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12 10:48:36
3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심리 파괴 스릴러 <침범> 개봉 줄거리 예고편

연극,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곽선영 배우의 첫 스크린 데뷔작 <침범>이 드디어 개봉합니다!
<침범>은 자신의 딸 소현이 남들과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챈 싱글맘 영은의 고군분투와 20년 후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곽선영 배우와 더불어, 권유리, 이설, 기소유 배우의 호연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더욱 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던 <에밀리아 페레즈>도 드디어 국내에서도 관객들과 만납니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공개된 후, 관객들의 다양한 논의로 더욱 주목받았었죠. 과연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침범
Somebody

개요: 미스터리 | 대한민국 | 112분
감독: 김여정, 이정찬
주연: 곽선영, 유리, 이설, 기소유
개봉: 2025.03.12.
배급: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줄거리
“나랑 엄마는 못 가겠네요. 천국에”
기이한 행동을 하는 7살 딸 소현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싱글맘 영은.
소현의 위태로운 행동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영은의 평범한 삶은 망가져 가고, 소현은 점점 더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어릴 적 기억이 없어. 그래서 사람을 잘 못 믿어”
20년 후,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고 특수 청소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민.
어느 날 그의 앞에 해맑은 얼굴의 침입자 해영이 나타난다.
자신이 쌓아온 일상의 틈을 아무렇지 않게 비집고 들어오는 해영에게 민은 묘한 불안감을 느끼는데...
네가 선을 넘은 순간, 균열은 시작되었다!
에밀리아 페레즈
Emilia Perez

개요: 뮤지컬 | 프랑스 | 133분
감독: 자크 오디아르
주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조 샐다나, 셀레나 고메즈
개봉: 2025.03.12.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줄거리
능력 있는 변호사 ‘리타’는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의뢰를 받고 베일에 싸인 멕시코 갱단 보스 ‘델 몬테’를 만나러 간다.
그의 요청은 놀랍게도 ‘자신이 여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달라는 것’.
리타는 델 몬테가 이전의 삶을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한다.
그리고 마침내 새롭게 탄생한 그녀, ‘에밀리아 페레즈’가 세상에 나타나면서 모두의 인생에 2막이 오른다.
화이트 버드
White Bird

개요: 드라마 | 미국 | 121분
감독: 마크 포스터
주연: 아리엘라 글레이저, 올란도 슈워드, 브라이스 게이사르, 질리언 앤더슨, 헬렌 미렌
개봉: 2025.03.12.
배급: (주)올랄라스토리

줄거리
“더 깊은 어둠이 온다 해도 나는 너를 구할 거야”
불편한 다리를 가졌다는 이유로 따돌림 당하는 소년 ‘줄리안’은 어느 날, 깊은 어둠에 갇혀버린 소녀 ‘사라’를 구한다.
자신의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줄리안’과 가족들은 ‘사라’를 끝까지 지키려 한다.
“넌 나한테 잘해주는 구나. 난 네게 잘해 준 적 없는데” “그래도 넌 항상 달랐어”
하지만 또 다시 예상치 못한 사건이 그들에게 다가오는데...
서로를 비추는 유일한 빛이 된 소년과 소녀. 세상을 바꿀 단 하나의 러브 스토리!
노보케인
Novocaine

개요: 액션 | 미국 | 110분
감독: 댄 버크, 로버트 올슨
주연: 잭 퀘이드, 엠버 미드썬더, 레이 니콜슨, 제이콥 배덜런
개봉: 2025.03.12.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그녀만 구할 수 있다면 멍들고, 찢기고, 부딪히고, 튀겨져도 괜찮아!
평범한 외모, 평범한 성격, 평범한 직업, 이보다 더 평범할 수 없는 은행원 ‘네이선 케인’은 남들과 다른 비밀을 숨기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선천성 무통각증으로 신체적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
첫눈에 반한 직장 동료 ‘셰리’와 완벽한 첫 데이트 후 설레는 마음도 잠시, 은행에 들이닥친 무장 강도단에게 ‘셰리’가 인질로 납치되고 만다.
오직 그녀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강도를 쫓던 ‘네이선’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사용해 온몸을 무기 삼아 극한의 위험 속에 뛰어드는데…
통파민 폭발! 현실 고통 마비시킬 ‘쎈’ 한방이 온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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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타란티노 입문기
이은경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이하 <원스... 할리우드>)는 나를 쿠엔틴 타란티노의 세계에 처음 입문하게 해준 작품이다. 작년 어느 날, 동아리 단체 톡방에서 한 회원이 이 영화를 추천해주기 전까지는 감독과 그의 영화에 대해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나름 유명한 영화들은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내가 <원스... 할리우드>를 보게된 결정적인 요인은 주연 배우들이다. 무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의 조합은 안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특히 나는 중년이 된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무척 궁금했다. 나에게 디카프리오는 여전히 파릇파릇한 20대 청년의 모습으로 멈춰있었고 그가 30세의 나이에 찍은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내가 본 그의 마지막 연기였다. 어쩌면 일부러 안 찾아봤을 수 있다. 전설로 기억되고 있는 그의 유년시절을 나는 아직 보내줄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원스... 할리우드>는 넷플릭스에 이미 공개되어 있었던 덕분에 쾌적한 환경(좋은 화질과 좋은 자막)에서 바로 감상할 수 있었다.
