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25 14:17:49
3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베네딕트 컴버배치 제작 <끝, 새로운 시작> 개봉

어느덧 3월도 눈 깜짝할 새 지나고 있는 가운데, 영화는 이번 주에도 계속됩니다!
금주에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끝, 새로운 시작>부터 탄탄한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드라마 <언내추럴>, <미우404>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라스트 마일>,
디렉터스 컷으로 돌아온 <크래쉬: 디렉터스컷>까지!
여전히 다양한 영화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끝, 새로운 시작
The End We Start From

개요: 드라마 | 영국 | 102분
감독: 마할리아 벨로
주연: 조디 코머, 조엘 프라이, 캐서린 워터스턴, 마크 스트롱, 베네딕트 컴버배치
개봉: 2025.03.26.
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줄거리
전례 없는 대홍수로 물에 잠긴 런던. 집을 잃은 여자는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아들을 데리고 피신한다.
평범한 일상을 잃은 여자는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지칠 대로 지친다. 하지만 모든 걸 내려놓으려는 순간,
여자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결심한다. 다시 한번 힘내기로, 새로운 시작을 향해 찬찬한 걸음을 같이 내딛기로.
‘세상의 끝에서 만난 너, 새로운 시작을 향한 우리. 함께라서 무너지지 않을 거야’
라스트 마일
Last Mile

개요: 스릴러 | 일본 | 129분
감독: 츠카하라 유코
주연: 미츠시마 히카리, 오카다 마사키, 이시하라 사토미, 이우라 아라타, 아야노 고, 호시노 겐
개봉: 2025.03.26.
배급: ㈜플레이그램

줄거리
2.7m/s → 0 70Kg
유통 업계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인 블랙프라이데이 전날 밤, 글로벌 쇼핑 사이트 ‘Daily Fast’에서
배송된 택배가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전 국민을 공포에 빠트리는 연쇄 폭탄 테러가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센터장으로
부임한 후나도 엘레나(미츠시마 히카리)는 팀 매니저 나시모토 코우(오카다 마사키)와 함께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한편, 현장에 출동한 경시청 제4기동수사대 이부키 아이(아야노 고)와 시마 카즈미(호시노 겐), 피해자의 시신을 부검한 부자연사 규명
연구소 UDI 라보의 미스미 미코토(이시하라 사토미)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데...
누가, 무엇을 위해 폭탄을 설치했으며, 남은 폭탄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주어진 시간은 단 4일! 폭탄이 든 12개의 택배의 행방을 찾아야만 한다.
크래쉬: 디렉터스 컷
Crash

개요: 범죄 | 캐나다 | 100분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주연: 제임스 스페이더, 홀리 헌터, 엘리어스 코티스
개봉: 2025.03.26.
배급: (주)엣나인필름
줄거리
“자동차 사고는 생산적인 거야. 성 에너지의 해방이야!” 자동차 사고 이후 ‘제임스’는 같은 사고에서 살아난 ‘헬렌’과 재회한다.
자동차 충돌에서 느껴본 적 없는 성적 자극을 느낀 그는 ‘헬렌’을 통해 같은 쾌락을 느끼는 비밀 집단을 알게 된다.
새롭게 눈 뜬 욕망은 통제 불가능해지고, 점점 격렬해져 결국 죽음의 경계까지 넘나들게 되는데…
파괴를 향한 가속일까? 해방을 향한 질주일까?
승부
The Match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15분
감독: 김형주
주연: 이병헌, 유아인,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김강훈, 조우진
개봉: 2025.03.26.
배급: (주)바이포엠스튜디오

줄거리
세계 최고 바둑 대회에서 국내 최초 우승자가 된 조훈현. 전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던 그는 바둑 신동이라 불리는 이창호를 제자로 맞는다.
“실전에선 기세가 8할이야” 제자와 한 지붕 아래에서 먹고 자며 가르친 지 수년. 모두가 스승의 뻔한 승리를 예상했던 첫 사제 대결에서
조훈현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세를 탄 제자에게 충격적으로 패한다.
오랜만에 패배를 맛본 조훈현과 이제 승부의 맛을 알게 된 이창호. 조훈현은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을 되살리며 다시 한번 올라갈 결심을 하게 되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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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적인 프로덕션 디자인 요르고스 란티모스 세계관
기묘한 영화 전문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비현실적이고 우화적인 설정, 정교하고 인공적인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가여운 것들>
<더 랍스터>의 프로덕션 디자인 같이 살펴보아요.
