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25 14:17:49
3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작 <끝, 새로운 시작> 개봉

어느덧 3월도 눈 깜짝할 새 지나고 있는 가운데, 영화는 이번 주에도 계속됩니다!
금주에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끝, 새로운 시작>부터 탄탄한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드라마 <언내추럴>, <미우404>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라스트 마일>,
디렉터스 컷으로 돌아온 <크래쉬: 디렉터스컷>까지!
여전히 다양한 영화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끝, 새로운 시작
The End We Start From

개요: 드라마 | 영국 | 102분
감독: 마할리아 벨로
주연: 조디 코머, 조엘 프라이, 캐서린 워터스턴, 마크 스트롱, 베네딕트 컴버배치
개봉: 2025.03.26.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줄거리
전례 없는 대홍수로 물에 잠긴 런던. 집을 잃은 여자는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아들을 데리고 피신한다.
평범한 일상을 잃은 여자는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지칠 대로 지친다. 하지만 모든 걸 내려놓으려는 순간,
여자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결심한다. 다시 한번 힘내기로, 새로운 시작을 향해 찬찬한 걸음을 같이 내딛기로.
‘세상의 끝에서 만난 너, 새로운 시작을 향한 우리. 함께라서 무너지지 않을 거야’
라스트 마일
Last Mile

개요: 스릴러 | 일본 | 129분
감독: 츠카하라 유코
주연: 미츠시마 히카리, 오카다 마사키, 이시하라 사토미, 이우라 아라타, 아야노 고, 호시노 겐
개봉: 2025.03.26.
배급: ㈜플레이그램

줄거리
2.7m/s → 0 70Kg
유통 업계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인 블랙프라이데이 전날 밤, 글로벌 쇼핑 사이트 ‘Daily Fast’에서
배송된 택배가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전 국민을 공포에 빠트리는 연쇄 폭탄 테러가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센터장으로
부임한 후나도 엘레나(미츠시마 히카리)는 팀 매니저 나시모토 코우(오카다 마사키)와 함께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한편, 현장에 출동한 경시청 제4기동수사대 이부키 아이(아야노 고)와 시마 카즈미(호시노 겐), 피해자의 시신을 부검한 부자연사 규명
연구소 UDI 라보의 미스미 미코토(이시하라 사토미)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데...
누가, 무엇을 위해 폭탄을 설치했으며, 남은 폭탄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주어진 시간은 단 4일! 폭탄이 든 12개의 택배의 행방을 찾아야만 한다.
크래쉬: 디렉터스 컷
Crash

개요: 범죄 | 캐나다 | 100분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주연: 제임스 스페이더, 홀리 헌터, 엘리어스 코티스
개봉: 2025.03.26.
배급: (주)엣나인필름
줄거리
“자동차 사고는 생산적인 거야. 성 에너지의 해방이야!” 자동차 사고 이후 ‘제임스’는 같은 사고에서 살아난 ‘헬렌’과 재회한다.
자동차 충돌에서 느껴본 적 없는 성적 자극을 느낀 그는 ‘헬렌’을 통해 같은 쾌락을 느끼는 비밀 집단을 알게 된다.
새롭게 눈 뜬 욕망은 통제 불가능해지고, 점점 격렬해져 결국 죽음의 경계까지 넘나들게 되는데…
파괴를 향한 가속일까? 해방을 향한 질주일까?
승부
The Match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15분
감독: 김형주
주연: 이병헌, 유아인,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김강훈, 조우진
개봉: 2025.03.26.
배급: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줄거리
세계 최고 바둑 대회에서 국내 최초 우승자가 된 조훈현. 전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던 그는 바둑 신동이라 불리는 이창호를 제자로 맞는다.
“실전에선 기세가 8할이야” 제자와 한 지붕 아래에서 먹고 자며 가르친 지 수년. 모두가 스승의 뻔한 승리를 예상했던 첫 사제 대결에서
조훈현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세를 탄 제자에게 충격적으로 패한다.
오랜만에 패배를 맛본 조훈현과 이제 승부의 맛을 알게 된 이창호. 조훈현은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을 되살리며 다시 한번 올라갈 결심을 하게 되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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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잔인한 인생.
1961년, 뉴욕의 뒷골목에 자리 잡은 어느 라이브 카페. 주인공 ‘르윈(오스카 아이작)’이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무대를 마친 후, 누군가 자신을 찾는다는 얘길 전해들은 그는 밖으로 나간다.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르윈을 구타한다. 영문도 모른 채 이곳저곳 얻어맞는 르윈. 이것이 바로 <인사이드 르윈>의 첫 시퀀스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영화는 시작된다.
