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채원2025-02-11 21:00:39
반복 속 파동을 그리다
영화 <잔느딜망>리뷰
저녁 식사를 위한 재료를 준비하는 한 여성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 <잔느 딜망 (Jeanne Dielman, 23 Commerce Quay, 1080 Brussels)> 은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잔느의 3일간의 일상을 드러낸다. 롱 -테이크로 인물의 반복되는 일상을 천천히 쫓고, 첫째 날, 둘째 날과 같은 시간적 표지도 직접적으로 등장 시키는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반복되는 듯 날마다 조금씩 변주 되어 등장하는 잔느의 일상은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여느 때와 같이 흘러가는 일상 중 그녀에게 찾아온 작은 파동과 미묘한 균열을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앉아있는 잔느의 뒤로 비치는 창살이 있는 찬장과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 거치는 수많은 문들, 집 내부까지 <잔느 딜망>에는 다양한 창과 문의 이미지가 등장한다. 외출 후 돌아오는 길, 공동 현관의 우체통을 지나 창살이 있는 여러 겹의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잔느의 모습은 아들과 함께 지내며 매춘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고,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가정적 행위를 반복하는 현재 자신의 삶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가 닫는 여러 겹의 문들은 그녀가 스스로를 현재의 일상에 갇히게 만든 새장처럼 보이기도 하며, 내부로 향하며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의 문을 닫는 행위로서 잔느가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다른 삶으로 향하고 꿈꾸려는 가능성을 닫는 행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잔느는 매춘부 생활을 통해 생계를 이어감으로써, 매춘은 그녀에게 사랑하는 아들과의 삶을 유지해 갈 방법이자 생계를 이어갈 수단이 된다.
아무리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라고 해도 마냥 달갑지 만은 않을 매춘의 행위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다름 아닌 그녀의 집 안방이다. 보통 집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공간으로 외부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가정적인 공간으로 여겨지는 반면, <잔느 딜망>에서 잔느의 집은 아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평온한 공간인 한편, 매춘의 행위가 이뤄지고 아들의 말을 통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함이 부정 당하게 되는 공간으로서, 외부의 시선이나 관음적인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받을 수 없는 공간으로 나타난다. '창'은 히치콕의 <이창>에서처럼 어떤 대상을 응시하는 관음적인 시선을 돕는 도구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이와 같이 잔느의 집으로 향하는 통로에 놓여진 문들을 비롯해 부엌에 앉아있는 그녀의 뒤로 보이는 창살이 있는 찬장과 그녀가 안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열리고 닫히는 문 등 <잔느 딜망>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창'과 '문' 은 그녀가 스스로 그녀를 가두고 제한한 그녀의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위험에 노출된 매춘부로서의 그녀의 삶을 느끼도록 하고, 이러한 점은 그녀의 집이 사적이고 안락하기보다는 무방비하게 노출된 상태라는 것을 극대화 시킨다.
한편, 잔느를 응시하는 관음적 시선은 극 중 인물의 시선, 혹은 극 내부에 존재하는 불특정한 시선뿐만 아니라, 극 밖에서 그녀를 응시하고 있는 관객의 시선이 될 수도 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은 카메라의 시선과 동일시되어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그녀의 3일간의 일상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스크린 밖에서 자신의 삶을 지켜보는 관객과 카메라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데, 이는 스크린이라는 창을 통해 관객이 그녀의 일상을 일방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영화는 관객에게 참여자의 위치 대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인물을 관찰하는 관찰자로서의 위치와 특권적 관점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잔느 딜망>은 잔느의 삶을 반복적이고 단조로우며 평범하게 비추는 한편, 조금씩 변주되는 매일의 행동을 통해 인물의 미묘한 심경 변화와 일상 속 균열을 느끼게 하는데, 이러한 변주는 크게 표현되지는 않을지언정 같은 루틴이 반복될 것으로 생각했던 관객의 예측을 깨트림으로써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행동 변화에 집중하게 하고, 변주가 있기 전까지 일어나는 반복은 집안일, 식사와 같은 재생산의 굴레에 놓인 여성과 그 지속시간을 느끼게 만든다. 한편, 영화에서 등장하는 창살이 있는 '창'의 이미지는 히치콕의 <이창>을 떠올리게 하며, 매춘부라는 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강한 모성애를 보여주는 모습은 오영강의 <신녀>를 연상하게 만든다. 그렇게 <잔느 딜망>에서 잔느라는 여성의 3일간의 일상은, 단조롭고도 위태롭게, 사적인 동시에 공개적으로 흘러간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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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계의 사랑법
해당 리뷰는 씨네랩 초청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등 이미 다수의 로맨스 영화를 감독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님의 신작이다.
주인공인 리쿠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대학시절 운명적으로 만난 아내 미나미와는 결혼한지 8년차. 리쿠는 글을 쓰고 미나미는 음악을 하며 다정히 사랑했던 연애 초반과는 다르게, 이제 그에게 미나미의 내조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미나미에게 보여주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그였지만, 사회적인 성공을 얻기 시작하며 그때의 마음은 퇴색 되었다. 소설의 마지막 탈고를 앞두고 있던 시점, 엔딩을 보여 달라던 미나미의 말을 무시하고 잠든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자신이 알던 현실과는 전혀 다른 평행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리쿠. 아내 미나미가 자신을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오히려 성공한 싱어송라이터로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세계이다. 리쿠는 다시 한 번 그녀와의 사랑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그녀의 마음을 열기 위해 처음부터 다가간다.
평행세계라는 소재를 끌어왔어도 판타지 영화보다는 로맨스 영화에 훨씬 큰 축을 둔 듯 하였다. 특히 로맨스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클리셰적인 연출은 자칫 과하다 느껴질 정도로 부각된 편이다. 클리셰적인 연출이 가장 기능적으로 유려하게 쓰인 부분은 단언컨대 오프닝 타이틀이다. 리쿠와 미나미의 연애 과정은 첫 만남의 파트를 제외하고, 타이틀이 뜨는 동안 전부 관객들에게 보여진다. 뻔하다 느껴질 수도 있으나, 대신 대사 한줄 없어도 '리쿠와 미나미의 행복할 줄 알았던 결혼 생활이 리쿠의 사회적 성공과 함께 빛바랬다'는 긴 시간의 압축을 관객들은 놓침 없이 따라갈 수 있다.