여러분들의 최애 영화는 뭔가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절대 권력을 지닌 히스테릭한 영국의 여왕 ‘앤’(올리비아 콜맨). 여왕의 오랜 친구이자 권력의 실세 ‘사라 제닝스’(레이첼 와이즈)와 신분 상승을 노리는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욕망 하녀 ‘애비게일 힐’(엠마 스톤)은 여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발버둥치기 시작하는데…
[가여운 것들]
천재적이지만 특이한 과학자 갓윈 백스터(윌렘 대포)에 의해 새롭게 되살아난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 갓윈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던 벨라는 날이 갈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이 넘쳐난다. 아름다운 벨라에게 반한 짓궂고 불손한 바람둥이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이 더 넓은 세계를 탐험하자는 제안을 하자, 벨라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으로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떠나고 처음 보는 광경과 새롭게 만난 사람들을 통해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되는데….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놀라운 반전과 유머로 가득한 벨라의 여정이 이제 시작된다.
[더 랍스터]
가까운 미래, 모든 사람들은 서로에게 완벽한 짝을 찾아야만 한다. 홀로 남겨진 이들은 45일간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완벽한 커플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을 얻지 못한 사람은 동물로 변해 영원히 숲 속에 버려지게 된다. 근시란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고 호텔로 오게 된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숲으로 도망친다. 숲에는 커플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솔로들이 모여 살고 있다. 솔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절대규칙은 바로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비드는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그곳에서 자신과 같이 근시를 가진 완벽한 짝(레이첼 와이즈)을 만나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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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작이 3개 이상인 배우 모아보기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차기작이 세 개 이상인 배우를 한번 살펴볼까 하는데요!
벌써 차기작이 세 개 이상이 뜬 배우에는 과연 누가 있을까요?
그럼,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하늘
ⓒ 티에이치컴퍼니
차기작 목록
<스트리밍>
<이재 곧 죽습니다>
<30일>
차기작 관련 소식
<스트리밍>
영화 <스트리밍>은 '구독자 수 1위의 미스터리 스트리머 우상이 풀리지 않는 연쇄살인사건의
단서를 파헤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이다. 강하늘은
영화에서 범죄 프로파일링 전문 방송을 하는 구독자 수 1위의 미스터리 스트리머 역을 맡았다.
<30일>
영화 <30일>은 '로맨스로 시작했지만 스릴러가 되어버린 결혼 생활의 끝을 딱 30일 앞두고
뜻밖의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노정열과 홍나라의 로맨틱 코미디'이다. 주연 배우 강하늘과
정소민은 영화 <스물>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되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태리
ⓒ 제이와이드컴퍼니
차기작 목록
<외계+인 2부>
<악귀>
<정년이>
차기작 관련 소식
<악귀>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의 복귀작 SBS 드라마 '악귀'는 문을 열면 악귀가 있는 다른 세상,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다섯 가지 신체를 둘러싼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드라마다. 드라마에는 배우 김태리, 오정세, 홍경이 출연한다.
<정년이>
드라마 <정년이>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 1950년대 인기를 끌었던
여성국극단에 관해 다룬 작품이다. 실제로 원작 웹툰 작가가 주인공 정년이의 초기
이미지를 잡을 때 <아가씨> 속 김태리의 이미지를 많이 참조했었다고 밝히며 기대를
더욱 높혔다.
한선화
ⓒ KEYEAST
차기작 목록
<교토에서 온 편지>
<걸스 인 더 케이지>
<놀아주는 여자>
<달짝지근해>
차기작 관련 소식
<교토에서 온 편지>
가족 안에서 자신을, 그리고 뿌리는 찾아가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는 영화제에서 공개 됐지만, 아직 극장 상영은 하지 않았다. 배우 한선화는 둘째 혜영
역을 맡았다.
<달짝지근해>
영화 <달짝지근해>는 독적인 맛을 개발해온 천재적인 제과회사 연구원 치호가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대출심사회사 콜센터 직원 일영을 만나게 되면서 달짝지근한 변화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3개월 간의 촬영을 마치고 작년 10월에 크랭크업했다.
박규영
ⓒ 사람엔터테인먼트
차기작 목록
<셀러브리티>
<오늘도 사랑스럽개>
<스위트홈 시즌2>
<스위트홈 시즌 3>
차기작 관련 소식
<셀러브리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는 명해지기만 하면 돈이 되는 세계에 뛰어든 아리가
마주한 셀럽들의 화려하고도 치열한 민낯을 담은 드라마이다. 박규영 배우는 셀러브리티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인생이 바뀐 '서아리' 역을 맡았다.
