돌아왔을지도 모르겠다. <미드 소마>를 보고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멘탈인데.. <안티 크라이스트>는 힘들었다. 유리 멘탈이신 분들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를 피해 가시라고 경고하고 싶다. 궁금하다고 막 볼만한 작품 색은 아닌듯하다.
음울함이 감도는 색들을 한계점 없이 풀어놓은 영화 <안티 크라이스트>는 제목처럼 반기독교적인 요소가 있는 영화다. “성경은 말도 안 돼!”라는 식의 반감을 표했다는 건 아니고, 과연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성스러운 그 이야기에 눈치채지 못한 또 다른 힘이 있지 않았는지.. 결함이 있진 않은지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아담과 이브가 아니지만 두 사람이 갈등하는, 고통으로 가득 찬 장소의 이름은 ‘에덴동산’이다. 고통을 모두 정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그와 마녀가 되어버린 그녀는 에덴동산에서 각자 다른 방법으로 고통과 삶을 정의하려 한다. 이들은 실존에 의미에 맞서고 또 무너진다.
욕망으로 인해 시작된 고통 속에서 그녀는 서서히 어두움에 눈을 뜨고 욕망의 시작점을 잘라내려 한다. 그는 그녀의 고통을 자신의 방식으로 정의하고 억제하기 위해 손에 더 강한 힘을 준다. 실존하는 고통, 욕망으로 인해 잃어버린 것. 그리고 결국엔 폭력적이고 일방적으로 끝을 맺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써 내려간 에덴동산의 이야기. 여전히 해석되지 않는 부분도, 상당히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언젠가.. 새로운 질문이 떠오르고 마음의 준비가 되면 한 번쯤은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
안티 크라이스트 시놉시스
눈발이 아름답게 흩뿌려지고 있는 깊은 밤, 그와 그녀는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고 있다. 그들의 어린 아들은 잠에서 깨어나 열린 창가로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다 창밖으로 추락하고 만다. 아들을 잃은 그녀는 깊은 슬픔과 자책감으로 점점 병들어 가고 그는 그녀를 구원하기 위해 그들의 '에덴'으로 함께 떠난다. 그러나 그녀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현대판 아담과 이브의 애증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경악스러운 결말이 그들 앞에 펼쳐지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그와 그녀가 격렬하게 사랑을 나눈다. 마치 성스러운 의식처럼 느껴지는 장면들이 흘러가고, 잠에서 깬 아이가 엄마 아빠의 눈에서 벗어나 집안을 누빈다. 책상을 지키고 있던 PAIN, GRIEF, DESPAIR. 고통, 슬픔, 절망의 이름을 가진 3개의 장식품을 손으로 밀어낸 아이는 창밖으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비탄에 잠긴다. 그는 슬픔과 비탄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의 말을 낚아채 모두 괜찮아질 것이라 포장한다. 슬퍼하는 그녀를 비추던 카메라는 그가 슬픔의 무력함을 강요할 때마다 그의 힘에 강제로 이끌리듯 시점을 바꾼다. 심리 치료사인 그는 슬픔에 빠진 그녀를 치료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가족은 치료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며 그의 치료를 은근히 거부하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다.
“두려운 게 뭔지 모르겠어.”
슬픔에 빠져있는 그녀에게 그가 묻는다. 무엇이 가장 두렵냐고. 쉽게 특정 대상을 떠올리지 못하던 그녀는 아이와 함께 머물며 논문을 준비했던 ‘에덴동산’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꼽는다. 그는 두려움을 깨 부셔야만 그녀의 슬픔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에덴동산으로 데려간다.
그녀는 에덴동산에 머물며 논문의 주제인 인간의 본성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마녀사냥에 대해 자세하게 알게 된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면, 여자의 본성도 악할 것이다.’라는 결론을 얻는다. 그녀는 그렇게 에덴동산에서 악에 물들고 미쳐간다. 에덴동산에서 선악과에 손을 댔던 이브처럼.