그리고 이미 수없이 다른 영화에서 반복 되었던 클리셰들로 예측 가능한 전개를 만들어내는 이 영화는, 로맨스 장르로써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서브 인물들의 레이어를 통해 만들어낸다. 주인공들 만큼 조연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지는 영화. 주인공들이 메인 스토리를 끌어가는 사이에 조연들이 다채로운 레이어를 만들어낸다.
조연들의 이야기는 이 영화가 단순히 ‘사랑을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도록 깊이를 더한다. 리쿠가 도달한 평행세계는 그냥 우연히 생긴 곳이 아니다. 누군가는 슬픔을 껴안고, 누군가는 자신의 상실을 견디며 끝내 이 삶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는 세계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인물은 리쿠의 선배이다. 이 세계의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지만 그 고통을 세상과 단절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일상을 이어가며 살아간다. 그의 존재는 말하지 않아도 리쿠에게 이렇게 전하는 듯하다. “다시는 사랑할 수 없더라도, 그 사람을 기억하며 살아갈 수는 있어.”
그는 자신의 삶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이 세계에서 리쿠가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다. 리쿠는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지켜보며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감정과 선택 위에 놓여 있었는지를 뒤늦게 알아간다.
더불어 미나미의 할머니는 이 세계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한다. 그녀는 젊은 시절 자신이 간절히 원했던 꿈을 내려놓고, 가족의 탄생을 선택한 인물이다. 결국 선대에 존재했던 그녀의 희생 덕분에 미나미가 살게 되고, 리쿠와 만나고, 리쿠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워진 선택들, 화려하지 않아도 단단한 선택들이 쌓여, 이 세계의 미나미가 지금의 자리에서 노래할 수 있게 되고 저 세계의 리쿠가 미나미를 사랑할 수 있었다. 주인공의 촘촘한 주변 세팅을 통해 이 영화는, 우리가 ‘평범하게 살아간다’고 여겼던 순간들조차 사실은 누군가의 포기와 헌신, 배려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감성적으로 되짚는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결국 리쿠가 도달한 진실은, 자신이 돌아가고 싶어 했던 원래의 세계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지금 이 세계는 누군가의 눈물과 결단, 그리고 사랑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였고, 그는 그 안에서 단지 소비자처럼 사랑을 받아왔을 뿐이라는 자각에 다다른다. 이 영화는 그렇게 말한다. 모든 세계는 결국 누군가가 사랑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고.
그러니 이 영화를 본 우리도 기꺼이 사랑하고, 기꺼이 나를 던져, 누군가의 세계가 되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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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독한 트라우마도 나아지게 되는 날이 온다.
시놉시스
타쿠미 아사는 중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친척인 코다이 마키오가 후견인이 돼주고 타쿠미 아사와 같이 살게 된다. 비참한 심정을 앓게 된 타쿠미 아사에게 중학교 졸업식이 다가오고 자신의 단짝 친구가 그 비밀을 말하게 된다.
결국 중학교 졸업식을 마치지 못하고 달려 나온 타쿠미 아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부모님이 있었던 과거만 바라볼 뿐... 그런데 타쿠미 아사를 곁에서 위로해 주는 코다이 마키오의 뜻밖의 행동에 따뜻함을 느끼는데? 과연 타쿠미 아사와 코다이 마키오는 서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타쿠미 아사는 외로움과 초조함을 달랠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친척인 코다이 마키오에게 어른이 되는 법이 무엇일까 물어보기도 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단짝 친구가 동성애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밴드부 동아리에서 자신이 튀어 보이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그러나 자신은 많이 사랑받지 못한 존재라고 생각이 들은 타쿠미 아사는 코다이 마키오처럼 언제나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코다이 마키오도 자신의 언니인 타쿠미 아사의 엄마를 싫어했고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들이 치부가 되어 기억에 깊이 박혀버렸다.
사실 코다이 마키오는 베스트셀러 소설가였으며 정작 자신은 고양이도 키우지 못하는 형편이었지만 자신의 친척이자 언니의 딸인 타쿠미 아사를 후견인으로 받아들이면서 많은 변화를 얻는다. 예전의 코다이 마키오의 삶은 정돈이 안된 지저분한 방의 책상에서 소설을 적는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된 게 타쿠미 아사의 엄마이자 자신의 언니 때문인데 코다이 마키오가 어렸을 적에 모욕을 많이 받았고 중학생 때 쓴 각본 20장을 버렸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비하하는 말도 서슴지 않게 들었고 그럼으로 인해 크면서 악착같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 원동력이 지금의 소설가를 만들어준 게 아니었을까 싶다.
타쿠미 아사와 코다이 마키오의 관계는 초반에는 서먹했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좋아진다. 타쿠미 아사가 코다이 마키오의 동창 친구를 만나면서 요리 레시피도 배우고 어른이 되는 법도 차차 알게 된다. 또한 코다이 마키오의 전 남자친구에게도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차차 어른이 되어가는 타쿠미 아사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어른 아이처럼 행동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이른 나이에 잃은 타쿠미 아사는 트라우마를 이겨내려 친구 간의 관계도 더 생각했고 주위 사람들의 눈치도 덜 보려고 노력한다. 상처가 깊은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을 했던 타쿠미 아사의 태도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트라우마는 언제나 따라다니고 무섭다. 그걸 이겨내는 행동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큰 사고를 겪은 사람들은 과거에서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언제나 비가 내릴 수만도 없고 언제나 해가 뜰 수많은 없다. 인생이란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없는 미지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자도 이 영화를 보면서 과거의 상처를 긍정적으로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기도 얻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한줄평으로 남기자면?
