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5-01-12 18:40:57
다음에 또 구하러 와줘
영화 <더 폴: 디렉터스 컷> 리뷰
SYNOPSIS.
무성영화 시대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스턴트맨 ‘로이’는 같은 병원에 입원한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와 친구가 되고, 매일 다섯 무법자의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를 해준다. 이야기는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면서 ‘알렉산드리아’를 신비의 세계로 데려간다.
POINT.
✔️ '우리는 모두 펩시를 마시죠' 하면서 전세계를 오가는 축구공을 담았던 옛날 광고를 아시나요? 그 광고의 감독이 전세계를 오가는 이야기를 담아온 영화를 기대하시면 됩니다. 전세계 18개국에서 촬영했다네요.
✔️ CG를 쓰지 않고 촬영한 전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모습은 딱 지금 극장에서 보아야 합니다. "압도적인 영상미"라는 진부한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는 경험.
✔️ 두 주연 배우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리 페이스의 목소리와 표정, 그리고 실제로 대본 속 상황이 사실인 줄 알고 연기했다던 카틴카 언타루의 모습.
✔️ 이야기와 영화에 바치는 헌사. 이야기 혹은 영화가 나를 "구했다"고 느낀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사랑하실 수밖에 없을 것.

끝나는 순간 시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지는 영화가 있다. 여러 의미에서 이 영화도 그러하다. 장엄한 세계 곳곳의 풍광을 배경으로 풍성한 이야기가 겹겹이 펼쳐진다는 점에서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 하며 처음 볼 때와, 영화를 이미 보고 내용을 알고 볼 때 다른 감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흑백 "영화" 같은 장면들. 멈춘 듯한 풍경 속에서 슬로우가 걸린 역동적 몸짓들. 이는 타이틀 이후 병원의 장면들로 이어진다. 병원의 아이들 또한 멈춘 듯한 풍경 속에 있다. 어떤 아이는 고요하게 눈망울에 슬픔을 올리고, 어떤 아이는 악 쓰듯 우는 곳에서, 알렉산드리아만이 아이들이 고유하게 갖는 감각을 유지한 채 병원을 두루 탐험하고 있다.

그곳에서 로이와 알렉산드리아는 서로를 발견한다. 그림자가 거꾸로 맺히는 것을 보며 (언젠가 영화가 될 이야기를 찾듯) 헤매고 있던 알렉산드리아와, 그의 이름에서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로이는, 어떻게 보면 영혼이 닮아 있는 사람들이다. 어디서든 이야기를 찾아내고야 마는 사람들. 언제든 앉은 자리에서 곧바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 애쓰지 않아도 이야기를 캐낼 수 있고, 상상 속에서 장엄한 풍경까지 그려낼 수 있는 사람들.

그러한 존재들이라고 해서 세상살이가 녹록하다는 보장은 없다. 로이는 이야기에 기꺼이 뛰어들었다가 상처 입고 절망한 존재다. 두 사람 모두 추락(the fall)을 경험하면서 이 병원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들의 추락은 단순히 신체의 추락과 부상만이 아닌, 이야기의 실패와 거기서 기인하는 영혼의 절망과도 연결되어 있다. 로이는 영화 판에서 더이상 스턴트를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사랑의 서사도 실패했다. 알렉산드리아는 아직 너무 어린 탓에 아버지와 집을 잃은 모종의 사건을 온전한 서사로 정리하지 못한 채, 조각난 상처를 어딘가에 안고 있다. 서로를 발견한 것은 어쩌면 이들 안의 추락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의기투합한다. 로이는 절망으로 가는 길에 도움을 받고자, 알렉산드리아에게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준다. 이야기 속 악당, 이름부터 끔찍하다는 뜻인 오디어스(odious)는 이야기 초입에서 마치 신과 같은 속성을 갖는다. 무소부재(omni-present)하고 전지전능하다. 전심으로 가리고 막아도 뚫고 들어오며(인도인), 사람을 지배하고(오타 벵가), 법과 제도 위에 군림하며(루이지), 내밀한 소망까지도 모두 알고 있다(찰스 다윈). 더 끔찍한 것은 오디어스 본인에게 아무 유익이 없는, 나비 날개 같은 소망을 부수는 행위를 굳이 하는 자라는 점이다. 오디어스는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오는 불행, 추락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오디어스의 뜻대로 서로를 죽고 죽이는 대신 각자의 특기를 살려 오디어스에 저항한다. 그러나 온전한 절망, 온전한 추락으로 향하겠다는 마지막 '소망'마저 좌절되면서, 로이는 자신의 절망을 이야기에 투영하고 오디어스를 향한 저항은 허무하리만큼 쉽게 끊어져 간다. 잔인한 죽음을 차례차례 목도하며, 로이는 그 죽음이 자기 차례까지 오기를 기다려 이야기를 끝내려 한다.