그녀는 고통, 슬픔, 절망이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들이 오면 누군가가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의 죽음과 동시에 고통, 슬픔, 절망을 모두 떠안게 된 그녀는 점점 병들어가고 다음으로 다가올 죽음의 제물을 고르듯 그를 속박한다. 그녀는 그가 숨어들어간 나무뿌리를 미친 듯 파헤치고 발목에 무거운 돌을 단다. 그리고 아이를 죽게 만들고 고통, 슬픔, 절망을 불러온 욕망의 시작점(성기)을 짓이기고 잘라내며 광기를 표출한다.
“혼돈이 지배하리라.”
고통, 슬픔, 절망.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쏟아낸 강요와 폭력. 에덴동산에 머물던 그와 그녀는 광기와 폭력에 휘청이다 결국 혼돈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모든 것이 파멸한다. 그는 결국 그녀를 목졸라 죽이고 마녀를 처리하듯 화형을 진행한다. 슬픔으로 인해 먼저 미쳐가기 시작한 건 그녀였지만 슬픔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그는 그녀에게 슬픔으로부터의 도주를 강요하고 결국 마지막까지 자신의 뜻대로 그녀의 운명을 정리한다.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무신론자)으로서 성경에 대한 악감정은 없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지만 여전히 배우고 따를만한 점들이 많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성경을 근거로 행해지는 폭력들도 있다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의 이름을 걸고 폭력을 정당화했던 십자군 전쟁과 성경 구절의 예언서를 기준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죄 없는 여성들을 화형 시켰던 마녀사냥. 그리고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여성 억압과 동성애 혐오 등.. 예수에 대한 그릇되고 광적인 믿음으로부터 발생한 폭력들을 언제까지나 부정할 수만은 없다.
<안티 크라이스트>는 에덴동산에 떨어진 그와 그녀를 통해 이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마녀사냥이라는 여성 폭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악한 감정을 품은 그녀를 마녀처럼 화형 한 그와 에덴동산으로 모여드는 수많은 얼굴 없는 여성들, 나무뿌리 밑에 깔려있는 수많은 손들을 보며 완벽할 것만 같았던 성경의 오류를, 그로 인한 죽음을 한 번 더 되짚어본다.
우울하고 기운 빠지는 색채와 그녀의 광기에 휩쓸려 무릎을 꿇고 있다가 마지막 불꽃이 타오를 때가 돼서야 희미하게 정신이 들었다. 찾아보니 <안티크라이스트>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작품 중 그나마 약한 축(?)에 속한다는데.. 대체 약하지 않은 작품은 어느 정도일지 기대되고 두렵다. 솔직히 연달아 볼 만한 작품들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충격이라..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멘탈이 짱짱하게 회복되었을 때 그의 다른 작품에 슬쩍 발을 담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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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마지막 주 차, 위클리 씨네 뉴스
- 안녕하세요.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지난 한 주, 국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 차례가 왔습니다!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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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브로커>, 6월 8일 개봉 확정
ⓒ 네이버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이자,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배우 등 화려한 출연진에 화제를 모은 영화 <브로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넷플릭스 한국판 <종이의 집>, 6월 24일 공개
ⓒ 넷플릭스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인질 강도극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6월 24일, 총 6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된다고 발표했습니다.
<파친코>, 시즌 2 제작 확정
ⓒ IMDB
4월 29일 시즌 1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 <파친코>.
Apple Tv+는 마지막 에피소드 공개 후 <파친코> 시즌 2 제작을 확정했습니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100만 명 돌파
ⓒ 네이버 영화
신비한 동물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
올해 개봉한 영화 중 <해적: 도깨비 깃발>에 이어 두 번째로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해외
<아바타: 물의 길>, 12월 16일 개봉 확정
ⓒ IMDB
시네마콘 행사에서 디즈니는 <아바타> 속편의 제목과 함께 개봉일을 공개했습니다.