트라우마의 싸움은 나 자신이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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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2021)
개봉일 : 2021.12.15.(한국 기준)
감독 : 존 왓츠
출연 : 톰 홀랜드, 젠데이아 콜먼, 베네딕트 컴버배치, 존 파브로, 제이콥 배덜런, 마리사 토메이, 알프리드 몰리나
쿠키 영상 : 2개
가장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2016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통해 처음 등장한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개봉 2년이 지난 2021년 12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으로 돌아왔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과연 올해 안에 볼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린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오래 기다린 만큼 팬들의 기대감도 컸기에 항간에 떠도는 소문도 참 많았다. 그 소문들을 믿거나 너무 기대하진 않으려고 했다. 기대하면 그만큼 실망할 이유들이 많아지니까.
처음 마블에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는 소식을 들릴 때쯤, 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 푹 담가져 있었다. 큰 눈을 가진 앤드류 가필드의 인간미 넘치는 스파이더맨이 좋았고, 비록 악역이었지만 치명적이었던 데인 드한의 연기가 좋았다. 거기에 삼부작으로 완성되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바람에 아픈 손가락처럼 더 애착이 갔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앤드류를 뒤로하고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등장이라니. 기대도 됐지만 살짝 못 미덥기도 했다. “과연 어떤 스파이더맨이 나오는지 보자-”싶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톰 홀랜드는 자신이 가진 힘을 힘껏 뿜어내며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만들어갔고, 관객들은 자연히 그에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3대 스파이더맨이 된 톰은 ‘아기 거미’와 ‘톰스파’라는 애칭까지 꿰차며 당당히 어벤져스에 합류했다. 특히 인피니티 워에서는 스파이더맨 때문에 눈물 줄줄 흘리던 관객들도 꽤 많았으니.. 스파이더맨으로서 그의 존재감이 꽤나 톡톡했다는 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성장
토니 스타크가 떠나기 전까지 어벤져스에서 스파이더맨의 이미지는 완전한 히어로라기보단 막내와 어린아이에 가까웠다. 토니에게 수트를 달라고 어리광을 부린다거나, 토니와의 만남에 신나 셀프 카메라를 찍는다거나, 짝사랑하는 MJ 앞에서 어버버 말을 흐린다거나.. 등등. 히어로 캐릭터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어렸던 스파이더맨은 항상 조금씩 어설펐다. 나쁜 뜻은 아니라 딱 그 나이대의 감성이 풍부한, 서툰 소년 같았다는 말이다. (역대 스파이더맨 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대인 것도 한몫했다.)
<엔드게임>이후 개봉한 <파 프롬 홈>에서는 멘토였던 토니를 잃은 피터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 토니의 뜻을 이을 수 있는 ‘히어로’로서의 길을 선택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에 개봉한 <노웨이 홈>에서는 스파이더맨의 눈앞에 닥친 위협 속에서, 스파이더맨과 피터 파커라는 두 개의 인생을 두고 갈등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피터 파커다운 스파이더맨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모두를 돕는 일이다.” 사실 이 두 마디 말이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음을 살짝 잊어가던 참이었다.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비해 어벤져스 시리즈의 스케일이 범우주적으로 넓어지기도 했고, 상대하는 악당들과 스파이더맨의 슈트 능력치 또한 크게 상승했기에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내가 처음 접했던 스파이더맨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또한 매력적이었고, 가끔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느낌보다는 ‘우주를 구한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느낌이 강했다.
서서히 새로운 스파이더맨에 익숙해지고 있던 찰나, <노 웨이홈>은 피터 파커를 다시 피터 파커답게 돌려놓는다.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했던 그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사람의 선함을 믿고, 이웃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소박하고 친절한 옆집 청년 같은 그 스파이더맨처럼 말이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3부작
<노 웨이 홈>은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3부작의 마무리로서 완벽했다고 말하고 싶다. 오랜 시간 만나온 친구, 스파이더맨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했던 시절부터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와 오랜 시간을 쌓아왔기에 세 번째 마무리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꾸준히 이야기를 진행해온 프랜차이즈 영화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 준 캐릭터가 가진 가장 큰 메리트가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시간과 정이라는 게 이렇게 대단하다. 스파이더맨을 보면서 울고 웃었던 시간을 이렇게 한 번에 다시 선물 받다니. 이 영화를 어떻게 아끼지 않을 수 있을까?
사적인 감정을 모두 제외하고 본다면 영화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너무 많아 일회성으로 소모된듯한 빌런의 존재와 가장 임팩트 있어야 할 장면이 다소 심심하게 그려졌다는 것. 닥터 스트레인지의 포지션이 살짝 아쉬웠다는 것.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의미인가. 그게 대수인가! 스파이더맨이 이렇게 돌아왔는데. 실망할 시간 같은 것은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만 글의 상단에선 참겠다. 영화를 보기 전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라면 “그 어떤 스포도 듣지 말고, 아무것도 모른 채 감상하라.”정도가 있겠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시놉시스
‘미스테리오’의 계략으로 세상에 정체가 탄로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는 하루 아침에 평범한 일상을 잃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지만 뜻하지 않게 멀티버스가 열리면서 각기 다른 차원의 불청객들이 나타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드디어 열린 멀티버스
앞선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어벤져스 시리즈>를 거치며 꾸준히 언급됐던 ‘멀티버스’. 그 멀티버스가 드디어 <노 웨이 홈>에서 열렸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포탈을 통해서 말이다.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란 사실이 온 세상에 퍼지고 피터는 스파이더맨인 자신이 소중한 사람들의 인생을 망쳤다며 자책한다.
MJ와 네드의 대학 입시가 좌절되고 사람들은 피터의 집에 벽돌을 던진다. 죄책감에 마음 아파하던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기억을 지우는 주문을 부탁한다. 하지만 피터의 의도치 않은 방해로 인해 주문이 흩어지고 그 결과 평행 우주에서 ‘피터 파커’를 아는 온갖 인물들이 몰려오게 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옥타비우스, 샌드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빌런 일렉트로와 리자드맨.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대 스파이더맨 두 명까지. 빌런들이 우르르 등장할 때부터 이 둘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긴 했지만, 실제로 앤드류 가필드가 등장하는 순간 “내가 이걸 보려고 이 시간들을 견뎠나 보다..”싶으면서 감동이 밀려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이도 저도 아닌 채로 끝나버린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이걸 보려고 버텼나 보다.