그때 알렉산드리아가 이야기에 뛰어든다. 로이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을 즐겁게 듣고 있었지만, 알렉산드리아도 그림자로 장난을 치고 눈을 한쪽씩 깜빡거리며 언젠가 영화가 될 것들을 일상에서 보는 존재였다. 더 이상 구하러 올 사람이 없는 이야기에 씩씩하게 뛰어든 알렉산드리아는 로이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반복해서 사랑을 말함으로써, 그리고 이야기 속 투영된 로이의 존재(She loves "you")를 명명함으로써 이야기를 구원한다.

이야기 속에서 짐승 소리를 내며 무수하게 몰려들었던 오디어스의 부하들은 물론, 신의 속성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던 오디어스 본인조차 결국 한 작은 사내가 된다. 절망은 결국 걷어낼수록 작아져 마침내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크기가 된다.
그렇다면 절망을 걷어내고 우리를 구하는 것은 누구인가. 해피엔딩이 없는 이야기라면 기꺼이 그 안에 뛰어들어 스스로 해피엔딩을 만들어내는 존재. 서사를 사랑해서 세상을 구하는 존재. 이야기 안에 자기를 다 던지는 존재. 설령 실패하더라도 다시 서로를 명명하여 끝내 다시 살아가게 하는 존재.
누군가에게는 영화로, 누군가에게는 영화에 전심을 다한 (스턴트 배우를 비롯한) 영화인으로, 누군가에게는 이야기로, 또 누군가에게는 사랑으로... 읽힐 그 존재. 영화 <더 폴>은 우리에게 그 존재를 데려온다. 때로는 패기 있고 멋지지만 때로는 좌절하며 쓰러져도... 괜찮다. 우리 안의 짐승 같은 절망이 나를 어둡게 덮칠 때, 기꺼이 나의 이야기에 뛰어들어 나를 구해줄 무언가(혹은 누군가)가, 우리에게 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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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대한 믿음 - 영화 <더 웨일>
이 영화는 사랑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브렌든 프레이저
희망 혹은 사랑의 밝은 느낌은 결코 찾기 어려운 포스터와 트레일러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다면, 우리는 분명
주인공 찰리 역을 연기한 브랜든 프레이저의 말처럼
이 영화가 사랑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포주의
※ 해당 시사회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주인공 찰리는 살아있지만, 사실은 죽어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보조기 없이는 쉽게 일어날 수 없고, 혼자 힘으로는 떨어트린 핸드폰과 열쇠도 줍지 못하며 천장에 달린 손잡이 없이는 침대에 눕기조차 쉽지 않다. 과거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망가져 버린 몸과 마음은, 그를 세상과 단절시킨 채 작은 아파트먼트의 소파 위에 가두어버렸다.
마치 망망대해처럼 깊고 어두운 그 속에 말이다.
영화 속 찰리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진짜 사람답게 '사는' 것과 겨우 '살아가지는' 것의 차이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마음 속 내적인 고통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또한 말이다. 찰리는 자신의 집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역겹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는데, 사실상 이는 스스로에 대한 짙은 자기 혐오가 깔려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삶이 전부 타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그 속에는 수많은 찰리 본인의 선택이 있었고, 그 속에서 느끼는 죄책감과 혼란, 갈등은 그를 더욱 괴롭게 하는 부분이다. 사랑을 찾아 가족을 두고 떠났던 본인의 이기적인 선택에 대한 죄책감과 결국 자기 삶의 전부였던 파트너를 잃은 고통 속에서 그는 오랜 시간 헤엄치게 되었다.
온라인 강의를 업으로 삼는 찰리는, 학생들에게 작문에 대한 강의를 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에세이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성' 이라며 끊임없이 이를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카메라가 망가졌다는 거짓말과 꺼진 검은 화면 아래 본인의 모습을 숨길 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의 마음 속에는 본인이 강조하는 진실성과 정직함으로부터 비롯된 당당함이 아닌 세상과 스스로의 삶에 대한 분노와 슬픔만이 가득찼을 뿐이다. 그렇게 분노에 찬 마음으로 노트북을 내던지는 순간, 그는 바깥 세상과 자신을 잇던 유일한 끈을 잘라 버린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분노에는 마치 친구가 될 수 있을 것만도 같았던 피자 배달부의 존재가 큰 트리거가 되었다. 배달부는 매일 비슷한 시각, 같은 피자를 시키지만 모습은 드러내지 않는 찰리에 대해 은근한 걱정과 관심을 주었다. 문 앞에 피자를 놓으며 찰리의 안부를 묻고, 짧은 대화와 더불어 심지어는 통성명까지 한다. 하지만 찰리의 모습을 마주한 그가 내뱉은 탄식 한 마디는 벼랑 끝에 있던 찰리를 마침내 무너뜨린 순간이 되버린다. 결국 자신의 모습을 거부하는 세상의 모습을, 찰리는 그 배달부를 통해 확신한 것이다.
영화는 찰리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그들 간의 관계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속에는 서로 간의 구원과 사랑,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있다.
