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5-01-31 13:13:36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
세상이 다 미워질 때가 있다. 나에 대한 자책이 과해지고, 그에 따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리액션을 해주어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있다. 말하자면, 아주 약한 번아웃이었을 수도 있고, 그냥 짜증이 반복되어 지쳤던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다 귀찮아질 때, 병원을 가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나에게 한 번씩 처방을 내린다. 과거의 해맑았던 내가 봤을 법한 영화로 다시 회귀하곤 한다. 정작 회귀를 실행할 때는 몰랐다가 그 시기를 지나고 생각해보면 그 시기 내가 참 우울했구나 생각하곤 한다. 최근에도 그런 폭풍우가 한 번 지나갔는데, 그 때 나는 나의 어린시절에 항상 함께했었던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을 봤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며, 새로운 시즌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현실을 잠시 잊기 위해서, 잠시 생각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1. 언제쯤 사고를 안 치실 예정이십니까, 월레스
항상 느끼던 바였지만 이번에도 가장 큰 빌런은 월레스였다. 모든 시즌에 악역들이 등장하곤 했지만 나는 이 애니의 가장 큰 빌런은 월레스라고 생각한다. 어쩜 저렇게 캐릭터가 맹할 수 있을까. 사람도 너무 잘 믿고, 너무 머릿속이 꽃밭이다. 항상 그로밋을 하대하는 것도 사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꼭 사건이 터지면 하대하던 그로밋의 도움을 꼭 받고 나서야 그로밋의 소중함을 깨닫는 금쪽이가 따로없다. 이번에도 역시나 원흉은 월레스였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미워할 수 만은 없어서 여전히 월레스가 정상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라게 되는데, 기계에게 점령당한 삶을 살다가 강제로 아날로그의 삶을 살게 된 그가 버벅대는 걸 보는 것도 나름 하나의 오락적 요소였다. 월레스를 보고 있자면, 기계에 잠식될 현대 인간의 미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핸드폰을 포함한 기타 기계들에게 점점 삶을 의지하고 있다. 지식을 찾아볼래도 백과사전을 찾아볼 바에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이 더 편해진 세상에서 월레스가 차 하나 제대로 못 우리는 건 우스워보여도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도 곧 저렇게 되려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2. 그로밋이 월레스에게 충성하는 이유가 뭘까.
보다보면, 월레스는 그로밋의 주인이지만 사실은 그로밋이 월레스를 케어한다. 모든 수상한 낌새는 그로밋이 다 채고, 가끔 자기 뽕에 취해 그로밋을 무시하기도 하는 월레스의 단점을 다 이해하는 그로밋의 마음은 무엇일까. 항상 그로밋은 도움을 주는 포지션에 있을 뿐, 그로밋의 속마음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로밋에게는 그 어떤 대사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을 보면서 그로밋이 월레스에게 충성하는 이유가 뭘지 궁금해졌다. 그저 자신을 친구로 인정해준 고마움 때문인가, 아니면 월레스를 물가에 내놓은 어린애처럼 보는 걸까. 확실한 건 월레스는 그들이 친구 관계를 가장한 주종 관계라고 주장하고 싶겠지만 사실은 그들은 그냥 서로가 없으면 안되는 관계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월레스는 그로밋이 없으면 안되는 건 누가 봐도 알겠지만 그로밋은 월레스가 꼭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대사로 표현된 바가 없어 그저 추측만 할 뿐이다. 자신을 친구라고 생각해주는 월레스가 가끔 사고는 치고 다녀도 '사람은 착하다'는 마인드로 케어하는 것일까 싶었다.
세상이 다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을 때, 가끔은 행복했던 내 과거로 회귀하는 것도 현실 도피로 나쁜 선택은 아니다. 어렸을 때 내 자신을 보면서 잠시 추억에 잠겼다가 킬링타임으로 봐야 할 내용을 가지고 그로밋이 월레스에게 충성하는 이유까지 생각해보며 딴 생각에 빠질 수 있어서, 그렇게 잠시 즐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이래저래 불평불만이 많았지만 나는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또다른 미래에 내가 지쳤을 때, 나를 위로해주는 시리즈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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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적 상상력이 궁금할 땐 고개를 들어 파묘를 보라
영화적 상상력이 궁금할 땐 고개를 들어 파묘를 보라
영화 <파묘> 리뷰감독] 장재현
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시놉시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과 봉길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이 합류한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스포일러 주의#
이렇게나 매력적인 사운드라니영화 파묘는 사운드가 정말 매력적이다. 특히 극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때 음향 효과를 극적으로 쓰는 작품이었다. 화림과 봉길이 악귀를 만나 두려움에 떨 때 악귀가 내뿜는 고압적인 느낌을, 악귀가 제대로 보이지 않음에도 느껴지는 거대함을 청각적으로 잘 풀어냈다. 그래서 오컬트 영화하고 했지만 관객들이 공포감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가 이러한 청각적인 요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에 영화관이라는 어둡고 닫힌 공간에서 전달되는 사운드는 공포함을 배가 시킬 수 있었던 장치였다.