러닝타임은 2시간 40분으로 꽤 길었고 후반 전까지 전개가 빠르지 않고 여유롭게 진행된다. 감독의 몇몇 팬들의 리뷰를 보면 타란티노답지 않게 지루하다라는 말이 나왔으나 나는 감독이 연출한 60년대 미국 할리우드 모습을 마치 전시회 온듯 감상하다보니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믿고 보는 두 주연배우의 농익은 연기력은 역시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었다. 작품 속 릭 달튼(디카프리오)과 클리프(브래드 피트)의 케미도 의외로 굉장히 좋았다. 둘이 같이 있는 장면보다 각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더 비중있게 나오기는 하지만 둘이서 연기할 때나 혼자 연기할 때나 영화를 이끄는 힘이 똑같이 강하게 느껴졌다. 대배우들의 롱런은 다 이유가 있는듯 싶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69년의 할리우드다.
영화 극초반부터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언급되면서 벌어질 사건을 암시해준다. 그 사건의 모티브는 할리우드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꼽히는 맨슨 패밀리의 폴란스키 가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을 바탕으로 둔 대신 실제와 허구를 적절하게 섞어서 역으로 살인범에 복수하는 통쾌한 이야기로 변신했다. 일종의 '대체역사극'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의 사건을 예로 들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영화로 만들되, 피해자 옆집의 두 남자가 범인을 잡아 죽이는 이야기로 각색한 셈이다.
극과는 달리 샤론 테이트가 살해당한 사건이라는 걸 알게 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현실감없는 끔찍한 사건이었기에 이것이 실화라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그녀의 죽음으로 사건이 정리된 매정한 현실에 그저 슬퍼할 따름이었고 50년 늦게나마 마음 속으로 애도를 표했다.
영화 속 샤론 테이트의 모습은 항상 행복하게 그려졌다.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할리우드의 풍경은 평화롭다. 그녀가 거리를 거니는 아름다운 모습과, 극장에서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보며 박장대소하는 관객들의 모습 등, 당시를 살아보지않은 사람이라도 향수가 생기는 듯한 장면들이었다. 자신의 출연 장면을 보고 웃는 관객들을 보며 진심으로 뿌듯해하는 샤론 테이트의 모습은 보는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이처럼 타란티노는 그녀를 그저 억울한 희생자가 아닌 재능과 열정을 갖춘 '배우'로 보여주길 원했다고 한다. 그가 영화인을 얼마나 진중한 자세로 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맨슨 패밀리라는 범죄집단은 찰스 맨슨과 그의 추종자들로 구성되어있다. 맨슨에게 살인 명령을 받은 추종자들은 ‘히피’들이다.
1960년대의 미국 히피 운동은 가존 사회 질서를 부정하고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며, 물질 문명을 부정하고 자연을 중시하는 운동이다.
온갖 좋은 이야기들은 다 포함되어있지만 막상 그들의 문화를 들여다보면 반항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영화 속 히피도 문란하고 퇴폐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우리나라에서의 반항과 미국에서의 반항은 그 레벨이 달라보인다.
정신나가보이는 찰스 맨슨의 모습도 잠깐 나오지만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살인자에게 분량을 내주지 않은 것은 감독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해가 된다.
맨슨 패밀리가 릭 달튼의 집을 습격하는 장면부터 사건이 극단으로 치닫는다.
극 중 맨슨 패밀리의 표적은 폴란스키의 집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끌고 온 자동차 소음에 짜증이 난 릭이 이들에게 고함을 지르자 릭의 집으로 타깃을 변경한다. 여기서 영화 <이웃사람>에서 주차 문제로 마동석과 살인자인 이웃이 대면하는 장면이 떠올라서 섬뜩함을 한번 느꼈다.
결국 맨슨 패밀리 일당은 타깃을 잘못 골라서 클리프와 그의 개, 릭의 화염방사기로 죽임을 당한다.
잔잔하게 흘러가더니만 영화 전반에 억제돼있던 피칠갑의 본능이 후반에 몰아서 터져나왔다. 하지만 액션이라기보다 그냥 내키는대로 패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온갖 비명과 피범벅과 무언가 뜯기고 찔리는 소리가 난무한 장면은 보는 나까지도 고통스러웠다.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맨슨 패밀리가 그토록 잔인하게 살해당해야 할 명분이 없어보여 과격하게 느껴지겠지만 사건을 아는 사람들은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 맨슨 패거리가 저지른 범행은 그보다 더 극악무도했기에 이제보니 감독이 오히려 화를 많이 참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폭력 장면을 만들내는 것이 바로 타란티노 감독의 특기다. 그러나 그의 폭력 장면은 눈에 보이는 잔혹함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그 맥락을 이해했다면 그의 영화를 단순히 폭력적이라고 비난하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릭과 클리프를 동원한 복수전을 다 치룬 후 영화는 완전히 무사한 폴란스키 가의 샤론 테이트 부부와 릭 달튼의 만남으로 막을 내린다. 타란티노는 할리우드를 훼손한 그 날 밤을 지우고, 대신에 릭이 샤론을 만나 꼭 안아주는 전개를 이어갔다. 릭과 스피커로 대화하는 그녀의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부터 다시 할리우드에 평화가 찾아왔다. 폭풍같던 복수전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샤론을 재등장시켜서 그녀와 그녀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위로를 담아냈다.
비록 영화는 감독이 지어낸 판타지 세계였지만 영화를 보는 3시간 동안 만큼은 아름답지도, 재밌지도 않은 현실에 벗어나 이상적인 세계를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물론 실제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 말이다.