<인사이드 르윈>의 르윈은 무명의 포크가수다. 얇은 코트 하나로 한겨울 칼바람을 버텨야 하는 신세에, 자기가 참여한 노래의 저작권료도 받을 수 없는 무일푼 처지다. 집도 없어서 온갖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며 잠을 잔다. 여기까지는 처량하게 봐줄 만도 한데, 코엔 형제는 언제나 그랬듯 자신들의 캐릭터에 심술을 부린다. 그는 동료의 여자친구와 애를 만들고는 책임도 못 져서 낙태를 시키는데, 그것도 벌써 두 번째다. 병상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해서는 “내 이상적인 미래상이야”라며 불편한 농담을 던진다. 모처럼 초대받은 식사자리에서는 옆에서 자기 노래에 화음을 넣었다는 이유로 신경질을 부리며 자리를 뜬다. 아. 정말 감당하기 힘든 사람이다. 이쯤 되면 관객들은 르윈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싶지가 않아진다.
코엔 형제는 전작들에서 주로 인생에 대한 회의를 역설했다. 그들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평소 인터뷰에서 무심하고 냉소적인 그들의 말투로 “뭐 어쩌겠어, 인생이 그런걸~”하고 말하는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그들은 앞일에 대해 희망이나 낙관을 갖지 않는다. 그들이 주요 소재로 삼는 것은 범죄나 폭력이며, 이야기는 오해와 엇갈림으로 전개된다. 인물들은 줄곧 자가당착에 빠지거나 구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리곤 한다.
<인사이드 르윈>도 마찬가지다. 60년대 미국, 포크송을 부르는 인디 뮤지션의 이야기라는 점이 꽤나 흥미롭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 이야기는 망할 대로 망한 한 남자의 초라한 실패담이다. 르윈은 정말 끝까지 잘 ‘안 된다’. 유명 매니저 앞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를 얻지만 역시나 결과는 별로고, 심지어 더 이상 음악 못하겠다 싶어 오래전 몸담았던 선원 일을 다시 시작하려 하지만 자격증을 잃어버려 배에 발 한번 붙이지 못한다. 그냥 삶 자체에 발이 꽉 묶여버린 셈이다.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첫 시퀀스와 동일하다. 한번 더 보는 장면이지만 이번에 관객들은 르윈이 누구에게, 왜 맞는지 알 수 있다. 이 수미상관의 구조보다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자신을 구타한 남자가 차를 타고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르윈이 속삭이는, “또 봅시다(Au revoir)”라는 대사다. 마치 잘 안 풀리는 이 삶이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는 전언 같아 섬뜩하게 들린다.
코엔 형제는 인생은 그렇게 안 좋은 방향으로 끊임없이 돌고 도는 법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골목에서 쓰린 몸을 부여잡고 앉은 르윈의 모습과 함께, 카페 안에서 그의 다음 순서로 노래를 부르는 밥 딜런(으로 추정되는 사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영화 내내 르윈이 부르는 노래에 그토록 집중해주던 코엔 형제가 정작 엔딩 크레딧과 함께 마지막 곡으로 선택한 건 르윈의 노래가 아닌 밥 딜런의 노래다. 참, 잔인하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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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하고 터져도 깊은 맛이 나는 만둣국처럼!
가족의 해체이자 가족의 탄생이다. <대가족>은 제목 그대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혈연으로 묶인 관계이지만, 남보다 못한 사이가 가족이라는 말이 있듯 양우석 감독이 가져온 이 이야기는 가족 해체 시대에 던지는 그만의 답인 듯하다. 2000년대를 배경을 했듯이 영화 스타일은 올드하고, 이야기는 관객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지만, 오히려 정겹고 따뜻함이 베어 있다. 물론, 너무 많은 재료를 담아 터져버린 만두처럼 과하거나 수습이 어려운 부분도 더러 보인다.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은 열심히 일한 덕에 돈도 많이 벌고 건물주까지 되었지만, 언제나 근심이 가득하다. 이유는 단 하나. 대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문석(이승기)이 출가해 스님이 된 이후, 무옥은 제사 때마다 조상들을 볼 낯짝이 없다. 하지만 세상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느 날 그에게 문석을 찾는 한 어린 남매가 찾아온다. 문석이 자신의 아빠라 알고 이곳을 찾아온 남매의 이야기에 무옥은 평생 없을 줄 알았던 손주가 생겨 뛸 듯이 기뻐한다. 반대로 헐레벌떡 집으로 온 문석은 잠시 잊고 있었던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업보라 말한다.