공포적인 요소를 부각하고 있었지만 그 사운드가 부산스럽지는 않았다. 사실 일반 매체에서 보여진 굿판의 장면들은 굉장히 혼란스러운 모습들이 많았었는데 영화 파묘에서는 절제된 사운드를 통해서 오히려 굿 자체에 집중을 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경문을 외는 목소리만을 사운드로 입히거나 단촐한 사물로 구성된 리듬을 넣음으로써 화려한 bgm이 아니어도 충분한 집중도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범과 여우라는 비유로 이런 상상을 해내다니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이 대사는 영화 파묘를 관통하는 대사다. 범은 조선을, 여우는 일본을 상징한다. 사실 화림과 봉길이 미국을 다녀오면서 이장을 결정하기까지 이 작품이 일본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둘째 손자 박지용이 할아버지에 빙의되어 일본천황에게 충성을 다하는 발언을 하면서 이 작품이 과거 일제강점기와 연결이 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 깨달을 수 있었다.
박지용의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라는 직접적인 발언 이후 영화 속에서는 여우와 범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계속적으로 등장한다. 박지용의 할아버지의 묫자리를 알아봐준 스님 이름이 기순애(여우-키츠네)라는 점과 응급실에서 태백산맥을 보여주며 한국의 허리라고 표현된 액자를 굳이 포커스 해준다는 점 등 일본 여우가 조선의 범을 노렸는데, 그 허리가 산맥 중간에 있는 박지용의 할아버지 묫자리인 것이다. 이 미스터리가 풀리면서 극장 안에서 혼자 탄성을 질렀었다.
사실 일제강점기 시절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이 본다면 알 수 없는 경문을 외우고, 잘 모르겠는 음양오행 사주를 설명하며 물이 스며든 나무가 불에 달궈진 쇠를 부술 수 있다는 지독한 순환논리, 그리고 거대한 도깨비 같은 악인이 등장하고, 문신한 자리는 피해서 공격을 하고 말만 들어도 엄청나게 오컬트할 것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를 단순한 오컬트 영화라고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이 보기에는 오컬트에 합쳐진 공포와 아픔으로 외국인에게는 오컬트 그 자체로 한나라의 치욕적인 지배에 대해 역사적 이해를 가진 자와 없는 자의 모든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이 영화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에게 박수를 쳐줄 수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이용만 당할 뿐장재현 감독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역사적으로 이 작품을 접근해보자면 결국 조선인은 아무리 일본에 충성을 다했다 한들 죽어서까지도 이용만 당하는 존재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줘서 친일파는 무엇을 누리고자 저렇게 친일을 했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일본은 정말 자신한테 잘해준 사람도 이용을 하는구나 하는 참담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박지용의 할아버지는 일제에 엄청난 친일을 한 사람이었다. 수많은 토지와 돈을 바치면서 일제강점기 시절 엄청난 부를 쌓으며 살았던 인물로, 이 인물을 위해 스님 기순애는 좋은 자리라며 묫자리까지 알아봐준다. 어느 누가 이들이 알려준 묫자리가 악지라고 생각했을까? 조선인한테 묫자리를 추천받은 것도 아니고 본인들이 그렇게 충성해 마지 않던 일본으로부터 묫자리를 추천받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일본은 조선의 허리에 정기를 자를 수 있는 무언가를 심을 계획이었고, 이를 심은 뒤 절대로 뽑을 수 없게끔 고관대작의 무덤을 그 위에 겹장을 해두면 어느 누구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는 꾀를 낸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들에게 그리도 잘해준 박지용의 할아버지는 죽어서 까지도 그 일본귀신에 시달리며 구천을 떠돈 것이었다. 이는 물론 영화적 상상력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을 보면서 실제 일제강점기 하에서 일본이 얼마나 조선인들을 수단적인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는지 상상이 돼서 씁쓸했다.
영화 파묘는 삼일절에 봐서 그런지 더욱 울림이 컸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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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이킬 수 없는 길을 택하더라도, 청춘
청춘(靑春)
1.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시절. 또는, 그 시절.
2. 왕성한 정열과 힘찬 기세와 기백으로 나아가는 상태를 비겨 이르는 말.
(출처: Oxford Languages)
'청춘'을 다룬 영화 한 편을 감상했습니다. 껴안고 있는 두 여인과 그들을 지켜보는 한 사람의 실루엣, 영화 감상 전부터 호기심과 긴장감이 솟구쳤습니다. 청춘을 그리는 대만 영화 특유의 방식을 사랑하기에 이 영화를 거리낌 없이 선택했습니다. 제58회 금마장 영화제 공식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청춘시련>입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11월 22일(화)에 진행된 <청춘시련>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청춘시련>은 2022년 12월 1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청춘시련
Terrorizers
'샤오장'과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유팡'에게 그녀와 같은 집에 살던 '밍량'이 칼을 휘두릅니다. '샤오장'은 간신히 그를 막아섰죠. '밍량'은 옛 애인이라서 그랬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시작한 <청춘시련>은 한 도시에 사는 '유팡', '밍량', '샤오장', 그리고 '모니카'의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젊음은 무서울 것이 없고 사랑한다는 것은 죄가 아니다." 이 포스터 속 카피는 <청춘시련> 속 젊은 청춘들이 죄와 결부될 만큼의 위험한 사랑을 하고 있음을 넌지시 시사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작품의 인물들은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문제들 한가운데에 놓여 있습니다. '밍량'은 검으로 사람을 베는 게임에 심취해있고(게임 중독), '모니카'는 과거에 촬영한 포르노 영상물을 동의 없이 배포한 전 애인으로 인해 배우 인생의 발목이 잡혔습니다(불법 유포). 이 와중에 '모니카'의 포르노 영상물을 보고 사랑에 빠진 '밍량'은 그녀의 뒤를 쫓고(스토킹), 외로움과 공허함을 겪던 '유팡'과 '모니카'는 서로를 보듬어주다가 관계를 갖습니다(성소수자).