<오늘도 사랑스럽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키스를 하면 개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여자와,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치트키지만 개를 무서워하는 남자의 예측불허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이다. 박규영 배우는 키스를 하면 개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한해나' 역을
맡았다.
유태오
ⓒ 씨제스
차기작 목록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패스트 라이브즈>
<연애대전>
<세상에서 가장 나쁜 소년>
차기작 관련 소식
<패스트 라이브즈>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할리우드 신작 영화로 해외 유명 배급사 A24와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 투자 및 제작을 맡았다. 영화는 한국에서 만난 어린 시절 연인이 어른이 된 후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연애대전>
<연애대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남자에게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여자와 여자를
병적으로 의심하는 남자가 사랑을 통해 서로를 치유하는 모습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유태오
배우는 연애라면 질색인 '남강호' 역을 맡았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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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전 2> 기대 이하의 스릴과 예상외의 헛헛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용산역 혈투 이후 모습을 감춘 '서영락'(오승훈). 경찰이 성과를 자축하는 사이, '원호'(조진웅)는 계속해서 서영락을 쫓는다. 그가 이선생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대신 이선생의 수법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그를 붙잡아 진짜 이선생으로 가는 길을 알아내려 한다.
그러나 원호는 서영락을 체포하지 못한다. 그의 위치를 파악해 검거하기 직전, 중국에서 온 진짜 이선생의 대리인 ‘큰 칼/섭소천’(한효주)이 사태 수습을 위해 서영락을 태국으로 납치했기 때문. 또 여전히 이선생의 마약을 탐내는 ‘브라이언’(차승원)의 계략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원호는 태국으로 향한다. 이선생에 대한 단서를 찾고 마약을 둘러싼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독전 2>, 미드퀄이라는 실험
<독전>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속편 <독전 2>. 감독도 바뀌고 일부 배우도 달라졌지만, <독전 2>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미드퀄이라는 형식이다. 미드퀄은 전편 이후 시점을 다루되 결말은 동일한 속편을 말한다. <300>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300>은 테르포밀레 전투를 중심으로, 플리타이아이 전투를 에필로그로 등장시켰다. <300: 제국의 부활>은 두 전투 사이에 벌어진 살라미스 해전을 다뤘다. <독전 2> 역시 전편 용산역 시퀀스와 노르웨이 결말 장면 사이의 시점을 다룬다.
<독전 2>가 한국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미드퀄 형식을 택한 이유는 짐작가능하다. <독전>은 개봉 당시 후반부 전개가 어설프고, 결말이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선생의 정체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너무 급하게 끝나고, 결말로 이어지는 내용이 빈약했기 때문. <독전 2>는 이처럼 관객들이 전편 결말에 품은 의문을 해결하려는 작품이다. 즉, 마지막에 누가 왜 총을 쐈는지 묻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줘야 했다.
고로 미드퀄은 일종의 절충안이다. 3/4 지점까지는 전편의 연장선상이다. 진짜 이선생을 찾는 악전고투를 또 한 번 보여준다. 그 이후로는 인물의 전사(前事)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덧붙이며 정해진 결말로 나아간다. 속편 느낌을 주면서도, 나름의 재해석을 통해 중간 과정의 완결성을 높이려 했다. 안타깝게도 <독전 2>의 실험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독전 2>에 무엇을 기대하든 간에 기대를 채우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캐릭터로 전편을 재해석하다
사실 <독전>에서 돋보인 지점은 이야기가 아니었다. 임팩트였다. 특히 '진하림'(김주혁)과 그의 파트너 '보령'(진서연)이 마약을 하는 연기가 화제였다. <독전>은 마약이라는 소재의 자극성을 강조하고, 이를 발판 삼아 스릴러 형사물로서의 장르적 쾌감도 덩달아 살려냈다. 개연성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우직하게 강점을 극대화한 영화가 <독전>이었다.
그런데 <독전 2>에는 전편의 핵심이었던 두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다. 이에 <독전 2>는 아예 새로운 길을 걷는다. 새롭게 투입된 섭소천을 단순한 대체재 이상으로 써먹는다. 둘에 비해 임팩트는 약하더라도 스토리텔링에 힘을 줄 수 있는 새 구심점으로 활용했다.
실제로 섭소천은 미치광이 악역이 아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이선생이 거둔 불쌍한 소녀였고, 그녀는 평생 동안 이선생을 아버지로 따랐다. 더 나아가 그에게서 가족으로 인정받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그녀가 이선생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신종 마약을 개발하고 마약 판매처를 늘린 이유다.