“가족 화두를 꺼내든 건 지난 세월과 비교했을 때 그때보다 풍족해졌는데 왜 가족 만들기는 더 힘들어졌느냐는 것이었다. 나름 생각한 결과의 답은 ‘욕망’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영화를 만들 게 된 계기를 말한 양우석 감독의 말처럼, 휴먼 가족 드라마처럼 보이는 <대가족>의 주재료는 바로 가족, 즉 자식으로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려는 부모 세대의 그릇된 욕망이다. 무옥이 그렇게 대를 잇고 싶어하 는 건 문석의 바람이 아닌 본인 자신의 욕심에서 비롯된다. 감독은 과거 한국전쟁을 관통하며 타향에서 홀로 살아온 세월, 하루라도 쉬지 않고 일해야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책임감, 부모님은 물론, 여동생, 그리고 조상들을 챙겨야 한다는 K 장남 콤플렉스를 무옥에게 입힌다. 이로 인해 가족 관계가 소원해지고, 특히 아들과의 관계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상은 했겠지만 문석이 출가한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다.
이런 고지식한 아버지가 하늘에서 내려준 손자들이 오면서 점점 변한다.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들이 하자는데로 모든 걸 해주려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영락없는 손자 바보처럼 보인다. 마치 스크루지 영감이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녀온 후 개과천선한 것처럼, 무옥 또한 그렇게 변한다. 이 과정을 겪은 그는 아들에게 소홀히 했던 자신을 책망하고 진실한 화해도 이룬다.
문석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의대 재학 시절 불임부부를 위해 타의로 자신의 정자를 기증했다. 500번 넘게 기증한 결과, 생물학적 아버지로 400여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자신을 찾아온 남매와의 일화를 통해 문석은 자신의 과거를 되짚는 것은 물론, 비로소 부모의 입장이 되어본다. 그리고 그 비통한 슬픔과 힘겨운 인생을 살아온 아비를 그때서야 이해한다.
이처럼 <대가족>은 무옥과 문석을 통해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합을 보여준다. 비로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각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깨닫게 되는 이 부자의 이야기는 진부하지만 가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감독은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임 있음에도 이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간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재료를 첨가하는 건 가족의 의미다. 무조건 혈연으로 이어져야 가족이라는 건 옛말. 21세기를 알리는 2000년이란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면서 혈연이 아닌 정으로 이뤄진 이들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감독은 무옥을 찾아온 남매, 평만옥에서 무옥을 항상 보살펴주는 방여사(김성령), 그리고 후반부 등장하는 수많은 가족을 통해 이를 증명한다.
이처럼 영화는 전반부에는 코믹한 설정에 따른 무해한 웃음을, 후반부에는 가족의 의미를 곱씹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문제는 다루려는 이야기와 인물들이 너무 많고, 이질적인 것들이 많음에도 이를 한꺼번에 담으려다 넘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흐름이 자주 끊기는 전개 방식과 편집에서 단점이 드러나는데, 이는 마치 좋은 재료를 너무 많이 넣어 터진 만두를 연상시킨다. 세 나라의 정상이 한데 모여 각각의 정치적 의견 대립을 그린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도 드러났던 양우석 감독의 단점이 이번에도 노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문현답 스타일의 불교적 가르침도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맛을 살린다. 중심에는 김윤석이 있다. 진짜 만둣국집 사장처럼 보이는 그의 모습은 물론, 남매를 본 순간 그동안 고수했던 걸 본인 스스로 무너뜨리며 기분 좋은 웃음을 전한다. 방여사 역의 김성령 또한 그와 티키타카를 맞추며 코믹함은 물론, 중년의 로맨스도 펼친다. 여기에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며 업보라 말하는 이승기와 극 중 과거 연인 사이였던 강한나, 그리고 두 팔을 다치면서도 이승기를 보좌하는 박수영의 맛깔난 양념 연기는 빛을 발한다.
“자식에게 부모는 우주이고, 부모에게 자식은 무능한 신이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상대를 여기는 시선은 아래가 아닌 위로 향해 있다. 우러러보는 마음, 곁에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고마움. 이 작품이 연말 시즌에 잘 어울리는 건 너무나 흔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함을 알지 못한 의미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뻔하고 터져도 깊은 맛이 나는 만둣국과 같은 <대가족>의 온기를 많은 이들과 나눠 보기 바란다.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평점: 3.0 / 5.0
한줄평: 속 터져도 맛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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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의 앙상블로 이끄는 대환장 축제 한마당
“망진이랑 이거 하나만 하고 빠이 할 거야?”