청춘들은 본디 종잡을 수 없습니다. '청춘'이라는 이름을 제목에 달고 나온 영화라서 그런지, 이 영화의 이야기도 종잡을 수 없게 흘러갑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쉽게 알아낼 수 없는 것이 청춘이듯이, 이 영화도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지켜보는 것이 더 낫습니다. 청춘들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택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들이 겪는 '청춘시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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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젊음은 무서울 것이 없고 사랑한다는 것은 죄가 아니다."라는 카피와 '청춘시련'이라는 제목으로 포장하기에 '밍량'의 행동은 도를 지나칩니다. 망상에 빠진 한 남자가 어떻게 범죄자가 되는지를 그리는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우연히 포르노 영상 속 배우 '모니카'를 길거리에서 만난 '밍량'은 그녀에게 푹 빠진다. 귀가하는 '모니카'의 뒤를 쫓아 몇 층에 거주하는지 알아내고, 키를 복제해 몰래 집에 들어가 자는 '모니카'를 지켜본다. '모니카'와 사랑에 빠졌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모니카'를 힘들게 하는 전 남자 친구를 대신 폭행해주기도 한다.
여느 때처럼 '모니카'의 집에 숨어든 어느 날,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유팡'을 목격한다. 외국으로 떠나는 '모니카'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겁내지 말아요, 내가 지켜줄게요. 시집와요. 결혼해요."라는 헛소리를 시전하다가 경비원에게 붙잡힌다. 더는 '모니카'와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된 그는 몰래 촬영한 '모니카'와 '유팡'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고, '유팡'에게 칼부림한다.
영화의 원제가 'Terrorizers(공포감을 조성하는 사람)'라는 점에서 볼 때, 이 영화가 주목하려는 인물이 바로 '밍량'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 묘사한 것처럼 영화 중후반부를 장악하는 '밍량'의 이야기는 이처럼 거의 스토킹 범죄자의 범행 진술서와 같은 수준입니다. 피해자의 극복 과정은 거의 보여주지 않고 가해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만을 뒤쫓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분노가 치밀어 오르죠. 범죄자 '밍량'의 서사를 풀어내는 데 사용한 시간과 열정을 다른 인물들에게 할애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 ⊙
"청춘, 청춘이여! 할 말이 없을 때 다들 이렇게 말하지."
극 중에서 연극에 도전하는 '모니카'의 대사를 빌어 이 영화의 감상 후기를 요약하고 싶습니다. 다들 할 말이 없을 때면 청춘을 들먹이곤 하지만, 청춘이라는 말로 포장하기 어려운 것도 있는 법입니다.
Summary
떠났다, 모두가.
분명 날 사랑한다고 했는데도.
어느 대낮, ‘밍량’은 데이트 중인 ‘유팡’에게 칼을 휘두르고 도주한다.
그는 자신이 ‘유팡’의 전 애인이라고 주장하고, 사건에 휘말린 네 명의 청춘이 서로를 마주한다.
도시를 충격에 빠트린 최악의 사랑
난, 떠나지 않는 사랑이 하고 싶어
Cast
감독: 호위딩
출연: 린 바이 홍, 이목, 지크린, 진정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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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시리즈의 4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트랜스포머 ONE>
<트랜스포머 ONE>의 조시 쿨리 감독이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오리지널 시리즈와 리부트 시리즈 중 어느 쪽과도 이어지지 않는 독자 세계관이라 밝혔는데요.
앞서 개봉한 북미에서는 개봉주 주말 2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또한 영화는 크리스 헴스워스, 스칼릿 조핸슨이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았는데요. 크리스 헴스워스는 오토봇의 리더인 옵티머스 프라임의 목소리를, 스칼릿 조핸슨은 엘리트 여성 오토봇 엘리타 원의 목소리를 맡아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9월 넷째주 개봉 PICK! 시작합니다.
트랜스포머 ONE
Transformers One
개요: 애니메이션, 액션, 모험 | 미국 | 104분
감독: 조시 쿨리
더빙: 크리스 햄스워스,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스칼릿 조핸슨, 키 건 마이클 키 등
개봉: 2024.09.25.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행성의 운명을 건 전쟁, 세상을 구할 놀라운 변신이 시작된다! 사이버트론 행성의 지하 광산에서 일하는 변신 못 하는 하급 로봇 오라이온 팩스와 D-16.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지상 세계를 꿈꾸던 둘은 쾌활한 수다쟁이 B-127, 카리스마 넘치는 엘리타 원과 함께 출입이 금지된 지상에 도달한다.