찰리는 발작으로 인해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죽음의 문턱에 닿을 때마다 소설 <모비딕>을 주제로 삼은 한 에세이를 읊고, 또 듣기를 원한다. 소설 속 주인공이 그 거대한 고래를 잡기 위해 삶을 다하는 것처럼, 어쩌면 찰리는 자기 삶의 고래를 찾고자 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잘 한 일이 단 하나라도 있음을 확인해야겠다고 절규하는 그의 대사는, 공허한 삶속에서 단 하나의 희망으로 삼아왔던 딸 엘리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을 보면, 찰리가 정말 자기 삶의 고래를 찾았는지, 마침내 구원을 얻게 되었는지는 어쩌면 확실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허나 확실한 건, 결국 삶에 대한 의지와 사랑에 대한 그의 믿음이 그를 다시 두 발로 일어서게 했다는 것이다. 온전히 그의 힘으로.
그의 재기를 알리는 작품이 등장했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배우로서 암흑기를 겪던 브렌던 프레이저가
이제는, 다시 두 발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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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본] 마지막에서야 빛을 봤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어벤져스, 2012>의 등장은 "슈퍼 히어로"장르를 대세로 올리기도 했지만, "협업" 일명 "크로스오버"를 통한 세계관의 설정은 업계 관계자를 떠나 해당 작품을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기획의 중요성을 와닿게 만들었다.
그렇게, "디즈니"와 "마블"의 성공에 "워너"가 "DC"를 인수하며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결과는 아시다시피 좋지 않았다.
이번 <플래시>를 마지막으로 10년간의 작업은 막을 내렸다. - 아니, 내리지도 못할뻔했지만...영화는 온갖 일을 도맡는 "베리, "플래시"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사람들을 구하던 와중에 "베리"는 뜻하지 않게 빛보다 빠르게 달리면, 과거로 갈 수 있다는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에 과거로 날아가 살해당한 어머니를 구하는 데에 성공하나 그 일로 과거와 미래가 바뀌게 되고 마는데...1. 멀티버스마저 늦다니!
앞서 줄거리에서 소개한 "시간 여행".
이는 해당 영화에서 "멀티버스"로 소개되는 소재이나 이 자체만으로도 벌써부터 피로감이 몰려든다.
이런 이유에는 경쟁사 "마블"에서는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라는 부제로 쓰여있듯이 '먼저'를 빼앗긴 점도 있겠지만, 질리도록 쓰고 있기 때문이다. - 물론, "DCEU"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개념이지만...
무엇보다 "멀티버스"를 차용한 작품을 보기 위해선 해당 작품뿐만 아니라 별개의 작품들까지 선행해야 하는 수고로움까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장르이다.그러나, 이런 걱정과 다르게 영화 <플래시>의 진입 장벽은 높지 않다.
이번 <플래시>에서 언급되는 영화들로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 1989>, <맨 오브 스틸, 2013>,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 2017>가 있지만 해당 캐릭터들의 관계만이 인용된다.
그런 점에서 이야기 자체의 허들이 높지 않아 여느 슈퍼 히어로 영화처럼 즐기는 데에 무리는 없지만, 이런 부분이 "클리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결국, 영화 <플래시>도 영웅의 탄생 이야기로 우연한 사고와 실수를 덮기 위한 고군분투를 담아냈다.그럼에도, 해당 작품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에는 "멀티버스"라는 소재에 있다.
해당 소재부터 "정사(正史)"에서 "만약"이라는 가능성을 부여해 약간의 변화를 주는 데에 있다.
밝힐 수 있는 부분만 말해보면, 극 중. "벤 에플렉"이 아닌 "마이클 키튼"이 "브루스 웨인"이 되었으며 "슈퍼맨"이 아닌 "슈퍼걸"이 등장하는 차이는 똑같은 장면임에도 다른 느낌을 부여한다.
이외에도 영화에서 말하는 <백 투 더 퓨처>와 <풋루스>의 주인공이 다르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모든 게 흥미롭다.2. 그래서, 진짜로?
결론을 짓는다면, 영화 <플래시>는 "멀티버스"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슈퍼 히어로의 탄생담을 가장 "DC"스럽게 끝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 건 "멀티버스"라는 소재에 있다.
앞서 말했듯이 "멀티버스"는 "정사(正史)"에서 "만약"이라는 가능성을 부여한 상상에 불가하다.
실체하지 않는 역사를 실제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패러독스"가 관객들에게 남는 것인데,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배트맨과 슈퍼맨을 맡은 배우들의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혼란스러운 점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tmi. 1 - 쿠키 영상은 1개로 마지막에 나온다.