영화 제목은 <Avatar: The Way of Water>이고, 북미에서 12월 16일에 개봉한다고 밝혔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7>, 공식 제목 공개
ⓒ IMDB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7번째 이야기의 공식 제목이 시네마콘에서 공개됐습니다.
제목은 <Mission: Impossible - Dead Reckoning - Part One>이며,
2023년 7월 14일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블레이크 라이블리, 영화감독으로 데뷔
ⓒ IMDB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소설 '세컨즈'를 각색한 영화를 제작하며, 장편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습니다.
작년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데뷔했던 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영화감독으로는 또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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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심과 관음의 경계에서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무척 좋아하는 저는 실제로 벌어진 사건·사고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사건의 개요, 증거, 검거 과정 등 공개된 자료를 샅샅이 읽어보기를 즐겨 하지요. 그런데 가끔 그런 제 모습이 섬찟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려고 인터넷 세상을 뒤지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실제 사건들을 단순한 재미와 흥미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가 그렇습니다. 그럴 때면 정보가 넘쳐나는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관심도 한순간에 관음으로 변할 수 있음에 몸서리치며, 서둘러 인터넷 창을 닫곤 합니다.
<레드 룸스>는 누구든 관심과 관음의 경계에 설 수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둘 사이를 넘나들며 극악무도한 살인 용의자를 주시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살인, 납치, 스너프 필름처럼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자극을 최대한 줄이는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죠.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레드 룸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레드 룸스>는 2024년 10월 9일 국내 개봉작입니다.
레드 룸스
Red Rooms
Summary
10대 소녀 3명을 끔찍하게 살해하고 생중계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슈발리에’ 그리고 슈발리에의 재판을 매회 방청하는 모델 겸 해커 ‘켈리앤’. 심증만 있을 뿐, 물증 없는 재판이 길어지는 가운데 슈발리에를 추종하는 팬들과 희생자 가족이 대립한다. 한편, 존재하지 않는 줄로만 알았던 마지막 희생자 영상이 다크 웹에 등장한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파스칼 플란테
출연: 줄리엣 가리에피, 로리 바빈, 맥스웰 맥카비-로코스
무언의 방식으로 경계를 흔들다
영화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서스펜스를 만듭니다. 스릴러 영화에서는 일반적으로 관객이 아는 사실을 주인공만 모르게 하거나, 여러 시점을 교차하며 조금씩 사실을 드러내는 등의 방식으로 긴장감을 조성하죠.
<레드 룸스>는 관객에게 정보를 전달하지 않는 방식으로 서스펜스를 만듭니다. 관객이 주인공 '켈리앤'에 관해 아는 내용은 극히 적습니다. 그가 컴퓨터에 꽤 해박한 것으로 보이며, 모델 일을 겸하고 있다는 정도지요. '켈리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목적이 있는지 관객은 알 길이 없습니다. 이러한 정보의 여백은 살인 용의자의 재판에 참석하고자 밤을 새우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그의 행동을 수상쩍게 만듭니다. 더불어 '켈리앤'이 선인인가, 악인인가에 관한 의문도 유발하죠. 이 사람의 행동을 관심으로 볼 것인가, 관음으로 볼 것인가? 그가 추구하는 것은 정의인가, 흥미인가? 의구심은 계속해서 커져만 갑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소리를 긴박하거나 과격하게 사용하지 않습니다. 느리고 묵직한 움직임, 적시에 최소한으로 사용된 음악과 효과음으로 한없이 강렬한 장면들을 만들어내죠. 그 무엇도 명료하게 설명하지 않지만, 관객은 저도 모르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듭니다. 이러한 연출력은 영화 초반부의 법정 신에서 빛을 발합니다. 초점을 두는 대상을 바꾸어 가며 촬영한 롱테이크로 지루함 없이 사건의 개요를 전달하고, 프레임 안에서 서로 어긋나는 시선을 클로즈업으로 담아내며 관객의 주목도를 높이죠. 이러한 시선의 교차는 이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몇 차례 더 등장하는데요. 발화하지 않고 오직 영화적 기술만으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레드 룸스>의 특별한 매력 중 하나입니다.