지상에서 잠들어 있던 알파 트라이온을 만난 넷은 그의 도움으로 잠재되어 있던 변신 능력을 얻게 된다. 막강한 힘과 변신 능력으로 자유를 느낀 것도 잠시, 자신들의 행성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배후의 존재를 알게 되며 모든 것을 바꿀 전쟁을 시작하는데…
줄리엣, 네이키드
Juliet, Naked
개요: 멜로/로맨스 | 미국 | 97분
감독: 제시 페레츠
주연: 에단 호크, 로즈 번, 크리스 오다우드,
개봉: 2024.09.25.
배급: 마노엔터테인먼트
줄거리
25년 전 앨범을 내고 홀연히 사라진 싱어송라이터, 터커 크로우. 애니는 터커를 광적으로 추종하는 던컨과 15년째 권태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언제나 자신보다 터커 크로우가 우선인 던컨 때문에 지쳐가던 애니에게 어느 날 우연히 데모 앨범이 도착한다. 그 후 그녀의 일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바이크 라이더스
The Bikeriders
개요: 액션, 범죄 | 미국 | 116분
감독: 제프 니콜스
주연: 톰 하디, 오스틴 버틀러, 조디 코머
개봉: 2024.09.25.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인터내셔널 코리아
줄거리
자유는 두려움 없는 자들의 것! 1960년대 미국이 격변하던 시절, ‘캐시’는 우연히 바에서 만난 중서부 오토바이 클럽 반달스의 신입 멤버인 ‘베니’에게 끌리게 된다.
이 클럽은 정체불명의 리더 ‘조니’가 이끌고 있으며, 클럽이 진화해가며 각 지역 아웃사이더들이 모이는 장소의 위험한 폭력 범죄 조직으로 변해간다. 이로 인해 ‘베니’는 ‘캐시’와 클럽에 대한 충성심 사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75분
감독: 사이토 케이이치로
더빙: 아오야마 요시노, 스즈시로 사유미, 미즈노 사쿠, 하세가와 이쿠미
개봉: 2024.09.18.
배급: CJ CGV
줄거리
운명처럼 결성된 ‘결속밴드’ 멤버들은 첫 라이브 공연 이후 결속력을 더욱 다진다. 현재는 방구석 기타리스트지만 록 스타를 꿈꾸는 봇치(외톨이), ‘고토 히토리’는 이번에는 더 많은 관객들, 심지어 학교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되는데… 꿈을 향해 도전하는 소녀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번에는 학교 축제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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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 위한 나의 백야행
가난한 집안 환경, 장및빛 미래라는 미끼로 아이들을 성적 경쟁으로 몰아넣는 선생님, 성적 경쟁 속에서 생겨나는 집단의 서열, 이런 시궁창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첸니엔, 빛의 영역에서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길에서 양아치에게 잡혔는데, 그 과정에서 함께 맞고 있는 샤오 베이를 만난다. 시궁창 속에서도 빛을 쫓아가고 있는 그녀는 여전히 시궁창에 적응하며 살고 있는 베이를 한심하게 여기며 무시하지만 동급생의 폭력이 점점 더 심해져 갈 곳 잃은 첸니엔은 베이에게 자신을 지켜달라 요청하게 된다. 그렇게 내심 니엔에게 호감이 있었던 베이는 니엔을 도와주는 음지의 보디가드가 된다. 하지만 동급생의 괴롭힘에 견디지 못한 그녀는 결국 일을 내고야 마는데, 그녀는 과연 꿈에 그리던 베이징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까?
1. 어른들이 외면한 세계에서 사는 아이, 첸니엔과 샤오 베이.