비록 배경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봐서 더 재밌게 못 본게 아쉽지만 꼭 아는 지식이 없더라도 명배우들의 연기와 연출과 재밌는 대사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통쾌하고 유쾌하지만 워낙 잔인해서 호불호가 갈린다. 나는 다행히 극호였고 넷플릭스와 왓차를 병행해가면서 시중에 올라온 감독의 작품들을 모조리 찾아봤다. 그래서 비위가 좋고 ‘재밌는’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타란티노의 모든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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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 액트 (The ACT, 2019) - '끊어내지 못한 집착의 말로'
디 액트 (The ACT, 2019)
감독 : 로르 드 끌레르몽-토네르, 스티븐 피에트, 애덤 아킨, 크리스티나 최
출연 : 패트리샤 아퀘트, 조이 킹, 안나소피아 롭, 클로에 세비니, 케일럼 월디
‘끊어내지 못한 집착의 말로’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트린 충격 실화’, ‘아픈 줄로만 알았던 한 소녀의 이중생활’, “날 위해 엄마를 죽여줄래?”
<디 액트>의 홍보영상과 기본 줄거리 설명을 본다면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대략 짐작이 갈 것이다. ‘이중생활을 숨기고 있던 딸이 엄마를 죽이거나, 최소 죽이려고 시도 정도는 할 것이다.’라고. 몇 개의 멘트만 봐도 어느 정도 그려지는 결말을 가진 작품인데, 왜 8부나 되는 이 드라마를 몰입해서 보게 되는 걸까.
<키싱 부스>에 나왔던 그 여배우(조이 킹)가 삭발을 하고, 충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고? <디 액트>가 공개되었다는 소식과 홍보 영상들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궁금하니 1화만 한번 봐보고, 별로다 싶으면 보지 말아야겠다- 하며 1화를 재생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마지막 화까지 모두 달리고 먹먹함과 자유로움, 그 뒤에 따라오는 불쾌감과 이물감을 느끼고 있는 내가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동화 속 공주 같은 삶을 꿈꾸는 소녀 집시 로즈 블랜처드. 오랜 시간 병치레를 해온 딸 집시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어머니 디디 블랜처드. 사춘기에 접어든 집시는 옆집 언니 레이시처럼 화장도 하고 남자친구도 사귀어 보고 싶지만, 디디는 집시를 걱정하며 아무것도 못 하게 한다. 엄마의 손길이 닿지 않는 세상을 향한 집시의 열망이 날로 커질 무렵, 집시는 자신이 아픈 환자가 아니고 그동안 엄마의 과잉보호 속에서 살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두운 비밀로 가득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집시는 홀로서기를 계획하고, 머지않아 엄마에게서 완벽히 벗어날 극단적인 방법을 찾아낸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날 위해서 우리 엄마를 죽여 줄래?”
<디 액트>의 주인공은 집시 로즈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와 엄마 디디다. 남편 없이 아픈 딸을 홀로 키워온 디디는 사랑의 집짓기 프로젝트를 통해 집시와 함께 오래 살수 있는, 진짜 우리 집을 마련하는데 성공한다. 디디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딸 집시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랑한다고 말한다. 집시 또한 웃으며 디디를 바라본다.
동네 사람들의 온정이 담긴 분홍색 집, 귀여운 인형이 가득한 아이의 침실, 아프지만 밝은 웃음을 가진 아이와 그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 외적으론 아무 문제도 없는, 아니 오히려 많은 고난과 역경을 함께 해쳐온 ‘기특한 모녀’의 모습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를 향한 사랑은 집착으로 변하고, 집시의 세상은 엄마 디디의 ‘너를 사랑해서 그래’라는 변명으로 가득해진다. 엄마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해본 적 없었던 집시는 새로 이사 온 마을에서 이웃들을 만나며 엄마에 의해 억압당하고 있던 본능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관념적으로 분홍색과 가장 대비된다고 생각하는 파란색의 집에 살고 있는 이웃, 레이시 모녀는 집시 모녀와 다르다. 레이시는 자유롭게 친구들을 만나고, 화장을 하고, 운전을 하고, 남자친구를 만난다. 핑크색으로 도배된 집시의 집과는 반대로 레이시 모녀의 집은 파란색이며 공주 드레스, 왕관을 제외하고 ‘어른스러운’장신구를 해본 적 없는 집시와 달리 레이시는 마음대로 옷을 입고 남자친구가 준 목걸이를 목에 차고 있다. 레이시의 손길과 알록달록한 색을 가진 화장품이 집시의 얼굴을 스쳐간 날 이후로 집시는 자연스레 또래 아이들의 생활을 궁금해하고, 또 바라게 된다.
“집시에겐 저밖에 없어요.”
디디는 집시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어 한다. 집시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올해의 아동으로 신청하고, 있지도 않은 질환이 있다며 간식조차 먹지 못하게 하고, 사전 설명 없이 집시의 이빨을 뽑는다. ‘내 딸은 내 손안에 있어야 한다.’는 철칙이라도 있는 건지, 집시는 혼자 걸을 수도 씻을 수도 먹을 수도 없다. 휠체어에 앉아 엄마가 갈아 넣어주는 음식을 기다려야 한다.
디디는 작고 약했던 딸이 소녀를 지나 어엿한 성인이 될 무렵까지 가스라이팅을 계속한다. “너는 몸이 약하니까”, “너에겐 엄마밖에 없으니까.”, “너는 나를 사랑하니까.” “우리 사랑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니?”.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 앞에선 딸을 가장 사랑하는 엄마 코스프레를 한다.