· tmi. 2 - 2022년 10월. <플래시 2>의 각본이 완성되었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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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뇌와 번민, 요괴로 재탄생하다
삶에서 고민이나 걱정거리는 항상 찾아온다. 평생을 살면서 이런 고민들이 없이 살아가는 시간은 많지 않다. 어떤 사람은 그 무수한 고민들의 해답을 찾지 못해 우울하거나 절망하고 또 다른 사람은 그 고민을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삶의 방향성을 찾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쉽지 않다. 불교에는 번뇌(煩惱)라는 말이 있다. 근본적으로 자신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일어나는 마음의 갈등을 뜻한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의식주를 비롯해 발생하는 자신의 마음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이 번뇌들을 극복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은 상태가 곧 열반의 경지라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모든 인간은 마음속에 찾아오는 다양한 번뇌를 각자의 방법으로 억누르거나 조절해가며 살아간다. 이것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억눌러지지 않으면 그것은 번민(煩悶)이 된다. 마음이 답답해진다는 의미의 번민은 열반으로 가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속을 가득 채워 괴로움을 만든다. 어쩌면 과거의 사람들도 그랬겠지만 현대의 사람들은 번뇌를 해결하지 못해 번민이 가득해 더욱 우울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엄청난 발전을 이룬 지금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마음의 갈등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번뇌와 번민에 대한 영화 <제8일의 밤>
영화 <제8일의 밤>은 번뇌와 번민에 대한 영화다. 불교의 개념을 가지고 와서 두 단어를 어떤 기이한 존재로 형상화했다. 붉은 눈과 검은 눈을 일종의 요괴의 눈으로 설정하고 과거 부처가 별도의 장소에 각각을 봉인하여 묻어버렸는데 현재에 그것의 봉인이 풀려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누군가에 의해 봉인이 풀린 붉은 눈은 검은 눈을 찾기 위해 사람을 징검다리 삼아 조금씩 검은 눈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면서 그것을 막으려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의 맨 첫 장면부터 산스크리트어로 설명되는 요괴의 봉인 과정은 꽤 흥미롭다. 마치 불교 삽화처럼 구성된 애니메이션이 현지어와 함께 설명되며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분위기를 만든다.
영화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은 묵언 수행 중인 스님으로 등장하는 청석(남다름)이다. 등장인물 중 가장 마음의 짐이 없어 보이는 인물이며 순수해 보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큰 틀에서 보면 그가 요괴의 두 눈이 다시 만나는 것을 돕기도 하고 또 그 반대로 막기도 하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꽤 중요한 인물이다. 그리고 과거 스님이었으나 지금은 평범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인 진수(이성민)는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다. 과거의 어떤 사건 때문에 번민하는 인물인데 그 과거는 청석과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영화의 후반부에서 진수가 가진 번민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지는 요괴와의 싸움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그 외에도 형사 호태(박해준)와 후배 형사 동진(김동영) 그리고 신비한 인물 애란(김유정)이 등장해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려 애쓴다. 주요 등장인물 중 진수와 호태는 과거의 어떤 사건 때문에 마음 한구 석에 큰 번민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들의 표정은 시종일관 어둡고 심각하다. 요괴에게 희생당한 인물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쫓아가게 되는데, 진수는 그 이유와 막는 방법을 알고 요괴의 흔적을 따라가는 반면 호태는 이면에 어떤 일이 진행되는지 모른 채 그 길을 따라가게 된다. 동진과 애란의 경우, 요괴와 연관성 있는 인물로 그들이 요괴가 지나가는 징검다리가 되는지 여부가 영화의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번민으로 가득 차 있는 인물 진수
관객의 입장에서는 사실 진수의 시선과 입장을 주로 따라가게 되기 때문에 그가 가지고 있는 태도나 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영화 초반 진수와 청석이 만났을 때는 거의 대화가 없다. 청석은 묵언 수행 중이며, 진수는 상대방과 별로 대화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석이 자신이 생활하던 절에서 봉인된 검은 눈을 들고 내려온 후, 자신의 스승과 함께 생활했던 진수를 만나게 되는데 그 어느 순간에 청석은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가 2년 넘게 하고 있던 묵언 수행이 중단된 이후 두 인물의 대화가 많아지고 교류가 시작된다. 그런 게 이렇게 대화가 많아진 이후 청석을 바라보는 진수의 눈빛은 더 큰 번민에 휩싸이는 듯 보인다.
결국 영화가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진수와 청석의 관계는 복잡해진다.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인물은 진수는 자신과 연관된 청석을 지켜야 하지만 그에 대한 분노가 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두 마음이 그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싸우는 것을 영화는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이 영화에서는 어떤 영적인 속삭임을 통해서 전달되거나, 진수의 망설임과 표정으로 드러난다. 아마도 영화에서 가장 좋은 지점을 뽑으라면 진수와 청석의 애매한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들일 것이다.