첸니엔과 샤오 베이의 첫 만남은 폭력 현장이었다. 맞고 있는 샤오 베이를 보고, 양이치들을 신고하려다 덩달아 붙잡혀 버린 첸니엔은 함께 구타당하다 양아치들이 뽀뽀하라고 강요하자, 첸니엔은 뽀뽀로 그 끔찍한 상황을 모면한다. 이렇게 두 아이는 그저 어른들이 외면한 세계 속에서 하루하루 견디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첸니엔은 학교 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해 봤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아주 미미했기 때문에 여전히 가해자의 협박, 폭력 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상황이 시사하는 점은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빛을 쫓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지만 그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는 관리하지 못해 문제가 생기면, 선생님들은 철저하게 교사가 아니라 공무원이 된다는 것이다. 학교는 피해 학생을 보호하려는 조치보다는 가해 학생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려는 결정을 내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 속에서 살던 첸니엔은 어른들의 가해자 한정 인도주의적인 결정으로 어둠 속으로 들어가 버리게 된다. 경찰에 신고한 이후로, 동급생이 첸니엔을 괴롭히는 수위는 점점 심해지고, 과감해진다. 더 이상 이들은 학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른들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체계적인 입시 제도에 아이들이 잘 맞춰주기만 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아이들을 현혹한다. 하지만 어른이든 어린 아이들이든 사람이 많이 모여들어 집단이 되면 그 집단 안에서 서열이 생겨난다. 나이가 각각 다른 집단은 나이로 서열이 자연스럽게 생겨나지만 같은 또래가 모인 집단일 경우, 집단에서 가장 영악한 아이들이 집단 장악의 우선권은 획득한다. 그렇게 한 세력이 장악하면, 그 세력의 지도자가 던진 조그만 돌에 유독 세게 맞는 불가촉천민 계급이 생겨난다. 그 계급을 사회에서는 왕따라고 칭한다. 한 세력의 지도자가 그 집단에서 가장 엘리트라면, 어른들은 그 집단에서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맹신한다. 지도자는 선생님 앞에서는 모범생인 척 위선적인 행동으로 선생님을 속이고, 불가촉천민은 보복이 두렵기 때문에 지도자의 눈에 띌만한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첸니엔은 그 반에서 불가촉천민이었다. 공부를 가장 잘 하던 웨이 라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반 친구들은 모두 알지만 그걸 막으면, 첸니엔에게 향하던 화살이 자신에게 올 것을 알기에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방관할 뿐이다. 어른들은 학교라는 집단을 아직 때묻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사회에 나갈 공부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학교에서 학생들은 특정한 지식보다 더 절실히 배우는 것은 부당한 일이 발생했을 때, 적당히 눈치게임을 해야 내가 이 집단에서 매장당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어른이 되면서 잊었을 지도 모르고,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학교에서 한 번이라도 집단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눈치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영화는 그저 아이들의 집단도 어른들이 사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아이들도 자기 나름대로 학교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을 아주 극적인 요소를 담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샤오 베이도 엄마의 부재로 인해 미성년자가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불법을 서슴치 않고, 행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했던 13세 아이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길거리의 양아치가 되었다. 그런 그에게 어둠 속에서 나가려고 발버둥치는 첸니엔은 순수한 존재로 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상의 때란 때는 다 묻어버린 그에게 여전히 유토피아는 있다고 믿으며 공부에 매진하는 세상물정 모르는 그녀의 모습은 그에게 꽤 신기한 존재였을 테니까.
2. 영화 속에서 보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생각이 났던 한 소설이 있는데, 그것은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백야행이었다. 이 소설 속의 두 주인공 유키호와 료지의 경우, 료지는 유키호를 지키기 위해서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고, 유키호는 료지의 희생을 발판삼아 빛의 영역에서 고고한 백조처럼 살아간다. 이 영화의 결말과는 다르긴 하지만 영화 속 두 인물과 소설 속 두 인물이 비슷해 보였던 이유가 뭘까 고민해보니, 베이도 료지처럼 첸니엔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희생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너는 세계를 지켜, 난 너를 지킬게
더 이상 어른을 믿지 못하게 된 두 커플은 서로만을 의지하기로 한다. 어른들은 료지와 베이에게 묻겠지. 그렇게까지 유키호 그리고 첸니엔을 지켜서 얻을 수 있는 게 뭐냐고. 그렇다면 그들은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 유키호와 첸니엔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내 인생은 어둠 속을 걷더라도 값진 인생이 될 거라고.
영화 속 형사가
"남을 위해 그렇게까지 희생하는 사람은 없어."
라고 했지만 시궁창 아래만 바라보며 한숨 쉬던 베이에게는 같은 어둠 속에서 살면서 하늘 위를 바라보는 그녀를 지지하며, 도와주어 그녀가 성공하면 자신도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녀를 통해 자신이 대리만족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은 찾아볼 엄두도 나지 않는 그 유토피아를 찾는 과정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그의 모습은 세상의 비정함에 실망했을지라도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있는 아직 어린 청춘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 그에게 첸니엔은 그의 암울한 인생의 이정표가 되어줄 세상의 전부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그녀가 무너지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을 테니, 어른들은 할 수 없는 무조건적인 희생이 가능했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그 여형사는 첸니엔을 투영시켜 그렇게 무대뽀로 누군가를 지켜야할 만큼 결핍이 있는 베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영화 속 대사
"엄마는 나이들면 좋은 게 있대요. 다 잊어버린다고.
어쩌면 그 여형사도 어른이 되어갈수록 과거를 빨리잊어버리기 마련이기에 자신도 한 때, 다른 사람들에겐 쓸데없을지도 모를 무언가에 집중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잊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대사가 베이가 여형사와 대비되어 아직 청춘에 머물러 있음을 강조했던 것 같다.
어떤 어른들은 뉴스에서 발생하는 왕따 사건, 자살 사건 등을 보면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요즘 애들은 우리 때 같지 않게 영악하다고. 아니면 요즘 애들은 우리 때 같지 않게 의지가 약하다고.
그렇게 요즘 애들은 어떻고, 옛날에는 어떻고를 따지기 전에 한 번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정말 옛날엔 학교 내에서 알력 다툼이 없었냐고, 유달리 약한 아이들이 없었냐고. 그냥 잊으신 거 아니냐고.
"나는 원래 자는 걸 싫어했는데, 요새는 좀 자고 싶을 때가 있어. 보고 싶지 않은 사람 보기 싫은 세상이 가끔 있거든."
영화 속 형사의 말처럼 여러번 잠을 잔 결과로 시간이 흐르니, 잊혀진 거 아니냐고.