'클레멘타인'이라는 인물을 영리하게 사용해 '켈리앤'의 모호함을 강화하기도 합니다. '켈리앤'과 '클레멘타인'은 모두 노숙해서라도 살인 용의자 '슈발리에' 재판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입니다. 언론 매체는 그들을 모두 광팬으로 명명하죠. '클레멘타인'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켈리앤'과 달리 열정적으로 '슈발리에'를 옹호하는 전형적인 하이브리스토필리아(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끌림을 느낌) 성향의 광팬입니다. 그렇다면 '클레멘타인'과 같은 행동(재판에 참여하기 위해 노숙하기)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켈리앤'도 같은 성향이 있는 사람일까요? 대중이 미치광이라 부르는 '클레멘타인'마저도 진실을 목도하고 재판장을 떠나갔는데, 그 이후에도 노숙을 이어가는 '켈리앤'은 그보다 더 미치광이인 걸까요? 이렇듯 인물을 사용한 교묘한 연출은 관객의 생각을 쥐고 흔들며, 중후반부의 긴장감을 계속해서 고도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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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세계 속 산재한 공포
'켈리앤'이 인터넷 세상에서 사용하는 아이디 '샬롯의 여인'도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샬럿의 여인은 성안에서 오직 거울로만 세상을 바라보다가,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성밖으로 나가는 아서왕 이야기 속 인물입니다. 이때, 샬럿의 여인이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남성의 연인이 바로 극 중 '켈리앤'이 사용하는 인공지능 비서의 이름인 '기네비어'이기도 하죠.
현실에서는 언제나 무표정으로 일관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세상의 면면을 속속들이 바라보는 '켈리앤'은마치 샬럿의 여인과도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가 아카이빙되어 있는 그의 메모장을 보면, '켈리앤'이 방 안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관음해 왔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켈리앤'과 샬럿의 여인을 동일시하여 바라본다면, 과감한 종국의 선택이 성 밖으로 나선 샬럿의 여인의 결단과 다를 바 없이 보입니다. 재판을 통해 디지털 세상 밖에서 처음으로 진짜('슈발리에')를 목격하고, 운명에 해가 되더라도 용감한 선택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결말에 당도해 '켈리앤'이 저지르는 행동은 정의롭지만, 사실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공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타자 몇 번, 클릭 몇 번에 손쉽게 각종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파악해 버리고,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지는 다크웹 '레드 룸스'에서 가상화폐로 스너프 필름을 구매하는 과정이 말입니다. 우리의 디지털 일상이 얼마나 두려운 연결과 공유로 가득한지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공포 영화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이 세상은 달리 말하면 스마트폰에만 침투하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세상입니다. 모든 것을 알 수 있음은 강력한 권능입니다. 어쩌면 정보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신이라고 착각할지도 모르지요. 앞으로 우리가 필히 마주하게 될 범죄, <레드 룸스>의 이야기보다도 더 잔혹하고 낯설 디지털 세상의 개인정보 범죄가 더 두려워집니다.
One-Liner
계산된 여백과 영리한 연출로 만들어낸 강력한 저감도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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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결의 사랑에 기대어
SYNOPSIS.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도그’는 TV를 보다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하고 그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해수욕장에 놀러 간 ‘도그’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려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기다려, 내가 꼭 다시 데리러 올게!”
POINT.
✔️ 대사 없는 애니메이션인데, 대사 공백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촘촘한 연출력!