이러한 캐릭터의 변화는 곧 <독전 2>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전편이 마약을 둘러싼 이전투구였다면, 이번에는 마약이 아닌 마약을 이용하려는 인물들의 동기에 주목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처럼 <독전 2>는 새로운 캐릭터와 미드퀄이라는 형식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해 속편이지만 전편의 재해석까지 야심 차게 시도한다.
마약과 인생의 허무함
<독전 2>의 실험은 일정 부분 성공했다. 우선 캐릭터들의 성격이 더 확실하게 부각된다. 특히 마약에 대한 집착보다는 개인적인 목적이 전반적으로 강하게 드러난다. 서양락은 변화가 가장 크다. 전편에서는 이선생 이름을 판 이들을 응징하는 최종 빌런이었다. 반면에 이번에는 친부모의 죽음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이선생을 만나 사과를 듣고, 복수하려는 인물로 그려진다.
원호의 캐릭터성도 선명해진다. 전편에 그는 조카처럼 아끼던 정보원 수정을 잃은 분노와 마약상을 검거하겠다는 경찰로서의 책임감이 더해진 캐릭터였다. 동료를 또 잃는 <독전 2>에서는 경찰로서의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개인적인 원한에 사로잡힌 인물에 더 가까워진다. 브라이언은 여전히 이선생의 마약과 이권을 쫓지만, 그 와중에도 서양락이 안겨준 모멸감을 되돌려주겠다는 복수심으로 충만하다.
그 덕분에 전편에서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지만, 후반부 급전개 때문에 부각되지 못한 감정선이 제대로 살아났다. 열린 결말이었던 마무리도 확실한 메시지로 수렴한다. 노르웨이 설원을 배경으로 한 결말은 헛헛함이라는 종착지를 보여준다. 각자 인생을 걸고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마침내 이뤘다고 생각한 순간 불쑥 찾아오는 공허함이 담겨 있다. 복수 혹은 인생이라는 마약이 선사한 쾌감 후에 찾아오는 쓸쓸함을 보여주는 셈이다.
그래서 <독전>이라는 제목의 의미도 새로워진다. 1편이 누가 이선생이라고 믿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독전 2>는 자기 인생의 신념과 목표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묻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독전> 시리즈의 영어 제목이 괜히 'believer(믿는 사람)'가 아닌 것. 일반적이지 않은 하얀 배경의 엔딩 크레디트를 배경으로 들려오는 OST 'Hallelujah' 역시 실험적인 속편의 성격과 지향점을 한 번 더 강조한다.
<독전 2>의 실험이 독이 된 이유
그러나 과감한 도전인 만큼 뒤따르는 부작용도 크다. 사실 <독전>의 흥행은 드라마의 완성도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 소재의 자극성과 장르적 쾌감이 이뤄낸 결과였다. 그러니 전편의 쾌감을 기대한 관객 입장에서는 <독전 2>의 후반부는 의아하거나 맥 빠진다는 인상으로 남기 충분하다. 반대로 1편에서 더 완성된 서사를 기대한 관객은 전편에서 이미 본 이야기를 반복한다는 인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독립적인 완성도도 아쉽다. 의도한 측면이 있더라도, 섭소천을 다소 형식적으로 묘사한 결과 빠진 돌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섭소천은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중국 출신 악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장된 몸짓과 늘어지는 말투로 시비를 걸고, 슬로 모션이 그녀를 꾸며준다. 전형적이다. 그러다 보니 섭소천이 다른 캐릭터를 완전히 압도하는 느낌도 없고, 태국에서의 총격전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긴다.
영화 구성도 최선은 아닌 듯하다. 시간대가 엉키면서 복잡하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기 때문. 섭소천의 사연, 브라이언과 이선생의 인연을 보여주기 위해 과거 시간대가 현재 시간대 중간중간 삽입된다. 그런데 이 부분이 최후반부 드라마와는 직결돼도, 중반부까지 극의 중심을 차지하는 이선생 추격전과는 크게 연관되지 않는다. 오히려 템포를 끊고 루즈하게 만들 뿐이다. 카 체이싱을 비롯해 규모감이 상당한 총격전이 등장하는데도.
차라리 태국에서의 클라이맥스를 기점으로 삼고, 기점까지 이르는 각 인물의 행보를 각기 따로 쫓은 후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면 어땠을까 싶다. 어차피 여러 챕터로 나눠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만큼, 클라이맥스 즈음에 각 캐릭터의 사연을 조각모음하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더 뚜렷하게 보였을 테니. 덩달아 각 인물의 동기나 행보를 추측하는 미스터리도 더 강해지고, 전체적인 긴장감도 더 높아졌을지 모른다.