영화가 가진 번뇌와 번민의 형상화는 꽤 독특하고 괜찮은 아이디어다. 그것을 실체화하고 살아 움직이게 하면서 불교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퇴마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영화 안에 퇴마사라고 불만한 인물은 없다. 진수가 그에 가장 가깝지만 완성된 요괴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요괴의 약점이 전혀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가 중간에 그에 대항하거나 싸우는 장면은 너무 일방적이어서 오히려 맥이 빠진다. 중간중간 요괴가 사람들을 옮겨 다니면서 요괴가 조종하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기괴한 모습은 공포스럽지만 그 이외의 장면에서는 그런 긴장감이 연결되지 않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호태와 애란의 경우, 영화가 꽤 공들여 이야기 속에 등장시키긴 하지만 결국 그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영화는 제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이 등장할 때마다 영화는 추진력을 잃고 자꾸 뒷걸음친다. 이 두 인물은 아마도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반전을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고, 또 근본적으로 번뇌와 번민의 부득이한 희생자일 텐데 그들이 영화 말미에 하는 역할은 미미할 뿐이다. 결국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진수와 청석이며, 특히 진수가 가진 번뇌와 번민을 그가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느냐가 영화의 결말과 연결된다. 영화는 번뇌와 번민을 요괴로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 그 요괴는 진수의 마음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밀어붙이지만 아쉬움이 많은 영화
영화 <제8일의 밤>은 사실 1일부터 8일까지의 각 날짜가 중요하지는 않다. 대부분은 8일 밤에 벌어지기 때문에 그 전의 날들은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요괴가 이동하는 단계가 있지만 그것이 마지막 날짜를 제외하고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1일에서 7일까지 벌어지는 일들을 볼 때 이야기가 많이 늘어진다. 그래서 8일에 벌어지는 일을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 쉽지 않다. 8일 밤에 벌어지는 마지막 장면들에서는 꽤 긴장감 있는 상황들이 이어지지만 요괴들을 상징하는 검은 연기나 그래픽들이 다소 어색해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이 영화의 감독인 김태형 감독은 <제8일의 밤>으로 각본과 연출 데뷔를 했다. 첫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주연 배우 이성민은 그가 가진 특유의 어두움과 과묵함으로 진수 역을 잘 소화하고 있다. 또한 창석 역을 맡은 매부 남다름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순수하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어른 스님의 연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여러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에서 단독으로 공개된 <제8일의 밤>은 극장보다는 집에서 불을 끄고 관람할 때 더욱 괴기스러움이 전달될 작은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제8일의 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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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트하우스 / The Lighthouse, 2019
지난여름에 개봉한 <테넷>은 관객들에게 복잡한 이해를 요구해 좋고 싫음을 갈랐지만, "로버트 패틴슨"에게는 호불호가 없었습니다.
<트와일라잇>의 ‘그 녀석이 맞나?’싶을 정도로 괄목한 연기를 보여주어 오히려, 입덕하게 만들었는데요.
그렇기에 그의 성장에 ‘어떤 비결이 있었는지?’에 관객들은 궁금하실 텐데요.
근데, 이는 국내에 한정된 것이었고 이미, 북미 관객들에게 그의 성장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게, 작년 북미에서 제한 개봉한 이 영화 <라이트하우스>라고 합니다.
제작비 400만 달러에 총 수익 $18,113,964로 4배의 수익을 거두고,
로튼은 90%로 북미 관객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이끈 영화 <라이트 하우스>는 왜, 국내에서 찾기 힘들었을까요?
극장도 아닌 "VOD"로 직행한 이유에는 이 영화가 흑백이라는 것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익숙하지 않는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런던 비평가 협회"로부터 "남우주연상"을 수상에 성공한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를 단순하게 좋다 나쁘다로 표현할 수 없거든요.
'과연, 어떤 영화이었는지?' - 영화 <라이트하우스>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외딴섬에 등대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서로 교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베테랑인 "토마스"와 신참내기 "이프레임"은 그렇게, 4주 동안 같이 지내기로 하며 서로 근무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토마스"는 "이프레임"에게 자신이 "등대"를 관리할 테니 이에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합니다.
이에 "이프레임"은 규정대로 번갈아면서 해야 하는 것을 말하지만, "토마스"는 '이곳에서는 자신이 규정이며, 따르지 않겠다면 해고'라는 말로 그 의견을 묵살시킵니다.
결국, 일을 하지만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에게 이상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1. 안전한 곳에서 위험한 곳으로 바뀌는 공포!
영화 <라이트하우스>는 109분으로 적은 분량을 가진 영화는 아닙니다.
특히, 90분 내외로 끝을 내는 "공포 영화"임을 생각하면 <라이트하우스>의 분량은 오히려 넘치는 쪽에 속합니다.
그러나 영화 <라이트하우스>의 느낌은 난해하다는 범위를 훨씬 웃돌 만큼 복잡한데요.
이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를 영화가 선보이는 공포라는 것도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들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낯선 곳에서 느끼는 공포"이거든요.
학교를 몇 년이나 다녔는데!
대학교를 논외로 치고, 초중고를 가정한다면 12년을 다니면서 그 공간은 익숙함을 넘어서서 편안함을 줄 겁니다.