개최 일주일 전 갑자기 정종 문화제에서 연산군 문화제로 바뀐 망진의 지역 축제를 성공적으로, 그리고 무사히 끝마치려는 축제대행사 ‘질투는 나의 힘’ 대표 혜수와 어쩌다 팀원들이 된 그들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예고편│Trailer
영제: Extreme Festival│감독·각본: 김홍기
출연진: 김재화, 조민재, 박강섭, 장세림 외 多
장르: 코미디, 드라마│상영 시간: 94분
국가: 대한민국│등급: 12세 관람가
평점: 평론가 6.8
제작: 비리프, 실버라이닝 스튜디오│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개봉일: 2023년 6월 7일
“난장판 축제 현장으로 여러분을 모십니다”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역 축제를 맡아 어떻게든 현생을 이어가려 고군분투하는 대행사 대표 혜수의 하드캐리는 눈물겹다. 함께할 직원 하나 없는 회사의 공동대표이자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연명하는 작가인 애인 상민은 능청스러운 한량짓에 여념이 없다. 퇴직한 직원 래오를 알바로 데려오는가 하면, 설상가상으로 알바로 뽑은 처음 본 은채를 인턴으로 채용하는 대 환장할 짓까지 벌이고 초대가수는 사기를 당한다. 이 정도면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망하게 하겠다는 건지 의심을 해도 이상하지 않지만 혜수에겐 다음 밴댕이젓 축제의 칼날을 쥐고 있는 군수의 비위를 맞춰 어떻게든 잘 마무리해야 하는 궁극적이고 초단기적인 목표만이 있을 뿐이다.
‘익스트림 페스티벌’이라는 영화 제목 그대로 가상의 지역 문화축제를 진행하며 생기는 별의별 일들을 그린 한국 코미디 드라마였다. 망할 망을 뜻하는 건 아니겠지만 지역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망진군의 아주 소규모 축제를 진행하는 대행사 ‘질투는 나의 힘’ 대표 혜수를 통해 고달픈 K-직장인과 자영업의 현실도 관객의 뼈를 때린다. 등장인물 개개인이 가진 작은 문제부터 지방행정의 탁상공론식 실태는 물론, 마지막엔 소규모 연극집단이 가지는 예술적 고뇌까지 수렴한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극본에 참여했던 김홍기 감독인 만큼 축제를 진행함에 있어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채워나가며 젊은 감독의 패기 넘치는 풍자와 메시지를 던진다. 물론, 작은 에피소드들이 계속 연계되며 다소 산만할 수도 있지만, 축제라는 큰 틀안에서 소소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떤 역할을 망론하고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내뿜는 김재화는 인턴보다 더 눈물 나는 대표 혜수를 미친듯한 원맨쇼로 채우고, 사고뭉치 월급루팡 이사 상민을 맡은 조민재는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잔망스러움을 선보인다. 그나마 멀쩡해 보였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 발언으로 막장드라마를 만들어버린 래오의 박강섭은 강렬한 한방을 남기고, 인 서울을 꿈꾸며 지른 인턴 지원 생활이 물거품 된 은채의 장세림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준다. 더불어 기자처럼, 간호사처럼, 불륜처럼, 뭐 하는 인물인지 종잡을 수 없는 의문의 커플도 매 장면마다 등장해 한마디씩 툭툭 던지며 리프레시는 물론, 소소한 웃음을 전한다. 이처럼 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진짜 지역축제의 하루를 진행하고 참여하며 체험하는 여러 인물들을 교차시키면서 현실 공감적 상황을 이끌어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그들의 말이 씁쓸하지만 유쾌하게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한 줄 평 : 정신없지만 공감가는 재기 발랄한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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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이렇게 재구성하다니
나는 마릴린 먼로를 좋아한다. 세상은 그녀를 백치로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녀의 백치 캐릭터는 일종의 마케팅의 일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자신에 대한 편견에 그녀를 맞춘 영리한 여자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 블론드는 좀 심각하게 그녀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찬 영화라고 생각한다. 남성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섹스 심볼로서의 그녀의 외면적 모습을 세간에 알려진 그녀의 가정사에 대한 소문, 스캔들에 대한 내용들을 버무린 하나의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일말의 사실 조차 포함시키지 않고, 수많은 소문들만을 가지고 그녀에 대한 영화를 만든 건 인권유린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의 스토리에 왜 그렇게 열광하는 걸까. 티비 속 모습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대중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걸까. 그녀의 죽음이 미스터리했기에, 진실은 저멀리에 있어 그녀에 대한 소문은 무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문의 주인공이 헐리우드의 섹스 심볼이라면,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인권이 유린되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걸까. 마치 연예인의 열애 소식을 전하는 파파라치 컷이 국민의 알권리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말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걸까 생각한다.
대중이란 존재는 개인의 작은 몰매함이 모여 당연시되기 쉬운 집단이다. 집단 사회에서 소문이란 위험하고 낯선 요소를 제외시켜 집단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한 개인을 사지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이 영화는 후자와 관련된 영화라고 본다.