✔️ 색감도 아름답고 음악도 귀에 딱 붙는 명작
✔️ 도그와 로봇의 관계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몽글몽글... 이건, 사랑입니다
✔️ 스페인 애니 낯설다고? 배경은 뉴욕 맨해튼! 감독 오피셜, 뉴욕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이자 뉴욕 오마주라고 해요. 그리고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정서가 펼쳐져요.
✔️ 칸영화제 특별 상영에서 최초 공개되어, 지금은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로 노미네이트! 쟁쟁한 기술력의 작품들 사이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작품을 만나 보세요
이 영화의 시놉시스를 읽는 순간, 보기도 전에 마음이 퐁당 녹았다. 따뜻한 관계와 갑작스러운 이별... 그 애틋함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 같은 건 모르니까. 뚜껑을 열어 보니, <로봇 드림>은 그런 기대를 기분 좋게 충족시키는 영화인 동시에, 뜻밖의 면면으로 기대를 기분 좋게 배반하는 영화이기도 했다.
어떤 사랑은 눈 마주치는 순간 시작된다
도그를 비롯해 이 영화의 등장인물은 모두 동물로 표현되고 있지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어렵지 않게 도그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 차갑고 어두운 도시의 밤, 2인용 게임도 혼자 해야 하는 도그는 외로움을 감출 수 없는 캐릭터다. 창문으로 보이는 이웃집 가족의 단란한 시간을 부러워 하기도 하고, 레토르트 식품을 혼자 데워 먹기도 하면서, 그는 외로운 생활을 채워 가고 있다.
그러다 문득 텔레비전 광고 속에서 보게 된 한 마디. "외로우십니까?" 그리고 마치 홀린 듯이 '반려 로봇'을 주문한다. 그냥 지나치려면 지나칠 수도 있었을 광고를 보게 된 것, 그런 순간도 어쩌면 운명적 순간이라 할 수 있을까? 답은 광고 이후의 관계에 달렸을 것이다. 두 존재가 특별하게 맞닿는다면, 그 시작점이 어떻게 운명이 아닐 수 있겠어.
'친구'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Amigo/Amiga를 연상케 하는 (이탈리아어로 친구가 Amico/Amica이기도 하다) 로봇이 배달되고, 도그는 조립을 시작한다. 마침내 두 존재가 서로 눈을 마주쳤을 때, 둘에게는 편안한 미소가 떠오른다. 어떤 사랑은 그렇게 눈 마주치는 순간 시작된다. 당연한 것처럼, 더없이 자연스럽게.
둘은 더없이 행복하다. Earth, Wind & Fire의 명곡 <September>는 곧 둘의 주제가가 된다. 서로 사랑하는 이들은 도시의 주인공이다. 더이상 도그에게 어둡고 차가운 밤은 없다. "우리가 밤에 춤을 출 때 별들이 어두운 밤을 걷어가던 걸 기억하나요?" 노래 가사처럼 이제 그의 일상은 반짝거리고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리움은 사랑의 그림자
그러나 둘의 관계는 신나게 해변을 찾았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이별로 귀결된다. 이후 둘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시작된다. 장면 하나하나가 정서를 어찌나 고스란히 담아내는지, 내가 연애하다가 헤어진 기분이 들 정도로 도그와 로봇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꿈결에도 서로를 그리워하는 시간. 어쩌면 꿈처럼 기묘하게 정직한 것이 또 있을까? 트라우마처럼 남은 꿈에도, 무지개와 꽃으로 아름다운 꿈에도, 서로가 어른거린다. 그리움은 사랑의 해질녘 그림자가 아닐까. 사랑이 긴 만큼 더 길고 검게 늘어져, 둘을 놓아주지 않는다.