삼 스파이더맨의 등장
(이하 톰 홀랜드 = 톰스파, 토비 맥과이어 = 샘스파, 앤드류 가필드 = 어스파로 표기)
메타버스를 통해 만난 스파이더맨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심장이 하늘로 솟았다 곤두박질치듯 강하게 뛰었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 걸까. 벅차오른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었다. 거기에 영화에 가득한 이전작들의 오마쥬 장면들과 고민하고 있는 톰스파에게 건네는 선배 스파이더맨들의 위로까지. 눈물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같은 고민과 비슷한 아픔을 겪고, 결국엔 성장하는 스파이더맨들
‘두 개의 삶’은 역대 스파이더맨 모두가 공통으로 고민했던 문제다. 히어로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삶 or 평범한 피터 파커로서의 삶. 스파이더맨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없고 피터 파커로 산다면 내가 가진 특별한 능력을 세상을 위해 사용할 수 없다. 거기에 시시각각 닥쳐오는 위험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선한 히어로이기 전에 분노할 줄 아는 인간의 본성까지 끄집어내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들 속에서 흔들리는 피터와 끝까지 피터를 잡아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가장 큰 감동 포인트다.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한 사람만 노력해도 세상은 달라진다.” 그리고 피터는 누구보다 특별한 힘을 가졌다는 응원까지. 피터는 사랑하는 이들의 말을 양분 삼아 자신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능력과 선한 본성을 세상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샘스파는 벤 삼촌과 친구 해리를 잃고 슬픔에 빠졌다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어스파는 아버지와 거미에 대해 얽힌 비밀과 두 개의 삶 중에서 고민을 반복하다 선택을 하는 순간에 사랑하는 그웬을 잃게 된다. 포탈을 타고 다시 등장한 그는 여전히 아픔을 극복하지 못한듯한 모습을 보인다. MJ와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톰스파를 지켜보는 그의 눈빛이 다소 씁쓸하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한 장면처럼 먼 바닥으로 추락하는 MJ를 구해낸 어스파는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혀온 죄책감에서 한걸음 벗어난다.
톰스파는 빌런들을 고칠 수 있다며, 인간의 선함을 믿다 메이 큰엄마를 잃는다. 선함을 믿고 모두를 도와야 한다던 메이의 말을 따르며 많은 이들을 도와온 피터의 믿음이 깨지고 그는 폭주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앞서 같은 아픔을 겪어본 선배 스파이더맨들은 톰스파의 분노를 막고, 마음을 되돌려놓는다.
도덕성과 선함은 약점이 아니다
피터가 여러 평행 우주에서 온 빌런들을 되돌려보내지 않은 이유는 그들을 고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사람의 본성과 운명은 바꿀 수 없다며 주문을 강행하려 하지만 피터는 달랐다. 피터는 메이 큰엄마의 말을 따라 빌런들을 고쳐놓기로 결심한다.
피터는 모두가 믿지 않고, 모두가 안될 거라 말한 일을 해낸다. 정확히 말하면 세 명의 피터 파커가. “너의 약점은 도덕성”이라고 비웃던 빌런을 고치고, 미스테리우스가 옳았다며 스파이더맨을 비난하는 세상을 한 번 더 구한다. 스파이더맨은 남들이 약점이라 생각하는 ‘선함’을 가슴 중심에 품고 오늘도 묵묵히 누군가를 구한다.
다시 처음으로
막을 수 없을 만큼 몰려오는 평행 우주의 존재들을 보며 피터는 큰 결심을 한다. 사랑하는 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멋진 슈트와 비록 익명이지만 우주를 구한 스파이더맨이라는 명성, 집과 친구들. 모든 걸 포기한 피터는 소중한 친구들이 남긴 흔적을 들고 작은 방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네드와 조립했던 레고 캐릭터와 MJ가 건넨 커피. 그리고 책상에 널브러진 천 조각들과 새로운 스파이더맨 슈트.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스파이더맨이 해야 할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보인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이렇게 자연스레 스파이더맨이 어벤져스의 세계관에서 퇴장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발로 뛰고 구르며 다시 어벤져스의 스파이더맨이 될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3편을 추가 계약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고, 톰 홀랜드의 말을 보다 보면 그의 피터 파커를 보내줄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또다시 만날 날이 온다면 <노웨이홈>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적절한 쉼표로 기억될 것이고, 이렇게 끝나게 된다면 아름다운 마침표로 기억될 것이다.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는 어째 항상 짠하고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초월적 힘을 가진 히어로라기보단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인간적이고 친절한 이웃의 느낌이 더 강해서 그런 걸까? 처음으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접한 지 10년이 더 지났다. 나의 첫 번째 히어로 스파이더맨, 그와 쌓아온 시간이 내 마음속에 이렇게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앞으로 이 시리즈가 어떻게 될진 몰라도, 난 이 영화를 끊임없이 찾고, 또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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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희, 침투의 미학
영화사가 시작되고 인간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무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 기술적 한계로 지구란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던 이야기는 VFX의 발달로 무한한 상상력과 함께 우주로 향해갔다. 기술적으로 우주에 대한 표현은 정교해졌지만 크리스토퍼 놀란급의 과학적 열정 없이는 소소한 오류들이 발견되곤 한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설명이 충분하다면 개의치 않고 영화를 즐겁게 관람한다. 사실 현실에 가까운 우주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 것이다. 우리는 실제에 기반한 다큐보단 누군가에 의해 재창조된 우주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인간에게 적절한 방향성을 지닌 영화의 파급력은 빅뱅급의 위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폭발적인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고 우리는 그곳을 탐험하기 시작한다.
조성희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세계관이란 어떤 것일까? 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일반적이진 않을지라도 가족의 형태를 유지하는 이들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삶에 더 이질적인 존재들의 간섭이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서서히 꼬여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사건건 발생하는 침투를 관대하게 용인하는 것이 조성희 감독이 추구하는 궁극의 미학이며, 이는 작품 속에서 훌륭하게 작동한다.