그녀는 이제 성인이 된 딸에게 의료보험 카드가 잘못됐다는 거짓말까지 치며 ‘너는 아직 어른이 아닌 내 손안에 있는 아기.’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주입한다. 매일 샤워를 위해 엄마에게 알몸을 보이고 병원을 잘 다녀온 보상으로 폭신한 인형을 선물받고, 엄마의 품 안에서 잠드는 집시는 언제까지나 디디의 아기다. 아니 아기여야만 한다. 디디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디디가 모든 걸 통제하고 집시를 속이려 해도 소녀(Girl)였던 집시가 여자(Women)가 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남자와 성에 대해 눈을 뜬 집시는 이제 자신을 소녀가 아닌 여자로 인식한다. 얌전하게 올려 입었던 드레스의 어깨춤을 살짝 내리고, 코스프레 행사장에서 왕자님을 만났다며 결혼을 생각한다. 너무 오래, 강하게 눌려있어서인지 집시의 욕망과 비밀은 빠르게 자라난다. 자유를 향한 갈망은 다중 인격 장애를 가진 닉을 만나면서 가속도가 붙고, 엄마를 죽이지 않는 이상 자유를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집시는 닉과 함께 디디를 살해하게 된다.
1화부터 4화까지는 'The Act'라는 타이틀이 인물에게 가려져 일부 보이지 않는 형태를 하고 있지만, 집시가 본격적으로 비밀을 갖기 시작하고 성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5화부터는 'The Act'라는 타이틀이 인물의 앞으로 나와 온전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타이틀의 변화는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향한 의지를 갖고 행동하기 시작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집시와 닉이 디디를 살해한 것이 정당하다고 볼 순 없으나 디디가 집시를 평생 동안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한 건 사실이다. 멀쩡히 걸을 수 있는 아이를 자신의 통제권 아래 놓기 위해 휠체어에 앉혔고 성욕과 식욕, 그리고 사회를 향해 보일 수 있는 당연한 호기심마저 ‘하면 안 되는것’이라고 말하며 집시의 모든 행동을 제한한다. 근데 여기서 좀 안타까운 건 디디 또한 자신과 비슷한 엄마 밑에서 자랐다는 것이다.
딸에 대한 집착과 가스라이팅은 당연하게도 대물림되었고, 딸이 엄마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결말까지 고스란히 대물림된다. 디디는 엠마(디디의 엄마)가 자신의 모성애를 무시하고 몸이 약한 딸 집시를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지속적으로 시달린다. 어릴 적부터 엄마의 통제 아래 자란 그녀는 몸이 약한 집시를 두고 교도소에 수감된 후부터 더욱 심한 집착 증세를 보인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날 집시는 디디를 알아보지 못했고, 몸이 약해 특별히 관리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집시는 트램펄린을 타다가 바닥으로 추락한다. 디디의 불안감은 점점 고조된다.
엄마가 우리 딸을 빼앗아갈지도 몰라, 몸이 약한 딸이 언제 다칠지 몰라. 이 두 가지 불안감은 디디를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결국 디디는 집시를 휠체어에 앉히고 병든 엄마에게 내성이 생길 걸 알면서도 새로운 진통제를 쥐여준다. 그리고 디디의 집착과 폭력 아래 자라온 집시는 디디의 등에 꽂을 칼을 산다. 하지만 디디가 죽고도 집시는 디디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집시는 디디의 환영을 보고, 단 걸 먹으면 안 된다고 했던 디디의 말처럼 아이스크림 금지 표시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는다. 그리고 닉은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하게 엄마가 닉에게 먹을 것을 구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모든 행동과 가치관은 디디가 남긴 흔적이었다.
엔딩 장면에서 ‘집시는 복역을 끝마치고 가정을 이룰 예정’이라고 적힌 글씨를 보자마자 나는 이 끔찍한 집착의 고리가 또 이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연관도 없는 내가 그 결정에 대해 뭐라고 말할 자격은 없지만, 그 결정이 또 다른 불행을 만드는 건 아닐까? 집시가 피해자임은 틀림없지만 어쨌든 그 집착과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으니까 말이다.
“휠체어에 갇혀있었어요.” 집시는 이렇게 말한다. 평생을 갇혀있었고 엄마의 등에 칼을 꽂은 그 덕분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그가 나를 구했다고 말이다. 매일같이 사랑한다고 말했던 엄마의 등에 칼을 꽂아야만 하나의 인격체, 온전한 어른이 될 수 있었던 그녀의 운명이 너무도 기구하다.
<디 액트>의 결말을 보고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보고 싶어 여기까지 달려온 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디디가 죽고 나면 속이 시원할 거라 기대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집시를 응원한 것도 아니다. 그저 이 폭력과 집착이 끝나기만을 바랐고, 조금 소름 끼치게도 디디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드디어!”라고 마음속으로 소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사이다 ~ 같은 감정은 아니었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하는 대물림의 순간, 그리고 사랑이라는 변명 아래 행해지는 지독한 폭력. 이 모든 걸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은 또 다른 폭력뿐이었다는 사실이 아쉽고, 안타깝고, 찝찝하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Kyung film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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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최고의 영화 TOP10
베니티 페어(Vanity Fair)는 미국의 연예정보 월간지로, 지난 2020년 1월 봉준호 감독이 커버를 장식하며 화제를 모은 잡지인데요. 1995년 이후, 세계적인 포토그래퍼인 애니 리버비츠 작가가 찍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커버로 쓰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 잡지입니다.
베니티 페어에선 매년 말, '올해 최고의 영화 TOP10'을 발표해왔는데요. 해외 유력 매체인 만큼, 이 리스트는 오스카 시상과 비슷한 결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2020년도 리스트에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과연, 올해는 어떤 작품들이 선정되었으며, 국내에는 언제 소개될 수 있을지 함께 확인해볼까요?