넷플릭스라 다행일지도
이처럼 시리즈물로서 <독전 2>는 호불호의 여지가 크다. 전편을 기대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결이 다른 영화로 느껴질 수 있다. 안 나오는 캐릭터도 있고, 캐릭터성의 변화도 크다. 또 열린 결말로 남겨둔 마무리에 명확한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자유로운 해석을 통제한다는 인상도 남을 수 있다. 즉, <독전 2>는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부정적인 반응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업 영화다.
그러나 플랫폼이 넷플릭스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OTT 작품에 대한 관객의 심리적 저항, 만족도의 기준점이 극장 개봉 영화와 다른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니까. 그렇기에 넷플릭스라면, 시리즈물 중에서도 꽤 도전적이었던 <독전 2>의 실험이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물론 서영락을 연기한 배우가 류준열에서 오승훈으로 바뀐 것만큼이나 이질적인 속편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Acceptable 무난함
어떤 이유로도 헛헛하거나 허탈할 미드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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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성장영화의 ‘백 점짜리 정답지’
<원더>는 설정 하나도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영화 속 가족은 중산층 이상의 가정환경과 좋은 학군지에 살고 있는 백인 핵가족이다. 화목하고 유머러스한 가족 분위기는 물론이고, 주인공인 어기도 수술실과 집에서 어린 시절을 지냈음에도 굉장히 밝은 성격을 보여준다. 진행을 위한 부분들을 제외하고, 현실에서는 굉장히 이질감이 들 완벽한 가족을 영화 속에서 만든 것이다. 영화는 완벽한 통제 속에서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 진행을 보여준다.
배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원더>에서는 <귀여운 여인>, <노팅 힐> 등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은 줄리아 로버츠와 최근 디즈니+ 드라마 <로키>의 모비우스 역으로 친근한 오언 윌슨의 부모로서 한 발짝 뒤에서 보여주는 연기를 볼 수 있다. 많은 영화의 중심에서 활약한 두 배우의 노련하고 안정적인 연기는 어린 어기와 비아 뒤에서 든든한 방어막이 되어주었고, 영화 전반적으로 가족, 성장이라는 장르에 맞는 톤을 유지해 준다. 거기에다가 어기 풀먼 역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얼굴 전체를 덮는 특수분장을 했음에도 굴하지 않고 유쾌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중 졸업여행에서 같은 반 남자아이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었을 때 강을 바라보며 울컥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그 장면을 보고 있자면 일렁이는 강물처럼 먹먹한 감정이 밀려온다.
크고 작은 갈등, 힘겨울 때 꼭 옆에 존재하는 조력자, 그리고 이후 짜여진 듯이 술술 해결되는 문제들까지, 필연적으로 성장영화는 다르면서도 유사한 양상을 따르게 된다. 수학 문제처럼 주인공에겐 성장을, 관객들에겐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원더>도 다른 외모로 인해 고통받지만, 내적으로 성장하는 ‘어기’부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엄마 ‘이자벨’까지 주어진 공식 내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이처럼 특정한 수식으로 시작해 해피엔딩이라는 답을 내는 다양한 풀이 과정 사이에서, <원더>는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성장영화의 ‘백 점짜리 정답지’라 부르고 싶다. 혹자는 완벽한 정답지는 지겹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것을 찾기보단 완벽한 정답지에서 오는 편안함을 즐기는 것은 어떤가. <원더>에서 오는 편안함은 보고 난 직후, 더 나아가 당신의 남은 날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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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만 같았던 9월의 아름다운 추억
*스포주의*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으므로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 <로봇 드림>은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도그와 로봇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굳이 '개'가 아니라 '도그'라고 칭하는 이유는 사실 도그가 사람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들은 사람을 동물로 표현한 것뿐이다. 거대한 도시, 뉴욕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동물로 바꾸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영화의 첫 장면을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불 꺼진 방 안에서 TV를 보며 맥 앤치즈를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도그의 표정은 그야말로 지루하기 짝이 없다. 생기 없는 눈동자와 축 처진 입꼬리. 얼마나 돌려먹었을지 모르는 냉동 맥 앤치즈와 혼자서 하는 2인용 게임. 풍요 속의 빈곤이랬던가. 이렇게 많은 인파 속에서도 도그는 혼자다.
도그의 일상은 도시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외로움에 익숙해진, 현대인들.
그런 도그에게 찾아온 운명 같은 단짝이 바로 로봇이다. 감상 포인트에서 언급한 'september'라는 노래는 둘이 함께 센트럴 파크에 가서 롤러스케이트를 탈 때 처음으로 흘러나온다. 둘은 흥겹게 춤을 추며 주변 사람들에게 박수갈채를 받는다. 노래 가사처럼 즐겁고 행복한 9월이다.
