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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5-01-30 01:04:26

휴머니즘을 내세우다 길 잃은 수녀들!

<검은 수녀들> 리뷰

수녀가 구마를 한다? <검은 수녀들>은 이 콘셉트만으로도 관객의 구미를 당긴다.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비슷한 이야기 루트로 흘러간다고 해도 신부가 아닌 수녀가 악령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는 건 관객으로서 흥미로운 부분이다. <검은 사제들>의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파묘>가 불을 지핀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붐을 또 한 번 이어 나가겠다는 영화의 야심은 그 당위성이 충분한 듯 보인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 초반 가져간 특장점을 오롯이 살리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검은 수녀가 뜨면 악마도 벌벌 떤다. 일명 검은 수녀라 불리는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소년 희준(문우진)의 몸에 숨어든 악령에게 성수를 들이부으며 한판 대결을 벌였지만,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소년의 몸에 숨어든 악령이 12형상 중 하나라 확신한다. 어떻게든 희준의 몸에서 악령을 쫓아내려는 유니아와 달리, 구마를 믿지 않는 소년의 담당 의사인 바오르 신부(이진욱)는 과학과 의학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더 이상 지체하면 소년의 몸이 악령에게 잠식되는 건 시간문제. 유니아는 바오르 신부의 제자인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와 함께 직접 구마를 하기 위해 우진을 빼돌리고 어디론가 향한다. 

 

 

 

“가장 중요한 건 휴머니즘이라 생각했다”

 

 

 

<검은 수녀들>은 오컬트 영화가 아니다. 이 장르의 외피를 쓴 휴머니즘 영화다. 연출을 맡은 권혁재가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소개했듯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중점은 악령과의 힘겨루기가 아닌 악령에 사로잡힌 이를, 그 주변에 있는 이들을 어떻게든 살리려는 고군분투에 있다. 

 

 

 

 

 


유니아 수녀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바로 ‘살려야 한다’다. 그녀가 구마 의식을 직접 거행하는 것도, 연이 있는 무당에게 데려가 굿을 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아는 그녀는 소년을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전진한다. 소년만 살리는 건 아니다. 직간접적으로 미카엘라도 살린다. 귀태(鬼胎)로 태어나 원혼이 보이는 그녀는 이런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살았는데, 유니아를 만난 뒤로 지우고 싶은 자신의 출신을 밝히고, 영적 능력을 받아들인다. 유니아 또한 악령의 소리가 들리는 영적 능력자로서 미카엘라를 본연의 삶으로 회귀시키고, 구원의 시간을 마련한다. 

 


이렇듯 유니아를 통해 영화 전반에 깔린 건 모성애. 좀 더 자세히 말하면 희생을 담보로 한 모성애다. 신부가 아닌 수녀라는 점, 남성이 아닌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감독은 유니아를 통해 이 부분을 강조한다. <검은 사제들>은 물론, 여타 오컬트 영화와의 차별화 포인트를 주기 위해 이같은 주제를 강조했는데, 이를 잘 활용했는지는 의문이다. 

 

 

 

 


감독은 모성애를 근간으로 한 휴머니즘을 부각하지만 일차원적인 여성성에만 의존한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들의 모습, 같은 위치에 놓인 여성들의 연대를 이야기 하는 건 좋지만, 수녀(또는 여성)라서 안 된다는 식의 논리가 지나치게 반복되면서 새로움은 덜하다. 더불어 악령의 입에서 내뱉는 여성 비하적인 발언 등 또한 구마 의식의 긴장감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오컬트 장르적 재미도 덜하다. <검은 사제들>과 비교했을 때, 구마 의식 자체가 너무 느슨하고, 성수를 들이붓는 것 외에 특이점이 없는 행동들은 박진감을 떨어뜨린다. 수녀가 행하는 구마 의식이라는 특장점을 좀 더 다양하게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무속신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은 있지만, 활용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나마 영화를 계속해서 보게 되는 건 송혜교, 전여빈의 연기다. 1.66대 1로 좁게 찍은 영화에서 이들의 얼굴은 보다 더 크게 보이는데, 이에 따라 두 배우의 감정 연기는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종교적, 사회적 억압에 굴하지 않고 어떻게든 일을 행하는 송혜교의 강단(물론 <더 글로리>의 문동은이 생각나지만), 내·외면의 공포와 사투를 벌이는 전여빈의 감정 연기는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시감은 들지만, 무당 역을 맡은 김국희 배우의 연기도 인상깊다. 

 


오컬트 무비, 특히 엑소시즘 영화에서 두 여성 배우가 주연을 맡아 극을 이끌어간다는 것 자체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이 부분이 잘 살지 못하고, 평이하게 흘러가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아쉽다. 구마의식을 하는 수녀들은 흔하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검은 사제들> 이후 이 세계관이 계속 이어 나간다면 다음 구마 의식은 아가토 신부(강동원), 미카엘라 수녀가 담당하게 될 듯. 다음 작품엔 꼭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 

 

 

 

사진 제공: NEW

 

 

 

평점: 2.5 /5.0
한줄평: 휴머니즘을 내세우다 길 잃은 수녀들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log.naver.com/anqlepdl/223741925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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