3. 이 영화에 대한 평가
이 영화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빛의 세상에서 어둠 속을 기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굉장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른에게 보호받지 못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야 했던 또다른 유키호, 료지와 첸니엔, 베이는 지금도 이 세상 도처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찾을 수 있을 텐데, 그런 아이들에 대한 소식을 매스컴이든 주위에서 듣게 된다면, 괴롭힌 아이든,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든 아이들을 탓하지 말고, 그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깊게 고찰해 주십사 하는 요청이 담긴 영화라고 생각한다. 학교 생활은 좋은 성적을 가져야 좋은 인생이라는 프레임을 걸고, 지식이 가득한 인재를 육성하는 곳이라고들 생각하지만 학교 안에서 아이들은 자동적으로 교내정치, 사회생활 등을 배우기도 한다. 따라서 교내 왕따 사건이 발생하면, 아이들도 잘못했지만 어른들도 아이들의 잘못을 방치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있기에 이 영화는 학생들에 대한 조금 더 사려깊은 관찰과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있어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배우의 연기도 너무 좋고, 내용도 좋기 때문에 이걸 왜 영화관 가서 보지 못했나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한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되는 영화였다.
※ 해당 영화는 왓챠(Watcha)에서 시청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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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한가운데서 길을 잃어버린 별을 위해
사실은 위험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얼굴 없는 가수 그레타(키아라 나이틀리)다. 어느 날의 공연장. 친구 스티브(제임스 코든)가 노래를 끝냈다. 마이크를 넘기는 그레타. 사람 앞에 나서는 게 싫다. 싫다고는 말하지만 시선이 집중됐기 때문에 자리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노래를 부르는 그레타. 사람들은 그럭저럭 잘 듣는 것 같다. 군중들 속에 눈이 반짝이는 남자가 있었다. 그 사람은 다른 주인공 댄(마크 러팔로)이다. 음반 제작자인 댄. 예전에는 그래미 상까지 받았지만 현재의 그는 그냥 술주정뱅이다. 오늘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남자 댄. 하지만 그레타를 바라보는 안목 자체는 녹슬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레타에게 명함을 건네는 댄. "네 앨범을 만들어 줄게"라고 접근한다. 하지만 그레타는 음악에게 상처를 입었다. 거절하는 그레타. 하지만 댄과 술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음반 제작, 내일까지 고민하고 답 줄게요"라고 말하는 그레타. 그레타는 상처 입은 마음을 뒤로하고, 댄은 스스로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시작하는 음악에 뉴욕 시가 반응한다.
음악의 의미
글쓴이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것. 음악의 의미를 영화가 플롯 안에서 구현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댄이 직접 “음악은 지루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지”라고 말한다. 글쓴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의미를 부여한다'라는 점이다. 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일상과 인간과의 관계에만 국한 짓는 것이 아니다. 1차적으로 이 영화가 음악으로 뉴욕이라는 도시를 재구성하기도 하지만 인간과 인간사이에도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어떤 인물들은 음악으로 소통한다.
후자부터. 영화에서 중요한 관계 네 개만 뽑으라면 댄과 바이올렛 부녀, 댄과 그레타, 댄과 콜, 그레타와 세상과의 관계다. 이 네 관계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단점은 서로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이 네 관계 중 단점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댄-바이올렛 부녀다. 댄과 바이올렛은 서로를 잘 모른다. 초반부에 나오는 장면을 보면 아버지는 딸의 나이조차 모른다. 딸도 아버지가 뭘 하고 다니는지 모른다. 돈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서 무기력하게 도망 다니는 장면도 있다. 이렇게 서로 멀리 떨어진 것 같은 부녀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영화 안에 두 장면이 있다. 이 요소가 동일시되는 지점이 어느 순간 등장하는데 영화가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을 그대로 보여준 장치라고 생각한다. 대화 대신 음악을 등장시키는 것이다. 음악이 아니라면 서로 아는 척도 안 했을 댄과 그레타가 처음으로 만나는 과정, 마음을 여는 계기 등등 영화 안에서 어떻게 묘사되는지도 이것의 연장선상이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과제가 뭘까? 바로 프로듀서 댄이 그레타의 프로듀서가 되어 그녀가 세상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부터 그레타가 음악을 통해 세상과 대화하고 싶어 한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이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타인과 타인과의 관계를 음악으로 이어 낭만적으로 표현한다.
이런 설정은 영화가 장르적인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영화는 음악영화이기 이전에 영화다. 적어도 이야기가 들어가야 음악이 들어가는 데 있어 연출적으로 중점을 둘 수 있다. 영화는 이 연출을 위한 이야기를 잘 짰다. 인물도 섬세한 성격으로 설정해서 음악에 따른 리액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줬고 노래하는 인물들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그레타와 콜이 교감하는 모든 장면이 그렇다. 음악으로 인물들이 교감한다는 전제 하에 예술을 받아들이는 캐릭터들의 리액션을 보여준다. 충분히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운 영화라고 부를 만 한 지점이다.