그러나 문제는 해수욕장에 갔다가 일어난다. 로봇의 배터리가 다 되어버린 것. 사람이 텅 빌 때까지 잠들었던 둘은, 도움을 청할 길이 없다. 도그 혼자 끌어보려고 해도 로봇이 너무 무거워 데려갈 수 없는 상황. 하는 수없이 홀로 집에 갔다가 다음 날 찾아가 보지만, 해수욕장은 문을 닫는다. 다음 시즌에나 열린다는 말에도 도그는 포기하지 않고 로봇을 구하려고 하지만... 결국 경찰서까지 다녀오고 나서야 집으로 간다.
여기서부터 제목인 <로봇 드림>의 의미를 알게 된다. 로봇은 혼자 해수욕장에 누워 있으면서 끊임없이 도그에게 찾아가는 상상을 한다. 누군가 자신을 발견해 도와준다면... 긴 다리로 성큼성큼 도그에게 걸어가는 꿈을 꾸는 로봇의 표정은 늘 밝다.
로봇은 도그가 알려준 것들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하지만, 현실에는 도그가 보여준 좋은 면만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누워있는 자신의 다리를 잘라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고물상에 팔아넘기고,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집어던진다.
늘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던 로봇의 꿈은 점차 도그에게 버려지는 악몽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한편, 도그는 로봇의 존재가 자신에게 얼마나 컸는지 실감한다. 노래처럼 '구름 한 점 없던' 9월의 추억만으로 도그는 겨울을 난다. 마치 자신이 모았던 햇빛을 쥐에게 나눠주는 '프레드릭'처럼 말이다. 로봇은 도그에게 외로운 겨울을 보내게 해줄 추억의 힘을 남긴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을 상기시킬 뿐, 친구의 온기를 느꼈던 도그는 더욱 외로워진다.
고물상에 버려져 산산조각 났던 로봇은 너구리 아저씨로 인해 다시 눈을 뜨게 된다. 이미 망가져버린 부품 대신 너구리는 거대한 붐박스(카세트 플레이어)를 몸으로 개조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몸으로 새로운 사람과 만난 로봇. 이 생활에 적응하면서 점차 너구리와 친근해지며, 여름이 찾아온다.
해수욕장이 문을 열자마자 입장한 도그. 땅을 아무리 파헤쳐 봐도 나오는 건 로봇이 잃어버린 다리 한 쪽뿐이다. 로봇을 찾지 못하고 터덜터덜 도그가 찾은 곳은 로봇 가게다. 다리로 하소연해 보지만 직원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고. 결국 방법은 새로운 로봇을 사는 것뿐이다.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던 너구리와 로봇. 로봇은 냉장고에 케첩을 가지러 갔다가 창밖으로 도그와 새로운 친구, 로봇을 보게 된다. 충격에 빠진 로봇은 그대로 길가에 뛰쳐나가 도그를 붙잡는다. 도그와 로봇의 뜨거운 포옹. 하지만 그건 로봇의 또 다른 상상이었을 뿐이다. 로봇은 이대로 자신이 도그를 만난다 하더라도 너무나 바뀌어버린 몸과 이제는 자신의 친구가 된 너구리, 도그의 새 친구를 어떻게 대할지 몰라 망설인다.
결국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붐박스의 볼륨을 올려 도그와 자주 듣던 'september'를 트는 것뿐.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에 도그는 자기도 모르게 리듬을 탄다. 로봇과 도그는 서로 떨어져 있지만, 함께 있을 때의 춤을 추며 하나가 되고. 둘이 함께 쌓았던 소중한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둘의 마음은 따뜻해진다. 한때의 추억, 지금의 나를 만든 상대방. 지난 9월이 눈부시게 찬란했음을 기억하며 지금 옆에 있는 새로운 친구의 손을 잡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앞으로는 또 다른, 새로운 9월이 펼쳐질 것을 암시하며.
영화가 끝난 직후에는 아쉬움이 더 크다. 왜 한 번 더 붙잡지 않았을까, 로봇과 도그가 다시 만날 순 없었을까? 하지만 곱씹다 보면 이해가 된다. 지나가버린 상대와 다시 시작하기엔, 지금 내 곁에 너무 많은 것이 있기에.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기에.