하지만 이를 들어가는 데 있어 낯선 이가 있다면, 그 공간을 익숙한 곳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 영화 <에이리언>시리즈는 낯선 존재의 침입으로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곳을 한순간에 무서운 곳으로 바뀌는 공포를 활용합니다.
이처럼 <라이트하우스>는 "등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바탕으로 점차 공포로 바뀌어나가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데요.
이 때문에 관객들은 이에 대한 비밀이 명백하게 밝혀져 확실하게 끝내달라는 소망이 있겠지만, 영화는 이를 들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흑백으로 촬영되어 이 공포를 좀 더 보여주는데 목적을 둘뿐입니다.
2. 그래도, 조금은 알려주시지...
영화 <라이트하우스>는 2019년에 나온 영화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흑백으로 촬영된 것도 있지만, 화면비가 상당히 작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 영화에서 흑백은 영화가 내세우는 난해한 설명을 뒷받침하는 방법으로 보입니다.
설명을 가려 극의 신비감을 더하는 것처럼 흑백 처리된 장면들은 보여줄 것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조금씩 밝혀지는 "이프레임"의 과거는 이 영화에서 흑과 백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보여주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결국, 이런 영화였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인남"은 어두운 공간에서 "살인"과 같은 죄를 일으키나 발걸음을 옮기는 방향은 "해"와 같은 빛이 있는 곳입니다.
이처럼 죄를 일으킨 인물이 구원을 향하는 것처럼 영화 <라이트하우스>도 이런 의미를 함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어두운 공간에서 나오는 죄들은 "성경"과 맞물립니다.
극에서 "살인"이 나오며, 종종 나오는 등대의 열쇠를 훔치려 드는 "도둑질", 그리고 "자위" 등이 나오며 죄들이 나오는데요.
그렇기에 추후 등대에서 울부짖는 "이프레임"과 등대를 바라보는 "이프레임"의 얼굴은 점차 극명하게 다르게 보입니다.
이는 그의 죄가 얼마나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자각했는지를 말이죠.
3. 신화와 성경이 오가는 설명들
먼저, 닫힌 등대 아래에 "토마스"를 바라보는 "이프레임"을 보여주는데 빛이 없어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가 힘듭니다.
이는 자신의 죄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인데요.
태양을 맨눈으로 바라볼 수 없듯이 눈부신 등대를 제대로 된 형체로 파악하기는 힘듭니다.
그런 점에서 "이프레임"의 이 모습은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고 못하는 것을 비유하여 보여주는 것이죠.
이외에도 "등대"를 독차지한 "토마스"에 대한 "질투"로 앞에서 열거한 죄들의 계획을 세우니 마지막에 나오는 울부짖는 모습은 이를 직면하게 된 절망은 아니었을까 싶네요.
마지막 장면의 의미는?
근데, 영화는 마지막에 갈매기에 쪼아먹히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에 의하면,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라는데 이를 앞에서 리뷰한 것과 연결하면 그의 절망은 더 확실하게 보입니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인간들에게 전달한 인물인데, 과학에서는 인간의 진화에 큰 변화는 "불"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식사가 생식에서 불로 바뀌며, "조리"라는 개념이 생겼으며 "저장"과 이후 "잉여 생산물"이라는 개념까지 확장되었으니까요.
특히, 익혀진 고기로 뇌의 용량마저 비약적으로 늘어났으니 신화상 내용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입증된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등대 즉, 불을 마주한 "이프레임"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 원치 않았던 것들까지 목격하며 끝내 추락해 이런 결말을 맞이한 것은 아닐까요?