다만, 배우의 연기는 인상적이었고, 그녀와의 싱크로율은 높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 속 그녀는 영리하기보다는 사랑에 목을 매는 어리버리한 백치 이미지에서 크게 차이가 없는 인간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것인가 싶은 장면도 많았다. 분명 자기 주장을 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남자를 홀리는 섹스 심볼로서의 그녀를 강조하며 남자에 목을 매는 그녀의 모습은 아버지의 부재를 채우기 위한 병적인 집착에서 비롯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고착화된 이미지에 갇혀 캐릭터를 형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짐작도 결국 소문에서 비롯되었기에 이 영화는 한 영화 배우의 인생을 보고싶은대로 보고 멋대로 재단한 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이 영화가 픽션이라는 것은 이런 영화의 단점을 어떻게든 가려보려는 노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존 인물의 삶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면서 내용의 큰 줄기를 제외한 그녀의 삶 속 디테일들을 모두 픽션으로 채워넣은 것부터가 영화의 미흡한 점을 드러낸 것이다. 보통 실존 인물의 영화에서 픽션으로 처리할 때 실제 삶을 사료에 근거해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리되, 미스터리로 남은 부분들을 일부 부분들을 픽션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대부분이 픽션이고 실제에 가까운 내용은 그녀의 영화 배우로서의 스코어밖에 없다. 그만큼 그녀의 인생이 미스터리로 가득하다는 뜻이겠지만 그 정도의 미스터리라면, 그녀의 얼굴을 앞세워 영화를 만들지 않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biography도 아니고 픽션으로만 봐주기에도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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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트 2020, SNS은 왜 혐오로 오염되었나?
[줄거리] 낯선 사람들과 함께 의문의 지역에 갇혀 영문도 모른 채 사냥 당하고 있는 ‘크리스털’(베티 길핀)이 자신들을 사냥하는 주체를 밝히고, 그들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1. 인간 사냥은 왜 벌어졌는가?
<헌트>는 모바일 메신저로 첫 장면이 시작된다. 관객들은 사냥을 하기 위해 저택에 모이는 것으로 추측한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메시지는 영화의 사건보다 1년 전에 일어났다는 것이 밝혀진다. 아테나와 그녀의 친구들은 모두 기업의 고위 직책을 역임하고 있었다. 그러나 메시지가 유출되고 ‘매너 게이트(Manorgate)’라는 음모론화된다. 이로 인해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은 모두 직장에서 해고된다. 물론 아테네는 사내 감찰한 결과에서 여러 번 외도한 사실이 드러났고, 성기 사진을 담당의에게 보내고, 대통령을 비방하는 도덕적 해이를 저질렀다.
백수가 된 그들은 화가 나서 그들의 농담을 현실화시키기로 결정한다. 아테나와 그녀의 친구들은 그들의 핸드폰이 해킹하고 메시지를 유포시킨 음모론자들을 추적한다. 그들은 군사고문을 초빙해 몇 달 동안 군사훈련을 마치고 ‘가짜 뉴스 유포자’들을 크로아티아로 데려온다. 그리고 사냥을 개시한다. 이것은 해고당한 것에 대한 분풀이이자 가짜 뉴스를 퍼뜨린 것에 대한 응징이었다.
2. 사냥꾼과 사냥감의 관계
양쪽 진영 모두 자신의 정치 성향과 지지하는 정당의 정책을 끊임없이 옹호하며 상대 진영을 비난한다. 사냥감이 된 도망자들은 총기 소유를 찬성하고 이민자와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 사냥감들은 미시시피, 와이오밍, 플로리다 출신이다. 바로 트럼프가 승리한 공화당의 텃밭이다. 작년 대선에서 스윙 보트 스테이트였던 플로리다에서 트럼프가 이겼다. 반대로 사냥꾼 자본가들은 바이든의 파리협약 재가입으로 대표되는 민주당 지지자들을 상징한다. 기후 변화는 진짜라며 사냥감들에 일갈하고 아이티를 인도적 차원에서 도와야 하거나 인종차별을 반대한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묘하게 모순된다. 우파 사냥감은 할머니 점원이 지적한 정당방위에 대한 모순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유와 개인주의를 신봉하는 보수주의자임에도 기차에서 만난 이민자와 난민에 대해 무턱대고 적대감을 드러낸다.
반대로 좌파 사냥꾼들도 입으로는 환경보호를 외치면서 최상급 오세트라 캐비아를 먹는다. 또, 인종차별에 반대하지만, 구체적인 구제책을 논의하기보다는 ‘아프리칸 미국인’이냐 ‘흑인’으로 불러야 하냐고 명칭 가지고 논쟁을 벌인다. 심지어 리더인 아테나는 평등과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는 진보주의자 답지 않게 정치적 올바름을 무시한다. 그녀는 가짜 뉴스 유포자들은 ‘빌어먹을 레드넥’이 아니라 ‘개탄스러운 것들’이라며 싸잡아 비난한다.
3. 주인공은 진짜 크리스탈 메이였을까?