너무 나이를 먹어버린 어른의 씁쓸함이 먼저 찾아온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제목은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옛 친구,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를 찾아가는 로봇의 상상을 말한다. 그러면 제목이 내포하는 것이 '로봇 드림 어 도그'로도 볼 수 있다. 영화 내내 로봇은 도그를 찾아가는 꿈을 꾼다. 하지만 결코 그런 일은 없다. 그러니까, 영원히 이뤄질 수 없는, 일어날 리 없는 꿈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다르게 보자면 '한때의 행복한 꿈'이라고도 보인다. 이건 도그와 로봇 모두에게 해당된다. 마치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9월의 하늘 아래에서 흥겹게 추던 춤처럼, 함께한 시간들이 꿈처럼 아름다웠다는 의미인 것이다. 첫 번째 의미보다는 훨씬 따뜻한 느낌이라, 나는 이쪽의 의미가 더 좋다.
영원히 일어날 수 없는 꿈이라는 건 너무 슬프니까. 우리 모두 꿈처럼 아름다웠던 추억이 하나쯤은 다 있으니까.
인간은, 그 아름다웠던 한때의 조각으로 살아가니까.
*이 리뷰는 씨네랩을 통해 초청받은 시사회를 보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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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의 연속, 맥락 없음의 반복
"드라마에서 큰 강점을 보였던 배우 윤시윤, 영화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관에 들른 건 단지 그 이유에서였습니다. 윤시윤 배우의 연기를 스크린에서 본 적이 없어 궁금했습니다. 그는 예상대로, 아니, 예상보다 더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긴 하나, ‘찌질한 호구’ 연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이것은 제가 이 영화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칭찬입니다.
대단한 창작 활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방자까의 영화리뷰’를 쓰면서 나름대로 지켜왔던 원칙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점을 보려고 하자.”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에 서린 노고를 몇 마디 말로 폄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번만큼은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하겠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개인적으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던 영화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의 몇 가지 포인트들을 짚어봅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2월 7일(화)에 진행된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의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2023년 2월 8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Love My Scent
소설, 연극, 음악, 영화의 공통점은 모두 이야기를 다루는 창작물이라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영화는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장르와 차별점을 갖죠. 그래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영화가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을 논하며 영화를 평가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러한 평가마저도 불가능한 작품입니다. 이야기 그 자체에 허점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에게 받은 향수를 뿌리고 모든 사람의 첫사랑이 되어버린 '창수'가 사랑이 낯선 여자 '아라'의 마음을 얻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자꾸 '-게 되다'는 수동 표현을 쓰게 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어떤 상황에 놓이거든요. 우연이 계속되고, 맥락 없음은 반복됩니다.
이 이야기는 어느 돈 많은 회장님이 향수를 뿌리면 자신이 상대방의 첫사랑으로 보이는 향수를 만들라고 지시하며 시작합니다. 연구진은 향수의 효능이나 실험의 목적을 밝히지도 않고, 평범한 사람 몇 명에게 무작위로 향수를 쥐여주고 몰래 실험을 진행하죠. ‘창수’는 그 실험 대상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굳이 이렇게 불법적인 방법으로 실험을 강행하는 이유가 뭘까요? 제품 개발 이후, 불법적인 유통 경로로 마법의 향수를 판매하기 위해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악의 목적으로? 아닙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향을 개발해 치매를 앓는 회장님의 부인이 젊은 시절 회장님의 얼굴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였죠.
개인의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평범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강행한다는 설정부터 이미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는 사건의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설정으로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 향수를 실험 대상 ‘창수’에게 건네는 장면을 보고, 잠시나마 이 영화를 이해해주려 했던 제가 미워졌죠. 연구진은 귀가하는 ‘창수’를 냅다 뒤쫓다가 이벤트 회사에서 빌린 듯한 스모그 머신으로 길거리에 갑자기 연기를 흩뿌리고는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이런 멘트를 날립니다. “인생이 달라질 기회! 잡고 싶지 않나?" 귀가 중에 대뜸 이런 구한말 멘트를 들으면, 대개는 깜짝 놀라거나 어이없어하며 자리를 뜰 겁니다. 하지만 지독히 착하고 오지랖 넓고 호구 같은 남자 ‘창수‘는 아리송해하면서도 향수를 넙죽 받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꿈이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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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이것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웃기는 데 실패한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순진한 ‘창수’는 그 향수를 뿌리고, 찌질한 호구에서 모든 이의 첫사랑으로 거듭납니다. 매일 버스에서 마주치는 ‘아라’도 그중 한 명이 되죠. 그런데 여기서 또 의문점이 생깁니다. 길거리에서 향수 냄새를 얼핏 맡은 사람도 좀비처럼 '창수'를 쫓아올 만큼 강력한 이 향수는 왜인지 창수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준일', '복길')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첫사랑이 없어 떠올릴 사람이 없다면 '아라'처럼 사랑에라도 빠져야 하는데, 그런 양상도 없습니다.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예외가 된 거죠.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설정들은 이처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것들이 참 많습니다.