잇츠 CINE PICK!!
10. <베르히만 아일랜드> (Bergman Island)
멜로/로맨스 |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독일 | 105분
감독 : 미아 한센-러브 | 출연 : 비키 크립스, 미아 와시코브스카, 팀 로스
? IMDb 6.7/10 ? Tomatometer 86%
? 제74회 칸 영화제(2021) 황금종려상 경쟁후보작
개봉 : 2022.01 예정
어떤 여름. 전설적인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거주하면서 수많은 걸작을 만들었던 스웨덴의 작은 섬 파뢰에 한 미국인 커플이 도착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감독인 크리스와 토니는 여름휴가 동안 이 평화로운 섬에서 각자 새 시나리오를 집필할 계획이다.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팬들에 따르면 <결혼의 풍경>(1973)의 영향으로 실제 많은 부부가 이혼을 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촬영지인 파뢰섬에서 부부가 함게 창작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야생의 풍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크리스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관객의 눈앞에 생생하게 재현되고, 현실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이면서 영화는 또 다른 차원으로 도약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9. <그린 나이트> (The Green Knight)
모험, 드라마, 판타지 | 아일랜드, 캐나다, 미국, 영국 | 130분
감독 : 데이빗 로워리 | 출연 : 데브 파텔, 알리시아 비칸데르, 조엘 에저튼
? IMDb 6.6/10 ? Tomatometer 89%
? 2021년 한국 평론가 투표 1위
개봉 : 2021.08.05 (한국)
"녹색 기사의 목을 잘라 명예를 지켜라"
크리스마스 이브,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
"가장 용맹한 자, 나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와 재물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단, 1년 후 녹색 예배당에 찾아와 똑같이 자신의 도끼날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이 도전에 응하고
마침내 1년후, 5가지 고난의 관문을 거치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전설이 될 새로운 모험, 너의 목에 명예를 걸어라!
8. <매스> (Mass)
드라마 | 미국| 111분
감독 : 프란 크랜즈 | 출연 : 제이슨 아이삭스, 앤 도드, 마샤 플림튼, 리드 버니
? IMDb 8/10 ? Tomatometer 95%
?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2021) 플래시 포워드상 수상
총격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부모와 사건 가해자의 부모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만나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자식을 잃은 사람들의 분노와 슬픔 그리고 화해까지, 그들의 짧지만 강렬한 대화를 통해 비극적인 과거를 가슴 아프게 그려낸 이 작품은 미국 배우 출신 프란 크랜즈의 데뷔작이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충격적인 주제와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부모들을 연기한 네 배우 모두 아카데미 배우상 후보감으로 손색이 없다 할 정도로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든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올해의 화제작.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7. <더 휴먼스> (The Humans)
드라마 | 미국| 108분
감독 : 스티븐 카람 | 출연 : 스티븐 연, 비니 펠드스타인, 에이미 슈머
? IMDb 6.2/10 ? Tomatometer 92%
? 토니상 4관왕의 연극을 각색한 작품, A24 신작
전쟁 전, 맨하탄 시내의 복층 주택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영화는 블레이크 가족이 추수감사절을 기념하기 위해 모이는 저녁의 과정을 따라간다. 무너진 건물 바깥에 어둠이 내리자, 밤새 신비로운 것들이 부딪치기 시작하고 가족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6. <수베니어 파트 II> The Souvenir Part II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107분
감독 : 조안나 호그 | 출연 : 오너 바이언, 로버트 패틴슨, 찰리 히턴, 틸다 스윈튼
? IMDb 7.8/10 ? Tomatometer 94%
? 영국 독립영화상 3관왕 수상,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
불투명하기만 했던 앤소니와의 관계에서 헤어나지 못한 줄리는 그를 잊기 위해 다시 학교 프로젝트에 매진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경험했던 앤소니와의 과거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지만, 그 둘의 범상치 않았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스텝과 배우들 때문에 난항을 겪기 시작한다. 전작 <수베니어: 파트 I>이 앤소니와 줄리와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후속작인 <수베니어: 파트 II>에선 줄리의 험난한 제작과정에 비중을 둔다. 예술가의 길을 걷고자 했던 한 젊은 여성의 삶을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전작 <수베니어: 파트 I>에 못지않은 찬사를 받았다. 줄리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모든 캐스트의 환상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5. <나의 집은 어디인가> (Flee)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가족 |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 90분
감독 :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 | 출연 : 라시드 아이투가노프, 베로즈 비그델리
? IMDb 8.2/10 ? Tomatometer 98%
? 선댄스영화제 다큐멘터리 심사위원대상
감독 요나스 포헤르 라스무센은 10대 중반 아프간 난민 출신의 아민을 처음 만났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친구의 탈출 뒤에 숨겨진 진실을 듣고, 그가 고향을 떠나 덴마크에 홀로 정착하기까지의 여정을 아름다운 애니메이션과 아카이브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영화는 주인공이 자신과 가족을 부인하는 인고의 세월을 지나, 마침내 스스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그린다. 특히 아민이 처음으로 클럽에 들어서는 순간은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커밍 홈' 장면이 될 것이다. 아리 폴만의 <바시르와 왈츠를>(2008)을 기억하고 있다면, 영화가 지닌 힐링의 힘을 믿고 싶다면, 혹은 그저 누군가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싶은 경험이 있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박가언 프로그래머]
4. <컴온 컴온> (C'mon C'mon)
드라마 | 미국 | 108분
감독 : 마이크 밀스 | 출연 : 호아킨 피닉스, 가비 호프먼, 우디 노만
? IMDb 8.1/10 ? Tomatometer 96%
? 2021년 에너가카메리마쥬 시상식 2관왕. A24 신작
개봉 : 2022년 봄 예정
주인공의 여동생이 자신의 아들을 돌봐달라고 하자, 라디오 기자인 그는 그의 활기찬 조카에게 로스앤젤레스와는 다른 삶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대륙횡단 여행에 나선다.