아테나는 ‘모두에게 정의를’라는 SNS 아이디를 사용하는 가짜 뉴스 유포자 크리스탈 메이를 쫓고 있었다. 여주인공은 자신은 동일한 지역에 살고 있는 동명이인이라고 항변한다. 증거로 우편물이 잘못 배송된다고 설명한다. 크리스탈과 아테나가 나눈 마지막 대화를 살펴보자. 숨을 몰아쉬던 아테나는 ‘모두에게 정의를’이 맞느냐고 묻는다. 크리스탈은 그것을 부인하지만 아테나는 그녀를 믿지 않는다.
크리스탈의 정체는 열려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주제를 고려해 볼 때 크리스탈은 진실을 말하고 있고, 그녀는 ‘모두에게 정의를’이 아니라고 추측할 수 있다. <헌트>는 가짜 뉴스와 같은 소셜 미디어의 부작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냥감이 된 11명은 유출된 문자 내용과 아테나가 외딴곳에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외 어떠한 증거도 없이 매너게이트 음모론을 SNS에 올렸다. 반대로 아테나와 사냥꾼 무리도 가짜 뉴스 유포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사냥꾼 무리는 대강의 정보로 무턱대로 사람들을 납치했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참전용사 동명이인을 잘못 잡아왔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그들이 몰살되는 계기가 됐다.
4. 동물농장과 스노볼이 의미하는 바는?
사냥꾼들은 크리스탈을 ‘스노볼’로 부른다. 크리스탈은 아테나가 왜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아테나는 크리스탈에게 조지 오웰의 소설<동물 농장>에 비유했다고 설명해 준다. 쉽게 말해 아테나는 크리스탈을 ‘돼지’취급했다. 하지만 크리스탈은 동물농장을 읽었을 뿐 아니라 아테나가 자신보다 스노볼과 더 비슷하다고 알려줌으로써 아테나를 놀라게 한다.
소설에서 스노볼은 유능한 리더이지만, 돼지가 다른 어떤 동물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믿고 있다. 그는 이상에 함몰되어 현실 정치와 멀어졌고, 결국 권력투쟁에서 패배한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말미암아 정보가 포화상태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 과다한 정보량에 의해 옥석을 구별하기 힘들어졌다. 그렇기에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자기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함부로 판단한다. 이것이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을 증오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을 혐오한다고 <헌트>는 일갈한다.
5.<헌트>의 주제는 무엇인가?
피비린내 나는 풍자적인 방법으로 <헌트>는 오늘날에 존재하는 혐오와 가짜 뉴스의 위험을 담고 있다. 왜곡과 추정의 극단적인 위험들 말이다. 인터넷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소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그에 따른 엄청난 혜택이 있지만, 가짜 뉴스를 인해 얻는 정치적 이익, 부실한 이론적 근거, 불분명한 출처, 불순한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어졌다. 주관적인 편협한 의견이 곧 객관적 가짜 뉴스로 둔갑하기 때문에 결국 사용자의 해석에 좌우하는 만큼 왜곡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영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조금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헌트>는 ‘정치적 올바름(PC)‘을 지나치게 받아들였을 때 일어나는 일에 관한 것이다. PC 문화에서는 사람들의 주장과 동기에 큰 의미를 둔다. 소셜 미디어 덕분에 그 주장과 동기가 가져올 부작용과 악영향을 간과하기 쉽다. 이것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헌트>에서 묘사된 대로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
6. 맨 마지막 장면의 ‘토끼’
주인공 어머니가 재해석한 <토끼와 거북이>를 기억하는가? 거북이처럼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절대로 지지 않는 토끼가 되어야 할까?라고 영화는 묻는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하나만 묻겠다. 여주인공의 첫 등장을 기억하는가? 그녀는 침착하게 바늘과 나뭇잎으로 나침반을 만들어 방향부터 확인한다. 그녀는 극중 유일하게 상대 진영을 비방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선동당하지 않고, 홀로 큰 그림을 그려 사냥꾼 무리를 척살한다. 아테나처럼 소위 ’깨어있는 엘리트‘도 그 함정을 피해 갈 수 없었다. 토끼가 의미하는 바는 대략 이렇다. 현대사회는 정보량이 과다하고 현대인들은 이를 분별할 여력과 시간이 부족하다. 감독은 크리스탈을 통해 ‘자세히 관찰하기’, ‘심사숙고’, ‘비판적 읽기’, ‘출처 확인’ 등 비판적인 미디어 활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주방위군 출신 군사고문이 아프가니스탄 파병 용사 출신인 주인공에게 패배하는 장면은 이에 대한 복선이라 할 수 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말라는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다르게 보면, 여론에 휩싸이지 말라는 뜻이다. <헌트>에서 보수와 진보가 대립한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는 양 진영에 속하지 않는 '중립자' 크리스탈이다. 이것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보수와 진보는 왜 우익과 좌익이라 불릴까? 날깨는 양쪽 다 있어야 날 수 있다. 그렇듯이 정치도 보수와 진보 모두 필요하다. 이것은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지 우리가 오해하는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다. 진보적 가치를 배제한 보수나 보수적 가치를 무시하는 진보는 편향적인 이념일 뿐이다. 보수든 진보든 개혁과 혁신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역사적으로 보수와 진보는 공존하면서 경쟁해왔다. 남북전쟁 당시 흑인 해방을 주도한 공화당이 현재는 반이민 정책을 펼치는 변화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치란 생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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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살아가는 건 머리보단 끈기라는 걸