어쨌든 '아라'와 사랑에 빠진 '창수'는 또 갑자기 의문의 남성으로부터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는 협박을 받습니다. 협박남은 '창수'에게 향수에서 시작된 사랑이 진짜 사랑이겠느냐는 질문을 던지죠. 착하고 순수한 '창수'는 '아라'의 마음을 조작했다는 죄책감과 고민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애초에 '창수'는 '아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향수를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가짜 연기와 함께 등장한 이상한 사람이 공짜로 준 향수를 그냥 뿌린 것뿐입니다. 그게 첫사랑 유발 향수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죠. 그런데 바로 그날, 하필 첫사랑이 없었던 '아라’가 그 향을 맡은 겁니다. '창수'는 그날 이후에 '아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향수를 쓴 적도 없고요. 그러니 관객은 ’창수‘가 왜 저렇게 벌벌 떨며 긴장하고 괴로워하는지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당연히 협박범의 협박도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창수'에게는 귀책 사유가 없거든요. 게다가 이 의문의 남성이 향수의 제조자이면서 '아라'의 전 남자친구라니요? 긴장감을 유지해야 할 이야기는 줏대 없이 흐물거리는데, 우연과 맥락 없음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쓸데없이 그 힘을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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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듦새보다 더 저를 화나게 했던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영화 전체를 뒤덮은 PPL입니다. 영화관에 들고 가는 메모장에 이 작품에 등장하는 PPL 제품을 적으며 작품을 보았을 만큼,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에는 노골적인 PPL이 다수 등장합니다. 주인공 ‘창수’의 직업은 대놓고 자동차 딜러입니다. 이 영화에 쉐보레 자동차가 등장한 시간을 다 합치면 족히 십 분은 될 겁니다. 삶에 치여 제대로 된 양복 하나 사입지 못하는 ‘창수’는 작품 속에서 장비를 단단히 챙겨 캠핑을 두 번이나 갑니다. 거기서 육개장도 두 번이나 먹습니다. ‘창수’가 사는 곳은 서래 더 하임. 건물 전경과 로고를 하도 많이 보여줘서 외워버렸습니다. ‘창수’와 ‘아라’의 사랑이 맺어지는 곳은 하필 아쿠아플래닛 광교점입니다. 데이트 삼아 수족관 곳곳을 한참 보여줘서 평생 아쿠아플래닛은 안 가봐도 될 것 같습니다.
PPL을 최대한 많이 넣으려고 대본을 수정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의 과도한 PPL. 영화 제작을 위해서는 이런 식의 투자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건 잘 알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요? 관객은 돈을 내고 영화를 보러 가는데, 광고 영상만 잔뜩 보고 나오면 안 되죠.
더불어 이 영화가 코미디를 사용하는 방식도 전체적으로 한숨이 나옵니다. 스토리 흐름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억지 개그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캐릭터(’복길’)를 넣는가 하면, 어떻게든 웃음을 터뜨리려는 대사를 잔뜩 넣어서 가뜩이나 맥락 없는 이야기를 더 흐트러뜨려 놓죠. 그런데 저도 사람인지라, 웃으라고 넣어둔 개그 요소에 어쩔 수 없이 웃음이 터지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전혀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작 이런 개그에 웃어버린 저 자신에게 짜증이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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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이 영화를 강하게 비판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을 찾기가 도무지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한국 영화의 평균을 낮추는 이런 작품이 앞으로는 부디 줄어들기를 바라서였습니다. 잘 안되면 OTT에 팔아넘길 요량으로 PPL을 점철시켜 대충 찍어내는 영화, 이제는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점점 비싸지는 영화표 값이 아깝지 않은 영화가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Summary
삶에 치여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본 남자 ‘창수’. 낯선 이에게 받은 향수를 뿌리자마자 여자들이 달려든다. 가족에 치여 누굴 좋아해본 적도 없는 것 같은 여자 ‘아라‘. 어느 날, 매일같이 타던 버스에서 나는 향기에 두근대기 시작한다. ‘창수’에게 이끌린 ‘아라’는 영문도 모른 채 사랑에 빠지고, 서툴러도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가던 그때, 갑작스럽게 등장한 전 애인 ‘제임스’가 폭로한 ‘창수’의 비밀! 내가 사랑에 빠진 게, 향수 때문이라고?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임성용
출연: 윤시윤, 설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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