3. <파워 오브 도그> (The Power of the Dog)
드라마, 멜로/로맨스, 서스펜스, 미스터리 | 영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 126분
감독 : 제인 캠피온 | 출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커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
? IMDb 7/10 ? Tomatometer 96%
? 아카데미 수상 제인 캠피언 신작, 넷플릭스 작품
개봉 : 2021.11.17 (한국)
1925년 미국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가 로즈와 그의 아들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 필은 로즈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2. <드라이브 마이 카> (Drive My Car)
드라마 | 일본 | 179분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 출연 :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오카다 마사키, 박유림
? IMDb 7.9/10 ? Tomatometer 100%
?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
개봉 : 2021.12.23 (한국)
누가 봐도 아름다운 부부 가후쿠와 오토.
우연히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가후쿠는 이유는 묻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2년 후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초청되어 작품의 연출을 하게 된 가후쿠.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를 만나게 된다. 말없이 묵묵히 가후쿠의 차를 운전하는 미사키와 오래된 습관인 아내가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며 대사를 연습하는 가후쿠. 조용한 차 안에서 두 사람은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서로가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눈 덮인 홋카이도에서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서로의 슬픔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1.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멜로/로맨스 | 노르웨이,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 128분
감독 : 요아킴 트리에 | 출연 : 르나트 라인제브, 앤더스 다니엘슨 라이
? IMDb 8.1/10 ? Tomatometer 100%
? 제74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내일 모레면 서른이 되는 줄리는 옷을 갈아입듯이 직업과 애인을 바꾼다. 의학을 공부하는 모범생이었지만 '몸보다는 마음을 치료하고 싶어' 심리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공부보다는 예술이 적성에 맞을 것 같아' 사진 찍기를 시작하고, 연애의 고충에 대해 쓴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얻자 이제는 작가에 도전해 볼까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줄리는 점점 초조해지고 임박한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중반 즈음, 세상이 멈춘 가운데 줄리 혼자서 오슬로의 길거리를 누비는 장면이 있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삶의 무게를 벗어 던진 그녀는 환하게 웃음 지으며 행복을 만끽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어른아이, 무언가를 하고 싶지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세상의 모든 줄리들을 위한 영화는 신예 레나테 라인스베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겼다.[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박가언 프로그래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되어 화제를 모은 작품들이 더러 보이네요.부디, 2022년엔 위 작품들을 볼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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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이지만 너무 외롭지는 않게
에놀라는 첫 사건을 마무리하고 탐정 사무소를 차린다. 하지만 오빠인 셜록 홈즈의 후광에 가려 폐업하려던 찰나 에놀라는 한 사건을 의뢰받는다. 한 성냥 공장에서 일하는 소녀 베시가 자신의 언니 새라를 찾아달라고 한 것. 미스터리함이 뿜뿜하는 이번 사건에 에놀라는 열과 성을 다해 조사를 시작하는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이 사건, 심상치 않다.
1. 혼자이지만 너무 외롭지는 않게
영화 속 에놀라는 오빠, 툭스베리 등 많은 조력자들을 물리치고 온전히 혼자 서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를 독립적으로 키워낸 엄마, 유도리아 홈즈는 "내가 널 너무 독립적으로 키웠나 보다. 가끔은 남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살아가야할 때도 있는 거야."라고 조언하는데, 이 조언은 꽤나 내 마음을 울렸다. 그렇게 알게 되었다. 내가 에놀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와 동일시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최근 나의 엄마도 비슷한 조언을 한 적이 있다. 그렇게 너무 혼자서만 살아가서는 안된다고, 다른 이와의 적당한 교류도 필요하다고 말이다. 그러면 더욱 윤택한 혼자의 삶을 구가할 수 있다고도 했다.
나는 가끔 뭐든지 혼자 해내려다 더 복잡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에놀라도오빠에게 조언을 구했다면 복잡하게 돌아가며 사건 해결을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복잡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의 묘미는 없었겠지. 영화적 장치였다고 해두자.
2. 이번에도 두드러지는 여자들의 활약
이 영화는 시즌 1과 동일하게 여자들의 활약을 보여주며 과거 여자들이 느끼던 차별을 당당한 스탠스로 타파 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자는 남자의 귀속물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서 의견이 있고 주체적인 존재라는 것을 조금은 과격한 방식으로라도 표현하는 점이 같은 여자로서 너무 멋있었다. 여자들이 연대하면 무례한 남자를 이기는 건 일도 아니라는 것 또한 압축적으로 표현해서 나도 나를 지키는 정도의 운동은 배워야 하나 싶었다.
이 영화 시리즈에서는 남자는 확실히 여성 캐릭터의 악세사리 같은 존재들이다. 남자들은 여성들의 계획에 조력자 같은 존재로 기능한다. 셜록도 그랬고, 툭스베리도 그랬다. 셜록도 에놀라를 어린아이 대하듯 행동하는 것 같지만 항상 에놀라의 의사를 무시하지 않는다. 툭스베리도 애놀라의 사건 해결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에놀라를 그 자체로 인정한다. 두 남자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 진정한 매너지' 싶었다.