뉴욕 여행기
또 이 영화는 뉴욕 시의 일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로드무비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그레타의 앨범 만들기'에는 특징이 있다. 바로 도심 한가운데에서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설정의 배경에 결함이 있어 보이는 거 같긴 하지만 이건 음악영화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음악 만든다면 멋있잖아? 실제로도 영화가 이 광경을 멋있게 그 의미를 충실히 구현한다. 그리고 어떤 논리적 결함을 감수하고서도 이 영화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게 있다. 뉴욕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그리고 사람에겐 누구나 마음속 하나 상처가 있다. 이 영화는 이 상처 가득한 도시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배경을 뒤로하고 음악을 녹음한다. 그레타의 이야기를 담은 앨범인 것과 동시에 뉴욕 시민들을 위로하고 싶었던 댄(내지는 감독)의 의도가 들어간 것이다. 'A Step You Can’t Take Back'같은 삽입곡의 가사를 보면 지하철이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는 공교롭게도 일상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지하철을 수시로 등장시킨다. 심지어 세상에게 상처받고 지하철에 탑승한 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더 나아가 그레타와 댄이 함께 뉴욕의 시민들을 바라보는 장면까지 있다. 이 장면에서의 사람들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영화가 고의적으로 일상을 사는 사람들을 비춘 것이다.
이것은 음악영화의 장르적인 특성을 하나 더 강화시킨다. 왜 영화가 뉴욕 시민들을 보여줬을까? 에 대한 당위성을 덧붙이는 것이다. 음악으로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 이것이 음악영화 장르에서 음악이 차지하던 방식이기도 하다. <사랑은 비를 타고>라는 영화를 본다. 이 영화는 시간적 배경이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전환되던 때다. 유성영화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인물들이 영화 제작을 위해 노래를 연습한다. 이것은 단지 극적 요소가 아니라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인물의 내면이 노래와 춤으로 표현된다. 이것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보다 색다르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연출임과 동시에 이야기가 아닌 것이 어떻게 플롯에 틈입할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중요했다. '음악으로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겠어!'라는 고민이 극 중 안으로 구현된 것이다. <비긴 어게인> 역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음악을 삽입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 몇 나온다. 그것은 위에서 언급한 '그레타와 댄이 뉴욕 시민들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생활소음을 영화가 활용하는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이 모든 뉴욕의 단면이 그레타 앨범의 하나라는 것, 이들의 일상 역시 예술의 한 단면이라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후술 하겠지만 이런 도시, 일상, 예술을 한 번에 결합시킨 존 카니의 연출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스>도 더블린이라는 장소가 중심이다. 여주인공(그녀)의 집을 비롯한 더블린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도시를 배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싱 스트리트>도 음악을 통해 개인적 성장, 그러니까 살던 고향을 벗어난다는 성장서사를 플롯으로 삼았다(이것은 가장 최신작 <플로라 앤 썬>에서도 구현된다). 존 카니 감독이 잘할 수 있는 방식의 화법을 두 번째 영화에서 확립한 것이다.
복사+붙여 넣기?
글쓴이가 몇 년 만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며 느낀 것. 기존 존 카니 감독 영화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다. 우선 영화의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1) 아버지로서는 낙제점인 댄 2) 그레타의 앨범 제작기 3) 그레타와 댄의 관계다. 4) 도시 활용하기다. 1번. 최신작 <플로라 앤 썬>에서 주인공 플로라는 아이를 대하는 법을 몰라 전전긍긍하는 인물이다. 또 <싱 스트리트>에서 주인공의 친형으로 나오는 캐릭터는 내면에 거대한 상처를 품고 있지만 형제로서의 유대감이 극 안에서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된다. 2번. 그레타가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한 부분은 <원스>라는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전작의 모티브를 <비긴 어게인>에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3) 그레타와 댄의 관계. 이 부분을 직접적으로 쓰긴 어렵지만 존 카니의 네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음악만 다르지 영화의 어떻게에 해당하는 부분이 자가복제 쪽에 가까운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규모든 대규모든 공연장을 활용하는 방식이 존 카니의 영화들과 크게 차이가 없다. 특히 <플로라 앤 썬>에서 사용된 연출이 <비긴 어게인>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은 본작(<비긴 어게인>)이 평범해지는 계기가 된다. <원스>에서 'falling slowly'라는 불후의 트랙을 남긴 것 말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선을 있는 그대로 섬세하게 묘사한 건 존 카니의 데뷔작이라 신선했던 걸까? <비긴 어게인>이 전작의 공식을 답습했고 이후에도 감독은 비슷한 화법을 구사했다는 것이 치명적으로 느껴진다.