당연하게도 외부로부터의 침투는 일방적인 폭력이다. 누구에게나 불편한 상황이지만 조성희 감독은 특유의 접근법을 통해 부드럽지만 폭력보다 강력한 설득력을 지닌 제스처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가 노자의 가르침을 배운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방도는 없지만 때로는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부드러움이란 천진난만한 아이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남매의 집>을 시작으로 그가 연출한 모든 작품 속에 아이들이 나오는다는 것은 가족을 강조하는 감독의 고집과 등장만으로 마음의 무장이 해제되는 마법 같은 힘 때문일지도 모른다(<잠복근무>에선 범인을 검거하는 살 얼음 판 위에서 철부지 아이 같은 친구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 속 아이들은 일반적인 것과 결이 다른 인물들에게 불편함을 선사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그리고 대게 그들의 천진함이 수많은 사건들을 야기하는 방아쇠가 되며, 이는 자칫 관객에게조차 불편한 존재가 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조성희 감독은 아이들을 고집한다. 아이들의 천진함을 무기로 그의 세계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인물의 세계에 끊임없이 침투를 강행한다. 대게 침투를 받는 이들은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조성희 감독은 아이들을 통해 경각심 가득한 메시지를 보낸다.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에겐 미래란 없다. 단지 과거에 갇혀 스스로 정한 궁극적인 목표를 이룰 때까지 아등바등거릴 뿐이다. 이들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아이들의 미래를 송두리째 뽑으려는 시도조차 불사한다. 쉴 틈 없이 살아가던 이들에게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침투를 통해 미래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게 된다. 자신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아이들은 순식간에 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그 순간부터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처음엔 귀찮아 대답조차 않던 이들이 어느 순간 자신을 곱씹기 시작하면서 인물들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태호는 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수양딸 순이의 죽음이 부족한 돈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태호의 집착은 결국 돈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지만 세상을 이루는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꽃님이를 잃고 만다. 드디어 순이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태호는 죽은 딸의 노트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몰랐던 페이지를 발견하게 되면서 행복이란 돈이 아닌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과거에 갇혀있던 태호는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꽃님이란 미래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의 변화는 아이들이란 미래를 지키는 것을 통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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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와 함께 내리는 첫사랑 이야기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라는 노래 제목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영화 <클래식>. 보지도 않았지만 그것이 명장면이고 그게 다일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명장면은 따로 있었고, 이렇게나 애틋한 멜로 영화인지도 몰랐었다. 아마 가을밤마다 생각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 <클래식> 시놉시스
우연히, 우연히, 우연히... 그러나... 반드시 잊혀진 약속이 깨어났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지혜와 수경은 연극반 선배 상민을 좋아한다. 하지만 호들갑스런 수경이 상민에게 보낼 편지의 대필을 부탁하고, 지혜는 수경의 이름으로 상민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고백한다. 지혜의 편지로 맺어진 수경과 상민이 가까워지면서 지혜는 괜한 죄의식에 상민을 멀리 하려 하지만, 우연하게도 자꾸만 마주치게 된다.
오래 전, 사랑은 이미 시작되었다.
한편, 아빠를 일찍 여읜 지혜는 지금은 해외 여행 중인 엄마 주희와 단둘이 살다. 엄마의 빈자리를 털기 위해 다락방을 청소하던 지혜는 우연히 엄마의 비밀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주희의 첫사랑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비밀 상자를 보면서 지혜는 엄마의 클래식한 사랑을 조금씩 알게 된다.
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이 들려온다!!
1968년 여름. 방학을 맞아 시골 삼촌댁에 간 준하는 그곳에서 성주희를 만나, 한눈에 그녀에게 매료된다. 그런 주희가 자신에게만 은밀하게 '귀신 나오는 집'에 동행해줄 것을 부탁해온다. 흔쾌히 수락한 준하는 흥분된 마음을 가까스로 누르며 주희와의 약속 장소에 나간다. 그런데 갑작스런 소나기를 만나 배가 떠내려가면서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이 일로 주희는 집안 어른에게 심한 꾸중을 듣고 수원으로 보내진다. 작별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 주희를 향한 준하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준하는 친구 태수에게 연애편지의 대필을 부탁받는데, 상대가 주희란 사실에 깜짝 놀란다. 하지만 태수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태수의 이름으로 자신의 마음을 담아 주희에게 편지를 쓴다. 운명이 던져준 또 한번의 인연 편지를 대신 써주며 사랑이 깊어간 엄마와 자신의 묘하게도 닮은 첫사랑. 이 우연의 일치에 내심 의아해하는 지혜는 상민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어만 간다. 하지만 이미 친구의 연인이 되어버린 그를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클래식>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비와 함께하는 영화
많은 사람들이 느꼈겠지만 영화 <클래식>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가 많이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주희와 준하의 만남 이야기가 소나기의 소년과 소녀처럼 소나기를 피해 놀다가 소녀가 감기가 들고 연락이 두절된 것과 비슷하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속 소녀 주희는 죽지 않았지만 그 메인테마가 굉장히 비슷했다. 그래서 소설 <소나기>의 뒷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주희와 준하의 이야기뿐 아니라 현대로 돌아와 지혜와 상민 역시 서로 가까워지는 계기가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우산이 있지만 우산이 없는 척 서로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는 지혜와 상민. 이렇게 비라는 존재가 사람의 물리적 거리를 가깝게 만들어주고 어찌보면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통해 단 둘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의 기억 속에 각인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OST에 취하다
사실 가사가 있는 음악이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되면 개인적으로 몰입도가 깨지는 편이다. 물론 뮤지컬 영화는 상관없다. 이 영화를 위해 제작된 노래가 아니라 이미 발매돼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 영화 속에 등장하면 갑자기 영화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로 복귀하면서 와장창 몰입도가 깨지는 경우가 발생해서 그 시대를 보여주는 특별한 요소가 아닌 이상 웬만하면 기성곡을 잘 쓰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영화 <클래식>에서는 기성곡을 그 시대의 분위기와 너무 잘 맞게 표현을 해내서 오히려 음악이 영화빨을 받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과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아니었음을’ 이 두 곡이 절묘하게 영화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어서 이렇게 기성곡을 잘 활용한 영화 작품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틋한 감정을 심어놓다