어쩌면 사랑은 돌봄의 방법을 아는 것
로봇과 도그는 서로의 유일무이한 친구로서 우정을 주고 받았을 수도, 아니면 독점적인 사랑을 주고 받는 연인 같은 관계였을 수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으로 받아들여도 이상하지 않거니와, 관계를 무엇이라고 명명하는지가 중요하지도 않다. 중요한 건 둘이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을 온전히 기쁘게 즐겼고, 헤어지고서는 깊이 그리워했다는 것. 웬만한 로맨스 영화보다 깊게 그 기쁨과 슬픔을 전달한 영화는 이내 결말로 우리를 데려간다.
우리는 관계에서 배운다. 처음 로봇이 도그의 손을 너무 꽉 잡아 아팠지만, 이내 적절한 세기로 손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처럼. 만남을 통해서도, 만남이 지속되는 시간을 통해서도, 헤어짐을 통해서도, 헤어짐 이후의 시간을 통해서도 우리는 배운다. 도그와 로봇이 주고받는 마음과 달라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내 사랑의 기쁨과 슬픔 사이에 하나를 슬며시 추가하고 싶어진다. 그건 돌봄이다. 서로를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지 아는 것. 돌봄 없는 사랑은 모래 위에 지은 성 같다.
2시간 넘는 영화가 남발하는 세상에, 100여분의 산뜻한 러닝타임 안에서 영화는 그 모든 감정들을 고스란히 쏟아내고, 별사탕을 가득 받은 사람 같은 기분이 되어 기분좋게 영화관을 떠나게 만든다.
그런데 모두가 별사탕처럼 사랑스러운 것들만 끌어안고 있는 가운데, 나는 어쩐지 도그와 로봇에게서 자꾸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읽어내게 된다. 동물이 숱하게 유기되고 학대 당하는 사회에 살기 때문이겠지만, 서로를 기억하고 주고받는 감정은 분명 대등함에도 불구하고 한쪽이 한쪽을 구매하는 형태로 이 관계가 시작되었다는 점이 어쩐지 마음에 자꾸 남는다.
하긴, 반려동물과 주고받는 감정은 우정과 사랑 모두를 아우르는 커다란 마음이니, 그렇다고 해도 꼭 이상하지는 않겠다. 내게도 몇 년째 꿈결에 그리워하는 동물 얼굴들이 있으니까.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얼굴들을 생각하면, 로봇과 도그의 마음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헤어지지 말자. 이 위험한 도시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일상의 낭만과 행복을 들이마시자. 우리만의 노래를 틀자. 그리고 혹시 헤어진다면, 꼭 다시 행복해지자.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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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 - 다시 돌아온 분질 패밀리! 자동차 액션의 끝까지 간다
분노의 질주 9편이 새로 개봉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제대로 된 블럭버스터 영화가 개봉한지 오래되었는데요.
오랜만에 머리를 비우고 볼 수 있는 자동차 액션이 개봉을 합니다.
도미닉이 그대로 돌아오고 주요 등장인물도 돌아옵니다.
여기에 한도 살아서 다시 등장하는데 팬들이라면 좋아하실 것 같고요.
도미닉과 친동생의 이야기가 주요 서사의 축이지만 이 시리즈는 서사 보다는 액션에 방점이 찍어져 있죠.
액션은 우주까지 날아갑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리즈여서 1편~6편의 DVD도 소장하고 있어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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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래곤 솔져> 예고편
깨어난 전설의 드래곤 vs 최정예 특수대원
마을 사람들이 정체불명의 괴수에게 습격당한다.
특수부대 용병들이 투입되고 산을 수색하는데
그들이 마주한 것은 전설의 거대한 드래곤이다.
영리한 드래곤에게 용병조차 하나 둘씩 당하고
드래곤과의 정면 대결을 위해 최후의 작전에 돌입하는데…
상상초월의 대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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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사운드트랙#1> 티저 예고편
강아지상 대표주자 박형식? 고양이상 대표주자 한소희? 이들의 멍냥꽁냥한 캐미가 궁금하다면? 로맨스 뮤직? 드라마 [사운드트랙 #1] 3월, 디즈니+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