부족한 상상력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점은 섬세함이다. 영화를 잇는 연결고리'만' 존재하고 나머지가 부실한 것이다. 그레타의 앨범 제작기가 영화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럼 이 방식에 있어 전문적인 지식이 조금 더 나왔어도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야기를 다룬 예술로서 창의성이 생겼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극후반부 그레타의 선택과 댄의 직업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그레타가 그런 선택을 고른 이유가 내적으로 다 근거가 있다. 그것까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다른 대안을 고른다거나 하는 방식은 없었을까? 단순히 내적 논리만 따라가기엔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쉽게 판단하는 것 아닌가? 영화로서의 창의성을 고려하지 않고 낭만적인 음악의 속성만 강조하니 빈 부분이 많아 보인다. 부족한 상상력이 현실에 찌든 주인공과 낭만적인 영화가 충돌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 댄의 직업에 대한 부분은 영화의 반을 포기한 듯하다. 이 영화에서 댄은 음악'만' 만드는 인물이다. 인간관계가 굉장히 좁은 인물로 묘사된다. 댄이 음악인으로 활동하면서 아는 아티스트와 행정가가 이렇게 적을 일인가? 영화에 나온 것처럼 이 <비긴 어게인>과 댄이 아예 한 길만 우직하게 팠으면 '이 인물이 이렇게 생각할만한 근거는 다 있다'라고 생각할 법하다. 그렇다기엔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을 염두한 흔적이 보인다. 염두했으면 확실하게 그 길로 트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100%중 65%만 써 애매하게 마무리짓는다. 이 영화는 뮤지컬 공연이 아니라 전적으로 영화다. 러닝타임을 길게 가져가는 한이 있더라도 이야기를 확실하게 끝낼만한 수가 있어야 이야기로서의 강점을 가질 것이다. 애매하게 끝낸 덕에 그냥 앨범에 대한 이야기'만'하고 끝낸 감이 있어 이야기가 전달하는 쾌감은 부족하다.
'Lost Stars'
이 영화에 대한 총평은 사랑스러운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레타라는 여성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지만 괜히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또 어느새부턴가 비호감 그 자체인 댄에게 마음이 가고 입체적인 콜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생각하게끔 만든다. 사실 영화가 이거면 역할을 다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살아 넘치는 생동감으로 잠시나마 환하게 웃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런 우리를 'lost stars'로 데려다주는 것이 존 카니가 이 영화를 기획한 의도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이후 존 카니의 두 영화에 대한 예고편이 됐다는 점에선 아쉽지만 'Lost stars'를 위시로 한 수많은 명곡들을 품은 영화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후에 호크아이가 되는 헤일리 스타인펠드와 이미 헐크인 마크 러팔로가 부녀관계로서 연기한다는 점 역시 소소한 재미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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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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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 프랑스에서도>, 2023년 국내 개봉
ⓒ IMDB
한국에서도 굉장히 호평을 받은 일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프랑스 리메이크판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랑스에서도>가 2023년 1월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영화는 2022년
칸영화제 비경쟁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넷플릭스, 광고형 베이식 11월 출시
ⓒ 넷플릭스
다음달 넷플릭스에서 5500원짜리 광고 요금제를 출시한다. 기존 가장 저렴한 베이직 요금과
비교했을 때 4000원 더 싼 값이다. 다만, 광고 요금제의 경우 1시간 영상에 4~5분의 광고가
나오며 최고 화질은 720p이다. 게다가 일부 영화와 시리즈는 시청이 불가능하다.
설경구X장동건X김희애X수현 <더 디너>, 크랭크업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자,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주연의 영화 <더 디너>가 9월 말 크랭크업했다고
밝혔다. 헤르만 코흐의 베스트셀러 [디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서로 다른 신념의 두 형제 부부가
우연히 끔찍한 비밀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왓챠, 웹툰 서비스 시작
ⓒ 왓챠 인스타그램
지난 13일, OTT 플랫폼 왓챠에서 웹툰 서비스 '왓챠웹툰'을 출시했다. 왓챠 구독자라면 누구나 추가
결제 없이 모든 웹툰을 감상할 수 있다. <낢이 사는 이야기>의 서나래 작가, <오빠 왔다>의 모나 작가,
<오늘도 핸드메이드!>의 소영 작가 등 유명 작가의 신작을 볼 수도 있다.
해외
<듄: 파트 2>, 개봉일 변경
ⓒ IMDB
지난 11일, 해외의 다수 매체에서 워너브라더스가 <듄: 파트 2>의 북미 개봉일을 11월 17일에서
2주 앞당겨 11월 3일에 개봉하기로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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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파일럿으로 변신한 조정석의 압도적 연기 / 빵빵 터지는 코미디 / 매력적인 이주명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파일럿"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과 함께 쿠키영상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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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쇼미더고스트> 메인 예고편
영혼까지 끌어모아 마련한 돈으로 드림 하우스에 입성한 20년 절친 예지와 호두.
완벽한 줄 알았던 집에 귀신이 들자, 돈도 갈 곳도 없는 둘은 귀신을 내쫓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귀신보다 무서운 서울 물가 때문에 지쳐버린 두 사람은
값비싼 전문 퇴마사 대신 특별할인 이벤트 중인 꽃도령 퇴마사 기두와 셀프 퇴마에 나서는데…
"귀신님, 아직... 안 나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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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 Special Feature
어쩌면 이 순간을 기다려 왔을지도 모릅니다. 𝘐 𝘩𝘢𝘷𝘦 𝘸𝘢𝘪𝘵𝘦𝘥, 𝘧𝘰𝘳 𝘵𝘩𝘪𝘴 𝘷𝘦𝘳𝘺 𝘮𝘰𝘮𝘦𝘯𝘵.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스페셜 피쳐가 공개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요즘, 어쩌면 우리는 어느새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당신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Theater is not dead." ( ) is not dead. – 29th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October 2 - 11,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