3. 이 영화가 로맨스를 그리는 방법
이 영화도 로맨스가 있다. 전편보다 더욱 진한 로맨스가 있는데도 그것이 그리 거슬리진 않다. 에놀라는 툭스베리가 좋으면서도 남자답지 못하다는 핑계를 대며 겉으로는 밀어낸다. 반면, 툭스베리는 에놀라를 좋아하지만 마음을 고백하는 데 있어에 에놀라에게 남자로 인정받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난 이 점이 툭스베리의 남자다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은근슬쩍 표현하지만 에놀라의 삶, 성격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표현하는 점이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에놀라는 싸움에 능하지만 그는 춤과 꽃에 해박한 남자이기에 상반된 매력이 더 눈길을 끌었다.
절대적 여성성과 남성성은 없다. 성향 차이만 있을 뿐이고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의 구분은 이제 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조금은 산재해있는 성별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인식은 이제 구시대적 발상으로 취급받아야 할 듯하다. 여러 사람의 인생을 관습의 구렁텅이로 몰아갈 뿐이니까.
4. 총평
영화에 등장하는 모리아티의 존재에 주목하시라. 모리아티의 범행 동기는 무시받아온 권력자에 대한 통쾌한 한 방이 될 수도 있고, 자신에 대한 나르시시즘일 수도 있다.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일 수도 있고 사이코패스의 사회 탓일 수도 있고. 보는 사람 마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시즌 3 나왔으면 좋겠다. 셜록과 에놀라의 제대로된 공조 또 보고 싶다. 유도리아가 추구하는 여성 존중 사회를 만드는데 에놀라가 기여하는 또다른 사건으로 찾아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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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토피아, 우정, 사랑, 구원 그리고 희망의 영화
9★/10★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이 영화는 성장통에 관한 영화일까 아니면 지극한 순애보를 그려낸 영화일까. 근미래의 일본. 유타와 코우는 늘 육교 위에서 헤어진다. 육교를 쭉 같이 걷다 보면 양 갈래 계단이 나온다. 유타가 말한다. “넌 저쪽이야. … 난 너무 외로워.” 내일이면 또 볼 친구를 향한 장난스러운 인사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같이 걷다 갈라설 수밖에 없는 매일의 작별은 두 사람의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근미래의 일본은 지금보다 조금 더 음울하고 긴장감이 높은 사회다. 나라엔 외국인이 너무 많고, 지진 경보/오보는 수도 없이 울린다. 이 모든 건 안전을 명분으로 하는 권위적 통치의 근거가 된다. 일본 총리와 두 사람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은 모두 안전을 이유로 각각 일본 국민과 학생들을 감시한다. 그리고 그 감시에 기반해 직접적이고 억압적인 통치를 이어간다.
코우는 자이니치다.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와 함께 산다. 교장이 장학금 추천서를 써주지 않으면 대학에 가지 못한다. 반면 ‘순혈’인 유타의 부모님은 돈이 많다. 그러나 유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배경의 두 사람은 음악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어울린다. 이를 통해 점점 옥죄어 오는 것들로부터 자신들만의 영토를 구획하며, 그 안에서 제한된 자유나마 만끽한다.
그러나 안전 경보는 날로 요란해진다. 두 사람과 친구들이 만든 자유의 공간, 숨 쉴 곳은 점차 위협당한다. 무엇보다 코우와 유타 사이에 후미가 끼어든다. 자이니치로서 많은 설움을 겪은 코우는 저항 정신이 투철하고 변혁 운동에 적극적인 후미와 친해진다. 이후 어릴 때부터 단짝이었던 유타가 알지 못하는 코우만의 세계가 생긴다. 코우는 유타와 음악 말고도 자신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가능성에 눈을 뜬다. 그러자 점차 유타와 거리가 멀어진다. 코우는 또 다른 친구에게 만약 자신이 지금의 상태로 유타를 처음 만난다면 그와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코우는 음악과 유치한 장난에만 매달리는 유타가 답답하다. 그러나 유타는 과거에 머무르며 성장을 거부하는 게 아니다. 코우를, 그와의 관계를 지키고 싶은 것이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로 코우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코우가 계속 음악을 매개로 자신과 함께해주기를 바란 것이다.
영화의 결말은 아이러니하다. 유타는 코우와 함께 친 장난의 죄과를 혼자 뒤집어쓰고 퇴학당한다. 유타의 희생으로 코우는 장학금 추천서를 받고 대학에 진학한다. 혁명을 모색한 일본 사회의 ‘외부자’ 코우는 대학을 매개로 체제에 진입할 계기를 마련한다. 반면 안락한 곳에서 출발한 유타는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채 딱딱한 체제의 외부로 밀려난다. 유타는 자신만의 방식(음악)으로 코우와는 다른 미래를 도모해야만 한다.