누구나 진학하고 싶어하는 명문고에 진학했지만 명문고 안에서는 수학 9등급에 빛나는 지우. 그런 처참한 성적인 것도 서러워죽겠는데, 학교 담임은 지우의 미래를 걱정하는 척하며,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들어온 지우를 계속 학교에서 치워버리려고 한다. 최고 명문고인만큼 사교육도 당연시되는 이 곳에서 변변찮은 사교육 하나 받지 못해 성적이 바닥을 기는 바람에 지우의 자존감도 하루가 다르게 하락한다. 자존감이 하락한 사람에게 세상은 한없이 친절하질 않는데, 그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는 학교 경비 인민군도 있다. 그 인민군 때문에 지우의 녹록치 않은 학교 생활은 점점 꼬여만 가는데.......... 하지만 우연히 인민군이 수학 천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인민군 아저씨에게 수학 과외를 요청하는데, 과연 지우는 인민군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수학 점수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1. 수학과 음악의 상관 관계
이 영화는 음악을 정말 적재적소에 잘 사용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수학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는데, 음악 악보는 사실 수학 공식이 담긴 그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수학을 깨쳐야 작곡을 할 때 용이하다. 음악을 좋아하던 북한 소년(리학성)이 수학의 길로 빠져들어간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수학을 공식으로만 외우고, 외운 공식에 숫자만 대입하면 되는 과목으로 이해했던 뼛 속 깊이 문과인 나에게 수학의 세계는 누군가에겐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일임을 깨닫게 했다. 영어는 알파벳으로 움직이는 말의 세계라면, 수학은 숫자로 움직이는 하나의 언어 체계인 것이다. 파이송도 똑같다. 파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숫자 배열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숫자 배열을 음으로 치환하면, 하나의 곡이 된다는 사실이 수학은 이과생에게는 언어 체계와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파이는 그저 단순히 숫자를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악보로 기능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왜 이과생들이 수학의 세계에 심취할 때, 눈이 반짝거리는지 알 것도 같았다.
파이송을 피아노로 치는 장면을 통해서 수학이 가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지만 북한에서의 리학성이 음악을 포기하고, 수학을 선택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왜 수많은 음악가들 중에서도 바흐를 좋아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단조로운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오히려 음악을 일종의 수학의 언어체계라고 이해한 리학성에게 그 단조로운 바흐의 음악은 조화로움을 끝을 달리는 음악이었을 것이다.
2. 수학과 인생은 머리가 아닌 끈기로 하는 것
이 영화의 메시지는 굉장히 단순하다. 수학 점수를 올리고 싶다면, 나는 머리가 나쁘다고 자책하고 있을 시간에 끝까지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고로 비단 수학 뿐만이 아니라 우리네의 인생은 머리로 사는 것이 아니라 끈기로 살아남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이다.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야. 문제가 안풀릴 때, 화를 내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뭐가 이렇게 어렵담, 내일 다시 풀어봐야지 하는 용기가 필요한 거야. 문제가 안 풀린다고 머리 싸매지 말고, 내일 다시 풀어봐야 겠다고 생각하는 게 수학적 용기다. 용기를 내라."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대사였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대사였던 것 같은데, 마음 속에 남아서 영화를 보는 내내, 수학적 용기를 어떤 단어로 치환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나름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수학적 용기를 인생에 비유한다면, 그것은 끈기일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끈기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걸 누가 모르는가.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네의 삶에서 우리는 끈기가 가진 위력을 무시하고, 몇 번 해봐서 안된다고 많은 것을 지레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난 학벌도 별로고, 얼굴도 안 예쁘고, 키도 별로 안 크고, 찌질한데다가 인기도 별로 없어."