* 본 콘텐츠는 네이버 블로거 파천황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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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에서 보내온 빛으로 쓴 시
빛으로 시를 쓴다면 이런 느낌일까? 어둠의 터널을 지나는 듯이 희망보단 절망에 가까운 대도시 뭄바이의 세 여성. 이들은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아주 작은 빛으로 그들만의 삶을 적어 내려간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지닌 이들을 이해하고 손을 맞잡는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발리우드 영화가 곧 인도 영화라는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뜨리는 작품인 동시에 더 나아가 지금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인도 여성들의 고단함을 영화적으로 수놓는다. 그것도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인구 2,000만명의 대도시 뭄바이의 한 산부인과에서 일하는 세 여성 프라바(카니 쿠스루티), 아누(디브야 프라바), 파르바티(차야 카담)는 저마다 말하지 못할 근심이 가득하다. 프라바는 독일로 일하러 떠난 남편과 1년째 연락이 되지 않고, 아누는 사람들 몰래 무슬림 남자와 연애를 즐긴다. 파르바티는 20년 넘게 살았던 집이 개발되면서 불법 거주가 신세가 되어 살 곳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매일 똑같은 일상은 반복되고,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고향을 떠나 거대한 도시 안에 살고 있는 이들은 서로를 위해 손을 내민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에서 부재한 것은 빛, 시간, 그리고 사랑이다. 밤이 찾아와도 빌딩, 야시장, 거리 등 불이 꺼지지 않는 뭄바이지만, 정작 세 인물에게 드리워진 빛은 찾아보기 힘들다. 낮에는 하루 종일 병원에서 일을 해야 하는 그들의 얼굴을 비추는 빛이라고는 고된 몸을 이끌고 타는 기차 안이나 집 안 조명밖에 없다. 영롱한 빛은 언제나 멀리 떨어져 있다. 이들이 처한 환경은 불도 들어오지 않는 파르바타 집에서 핸드폰 조명에 기대 중요한 서류를 찾는 에피소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에게 빛이 허락되지 않는 것처럼 시간 또한 마찬가지다. 극 중 뭄바이는 시간을 훔치는 대도시로 표현된다. 그만큼 자신의 시간이 아닌 어느 누군가의 시간을 위해 살아가는 환경에서 세 여성은 묵묵히 그 운명을 받아들인다. 이들이 간호사 혹은 병원 식당 주방장으로 나오는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겨야 하는 운명은 정작 자신을 위해 쓸 시간을 갉아먹는다. 더불어 이런 이들을 조금이나마 케어해줘야 하는 남편 혹은 가족은 부재하거나 내몰기에 바쁘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사랑 혹은 사랑의 자유가 없다. 프라바는 결혼은 했지만 남편이 없고, 아누는 사랑하는 이가 있지만 종교가 다르며, 파르바티는 이미 남편과 사별한지 오래다. 사랑할 대상이 없고, 그 대상이 있어도 종교의 벽이 가로막는 등 세 여성에게 사랑은 그저 사치이거나 쉬이 가질 수 없는 존재의 것이다.
서로 어울리지 못할 것 같은 이 세 여성이 가까워지는 건 앞서 소개한 것들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 사회가 이들을 가만놔두지 않고 계속 고난과 역경을 주면 줄수록 이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때도 있지만, 결국 이들은 서로 연대하며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준 작은 빛을 서로에게 비춰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는 마치 시와 같다. 다소 문학적인 표현이지만, 대구를 이루는 장면 안에서 인물들의 모습은 이 작품을 시로 인식하게 만든다. 영화는 전반부인 뭄바이와 후반부인 파르바티의 고향인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 두 공간 속에서 세 여성의 삶은 대구를 이룬다. 뭄바이에서 부재했던 것들은 어촌 마을에서 채워지는데, 특히 현실과 판타지 그 중간 어디쯤을 보여주며 점차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신비롭다다. 그동안 어둠 속에서 꿈틀거렸던 인물들의 내면이 비로소 빛을 받아 드러내는 듯한 느낌이랄까.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유려한 연출과 편집을 통해 묘한 쾌감까지 느껴진다. 여기에 에티오피아 뮤지션인 에마호이 체구에마리암 구에브로우의 음악에 영감을 받은 클래식컬한 음악은 인물들의 감정을 점진적으로 살린다. 참고로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아누와 남자 친구가 숲속 동굴 안에서 나누는 대화, 바닷가에서 의식을 잃은 남성과 프라바의 대화 장면은 주의 깊게 보기 바란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제77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 물론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인도 영화가 칸국제영화제 수상을 한 건 30년 만이다. 그만큼 이 작품이 평단의 지지를 얻은 다수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자면, 결국 사랑을 소재로 인도의 사회적 문제들을 끄집어내고, 이를 타파하는 것은 여성들의 연대라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본다.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감독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인도에서의 사랑은 매우 정치적입니다. 어떤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가는 아주 복잡한 문제이죠. 카스트 문제, 종교 문제… 이것들이 당신의 많은 것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영화 속 주제 중 하나인 ‘불가능한 사랑’은 직접적이진 않지만 매우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영화는 매우 정치적인 작품인 셈이다. 마지막 이들이 엮는 작은 연대의 빛이 초라하게 비칠 수 있겠지만, 어쩌면 그 빛은 시작점에 불과할 수 있을 터. 인도는 인도의 여성들은 그리고 인도 영화는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 그린나래미디어
평점: 4.0 / 5.0
한줄평: 어두운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연대의 빛과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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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여러분들, 주말은 건강히 보내셨나요?
또 다시 시작된 한 주의 월요일!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감기조심하시고, 건강 챙기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씨네픽과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보면서
힘든 월요병을 극복하시길 조심스럽게 바랍니다.
이번 주 월요일 콘텐츠는 지난 12월 10일, 11일, 12일의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콘텐츠'입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시작해볼까요?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연애 빠진 로맨스>(▲2)
▶개봉 3주차에 접어든 <연애 빠진 로맨스>가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주말동안 (12월 10일~12일) 관객 수 7만 563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현재 52만 9469명입니다.