영화의 엔딩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다. 여느 때처럼 두 사람은 육교를 함께 걷는다. 양 갈래 계단이 나온다. 유타가 코우에게 손을 뻗어 그를 붙잡는다. 잠깐 화면이 멈춘다. 영화가 끝난 걸까? 그렇지 않다. 정지 화면이 끝나면 유타와 코우는 각자의 길을 간다. 그 몇 초간의 정지에는 코우를 붙잡고 싶은 혹은 마지막으로 코우와 연결되고 싶은 유타의 소망이 담겨 있다. 소수자를 혐오하고 권위주의적 통치가 횡행하는 근미래의 일본에서, 유타는 자신을 희생하고, 우정으로(아니, 사랑으로) 코우를 구원한다. 코우는 유타에게 고마워하면서도 그를 철부지로만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타 덕분에 ‘외부자’의 설움을 조금은 덜고, 자기 자신을 비롯한 또 다른 ‘외부자’들을 위해 싸울 것이다. 이것이 ‘철부지’ 유타가 피워낸, 지극한 사랑의 가능성이다. 그러니까, 〈해피엔드〉는 디스토피아 영화이자, 우정과 사랑의 영화이자, 구원의 영화이자, 희망의 영화다. 코우를 바라보는 유타의 표정과 눈빛이 그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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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겨 뒤집어지는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작 <더 스퀘어>로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한충 더 업그레이드된 영화를 선보였다. 여기서는 이를 비롯한 화려한 영화의 배경보다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영화는 모델 오디션을 보는 남자들의 인터뷰를 따라가면 기존의 임금격차 문제와는 다르게 모델계에서는 남성 모델의 수입이 더 적다는 사실을 관객에게 알리며 시작한다. 임금뿐만 아니라 더 ‘잘 나가는' 모델인 여자친구 야야와 남자친구인 칼은 데이트 비용 문제로 한바탕 갈등을 겪고 칼은 차라리 이 상황이 반대면 좋겠다는 발언과 함께 영화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뒤집어 나간다.
영화는 위와 같이 한 커플의 젠더 갈등을 시작으로 3부로 나누어 진행한다. 1부에서 개인과 개인의 격차를 보였다면 2부에서는 크루즈에 승선하여 계급 간의 격차를 보여준다. 특히나 공간을 통한 연출이 두드러지는데, 크루즈는 사실상 3층의 구조로 나뉜다. 부유한 소비자인 백인이 있는 3층, 이들을 위한 보기 좋은 유니폼을 입은 백인 노동자들의 2층, 그리고 그 아래에 백인 노동자들은 손대지 않는 위험하거나 지저분한 일을 처리하는 ‘진짜' 일복을 입은 유색인종 노동자들의 지하에 가까운 1층이다. 흥미로운 점은 최상위 계급자는 이 계급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 초반에 3층의 한 중년 여성은 수영을 하다가 2층의 노동자에게 함께 수영하자며 1층부터 모든 노동자들을 끌어올리지만 이들은 이내 미끄럼틀을 타고 다시 내려가며 다시 아래층에 위치하고 이들은 유희로 이용될 뿐이다. 이러한 형식은 영화의 후반부에서 동일하게 작용한다. 섬에 갇혀 생존 능력으로 리더(최상위 계층)를 선점하게 된 필리핀 계 노동자 애비게일은 섬에서 가장 능력 없는 최하위 계층의 칼을 자신의 옆에 두게 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는 최상위 계층의 ‘유희'로 밖에 전락하지 않는다.
3부에서는 섬에 갇히게 된 8명이 크루즈와는 정반대로 새로운 서열을 만든다. 섬 밖에서 부, 명예, 인기가 상위 계층의 필요 능력이었다면 당장의 생존에 대한 능력으로 권력의 구조가 탄생한 셈이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어떻게 힘을 가지는지, 그 권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며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렇게 후반부로 흘러가며 이 영화의 초반 트리거가 된 칼의 바람과는 조금 다른 형태지만 바라던 형태를 이룬다. 하지만 칼은 사실상 어떤 능력도 없고 바라던 대로 자신이 노력하지 않고 얻은 능력으로 리더의 옆에 앉게 되는 일종의 소망을 이루게 된다. 더불어 계급이 전복되며 구축한 이 구조에서 흥미로운 점은 권력 간의 관계와 권력자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점이다. 애인을 빌려준(?) 야야는 리더 애비게일을 견제하지 않고 이는 크루즈 위에서 야야가 노동자에게 웃어줬다며 논쟁을 일으킨 칼의 모습과 대조된다. 마찬가지로 섬에서 최고 권력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일종의 권력을 일시적으로 얻기 위해) ‘성'이 아닌 자신의 시계를 건네는 장면은 크루즈 위에서 여성 파트너를 둘이나 데리고 올라탄 남성과 대조된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사실은 누구든 권력을 쥐게 되면 놓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영화는 3층의 구조를 가진 크루즈를 뒤집으며 젠더, 계급, 인종 모든 구조를 뒤집어엎는다.
결론적으로 영화의 맨 처음 이 구조를 바꾸고 싶다던 칼은 아이러니하게도 원래의 계급 구조로 돌아가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려간다. 시간제한이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칼의 모습에 간절함을 느끼는 동시에 묘한 웃음이 터져 나오게 된다. 엉망진창으로 흘러가는 코미디 같지만 그 안에는 개인으로 시작해 사회로 확장하며 정교한 연출과 구조에 분명 웃고 있지만 어느새 그 어떤 영화보다 논리적인 질문을 받게 된다. 모두가 생각해 보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들을 꺼내고, 상황들을 전개해 가며 실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재치를 가진 감독이다. 뒤집어지게 웃긴 이 영화를 ‘슬픔의 삼각형'을 펴고 웃으며 즐기길!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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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작남의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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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첫 마블 영화✨ 2월,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캡틴 아메리카가 온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티저 예고편 최초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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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위험에 처한 여자아이를 구한 후, 아이를 데려다주기 위해 어딘지 불길한 오시 섬으로 들어가게 된다. 오시 섬의 주민들은 마을 축제를 준비 중이고, 샘은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