이런 자기비하 중 단 하나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이 모든 자기비하를 다 해본 사람이다. 나는 자기비하가 좀 심한 편이고, 자책도 많이 하는 편이며, 그 자책에 파묻혀 삶의 동력을 잃어 노력하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수많은 자책의 굴레 속에서 요즘 느끼는 바가 있었다. 단번에 결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하고, 나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게 될 때, 무너저 가는 중심을 어떻게든 붙잡고, 나의 길을 가다보면, 좋은 답이든 나쁜 답이든 생길 것이다. 그 답에 따라 인생을 다시 재구성하면 된다. 인생은 한 순간이 아니라 순간들을 모아놓은 필름이기 때문이다.
수학을 풀어내는 데에 필요한 것은 공식도 아닌, 좋은 머리도 아닌 끈기라면, 인생이라는 수학 퍼즐을 푸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도 결국 끈기일 것이다. 그래서 인생도 결국 수학 퍼즐같은 것이라서 리학성도 허구헌 날 스도쿠 퍼즐 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수학과도 같은 인생을 어떻게든 풀어보고자 하는 몸부림 같은 것이랄까. 내가 인생이라는 문제를 풀어가면서 부딪혔던 슬럼프를 기억하고, 그 슬럼프를 극복했던 과정을 기억한다면, 지금 당신의 인생에 닥친 두려움도 타파할 수 있지 않을까.
3. 총평
사실 독자분들께 위로를 건네는 것처럼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이 글은 나를 위한 글이다. 나는 지금 슬럼프를 겪고 있다. 슬럼프의 이유는 다르 사람들이 나에게 내리는 평가들로 촉발된 것은 맞지만 사실 그것보다 큰 문제는 그 평가들을 받아들이고, 대처해나가는 내 행동의 미숙함, 어리숙함에서 비롯된 실수들 때문이다. 그래서 요새 내가 나에게 거는 주문은 "내가 이 미안함, 창피함을 기억하자. 그리고 다음에는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하자."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이런 메시지를 전해주는 영화를 보니, 영화 내용이 마음이 동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내 자존감의 하락이 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던 시기였기에 지우를 보면서 공감할 수 밖에 었었다. 그리고 지우에게 수학의 본질을 가르친 리학성에게서 인생은 단기 레이스가 아니라 장기 레이스라는 것을 배웠기에 기대 수명까지 산다면, 이제 삶의 절반도 안와본 내가 너무 오버액션이 가미된 자책과 절망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다시 힘내서 앞으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클리셰와 클래식은 한 끗 차이"
특별하게 신기한 내용적 신선함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비주얼적으로 정말 화려한 영화도 아니었지만 평소에 실패 때문에 자책을 많이 하는 나같은 사람들, 자존감이 낮아서 살면서 안해도 될 실수들을 많이 저질러놓고, 머리 쥐어싸매는 사람들 등이 이 영화를 보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다분히 클리셰스럽지만 클리셰도 감정을 잘 만져줄 수 있으면, 그런 클리셰는 성공한 클리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클리셰는 부정적인 단어로 많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한 끗 차이로 클리셰는 클래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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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 전체요약 영상:
- 시리즈 12분 핵심요약 영상:
- 스토리 설명 영상:
- 철학분석영상 :
-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영화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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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도저에 탄 소녀 리뷰 - 무엇이 그녀를 불도저에 태웠는가 (스포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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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현실 폭주 드라마
‘불도저에 탄 소녀’는 갑작스런 아빠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과 내몰린 19살의 혜영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현실 폭주 드라마다.
드라마 ‘SKY캐슬’,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강단과 순수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김혜윤이 장편영화 첫 주연을 맡아 한쪽 팔에 용 문신을 하고 거침없이 내달리는 유일무이한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한다. 실제로 김혜윤은 직접 불도저를 다루며 혜영 역할을 위해 뜨거운 에너지를 쏟아 부어 인물의 들끓는 내면을 온몸으로 표출해 열정을 불태웠다.
개성파 연기자 배우 박혁권과 영화 ‘범죄와의 전쟁’ 드라마 ‘경찰수업’, ‘쌍갑포차’ 등의 오만석 배우, 또한 가수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예성이 출연해 극의 완성도를 더한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박이웅 감독의 데뷔작으로 사회를 향한 관점과 인물에 대한 시선으로 중장비를 끌고 관공서를 들이박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각본을 썼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현실성이 가진 이야기의 힘을 기반으로 현재를 가리키는 시의성을 더해 공감을 이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서 선보여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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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달팽이의 회고록> 메인 예고편
아카데미 X 골든글로브 노미네이트! BIAF 대상 수상! "메리와 맥스" 애덤 엘리어트 감독의 화려한 귀환! "달팽이의 회고록" 2025년 4월 30일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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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메인 예고편
소중한 건 기다리는 게 아니야, 찾으러 떠나는 거야! 새로운 세상을 알려준 루가 봄과 함께 떠났다 사야카는 처음 겪는 이별이 낯설기만 하다 오래전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 후세와 함께 헤어진 이들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려 하는데… 그곳에서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