사실 영화 <클래식>을 이성적으로 본다면 비판할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 연결이 좀 뚝뚝 끊기는 느낌도 들고 갑자기 자살소동으로 치닫는 상황과 월남전쟁으로의 파병 등 멜로로 잘 나가다가 자극적이고 개연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물음표가 머릿 속에 동동 떠다니는 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판타지를 잘 활용한 영화였다. 사람들은 사랑을 할 때 철저하게 이성적으로 무언가를 따지고 재지 않는다. 물론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저 좋아하기 때문에 넘어가는 부분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영화 <클래식>을 보면서 느낀 점은 영화의 연출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대할 때 이성적으로 보게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사랑이라는 판타지에 주목해서 보게끔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종종 튀는 장면이 있더라도 넘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 시대의 감성에 파고들고, 그 애틋한 감정이 관객의 마음 속에 영화 초반부터 심어지다 보니 중간중간 불현 듯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크게 개의치 않고 넘어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영화 제목 클래식 답게 멜로의 클래식을 잘 보여준 영화 <클래식>. 그 시대의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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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시상 결과 발표
지난 4월 28일부터 진행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오늘(5월 7일) 그 막을 내렸는데요! 폐막작 <풀타임> 상영 후 10일 간의 축제를 마무리한 전주국제영화제를 빛내준 57개국의 217편의 작품들에 감사를 표하며, 지난 5월 4일(수)에 전주돔에서 열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시상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씨네랩이 함께한 그 영광의 순간과. 2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의 뜨거운 열기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을 공유하며, 앞으로 오프라인에서 열릴 수많은 축제와 영화제를 기약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지금부터, 철저한 방역수칙 아래 진행된 시상식의 주인공들을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국제경쟁 부문 대상, <고독의 지리학>
Geographies of Solitude
다큐멘터리 | 캐나다 | 2022 | 103분
감독 : 재클린 밀스 | 출연 : 조이 루커스
캐나다 노바스코사주 해역의 외딴곳, 세이블섬에 두 여성이 있다. 환경 보호 활동가인 조이 루커스는 1970년대에 처음 이 섬에 당도했을 때 미술학도였다. 조이가 이 가느다란 당에서 지낸 세월은 벌써 수십 년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왔다.
일정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재클린 밀스' 감독은 문성경 프로그래머의 입을 빌려 수상 소감을 전했는데요. <고독한 지리학>은 집밥처럼 소박하고 편안한 영화"라고 소개하며, "대단한 영광의 의미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기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렸다."고 전함과 동시에, 이 영화를 선보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전주국제영화제에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국제경쟁 심사위원 4인은 수상작을 전함에 있어, 굉장히 많은 논의를 나누었지만 "대상" 부문에 있어서는 이견 없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하였는데요. 이는 매진 행렬을 이어간 <고독의 지리학>의 작품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국제경쟁 부문 작품상, <시계공장의 아나키스트>
Unrest
역사 | 스위스 | 2022 | 93분
감독 : 시릴 쇼이블린 | 출연 : 클라라 고스틴스키, 발렌틴 메르츠
19세기,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며 시계를 만드는 스위스 한 마을은 변화를 겪는다. 이 마을에서 조용히 일어난 무정보주의 운동 지지 현장에서 한 러시아인 여행자와 시계 공장 노동자가 만난다.
국제경쟁 감독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시릴 쇼이블린 감독은 전주에 온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도시라며 영화제의 도시 '전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국제경쟁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 <도쿄의 쿠르드족>, <스파이의 침묵>
좌 : TOKYO KURDS 우 : The Silence of the Mole
다큐멘터리 | 일본 | 2021 | 105분
감독 : 휴가 후미아리 | 출연 : Ozan, Ramazan, Mehmet
터키 쿠르드족 난민이 일본으로 와 도쿄 교외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다. 현재 그 수는 2천여 명에 달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불법 이민자 신세다. 여기에 오잔(18), 라마잔(19), 메흐메트(38)가 살고있다.
다큐멘터리 | 과테말라 | 2021 | 91분
감독 : 아나이스 타라세나 | 출연 : Elías BARAHONA, Carlos OBREGÓN
영화는 과테말라 역사상 가장 억압적이었던 정부에 잠입한 한 저널리스트의 삶을 쫓으며, 침묵을 강요당한 나라의 기억으로 우리를 이끈다.
국제경쟁 심사위원특별상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은 두 작품은 국가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한 작품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직시해야 할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은 관객들이 꼭 봐야할 영화이기도 합니다. 특히 많은 수의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과테말라의 이야기를 다룬 '아나이스 타라세나' 감독은 "이번 수상이 과테말라 영화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국경쟁 부문 대상, <정순>
Jeong-sun
드라마 | 한국 | 2021 | 105분
감독 : 정지혜 | 출연 : 김금순, 윤금선아
동네 식품공장에서 일하는 정순은 세월에 억척스러워질 법도 한데 그 이름처럼 정순하게 살아간다. 그런 정순에게 공장 동료이자 또래인 영수가 다가온다.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며 둘만의 은밀한 관계를 즐기고, 영수는 그 관계를 휴대폰 카메라로 담는 것을 즐기는데... 그러던 어느 날,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한국경쟁 부문 영광의 대상의 주인공인 '정지혜' 감독은 "저희 영화가 너무 작은 영화여서 배우분들과 제작진분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고 말하며 모든 스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는데요. 어려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힘든 역할을 맡아준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렸습니다. 이와 함께, 아직도 정순과 같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모든 정순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냈습니다.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 <윤시내가 사라졌다> - 오민애 배우/<사랑의 고고학> - 옥자연 배우
좌 : <윤시내가 사라졌다>의 오민애 배우 우 : <사랑의 고고학>
드라마 | 한국 | 2021 | 108분
감독 : 김진화 | 출연 : 이주영, 오민애
이 시대의 '관종' 유튜버, 장하다는 한물간 인기를 되찾고자 사생활까지 팔아가며 구독자를 모은다. 그러던 어느 날 전설의 가수 윤시내가 사라진다! 이에 장하다는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로 활동하는 엄마를 라이브 방송 소재로 삼아 구독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어낸다. 한편, 꿈의 무대를 잃고 절망에 빠진 연시내는 동료 이미테이션 가수 '운시내'와 함께 윤시내를 찾아 떠나기로 하고, 장하다는 그들 몰래 라이브 방송을 꾸민다.