<연애 빠진 로맨스>가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개봉 첫주차 주말과 2주차 주말 모두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었습니다. 신선하고 유쾌한 정가영 감독의 연출과 손석구, 전종서 두 주연배우의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관객들의 입소문이 좋았던만큼 박스오피스 역주행이라는 기분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과연 <연애 빠진 로맨스>는 이 역주행의 성공으로 이번 주 또한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
2위. <유체이탈자>(▼1)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개봉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오던 윤계상 주연의 <유체이탈자>입니다.
주말동안 (10~12일) 주말 관객 수 7만 4399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76만 5621명입니다.
<유체이탈자>의 순위하락은 <연애 빠진 로맨스>의 좋은 입소문의 결과로 역주행 성공, 그리고 코로나 방역 대책의 변화로 극장 가에 관객 수가 다소 줄어든 점 등을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개봉함에 따라 박스오피스의 순위 변동이 예상되며, <유체이탈자> 또한 순위 하락이 예상됩니다.
과연 이번 주에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3위. <엔칸토: 마법의 세계>(▼1)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월트 디즈니 사의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입니다.
같은 기간(10~12일)동안 주말 관객 수 6만 4453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53만 7781명입니다.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한국 영화들의 개봉 속에서도 5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78회 예측 이벤트는 12월 2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한 <돈 룩 업>을 포함한 주말 박스오피스와 이벤트에 참가한 씨네픽 유저분들이 예측한
박스오피스 결과도 알아보도록 할게요!
먼저 12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연애 빠진 로맨스>의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실제 관람객의 성별/나이별 관람추이를 보겠습니다.
남성 49%, 여성 51%로 여성 관객들이 조금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비율이 46%로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는 30대가 3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78회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에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씨네픽의 이번 주 78회 예측 이벤트에서 <연애 빠진 로맨스>의 박스오피스 1위를 예측한 참가자분들은 20대 - 33%, 30대 - 22%입니다.
또한 남성 참가자 - 55%, 여성 참가자 - 44%의 수치를 보여주고 있네요.
제 78회 박스오피스 순위예측에 참여하여 1위, 2위, 3위를 모두 맞힌 정답자분들은 모두 26명입니다.
제 78회 예측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모든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상금을 받으신 정답자분에게도 축하의 인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더 재밌고 유익한 제 79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돈 룩 업>(NEW)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지난 12월 8일 개봉하여 새롭게 박스오피스에 진입한 <돈 룩 업>입니다.
<돈 룩 업>은 주말 관객 수 3만 4170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5만 4374명을 기록했습니다.
<돈 룩 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으로 <빅쇼트>, <바이스> 등을 연출하고 아카데미 수상 경력도 있는 아담 맥케이 감독의 연출작입니다.
무엇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티모시 살랴메 등 할리우드의 내노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작품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돈 룩 업>은 천문학자들이 우연히 태양계 궤도를 돌고 있는 한 혜성을 발견하고, 그 혜성이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와 충돌한다는 사실을 주변에게 알리려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5위. <듄>(-)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전 주 박스오피스 순위와 동일한 <듄>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만 7767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154만 283명을 기록했는데요.
<듄>은 꾸준히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있습니다.
개봉한 지 어느 덧 한달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고, 총 누적 관객 수 150만명을 돌파하며 장기흥행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북미 12월 10일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뮤지컬 영화 <West Side Story>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12월10일~12일) $10,500,000 (한화 약 123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West Side Story>는 할리우드의 레전드 거장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뮤지컬 영화로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1957년 뉴욕, 라이벌 갱단인 제트와 샤크 사이의 갈등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라고 합니다.
극 중 토니 역은 '베이비 드라이버'의 베이비 역으로 유명한 안셀 엘고트가 맡았으며, 마리아 역은 2022년부터 제작에 돌입하는
'백설공주' 실사영화의 백설공주 역으로 화제를 모은 '레이첼 지글러'입니다.
국내개봉은 2022년 1월 12일 개봉 예정이니, 많은 영화팬들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 12월의 둘째 주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은 여기까지입니다.
혹시 재밌게 보셨을까요? 그렇다면 많은 좋아요와 스크랩 부탁드립니다! :)
그럼 여러분들 오늘 하루도 건강히 안녕하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안녕! :)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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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줬으면 해서, 알아줬으면 해서.
Call me by your name / 2017
:: BGM
Nick Gunner - Lucid Dreaming (feat. DNAKM)https://soundcloud.com/nickgunner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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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witter.com/nickgunner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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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e a Wish" 신비로운 비주얼, 매혹적인 미장센! 사랑, 모험, 드라마, 로맨틱..? [3000년의 기다림] 메인 예고편 전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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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재개봉 예고편
줄리안, 드디어 남사친과 사랑에 빠지다?!
9년 지기 남사친 마이클의 결혼 소식을 들은 그 순간!
뭘까 이 감정은? 나 아무래도 널 사랑하고 있었나 봐!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내 사랑 되찾기
“너에게 꼭 말하고 싶어.
지난 9년간 진심으로 널 사랑하고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