드라마 | 한국, 프랑스 | 2022 | 168분
감독 : 이완민 | 출연 : 옥자영, 기윤
영실과 인식은 만난 지 8시간 만에 연인이 된다. 인식은 영실이 자유로운 영혼이라 확신한다. 불안한 인식은 영실로부터 어더한 상황에서도 함께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내고, 영실은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헤어진 후에도 매일 연락을 주고받던 두 사람. 8년 후, 영실은 우도에게 설렘을 느끼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한국경쟁 부문 배우상 첫 번째 수상자인 '오민애' 배우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 일을 3년만 더 해보자 했는데, 올해가 4년째,"라고 말하며, 무명생활을 오래 버티고 있을 배우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언급하여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다른 일정으로 시상식에 불참한 '옥자연' 배우는 프로그래머를 통해 긴 수상 소감을 전했는데요. 오랜만에 축제답게 치뤄지는 축제인데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여 애석하다고 말하며, 배우와 인물이 교차되는 값진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던 작품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CGV 아트하우스상 배급지원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2관왕, <경아의 딸>
드라마 | 한국 | 2022 | 118분
감독 : 김정은 | 출연 : 김정영, 하윤경
요양 보호사로 일하며 홀로 살아가는 경아. 의지할 곳은 딸 연수뿐이지만 연수가 독립한 뒤부터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한편, 전 남친 상현에게 시달리던 연수는 최후의 이별 통보를 한 뒤 본가에 다녀온다. 연수가 떠난 뒤 경아는 낯선 이로부터 충격적인 메시지를 받게 된다.
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2관왕을 수상한 <경아의 딸>의 김정은 감독은, 작품은 '연주'가 어떻게 수렁에서 탈출하는지에 강조점을 둔 영화라고 말하며, 2018년도부터 4년 정도 준비한 작품에 대하여, 너무나도 필요한 이야기이지만 무겁고 예민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피해자분들이 혹시나 이 영화를 보고 상처를 입거나, 그 분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 하여 많이 힘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이 어려운 역할을 해준 배우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n번방에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진심어린 소감을 전했습니다.
CGV 아트하우스상 창작지원상, <비밀의 언덕>
The Hill of Secrets
드라마 | 한국 | 2022 | 122분
감독 : 이지은 | 출연 : 문승아
감수성이 풍부하고, 섬세하고, 예민한 열두 살 소녀 명은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과 가족에 대해 알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
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비밀의 언덕>의 이지은 감독은 '명은' 역의 문승아 배우와 시상대에 함께 올라 기쁨을 나누었는데요. 창작을 하며 상을 기대하면 건강에 안 좋다는 걸 알기에 기대를 하지 않고 왔다고 말하며, 문승아 배우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습니다. 문승아 배우는 특히 레드카펫에서 '갸루피쓰'를 선보이며, 젊은 감성을 한껏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국 단편경쟁 대상, <유빈과 건>
In The Dry Stream
드라마 | 한국 | 2022 | 26분
감독 : 강지효 | 출연 : 윤희성, 장시우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 깊숙한 곳에 유빈과 건, 두 아이가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두 친구. 그들에게 건천은 최고의 집이자 놀이터이나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많은 후보작 중 한국단편 경쟁 '대상'의 영예를 안은 <유빈과 건>의 강지효 감독은 "상상도 못 했던 상이다. 고향 제주와 관련된 작품을 촬영해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는데요. 강지효 감독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바입니다.
한국 단편경쟁 감독상, <트랜짓>
Transit
드라마 | 한국 | 2022 | 28분
감독 : 문혜인 | 출연 : 우지현, 김규나
시작 단계의 아역배우 백호와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한 트랜스젠더 조명기사 미호. 둘은 어쩐지 현장의 구석 어딘가에서 자꾸만 마주친다.
단편경쟁 감독상의 주인공인 '문혜인' 감독은 "사실 저는 독립영화에서 배우로 오래 활동을 해왔고, 이런저런 시간들을 지나면서 스스로에게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하던 와중에 글을 쓰고 연출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는데요. 조금은 해이감을 갖고 있던 영화를 만드는 것, 영화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 좋은 마음으로, 좋은 지향점을 갖고 영화에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단편경쟁 심사위원특별상, <분더카머 10.0>
Wunderkammer 10.0
실험 | 한국, 네덜란드 | 2021 | 32분
감독 : 기예림, 박소윤, 정인우 | 출연 : 이상하, 한누리, 위다나
미래의 한 가상 도시. 보다 안정적이고 빠른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운영 체제 '분더카머 10.0(Wunderkammer 10.0)'은 지도 데이터를 크롤링해 스스로 학습한다. 특정 타임라인 내의 데이터에만 한정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맞닥뜨린 분더카머는 인터넷에서 오래전 만료된 여행 블로그를 발견한다.
한국단편경쟁 심사위원특별상의 영예는 <분더카머 10.0>에게 돌아갔는데요. 수상의 영광을 안은 주인공은 "영화가 많이 실험적이라 걱정하기도 했고, 영화제에서 틀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상까지 주셔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왓챠가 주목한 단편상, <그렇고 그런 사이>/<29번째 호흡>/<새벽 두 시에 불을 붙여>/<겹겹이 여름>/<트레이드>
한국 | 2022 | 30분
감독 : 김인혜 | 출연 : 주가영, 김강휘
선지는 새언니가 된 친구 진희와 제사상에 올릴 전을 부친다. 분명 결혼 전까진 쿨한 친구였는데, 오늘따라 진희가 엄마 영순을 대하는 태도가 불편하다
한국 | 2022 | 27분
감독 : 국중이 | 출연 : 전아희, 한성수
아희는 처음부터 좀비를 연기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도전이었고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좀비로만 쓰임을 당하고, 다신 좀비를 안 하겠다 다짐하지만 결국 좀비로 현장을 향하게 되는데...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아희는 슛이 들어가자 알 수 없는 행동으로 이제껏 쌓은 자신의 감정을 모두 분출해내고 만다.
한국 | 2022 | 19분
감독 : 유종석 | 출연 : 조은형, 한성민
1995년 화원여자기술학원. 서리는 이곳에서 있었던 화재 사건과 유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토록 불을 두려워했지만 기어코 불을 보고자 했던 소녀에 대해
한국 | 2022 | 34분
감독 : 백시원 | 출연 : 이노아, 김우겸
여름날. 헤어진 연인이 우연히 마주친다. 이들의 우연한 만남은 둘 간의 10년의 세월을 거쳐 세 번의 각기 다른 여름날로 이어진다.
한국 | 2022 | 29분
감독 : 김민주 | 출연 : 심혜인
무한한 경쟁 저 너머 위로 올라가고픈 도경과 이미 한참 전에 밀려난 병태. 서글픈 청춘. 도경은 임용고시 공부와 편의점 알바를 병행한다. 한편 병태는 노모를 부양할 돈이 없어 쩔쩔맨다. 병태가 간신히 돈을 구할 방법을 마련할 찰나. 도경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 마는데. 한밤의 편의점, 서로를 끌어내리기 전까지 그들은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다큐멘터리상, <2차 송환>
다큐멘터리 | 한국 | 2022 | 156분
감독 : 김동원 | 출연 : 김영식, 고 문상봉
2000년 남북화해시대를 맞아 63명의 간첩 출신 장기수가 북으로 송환됐으나, 전향 장기수들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2001년 이들은 '전향무효선언'을 하고 2차 송환 운동을 전개한다. 좌우 대립이 심각한 남한 사회의 정치적 현실 속에서 북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전향 장기수들의 희망과 절망, 30년간 그들을 지켜본 감독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휴먼 스토리.
다큐멘터리상의 심사를 맡은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영화제는 항상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기 위해 애쓰는 곳"이라고 말하며, 올해 다큐멘터리상은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그 가치에 주목하였다고 심사 총평을 밝혔는데요. 수상의 주인공, <2차 송환>의 '김동원' 감독은 작품은 남한 사회의 정치적 현실 속에서 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담은 작품이라 밝히며, 작품의 주인공인 '김명식' 선생이 전주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기에 더욱 뜻깊은 상이라 말하면서도, 많이 옅어진 남북 관계와 송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하였습니다.
J비전상, <문제없어요♪>
No Problem
드라마 | 한국 | 2022 | 15분
감독 : 고경수 | 출연 : 김예지, 김우택
예지의 소화 불량 고백하기.
J비전상을 수상한 <문제없어요>의 고경수 감독은 포기하지 않게 응원해준 친구들에게 전하는 감사인사와 함께, 포기하지 않겠다는 짧고 굵은 수상소감을 전하였습니다.
넷팩상, <UFO를 찾아서>
Journey to the West
중국 | 2021 | 111분
감독 : 쿵다산
빈털터리 중년 남성 탕즈쥔은 SF 잡지의 편집장이다. 평생 그를 애먹여온 의문은 외계인을 찾기 위한 또 다른 여정으로 그를 이끈다.
넷팩상 부문 심사위원들은 기발함으로 가득했던 작품이라며 <UFO를 찾아서>에게 수상을 안겼는데요. 비경쟁 섹션 아시아 상영작 중 1편을 선정하는 넷팩상의 영광을 안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5월 25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더 노비스>부터, 각종 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단편들까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소중한 작품들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리며, 앞으로도 다양한 영화제 소식을 공유해드릴 수 있게 노력하는 씨네랩이 되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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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러의 보디가드2」 데드풀 닉 퓨리가 서로 죽이려는(?) 액션영화
? "킬러의 보디가드2 -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 보기 전, "킬러의 보디가드"
결말포함 스토리 요약 그리고 영화 속 메시지, 속편 정보- 킬러의 보디가드 영화정보
감독: 패트릭 휴즈
제작: 마크 길, 데이나 골드버그, 매튜 오툴, 존 톰슨, 레스 웰던
각본: 톰 오코너
출연:라이언 레이놀즈, 새뮤얼 L. 잭슨 외
장르: 액션, 코미디
음악: 아틀리 외르바르손
제작사: 밀레니엄 픽처스, 크리스털 픽처스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 JNC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2017년 8월 18일 한국 2017년 8월 30일
상영 시간: 118분
제작비: $30,000,000
북미 박스오피스: $75,468,583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176,586,701 (최종)
대한민국 총 관객수: 1,721,757명 (최종)- 킬러의 아내의 보디가드(킬러의 보디가드2) 영화정보
장르: 액션, 코미디
감독: 패트릭 휴즈
각본: 톰 오코너
제작: 크리스타 캠벨, 라티 그로브맨, 매튜 오툴
주연: 라이언 레이놀즈, 새뮤얼 L. 잭슨, 셀마 헤이엑 외
촬영: 테리 스테이시
음악: 아틀리 외르바르손
제작사: 밀레니엄 미디어, 서밋 엔터테인먼트, 캠벨 그로브맨 필름
배급사: 라이언스게이트
개봉일 미국 2021년 6월 16일
#킬러의아내의보디가드 #킬러의보디가드2 #킬러의보디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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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육사오> 캐릭터 예고편
속보] 세계최초 로또(?) 비정상 회담 성사! 57억 당첨금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 로또 주운 팀 VS 다시 주운 팀 당첨금 GET할 팀 궁예하고 예매권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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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티저 예고편
서울에서 사업으로 잘나간다는 형 토오루(오다기리 죠)의 말만 믿고
아들을 데리고 무작정 한국으로 날아온 츠요시(이케마츠 소스케)는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형 때문에 하루아침에 낯선 서울 길바닥에 나앉을 위기에 처한다.
그러자 토오루는 기발한 사업 아이템이 있다며 좌절한 츠요시를 꼬셔 강릉으로 향하고,
기차 안에서 우연히 사연이 가득해 보이는 삼 남매
솔(최희서), 봄(김예은), 정우(김민재)를 만나 동행하게 되는데…
불운만 가득했던 인생에 벌어진 우연 같은 운명!
기적이 간절할 때, 우리는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